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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화 (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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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3화

2. 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1)

“어머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천막 밖으로 달려 나간 이안.

그 뒤를 기사 셋과 파견마법사가 따랐다.

“쉿쉿! 쓰읍, 아양 떨기는. 수컷 손길 그리운 거 뻔히 다 아는데.”

“그, 그게 무슨……!”

듣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병사의 언사.

어머니의 몸에 손을 댄 모양이다.

“그러지 말고 들어봐. 과부 살이 7년이면 슬슬 잠자리 외로울 때도 됐잖아? 잠들기 전에 문만 살짝 열어두면 슬쩍 들어갈 놈들 많으니까…… 어?”

모욕적인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병사가 화들짝 놀랐다.

물론 전적으로 마법사와 기사들 때문이었다.

정작 베네사의 아들 이안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웬 소란인가?”

아론이라는 이름의 기사가 물었다.

저음으로 깔리는 목소리에 태생적인 근엄함이 느껴졌다.

“벼, 별일 아니옵니다! 부엌데기나 하는 천한 년이 주제를 모르고 기웃거리기에, 제가 따끔한 말로 한마디 해줬…….”

“천한 년?”

이안이 병사의 말을 자르고 나서자.

“이놈! 지금 귀하신 분들께 말씀을 올리는 게 보이지 않더냐?”

이안에게 호통을 치는 병사였다.

마법사와 기사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

뭐 이해는 한다. 신분제란 본디 그런 것이니까.

그렇다면.

“마법사님.”

“음?”

“저도 이제 마법사입니까?”

갑작스런 이안의 물음에 잠깐 말문이 막힌 마법사.

글쎄, 지금 저 꼬마를 마법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마법사 등록은커녕 아카데미 입학조차 멀었는데.’

아직 서류상으로는 마법사가 아니다.

하나 녀석은 마나의 운용을 스스로 깨우쳤다.

뿐인가? 1클래스에 해당하는 마법까지 부린다.

‘황실과 상아탑이 알면 난리가 나겠지.’

어떻게든 제국의 소속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꼬마를.

표현 그대로 시간문제일 터.

계산은 쉽게 끝났다.

“마법사가 맞다.”

파견마법사의 공식적인 인정.

순간 주변의 이목이 이안에게 쏠렸다.

그럼에도 이안은 동요하지 않았다.

묵묵히 할 말을 이어갈 뿐.

“그럼 제 신분은 어떻게 되는 거죠?”

“제국의 귀족과 동등하지.”

“어머니는요?”

“마찬가지다. 네가 원한다면.”

마법사의 대답과 함께 이번에는 기사들을 바라보는 이안.

“들으셨습니까? 저도, 제 어머니도, 지금부터 귀족입니다.”

스릉!

눈치 빠른 기사 아론이 가장 먼저 검을 뽑아 들자.

스릉! 스르릉!

나머지 두 명의 기사 또한 검을 뽑았다.

“귀족모독죄는 즉참에 해당한다.”

아론의 맹수 같은 목소리가 병사의 귀에 꽂혔다.

이안이 말하는 바를 정확히 인지한 결과였다.

“어…… 어?”

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병사.

눈알을 바삐 굴린 끝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 꼬마가 무려 마법사란다.

그리고 바네사는 저 꼬마의 어미다.

인즉…….

“히익!”

기겁하다 못해 침까지 질질 흘리는 병사.

“사, 사, 사, 사, 사, 살려주십쇼!”

재빨리 넙죽 엎드려 머리를 찧기 시작한다.

사죄의 대상은 마법사도, 기사도 아닌 이안이었다.

아까와는 달랐다.

“제발 하,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주신다면…….”

“왜 사과를 나한테 하지?”

“죽을 때까지 이 은혜를…… 예?”

이안이 턱짓으로 어머니를 가리키며 읊조렸다.

“사과 받을 사람은 따로 있을 텐데.”

