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권. 현장 체험 (224/225)

┃현장 체험

여동생인 최현아와 여조카인 백소희 그리고 딸인 최윤희.

모두 여자아이다 보니 함께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함께 목욕탕 가기, 운동하기, 게임하기, 만화방 가기 등등.

운동이나 게임 그리고 만화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여동생인 최현아와 여조카인 백소희는 그런 것들과 거리가 멀었다.

이에 현성은 종종 남자아이인 조카 백소현과 함께 목욕탕도 가고 PC방도 가고 운동도 했다.

‘역시 남매가 좋아.’

딸도 좋고 아들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둘 다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윤희가 외로울 수도 있으니까 하나 더 낳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쉽지가 않네.’

현성은 최윤희를 갖기 전부터 피임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건 최윤희를 낳은 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첫째인 최윤희를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일까?

둘째 역시도 도통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현성이 조카인 백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

“어, 소현아. 학교생활은 괜찮아?”

-네, 괜찮아요.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오래간만에 같이 PC방이나 가자고.”

-좋아요.

“그럼 삼촌이 데리러 갈게.”

-아뇨, 그냥 걸어갈게요. PC방에서 만나요.

“그래, 알았다.”

뚝!

통화를 마친 현성이 PC방으로 향했다.

“삼촌!”

“왔냐?”

현성과 백소현이 PC방 앞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PC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했다.

현성과 백소현은 RPG 같은 레벨링 게임보다는 단판 승부가 가능한 AOS 계열 게임을 좋아했다.

두 사람은 듀오를 맺고 게임에 열중했다.

“소현아!”

“잡았어요!”

“나이스!”

봇 듀오를 선택한 두 사람이 게임을 압도해 가기 시작했다.

백소현은 원체 게임을 잘했다.

현성의 경우는…….

못하고 싶어도 못할 수가 없었다.

게임 이해도가 조금 떨어졌지만 기본적인 피지컬 자체가 넘사벽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현성과 백소현은 연승 가도를 달리며 게임을 즐겼다.

그때 백소현의 친구에게서 귓말이 날아왔다.

-소현아, 이번 판 끝나면 우리랑 같이 하자.

백소현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친구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지금 삼촌이랑 같이 듀오 하는 중이라서. 우리 삼촌하고 같이해도 괜찮겠어?

-실력은 좋으시냐?

-다이아.

-오오오! 대박! 나야 무조건 좋지. 랭겜 하자. 인원수도 딱 맞는다. 나 지금 성우랑 지훈이랑 같이 있거든.

-그럼 히드라 피시방으로 와. 나 거기서 게임 중이거든.

-알았다.

게임은 금방 끝났다.

“삼촌, 제 친구들이 같이하자고 하는데, 랭겜 5인큐 돌려도 괜찮을까요?”

백소현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친구들 티어가 좀 낮아요.”

백소현이 미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괜찮아.”

현성은 티어에 집착하지 않았다.

이건 어차피 백소현과 함께 놀기 위해서 만든 부계정이었으니까 말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올 거예요.”

백소현의 말처럼 친구들은 금방 왔다.

“안녕하십니까!”

백소현의 친구 셋이 도착했다.

“일단 자리부터 옮기자.”

현성은 피시방 내부에 마련되어 있는 특별룸으로 장소를 옮겼다.

특별룸은 대회에서 프로 게이머들이 경기를 하는 것처럼 다섯 명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밀폐된 공간이었다.

당연히 일반 자리보다는 비용이 비쌌다.

“오늘 PC방비는 걱정하지 마.”

현성이 쭈뼛거리는 백소현의 친구들에게 말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시키고.”

“감사합니다!”

백소현의 친구들이 환한 얼굴로 특별룸에 들어가 이런저런 간식을 시켰다.

그리고 랭겜 5인큐가 시작되었다.

‘못하네.’

현성은 백소현의 친구들이 정말 정말 게임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현성과 백소현이 꾸역꾸역 성장해 게임을 터트리는 경우가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소현이랑 같이 노는 거 자체가 재미있는 거지.’

현성은 조카인 소현이와 함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거기다 친구들까지 끼어 있으니 더 신이 났다.

소현이 친구들에게 삼촌의 위엄을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PC방비도 내주고 먹을 것도 사 주고 게임도 잘하는 삼촌.

충분히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그런데 채팅이 너무 더럽네.’

현성은 채팅창을 꺼 버렸다.

팀 대화는 팀 보이스로 하면 되니 굳이 채팅창을 볼 필요는 없었다.

그러던 중 한 팀과 다시 한번 붙게 되었다.

랭겜에서 한번 만났었는데, 상대가 승복하지 못하고 리겜을 요구한 것이다.

백소현과 친구들이 승낙했는지 리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리겜 경기는 더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실력 차이가 심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현성과 백소현 듀오의 활약으로 어떻게든 승기를 가지고 왔다.

상대가 리겜을 요구했는지 계속해서 같은 이들과 게임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연전연승이었다.

상대의 성향과 실력을 알게 되니 오히려 더 손쉬운 승리를 가지고 온 것이다.

‘재미있네.’

현성도 연승을 하니 신이 났다.

