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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6화 (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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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6화

3. 모그리안 가문의 귀빈(2)

‘황명이라고?’

예상은 했다만, 설마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이야.

아직 만 하루가 채 돌지도 않았거늘.

‘침부터 발라놓겠다는 심보인가?’

피식 웃은 이안이 여관 밖으로 나왔다.

낡은 나무문 밖에는 수십 명에 달하는 영지군.

그리고 영지의 기사단이 좌우로 정렬되어 있었다.

물론 그 무리의 가장 앞줄, 그러니까 행렬의 상석은 파견마법사와 그를 호위하는 황실기사들의 몫이었다.

“마침 일어나 있었구나.”

이안을 발견한 파견마법사가 말했다.

“폐하께서 너에게 칙서를 내리셨다. 자, 따라해 보렴. 이렇게 왼쪽 무릎을 꿇고 오른쪽은…… 응?”

마법사는 이안이 예법을 모를 거라 여겼다.

하나 이안의 예법은 이미 완벽 그 자체였다.

‘뭔 꼬맹이 자세가…….’

예법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긴 하다.

다만 뚜벅뚜벅 걸어와 자세를 취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매끄러웠다. 어디서 많이 해본 것처럼.

“뭐하십니까?”

“……아!”

이안의 물음에 화들짝 놀란 마법사.

그가 소매에서 수정구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는다.

일정량의 마나를 주입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우우웅!

미미한 진동과 함께 푸른빛을 토해내는 수정구.

그 빛은 점차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허공에 문자를 그렸다.

지난 밤 통신역참을 통해 전달된 ‘마법 칙서’였다.

“제국의 마법사, 이안 페이지는 지엄한 황명을 받들라.”

모든 내용이 그려졌을 무렵.

파견마법사가 그 내용을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 모든 이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엉거주춤 서 있던 여관 주인조차 얼떨결에 따라한다.

“녹빛 강의 가장 첫 번째 줄기로서 명하노니, 짐은 이안 페이지의 재능을 높이 사 그를 제국의 마법사로 인정하는 바, 신성한 상아탑의 명부에 이름이 새겨지는 것을 허락하노라.”

아직 아카데미조차 입학하지 못한 아이를 상아탑 명부에 올린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전무후무한 대우였다.

“또한,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을 가진 그대를 황성으로 초대하고자 짐의 장남을 길벗으로 보내니, 모쪼록 즐거운 여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두 번째 내용은 다른 의미로 파격적이었다.

일순간의 술렁임이 일어날 정도로.

이안 역시 비집고 나오는 헛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의도가 뻔히 보이잖아.’

황제의 장남, 황태자를 길벗으로 보낸다?

분명 무지막지한 인력을 거느리고 올 터.

타지에 나가있는 황자를 모셔올 때도 이러지는 않겠다.

“끝으로.”

파견마법사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칙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짐이 보낸 길벗이 당도하기 전까지는 모그리안 가문에게 마법사 이안 페이지의 보호와 더불어 양질의 생활을 제공할 것을 명하노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라.”

의외로 칙서의 마지막 내용이 이안을 만족시켰다.

한마디로 영주성에서 지내라는 얘기였다.

마침 마나호흡에 완전히 몰두할 장소가 필요했던 참이다.

‘여관이나 오두막집보다야 백배 낫지.’

이안이 정말 마법밖에 모르는 꼬마였다면, 지금쯤 크게 감동하여 황성방향으로 절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폐하께서 하사하신 칙서는 여기까지입니다.”

파견마법사가 수정구를 거두며 말했다.

동시에 이안의 안색을 슬쩍 살폈다.

‘확실히 평범한 꼬마는 아니야.’

하루아침에 인생역전을 넘어서 그 이상의 가치를 맛봤다.

한데 기뻐하기는커녕 표정의 변화조차 미미하다.

펄쩍펄쩍 뛰어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천재는 다른 건가.’

도저히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본인 또한 인류 중 극소수만 존재하는 2클래스의 마법사였지만, 저 꼬마는 정말이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마법사님.”

