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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부터 의사 생활-7화 (7/257)
  • 7화 제2장 나는 유치원생이다 (2)

    승우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향은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갔다.

    “…….”

    승우는 양손으로 연신 가슴을 두드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숨을 쉬기 힘든 걸까?

    가슴이 답답한 걸까?

    승우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없어 이미향은 답답했다.

    “승우야, 가슴이 불편해? 제일 불편한 곳이 어디인지 선생님한테 말해 볼래?”

    승우의 겁에 질린 눈빛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승우는 무언가를 말할 것처럼 입술을 들썩거렸지만 끝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말도 못 하고 괴로워하는 손승우를 보고 있자니 이미향은 더 죽을 지경이었다.

    묵직한 돌덩이가 가슴에 얹힌 것만 같았다.

    말을 해야 아픈 곳을 알고 대처를 할 텐데…….

    “승우야, 말을 못 할 정도로 아파? 말을 해야 선생님이 도와주지.”

    그녀가 질문을 던지는 동안, 승우의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져 갔다. 처음에는 그래도 두 다리로 서 있더니 어느새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어느새 동료 윤미란이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윤미란은 그녀와 손승우가 처한 상황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승우가 많이 아픈가 봐요. 윤 선생님, 빨리 119에 신고해 주세요. 최 선생님 불러서 애들 이쪽으로 못 오게 막아 주시고요.”

    “네!”

    최 선생님까지 합류해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동안, 윤 선생님이 119에 전화를 걸었다.

    대처는 제법 빠른 편이었으나 승우의 상태는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그럼에도 이미향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파하는 승우를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등 뒤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오늘 처음 등원한 믿음이가 힘차게 두 손을 천장으로 뻗고 있었다.

    “이믿음! 조용히 안 해! 선생님, 지금 승우 보고 있잖아.”

    최 선생님이 믿음이를 제지했지만, 믿음이는 청개구리처럼 목청껏 외쳤다.

    “아이 참, 선생님! 저 아까 승우가 젤리 먹는 거 봤어요. 젤리가 목에 걸렸단 말이에요!”

    믿음이의 말에 이미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목에 젤리가 걸린 거였구나.

    맞아. 간식 중에 젤리가 있었지.

    그래서 말을 못 했던 거였어! 바보같이, 너무 당황했나 봐.

    “승우야, 빨리 토해! 선생님이 도와줄게.”

    이미향은 승우의 등을 힘차게 팡팡팡 두들겼다.

    * * *

    ‘이대로는 안 돼. 119가 올 때까지 못 버틸 것 같은데…….’

    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이들이 우르르 화장실로 달려가길래 따라가 봤더니 손승우가 가슴을 두드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간식 중에 젤리가 있었다는 점.

    목소리를 쉬이 내지 못하는 걸 보면, 손승우는 급하게 먹은 젤리가 기도에 걸린 게 분명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손승우가 젤리 먹는 것을 봤다고.

    내 말을 듣고서 이미향은 승우의 등을 열심히 두들기고 있었다.

    물론 이미향의 잘못은 없었다.

    아이가 눈앞에서 숨이 넘어가면 아주 단순한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기 마련이니까.

    공교롭게도 손승우는 아까 내게 시비를 걸었던 아이였지만.

    나는 손승우를 그리 미워하지는 않았다.

    실랑이를 벌인 후 쭉 지켜봤는데, 손승우는 심성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김지원이 나랑 놀아서 잠깐 질투를 느낀 듯했다.

    지금 중요한 건 질식한 손승우를 한시라도 빨리 살려 내는 것이겠지.

    “…….”

    승우는 고통스럽게 꺽꺽거렸으나 젤리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젤리는 점성이 있는 음식이라 기도에 걸리면 잘 빠져나오지 않았다.

    “이 믿음, 가만히 있으랬지! 선생님 진짜 화내는 거 보고 싶어?”

    최 선생님이 화장실로 뛰어가려는 나를 가로막으며 으르렁거렸다.

    덕분에 손승우에게 하임리히법, 복부 밀치기를 하려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손승우를 구할 수 있는 처치를 아는 사람은 유치원에서 오직 나뿐인데 그걸 할 수가 없다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환생한 전생의 흉부외과의라고 밝힐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눈앞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있고.

    등 뒤에서 호랑이가 쫓아오면 바로 이런 기분일까.

    “승우야. 빨리 토해!”

    이미향의 다그침은 한낱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되어 허공에 흩어질 뿐이었다. 승우의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었다.

    등을 치는 처치로 젤리를 빼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생각을 해, 이믿음. 방법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내가 가진 무기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는 거야.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보니 불쑥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선생님, 저희 엄마가 간호원인데요…….”

    “응? 간호원?”

    나를 가로막은 채 눈을 부라리던 최 선생님의 눈빛이 살짝 너그러워졌다.

    “네, 엄마가 그랬는데 음식이 목에 걸리면 아픈 사람의 가슴과 배 사이에 주먹을 두고 힘껏 밀어 올리라고 했어요.”

    “확실해?”

