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권. 침공 (192/225)
  • ┃침공

    무영검은 아X온 유저였다.

    그러나 대대적인 패치 이후 게임을 접었다.

    35렙 고정 또는 42렙 고정으로 상대 진영에 쳐들어가 깽판을 칠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렙 유저도 죽이고, 고렙 유저도 죽이고, 동렙 유저도 죽인다.

    무영검은 레벨업을 포기하고 오직 PK를 하는 데 올인했던 유저였다.

    당연히 PK 조건이 까다로워지자 게임을 접었다.

    그런 그의 눈에 아X온 클래식이 들어왔다.

    대대적인 패치로 너프를 먹었던 캐릭터들을 예전 그대로 복구시켜 놓았다고 했다.

    ‘가자.’

    무영검이 곧바로 아X온 클래식을 설치하고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후 자신이 죽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게임을 즐겼다.

    적이 PK를 걸어오면 역으로 죽이기 위해 함정을 팠고, 자신이 먼저 PK를 걸 때는 한 방 콤보로 적을 죽이기 위해 노력했다.

    재미있었다.

    과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무영검은 잠도 잊고 아X온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케로저는 리X지 2 유저였다.

    그러다 게임을 접었다.

    하지만 리X지 2 클래식 출시 소식에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익숙한 사운드가 들려오고 익숙한 풍경과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D급 장비를 얻기 위해 다시 노가다를 했다.

    과거 S급 장비까지 손쉽게 쥐고 다녔던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달랐다.

    D급이 최고였고 40렙이 만렙이었다.

    고생스럽다면 고생스러운 일이었지만…….

    오히려 더 즐거웠다.

    케로저는 과거의 추억을 즐기며 리X지 2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 * *

    클래식.

    현성이 오래전부터 풀 준비를 하고 있던 아이템이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와X 클래식, 리X지 1, 2 클래식, 아X온 클래식 등등.

    서버 구축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저 초기 서버를 그대로 다시 구동시켜 주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몇몇 불편한 점들은 적당히 해소했다.

    ‘폭발적이네.’

    클래식 시리즈에 대한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게임을 접었던 수많은 1레벨 플레이어들이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클래식 게임들을 다운받고 플레이했다.

    ‘일단 이걸로 급한 불은 껐네.’

    PC 게임의 모바일화.

    ‘빽섭’을 통한 클래식 출시.

    이게 현성이 그간 아껴 놓았던 무기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기를 모두 소모해 버렸다.

    그러니 그 기간 안에 새로운 대박 게임을 꼭 개발해야 했다.

    ‘가상현실 게임이나 그런 건 안 나오나?’

    플레이어의 스킬과 조합해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 쉽게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완성되겠지.’

    현성은 마음을 느긋하게 먹었다.

    당분간은 클래식 시리즈가 적당히 시간을 벌어 줄 테니까 말이다.

    ‘거기다 클래식 시리즈는 계속 재탕이 가능하니까.’

    판매 성적이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클래식 시리즈를 재탕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지구에서는 사설 서버를 통해 ‘빽섭’이 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사는 그저 그걸 공식화한 것뿐이다.

    ‘수효가 있는 이상 공급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

    투자 대비 수익이 역으로 가지 않는 이상, 클래식 시리즈는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었다.

    * * *

    현성은 차원 전쟁을 계속하며 평화로운 삶을 이어 나갔다.

    전쟁과 평화.

    뭔가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업적 달성을 통해 강해진 현성의 무력은 그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또 무급 스킬의 권능을 끌어올리는 일 역시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차원 전쟁을 벌이는 족족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용병 등급은 어느새 창조 등급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시스템 상점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뭐, 언젠가는 올라가겠지.’

    현성은 지금도 꾸준히 포인트를 쌓아 가고 있다.

    그런 만큼 언젠가는 시스템 상점의 등급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성의 보호 아래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 가고 있는 지구.

    던전과 차원 게이트는 이제 몬스터를 공급해 주는 창고에 지나지 않았다.

    스윽!

    그때 누군가가 던전 내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위이이이잉!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던전 내부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한 전자 장비가 요란한 소음을 토해 냈다.

    “뭐야?”

    던전 앞을 지키고 있던 던전 관리인이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이모탈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오작동인가?”

    “혹시 모르니까 정밀 검사 해 봐.”

    플레이어들이 스킬과 전자 장비를 동원해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아무도 없잖아. 그만 가자.”

    “그러게 오작동이었나 보네.”

    플레이어들이 탐지 장비의 오작동이겠거니 하고 자리를 떴다.

    ‘경계가 철저하구나.’

    은신 스킬을 사용한 채 숨을 죽이고 있던 정체불명의 플레이어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플레이어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안전 결계가 해제된 차원들과 비교했을 때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다.

    ‘뭔가 이상하기는 하네.’

    조금 전 방문했던 아군 차원은 적군 차원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

    한데 어째 점령당한 아군 차원 플레이어들의 무력보다 점령한 적군 차원 플레이어들의 무력이 더 낮아 보였다.

    ‘뭐 나쁠 건 없지.’

    정체불명의 플레이어는 오히려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그는 애초에 아군 차원을 구원하고 적군 차원을 점령하기 위해 차원 게이트를 넘은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일단 조사부터 해 보자.’

    은신 스킬을 사용한 플레이어가 일반인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지구에 침입한 플레이어의 이름은 오로센.

    그는 이미 휘하에 1백여 개에 가까운 차원을 거느린 대군주였다.

    오로센의 전략은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침략 전쟁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차원의 대군주를 찾아내 제거하거나 충성 맹세를 받는다.

