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권. 무無 등급 스킬 (190/225)

┃무無 등급 스킬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황제의 외침을 들은 현성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네놈이 언제까지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보자.’

현성은 거인족들을 자신과 같은 인류로 보지 않았다.

그간 수많은 차원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거인족들처럼 자신과 같은 인류를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가장 위험한 전장에 넣어 주마.’

황제를 죽여 봤자 골치 아픈 건 현성이다.

충성 맹세를 철회한 제후들을 일일이 때려잡아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현성은 처음 거인족들을 휘하에 거둘 때 했던 결심을 철저하게 지켜 줄 생각이었다.

거인족들이 인간을 가축 취급했으니, 인육을 먹는 거인족들을 몬스터로 대해 주겠다는 결심을 말이다.

거인족들의 황제인 카르사오의 충성 맹세를 받은 현성은 곧바로 제후들을 소집했다.

그 후 거인족들로 만들어진 부대를 만들었다.

‘네놈 생각이야 뻔하지.’

현성은 거인족들의 황제였다가 자신의 신하로 격하된 카르사오를 믿지 않았다.

현성의 휘하에 있다고는 하지만 대우가 안 좋다 싶으면 바로 충성 맹세를 철회하고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성은 카르사오와 영혼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르사오는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현성에게 목숨 줄이 잡힌 카르사오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성은 거인족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가장 위험하고 치열한 전장에 투입시켰다.

거인족 부대의 총사령관은 당연히 거인족들의 황제였던 카르사오였다.

하지만 카르사오는 끝까지 비겁했다.

최후의 최후까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며 수하들만 사지로 내몰았다.

하나 그런 모습을 현성이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다.

‘우두머리인 네가 솔선수범을 해야지.’

현성은 대군주의 부름 스킬을 이용해 카르사오를 강제로 전장에 투입시켰다.

카로사오의 입장에서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수하들만 앞세우고 혼자서 안전한 곳에 머무는 지휘관이 아니었다.

항상 최전선에 서서 전쟁을 진두지휘했다.

당연히 카르사오가 투입된 전장은 가장 치열하고 위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르사오는 순순히 항복한 것을 후회했다.

차라리 모든 걸 버리고 타 차원으로 도망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이미 쌀이 익어 밥이 된 상황이었다.

충성 맹세와 영혼의 계약서가 있는 이상 카르사오는 영원히 현성의 종으로서 살아가야 했다.

* * *

현성은 승승장구했다.

차원 전쟁에서 승리할 때마다 업적이 늘어났다.

거기다 모바일 게임 서비스로 인해 시스템 상점의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현성은 포인트가 모이면 창조 등급 스킬북을 구입해 성장형 스킬에 흡수시켰다.

창조 등급 스킬북이 바닥나면?

효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초월 등급 스킬북이라도 구입해서 성장형 스킬들의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그간 현성이 보유한 성장형 창조 등급 스킬들이 먹어 치운 스킬북의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창조 등급 스킬북의 숫자는 세 자릿수에 달했고, 초월 등급 스킬북의 숫자는 무려 네 자릿수에 달했다.

하지만 성장형 창조 등급 스킬북들은 도무지 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 업그레이드되는 거야? 이 정도 처먹었으면 등급이 올라갈 만도 하잖아.’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몇 달 전부터 성장형 스킬들이 성장을 멈춰 버렸다.

추가로 스킬북을 먹여 줘도 스킬의 위력이 증가한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성 입장에서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설마 창조 등급이 끝인가?’

오죽하면 이런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창조 등급이 최고 등급이었다면?

-액티브 스킬북 뇌신마체 - 창조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마공 - 유일 창조 등급이 액티브 스킬 뇌신마체 - 창조 등급과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마공 - 유일 창조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뜨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보자.’

현성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최고 등급이라고 생각했던 창조 등급 이상의 스킬을 얻기 위한 도전이었다.

‘굴레를 벗어나는 것과도 분명히 관련이 있을 거야.’

현성은 그간 수십 차례에 달하는 차원 전쟁을 치르면서 창조 등급 이상의 스킬북을 얻은 이들을 단 한 명도 만나 보지 못했다.

어쩌면 창조 등급 이상의 스킬을 보유하는 것이 굴레를 벗어나는 조건일지도 몰랐다.