승패에 크게 연연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기면 기분이 좋은 게 당연했다.

결국 상대 팀이 백기를 들었는지 다시금 랭겜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덜컹!

특별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

‘뭐지?’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보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성이 잔뜩 난 얼굴로 서 있었다.

“여기 특별룸인데요? 다른 자리 없어요.”

학생은 현성의 말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X발, 진짜 있었네.”

“그러게. 이 중삐리 새끼들 간도 크네.”

“너네 이제 죽었다고 복창해라.”

그리고 온갖 욕설을 토해 냈다.

“너희들 뭐야?”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말투도 바뀌었다.

먼저 존대를 해 줬음에도 반말을 하는 놈들에게는 똑같이 대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뭐긴 뭐야! 아까 게임 했던 사람이지.”

“왜? 찾아오라고 해 놓고 막상 찾아오니까 쫄리냐?”

순간 현성은 멍해졌다.

‘아까 게임했던 사람?’

현성이 백소현과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백소현과 친구들은 잔뜩 긴장해서 얼어 있었다.

“저기, 그게 삼촌, 어떻게 된 거냐면요.”

백소현이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게임을 하다 자연스럽게 채팅으로 부모님 안부를 묻는 욕설이 나왔다.

그러던 중 상대가 너네 어디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에 친구 중 하나 당당하게 XX동에 있는 히드라 피시방 특별룸이라고 대답을 해 줬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백소현이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침 저 녀석들이 근처에 살던 놈들이었던 것 같았다.

“하아!”

현성의 입에서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현피라니.’

루시아와의 신혼여행 때 1레벨 플레이어들이 현피를 벌이는 광경을 목격하기는 했다.

그러면서 저런 한심한 놈들이라 욕을 했다.

한데 현성 자신이 현피의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용히 따라 나와라.”

현피를 하러 온 학생들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으르렁거리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백소현과 친구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얘들이 욕한 건 내가 대신해서 사과하마. 그러니까 그냥 곱게 가라. 어차피 너희들도 잘한 건 없잖아.”

현성이 학생들에게 말했다.

“킥!”

“뭐? 대신해서 사과하마? 사과하마?”

“누구한테 곱게 가라 마라야. 이 새끼 웃기는 놈이네?”

“나이는 좀 있어 보이는데, 쫄았나 봐.”

학생들이 더 기고만장해서 날뛰자 현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오래간만에 만난 조카 백소현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기에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던 듯싶었다.

‘이런 놈들은 소현이나 친구들 아니었어도 또 이런 짓을 했을 거야.’

사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일반인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대놓고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려고 한다는 건.

저놈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일에 익숙하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옷에서 담배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양아치네.’

딱 봐도 골목길에 담배를 물고 쓰레기 짓을 하던 놈들 같았다.

“내가 잘못 생각했네.”

현성의 중얼거림에 양아치들의 표정이 의기양양해졌다.

“그치? 실수한 거 같지?”

“형, 돈 많아? 특별룸에서 게임하는 거 보니까 그런가 보네. 그럼 우리 용돈 좀 줘.”

“그래, 한 50만 원 정도 주면 그냥 넘어가 줄게.”

양아치들의 중얼거림에 현성은 확신을 가졌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번 확인해 보자.’

현성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 결과는…….

현성의 예상대로였다.

술과 담배는 예사였다.

사실 그 정도면 이해한다.

술은 집에서 마셨고 담배도 골목길 같은 곳에서 피웠으니까.

술과 담배는 자기 몸을 망치는 거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 건 아니다.

문제는 폭행과 갈취였다.

학교 안에서나 학교 밖에서 폭력을 휘둘렀고 다른 학생들의 돈까지 빼앗았다.

심지어 술에 취한 사람을 퍽치기하기도 했다.

역시 이놈들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종류의 인간들이 아니다.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존재다.

퍼억!

현성이 가볍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털썩!

그 순간 전면에 있던 양아치가 코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의기양양하던 양아치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쓰레기를 봤으면 치워야 하는데, 귀찮아서 대충 넘길 뻔했어.”

현성이 말을 이어 나가며 주먹을 휘둘렀다.

퍽! 퍽! 퍽! 퍽!

남은 네 명의 양아치들도 주먹 한 방에 그대로 코피를 쏟으며 기절했다.

“…….”

백소현과 친구들이 멍한 얼굴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성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경찰이 출동했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지?”

“정당방위입니다. 저 녀석들이 제가 사적으로 임대한 룸에 들어와서 위협과 협박 그리고 금품 갈취를 시도했습니다. 돌아가라고 했는데도 듣지 않아서 직접 제압했습니다.”

현성의 말에 경찰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서로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경찰의 말에 현성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뜯어고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였다.

현성은 정당방위와 쌍방폭행에 대한 규정도 손봤다.

사실 한국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 많았다.

강도가 남의 집 담을 넘어 도둑질을 하다 집주인과 격투를 벌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강도가 집주인에게 맞아 사망했다.

법은 과잉 방어라고 판단해 집주인을 감옥에 집어넣었다.

강도가 집에 들어와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위협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에게 저항하기 위해 팔을 휘둘렀는데 쌍방폭행으로 처리했다.

