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수냉식 컴퓨터 같은 커스텀 제품도 판매량이 너무 많이 떨어졌어.’
현성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상품들에 이런저런 차별점을 두어 신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매출이 아주 잠깐 반짝할 뿐 금방 다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두 번째 이유는 게임 서비스의 한계였다.
현성이 게임을 서비스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패치를 빠르게 하다 보니 게임의 수명이 다한 경우가 꽤 많았다.
현성이 따로 개발자들을 모아 빠른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수명이 다한 게임에 산소호흡기를 붙여 주는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적군 시스템 상점에서 꽤 많은 매출이 나오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적군 시스템 상점 역시 아군 시스템 상점과 마찬가지로 매출이 줄어들 게 확실했다.
‘이제는 그 방법뿐인가…….’
웬만하면 쓰지 않으려고 했던 그 방법.
바로 PC게임의 모바일화였다.
‘리X지 M을 비롯해서 그간 봉인해 놨던 모바일 게임들을 대거 푼다.’
인기 PC게임의 모바일 게임화와 동시에 수명 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 판매.
그게 매출 부진에 대한 현성의 해법이었다.
* * *
각투브크는 오늘도 즐거운 게임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하나 아무리 각투브크라고 해도 잠시 게임에서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있었다.
바로 현실에서 몬스터를 사냥해야 할 때였다.
“아, 정말…….”
인상을 잔뜩 찌푸린 각투브크가 게임을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인트가 언제 이렇게 줄어든 거야.’
정신없이 게임을 즐기며 현질을 하다 보니 포인트 줄어드는 줄을 몰랐다.
‘이럴 때는 바로바로 보충을 해 줘야지.’
요즘 SNS에서 괴담 하나가 돌고 있었다.
바로 게임에 빠져 정신없이 게임을 하다 포인트가 바닥나 1레벨 플레이어 하나가 사망했다는 괴담이었다.
물론 괴담이라는 게 그렇듯 실체는 없었다.
하지만 괴담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각투브크는 내심 뜨끔했다.
포인트가 1백만 단위까지 줄어들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현질을 하려다가 식겁한 적이 한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각투브크는 포인트가 일정 이상으로 떨어지면, 곧바로 사냥을 하러 갔다.
‘잠시 이별이네.’
각투브크가 애틋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물론 사냥을 하러 가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노트북이다.
하지만 위험도가 너무 높았다.
각투브크가 위험해질 위험도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의 방해로 제대로 된 게임을 하지 못해 캐릭터가 누워 버릴 위험도였다.
그렇기에 게임광인 각투브크조차도 사냥을 할 때는 잠시 게임을 멀리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리X지 M? 리X지를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다고?”
사냥 도중에 무료함을 달래 줄 새로운 게임이 각투브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투브크는 당장 리X지 M을 다운받았다.
‘이게 뭐야? 자동 사냥?’
리X지 M을 다운받은 각투브크의 눈에 자동 사냥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걸 누르면 되는 건가?’
각투브크가 모바일 게임 자동 사냥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자동 사냥은 정말 편했다.
특히 몸이 바쁠 때 자기가 알아서 사냥을 하고 레벨업을 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런 만큼 장비 세팅이 중요해졌다.
각투브크는 현질을 통해 장비를 세팅했다.
그리고 급격히 모바일 게임에 빠져들었다.
각투브크는 그날 이후 두 개의 게임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PC를 통해 리X지를 즐긴다.
그와 동시에 스마트폰을 통해 리X지 M도 돌린다.
처음에는 리X지 M을 현실에서 사냥을 하러 갈 때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다 보니 결국 스마트폰으로 24시간 리X지 M을 돌리는 신세가 되어 버린 각투브크였다.
* * *
현성이 새롭게 푼 모바일 게임은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PC 게임은 장소의 구애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특히 자동 사냥.
직접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캐릭터가 사냥을 하고 성장해 나간다는 요소는 엄청난 메리트였다.
물론 모두가 모바일 게임과 자동 사냥 시스템을 반기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모바일 게임과 자동 사냥을 극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기존에 하던 게임을 계속하면 되는 거야.’
현성은 모바일 게임과 자동 사냥을 출시하면서 기존 PC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았다.
모바일 게임과 자동 사냥 시스템이 마음에 드는 이는 그걸 하면 되는 거고, 그게 아닌 이들은 기존 PC 게임을 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매출이 늘기만 했다는 거지.’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새롭게 모바일 게임을 접한 이들이 기존에 즐기던 PC 게임을 접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하는 게임의 종류가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다.
당연히 하향 곡선을 그리던 매출표가 수직 상승했다.
‘모바일 게임은 수명이 짧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걸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어.’
현성은 시장 자체를 지배하고 있다.
사실 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 현성이 위기감을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그간 현성이 워낙 많은 포인트를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이었다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매출의 반의반…….
아니, 10분의 1이라도 얻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는 이 정도 매출을 올려 주는 상품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완벽한 독점으로 말이다.
‘당분간은 모바일로 매출 방어를 해 보자.’
전체적인 파이가 커졌으니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예전처럼 대박 게임은 없지만 중박 게임들은 꾸준히 출시되고 있으니, 그것들을 서비스해도 괜찮았다.
‘혹시 모를 대비책도 있고.’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제외하고도 크게 한탕 해 먹을 건수가 하나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투입하고 싶지만, 그건 아직 시기상조였다.
‘게임을 비롯한 문화 상품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겠어.’
