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권. 황제의 소심한 도전 (188/225)

┃황제의 소심한 도전

자력 결계를 이용한 함정이 대박을 쳤다.

루시아의 차원에 남아 있던 거인족 차원의 제후들을 한 방에 정리한 것이다.

‘이제 또 백 일을 기다려야 해.’

하지만 당장 철수할 필요는 없었다.

차원 게이트는 아직 잠잠했다.

‘차원 게이트에 전자 감지 장치를 더욱 늘리고 구조 작업에 전념한다.’

모시던 군주를 잃은 적들의 신하들이 모두 현성의 휘하에 속하게 되었다.

물론 충성 맹세를 철회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충성 맹세를 철회하지 않고 현성의 휘하에 그대로 남은 이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현성은 그들을 이용해 대대적인 구조 작전을 펼쳤다.

그 결과.

[믿을 수 없는 업적 – 신화 등급]

-최초로 3,200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3,200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한 자 - 신화 등급]

순식간에 업적이 신화 등급까지 올라갔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초월 등급 업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총 6,400만 명의 아군을 구해야 한다.

‘지금 추세로 봐서는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야.’

현성은 30명의 제후를 잃은 황제가 전처럼 대대적인 토벌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황제는 의외로 잠잠했다.

이에 의아함을 느낀 현성은 거인족 신하들을 통해 거인족들의 차원에 대한 정찰을 시도했다.

정찰을 마친 후 현성은 황제가 왜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지 알아차렸다.

‘짜식이 쫄았구만.’

황제는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토벌은커녕 자신의 차원을 지키기 위한 방어 준비에 한창이었다.

‘내가 힘으로 제후 30명을 쓸어버렸다고 착각한 모양이네.’

게스피트나 제나라면 모를까 현성은 그 정도 무력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황제는 현성이 그 정도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해 버렸다.

‘내가 손해 볼 건 없어.’

현성이 정말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황제의 대비를 보고 골머리를 썩었을 것이다.

황제는 정말 철저하게 방어 작전을 펼쳤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성은 황제가 다스리는 거인족들의 차원을 침공할 여력이 없었다.

아니, 거인족들의 차원을 침공하기는커녕 그들의 식민지인 루시아의 차원을 되찾는 것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한데 황제의 착각이 현성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생겼다.

‘루시아의 차원을 점령한 거인족들을 모조리 몰아내고 다시 찾아온다.’

단순히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적군 플레이어게 빼앗겼던 차원을 아군 플레이어가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분명히 업적을 준다.’

단순히 사람을 구조하는 것에도 업적을 줬다.

그럼 차원을 구하는 것 역시 업적을 줄 확률이 농후했다.

‘계속 그렇게 잠자코 있어라.’

현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대적인 점령 작전을 벌였다.

목표가 바뀐 것이다.

구조가 아닌 점령으로 말이다.

현성은 지구와 파르티샤 차원의 플레이어들을 동원해 거인족들을 몰아내고 빠르게 루시아의 차원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거인족들은 식민지였던 루시아의 차원을 포기하기라도 했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찰병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본토에 대한 경계 단계를 더 올리고 철저한 수비 태세를 갖췄다.

‘바보 같은 놈들.’

현성은 거인족들의 차원을 침공할 생각이 없다.

한데 거인족들은 현성의 침공을 대비해 방어를 하고 있다.

‘가드를 잔뜩 올리고 혼자서 섀도복싱을 하고 있는 꼴이네.’

거인족들은 가상의 적이 자신보다 월등히 강하다고 가정하고 열심히 방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고맙다.’

현성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거인족들 덕분에 상당히 많은 업적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창조 등급]

-최초로 1억 2,800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1억 2,800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한 자 - 창조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창조 등급]

-최초로 적에게 점령되어 있던 아군 차원을 탈환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적에게 점령되어 있던 아군 차원을 탈환한 자 - 창조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희귀 등급]

-최초로 차원 전쟁에서 2승을 거두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두 번째 차원 전쟁에서 승리한 자 - 희귀 등급]

대표적인 게 이 세 개였고 그 외에도 수많은 업적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아군 차원을 탈환한 것만으로도 차원 전쟁에서 승리한 자로 인정해 주네.’

현성은 ‘최초로 두 번째 차원 전쟁에서 승리한 자’ 같은 경우는 거인족들의 차원을 점령해야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아군끼리의 차원 전쟁도 업적으로 인정해 주는지도 몰라.’

