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권. 공유 스킬 테스트 (222/225)

┃공유 스킬 테스트

[공유 – 유일 일반 등급]

-액티브 스킬

-스킬 사용자의 능력 일부를 스킬 대상자와 공유합니다.

-스킬 사용 및 유지에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음, 엄청 간단하네.’

공유라는 스킬명처럼 스킬 설명 역시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현성은 일단 휘하 플레이어 하나를 소환했다.

소환된 대상은 크로우였다.

“주군, 무슨 일로 부르신 건지?”

크로우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물었다.

빚을 갚느라고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일만 하는 크로우.

그런 크로우는 20대 초반 청년의 외모를 하고 있었음에도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늙어 보였다.

“한 가지 실험해 볼 게 있어서 말이야. 그냥 가만히 있어.”

현성이 그 말과 함께 크로우를 대상으로 공유 스킬을 사용했다.

[공유 – 유일 일반 등급이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스텟 일부를 공유합니다.]

‘스텟만 늘어났네.’

효과 자체는 직업 전용 스킬인 대군주의 축복과 비슷한 것으로 보였다.

‘효율은 쓰레기네.’

증가되는 스텟 폭에 비해 소모 포인트가 엄청나게 많았다.

‘강화되면 좀 달라지려나?’

현성이 고유 권능 가챠를 사용해 공유 스킬을 강화시켰다.

[고유 권능 가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유 스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공유가 생성되었습니다.]

다행히 한 방에 무 등급 스킬로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현성이 다시금 공유 스킬을 사용했다.

[공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스텟 일부를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무 등급 스킬 불사의 서를 공유합니다.]

“헉!”

현성의 입에서 절로 헉 소리가 나왔다.

불사의 서는 현성이 가장 많은 덕을 본 스킬 중 하나다.

한데 크로우가 불사의 서를 얻었다.

크로우의 상태창을 보자 그 전까지 없었던 불사의 서가 패시브 스킬 목록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혹시 사라진 건 아니겠지?’

공유라고 했으니 그럴 리가 없겠지만.

워낙 중요한 스킬이다 보니 확인이 필요했다.

현성이 자신의 패시브 스킬 목록을 열었다.

다행히 불사의 서는 멀쩡히 현성의 패시브 스킬 목록에 존재했다.

‘불사의 서를 크로우와 공유하게 됐다는 건가?’

혹시 가족들 중 누군가가 위험한 상황이라면?

불사의 서를 공유해 부활의 권능을 나눠 줄 수 있게 되었다.

뭐, 현성의 가족들이 위험해지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무 등급 스킬로 업그레이드된 덕인지 스텟 증가 폭도 엄청나게 늘었어.’

대신 소모 포인트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저 스텟 증가 폭이 늘어나고 스킬 하나를 공유하는 것뿐이다.

한데 초 단위로 소모되는 포인트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현성은 공유 스킬을 취소했다.

그러자 늘어났던 스텟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크로우의 스킬창에 있던 불사의 서 역시 사라졌다.

‘스킬 부여가 랜덤인 걸까, 아니면 불사의 서로 고정된 걸까?’

의문을 느낀 현성이 다시금 크로우를 대상으로 공유 스킬을 사용했다.

[공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스텟 일부를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무 등급 스킬 탐식의 서를 공유합니다.]

‘랜덤이구나.’

현성이 가진 스킬 중 하나를 랜덤으로 공유 스킬 대상자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랜덤은 의미가 없는데. 좀 더 강화를 해야겠어.’

강화를 계속한다면?

아마 현성이 원하는 스킬을 공유 스킬 대상자에게 줄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계속해서 강화한다면?

현성이 가진 모든 스텟과 스킬들을 공유 스킬 대상자에게 주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뭐,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자체가 없었지만 말이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계속 강화해 보자.’

어차피 포인트는 남아돈다.

스텟도 무한대로 성장 중이다.

현성의 강력한 스텟과 불사의 서를 비롯한 무 등급 강화 스킬들을 가족들 중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보험이 된다.

