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권. 신의 권속 (191/225)

┃신의 권속

‘나랑만 연결되어 있던 게 아니었나?’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다.

또 그게 아니라면 현성을 포기한 후 눈앞에 있는 적군 플레이어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조심해야겠어.’

현성이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불사의 서는 강력한 자가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무려 부활의 권능도 있다.

하지만 부활의 근간이 되는 존재의 근원이 소멸하면?

불사의 서가 가진 자가 회복력과 부활의 권능은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가 없다.

“네놈은 또 뭐냐!”

적군 플레이어가 현성을 향해 노성을 터트렸다.

파지직.

그와 동시에 전신을 칠흑빛 뇌전으로 뒤덮은 채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이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과 적군 플레이어가 연달아 충돌했다.

‘이게 무슨?’

현성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적군 플레이어의 스텟은 현성보다 낮았다.

당연히 적군 플레이어의 스킬 공격력이 현성보다 낮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강한 거야?’

적군 플레이어의 힘과 속도는 정확히 현성의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상식을 초월한 위력의 칠흑빛 뇌전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존재의 의지가 가진 힘을 빼앗아 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강할 리는 없는데.’

현성도 빼앗아 써 봤으니 그 한계치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남은 답은 단 하나.

‘굴복해 버린 거냐?’

계속되는 유혹에 넘어가 존재의 의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힘을 온전히 전달받은 게 아니라면…….

상대의 스텟으로는 절대 이 정도 위력의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상대에게 힘을 빌려주는 존재는 신이다.

아무리 현성의 격이 올라갔다고 해도 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다.

‘그래도 부담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신이 자신의 권능을 빌려준다지만, 그것을 발현하는 것은 결국 적군 플레이어다.

현성이 대군주의 축복 스킬을 사용할 경우 휘하 신하의 스텟에 따라 전투력이 달라진다.

또 장기간 자신의 능력보다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군주의 축복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야.’

신의 권능을 부여받아도 신체의 제약을 받는 건 동일했다.

‘한번 해보자.’

적군 플레이어는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상태에서도 현성을 압도하지 못했다.

현성이 살짝 밀리는 감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용인화와 영역 선포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패시브 스킬들이 있었다.

‘앞으로 이런 놈들을 얼마나 더 만날지 모르는 일이야.’

이번 전투를 통해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권속의 전투력을 제대로 측정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현성이 고의적으로 체력을 소모해 패시브 스킬들을 발동시켰다.

그 후 용인화 스킬까지 사용했다.

꽈아아앙!

용인으로 변한 현성의 공격이 쏟아지자 자신만만하던 적군 플레이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의 주인이시여! 더 강한 힘을 주소서!”

파지지지직!

적군 플레이어의 외침과 동시에 칠흑빛 뇌전이 더 강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죽어라!”

적군 플레이어가 매섭게 현성을 공격했다.

현성은 방어에 열중하며 중간중간 적의 빈틈을 노렸다.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힘.

그건 적군 플레이어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현성이 보유 중인 스킬 화염의 서 역시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현성과 적군 플레이어가 서로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길 수 있어.’

하지만 현성은 승리를 확신했다.

신에게서 더 강한 권능을 부여받은 뒤 적군 플레이어의 스킬 운용 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낭비되는 힘이 커졌다.

‘이렇게 큰 권능을 부여받은 경험이 없나 보네.’

경험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힘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군주의 축복을 받고 그게 자신의 힘인 양 날뛰는 녀석들과 다를 게 없어.’

현성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전투를 지속해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황이 점점 현성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몸에 무리가 많이 온 것 같은데.’

현성의 공격에 적중당한 것도 아닌데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이건 체력과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야.’

몸의 내구성 문제였다.

상대는 신에게 막강한 권능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그 권능을 사용하는 적군 플레이어의 육체는 그 힘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얼마 못 가겠어.’

신의 권능을 담은 그릇인 육신이 깨질 조짐을 보였다.

‘굳이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가 없겠어.’

현성은 방어에 열중하며 차분하게 기다렸다.

기다리기만 하면 상대 스스로 자멸할 게 뻔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으아아아아!”

상대도 그걸 느낀 것인지 괴성을 지르며 맹공을 퍼부었다.

현성은 차분하게 버텼다.

그 순간.

타악!

상대가 몸을 날려 도주를 선택했다.

