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권. 사억라니 (198/225)

┃사억라니

휘익!

현성이 사억라니를 향해 용혈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사억라니가 뒤로 밀려 났다.

하지만 현성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강해.’

되팔렘 짓거리를 하는 사억라니였지만, 무력 자체는 엄청나게 강한 수준이었다.

“네놈이 그놈의 주인이냐?”

사억라니가 분노한 표정으로 현성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때 카이로가 현성의 등 뒤로 쏙 숨었다.

“그놈 뒤로 숨는다고 날 피할 수 있을 성싶으냐?”

사억라니가 현성의 등 뒤에 숨은 카이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히이익!”

카이로는 상당한 강자였다.

하나 사억라니에게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전력을 다해야 해.’

우득! 우득!

현성이 용인화 스킬을 사용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그와 동시에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난사 수준으로 퍼부어 체력을 낮췄다.

전투준비를 끝낸 현성이 사억라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사억라니는 강했다.

현성이 용인화를 비롯한 버프 스킬을 발동시켰음에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권능은 없는 것 같은데.’

한데 상대의 강함으로 볼 때 분명 있을 듯한데, 무 등급 스킬의 권능이라고 할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어디 한번.’

현성이 테스트를 위해 오래간만에 분신술 스킬을 사용했다.

그간 현성은 분신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분신 스킬의 등급은 준신화 등급.

원래는 현성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의 30%를 가지고 있어야 했지만…….

현재는 준신화 등급의 한계로 인해 현성이 가진 능력의 30%는커녕 3%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 분신술을 활용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의 스킬이 가진 권능을 테스트하기에는 충분했다.

“이건 뭐야?”

분신을 목격한 사억라니가 비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대도를 휘둘렀다.

화르르륵!

대도에서 뿜어져 나간 푸른 화염이 순식간에 분신의 몸을 불태웠다.

‘없다.’

분신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현성은 푸른 화염에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권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직! 화륵!

현성이 뚱이와 덕구를 소환했다.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힘이 없는 존재라면?

정령인 뚱이와 덕구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었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이 뚱이와 덕구와 함께 신나게 맹공을 퍼부었다.

“크윽!”

사억라니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현성의 공격에 사억라니가 타격을 입으면?

액티브 회복 스킬과 패시브 회복 스킬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부상을 회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사억라니의 공격에 현성이 타격을 입으면?

불사의 서를 통해 순식간에 상처를 치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억라니의 몸에 점점 치명적인 상처가 늘어났다.

그에 반해 현성은 멀쩡했다.

‘생각보다 손쉽게 잡을 수 있겠어.’

사억라니는 현성과 대등한 수준의 힘과 속도 그리고 그 끝을 알기 힘든 방대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그에 비해 보유한 스킬의 수준이 상당히 낮아 보였다.

‘저런 스킬들을 가지고 어떻게 저렇게 강하게 성장한 거야?’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으아아아아!”

사억라니가 분노로 가득 찬 노성을 터트렸다.

화르르르륵!

그와 함께 사억라니의 몸이 푸른 화염으로 변했다.

‘뭐야?’

현성은 적잖게 당황했다.

-죽여 버리겠다!

푸른 화염으로 변한 사억라니가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이 사억라니를 향해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날렸다.

퍼어엉! 퍼어엉!

하지만 사억라니가 변한 푸른 화염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휘익!

현성이 푸른 화염으로 변한 사억라니에게 용혈검을 휘둘렀다.

좌아아악!

푸른 화염이 둘로 갈라지며 가볍게 용혈검의 공격을 피한 후 현성을 덮쳤다.

“크아아아악!”

지옥의 겁화와도 같은 열기가 현성의 몸을 덮쳤다.

용인의 비늘이 힘없이 녹아내렸다.

“크윽!”

현성이 전력을 다해 불사의 서를 발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로 몸을 보호했다.

그 결과 겨우 푸른 화염으로 변한 사억라니를 몸에서 떼어 낼 수 있었다.

-제법이구나.

하나 사억라니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화르르륵!

푸른 화염으로 변한 사억라니가 다시금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성이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날리고 용혈검을 휘둘렀지만, 푸른 화염으로 변한 사억라니에게는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이게 뭐야.’

상당한 강자인 만큼 숨겨 놓은 한 수가 있을 거라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자신의 육체 자체를 화염으로 바꿔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용혈검은 안 통해.’

물리적인 타격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스킬을 이용한 공격이 그나마 통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조차도 유효타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탱커나 근접 딜러 같은 계열에게는 천적이나 마찬가지였고 원거리 딜러나 힐러 들로서도 상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현성은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결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하하하! 네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푸른 화염으로 변한 사억라니가 현성을 조롱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화르르륵!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로 만든 방어가 뚫리며 현성의 몸이 타들어 갔다.

‘버티는 건 가능하다.’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늘어난 신하들이 전해 주는 체력과 마력 덕분에 버티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푸른 화염으로 변한 사억라니를 쓰러트릴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현성은 육체를 가지고 있기에 타격을 입는다.

반면 사억라니는 육체가 없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공격이 치명적이지 않게 적용됐다.

‘도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거야?’

현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기 계열이나 수 계열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치이이이익!

