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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0화 (1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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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0화

3. 모그리안 가문의 귀빈(6)

‘이렇게 죽는 건가.’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이 침통함에 몸서리를 쳤다.

고블린 따위에게 죽임을 당하는 운명이라니.

온갖 귀족들한테, 거리의 호사가들한테 대대손손 비웃음을 당하겠지.

’라비, 내 아들이라도 살렸어야 했어.’

몬스터 사냥은 단지 여흥거리였다.

설마 그 여흥이 가문의 앞날까지 망칠 줄이야.

단 한순간도 걱정해 본 바가 없었던 사태.

“키익!”

눈앞에 고블린이 보인다.

다른 고블린과는 생김새부터가 달랐다.

분홍색 피부, 커다란 덩치, 수준급의 전투능력.

뿐만 아니라 놈이 고블린들을 통솔하고 있었다.

매복이 있었고, 압도적인 숫자에 당했다.

‘이 사실을 영지에 알려야…….’

수백이 넘는 고블린 무리를 봤다.

통솔력을 가진 붉은색 고블린도 있다.

놈들은 더 이상 사냥감이 아니었다.

아주 위협적인 대규모 도적 떼나 마찬가지.

쿵!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찰나.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스트 노바.”

이어지는 목소리.

앳된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마지막 힘까지 다해 눈꺼풀을 잡아당겼다.

그 앞에는 어떤 소년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 소년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얼음지옥.

도망치는 고블린들의 처절한 비명소리.

그 아비규환의 장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무렵.

소년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

아버지라니?

저 소년의 목소리는 아니다.

어디서 들리는 거지?

“아버지!”

대영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소년도, 고블린도, 얼음지옥도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방, 자신의 침실이었다.

“마가렛……?”

마가렛이 대영주를 애타게 불렀다.

혼절한 아비의 뒤척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떻게 된 게냐?”

실로 많은 의미가 내포된 질문.

“마법사님께서 구해주셨어요. 아버지도, 오라버니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느냐?”

“그건…….”

고블린에게 생포되었던 이들은 모두 살았다.

하지만 기습을 당했을 때 희생당한 병사들, 그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법사도 망자까지 되살릴 수는 없으니까.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지?”

“이틀을 꼬박 누워계셨어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호가를 불러오너라.”

호가는 노집사의 이름이었다.

“네? 어머니랑 오라버니부터…….”

“그리 할 게다. 먼저 해둘 일이 있을 뿐이야.”

마가렛은 더 이상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

대신 노집사를 부르고자 침실 밖으로 나섰다.

“별일이 다 있군. 고분고분한 마가렛을 다 보고.”

실없는 혼잣말.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백발의 노집사 호가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영주님!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자네가 고생이 많았겠지.”

“고, 고생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감격에 겨운 얼굴의 노집사.

영주가 그런 노집사의 어깨를 다독여 줬다.

“죽은 이들이 몇이나 되는가?”

“영주님…….”

“괜찮으니 말해보게.”

“열두 명의 병사들, 그리고 로튼 경께서…….”

여흥의 여파로 죽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목숨.

그 아까운 목숨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만약 고블린 놈들이 즉살을 원했다면 어땠을까?

사냥에 참가한 모두가 비명횡사를 면치 못했으리라.

‘끔찍하군.’

영주가 찰나의 묵념을 올렸다.

그는 계산적인 사람이다.

하나 그 모든 계산은 영지의 안녕을 위한 것.

가문과 영지에 충성을 바친 이들이 죽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 유족들에게 보상은 지급했는가?”

“한도 내에서 최대한으로 지급했습니다.”

“잘했…… 윽!”

고개를 끄덕이던 영주가 신음을 토해냈다.

혼절의 여파가 머릿속을 쿡쿡 찌른다.

노집사의 걱정스러운 눈길.

손을 휘휘 저으며 할 말을 이어갔다.

“마법사님께서 구해주셨다고 들었네만, 마르코 님이신가?”

영주는 당연히 그럴 거라 여겼다.

어렴풋이 이안을 본 것 같기도 했으나,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어린 소년이 어떻게 자신들을 구해줬겠는가? 아무리 재능이 넘친다 해도…….

“아닙니다. 마르코 님께서 영지 밖으로 출타 중이신 바람에, 소인이 이안 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무래도 꿈이나 환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안 님께서 모두를 구해주셨습니다.”

“…….”

설마 그 얼음지옥이 이안의 작품이었을 줄이야.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제 좀 납득이 간다.

‘난리가 날 만하군.’

황실과 상아탑이 그토록 이안을 원하는 이유.