현성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그걸 가만히 두고 볼 것 같냐. 뚱이, 덕구.’

현성이 두 정령을 소환했다.

수비를 할 때는 정령을 소환할 수 없었다.

바로 상대가 가진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힘 때문이었다.

근원이 소멸되면 제아무리 정령인 뚱이와 덕구라고 해도 부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추격전이면 이야기가 다르지.’

뚱이와 덕구가 먼 거리에서 맹공을 날렸다.

현성은 뚱이와 덕구가 적군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사이 거리를 좁혔다.

서걱!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로 뒤덮인 용혈검이 적군 플레이어의 방어를 뚫었다.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며 적군 플레이어의 등에 긴 자상이 생겨났다.

“크윽!”

적군 플레이어가 몸을 돌렸다.

도주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놈!”

적군 플레이어가 광기에 휩싸인 눈빛으로 현성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사실 적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했다.

다른 차원을 침공했다.

침공한 차원의 플레이어 수준이 너무 낮아 무난하게 점령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개뼈다귀가 자신을 공격했다.

신의 권능을 받아들인 적군 플레이어는 자신이 무난히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반대로 궁지에 몰려 버렸다.

당연히 적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내 일을 방해하는 거냐!”

적군 플레이어의 외침에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넌 왜 이 차원을 침공했는데?”

적군 플레이어가 이 차원을 침공한 이유는 업적을 획득하고 휘하에 든 차원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현성의 목적도 같았다.

이 차원을 구원해 업적을 획득하고 휘하에 든 차원을 늘리고 싶었다.

서로의 목적은 같았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상반되니 이 둘은 서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적군 플레이어는 이 차원을 점령해야 했고 현성은 구원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서걱!

용혈검이 무기를 들고 있던 적군 플레이어의 오른팔을 잘라 냈다.

“순순히 항복하고 내 휘하에 들어와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현성이 투항을 권고했다.

‘저놈을 휘하에 들이면 신의 권속이 가진 비밀에 대해 알 수 있을 거야.’

현성은 신의 유혹을 거절했다.

그리고 스스로 격을 올려 신과 같은 위치에 섰다.

하지만 현성은 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언제 또 저런 놈을 만나게 될지 몰라.’

이번에는 손쉽게 제압했지만 다음 상대는 더 강할지도 몰랐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현성에게는 신과 그 권속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했다.

“이익!”

상대가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몸을 휘감고 있던 칠흑빛 뇌전도 사라졌고 마력도 가라앉았다.

‘의외네.’

현성이 직접 항복을 권고하기는 했지만, 순순히 들어 먹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끝까지 저항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뭐, 현성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목숨을 잃은 플레이어에게서 스킬을 사용해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보다는 살아 있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휘하에, 커억!”

순순히 충성을 맹세하려던 상대의 등이 갑자기 새우처럼 구부러졌다.

그와 동시에 상대의 몸에 있던 생기와 마력이 미친 듯이 들끓었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이 상대의 몸을 집어삼켰다.

‘이런 망할.’

현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영역 선포.’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은 영역 선포 스킬을 사용하고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그 후 상대와의 거리를 벌렸다.

꽈아아아아앙!

그 순간 상대의 몸이 그대로 폭발했다.

생명력과 마력을 불태워 탄생한 칠흑빛 뇌전의 위력은 실로 가공했다.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가 순식간에 뚫리며 소멸의 권능을 가진 뇌전이 현성의 몸을 강타했다.

“커억!”

칠흑빛 뇌전이 현성의 몸을 뒤덮은 비늘을 불태우고 피부를 녹여 버렸다.

“으아아아아악!”

현성이 고통에 찬 비명을 터트렸다.

외상만 심한 게 아니라 내상도 심각했다.

혈관이 터지고 뼈와 살이 녹아내렸다.

심장, 뇌, 간, 폐, 위장 할 것 없이 몸속의 모든 장기가 녹아내렸다.

극심한 고통에 현성은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 고통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었다.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권능.

그 권능 때문에 불사의 서가 가진 자가 회복력이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상대방이 자폭을 할 줄은 몰랐다.

아니, 자폭을 하더라도 그 위력이 이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다.

‘이깟 공격 하나 방어하지 못하는 게 무슨 무 등급 스킬이야.’

현성이 보유하고 있는 무 등급 스킬은 총 세 개.