    “네! 진짜예요. 친구가 아프면 그렇게 도와주라고 했어요.”

    승우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나는 소리 높여 대답했다. 이제 정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골든타임이 지나가면 명의가 아니라 명의 할아버지가 와도 환자를 못 살린다.

    “엄마한테 배운 방법인데, 제가 승우한테 해 줘도 돼요?”

    어머니가 간호원이라는 사실.

    내 설명이 유치원생의 입에서 나오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이라는 사실에 최 선생님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계획한 단 하나의 손승우 구출 방법.

    “그래도 안 돼.”

    벽창호 같은 최 선생님의 대답에 나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선생님, 저러다 승우 죽어요!”

    “안 된다는 거지, 안 한다는 게 아니야. 믿음이 너 대신 선생님이 처치할게. 넌 너무 어려.”

    “…….”

    “이 선생님, 저랑 교대하시죠.”

    “네?”

    “믿음이 어머니가 간호원이라시는데 방금 처치법을 들었어요. 제가 어떻게든 해 볼게요. 119 대원이 올 때까지 뭐라도 해 봐야죠.”

    이미향과 최 선생님은 졸지에 배턴터치를 했다.

    “믿음아, 방금했던 설명 다시 해 볼래?”

    “승우의 가슴과 배 사이에 주먹을 올리고 힘껏 밀어 올리세요.”

    “이러면 되는 거지?”

    최 선생님은 승우의 등 뒤로 돌아가서 승우의 배꼽과 가슴 사이에 왼 주먹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왼 주먹을 단단하게 쥐었다.

    말로만 들은 것치고는 퍽 괜찮은 자세였다. 사실 하임리히법이 그리 어려운 처치가 아니기도 했고.

    나는 최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 그녀의 손에 승우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내가 직접 하임리히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최 선생님의 입장에선 6살인 내가 못 미더워 보이는 것도 사실일 테니까.

    나는 내가 고작 6살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선생님, 그 자세에서 주먹을 밀어 올리세요.”

    “알았다. 합!”

    기합과 함께 최 선생님이 힘차게 주먹을 밀어 올렸다.

    “허어억!”

    승우의 연약한 육신이 격하게 꿈틀거렸다.

    “선생님, 다섯 번 연속으로 하랬어요. 다섯 번 하고 상태 확인하고 또 다섯 번 하고 상태 확인하고.”

    “알았어.”

    최 선생님은 내 말대로 다섯 번 연속으로 하임리히법을 시도했다.

    처치는 깔끔했으나, 안타깝게도 차도는 없었다. 승우는 여전히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초조함에 저절로 다리가 떨렸다.

    조약돌만 한 손바닥에서 진득한 식은땀이 묻어났다.

    ‘비장의 무기를 써야 하나?’

    기도 질식 환자의 경우, 진공청소기를 석션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진공청소기의 머리 부분을 떼고 노즐을 환자의 입속으로 넣는다.

    다만 이때 노즐이 혀를 빨아들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노즐을 너무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 넣어 구토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나라면 할 수 있지만,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거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일 텐데…….’

    최후의 수단은 너무 위험했다.

    유치원생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선생님들이 그런 과격한 치료법을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지니 자꾸 거실에 놓인 진공청소기에 눈이 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커어어억!”

    승우의 목구멍에서 보랏빛 젤리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다행히도 비장의 무기를 쓰기 전에 최 선생님의 하임리히법이 빛을 본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젤리를 뱉어 낸 승우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파리했던 낯에 차차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와! 승우가 살았다.”

    “선생님이 승우를 살렸어!”

    “우와, 멋있다!”

    이미향 뒤에서 상황을 훔쳐보고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하임리히법을 펼쳤던 최 선생님도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중년인 나조차 울컥했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은 이렇듯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형언하기 힘든 감동이 있다.

    애초에 내가 흉부외과의를 꿈꾼 것도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 아니었던가.

    아버지처럼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 싶어서 말이다.

    감동의 도가니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나는 힘겹게 숨을 쉬는 승우에게 다가갔다.

    저승의 문턱까지 밟았다가 겨우 이승으로 돌아온 아이의 눈은 공포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여섯 살밖에 안 된 꼬맹이가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니 그 얼마나 두렵고 불안했을까.

    비록 목숨은 건졌더라도 오늘의 일은 승우의 인생에서 평생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괜찮아. 이제 안심해.”

    나는 다정하게 승우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어어엄마~~.”

    손승우는 내 품에 안겨 세상 서럽게 울었고, 나는 그런 손승우를 내 새끼처럼 가슴에 품었다.

    * * *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주택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그 요란한 소리에 주민들은 호기심에 창문을 열고 앰뷸런스를 힐끔거렸다.

    “원생이 가슴을 두드리면서 숨을 못 쉰다면서요? 아이는 어디 있어요?”

    구급 대원 장태석은 신발도 벗지 않고 유치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했지만, 도로가 막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10분이 걸렸다.

    아이가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게… 어찌어찌하다 보니 잘 해결이 됐네요.”