생각에 잠긴 마법사를 깨우는 목소리.

모그리안 영지의 기사였다.

“이제 영주성으로 모셔가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시오.”

마법사의 허락과 함께 이안을 바라보는 기사.

검게 그을린 피부 탓일까, 기사보다는 용병처럼 보였다.

“모그리안 기사단의 단장 아놀드. 이안 님을 영주성으로 정중하게 모셔오라는 대영주님의 명령을 받잡고 왔습니다.”

겉모습과는 달리 정중한 태도의 기사였다.

“황명에 따라 이안 님을 가까운 곳에서 보호하고, 보다 양질의 생활환경을 제공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물론 모친께서도 귀부인에 준하는 대접을 받게 되실 겁니다.”

이런 건 지체할 필요가 없지.

영주성의 부엌데기였던 어머니다.

한데 이제는 귀부인으로서 영주성에 들어간다.

감회가 남다르시리라.

* * *

모그리안 가문에는 수많은 식솔들이 존재한다.

영주와 부인, 모그리안의 성씨를 물려받은 자녀들. 그리고 수많은 하인들까지. 그 대인원이 지금 영주성 밖으로 나와 이안을, 정확히는 이안에게 내려진 황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어?”

“당연하지! 마법 좀 쓸 줄 안다고 핏줄이 어디 가?”

“그거랑 늦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천한 것들은 날 때부터 게으르니깐.”

모그리안 가문의 아이들이 쫑알거린다.

해봤자 열둘에서 열네 살 남짓의 소년과 소녀.

소년 쪽이 오빠인 듯 보인다.

“입 조심하지 못하겠느냐!”

그런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는 중년의 남자.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이었다.

“그 아이는 마법사이자 가문의 손님이니라.”

“하, 하지만…….”

“어허! 황명을 거역할 셈이더냐?”

영주에게 작금의 황명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충성놀음이나 신하된 자의 도리는 아니었다.

그저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뿐.

‘너무 파격적이란 말이지.’

마법사가 귀하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가장 위협적인 무기이자 문명을 이끌어가는 중심이니까. 다만 그럼에도 쉬이 납득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재능이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재능.

황실과 상아탑이 군침을 뚝뚝 흘릴만한, 하다못해 타국에서조차 회유의 기회를 엿볼 정도로 무지막지한 재능. 바로 그러한 존재가 모그리안 영지에 있다는 거다.

‘좋은 인상을 심어놔서 나쁠 건 없다.’

영주는 간단한 논리로 입장 정리를 끝냈다.

그 부엌데기의 아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둔다.

놈이 대단한 마법사가 된다면 그 인상은 득이 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결코 실이 되어 돌아오지는 않는다.

‘문제라면 어미가 부엌데기였다는 건데.’

베네사라면 영주도 얼굴을 기억한다.

부엌데기치고는 상당한 미인이었으니까.

‘저 녀석이 가만 뒀을 리가 없지.’

자신의 철없는 딸을 바라보며 혀를 차는 대영주.

눈에 띄는 부엌데기를 그냥 지나쳤을 리가 만무하다.

날 때부터 질투심이 유별났던 딸아이.

분명 못된 장난을 쳤음이 분명할 텐데.

‘결단코 그런 적은 없다하니 원.’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부터라도 신중히 처신할 수밖에.

“오는군.”

이안을 모셔오는 행렬이 지척까지 이르렀다.

“라비, 마가렛!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언사를 조심하거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예 입도 뻥긋하지 말고. 알겠느냐?”

아이들의 대답이나 표정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가오는 이안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듣던 대로 꾀죄죄한 몰골의 12살짜리 꼬마였다.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며, 좋은 잠자리에 재우면 될 일이다. 원한다면 글과 승마, 예법도 가르쳐주지. 대부분 귀족의 그러한 부분을 동경하게 마련이니.’

마법사라고는 하나 아직은 어린아이.

어르고 달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겠지.

“어서 오시오.”

더 없이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는 대영주.

그가 이안을 반갑게 맞이했다.

“제국의 마법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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