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권. 서버 통합 (207/225)
  • ┃서버 통합

    ‘그래서였구나.’

    게스피트의 설명을 들은 현성은 가지고 있던 의문을 해결했다.

    신들은 플레이어들을 자신들의 권속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 대상에는 굴레를 벗지 않은 자는 물론 굴레를 벗은 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 신들은 당연히 굴레를 벗은 자들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굴레를 벗은 자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해 신이 되는 것을 포기한 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신이 자신의 삶에 관여하는 것을 원할 리가 없었다.

    굴레를 벗은 자들은 자신들의 삶은 물론 굴레를 벗지 못한 자들의 삶에도 신들이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현성 역시 신들이 자신의 삶에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미 흑뢰신의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기에 더 그랬다.

    “그리고 너도 굴레를 벗은 자가 되며 고유 권능을 얻었을 것이다.”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유 권능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거라. 설사 그 대상이 너의 권속이라고 해도 말이다.”

    굳이 게스피트가 이렇게 당부하지 않아도 현성은 다른 이들에게 고유 권능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고유 권능은 굴레를 벗지 못한 자가 굴레를 벗는 자가 되는 과정을 담은 성적표 같은 것이었다.

    그런 고유 권능이 가챠라는 말을 어떻게 다른 이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쪽팔려서라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한 다짐이 느껴지는 현성의 대답에 게스피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유 권능은 포인트를 투자해 범용성을 넓히거나 영구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생기는 포인트는 허튼 곳에 쓰지 말고 고유 권능에만 사용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사실 현성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가챠라는 상식 밖의 고유 권능을 얻었으니까 말이다.

    “또 항상 예비 포인트를 남겨 놓거라. 급한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포인트를 투입해 고유 권능을 순간적으로 강화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구에서 벌어졌던 전투에서 주백설이 게스피트와 제나의 맹공을 뚫어 내고 현성을 공격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당시에 주백설은 자신의 생명력이나 마찬가지인 포인트를 전부 소모해 고유 권능을 강화한 상태로 현성을 노렸다.

    하지만 당연히 효율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렇기에 제나를 상대로는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럼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해라.”

    “네, 많은 정보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성은 게스피트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지구로 복귀했다.

    * * *

    ‘포인트가 필요해.’

    지구로 돌아온 현성은 포인트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에 들어갔다.

    굴레를 벗은 자가 된 현성은 더 이상 타 차원을 침공하는 침략 전쟁을 벌일 수가 없었다.

    그럼 남은 포인트 수급 방법은 단둘.

    바로 몬스터 사냥과 장사였다.

    ‘몬스터 사냥은 한계가 있어.’

    먹고 자는 시간만 빼놓고 사냥을 한다고 해도 습득할 수 있는 포인트에는 한계가 있다.

    남은 변수는 단 하나.

    바로 장사였다.

    문제는 장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포인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클래식과 모바일 게임의 매출은 점점 하락하고 있어.’

    로또나 전자 제품 판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X브 같은 방송이나 SNS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역시 늘기는커녕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해.’

    바닥을 보였던 포인트는 루시아와 카이로가 대신 판매한 물품 대금을 받는 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유 권능인 가챠를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또 현성은 단순히 고유 권능 가챠를 사용하는 데만 포인트를 모두 쏟아부을 수 없었다.

    ‘분명히 포인트를 투자해 고유 권능의 범용성을 높이거나 영구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하셨어.’

    현성은 게스피트의 조언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리스크가 너무 커.’

    일반 등급이나 희귀 등급 스킬을 업그레이드시킬 때는 큰 리스크가 없었다.

    포인트는 날아가지만 있던 스킬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무 등급 스킬이나 1강 무 등급 스킬을 강화할 때는 그 리스크가 너무 켰다.

    자칫 잘못하면 포인트도 날리고 스킬 등급도 떨어지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1강 무 등급 스킬을 강화하려다 실패한다면?

    현성은 단순히 고유 권능 가챠를 통해 1강을 시도한 포인트만 날리게 되는 게 아니다.

    그간 무 등급 스킬을 1강 무 등급 스킬로 만들기 위해 투자했던 모든 포인트를 날리는 꼴이 된다.

    ‘이대로는 안 돼.’

    고유 권능 가챠가 아무런 발전 없이 현재 상태에서만 머무른다면?

    현성은 1강 이상의 무 등급 스킬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설사 만들어 낸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포인트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1강에 만족할 수는 없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10강 20강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인트를 투자해 고유 권능 가챠의 범용성을 늘려 리스크를 줄여야 했다.

    ‘일단 포인트부터 모아 보자.’

    포인트가 있어야 고유 권능 가챠를 개조하든 말든 할 수 있었다.

    ‘역시 문화 상품밖에 없어.’

    전자 제품의 경우 지구에서 출시되는 상품과 마르코스의 차원에서 출시되는 물품이 있다.

    현성은 적당히 물량을 조절하고 있었다.

    신제품을 바로바로 판매하는 것보다 과거에 출시된 물품을 순차적으로 판매하는 게 더 큰 이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다 뽑아 먹은 다음 신작을 출시해야 해.’

    아무리 급해도 미래에 발생할 수익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재활용하자.’

    현성은 클래식과 모바일까지 뽑아 먹을 대로 뽑아 먹은 상품들을 이용해 더 큰 수익을 창출해 볼 생각이었다.

    그 방법은 바로…….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의 서버 통합이었다.