어차피 포인트 쓸 일도 없었던 현성은 공유 스킬을 계속해서 강화했다.

[고유 권능 가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유 스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공유가 생성되었습니다.]

[고유 권능 가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보유 스킬의 등급이 하락합니다.]

[매직 미사일 – 일반 등급이 생성되었습니다.]

……후략……

제물을 바쳤음에도 강화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현성은 묵묵히 포인트를 투자해 가챠를 돌렸다.

크로우는 엄지손톱을 이빨로 깨물며 초조한 표정으로 가챠를 돌리는 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로우는 지금 무료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여기 가만히 대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빚은 늘어만 간다.

시간이 금이나 마찬가지인 크로우의 입장에서는 현성이 최대한 빨리 볼일을 마치고 자신을 보내 줬으면 했다.

빚을 갚는 걸 포기했다면?

오히려 쉬는 시간이 생겼다고 좋아했으리라.

그러나 크로우는 천 년이 걸리든 만 년이 걸리든 꼭 빚을 청산할 생각이었다.

만약 빚 갚는 걸 포기하면 크로우는 영원히 노예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크로우의 엄지손톱이 더 이상 물어뜯을 것도 없이 너덜너덜해졌을 때쯤.

“이 정도면 되겠지.”

현성이 가챠를 끝마쳤다.

공유 스킬 강화에 들어간 포인트가 어마어마했다.

뭐, 어차피 포인트라는 것 자체가 현성에게 있어서는 시간만 흐르면 자연스럽게 복구되는 자원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현성이 가챠로 강화를 끝마친 공유 스킬을 크로우를 향해 시전했다.

[공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스텟 일부를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다수의 스킬들을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고유 권능 가챠를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포인트를 공유합니다.]

“미친!”

현성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나왔다.

스텟이 거의 현성의 10% 수준까지 증가했다.

스킬들 역시 거의 10% 이상이 공유되었다.

그러나 그 두 가지보다 놀라운 점은 바로 고유 권능의 공유와 포인트의 공유였다.

물론 대량의 포인트가 소모되기는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1레벨 플레이어 기준으로 대량의 포인트지 현성에게는 아니었다.

공유 스킬 사용에 소모되는 포인트보다 실시간으로 전 차원의 휘하 신하들에게서 들어오는 포인트가 수백 배는 더 많았다.

그러니 24시간 공유 스킬을 유지해도 현성의 포인트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일은 없었다.

현성이 공유 스킬을 취소했다.

“아아아!”

현성의 말에 크로우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 이유는 힘의 공백.

강대한 힘이 크로우의 전신에 밀려들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밀려오는 허탈감.

마치 고귀한 신좌에 앉아 있다가 순식간에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벌레로 격하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작 10%에 불과했지만.

그 10%의 힘조차 크로우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이제 돌아가.”

현성의 축객령에 크로우가 순식간에 본래 있던 장소로 돌아갔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해야 해.’

다른 건 몰라도 고유 스킬 가챠와 포인트를 공유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육체적인 부작용은 없어 보였어.’

크로우는 꽤 강한 축에 드는 1레벨 플레이어다.

그러나 현성에게 있어서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다.

인간이 손가락 하나로 벌레를 눌러 죽일 수 있듯.

현성 역시 크로우를 손가락 하나로 눌러 죽일 수 있다.

한데 그 정도로 현격하게 격의 차이가 나는 크로우가 현성의 스텟을 10%나 받아들였다.

‘대군주의 축복과는 달라.’

대군주의 축복은 신하의 육체가 현성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가 있다.

한데 공유 스킬은 그런 게 없었다.

‘힘을 전달해 주는 게 아니라 공유해 주는 거라서 그런가?’

아마 힘을 보태 주느냐 공유해 주느냐의 차이일 확률이 꽤 높았다.

‘루시아랑 같이 테스트해 봐야겠어.’