폭행당하고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서서 폭행범을 제압했다.

그런데 오히려 폭행범을 제압한 사람이 폭행죄로 잡혀간다.

스토킹을 하는 범죄자가 살해 협박을 하는데 아직 살인을 저지른 건 아니니까 훈방 조치한다.

현성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도가 침입했다면?

집주인이 강도를 폭행했든 살해했든 무죄여야 한다.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팔을 휘둘러 저항했다면?

쌍방폭행이 아니라 일방폭행이 되어야 했다.

폭행범을 폭력으로 제압한다면?

역시 무죄여야 했다.

스토킹을 하거나 살해 협박을 한다면?

훈방이 아니라 감방에 처넣어 두 번 다시 그런 협박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현성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당방위와 쌍방폭행을 원했다.

사실 현성이 요구한 것들 중에는 진실의 계약이 없다면 실행이 힘든 일들도 있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양측의 주장이 다르다면 문제가 생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성이 진실의 계약을 대거 보급해 준 덕분에 그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소현이 너는 친구들이랑 그만 집으로 들어가.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네, 삼촌.”

백소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백소현은 자신의 삼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소현의 친구들은 달랐다.

“삼촌, 저희도 같이 가요.”

“저희가 증인 해 드릴게요.”

백소현의 친구들이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잘못은 자신들이 했는데 백소현의 삼촌이 경찰서에 가게 생겼으니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니까 돌아가. 진실의 계약 스킬이 있으니까 증인 같은 건 필요 없어.”

현성이 거듭 권하자 결국 백소현의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가시죠.”

현성의 말에 경찰들이 쓰러진 양아치 다섯 명을 부축해 경찰차에 태웠다.

‘어떻게 하나 보자.’

현성은 일부러 변호사도 부르지 않았다.

일반인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경찰이 어떻게 대처할까?

그걸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해 본 현장 체험은 꽤 충격적이었다.

“선생님, 증거가 없다니까요. CCTV 정보로도 선생님이 갑자기 폭행하신 거밖에 안 나옵니다.”

경찰의 말에 현성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새롭게 강화된 정당방위는 그 범위가 꽤 넓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폭행이나 살인을 하겠다고 협박을 가하면?

먼저 공격해서 상대를 때려눕혀도 무죄였다.

증거나 증인이 없다고 해도 문제는 없다.

진실의 계약 스킬을 가진 담당 경찰관이나 검찰 수사관이 있으니까 말이다.

신고만 해도 해결된다.

경찰이 출동하면 사건 당사자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서 진실의 계약 스킬을 가진 담당 경찰관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고 처벌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그냥 실수로 잘못 들어간 것뿐인데, 갑자기 폭행했어요.”

“당장 저 자식 콩밥 먹여요!”

“이건 묻지 마 폭행이나 마찬가지라고요!”

현성의 주먹에 맞았다가 정신을 차린 양아치 다섯 명은 경찰서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진실의 계약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 경찰관분을 불러 주십시오.”

현성의 요구에 경찰이 얼굴을 찌푸렸다.

“참나, 그분들이 이런 사소한 폭행 사건에 출동할 정도로 한가한 분들인 줄 아세요?”

“사소하다고요?”

“네.”

“그래도 불러 주시죠.”

“못 불러 드립니다. 그분들은 큰 사건 해결하시느라 바쁩니다.”

경찰관의 대답을 들은 현성은 기가 막혔다.

그간 현성이 국가에 지급해 준 진실의 계약 스킬북의 수량은 무려 5천 개가 넘었다.

전국에 있는 동은 고작 2천여 개 남짓이다.

그럼 경찰과 검찰이 나누어 가지고 특별수사부 같은 곳에 더 많은 수량을 배치했다고 해도 최소한 한 동에 진실의 계약 스킬을 익히고 있는 플레이어 경찰관이 한 명 이상은 배치되어야 했다.

도대체 한 동에 사건 사고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기에 사소한 폭행 사건에 출동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럼 진실의 계약 스킬을 익힌 플레이어 경찰관은 어떤 경우에 출동하십니까?”

“살인이나 강간 같은 중대 범죄에 연루된 경우에만 출동합니다.”

담당 경찰관의 대답에 현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진실의 계약 스킬북을 5천 개나 뿌렸겠는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큰 사건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사소한 분쟁에 팍팍 사용하라는 뜻에서 그렇게 뿌린 것이다.

한데 이게 뭔가?

“그럼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가진 경찰관이라도 불러 주십시오.”

현성은 사이코 메트리 스킬도 경찰과 검찰에 지급해 주었다.

강력 범죄나 증인이나 용의자가 없는 범죄 수사를 위해서였다.

“그분들도 바쁘십니다.”

경찰관의 대답에 현성이 고개를 푹 숙였다.

속에서 열불이 치솟아 올랐다.

‘마무리되면 경찰청장부터 면담해 봐야겠어.’

정말 중대 범죄에만 진실의 계약 스킬을 익힌 플레이어 경찰관을 동원했다면?

그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였다.

“아이고! 우현아, 이게 무슨 일이니!”