    최진희라는 이름의 명찰 목걸이를 찬 선생님이 현관에서 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알고 보니까 원생이 젤리를 먹다가 목에 걸렸나 봐요. 처음에는 등을 두들겼는데요.

    “네.”

    “원생 중에 어머니가 간호원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원생이 응급 처치법을 알려 줘서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목에 걸렸던 젤리가 툭 하고 튀어나오더라고요.”

    “응급 처치법이라면 무슨 처치를 말씀하시는 거죠?”

    “등 뒤로 돌아가서 이렇게 복부를 밀어 올리는 거요.”

    최진희가 몸소 시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장태석은 그것이 하임리히법임을 알아차렸다.

    하임리히법은 1974년 처음 개발된 것으로, 일반인들이 알기는 어려운 처치법이었다.

    구급 대원이나 의료 관계자들만 알고 있을 뿐,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은 시기였다.

    “하늘이 도왔네요. 부모가 간호원인 아이가 있었던 데다 그 아이가 하임리히법까지 알고 있었다니…….”

    “하임… 뭐요?”

    “하임리히법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복부 밀어 올려 치기입니다.”

    “듣고 보니 말이 되네요. 복부 밀어 올려 치기.”

    “그럼 아이는 이제 문제없는 거죠?”

    “네, 지금은 잘 쉬고 있어요.”

    선생의 답변에 장태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손에 들린 구급함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나, 기도 질식은 마냥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었다.

    의료진의 기관 삽관과 앰부 배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때도 있고, 최악의 경우 윤상갑상막 절개술이라는 외과적인 처치가 필요하기도 했다.

    “일단 아팠다는 아이를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상태를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럼요.”

    장태석은 그제야 신발을 벗고 최진희를 따라 접수된 아이에게로 향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아이가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의 곁에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큰 놈이 접수된 손승우.

    작은 놈이 어머니가 간호원이라는 이믿음이었다.

    “애야, 몸은 좀 어떠니? 아픈 데는 없고?”

    손승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장태석은 손승우에게 다가가 손승우가 입을 벌리도록 시킨 뒤 펜 라이트로 목구멍을 살폈다.

    목구멍은 멀쩡했다.

    하긴 멀쩡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지금까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숨 쉬는 건 불편하지 않고?”

    “…지금은 괜찮아요.”

    “앞으로 젤리나 떡 같은 거 먹을 때는 조심해야 된다. 잘못해서 목에 걸리면 오늘처럼 크게 고생해.”

    “네, 앞으로 젤리 같은 거 안 먹을 거예요.”

    “그래. 그건 그렇고, 네가 어머님이 간호원이라는 아이지?”

    “맞아요.”

    이믿음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다른 아이들의 눈과 달리 이믿음의 눈에서는 노련한 관록 같은 것이 묻어나왔다.

    순간 ‘영특’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임리히법, 그러니까 배를 미는 방법은 어떻게 알았니?”

    “엄마가 간호원인데 저한테 가르쳐 줬어요. 친구가 아프면 해 주라고.”

    “그럼 한 번 본 걸 제대로 기억했던 모양이구나. 네 나이에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야.”

    장태석은 감탄하며 혀를 찼다.

    유치원생이 한 번 본 하임리히법을 정확히 기억하고 어른에게 알려 준다?

    이건 누가 봐도 상식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기도 질식한 아이를 살린 건 어쩌면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라 이믿음이라고 봐도 무관했다.

    “저는 커서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될 거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외워 뒀어요.”

    “똘똘한 녀석. 넌 분명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될 거다. 아저씨가 보증할게.”

    “보증 서는 거 안 좋은 건데요.”

    “어린 녀석이 보증도 알아?”

    “네, 보증은 안 좋은 거예요.”

    “아저씨가 말한 보증은 그런 보증이 아닌데?”

    “그것도 알아요.”

    이믿음은 농담이었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다 큰 어른하고 말장난을 하다니, 확실히 범상치 않은 아이이긴 했다.

    “어쨌거나 네 덕분에 아저씨도 수고를 덜었구나. 고맙다.”

    이믿음의 머리를 쓸어 준 장태석은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손승우가 이상 없다고 알려 준 뒤 유치원을 나왔다.

    발걸음이 후련했다.

    “왜 선배 혼자 나와요? 아이는요?”

    스트레처카를 펼치던 후배가 놀란 부엉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멀쩡하다. 카 접어라.”

    “그럼 멀쩡한데, 신고한 거예요?”

    “아니. 굳이 따지자면 안 멀쩡했다가 멀쩡해진 거지. 아주 기가 막힌 일이 있었어.”

    장태석은 유치원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후배에게 그대로 전해 주었다. 후배도 그와 마찬가지로 기절초풍했다.

    “와! 유치원생이 하임리히법을 기억한다고요?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이러니까 세상이 요지경이란 소리를 듣지. 이번엔 좋은 쪽이었지만 말이야.”

    장태석은 후배와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상황실로 복귀했다.

    그가 이믿음과 다시 마주치게 된 것은 좀 더 먼 훗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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