아무리 충성 맹세를 받은 신하라고 해도 고유 권능 가챠와 포인트까지 공유하는 스킬의 테스트 대상으로 삼는 건 부적절했다.

현성이 통제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포인트로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루시아, 지금 바빠요?”

-아니요.

“그럼 잠깐 부를게요.”

-알겠어요.

현성은 루시아를 소환한 뒤 새롭게 손에 넣은 스킬인 공유를 여러 방면으로 테스트했다.

테스트 결과는 크로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밀 테스트 결과 한 가지 성과를 더 얻을 수 있었다.

[공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스텟 일부를 공유합니다.]

[스킬 사용자가 스킬 대상자의 스텟 일부를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다수의 스킬들을 공유합니다.]

[스킬 사용자가 스킬 대상자의 일부 스킬을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고유 권능 가챠를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포인트를 공유합니다.]

“뭔가 설명이 늘었네요. 스킬 사용자가 스킬 대상자의 스텟 일부를 공유한다라.”

루시아는 현성을 제외하면 전 차원을 통틀어 가장 강한 플레이어였다.

그 덕분일까?

현성 역시 루시아의 스텟을 공유받을 수 있었다.

물론 늘어난 양은 개미 눈곱만큼도 안 되는 적은 양이었다.

스킬 역시 조금이지만 생겨났다.

“공유라는 스킬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게요.”

“다만 힘의 차이가 너무 현격하게 나니까 일방적으로 주는 것처럼 보인 것 같아요.”

“제 생각도 그래요.”

루시아의 의견에 현성도 동의했다.

현성과 타 플레이어들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그 격차는 실시간으로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굳이 직접 사냥을 하지 않아도 현성에게는 휘하 신하들이 사냥한 몬스터에서 발생한 경험치와 포인트가 들어온다.

경험치로는 레벨을 올리고 포인트로는 가챠를 돌리거나 인장 스킬을 사용해 스텟을 늘린다.

그렇기에 현성은 가만히 있음에도 열심히 사냥을 하고 권능을 갈고닦는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그렇다 보니 공유라고는 해도 현성이 도움받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루시아는 현성으로부터 꾸준히 인장 스킬을 시전받았기에 이 정도였다.

거기다 이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게 뻔하니 시간이 흐르면 루시아에게 공유 스킬을 사용한다고 해도 현성이 득을 볼 일은 없을 듯했다.

“상당히 좋은 스킬이네요.”

하지만 현성은 기뻐했다.

공유 스킬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하면?

공유하는 목록을 정할 수 있다면?

현성보다는 못하지만 10% 정도의 힘을 가진 이들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었다.

소모되는 포인트보다 벌어들이는 포인트가 많으니 족히 몇백 명 정도는 만들 수 있으리라.

‘뭐, 굳이 양산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 현성이 보유하고 있는 힘과 세력만으로도 대적할 자가 없다.

그런데 더 강해져 봐야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도 사용이 가능할까요?”

일반인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스텟과 스킬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포인트까지 함께 공유된다.

그 포인트가 일반인들에게 적용된다면?

그건 현성이 수백 명의 일반인들에게 영원불멸의 삶을 선물해 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테스트를 해 보죠.”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실험 대상을 물색했다.

일반인에게 공유 스킬을 사용했다가 사고가 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현성과 루시아는 죽음 직전에 놓인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저희가 당신을 대상으로 한 가지 테스트할 게 있습니다. 테스트에 응해 주신다면 엘릭서를 드리죠. 동의하신다면 눈을 한 번 깜빡여 주십시오.”

테스트에 응해 주면 엘릭서를 주겠다.

그 말에 어차피 죽음만 기다리고 있던 노인이 눈을 깜빡였다.

“테스트 결과는 무조건 비밀로 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다시 죽기 직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겁니다. 알겠습니까?”

노인이 다시금 눈을 깜빡였다.

확답을 받은 현성이 공유 스킬을 사용했다.

‘휘하 신하가 아니거나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네.’