현성은 수많은 문화 사업체를 인수한 이후 꾸준히 투자를 해 왔다.
적자가 나더라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말이다.
그런 행보 때문에 일반인들은 현성을 게임광, 영화광, 소설광, 만화광으로 불렀다.
현성 역시 게임, 영화, 소설, 만화 같은 문화 상품을 좋아했다.
하지만 종종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런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문화 상품들이 현성에게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포인트를 벌어다 주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취미 생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것처럼 보였다.
하나 현성의 입장에서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구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투자였다.
‘포인트는 쌓아도 쌓아도 부족해.’
현성은 천문학적인 포인트를 벌어들이는 동시에 계속해서 소모했다.
보유하고 있는 성장형 스킬들을 창조 등급 이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시스템 상점의 등급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은 스킬 위력이 미약하게나마 강해진 거로 만족하자.’
당장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현재 상태에서 답보할 뿐이다.
현성은 자신이 정한 목적을 이룰 때까지는 묵묵히 전진해 나갈 생각이었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현성은 어느덧 열 개가 넘는 차원을 다스리는 군주가 되었다.
창조 등급 이상의 스킬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성장형 창조 등급 스킬들은 다른 창조 등급과 그 궤를 달리할 정도로 강해졌다.
또 수많은 업적을 획득하며 스텟이 많이 늘어났다.
탐식의 서 역시 현성의 스텟을 늘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정도면 될 것도 같은데. 한번 해 보자.’
현성이 루시아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황제는 제후 1백 명을 잃은 이후 본토에 콕 처박혀 방어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먼저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황제만 잡으면 끝나는 일이야.’
그럼 적들은 사분오열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 거인족들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진짜 모든 게 크네.’
거인족들의 차원은 모든 게 다 컸다.
‘중력도 다른 것 같고.’
확실히 다른 차원이라는 실감이 확 들었다.
하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여러 번의 차원 전쟁을 겪으며 쌓인 경험 덕분이었다.
‘위치는 파악해 놨고.’
현성이 연달아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황제의 황궁에 도착했다.
‘화려하네.’
온갖 사치라는 사치는 다 부린 느낌이었다.
현성이 은신 스킬을 사용한 상태로 황궁에 접근했다.
하지만 금방 발각되고 말았다.
황궁 전역에 온갖 탐지 스킬과 방어 스킬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곱게 해결하기는 글렀네.’
현성이 마력을 끌어 올랐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일반적인 창조 등급 스킬의 한계를 뛰어넘은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가 파괴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한 방에 끝낸다.’
현성은 황제와 황궁을 한 방에 날려 버릴 계획이었다.
그때였다.
황궁 안에서 강력한 마력을 가진 플레이어 하나가 뛰쳐나왔다.
‘황제다.’
현성은 상대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렸다.
거인족들의 차원을 다스리는 유일무이한 군주.
그가 현성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스르르릉!
현성이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황궁 전체를 쓸어버리기 위해 압축시켜 놓았던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용혈검에 담았다.
일 검에 황제를 제거해 버리기 위해서였다.
‘끝이다.’
현성이 용혈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항복하겠습니다! 당신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황제가 저항을 포기하고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강철의 대군주 카르사오의 충성 맹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으흠.’
현성이 살며시 눈살을 찌푸리며 고심에 들어갔다.
황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상대의 처분을 기다렸다.
‘제발, 제발.’
황제는 상대가 자신의 부탁을 받아 주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사실 그간 황제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었다.
식민지를 점령한 강자가 언제 자신의 차원으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온갖 생각을 다 했다.
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못 이길 거 같으면 도망을 쳐야 하나?
아니면 항복을 해야 하나?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해볼 만하면 싸우고, 그게 아니면 곧바로 항복해서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었다.
황제에게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물론 용병 고용을 통해 다른 차원의 좌표를 알아낸 후 그곳으로 도망치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했다.
다른 차원의 절대자가 자신에게 호의적일 거라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게임에 포인트만 탕진하지 않았어도.’
황제는 게임에 빠져 살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했다.
포인트를 착실하게 모아 놨다면?
자신보다 더 높은 등급의 용병을 고용해 이 위기를 넘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에 찔끔찔끔 포인트를 쓰다 보니, 남은 포인트가 얼마 없었다.
식민지를 빼앗긴 이후 정신을 차리고 게임을 끊었다.
그리고 악착같이 포인트를 모았다.
게임 아이템을 팔고,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이템과 마석을 팔아치워 열심히 포인트를 모았다.
하지만 그래 봤자였다.
운도 지지리 없는지 하필 대규모 패치가 진행되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게임 아이템의 가치가 폭락했다.
몬스터 사냥과 아이템, 마석 판매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황제는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용병을 고용할 포인트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이제 황제에게 남은 선택지는 싸우는 것과 항복하는 것뿐이었다.
황제의 선택은 항복이었다.
상대가 뿜어내는 마력을 감지한 순간 바로 각이 섰다.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겠지만,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에 황제는 빠른 항복을 선택했다.
“좋아, 받아 주지.”
잔뜩 긴장한 황제의 귀에 상대의 음성이 들려왔다.
‘살았다.’
황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생일대의 도박에서 성공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군! 앞으로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황제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넙죽 엎드려 다시 한번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황제가 자신의 충성 맹세를 받아 준 새로운 주군의 뱀처럼 차가운 미소를 봤다면…….
지금처럼 환하게 웃지는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