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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8화 (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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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8화

    3. 모그리안 가문의 귀빈(4)

    모그리안 산의 초입은 영주성 뒤편과 맞닿아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는 그곳.

    사냥에 포함되지 않았던 병사들과 기사들. 뿐만 아니라 가문의 모든 식솔들, 영주의 부인, 막내딸까지 모두 나와 영주와 후계자의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이안?”

    이안을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

    어머니였다. 다른 이들을 따라 나오신 모양이다.

    “얘기는 들었단다. 영주님께서 저 산속에…….”

    “그래서 수색을 좀 도와주려고요.”

    “네, 네가……?”

    이안의 대답에 사색이 되는 배네사.

    “너무 위험하잖니! 너는 아직 어리고, 또…….”

    “괜찮아요. 벌써 잊으셨어요? 이제 저도 마법사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걱정은 당연했다. 제아무리 엄청난 재능을 가진 마법사라 한들, 그 어미에게는 한낱 어린 아들에 불과할 테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다른 사람 다 못 돌아와도 저는 돌아오니까. 아셨죠?”

    어머니를 안심시킨 이안이 기사와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앞서 대대적인 수색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제1 수색대.

    아직 기운이 남아 있는 소수가 제2 수색대였다.

    “흔적이 남아 있다는 장소, 일단 거기까지 안내해 주세요.”

    이안의 요청에 제2 수색대 선임기사 하나가 나섰다.

    “1차 수색 결과 그 주변으로 흔적이 완벽하게 끊어졌습니다. 엄청난 수의 고블린에게 당했다는 사실 외에는 쓸 만한 단서가 더 이상…….”

    “제게 방법이 있으니,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까마득히 어린 이안의 말 끊음에 잠깐 굳어졌던 선임기사.

    “……알겠습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다.

    상대는 마법사다.

    곧 황태자가 직접 모시고 갈 마법사 말이다.

    그 사실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

    귀족에게 신분이 있다면, 마법사에게는 신분과 힘이 있다.

    그 수가 조금만 더 많았더라도 세상의 주인이 되었을 힘이.

    ‘얼마나 대단한 마법산지, 두고 보겠어.’

    선임기사는 이안을 믿지 않았다.

    재능이야 있겠지, 해서 황태자가 오는 거고.

    다만 연무장에서 목격된다는 마법들.

    하인들이 떠들고, 노집사마저 믿어버린 소문들.

    그 마법과 관련된 소문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제2 수색대 전원.”

    그럼에도 따라야 한다.

    상대는 마법사고, 자신들은 방법이 없다.

    대대적인 1차 수색은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2차 수색으로도 무언가 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른 이도 아닌 대영주가 실종된 중차대한 상황.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마법사님의 명령에 따라 입산한다.”

    열을 맞추는 제2 수색대의 기사와 병사들.

    그들이 막 산행을 시작하려는 그때였다.

    “저, 저기!”

    누군가 이안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적발 소녀, 대영주의 하나뿐인 딸 ‘마가렛 모그리안’.

    이안의 겉모습보다는 네 살 정도 많았다.

    “우리 아버지…… 오라버니를 찾아줘. 제발!”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정도로 범벅이 된 얼굴.

    “찾아만 준다면 뭐든지, 뭐든지 다 해줄게! 아,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돈도 주고, 땅도 주고, 하인도 주고! 그러니까 제발…….”

    불과 아침까지와는 태도가 사뭇 달랐다.

    ‘종종 어머니께도 헛소리를 지껄였다지.’

    부엌데기 시절에 가끔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부엌데기의 미모를 시샘한 쪽에 가까웠다지만.

    ‘음?’

    그때 마가렛의 손으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한 이안.

    정확히는 오른손 검지에 착용된 반지가 보였다.

    어딘가 모를 고고함이 느껴지는 반지.

    ‘모그리안 링?’

    하급 아티펙트, 모그리안 링이 확실했다. 외형은 전생에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후계자가 아닌 딸에게 물려준 모양이었다.

    “찾아줄게.”

    “저, 정말?”

    이안의 확언에 표정이 환해지는 마가렛.

    “대신 뭐라도 하겠다는 말, 지켜.”

    “진심이야! 정말로 뭐든지 전부……!”

    “일단 생각부터 하고 있어.”

    “새, 생각?”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라는 걸까?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마가렛에게 이안이 말했다.

    “네가 건 조건들 말고.”

    “그, 그럼 뭘 해줘야…….”

    “그걸 생각해 보라는 얘기야.”

    이안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을 응시하며 말하자 반사적으로 그 시선을 쫓는 마가렛. 거기에는 이안의 어머니, 베네사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

    이내 무언가 알아챈 듯 황급히 시선을 거둔다.

    복잡해진 심중이 얼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이안의 목소리.

    마가렛의 얼굴에 미미한 두려움이 서렸다.

    “그 반지.”

    “바, 반지?”

    “빌려줘.”

    빌려달라는 말에 잠시 망설이는 마가렛.

    그녀는 물론 모그리안 가문의 사람들도 아직 아티펙트란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건 왜?”

    “마나가 느껴지거든.”