일반 버프 스킬처럼 대상 제한은 딱히 없는 모양이었다.

뿌득뿌득!

한편 죽기 직전의 위기에서 현성의 공유 스킬을 받은 일반인 노인은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었다.

뼈에 가죽만 남은 해골같이 앙상한 모습이었던 육체에 살이 붙고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주름이 가득했던 피부가 10대 소년처럼 팽팽해졌다.

창백한 얼굴에는 홍조가 돌았고.

백발이 드문드문 나 있는 대머리에 가까운 머리에서 검고 짙은 모발이 풍성하게 자라났다.

“이게 무슨?”

중병에 걸려 말도 하지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노인은 갑자기 전신에서 솟는 힘에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더 이상 병마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던 육체가 젊은 시절처럼 강건해졌다.

“하하하하하!”

죽을 위기에서 되살아난 것도 모자라 젊음까지 되찾은 노인이 광소를 터트렸다.

“뭔가 이상한 점은 없으십니까?”

“없네. 오히려 전신에서 힘이 솟구치는군. 이런 힘은 20대 때도 느껴 보지 못했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전 차원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인 현성의 힘을 무려 1/10이나 공유받았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그 후에도 노인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하지만 부작용은 없어 보였다.

현성이 공유 스킬을 해제했다.

“어어!”

그 순간.

젊은 소년의 육체가 다시금 노인의 육체로 돌아갔다.

전신에 차올랐던 미증유의 힘이 사라졌다.

얇은 환자복을 찢어발길 듯이 팽팽하게 차올랐던 근육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검고 풍성했던 모발이 바람에 흩날리듯 사라지고 다시금 몇 가닥의 백발만이 남았다.

“…….”

노인은 다시금 혼자 힘으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중환자가 되어 버렸다.

‘테스트는 성공적이네.’

공유 스킬의 부작용 따위는 1도 없어 보였다.

“약속대로 엘릭서를 드리죠.”

현성이 노인의 입에 엘릭서를 부어 주었다.

엑릭서가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자 다 죽어 가던 노인의 몸에 살이 붙고 활력이 샘솟았다.

“이게 끝인가?”

다 죽어 가던 노인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러나 노인의 얼굴은 전혀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다.

만족은커녕 오히려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병이 완치되었다고는 하지만 노인은 80세가 넘은 고령.

엘릭서는 모든 질병을 완치시켜 주는 치료제일 뿐.

남은 수명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

길어야 20년 짧으면 10년.

그게 노인에게 남아 있는 수명의 전부였다.

또 방금 전 실험으로 20대 초반의 젊음과 건강을 맛본 노인에게 현재의 늙은 육체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게 불법적인 실험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첫 번째 약을 나에게 주게.”

노인의 말에 현성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인간의 욕망은 정말 끝이 없었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테스트 결과는 무조건 비밀로 해야 한다고, 만약 이를 어기면 다시 죽기 직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거라고.”

현성은 더 이상 노인에게 존대를 해 주지 않았다.

“순순히 이 계약서에 사인해.”

현성이 영혼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보안 유지는 영혼의 계약서로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현성의 제안에 따를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왔다.

“이봐, 자네!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협박을 하나? 내가 한때 대한민국 정계를 좌지우지했던 4선 국회의원…….”

노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성이 생명력 흡수 스킬을 사용했다.

살이 차올랐던 노인의 몸이 다시금 해골 같은 몰골로 돌아갔다.

“…….”

노인은 다시금 입도 뻥긋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병도 다시 줘야지.”

하지만 아무리 현성이라도 이미 완치된 병을 다시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이에 현성이 저주 스킬을 사용했다.

아마 병과 비슷한 효과를 줄 것이다.

“가죠.”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첫 번째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현성과 루시아는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연령과 성별을 다르게 하며 무려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공유 스킬이 일반인에게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수천 명의 테스트 대상 중 엘릭서에 만족하고 영혼의 계약서에 사인한 사람은 고작 백여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수천 명은 더한 욕심을 부렸다.