“……아!”

눈치챈 병사가 이내 베네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방금까지 했던 행동을 똑같이 반복했다.

“하, 한 번만 살려주십쇼! 제발 한 번만!”

넙죽 엎드린 몸, 바닥에 쿵쿵 찧는 이마.

비굴한 음색이 가미된 목숨 구걸까지.

“이, 이안.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사과를 받는 어머니마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애초에 무성의한 사과도 받아줬을 거다.

이제야 생각이 난다.

‘그래, 어머니는 그런 분이셨지.’

놈의 목을 벤다면 도리어 어머니께서 악몽에 시달릴 터.

그러니 당장은 아니다. 당장은.

‘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번 생의 지표가 될 한마디가 가슴 깊이 새겨졌다.

‘지금은 어머니가 우선이다.’

새삼 울컥함을 느끼는 이안이었다.

전생에는 지금처럼 어머니를 보호할 수 없었다.

많은 것을 이해할 수도, 또 배려할 수도 없었고.

‘그때는 너무 어렸으니까.’

당시 이안은 마법아카데미에 갓 입학한 햇병아리였다.

마나의 기초적인 운용과 1클래스마법까지 독학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무서웠거든. 어린 마음에.’

책잡힐 일이 아닐까 싶었던 막연한 두려움.

결국 남들처럼 1년을 이론 수업으로 보내야만 했다.

아직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신입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당연히 귀족에 준하는 대우도 없었고.’

어머니는 모그리안 영지에 그대로 남으셨다.

부엌데기는 벗어났으나 단지 그뿐이었다.

1년이란 세월을 홀로 보내셨던 거다.

‘누릴 수 있는 것도 누리지 못하셨지.’

1년이 지나고 비로소 1클래스 마법사가 되었을 무렵.

드디어 귀족에 준하는 지위를 얻게 된 바로 그때.

어머니는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

대단한 아들을 두고 호사 한 번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채.

하나 지금부터는 다를 거다.

“후우.”

전생의 씁쓸함을 곱씹었던 이안.

그가 긴 숨을 뱉으며 병사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잘 들어.”

오로지 병사에게만 들리는 속삭임.

“너 같은 놈들이 어머니를 두고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어떤 더러운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다 알고 있거든.”

그리고 병사만이 볼 수 있는 섬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결코 어린아이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오늘 겪은 거, 본 거, 들은 거. 하나도 빠짐없이 전해. 너랑 똑같은 쓰레기들한테.”

목뼈가 빠질 정도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리는 병사.

놈의 덜덜 떨리는 두 눈에서 생존을 향한 열망이 느껴졌다.

“지켜보겠어.”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안이 기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쯤 하죠.”

그 한마디와 함께 기사들의 검이 거두어졌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사는 조금의 미움이라도 살까 여전히 목숨을 구걸했고.

“저 꼬맹이가 마법사라고?”

“부엌데기 아들이?”

“입 조심해. 저 양반 목 달아날 뻔한 거 안보여?”

사람들의 숙덕거림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당분간은 오늘의 일이 계속 회자되리라.

“마법사님. 혹시 더 받을 검사가 남아 있습니까?”

“……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머니가 많이 놀라신 것 같아서.”

“그렇게 하려무나. 아! 잠깐, 잠깐만.”

황급히 말을 바꾼 파견마법사가 기사 아론에게 말했다.

“아론 경, 경께서 저 아이를 호위해 주시오. 조만간의 일은 수정구로 연락을 드리겠소.”

아론 또한 순순히 마법사의 요청을 따랐다.

거부할 수도 없거니와 당연한 책무였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마법사님.”

어머니를 부축한 이안이 아론과 함께 일대를 빠져나갔다.

무려 황실기사의 호위를 받는 부엌데기 아들.

사람들은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여러모로 대단한 물건이 나타났구먼.’

그러한 파견마법사의 평가는 곧 황실과 상아탑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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