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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4화 (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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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4화

    2. 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2)

    “빌어먹을 새끼!”

    제법 늦은 새벽.

    하마트면 목숨이 날아갈 뻔했던 병사.

    ‘조나단’이 영지성 구석진 주점에 있었다.

    벌써부터 거나하게 취해 버린 상태였다.

    비번 병사들과 함께 말이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진정 좀 하시게. 그러다 진짜 경을 친다니까 이 사람아.”

    “안 닥쳐?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동료의 충고에 오히려 언성을 높인다.

    “편은 또 무슨 편인가? 괜히 우리한테까지 불똥 튈까 봐서 하는 소리지. 그러지 말고 당분간 몸 좀 사리게. 상대는 마법사라고, 마법사.”

    “하! 불똥? 몸을 사려? 마법사?”

    벌컥! 벌컥!

    나무잔 속 맥주를 단숨에 비워 버린 조나단.

    “염병할 소리하고 자빠졌네!”

    놈이 나무잔을 거칠게 집어 던졌다.

    이안의 경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행동이다.

    “에이! 술맛 떨어져. 주인장! 내 이름 앞으로 달아놔!”

    “벌써 한 달째 이러시면…….”

    “누가 떼먹는데? 엉? 조만간 계산해 준다니까!”

    보아하니 외상도 엄청나게 해먹는 모양이었다.

    이런 조그마한 상권에서 짬 좀 먹은 영지군 만큼 실세도 없으리라.

    “에휴…….”

    조나단이 주점을 빠져나가자 긴 한숨을 내쉬는 주인장.

    다른 영지군 동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뒷배 하나 믿고 설치더니, 꼴좋게 됐어.”

    “저놈이 그렇게 물고 빠는 귀족나리도 마법사한테는 힘들걸?”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그깟 소귀족이 아니라 저기 대영주님도 상아탑 앞에서는 이 꼬리를 말아 잡순다~ 요런 얘기지. 조나단 저놈도 어지간히 속 좀 탈 게야. 끌끌!”

    하나같이 방금 나간 조나단의 험담을 늘어놓는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별로인가보다.

    “그나저나 베네사 고년, 팔자 한번 제대로 폈구먼.”

    “예전에는 웬 오크처럼 생긴 놈팡이하고 눈이 맞았나 싶었는데, 설마 마법사가 될 씨앗 하나 떡하니 뿌려줬을 줄이야! 나도 계집이었으면 진즉에 달려들었을 것을!”

    “이름이 뭐였더라? 주제에 성까지 붙이고 다녔었지 아마?”

    “페이지…… 아아! 프란 페이지!”

    “옳거니! 기억력도 좋으셔.”

    조나단의 험담에 이어 이번에는 이안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혹시 그놈도 마법사였나?”

    “이 사람, 무식하기는! 마법사 자식이라고 다 마법산 줄 아는가?”

    “그럼 아니여?”

    “오히려 자식 놈은 평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니까?”

    “얼씨구? 그걸 자네가 어찌 알아?”

    “에헴! 다 아는 법이 있지.”

    뚱뚱한 병사의 근거 없는 강연이 시작되는 가운데.

    비틀거리며 주점 밖 거리를 배회하는 조나단이었다.

    “내가……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심을 잡고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새끼 보는 앞에서 어미를 그냥…… 끄윽!”

    딸꾹질까지 해대며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크흐흐!”

    무엇을 상상하는지 음흉하게 웃는 조나단.

    놈의 발길이 어느덧 냇물 앞에 멈췄다.

    소변이 마려운 모양새다.

    “이건 또 왜 이렇게 안 풀려? 너도 내가 만만하냐? 엉?”

    급기야 애꿎은 허리띠한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이보다 어울릴 수 있을까.

    “끄윽! 아주 쌍으로 애원하게 만들어…….”

    “지켜보겠다고 했지?”

    등 뒤로부터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조나단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는 그때였다.

    “……!”

    “페럴라이즈.”

    조나단의 몸뚱이가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더 이상 돌아볼 수도, 도망을 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호흡뿐.

    “당분간은 움직이기 힘들 거야. 그런 마법이거든.”

    하나 저 앳된 목소리만으로도 정체를 깨닫기엔 충분했다.