그리고 그 결과 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구원받는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다시금 죽기 직전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는 말이지.’

하긴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영원불멸의 삶과 전 차원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새롭게 얻은 스킬 공유가 가진 권능을 탐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아무리 강해져도 그 본질은 인간이었다.

“공유 스킬을 사용하면 어머님과 아버님께도 영원불멸의 삶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영원불멸의 삶이 과연 축복일까 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단 공유 스킬을 더 업그레이드해 보죠.”

현재 공유 스킬은 현성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텟, 스킬, 권능, 포인트를 나눠 준다.

보다 효율적으로 원하는 것만 공유할 수 있다면?

소모되는 포인트도 줄어들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해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다시금 고유 권능 가챠를 사용했다.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유 스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공유가 생성되었습니다.]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유 스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공유가 생성되었습니다.]

……후략……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를 연달아 사용했다.

일반 가챠의 세 배에 달하는 막대한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그러나 현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한에 가까운 포인트를 다 쓸 기세로 강화하고 또 강화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제 컨트롤이 가능할 것 같아요.”

현성은 원하는 능력치를 원하는 대상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현성이 테스트 삼아 루시아에게 공유 스킬을 사용했다.

[공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무 등급 스킬 불사의 서를 공유합니다.]

[스킬 대상자가 스킬 사용자의 포인트 일부를 공유합니다.]

공유되는 목록이 줄어들었다.

고작해야 불사의 서와 포인트 일부.

그게 공유하는 힘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공유 스킬을 사용하는 데 소모되는 포인트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 정도 소모량이라면?

전처럼 수백 명이 아니라 수만 명에게도 공유 스킬을 시전해 줄 수 있을 듯했다.

만약 불사의 서 공유를 빼고 순수하게 포인트의 일부만 공유하는 수준이라면?

수백만 명에게 공유 스킬을 시전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이렇게 공유 스킬을 강화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포인트가 소모되기는 했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성의 포인트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머님과 아버님께 공유 스킬을 사용하실 생각이세요?”

그러면 어머니와 아버지 역시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글쎄요. 부모님이 그걸 원하실지 모르겠네요.”

“일단 직접 여쭤보는 게 어떨까요?”

“그게 좋겠네요.”

현성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왜?

아무리 포인트를 소모해도 실시간으로 늘어나니까.

하지만 부모님은 아니었다.

현성이 적정한 수준의 포인트만 공유한다면?

원하는 대로 젊음을 누리다가 죽음을 원할 때.

자연스럽게 늙어 죽을 수 있다.

현성과 루시아가 부모님을 찾아갔다.

* * *

“포인트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현성의 아버지 최형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그럼 우리도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거니?”

“원하신다면요.”

어머니 박미숙 여사의 물음에 현성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또 원하시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다가 수명이 다하게 해 드릴 수도 있어요.”

현성의 말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마치 신과 같은 힘이구나.”

영원불멸의 삶을 원하는 이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능력.

말 그대로 신이나 가질 수 있을 법한 힘이었다.

그것도 스스로 신이라 자칭하는 짝퉁들이 아니라 이 세상을 창조한 진짜 신만이 가질 수 있는 힘.

“그런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서.”

“다오.”

현성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외쳤다.

“네?”

현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줄 수 있으면 달라고.”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영원불멸의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아들아.”

“네.”

“나 아직 1백 년도 못 살았다. 현아랑 소희가 시집가는 것도 보고 싶고 그 둘이 할머니 되는 것도 보고 싶다.”

현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아직 1백 년도 못 살았는데 미래의 일을 걱정해서 뭘 하겠니? 한 천년만년 살다가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그때 선택하면 그만이지. 어차피 네가 자연스럽게 늙어서 죽게 해 줄 수 있다며?”

“그건 그런데.”

“세상 사람 다 잡고 물어봐라. 원하는 만큼 살게 해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나.”

그건 그랬다.