흑뢰신마공, 화염의 서, 불사의 서였다.

하지만 그 세 개 모두 적군 플레이어의 자폭 공격을 막아 내지 못했다.

“커어어억!”

현성이 몸을 비틀었다.

끔찍한 고통은 도저히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도 않았다.

죽는 것도 불가능했다.

자폭 공격의 위력이 현성의 몸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는 했지만 사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불사의 서가 발동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완치할 수 있는 상처였다.

하지만 불사의 서는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현성의 부상을 무시하듯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크으으윽!”

현성이 부서져라 이를 악물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지금의 고통을 느끼면서?’

높은 체력 스텟은 즉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현성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높은 정신력 스텟은 현성에게 기절이라는 안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더욱더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럴 수는 없어.’

평생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현성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죽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지켜야 할 차원들이 있었다.

영원히 지금의 고통을 느끼고 살아가야 한다고 하더라도 현성에게는 현재의 삶을 유지할 의무가 있었다.

“크윽!”

현성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전신을 뒤덮은 고통은 도무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움직여. 네 힘을 발동시켜.’

현성이 강한 의지를 담아 불사의 서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불사의 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현성의 몸이 멀쩡한 상태일 때의 근원이 손상됐다.

당연히 불사의 서는 현재 현성의 몸 상태를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니 패시브 스킬인 불사의 서가 발동할 리가 없었다.

‘움직여. 움직여.’

지금 현성에게 있어서 불사의 서가 패시브 스킬이니 액티브 스킬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근원이 소멸했다.

하지만 현성은 자신의 멀쩡했던 몸 상태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근원이 소멸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가진 힘인 불사의 서를 발동시킬 수 없다?

현성은 절대 납득할 수 없었다.

아니, 납득해서는 안 되었다.

‘넌 내가 가진 힘이야.’

스킬이든 뭐든 불사의 서는 현성의 몸 안에 잠들어 있는 힘이었다.

근원이 소멸했든 안 했든 현성은 멀쩡했던 자신의 몸을 확실하게 각인하고 있었다.

몸을 회복시킬 힘이 있고 원래의 몸 상태도 기억한다.

그럼 당연히 만신창이인 몸 상태는 완벽하게 회복되어야 했다.

“크으으윽!”

현성은 처절한 고통을 참으며 불사의 서를 발동시키라는 명령을 계속해서 내렸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강철 같은 현성의 의지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우득! 우득!

그간 아무런 반응도 없던 불사의 서가 현성의 의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

현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발동했다.’

그간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불사의 서가 현성의 의지에 따라 반응했다.

현성은 더욱더 집중했다.

우득! 우득!

회복 속도가 상당히 느리기는 했다.

하지만 불사의 서는 꾸역꾸역 현성의 손상된 신체를 회복시켜 나갔다.

현성의 강한 의지를 전달받은 불사의 서가 본래 가지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어 전혀 새로운 권능을 선보인 것이다.

‘이게 무 등급 스킬로 거듭난 불사의 서가 가진 권능인가?’

무 등급 스킬로 업그레이드된 후 생긴 권능 같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부상을 입은 즉시 현성의 몸에 생겼던 상처가 회복되었을 것이다.

‘의지.’

현성은 계속해서 불사의 서에 명령을 내렸다.

몇 날 며칠을 잠도 자지 않고 끊임없이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과 불사의 서가 반응했다.

‘정해진 길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건가?’

무 등급 스킬의 권능.

그건 지금까지처럼 고정적으로 주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

창조 등급 스킬이든 일반 등급 스킬이든 모든 스킬은 애초에 가지고 있는 힘이 정해져 있다.

시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 등급 스킬은 달랐다.

시전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새로운 힘을 깨닫고 만들어 가야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현성의 가설이었다.

정말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럴 확률이 높아.’

현성이 불사의 서에 더 강한 의지를 집중시켰다.

그와 동시에 현성의 몸이 회복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잠시 후.

현성은 지난 며칠간 자신을 괴롭혔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권능을 얻어야 해.’

현성은 이번 일을 통해 불사의 서에서 새로운 권능을 이끌어냈다.

그럼 다른 무 등급 스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몇 날 며칠을 발버둥 친 끝에 겨우 하나의 스킬을 얻었다.

그런데 다른 무 등급 스킬들은 어떨까?