모그리안 가문에게 이안의 보호를 명령한 이유.

‘사방팔방에서 군침을 질질 흘릴 테니.’

전란의 시대가 저물고 삼국 체제로 굳어진 지 60년.

삼국은 모두 마법사를 양성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언제 또 발발할지 모르는, 혹은 언제든지 발발 할 수 있는 전쟁.

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의 첩보전이 치열할 터.

‘암살의 문제가 아니야. 포섭을 시도하겠지.’

마법사가 전장을 좌지우지하는 시대.

적국의 마법사는 곧 암살의 대상이다.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그 대상이 열두 살짜리 꼬마라는 것.

암살에 앞서 포섭부터 시도하기에 충분한 나이다.

‘상상 이상의 거물에게 목숨을 빚졌구나.’

생각을 정리한 대영주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마법사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내 직접 봐야겠어.”

“그것이,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어째서? 혹 몸이 상하신 겐가?”

“아닙니다. 아주 멀쩡하십니다. 다만…….”

말문을 멈췄던 노집사.

그가 조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장사를…… 하러 가신다고.”

“장사?”

* * *

영주가 깨어난 그 시각, 모그리안 산.

한때는 고블린들의 은거지였던 협곡.

그곳에 이안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전부 최상품입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고급스러운 옷차림의 배불뚝이 중년인.

그가 이안에게 굽실거리며 중얼댔다.

“그럴 겁니다. 죽기도 전에 얼렸으니까.”

“맞습니다! 아주 탁월하신 선택이셨습니다.”

중년인의 정체는 바로 장사치.

영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상단.

‘포이언 상단’의 책임자였다.

“가격은 얼마쯤 나옵니까?”

이안은 지금 거래를 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의 시신을 그대로 둬서 뭣하겠는가?

얼음이 다 녹으면 썩어버리기나 하겠지.

그보다야 챙길 수 있을 때 챙겨두는 편이 좋다.

“어디 보자. 고블린 전신 사체 최상품이 육백 마리하고도 스물한 마리에다가…….”

몬스터의 사체는 돈이 된다.

부위 하나하나가 연금술의 귀중한 재료로 쓰인다.

그 밖에도 여러 분야에 두루두루 수요를 일으킨다.

물론 고블린의 사체 자체가 비싼 편은 아니다.

약하고 흔한 몬스터 아니겠는가.

다만 머릿수의 힘이 컸다.

“홉 고블린까지 한 마리…… 이야! 여기서 홉 고블린 시체를 구경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이안 역시 공감하는 바.

그 정도로 홉 고블린의 발견은 특이한 경우였다.

따로 알아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아무튼, 못해도 삼천 골드 정도는…….”

장사치가 말꼬리를 흐리며 이안의 눈치를 살핀다.

아무리 어리다 한들 마법사다.

무려 수백 마리의 고블린을 학살한 마법사.

싸게 후려칠 욕심 따위 추호도 없었다.

쏠쏠하게 남겨먹는 이윤도 좋다지만, 목숨은 더 중요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계산입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이안.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은 걸까?

“다, 다시 한 번 말씀을 올리지만 최소…….”

“아, 그런 게 아니라.”

상단이 제시한 가격은 마음에 들었다.

단지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해 봤다.

“혹시…….”

결정을 내린 이안이 물었다.

“영지에 괜찮은 연금술사가 있습니까?”

“괜찮은 연금술사라 하시면……?”

“엘릭서 제조에 능한 자였으면 좋겠군요.”

본래 엘릭서는 논외의 대상이었다.

당장 수중에 가진 돈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곧 사정이 달라진다. 최상품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쓸 만한 엘릭서 몇 병 정도는 충분히 노려봄직하다.

“물론 있습죠. 저쪽 로이드 마을에 사는 친군데, 원래는 수도 사람입니다. 무슨 약초 때문에 북부까지 내려왔다고 하더군요. 이름이…….”

잠시 연금술사의 이름을 떠올려 본 상인.

“아! 레디오. 레디오라는 친굽니다.”

연금술사 레디오.

이안이 그 이름을 입속으로 굴려봤다.

일단 전생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

“원하신다면 자리를 마련해 보도록 할까요?”

“아뇨, 나중에 직접 찾아가죠.”

대화를 끝낸 이안이 홀로 협곡을 빠져나왔다.

슬슬 모그리안 영주성의 저녁 시간.

영주성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울 그 자체였다.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대영주는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제 좀 깨어났으면 좋겠는데.’

덕분에 빵 한 조각 넘기는 것도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그런 불편한 자리에 어머니만 혼자 둘 수도 없는 노릇.

속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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