풍족한 재력.

젊은 육체.

그 두 가지가 주어진다면?

굳이 영원불멸의 삶을 거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괜히 진시황이 불로초 찾는다고 뻘짓을 한 게 아니다.

현재의 삶이 힘들고 괴롭거나 육체가 병들었다면 빠른 죽음을 원할 수도 있다.

하나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누구나 영원불멸의 삶을 원한다.

“내가 마력 역류증으로 죽어 가면서 얼마나 삶을 갈망했는지 아니? 영원불멸의 축복이 언제 저주로 변할지 모르겠지만, 저주마저 통제할 수 있다면 선택은 뻔한 것 아니겠냐?”

아버지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어머니는요?”

현성의 시선이 어머니 박미숙 여사에게로 향했다.

“나도 좋다. 그리고 절대 저 사람보다 먼저 죽지는 않을 거다. 네 아버지가 새장가 가는 꼴은 절대 못 본다.”

“아니, 이 사람아, 내가 새장가를 왜 가? 현아도 있는데 입조심해.”

어머니 역시 편하게 산 시간보다 고생하며 산 시간이 더 길었다.

그래서 그러셨을까?

크게 고민하지 않으시고 공유 스킬을 원하셨다.

“그럼 그렇게 해 드릴게요.”

“아, 육체 나이는 지금 정도가 좋다. 너무 젊어져도 이상할 거 같아. 유치원 선생님들과도 만나고 학부모들 모임에도 나가야 하니까.”

어머니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사의 서를 공유하고 포인트는 소모될 때마다 보충으로 공유해 드리면 그만이었다.

부모님의 승낙에 현성은 두 분에게 공유 스킬을 걸어 드렸다.

공유하는 건 불사의 서와 미량의 포인트.

그게 전부였다.

부모님에게 초월적인 힘 따위는 필요없다.

그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불사의 서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포인트면 족했다.

“누나랑 매형한테도 물어봐야겠네요.”

현성의 말에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그 스킬 사용하는 데 포인트가 많이 드니?”

“아뇨, 여유를 부려도 최소 만 명 이상은 걸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사부인한테 여쭤보고 괜찮다고 하시면 걸어 드리는 게 어떠니?”

백우신의 어머니.

사부인이라고는 하지만 부모님과는 친구 같은 사이다.

“그렇게 할게요.”

현성이 선선히 승낙했다.

“그럼 가 봐라.”

“네, 가 볼게요.”

현성이 집을 떠나자 최형규와 박미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박미숙의 말에 최형규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말은 안 했어도 우리가 떠난 뒤에 현성이가 힘들까 봐 걱정 많이 했는데.”

최형규와 박미숙은 현성에게 결혼을 권했다.

가장 큰 이유는 먼 훗날 홀로 남을 현성을 걱정해서였다.

한데 이제 그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 역시 영원불멸의 삶을 살게 되면 언제까지고 아들인 현성의 곁에 있어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뭐, 잘된 일이지.”

최형규가 담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최형규와 박미숙은 영원불멸의 삶이 주는 달콤함보다 더 이상 아들을 홀로 남겨 놓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 * *

“누나, 공유라는 스킬이 있는데, 그게 뭐냐 하면…….”

현성이 누나 최현지에게 공유 스킬이 가진 효과를 설명해 주었다.

“좋아, 당장 해 줘.”

누나 최현지는 현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낙했다.

“그걸 누나 혼자 결정하면 어떻게 해. 매형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현성의 물음에 백우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공유 스킬을 받겠습니다. 현지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한 축복이 없을 테니까요.”

“여보.”

백우신의 대답에 누나 최현지의 눈에서 하트가 펑펑 솟아났다.

“욱!”

현성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누나 최현지는 그런 현성의 반응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 난 너처럼 젊게 보이게 해 줘.”

그리고 당당하게 요구 사항을 말했다.

“곤란하지 않겠어?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들 만날 때나 학부모 모임 때문에 지금 모습을 유지해 달라고 하시던데?”