    그 빌어먹을 꼬맹이, 이안이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어쩌겠다고?”

    “끄으으윽……!”

    어떻게든 움직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조나단.

    시퍼런 핏줄이 터질듯 곤두섰다.

    “그렇게 죽은 거야. 천한 부엌데기 아들한테 굴욕을 당했고, 그 굴욕감을 술로 달랬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들이부었어. 목격자야 주점에 많으니까.”

    모두 조나단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

    “아무리 취했어도 볼일은 좀 봐야겠는데, 냇가가 보이네. 돌도 적당히 미끄럽겠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겠다. 음, 확실히 위험하겠어. 만취 상태로는.”

    말을 마친 이안이 있는 힘껏 조나단을 밀어버렸다.

    첨벙!

    앞으로 고꾸라진 조나단의 얼굴이 물속으로 처박혔다.

    계속 뒀다가는 질식사를 면치 못할 터.

    “고민이 되더라. 이래도 되는 걸까, 손에 묻은 피를 지운답시고 용언까지 연구했는데.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겠다고, 올바른 선택을 하겠노라고.”

    조나단에게는 들리지 않을 이야기.

    “근데 아니었나 봐. 지금 너를 보니까 확신이 생겼어.”

    하나 이안은 계속해서 할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혼잣말일지도 모르겠다.

    “난 지우고 싶었던 게 아니야. 단지 내 손에 묻은 피를 남들이 볼 수 있다는 거, 그게 싫었을 뿐이지.”

    전쟁영웅의 필연적인 이면.

    무고한 이들까지 학살했다는 오명.

    조나단의 미미한 꿈틀거림이 그나마도 희미해졌다.

    “원망해. 용서하지 말고. 나한테 독 먹인 놈도 그러더군.”

    황제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남겼을까.

    어렴풋이나마 알 것도 같은 이안이었다.

    * * *

    이안이 돌아온 곳은 집이 아닌 여관이었다.

    두 모자의 오두막집은 아론의 덩치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인근 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모자가 한 방을 쓰고, 아론이 그 옆방에 묵었다.

    ‘머리 깨지겠네.’

    무사히 여관방으로 돌아온 이안.

    오는 내내 심각한 어지러움에 시달렸다.

    체내의 마나가 바닥이 나버린 부작용이었다.

    ‘페럴라이즈 한 번에 마나가 바닥날 줄이야.’

    두 번은 쓰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아직 ‘마나호흡’조차 시작하지 않은 12살 꼬마의 몸.

    마나의 총량이 얼마나 되겠는가?

    제아무리 8클래스에 오를 몸뚱이라도 한계는 있다.

    ‘이만한 게 다행이지.’

    붉은 심장이 붉은 피를 순환시키듯 마나하트는 마나를 축적 및 순환시킨다.

    물론 축적이 되는 마나의 한계치도 존재한다.

    마법사들끼리의 은어로는 통칭 ‘마나통’.

    지금 이안에게 필요한 건 오직 마나통의 성장뿐이었다.

    주문식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마나호흡부터 시작해야겠어.’

    마나통, 즉 한계치를 영구적으로 늘리는 방법들.

    그중 마나호흡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정도’였다.

    심장 속 마나하트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특수한 호흡법.

    특히 이안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마나호흡은 특별했다.

    아카데미의 호흡법과는 가히 비교 불허.

    ‘이따금씩 상상했었지. 이 호흡법을 일찍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무려 34살이 되던 해에 새로운 호흡법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시작했음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 보였거늘.

    ‘얼마나 더 높은 경지를 볼 수 있었을까.’

    어디 그뿐이랴?

    불세출의 천재가 곧 아카데미로 간다.

    황실과 상아탑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터.

    ‘온갖 엘릭서에 아티펙트까지 독식할 수 있다.’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감히 짐작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바로 시작해 볼까.’

    이안이 자리를 깔고 앉았다.

    어지러움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마나호흡은 필수였다.

    “후우우…….”

    혹시라도 어머니를 깨울라 숨 한 가닥조차 조심스러운 이안.

    문득 어머니의 맑아진 안색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뿐인 아들한테 일어난 경사 덕분일까.

    아까의 사건은 이미 잊어버리신 듯하다.

    ‘다행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첫날.

    이안은 안락함을 느끼며 마나호흡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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