    그럼 오로센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손해 없이 손쉽게 차원 하나를 접수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방법은 현성 역시 사용하고 있었다.

    피해를 최소화하며 차원을 병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최현성이라. 이놈이 이 차원의 1레벨 플레이어로군.’

    아마 이자가 아군 차원을 점령한 주범일 것이다.

    스킬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캐내던 오로세의 표정이 굳어졌다.

    뜻밖의 대어를 낚았기 때문이다.

    ‘전자 제품이라는 물건이 여기서 나온 거였을 줄이야.’

    오로센은 차원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수시로 시스템 상점을 쇼핑했다.

    그러다 전자 제품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게임에 관심이 있었지만, 오로센은 전략적 가치에만 중점을 뒀다.

    마력 탐지에 걸리지 않는 통신 장치.

    오로센은 전략 무기로 전자 제품을 사용했다.

    ‘그런데 판매자 이름이 최현성은 아니었는데.’

    오로센이 알고 있는 전자 제품 판매자의 이름은 최현성이 아니라 카이로였다.

    오로센은 당연히 아군 플레이어가 판매한 줄 알았던 전자 제품이 적군 차원에 널려 있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카이로라는 놈이 최현성이라는 놈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거로군.’

    오로센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차원 전쟁에서 패배한 아군 1레벨 플레이어 카이로가 적군 1레벨 플레이어인 최현성의 휘하로 들어간 것이다.

    ‘가치가 크다.’

    오로센은 전자 제품의 가치를 오직 전쟁에 필요한 전략물자로만 판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로센이 전자 제품과 문화 사업의 힘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카이로는 전자 제품과 문화 상품 판매로 엄청난 포인트를 긁어모았다.

    ‘한데 그 포인트가 모두 적군 차원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구나.’

    이건 상당히 큰 문제였다.

    당장은 별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문제가 심각해진다.

    아군 차원의 포인트가 적군 차원으로 흘러 들어가는 꼴이었으니까 말이다.

    차라리 스킬북이나 비약 같은 아이템 판매는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다.

    포인트가 넘어가는 대신 플레이어의 전력을 올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전자 제품과 문화 상품이라는 것은 플레이어의 전력을 올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력 차이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어.’

    아군 포인트가 적군에게 넘어가 힘이 된다.

    아군은 포인트의 대가로 전자 제품과 문화 상품을 받는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태가 수백 년 이상 지속되면?

    팽팽한 아군과 적군 차원의 전력 차이가 한쪽으로 기울어 질 수 있었다.

    ‘바로 해결해야겠어.’

    오로센은 지금이라도 이 차원을 발견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백 년 뒤에 이 차원을 발견했다면?

    최현성이라는 이름의 적군 플레이어는 아군과 적군 차원의 포인트를 모두 흡수해 오로센이 어찌하기 힘든 존재로 거듭났을 것이다.

    슈욱!

    오로센이 최현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적군 플레이어의 거주지로 이동했다.

    ‘강자라고 할 만한 이들이 꽤 많이 있구나.’

    오로센이 이 차원에 와서 본 플레이어들 중 가장 강한 이들이 최현성 플레이어의 주거지에 뭉쳐 있었다.

    파지지직!

    그때 오로센을 향해 칠흑빛 뇌전이 날아왔다.

    꽈아아아앙!

    오로센이 방어 스킬을 사용해 재빨리 그 공격을 막아 냈다.

    “넌 누구냐?”

    그때 한 플레이어가 오로센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현성 플레이어.”

    오로센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상대가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거주지에 있었던 것이다.

    ‘꽤 강하군.’

    방금 전 날아온 칠흑빛 뇌전의 위력은 꽤 강력했다.

    풍기는 마력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야.’

    저게 상대가 가진 힘의 전부라면?

    이 차원은 손쉽게 자신의 수중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네가 사는 차원의 지배권을 인정해 주마, 그러니 순순히 무릎을 꿇고 내 신하가 되어라.”

    오로센이 항복을 권유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대답 대신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오로센을 향해 날아왔다.

    꽈아아아앙!

    오로센이 칠흑빛 뇌전과 화염을 막아 냈다.

    ‘하긴 순순히 말을 듣는 놈은 거의 없었지.’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

    힘으로 제압하는 것뿐이었다.

    * * *

    ‘저놈은 도대체 뭐야?’

    현성은 오래간만에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이 있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살짝 당황하고 있던 찰나 누군가가 은신 스킬을 사용해 이곳으로 접근하는 것을 인지했다.

    현성은 곧바로 공격을 날렸다.

    하지만 상대는 보통이 아니었다.

    현성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현성에게 지구의 지배권을 인정해 줄 테니 신하가 되라는 헛소리를 했다.

    현성의 대답은 당연히 거절이었다.

    그런데…….

    ‘강하다.’

    현성의 공격을 너무 손쉽게 막아 냈다.

    버프 스킬을 발동시키고 용인화를 사용했다.

    그것도 모자라 영역 선포까지 사용했다.

    한데 현성이 날린 공격 중 유효타가 하나도 없었다.

    그에 반해 상대의 공격은…….

    꽈아아아앙!

    너무나도 강력했다.

    “크윽!”

    용인의 날개가 찢겨져 나가고 비늘이 박살 났다.

    ‘진짜다.’

    현성이 우려했던 강력한 적군 플레이어의 침공.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나 혼자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루시아나 파르티샤 같은 수하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미리 섭외해 놓은 지원군들이 있었다.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부른 건가?”

    차원 게이트 내부에서 각투브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게 시작이었다.

    연달아 차원 게이트가 열리며 현성이 미리 포섭해 놓았던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무더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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