“우리 아들 얼굴이 왜 이래?”

“누가 이랬어? 우리 귀한 아들한테 누가 이랬냐고!”

그때 양아치들의 부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경찰서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그 부모에 그 자식들이네.’

부모가 자식을 꾸짖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자식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저러는 걸까?

‘그럴 리가.’

저놈들은 하루 이틀 저 짓거리를 한 게 아니었다.

현성이 양아치들의 부모에게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사용했다.

‘역시나 그렇구만.’

양아치들의 부모들 역시 양아치였다.

양아치의 부모들은 그간 경찰서를 한두 번 들락날락한 게 아니었다.

이번이 조금 다르다면 가해자의 부모가 아니라 피해자의 부모로 호출받았다는 점이다.

‘그간 자식들의 행적을 생각한다면 누가 잘못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저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살펴보니 그동안 돈과 권력으로 자식들의 사건을 덮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현성은 계속해서 양아치 부모들의 과거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왜 이렇게 일이 지연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유지가 한 놈 끼어 있었네.’

양아치들의 부모 중 한 명이 이 동네의 유지였다.

제법 큰 규모의 기업을 운영하는데, 재산도 꽤 있고 인맥도 상당했다.

그리고 그 인맥 중에는 검찰과 경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다 정리된 줄 알았는데 미비한 점이 있었네.’

과거 현성의 닦달에 정부는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한 플레이어들로 수사대를 꾸려 대대적인 비리 숙청에 나선 적이 있다.

그때 관행, 전관예우, 정경 유착 등등의 비리를 싹 쓸어버렸다.

한데 그때 미쳐 다 쓸어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본래 기업에서 검찰과 경찰을 포섭하는 방법 중 가장 흔한 게 바로 재취업이었다.

검찰과 경찰이 현직에 있을 때 기업이나 오너 일가의 편의를 봐준다.

그럼?

그 대가로 퇴직한 후 높은 연봉을 받고 해당 기업이나 하청 기업에 이사나 상무로 재취업을 한다.

재취업한 이들은 현직에 있는 검찰과 경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현직에 있는 이들의 충성심을 상승시킬 수 있다.

선배들이 챙겨 먹는 것을 봤으니 자신들도 챙겨 먹기 위해 해당 기업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이에 현성은 그런 식의 재취업을 막았다.

그런데 이놈들이 꼼수를 썼다.

직접 취업하는 게 아니었다.

은퇴자가 직접 회사를 차리면 기업에서 하청을 주는 식으로 꼼수를 부렸다.

하청 업체에 취직시켜 주는 게 아니라 하청 업체를 차리면 일거리를 주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것도 막아야겠네.’

진짜 능력이 있어서 검찰과 경찰 퇴직자들이 차린 기업에 하청을 줬는지 아니면 보은 차원에서 줬는지는 진실의 계약 스킬만 있으면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어린놈의 새끼가 커서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폭력을 써!”

“저 자식 당장 감방에 처넣어요!”

현성이 자신들의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양아치의 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 증거나 증인 없으시죠?”

“진실의 계약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 경찰관을 불러 주세요.”

현성이 마지막으로 경찰에게 기회를 줬다.

“바빠서 못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경찰은 그런 현성의 기회를 발로 차 버렸다.

“선생님의 주장은 증거도 없고 근거도 없습니다. 그럼 저희 입장에서는 선생님을 폭행죄로 구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은 현성을 유치장에 처넣을 생각이었다.

현성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현장 체험을 끝마칠 생각이었다.

‘경찰청장 면담으로는 안 되겠어.’

경찰청장이 아니라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경찰뿐만이 아니라 검찰도 개입이 되어 있는 정황이 확인되었다.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을 둘 다 면담하느니 대통령 한 명만 면담하는 게 편할 것 같았다.

현성이 막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려는 찰나.

경찰서 문이 열리며 백소현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신지?”

경찰이 의아한 표정으로 백소현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을 바라봤다.

“아까 사건 현장에 같이 있었던 증인입니다!”

“증인요?”

“네, 증인요.”

“게임하다가 채팅으로 싸움이 벌어졌는데. 먼저 저 사람들이 욕하고 시비 걸었어요.”

“맞아요. 저희도 욱해서 욕하기는 했지만 먼저 욕한 건 저 사람들이에요.”

“또 PC방에서 찾아와서 저희를 폭행하려고 했어요.”

“돈도 50만 원 내놓으라고 했어요.”

“소현이 삼촌은 저희 지켜 주려고 저 사람들이랑 싸운 거예요!”

백소현의 친구들이 일제히 말을 토해 냈다.

한편 현성은 조카 백소현의 친구들이 부모님까지 데리고 경찰서로 오자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기특하네.’

그래도 참 기특하기는 했다.

생각도 깊었다.

자신들끼리 온 게 아니라 부모님까지 모시고 왔으니까 말이다.

PC방에서 게임하다 현피를 했다.

당연히 부모님에게 혼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소현의 친구들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부모님을 데리고 경찰서까지 왔다.

‘친구들을 잘 사귀었네.’

조카 백소현이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한편 경찰은 얼굴을 구겼다.