현성이 다시금 포인트를 털어 창조 등급 스킬북을 구입했다.

차원 전쟁을 통해 획득한 창조 등급 스킬북을 다 털어 넣었으니 이제는 포인트를 써서 스킬북을 구입해야 했다.

‘모으는 건 한참 걸리는데 쓰는 건 한순간이네.’

모바일 게임 판매를 통해 얻었던 수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현성이 마음을 비우고 스킬북들을 하나둘 익혀 나갔다.

가장 주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스킬은 흑뢰신마공이었다.

공격과 방어 모두에 유용한 스킬이었으니 현성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현성이 포인트를 털어 구매한 창조 등급 스킬북들이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 두 개밖에 안 남았네.’

입맛이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또 꽝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남은 두 개의 스킬북 중 하나를 움켜쥐었다.

-액티브 스킬북 뇌신의 파편 - 창조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이 무감각한 표정으로 예를 선택했다.

-액티브 스킬 뇌신의 파편 - 창조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마공 - 유일 창조 등급이 액티브 스킬 뇌신의 파편 - 창조 등급과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마공이 생성되었습니다.

‘드디어 올랐다.’

현성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흑뢰신마공이 창조 등급의 한계를 벗어났다.

‘그런데 이게 뭐야?’

하지만 현성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스킬 등급에 대한 언급이 아예 사라졌기 때문이다.

‘왜 등급 표시가 없어?’

보통 스킬 옆에 등급이 표시되는 게 정상이다.

한데 흑뢰신마공은 옆에 등급 표시가 없었다.

현성이 흑뢰신마공의 정보를 눌렀다.

흑뢰신마공

‘어?’

아무런 정보도 떠오르지 않았다.

‘왜?’

현성이 흑마신마공을 사용해 봤다.

파지지직!

강력한 칠흑빛 뇌전이 현성의 전신을 휘감았다.

흑뢰신마공의 위력이 월등히 강해졌음을 단번에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소비되는 체력과 마력이 월등히 늘어났다.

‘뭐가 달라진 거지?’

하지만 위력이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끊어졌어.’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의 의지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다.

현성은 그간 존재의 의지가 가진 힘을 강제로 빼앗아 올 수 있었다.

그건 존재의 의지와 현성이 흑뢰신마공이라는 스킬을 매개체로 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데 지금 이 순간.

그 연결이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흑뢰신마공이 제대로 성장한 게 맞는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게스피트 님이나 제나 님한테 여쭤볼까?’

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번 만나 보자.’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간접적인 정보는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현성이 곧바로 게스피트에게 연락을 취했다.

-고용주 게스피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게스피트가 바로 용병 고용을 신청해 왔다.

현성이 용병 고용을 수락했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이 게스피트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오래간만이로구나.”

게스피트가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게스피트 님.”

“네가 왜 나를 보자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구나. 정말 대단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1레벨 플레이어는 유구한 차원 전쟁 역사상 네가 처음일 거다.”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스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게스피트의 말로 추측해 보면 자신이 굴레를 벗어난 자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다르다.’

현성은 게스피트를 만난 직후 자신의 격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 게스피트를 만났을 때 현성은 그녀의 힘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게스피트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현성의 감각으로는 게스피트와 일반인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게스피트가 자신의 힘을 갈무리하고 있음에도 그녀가 가진 힘의 일부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맞는 겁니까?”

현성의 물음에 게스피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게스피트의 말이 정답이었다.

현성은 게스피트를 본 순간, 자신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과 게스피트의 격차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전과는 달라.’

전에는 그 격차조차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있을지언정…….

현성과 게스피트는 분명히 서로 같은 라인에 서 있었다.

“흑뢰신마공으로 연결되어 있던 존재의 의지와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현성이 게스피트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도 해 줄 수가 없다. 그러니 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이유는 네 스스로 생각해 보아라.”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게스피트를 만난 직후 왜 존재의 의지와의 연결이 끊어졌는지 대략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나의 격이 올라갔기 때문이야.’

게스피트는 플레이어였지만 신이라는 존재와 대등한 격을 가진 존재였다.

현성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리고 현성 역시 동등한 반열에 올라섰다.

‘존재의 의지는 계속해서 나를 유혹했어.’