냉기 계열 스킬과 수 계열 스킬들은 사억라니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무 등급 스킬이 아니면 타격을 주는 것조차 힘들어.’

흑뢰신마공이나 화염의 서로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하나 창조 등급에 불과한 냉기 계열 스킬들과 수 계열 스킬들은 사억라니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빌어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현성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나 현성을 공격하는 사억라니도 그리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 * *

‘왜 이렇게 잘 버텨?’

사억라니는 무 등급 스킬 화신을 사용했다.

화신은 육체가 화염으로 변해 모든 물리 공격을 무시한다.

스킬 공격 역시 피해를 80% 이상 경감시킨다.

문제가 있다면 체력과 마력 소모가 극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극심하다는 점이었다.

전투가 장기전으로 변할 기미를 보이자, 사억라니는 점점 초조해졌다.

상대가 계속 버틴다면?

사억라니가 먼저 체력과 마력 고갈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빨리 승부를 본다.’

체력과 마력이 더 빨리 소모되는 한이 있더라도 단시간 내에 승부를 봐야 했다.

화르르륵!

사억라니가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상대의 굳건한 방어에 체력과 마력이 빠른 속도로 소모되었다.

하나 사억라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달라붙었다.

푸른 화염이 상대의 몸을 서서히 불태우기 시작했다.

상대가 전력을 다해 칠흑빛 뇌전과 화염을 내뿜으며 저항했다.

사억라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한 불길을 일으키며 상대의 몸을 불태웠다.

투둑!

상대의 사지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이겼다.’

적의 자가 회복력은 상당히 뛰어났다.

하지만 아무리 자가 회복력이 뛰어나도 육체가 회복되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빠르면 버틸 도리가 없었다.

화르르륵!

사억라니가 자신의 체력과 마력을 모두 소모할 각오로 더욱 강한 불길을 뿜어냈다.

사지에 이어 몸통과 머리가 재가 되어 휘날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사억라니의 체력과 마력이 바닥나기 직전.

-이겼다.

사억라니는 적의 육체를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사아아아악!

불길이 뭉쳐 다시금 사억라니의 육체를 구성했다.

“헉헉헉!”

사억라니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체력과 마력이 고갈되어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히이이익!”

그런 사억라니의 눈에 애초에 노렸던 목표물인 카이로가 들어왔다.

“후우!”

숨을 고른 사억라니가 카이로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믿고 있던 이가 사라지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

체력과 마력이 고갈된 상태였지만, 저 정도 수준의 플레이어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었다.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그럼 목숨을 살려 주마.”

사억라니의 말에 카이로가 머뭇거렸다.

화르르르륵!

사억라니가 푸른 화염을 일으켰다.

“네놈이 모시던 자와 함께 죽고 싶으냐?”

사억라니의 말에 카이로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일 거 같은데.”

카이로의 말을 들은 사억라니는 어이가 없었다.

‘이놈이 미쳤나?’

아무래도 좋은 말로 해서는 말을 듣지 않을 듯했다.

‘사지를 날려 버려야겠군.’

사억라니가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등 뒤에서 폭발적인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사억라니가 재빨리 몸을 돌렸다.

사아아아악!

그런 사억라니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분명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적이 되살아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 * *

-부활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의 등급이 하락합니다.

‘목숨 하나를 날렸어.’

현성은 사억라니를 가볍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마르코스를 설득할 때 사억라니가 있는 차원의 좌표만 알아낸다면 대신 응징해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간 계속 승승장구하다 보니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한 모양이었다.

‘나보다 강한 자들은 아직 많이 있어.’

알고는 있었지만 반인반룡들의 차원을 다스리는 황제 불마루스를 쓰러트린 이후 패배는커녕 고전조차 한 적이 없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억라니가 경악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제약이 없는 건 아니었어.’

사실 그런 사기적인 스킬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이 아무런 대답 없이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사용했다.

사억라니는 현재 육신이 있는 상태였다.

그런 만큼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화르르륵!

그때 사억라니의 육신이 다시금 푸른 화염으로 변했다.

하나 전처럼 현성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차원 게이트를 열더니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놓치지 않는다.’

사억라니가 열었던 차원 게이트는 이미 소멸했다.

하지만 어디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흔적은 남아 있었다.

현성이 사억라니가 남긴 흔적을 통해 차원 게이트를 열었다.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새로운 차원 게이트를 열고 도주하는 사억라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딜 도망가려고.’

불사의 서가 무 등급에서 희귀 등급으로 변해 버렸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이다.

그 손해를 벌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사억라니를 쓰러트려야 했다.

쫓고 쫓기는 치열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사억라니는 현성을 더 이상 따돌릴 수 없다고 느꼈는지 휘하 신하들을 동원했다.

휘하 신하들을 방패 삼아 잠시라도 시간을 벌고자 한 것이다.

“주군을 지켜라!”

“와아아아아!”

사억라니의 신하들이 현성을 향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하나 그들이 현성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은 벌 수 있었다.

휘하 신하들을 통해 번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 사억라니가 다른 차원으로 도망쳤다.

‘절대 안 놓친다.’

현성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그런 사억라니의 뒤를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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