일이 다 해결되어 가는데 갑자기 꼬였기 때문이다.

“뭘, 웃고 있으십니까? 저런 어린아이들 증언이 효력이 있을 거 같습니까?”

현성이 웃는 모습을 본 담당 경찰관이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거기다 선생님, 조카분 친구들인 것 같은데 이렇게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경우에는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경찰의 말에 이번에는 백소현 친구들의 부모가 나섰다.

“지금 우리 애가 거짓말을 한다는 겁니까?”

“게임 채팅 기록은 확인해 봤어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편파적인 수사를 합니까?”

경찰서가 더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경찰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시비비는 수사 과정에서 밝히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돌아들 가시죠. 지금 이 자리에서 떠드셔 봤자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경찰서장이 백소현 친구들의 부모들에게 말했다.

“학생들 증인하고 싶다고 했지? 일단 진술서 작성하고 집으로 가. 조사에 필요하면 증인으로 부를 테니까.”

경찰서장의 말에 백소현의 친구들이 진술서를 작성했다.

“저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백소현 친구의 부모 중 하나가 현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일단 폭행죄를 저질렀고 현행범인 만큼 구속할 생각입니다.”

“아이들의 증언이 있지 않습니까?”

“친분 관계도 있고 피해자들의 의견과 상반되는 만큼 당장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추후 진실의 계약 스킬을 가진 경찰관을 불러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경찰서장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결국 백소현 친구들의 부모도 물러났다.

당장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연락 주십시오.”

“우리 애 때문에 시작된 일에 휘말리셔서 이렇게 피해를 보시게 되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백소현 친구의 부모들이 현성에게 사과를 한 뒤 물러났다.

현성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일반인인 그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부모님 성품이 좋으니 자식들 성품도 좋구나.’

백소현의 친구들이 개념이 있는 것은 인성이 좋은 부모에게 보고 배웠기 때문이리라.

저 양아치들과 다르게 말이다.

“저 폭행범 자식 당장 유치장에 처넣어!”

백소현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이 사라지자 경찰서장이 화난 얼굴로 외쳤다.

“아무 죄도 없는 나를 유치장에 집어넣으시겠다? 근거가 뭐야? 난 죄 없어.”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찰서장을 노려보며 물었다.

“당신이 죄가 없기는 왜 없어? 당신은 미성년자들을 폭행하고 현행범으로 잡혀 온 거야!”

“그 신고 내가 했는데?”

“아까 왔던 학생들하고 말을 맞추고 신고했겠지. 그리고 어디서 어린놈이 자꾸 반말이야?”

경찰서장이 역정을 내며 으르렁거렸다.

“너도 반말하잖아.”

“네가 너 같은 범죄자 놈이랑 같은 줄 알아! 거기다 나는 어른이잖아! 어른!”

경찰서장은 권위 의식이 넘치는 듯했다.

나이도 엄청 따지는 것 같고 말이다.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벌써부터 꼰대 짓을 하네.”

현성은 양아치들을 처음 봤을 때 존대를 해 줬다.

사회적 지위, 나이와 상관없이 그게 맞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서장은 그게 아닌 듯했다.

참고로 나이는 경찰서장보다 현성이 월등히 많았다.

“뭐, 뭐?”

한편 현성에게 새파랗게 어린놈 소리를 들은 경찰서장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그 당황은 곧 분노로 변했다.

“저 자식 당장 유치장에 집어넣지 않고 뭐 하는 거야?”

경찰서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경찰들이 현성에게 다가왔다.

“가시죠.”

경찰들의 말을 현성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강제로 연행해!”

경찰서장의 외침에 경찰들이 현성의 몸을 강제로 제압하고 유치장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명의 경찰이 달라붙어도 현성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왜 안 움직이는 거야?”

“일반인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플레이어?”

경찰들이 용을 쓰는 사이.

현성은 느긋하게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유치장에 왜 가.’

현성은 짓지도 않은 죄목으로 유치장에 들어갈 생각이 1도 없었다.

저녁에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윤희랑 놀아 주기로 약속했는데.’

딸 최윤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치장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최윤희와의 약속이 없었다면?

유치장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현성 자신이 짓지도 않은 죄목으로 유치장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기는 했으니까 말이다.

아마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세계가 뒤집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아, 최현성 플레이어,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전화를 받은 대통령이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현성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문제 제기를 할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현성이 한번 문제 제기를 하면?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당분간 죽었다고 생각하고 갈려 나가야 했다.

“제가 지금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유치장에 들어가게 생겨서요. 정치를 어떻게 하시기에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겁니까?”

현성의 물음에 대통령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 말문이 막히는 걸 넘어서서 인지 부조화가 일어났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유치장에 들어간다?

그것도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그건 나라 망신이다.

아니, 망신을 당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포함한 정계 전체가 물갈이될지도 모른다.

-도,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XX동 경찰서장이요.”

현성의 대답에 대통령은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아마 반쯤 넋이 나간 것 같았다.

현성은 대통령의 넋이 나가거나 말거나 자신이 할 말만 했다.

“제가 어떤 일을 겪었냐 하면…….”

현성이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짐에 따라 반쯤 나가 있던 대통령의 넋이 완전히 나가 버렸다.