“엄마랑 나는 다르지.”

하긴 어머니는 30대의 외모를 가지고 계셨다.

그런 상황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외모로 변하는 건 갭이 꽤 크다.

그러나 20대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누나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변하는 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백우신도 젊어지기를 원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현성이 누나 최현지와 매형 백우신에게 공유 스킬을 걸어 주었다.

그 순간 누나 최현지와 매형 백우신의 외모가 젊어졌다.

하지만 확실히 극적인 변화는 아니라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애초에 젊은 육체와 외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 어머님한테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네.”

현성과 백우신은 서로에게 존대를 사용했다.

현성은 손윗사람이니 존대를 했고 백우신도 원래 형, 동생 할 때처럼 존대를 썼다.

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

백우신의 어머니도 공유 스킬을 시전받길 원한 것이다.

현성은 백우신의 어머니에게도 공유 스킬을 걸어 드렸다.

이로써 현성의 가족들은 아직 어린 최현아와 백소희를 제외하면 모두 공유 스킬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현아랑 소희한테도 불사의 서 정도는 걸어 놓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다친 상처도 순식간에 치료되고 죽음의 위기에서 부활할 수 있으니 걸어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현성은 먼저 부모님에게 물었다.

“그렇게 해라.”

“포인트를 주는 건 나중에 나이를 먹은 후에 물어보고 그 전에는 불사의 서만 공유해 주면 될 것 같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현성이 여동생인 최현아에게 불사의 서를 공유해 주었다.

누나 최현지와 매형 백우신도 허락했다.

“당장 해 줘.”

“안 그래도 불안해서 방어형 아티팩트들을 착용시켰는데, 더 좋네요.”

두 사람의 허락에 현성은 조카 백소희에게도 불사의 서를 공유시켜 주었다.

그게 끝이었다.

현성은 공유 스킬을 다른 이들에게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가족이 아닌 이들에게 공유 스킬의 존재조차도 알릴 생각이 없었다.

* * *

현성은 다시금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여행은 가끔 다니기는 했지만 전처럼 오래 다니지는 않았다.

여동생인 최현아와 조카인 백소희가 커 나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현아와 소희도 영원불멸의 삶을 원할까?’

지금 당장은 필요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그 둘이 영원불멸의 삶을 원한다면?

현성은 그 두 사람에게 영원불멸의 삶을 선물해 줄 생각이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동생 최현아와 조카 백소희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내 괜한 욕심일까?’

모든 인간들이 원하는 영생이라는 보물을 아무런 대가 없이 주겠다고 한다.

그건 현성의 욕심이자 유혹일 수도 있었다.

가족들은 계속해서 곁에 남겠지만 친구와 지인 들은 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것이다.

현성은 가족들이 언젠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기다려 보자.’

현성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아직 채 백 년도 살지 못했다.

천년만년 살다 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이라.’

최현아와 백소희를 떠올리던 현성이 아이에 대해 떠올렸다.

루시아는 저번에 아이에 대해 딱 한 번 언급한 뒤론 현성이 공유 스킬을 얻은 후에도 아이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현성을 배려하는 것이리라.

‘살아 보자.’

공유 스킬이 생겼다고 해서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았다.

현성과 루시아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괜히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충분히 오랜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한 뒤 결정을 내려도 무방했다.

* * *

공유 스킬을 얻고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와중에 현성은 고유 권능 가챠로 인해 여러 스킬들을 얻었다.

그러나 대부분 보잘것없었다.

인장 스킬이나 공유 스킬처럼 쓸 만한 스킬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의외로 성장한 스킬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공간 스킬이었다.

현재 현성의 아공간 스킬은 그 크기가 거의 유라시아 대륙만큼 커져 있었다.

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환경도 조성되어 있었다.

온도, 습도, 공기, 빛.