아군과 적군이 나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군끼리 싸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파르티샤의 차원은 아직 완전한 점령이 아니라서 업적이 안 뜬 건가?’

인구수와 점령한 영토 등 부족한 게 많았다.

비록 반인반룡들의 차원을 점령하지 못하더라도 방어에만 성공한다면?

‘업적으로 인정해 줄 확률이 높아.’

이번 일로 인해 현성은 많은 차원을 점령하는 것이 더 강해지는 길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고작 두 개의 차원을 점령했을 뿐인데 수많은 업적을 얻었다.

점령한 차원이 20개가 된다면?

2백 개가 된다면?

지금의 현성과는 비교도 하기 힘든 존재로 거듭날지도 몰랐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자.’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는 좌표는 쉽게 얻을 수가 없다.

가장 손쉽게 다른 차원으로 가는 좌표를 얻는 방법은?

바로 용병 고용을 통해 파르티샤나 루시아 같은 이들을 만나는 경우였다.

‘한번 해 보자.’

자력 결계를 적절히 이용하고 이번처럼 치고 빠지는 식의 게릴라전을 치른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이놈들이 왜 안 오는 거야?’

30명의 제후들이 몰살당한 이후 황제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30명의 제후들을 몰살시킨 강자가 자신의 차원을 침공할 것 같았다.

한데 침공해 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착각을 한 건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절대적인 강자 한 명이 제후 30명을 몰살시킨 게 아니라 적들이 다수의 전력으로 밀어붙인 거라면?

그 전력이 자신의 차원을 침공할 정도로 강하지 못하다면?

‘그래도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두려움에 몸을 떨 필요는 없었다.

‘정보가 필요해.’

하지만 드문드문 보내는 정찰병들은 귀신같이 차단당했다.

외형을 변신시켜 주는 아이템을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이용해 봐야겠어.’

황제가 자신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스마트폰은 마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쉽게 말해 마력 역장이 펼쳐져 있어도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게 가능했다.

‘한번 해 보자.’

황제가 제후들을 소집했다.

그 후 총 1백 명의 제후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했다.

나머지 제후들 역시 차원 게이트에 대기시켰다.

스마트폰도 대대적으로 풀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하들도 서로 교환을 했다.

공격을 간 제후가 바로 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직접 갈 수는 없지.’

자칫 잘못했다가는 자신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자신이 직접 갈 수는 없었다.

‘제후가 1백 명이다.’

이건 황제로서도 꽤 리스크가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적들의 전력이 생각보다 약하다면?

본토에 대기 중인 병력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갈 것이다.

문제는 반대 경우였다.

만약 적들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면?

황제로서는 1백 명의 제후들과 그 휘하 병력을 모조리 잃게 된다.

-진군하라!

황제가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진군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1백 명의 제후들과 30만 대군이 차원 게이트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 * *

‘많다.’

현성은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거인족의 병력을 보고 입을 쩍 하니 벌렸다.

병력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거기다 제후급 강자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황제는 없네.’

모습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피할까?’

차원 게이트를 열고 퇴각하면 현성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는다.

하지만 겨우 얻은 차원을 다시 잃게 된다.

그럼 업적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해보자.’

자력 결계의 쿨타임이 돌아왔다.

‘자력 결계의 발동 시간 안에 적들을 전멸시키면 내 승리다.’

그 안에 완승을 거두지 못하면?

그대로 퇴각하면 된다.

-자력 결계를 준비하라.

현성이 자력 결계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계속해서 거인족 병력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어?’

그러던 도중 현성의 눈에 익숙한 물건이 들어왔다.

‘스마트폰이잖아.’

제후들이 스마트폰을 몸에 부착하고 있었다.

‘역시 황제는 1레벨 플레이어였나.’

황제의 속셈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걸로는 자세한 정보를 알기는 무리일 거다.’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EMP를 준비시켰다.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건 누워서 떡 먹기지.’

현성은 차근차근 함정을 준비했다.

자력 결계, 마력 역장, EMP까지.

적들에게 넘어가는 정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제후들을 제거해야 해.’

대군주의 외침을 시전할 여유를 줄 수는 없었다.

* * *

쿵쿵쿵!

거인족의 대군이 거침없이 진격했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인 피다리마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자마자 적들의 총공격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잠잠했다.

“응?”

그때였다.