한편 경찰서장은 현성의 행동에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정치 어쩌고 하는 걸 보면 국회의원이라도 알고 있는 건가?’

시의원이라면 다행이지만 국회의원이라면 조금 곤란할 수도 있었다.

‘아니야. 새파랗게 어린놈이 국회의원에게 저렇게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저건 허장성세다.’

경찰들이 용을 써도 꿈쩍도 안 하는 것으로 보아 플레이어 같기는 했다.

그러나 플레이어라고 다 잘나가는 건 아니다.

또 플레이어의 경우 일반인을 폭행하면 가중처벌 되는 조항도 있었다.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에 지원 요청해!”

경찰서장이 강수를 두었다.

플레이어 범죄자들을 잡기 위한 특수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문제 될 건 없어.’

설사 예측이 빗나가 상대가 정말 국회의원과 연이 닿아 있는 플레이어라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 인물은 국회의원 중에서도 꽤 거물과 연이 닿아 있으니까 말이다.

한편.

현성의 설명을 모두 듣고 경찰서장의 호통과 주변에서 용을 쓰는 경찰들의 외침까지 들은 대통령의 멘탈은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멘탈이 붕괴되었다고 해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제가 곧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현성이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 * *

‘웬 미친놈이!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현성과의 통화를 끝낸 대통령이 지끈거리를 머리를 부여잡으며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통령님,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신지?

“큰일 났습니다. XX동 경찰서장이라는 자가 지금…….”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하아!

경찰청장이 대통령의 설명을 들으며 긴 한숨을 토해 냈다.

일반적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결례였지만.

경찰청장이나 대통령이나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제가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경찰청장의 말에도 대통령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들어 보니 그 경찰서장이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에 지원 요청까지 한 모양이더군요. 그것부터 막아 주십시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대통령은 바빴다.

검찰총장에게도 전화를 돌려야 했다.

그래서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을 싹 쓸어버려야 했다.

대통령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대통령님! 큰일 났습니다!

수화기에서 다급한 경찰청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그, 그게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이 벌써 현장에 출동해 진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경찰청장의 말에 겨우 붙잡고 있던 대통령의 정신이 다시금 가출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최근 합류한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덕분에 거의 신고와 동시에 출동했다고 합니다.

“망했다.”

대통령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고작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을 감당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경찰이라는 조직이 정확한 정보도 없이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을 출동시켜 무력으로 죄 없는 플레이어를 제압하려고 했다는 게 중요했다.

그것도 진실의 계약 스킬을 가진 경찰 플레이어를 불러 달라는 요구까지 무시한 상황에서 말이다.

만약 그 플레이어가 힘없는 이였다면?

조용히 넘어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이도 아니고 최현성 플레이어다.

이건 절대 조용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성격이라면?

이번 기회에 경찰이라는 조직을 수술대에 올리고 대수술을 집행하려 할 게 뻔했다.

“최대한 빨리 추가 지시 내리세요!”

-최현성 플레이어 대신 경찰서장과 담당 경찰관들 체포하라고 추가 지시 내렸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경찰청장.”

-예, 대통령님.

“혹시 당신도 그 사건과 관련된 건 아니겠죠?”

-절대 아닙니다!

“철저하게 진상 조사하고 경찰 내부 개혁 곧바로 시작하세요.”

최현성 플레이어가 직접 나서면 일이 너무 커진다.

그러니까 온전히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알아서 최현성 플레이어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가져다 바쳐야 했다.

* * *

현성은 느긋하게 대통령이 조치를 취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이 들이닥쳤다.

“저 사람입니까?”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의 리더가 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미성년자 폭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유치장에 넣으려고 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아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희가 제압해서 플레이어 전용 유치장에 넣겠습니다.”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이 현성의 주변을 포위했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저희를 따라오시죠. 반항하시면 가중처벌 되실 수밖에 없습니다.”

“음.”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의 말에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제압 시작.”

현성이 고민하는 사이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의 리더가 명령을 내렸다.

타악!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이 공격을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죄가 없지.’

약간의 오해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경찰서장의 수작질에 의해서지 저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출동 요청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걸 보면 꽤 성실한 듯했다.

‘그러니 다치지 않게 제압해야지.’

현성의 몸속에 있던 마력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강대한 마력에 현성에게 달려들던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들의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그리고 경악과 공포가 가득한 시선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굳이 제압 스킬을 사용할 필요는 없겠네.’

그 전에 알아서 움직임을 멈춰 버렸다.

사실 이게 당연했다.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은 고레벨 플레이어가 소수 포함된 중, 저레벨 플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현성의 마력은 그간 인장 스킬과 레벨업으로 인해 엄청나게 불어난 상태.

굴레를 벗은 자도 두려움을 느껴 싸우기도 전에 백기를 들 정도다.

그렇다 보니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으로서는 마력을 뿜어내는 현성에게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감히 자신들이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아니라 대자연 그 자체에 맞서는 느낌.

일반인이 아무리 용을 써도 태풍이나 파도를 이길 수는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이 아무리 용을 써도 현성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왜 제압을 하지 않고 멈춰요?”