아마 권능을 얻기가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얻은 게 많아.’

현성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메시지들을 바라봤다.

차원을 구하면서 얻게 된 업적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새롭게 얻게 된 업적들이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창조 등급]

-최초로 신의 권속을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신의 권속을 쓰러트린 자 – 창조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일반 등급]

-최초로 신의 최하급 권속을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신의 최하급 권속을 쓰러트린 자 – 일반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희귀 등급]

-최초로 신의 하급 권속을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신의 하급 권속을 쓰러트린 자 – 희귀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영웅 등급]

-최초로 신의 중급 권속을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신의 중급 권속을 쓰러트린 자 – 영웅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창조 등급]

-최초로 권능을 창조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권능을 창조한 자 – 창조 등급]

차원을 구원하고 차원 전쟁에서 승리한 것 말고도 총 다섯 개의 업적이 더 떠올랐다.

네 개는 신의 권속이었던 적군 플레이어를 쓰러트리고 얻은 것이고, 하나는 불사의 서가 새로운 권능을 각성했기에 얻은 업적이었다.

‘그나저나 아까 그놈이 중급이라 이거지.’

그 말은 더 강한 신의 권속들이 널려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살짝 떨어지는 스텟을 가지고 있는 상대가 신의 권속이 되었다면?’

아마 권능을 제대로 각성하지 못한 현성에게는 엄청나게 벅찬 상대가 될 것이 분명했다.

‘조심해야겠어.’

무 등급 스킬을 얻은 뒤 자신감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굴레를 벗어난 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신의 권속까지 추가되었다.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딪칠 확률이 높아.’

현성이 아군 차원을 구원하기 위해 나섰다가 부딪칠 수도 있고, 반대로 상대가 현성이 점령한 차원을 노리고 침공해 올 수도 있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한 게 아쉽네.’

적이 자폭해 버렸기에 스킬을 통해 정보를 알아낼 수도 없었다.

뭐, 현성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자폭한 게 정말 본인의 의지였을까?’

적군 플레이어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현성에게 순순히 항복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이며 자폭했다.

물론 그 모든 게 현성을 방심시키기 위한 연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확률이 높아.’

현성이 보기에는 적군 플레이어의 반응이 영 석연치 않았다.

‘마치 강제로 몸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았단 말이지.’

군주 플레이어와 신하 플레이어의 경우 가진 힘의 차이가 크면, 군주 플레이어의 명령을 신하 플레이어가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신과 그 권속의 관계라면?

‘군주 플레이어와 신하 플레이어 이상의 강제성이 있을 수도 있어.’

지시를 내리는 수준이 아니라 강제로 육체를 장악해 자폭시켰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었다.

‘골치 아프네.’

고작 중급을 상대로 이 정도로 고생했다.

상급이나 최상급이었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확률이 높았다.

‘조심해야겠어.’

그와 더불어 최대한 빨리 무급 스킬들이 가지고 있는 권능을 각성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 *

현성은 지구로 귀환한 뒤 차원 전쟁을 지속해 나갔다.

하지만 특별한 사고는 없었다.

신의 권속을 만나거나 현성과 근접한 실력을 가진 적군 1레벨 플레이어를 만나지도 않았다.

현성은 무난하게 차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결과 30개가 넘는 차원을 휘하에 복속시킬 수 있다.

‘또 얻었네.’

점령한 차원이 늘어날수록 현성의 업적이 계속해서 불어났다.

특히 점령한 차원이 늘어나면서 얻은 연계형 업적이 주는 스텟 역시 상당히 쏠쏠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무 등급 스킬의 권능 각성에는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었다.

불사의 서 같은 경우는 한번 해 본 적이 있어서인지 무난했다.

하지만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 같은 경우는 쉽게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현재에 집중하자.’

현성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차원 전쟁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또 떨어지네.’

현성은 떨어지는 시스템 상점 매출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다.

당연히 게임에 질린 1레벨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접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게임들이 커버를 해 줘야 하는데, 그게 완벽하게는 안 되네.’

모바일 게임 역시 나름 선방하고 있기는 했지만, 매출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새롭게 출시한 게임 중에 대작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대박은커녕 중박만 터져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위험해.’

외국 게임 회사와 한국 게임 회사 모두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은 처음 느끼는 자극에는 극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익숙해진 자극에는 다소 무딘 반응을 보인다.