존재의 의지는 현성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그래서 힘을 빌려주겠노라며 자신에게 굴복하라며 계속해서 유혹했다.

현성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흑뢰신마공을 통해 존재의 의지가 가진 힘을 강제로 빼앗아 와 사용했다.

존재의 의지는 자신의 힘을 현성이 강제로 사용하는 것을 용인했다.

현성이 점점 더 자신의 힘에 의존하고 빠지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현성의 격이 존재의 의지와 동급으로 올라갔으니까 말이다.

“그만 가 보거라. 네가 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은 것 같으니까 말이다.”

“감사합니다, 게스피트 님.”

현성이 공손히 게스피트에게 고개를 숙였다.

게스피트가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현성이라고 해도 이렇게 빠른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다.

교류의 보석을 개발한 당사자는 현성이 아닌 게스피트였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하니 괘념치 말거라. 우리는 동업자가 아니냐?”

“예, 게스피트 님.”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거라.”

그 말을 끝으로 게스피트가 용병 고용을 해제했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이 다시금 지구로 되돌아왔다.

‘현재에 만족해 안주할 생각은 없습니다.’

게스피트와의 만남으로 인해 현성은 자신의 나약함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저 같은 라인에 섰을 뿐이야.’

현성이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면 게스피트는 피니시 라인에 서 있었다.

같은 라인에 서 있다고 해도 그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금방 쫓아가겠습니다.’

업적과 성장형 스킬.

그게 현성과 게스피트의 거리를 줄여 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 * *

‘등급이 없는 무 등급 스킬.’

현성은 새롭게 탄생한 흑뢰신마공을 그렇게 정의했다.

‘테스트를 해 보자.’

게스피트를 만나기 전 흑뢰신마공을 사용해 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저 위력이 증가했고 그에 비례해 소모되는 마력과 체력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단 말이야.’

원래 스킬이 업그레이드되면 그에 합당한 사용법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무 등급 스킬로 새롭게 태어난 흑뢰신마공은 그런 정보가 하나도 주어지지 않았다.

‘역시 실전 테스트가 최고지.’

스킬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상대가 필요했다.

현성은 마침 적당한 상대가 널려 있는 장소를 알고 있었다.

‘바로 가 보자.’

현성이 차원 게이트를 열었다.

사아아아악! 타악!

그리고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크아아아앙!

차원 게이트를 넘기가 무섭게 현성을 향해 몬스터가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마공을 사용했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몬스터의 상체가 그대로 증발했다.

‘위력이 강해진 거 말고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은데.’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크르르르릉!

몬스터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계속해 보면 알겠지.’

현성은 흑뢰신마공만을 사용해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스킬 옵션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은데.’

흑뢰신마공이 무 등급 스킬이 되며 현성의 격이 올라갔다.

한데 그 효과가 고작 위력 증가뿐일까?

현성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내가 찾아내지 못한 것뿐이야.’

현성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며 흑뢰신마공을 테스트했다.

업적이 계속해서 갱신되었고 탐식의 서 역시 몬스터의 사체를 먹어 치우며 현성의 스텟을 늘려 나갔다.

하지만 현성의 답답함은 계속해서 유지되었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거야?’

현성은 의문을 느끼면서도 착실하게 몬스터를 처리했다.

이 차원은 몬스터들의 침공으로 멸망하기 직전의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현성에게는 스텟도 늘리고 테스트도 하고 타 차원도 구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차원이었다.

‘아, 그걸 테스트해 보자.’

그런 현성의 머릿속에 한 가지 특별한 테스트가 떠올랐다.

바로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힘이었다.

현성은 화염의 서를 통해 존재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흑뢰신마공을 통해서는 존재의 의지가 가진 힘을 빌려 와야지만 근원을 소멸시키는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혹시 가능할까?’

현성이 흑뢰신마공의 위력을 약하게 조정해 재생력이 뛰어난 몬스터를 공격했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에 휩싸인 몬스터의 몸이 검게 타들어 갔다.

우득! 우득!

하지만 금방 죽은 피부가 벗겨지며 새살이 돋아났다.

‘뭐야?’

현성의 예상이 빗나갔다.

흑뢰신마공에 의해 상처를 입었던 몬스터는 너무도 손쉽게 몸을 회복했다.