    * * *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 중 어느 정도 포인트에 여유가 있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게임을 했다.

    그러나 전처럼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드물었다.

    레벨링을 하는 게임을 접고 몇십 분에서 길어도 1시간을 넘기지 않는 단발성 게임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레벨링 게임을 하는 이들 역시 전처럼 하루에 10시간 넘게 게임을 하지는 않았다.

    게임을 하는 유저의 숫자는 비슷한데 접속 시간이 짧아지고 돈을 투자하는 유저의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드니기사 역시 그런 1레벨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레벨링이 필요한 온라인 게임을 하기는 했지만 가끔 정해진 시간에 보스몹 레이드만 참여할 정도로 의욕이 떨어져 있었다.

    ‘이건 뭐야?’

    즐거움보다는 의무감이 큰 상태로 게임에 접속하던 드니기사의 눈에 새로운 업데이트 공지가 보였다.

    ‘도대체 뭔 짓을 하려고?’

    업데이트 공지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다지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설마 또 신규 아이템을 랜덤 박스로 판매하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러면 이번에는 진짜로 이 게임을 접어 버릴 생각이었다.

    신규 아이템이 나오면 드니기사가 수많은 현질로 장만해 놓았던 아이템들이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수없이 호구 짓을 했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드니기사는 정말 게임을 접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어?”

    그런데 업데이트 공지를 읽어 보던 드니기사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업데이트의 주요 골자는 단 하나.

    서버 통합이었다.

    사실 서버 통합은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충격적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서버를 하나로 합친다고?”

    지금까지 게임에서 벌였던 길드전은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끼리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아닌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벌이는 전쟁이 될 것이다.

    ‘신규 서버도 출시하네?’

    서버를 통합하는 와중에 두 개의 신규 서버가 나왔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이 고정되어 있었다.

    ‘한 서버에서는 무조건 호X만 고를 수 있고 다른 서버에서는 무조건 얼X이X스를 골라야 하네.’

    공지를 자세히 읽어 보니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호X만 고를 수 있는 서버에서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은 얼X이X스만 고를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의 싸움이라.’

    그동안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드니기사의 심장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게임을 접을 생각까지 했던 드니기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당장 신규 서버에 접속해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드니기사는 굴레를 벗은 자였고 과거 벌어졌던 전면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드니기사는 진성 호X였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더러운 얼X이X스 놈들을 한 큐에 보내 버릴 절호의 기회야.’

    드니기사는 주전파였다.

    하지만 현재 전면전을 벌일 수가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적인 전쟁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전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드니기사가 아니었다.

    드니기사는 곧바로 신규 서버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 * *

    드니기사와 비슷한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주전파들은 대부분 참가했고 주화파들 역시 상당수가 참여했다.

    주화파은 손해뿐인 전쟁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게 적군 플레이어들을 좋게 보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완전히 짓밟아 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이다.

    한데 상대를 짓밟아 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러니 당연히 그 기회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신규 서버로 몰려들었다.

    이에 현성은 두 개에 불과했던 서버를 황급히 수십 개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서버에 유저들이 잔뜩 들어왔다.

    단지 와X라는 한 게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천X과 마X로 진영을 나누어 전쟁을 벌이는 아X온이나 뱀X이X와 슬X이X로 진영을 나누어 전쟁을 벌이는 다X에X 같은 게임에도 신규 서버 접속자가 급증했다.

    리X 오X 레X드 같은 AOS류의 게임에도 접속자가 폭등했다.

    이 모두가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직접 실력을 겨뤄 보기 위해서였다.

    아군 1레벨 플레이어와 적군 1레벨 플레이어 들이 게임이라는 장소에서 정면으로 충돌해 서로의 실력을 겨뤘다.

    실시간으로 게임을 방송하는 스트리밍 서버에도 접속자가 폭주했다.

    과거 지구에서 미국과 소련이 냉전 시절 스포츠를 통해 대리전을 치렀듯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통해 치열한 대리전을 치렀다.

    그 결과…….

    ‘이게 다 얼마야?’

    현성이 폭풍처럼 늘어나는 포인트를 바라보며 환한 함박웃음을 지었다.

    바닥을 기고 있던 포인트가 순식간에 차올랐다.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통해 대리전을 치르며 미친 듯이 현질을 했기 때문이다.

    ‘하긴 원래 전쟁을 치르려면 두둑한 군자금이 필수지.’

    현성도 현질을 통한 포인트 수익이 상당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다.

    한데 현재 들어오고 있는 포인트는 현성의 예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쌓인 게 많았구나.’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나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나 상대에게 쌓인 게 상당히 많아 보였다.

    신규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 중에서 자신의 본명을 캐릭터명으로 삼는 자들이 대폭 늘어났다.

    기존에 서비스 중이던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닉네임을 본명으로 바꾸거나 기존 닉네임 옆에 추가로 본명을 표기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유는 단 하나.

    과거 전면전을 벌이며 쌓았던 은원을 게임 속에서 풀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복귀 유저가 대폭 늘어났다.

    또 다수의 게임을 중복으로 즐기는 유저의 수도 대폭 늘어났다.

    그 말은?

    현성에게 포인트가 미친 듯이 들어온다는 뜻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단시간에 고유 권능의 범용성을 넓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설사 포인트를 좀 날리더라도 상관없었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현재도 수많은 아군과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현질을 통해 현성에게 포인트를 공급해 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한번 시작해 보자.’

    현성이 고유 권능 가챠의 개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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