그건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가 꾸준히 선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외 문화 상품들이 다양한 시도를 한 덕분이었다.

특히 한국의 드라마의 경우 여성 1레벨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꾸준히 선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성은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유저풀이 너무 적어.’

1레벨 플레이어들은 타 플레이어들에 비해 월등히 빠르게 성장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사용해야 할 포인트를 게임을 비롯한 문화생활에 투자할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성도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려 십수 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의 경우는?

십수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유저의 유입이 없으니 유저풀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한 지 오래된 게임들의 서버를 통합하며 버티고는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예 서비스를 중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일단 응급조치라도 해야겠어.’

현성은 일단 매출이 떨어지는 게임들의 정액제 시스템을 폐지했다.

‘애초에 부분 유료화 게임이었으니까 크게 손해 볼 건 없어.’

그와 동시에 천편일률적이던 정액제 요금과 부분 유료화도 게임의 성적에 따라 차등을 두기 시작했다.

비인기 게임들의 가격을 낮춘 것이다.

그러자 점점 줄어들던 유저풀의 감소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었다.

물론 욕도 어마어마하게 들어 먹었다.

-진작 이렇게 할 것이지!

-그동안 돈독이 올라서 꼬박꼬박 정액제로 요금 받아먹고 부분 유료화로 아이템을 팔아먹더니, 인기 떨어지니까 바로 꼬리를 내리네.

-네가 이런다고 내가 다시 게임 할 것 같냐? 최현성 네놈이 파는 게임을 다시 하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 개다, 개야!

-윗님 스샷 찍어 놨습니다. 진짜 복귀하나 안 하나 내가 지켜볼 거임.

-여러분 이건 소비자의 승리입니다! 개 같은 게임들 딱 한 달만 접어 버리세요! 그럼 그 게임들도 정액제 폐지할 겁니다!

온갖 발언들이 터져 나왔다.

칭찬하는 목소리도 소수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욕이었다.

게임을 한 달만 접자며 선동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온갖 부정적인 반응들이 터져 나왔지만, 이번 임시 조치는 성공적이었다.

‘매출은 보합세지만 복귀 유저들의 숫자가 늘어났어.’

정액제를 폐지하며 매출이 대폭 떨어지기는 했지만, 복귀한 유저들이 가챠를 돌려 준 덕분에 어느 정도 균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는 못할 거야.’

빨리 새로운 대박 게임이 나와 유저들을 끌어모아야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초창기 온라인 게임에 비해 현재 게임 사업에 흘러 들어가는 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초창기 온라인 게임만큼 인기를 끄는 게임은 상당히 드물었다.

‘익숙해진 거지.’

수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지갑을 열게 하는 일은 절대 쉽지가 않았다.

‘조금 이른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겠어.’

어차피 예정되어 있던 사안이기도 했다.

또 최소 몇 년 정도는 확실하게 매출을 책임져 줄 아이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단발성이다.

짧으면 1년.

길면 2~3년 안에 한계를 보이게 될 것이다.

아니, 한계라기보다는 그 아이템이 가진 수명이 애초에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늦어도 2년 안에는 제대로 된 대작 게임 개발에 성공해야 해.’

돈의 채찍을 휘둘러 게임 개발자들을 일이라는 맷돌에 갈아 넣는 한이 있더라도 꼭 만들어야 했다.

* * *

1레벨 플레이어 유정엽은 한때 와X의 골수 게이머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흥미를 잃고 게임을 접었다.

종종 옛날 생각이 나 와X에 접속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게임이 너무 많이 변했다.

수많은 패치 끝에 와X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 있었다.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접속했던 유정엽은 바로 와X를 종료했다.

와X 모바일을 잠깐 즐긴 적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금방 흥미가 떨어졌다.

‘요즘은 재미있는 게임이 없단 말이야.’

요즘도 종종 새로운 게임들을 즐기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다.

또 게임을 하면서 전처럼 큰 재미를 느낄 수도 없었다.

유정엽이 심드렁한 얼굴로 웹서핑을 이어 갔다.

“어?”

그때 유정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본 광고 때문이었다.

-와X 클래식, 과거의 감동을 다시 느껴 보세요.

광고를 본 유정엽이 번개 같은 속도로 와X 클래식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게임을 다운받은 후 곧바로 아X로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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