‘설마 진짜 그냥 위력만 강해지고 끝이야?’

권능이라고 불릴 만한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그럴 리가 없어.’

현성은 포기하지 않고 테스트를 계속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저런 노력을 해 봐도 결과는 같았다.

위력이 강해진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골치 아프네.’

현성은 무 등급 스킬로 거듭난 흑뢰신마공이 단지 위력만 강해진 게 아니라고 믿었다.

그럼 결론은 하나.

현성이 흑뢰신마공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계속해 보자.’

현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몬스터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테스트를 계속했다.

현성은 일주일 넘게 흑뢰신마공에 매달렸다.

그 결과 그는 몬스터의 공격으로 멸망해 가던 차원 하나를 구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 등급 스킬로 거듭난 흑뢰신마공을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단순히 힘을 투사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수가 없어.’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 단순한 테스트는 흑뢰신마공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말이 실전이지 사실상 실험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이 차원에 있는 몬스터들이 너무 나약했기 때문이다.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자.’

파르티샤가 용병 고용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현성에게 도움을 청하는 차원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이 차원의 골칫거리였던 몬스터 문제를 해결해 준 상황이니 굳이 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업적도 얻을 만큼 얻었고…….’

흑뢰신마공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기 위한 테스트는 다른 차원에서 계속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 * *

현성은 차원 전쟁에 열중했다.

시간이 흐르며 현성에게 속복되는 차원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오히려 더 쉬운 느낌이야.’

마치 가속도가 붙듯 현성이 차원을 구조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그 이유는 바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성의 스텟 덕분이었다.

타 차원에 가면?

새로운 업적을 얻을 수 있다.

업적이 계속해서 쌓여 갈수록 현성의 스텟이 늘어났고, 그럼 결과적으로 더 수월하게 차원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누적되는 포인트로 인해 현성이 보유한 성장형 스킬들 역시 하나둘 무급 스킬로 성장했다.

‘문제는 진짜 활용법을 모른다는 거지.’

거기다 무급 스킬의 경우 전과 다르게 최초 업적을 주지도 않았다.

‘모르겠다.’

현성은 무급 스킬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는 걸 반쯤 포기했다.

온갖 방법을 다 써 봤음에도 위력 증가를 제외하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 무급 스킬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지 못했음에도 현성은 얼마 전과 비교도 하기 힘들 만큼 강해졌다.

‘계속해 보자.’

현성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나아갔다.

‘어차피 방향은 맞게 가고 있어.’

굴레를 벗어나 지구를 비롯한 휘하 차원들을 차원 전쟁에서 제외시키는 것.

그게 현재 현성이 가진 목표였다.

-고용주 체르메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용병 고용 메시지가 떴다.

현성이 예를 눌렀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새로운 차원이 현성을 반겨 주었다.

‘여기도 난장판이네.’

현성이 고용된 차원은 거의 멸망 직전에 놓여 있는 듯했다.

제대로 된 거처도 보이지 않았고 고용주로 보이는 1레벨 플레이어 역시 상거지 꼴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포인트도 거의 바닥이나 마찬가지네.’

고용주 체르메트는 주름살이 가득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성을 고용하기 위해 남은 포인트를 다 투자한 모양이었다.

“약속대로 포인트를 돌려주십시오.”

고용주 체르메트가 현성을 보자마자 포인트를 요구했다.

이에 현성은 군말 없이 시스템 수수료를 제외한 용병 고용 비용을 고용주 체르메트에게 돌려주었다.

“다시 오겠습니다.”

현성이 용병 고용을 취소했다.

그 후 직접 차원 게이트를 열고 체르메트라는 플레이어가 있는 차원에 진입했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됩니까?”

현성이 체르메트에게 물었다.

“정말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체르메트의 물음에 현성이 피식하고 미소를 지었다.

“아무런 대가가 없지는 않습니다. 전 업적을 얻으니까요.”

체르메트의 차원 자체가 현성에게 있어서는 업적 덩어리였다.

또한 현성이 체르메트의 차원을 구원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체르메트의 차원 전체가 현성의 휘하에 속하게 된다.

현성 입장에서는 업적도 쌓고 차원도 얻는 일이니만큼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를 보호해 주십시오. 지금 당장은 그거면 족합니다.”