현성은 과거 차원 전쟁이 벌어지기 전 아공간을 최후의 대비처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아공간을 대상으로 여러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공간 내부에 흙을 넣어 땅을 만들었다.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심고 동물들을 풀어놓았다.

태양의 역할은 화염계 스킬로 대체했다.

그 결과 현성의 아공간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져 버렸다.

‘음.’

아공간에 여러 가지 투자를 하기는 했다.

최후의 대피처로 생각했던 만큼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꾸미기도 했다.

그래도 설마 이런 공간이 될 줄은 몰랐다.

쉽게 말해서 비상시에 버틸 수 있는 방공호 정도를 만들려고 했는데 자급자족이 가능한 대륙이 만들어진 셈이었다.

‘뭐, 나쁠 건 없지.’

현성은 포인트가 남을 때마다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를 사용해 아공간을 조금씩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결과가 바로 이거였다.

‘더 넓힐까, 말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지금도 충분히 넓기는 했다.

자급자족도 가능했다.

그래도 괜한 욕심이 생겼다.

마치 신대륙 창조를 목표로 하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뭐, 진짜 게임과는 다르게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크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포인트 쓸 일도 없는데 계속 투자해 보자.’

현성은 고유 권능 가챠의 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다른 스킬들의 경우 위력이 강해지는 것이기에 더 강화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아공간의 경우는 다르다.

계속해서 아공간 내부가 팽창하며 영역을 넓혀 간다.

그러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아공간 스킬의 끝이 어딜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현성이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를 사용해 아공간을 업그레이드했다.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유 스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아공간이 생성되었습니다.]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가 발동됩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후략……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다.

물론 실패한다고 해도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를 사용했기에 포인트를 날리는 것을 제외하면 손해는 없었다.

현성은 애써 만든 아공간의 세계를 강화 실패로 날려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공간을 강화할 때는 항상 강화된 고유 권능 가챠만을 사용했다.

‘나중에 여기서 사는 것도 괜찮겠어.’

지금은 아공간의 세계를 별장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가족들을 제외한 친구나 지인 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다면?

이곳에서 가족들끼리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물건은 지구나 다른 차원에서 구해 오면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한참 동안 아공간의 세계를 둘러본 뒤 지구로 돌아갔다.

* * *

여동생 최현아와 조카 백소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으흠.”

현성은 걱정이 많아졌다.

‘요즘 학교 폭력이 심각하다던데.’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와 학교 폭력이 벌어진다고 한다.

어디 그것뿐인가?

성범죄도 일어난다.

오빠와 삼촌이 된 입장에서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를 않았다.

사실 이런 현성의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었다.

왕따는 모르겠지만 학교 폭력과 성범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린 나이라 다른 비약은 지급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체력 증가의 비약을 한계치까지 복용시켰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최현아와 백소희의 옷과 일상 물품들을 온갖 방어 아티팩트로 도배하고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는 창조 등급 골렘까지 가디언으로 배치했다.

그런 최현아와 백소희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플레이어가 포함된 군대를 투입한다고 해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최현아와 백소희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생각하자 그동안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온갖 청소년 범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는 정말 부당한 것들이 많았다.

‘왜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가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거야?’

정말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청소년 범죄는 왜 이렇게 형량이 낮아?’

가해자의 죄를 용서하는 것은 피해자다.

한데 피해자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판사가 알아서 용서를 해 준다.

‘이러니까 살인도 좋은 경험이라는 개소리를 하지.’

현성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전화를 돌렸다.

대상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 그리고 교육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었다.

며칠 후.

오랜 시간 끌어온 학교 폭력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형량이 대폭 강화되었다.

또 현성은 하는 김에 성인 강력 범죄 및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형량도 대폭 늘렸다.

거기다 기존에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이들에 대한 재심까지 열었다.

당연히 대한민국이 또 한 번 들썩였다.

온갖 종류의 인권 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이 표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이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억울한 누명을 쓸 걱정 따위는 없었다.

현성이 진실의 계약 스킬북을 대량으로 풀어 경찰과 검찰에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