    “마나라니?”

    “사람들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까.”

    “…….”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마가렛이었다.

    평범한 반지였으면 모를까, 무려 가문의 가보다.

    아버지께서 마가렛에게 특별히 허락해 주신 가보.

    한데 이 반지에서 마나가 느껴진다니?

    심지어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찾는데 도움이 된단다.

    “아, 알았어.”

    마가렛의 손가락을 떠난 반지가 이안에게 왔다.

    아직 고사리 같은 손, 엄지로 착용해야만 했다.

    두근!

    착용하기가 무섭게 느껴지는 마나하트의 박동 소리.

    이 감각, 마음에 쏙 드는 이안이었다.

    “가죠.”

    철부지 귀족 아가씨를 뒤로한 채.

    이안은 수색대를 따라 모그리안 산의 흙을 밟았다.

    전체적으로 산세가 험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산치고는 탁 트인 길목.

    그만큼 사냥을 자주 나섰다는 증거였다.

    “깊이 들어가야 합니까?”

    묵묵히 산길을 오르던 이안이 기사에게 물었다.

    “흔적이 발견된 곳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그쯤에서 사냥을 시작했습니까?”

    “아뇨, 평소에는 좀 더 깊숙히 들어가야 고블린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군요.”

    기사의 표정이 한껏 심각해진다.

    “정기적으로 사냥을 나간다고 들었는데.”

    “예, 매달 초하루.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말입니다.”

    “익숙하겠네요. 사냥꾼들이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냥꾼’이란 대영주와 그 무리를 칭하는 말이었다.

    고블린의 눈에는 그저 인간사냥꾼으로 보일 테니까.

    “그 말씀은…….”

    “놈들이 매복을 했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고블린들이 말씀이십니까?”

    이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사.

    “놈들이 그런 판단 자체를 할 수 있을 리가…….”

    익히 알려진 바, 고블린은 지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유사인류로서 최소한을 갖추고는 있으나, 해봐야 3살 정도 어린아이의 수준에 그친다. 그런 놈들이 먼저 공격할 용기를 갖는 것부터가 무리일뿐더러, 경로까지 미리 예측하고 습격한다?

    ‘불가능하지.’

    저 멀리 남부 대평원의 ‘홉 고블린’이라면 모를까.

    영지 내 평범한 고블린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여깁니다. 이 일대를 보시면 전부…….”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인간의 붉은 핏자국, 고블린의 녹색 핏자국.

    전투의 흔적으로 보기에 충분한 형국이다.

    다만, 인간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고블린 시체만 보일 뿐.

    “우리 쪽 희생자는 벌써 수습하신 겁니까?”

    이안의 물음에 고개를 저어 보이는 기사.

    “처음부터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모두 고블린한테 잡혀갔다는 얘기다.

    생포를 해갔든, 시신만 가져갔든.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야.’

    일단 흔적의 규모가 너무나도 컸다.

    고블린의 시체만 수십 구에 달한다.

    실제로는 수백의 고블린이 급습했을 터.

    ‘몰려다니는 놈들이 아닐 텐데.’

    애당초 소수의 부락만 이루어 짐승을 사냥하거나, 열매로 연명하며 살아가는 개체다. 한데 수백 마리가 모여 인간을 사냥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흥미가 생긴다.

    ‘구심점이라도 나타난 건가?’

    지능이 높고, 모그리안 산의 모든 고블린을 규합시킬 힘과 의지가 있으며, 최소한의 지휘 능력까지 갖춘 ‘상위 개체’.

    “혹시 산에 다른 몬스터가 또 있습니까?”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흐음.”

    머리로 백날 고민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슬슬 행동으로 알아낼 때가 온 듯싶다.

    “소환술.”

    작은 읊조림과 함께 검지를 치켜드는 이안.

    그가 허공에 은빛의 마법진을 그렸다.

    “늑대정령.”

    완성된 마법진에 두 번째 시동어가 걸린다.

    그러자 더욱 강렬한 은색의 빛이 뿜어졌다.

    마법진이라는 문이 조금씩 열리며 생겨난 틈새.

    그 작은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처럼.

    [아- 우- 우- 우!]

    순간 기사와 병사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마법진 속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울음소리.

    늑대 특유의 하울링 소리였다.

    “뭐야? 어디서 우는 거야?”

    “방금 늑대정령이라 하지 않았어?”

    “울음소리가 좀 이상한데…….”

    약간의 수군거림이 잦아질 무렵.

    자그마한 무언가가 소환진을 비집고 나왔다.

    그러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게 아닌가?

    “느, 늑대?”

    병사들의 말처럼 늑대가 맞다.

    웬 늑대 한 마리가 덜컥 소환된 거다.

    한데, 늑대가 조금 이상하다.

    분명 늑대이긴 한데.

    [으르르…… 아우웅?]

    앙증맞은 울음소리, 강아지만 한 체구.

    아직 다 자라지 않아 뭉툭한 턱.

    이안을 올려다보며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까지.

    “새끼늑대……?”

    누군가의 표현 그대로 새끼늑대.

    정확히는 ‘새끼늑대 정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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