체르메트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주변 순찰부터 하고 오겠습니다. 겸사겸사 몬스터 정리도 좀 하고요.”

현성이 그 말과 함께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탐지 스킬로 가볍게 살펴본 결과, 주변에 몬스터들이 득실거렸다.

체르메트와 그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몬스터부터 정리해야 했다.

“그러지 마십시오!”

현성의 말에 체르메트가 기겁하며 외쳤다.

“제가 힘이 없어서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체르메트의 말에 현성이 그를 주시했다.

체르메트는 현성보다 약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정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체르메트가 직접 나선다면?

이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정리가 가능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그놈이 올 겁니다.”

“그놈이라니요?”

“적군 차원의 플레이어입니다. 그놈이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현성의 물음에 체르메트가 입을 열어 주절주절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특별한 건 없네.’

체르메트의 차원은 얼마 전까지 극도로 번성하고 있었다.

안전 결계가 소멸한 후 오히려 역으로 적군 차원을 쳐들어가 큰 승리까지 거뒀다.

한데 그놈이 나타나며 모든 게 변했다.

“그놈은 플레이어의 한계를 벗어난 존재입니다. 그 누구도 그놈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적군 플레이어.

그의 등장에 모든 게 꼬여 버렸다.

불과 몇 달 만에 최고 전성기를 누리며 번성하던 차원이 살아 있는 자들의 지옥으로 변했다.

‘보통 놈은 아닌 모양이네.’

혼자서 차원 하나를 점령할 정도의 힘을 축적한 강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번 부딪쳐 보자.’

현성은 그간 수많은 차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꽤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뇌전 계열이면 더 쉬울 것 같고.’

그놈이라고 부르는 적군 플레이어의 주력 스킬이 바로 뇌전 계열이었다.

현성은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체르메트의 설명상으로는 그리 어려운 상대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현성은 체르메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바로 이주였다.

“제가 차원 게이트를 열어 드릴 테니 그곳으로 가십시오. 제가 그놈을 쓰러트리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놈과 싸우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체르메트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현성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체르메트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설사 그놈이 제 예상보다 강하다고 해도 도망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그놈은 정말 상식을 초월한 존재입니다. 얼마나 강하냐 하면…….”

체르메트가 열심히 현성을 설득했다.

현성이 그놈에게 죽으면 자기 자신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르메트는 결국 현성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부디 무사히 돌아와 주십시오.”

현성은 체르메트와 그 수하들을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보냈다.

‘얼마나 강하려나?’

현성이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체르메트의 수준이 낮아 그놈이라고 부르는 적군 플레이어의 수준을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현성이 무난하게 승리할 수도 있고, 의외로 고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성은 자신의 패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단순한 자만이 아니었다.

그간 스스로 쌓아 온 힘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굴레를 벗은 자일 리는 없고.’

이렇게 분탕질을 치는 것을 보면, 굴레를 벗지 못한 자일 게 확실했다.

굴레를 벗은 자만 아니라면.

현성은 얼마든지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이 무 등급 스킬로 거듭난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끌어 올렸다.

꽈아아아앙!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천지를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현성의 주변에 있던 수천, 수만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슈욱!

몬스터들을 청소하기 무섭게 허공이 찢어지며 플레이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망이네.’

현성이 얼굴을 찡그렸다.

탐지 스킬로 살핀 상대는 아직 벽을 넘지 못한 상태였다.

체르메트보다는 월등히 강하겠지만 현성의 입장에서는 피라미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제압하자.’

현성은 상대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제압하기로 결정했다.

슈욱!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마공을 적당한 출력으로 뽑아냈다.

칠흑빛 뇌전이 적군 플레이어를 향해 날아갔다.

‘끝이다.’

현성은 가볍게 체르메트의 차원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파지지직!

상대의 몸에서 칠흑빛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꽈아아아앙!

그 후 가볍게 현성이 날린 흑뢰신마공을 소멸시켰다.

현성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상대가 자신이 날린 공격을 소멸시켰기에 놀란 게 아니었다.

바로 상대가 사용한 힘의 정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존재의 의지가 가진 권능.’

과거 흑뢰신마공을 통해 현성도 사용해 본 적이 있었던 존재의 의지가 가진 권능.

존재의 근본을 제거하는 힘.

그 힘을 적군 플레이어가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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