돌처럼 굳어 버린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의 모습이 답답한지 경찰서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현성은 일반인들에게는 마력을 차단해 줬다.

자칫 현성의 마력에 짓눌려 정신이 붕괴되거나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 배려 탓에 경찰서장을 비롯한 다른 경찰들은 왜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이 가만히 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작전 중지! 작전 중지!

그때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의 귀에 꽂혀 있는 인이어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야 조치를 취했나 보네.’

현성이 방대한 마력을 다시금 몸속으로 갈무리했다.

“헉헉!”

“사, 살았다!”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의 요원들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그들의 귀로 상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현재 너희들이 제압하려고 했던 용의자는 최현성 플레이어다! 당장 작전을 중지하라!

상사의 외침에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들의 정신이 순간 멍해졌다.

‘방금 누구라고?’

‘최현성 플레이어?’

-최현성 플레이어와 그 조카를 위협하고 협박한 자들이 경찰서장과 한패인 것으로 추정된다. 목표물을 바꾸겠다. 경찰서장과 담당 경찰관을 체포한 후 조사하라.

상사의 외침에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들은 그제야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었다.

사태를 파악한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들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저 망할 놈 때문에 우리가 죽을 뻔했잖아.’

‘절대로 용서 못 해.’

현성의 방대한 마력을 경험한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들.

그들은 자신들이 방금 전 생사의 기로를 겨우 넘겼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현성이 분노해 손을 썼다면?

그 즉시 자신들은 사망이었다.

원래라면 일반인을 체포하고 조사하라는 지시에 반발했을 것이다.

하나 지금은 그럴 생각이 1도 없었다.

무조건 자신들이 체포해 조사하고 싶었다.

‘죄가 있다면 그게 뭐든 다 파헤쳐 주마.’

‘티끌 하나도 넘어가지 않겠어.’

분노한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이 목표물을 바꿨다.

그러나 경찰서장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당신들 직무 유기 하는 거야? 왜 제압을 안 하는 거야!”

퍼억!

경찰서장의 외침에 대한 대답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커억!”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의 주먹에 복부를 강타당한 경찰서장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크게 떠졌다.

입에서 침이 줄줄 흘렀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사건 담당 경찰관이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을 향해 물었다.

“최대한 빨리 제압해.”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의 말에 요원들이 재빨리 움직여 순식간에 경찰서 내부에 있던 이들을 제압했다.

“이거 놔!”

“왜 우리를 제압하는 거야!”

경찰들은 당황했고.

“우리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요!”

“당신 내가 누군 줄 알아! 나한테 이러고 무사할 것 같아!”

양아치의 부모들이 고래고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들은 무자비하게 경찰들과 양아치 부모들을 제압했다.

사실 양아치 부모들을 제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의 원흉이라는 점.

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

온갖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 제압했다.

“당장 지원 요청해!”

제압을 완료한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들이 진실의 계약 스킬과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가진 경찰관을 소환했다.

아까 현성이 요구할 때는 바빠서 못 온다던 이들이 불과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게 무슨?”

현장에 도착한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한 경찰관은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왜 서장님을 체포한 겁니까?”

“뇌물을 받고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의 말에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한 경찰관의 눈빛이 불안하게 진동했다.

그러더니 열심히 경찰서장과 눈빛 교환을 했다.

‘저놈도 돈 먹었구나.’

현성은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한 경찰도 한패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거 문제네.’

현성이 사비를 털어 전국 경찰과 검찰에 진실의 계약 스킬을 뿌려 주었다.

저레벨 플레이어들 역시 목숨 걸고 던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꼭 한둘씩 나오기 마련이었다.

‘전수조사 한번 해야겠어.’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부분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진실의 계약 스킬 보유 경찰관들.

그들이 썩으면 문제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다.

‘두 번 다시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찰과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겠어.’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

다른 이들과 붙어먹지 않는 청렴함.

이 두 가지가 필요했다.

물론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고 해도 썩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조직은 현성이 직접 감찰할 생각이었다.

현실적으로 현성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경찰서와 검찰청을 감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조직 정도는 현성 혼자서도 충분히 감찰할 수 있었다.

“당신들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요원에게 복부를 가격당하고 반쯤 정신이 나가 있던 경찰서장이 정신을 차렸다.

“저분이 누군 줄 알고 수갑을 채워!”

경찰서장은 자신이 수갑을 차고 있는 것보다 양아치 학부모들이 수갑을 차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아치 학부모들 중에 지역 유지의 아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한 다른 양아치 학부모들 역시 한다하는 집안의 사람들이었다.

“당장 이거 풀어! 그러지 않으면 내 남편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우리 아버님이 누군 줄 아세요! 이러면 큰일 나요!”

경찰서장이 목소리를 높이자 양아치 학부모들이 벌 떼처럼 들고일어났다.

“누구 지시야! 누구 지시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거야!”

경찰서장이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를 노려보며 물었다.

“경찰청장님 지시다.”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의 대답에 경찰서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너무 거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찰 최고위직이다.

“지금까지 당신을 밀어줬던 뒷배들을 믿고 있는 모양인데, 아무 쓸모도 없을 거야. 그 뒷배가 아무리 대단해도 이번 사건은 감당이 안 될 거야.”

“뭐?”

경찰서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남편과 아버님을 찾으며 울부짖던 학부모들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저 자식 뒷배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대통령 아들이라도 되나?”

경찰서장의 물음에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도 저분이 누군지 모르고 있나 보네.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일을 키웠겠지.”

“저, 저분? 도대체 누구길래?”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의 계급은 경찰서장과 같은 경무관이었다.

나이도 경찰서장과 비슷한 연배였다.

한데 저분이라는 극존칭을 쓰다니?

아무리 뒷배가 좋더라도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쓸 호칭이 아니었다.

“최현성 플레이어님이시다.”

플레이어 제압 특수팀 리더의 대답을 들은 경찰서장이 자신의 목덜미를 잡았다.

현성에게는 공식적인 신분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현성의 본래 신분.

또 다른 하나는 외모로 인한 괴리감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20대 초반 청년의 신분증이었다.

그 신분증은 이렇게 종종 현장 체험을 할 때 사용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경찰서장은 현성의 정체를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어, 어떻게…….”

“흑흑흑!”

양아치들의 학부모들도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이건 더 이상 자식들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간 카르텔에 속해 있던 이들은 많은 상부상조를 해 왔다.

사고 친 자녀들의 뒤를 봐주는 건 아주 가벼운 일에 속했다.

한데 그 가벼운 일로 인해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연관되었으니 이번 일의 진실은 무조건 밝혀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이번 일을 시작으로 그간 카르텔들이 저질렀던 불법적인 일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그럼 모든 게 끝이었다.

현성이 도입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로 인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이익의 몇십, 몇백 배를 토해 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그간 누렸던 권력과 재력을 모두 잃을 것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감옥에 갈 수밖에 없었다.

“이 망할 놈들!”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켰어!”

양아치들의 부모는 자식들이 집안을 말아먹자 그제야 혼을 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 * *

사건 조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기업가, 정치가, 경찰, 검찰이 엮인 지역 카르텔이 일거에 무너졌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양아치들의 잘못으로 인해 그간 숨겨 왔던 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번 조사 대상이 되면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진실의 계약을 사용하면 밝혀내지 못할 범죄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번 일이 소문이 나자 정치인과 기업가 들은 자식 단속을 시작했다.

이번 사건과 같은 꼴이 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구속된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자식들을 원망했다.

자식들의 일탈 때문에 집안을 말아먹었다고 말이다.

하나 자식들이 그렇게 커 나가도록 감싸고돌기만 한 것도 부모인 그들이었다.

또 범죄를 저질렀던 것 역시 그들이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자식들이 처벌받고 끝났을 일이지 집안이 풍비박산 나지는 않았으리라.

난리가 난 건 사건 당사자들만이 아니었다.

경찰과 검찰에도 대대적인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

그나마 개혁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감찰 기관까지 생겼다.

그것도 최현성 플레이어 직속으로 말이다.

경찰과 검찰 입장에서는 감시자가 생겼으니 무조건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감찰 기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찰 기관은 무려 현성의 기습 감찰을 받는다.

그렇기에 경찰이나 검찰과 짝짜꿍해서 놀아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또 현성은 진실의 계약 스킬 사용 범위를 늘렸다.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당사자가 원한다면.

무조건 진실의 계약 스킬을 사용해 진실을 밝힐 의무가 추가되었다.

현성이 진실의 계약 스킬을 대거 풀었지만 결국 그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 사람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각 동마다 배치된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한 경찰관들의 업무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전에는 설렁설렁 놀면서 큰 사건이 터졌을 때만 출동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해서 정말 사소한 사건이라도 당사자가 원하면 출동해야 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그 덕에 그동안 꿀 빨면서 월급을 받아 가던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 경찰관들은 하루에 12번도 넘게 출장을 다녀야 했다.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진실의 계약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현성이 진실의 계약 스킬을 더 풀어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한 경찰관들이 늘어나기는 했다.

또 먼저 요청하고도 당사자의 잘못으로 밝혀질 경우의 처벌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의 계약 스킬을 보유한 경찰관들의 업무 강도는 여전히 빡셌다.

반면 국민들은 좋아했다.

이제 누명을 쓰거나 오해 같은 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할 확률이 사실상 제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 * *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최윤희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어 하는 순간에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현성이 아쉬워할 틈도 없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갔다.

여동생 최현아는 작곡가 겸 작은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장이 되었고, 첫째 조카 백소희는 작은 레스토랑의 요리사 겸 사장님이 되었다.

둘째 조카 백소현은 행복한 대학 라이프를 즐기는 중이었다.

갓난아기였던 이들이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 현성은 큰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것들 중 현성이 유일하게 아쉬움이 아니라 뿌듯함을 느끼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아공간이었다.

‘이제는 거의 웬만한 차원 크기만큼 커져 버렸네.’

애초에 그 태생은 방공호였으나 지금은 하나의 세계가 되어 버린 아공간.

현성은 차원 건설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분으로 포인트를 투자해 아공간을 키워 나갔다.

단순히 포인트만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