피다리마의 눈에 적들의 진영이 들어왔다.

적들은 거대한 성을 쌓고 그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방어가 탄탄하구나.’

저 거대한 성 자체가 하나의 아이템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방어 스킬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다.

‘성을 믿고 있는 건가?’

성의 방어가 탄탄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성 내부에 주둔해 있는 병력이 너무 적었다.

‘전체적인 수준도 낮아.’

탐지 스킬로 감지해 본 결과, 주둔해 있는 병력의 레벨도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무슨 속셈이지? 함정인가?’

피다리마가 직접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이 근방에 적들은 없었다.

‘거기다 마력 역장까지 펼쳐져 있다.’

대규모 공간 이동 스킬을 통해 지원군이 올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공격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피하는 게 맞을까?

‘한번 해보자.’

자신들이 차원 게이트를 넘은 이유는 싸우기 위해서지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제1군 공격.”

피다리마가 공격을 명령했다.

하지만 총공격은 아니었다.

시험 삼아 적당한 수준의 레벨을 가진 이들만 진군시켰다.

“와아아아아!”

6만 정도 되는 거인족 병력이 힘차게 달려들었다.

제후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때였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성벽 위에서 쏟아져 내린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천지를 뒤덮었다.

“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제1군의 전군이 괴멸했다.

하지만 아직 중군과 후군이 남아 있었다.

사아아악!

그때 성 주변에서 칠흑빛 마력이 피어올랐다.

우득! 우득!

그와 동시에 족히 10만에 달하는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내 중군과 후군을 공격했다.

“아아악!”

“커억!”

“살려 줘!”

언데드들의 등장과 함께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버렸다.

총 6만에 달하는 1군이 성을 향해 공격 스킬 한 번 날려 보지 못하고 그대로 전멸해 버렸다.

‘역시 숨겨 놓은 한 수가 있었군.’

피다리마가 이를 악물었다.

‘제후들이 나서면 충분히 정리가 가능한데.’

갈까? 말까?

피다리마가 고민을 이어 갔다.

-제후들을 총동원해 공격하라.

그때 스마트폰을 통해 상황을 실시간을 보고받고 있던 황제가 명령을 내렸다.

“예, 주군.”

황제의 명령을 받은 피다리마가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전군 진군하라!”

“와아아아아아!”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인족 대군의 본대가 진군했다.

모두 공격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다수의 정찰병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아군과 적군의 전투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다.

* * *

‘온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장 우려했던 상황은 피했어.’

현성이 가장 걱정했던 상황은 단 하나.

제후들을 둘로 쪼개 공격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들은 이미 30명의 제후들이 순식간에 몰살당한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제후들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곳에 모아 총공세에 나섰다.

‘그게 네놈들의 패착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정찰병들을 믿고 있는 것 같은데…….

EMP가 터지면 금방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성 주변을 지키던 언데드 군단이 쓸려 나갔다.

“모조리 쓸어버려라!”

“고작 이런 놈들을 가지고 우리의 앞을 막다니!”

제후들이 나서자 순식간에 언데드 군단이 무너졌다.

“성문을 부숴라!”

꽈아아앙! 꽈아아앙!

강력한 마력이 담긴 공격 스킬이 연달아 성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온갖 대비를 해 놨지만 제후들의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퍼어어엉!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성문이 산산조각 났다.

“가자!”

“와아아아아아!”

거인족들이 성문을 통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아군이 성벽 위에서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성문이 뚫린 이상 적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거의 다 들어온 것 같은데.’

텅 비어 있던 거대한 성의 내부가 거인족들로 가득 찼다.

거인족들은 성벽 위에 있는 아군을 공격하고 있었고 아군은 성벽을 방패 삼아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어.’

제후들은 물론 적들의 모든 병력이 성 내부로 들어왔다.

-발동시켜.

현성이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

그 순간 EMP가 터졌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까지 멀쩡하게 작동되던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 장비들이 일제히 작동을 멈췄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한 제후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적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였다.

‘괜히 장소를 여기로 선택한 게 아니지.’

자력 결계의 발동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그렇기에 이렇게 많은 적군 병력을 자력 결계의 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적군 병력이 촘촘히 뭉쳐 있어야 했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자력 결계 발동시켜.

현성의 명령과 동시에 자력 결계가 발동되었다.

자력 결계가 발동된 순간 현성, 루시아, 파르티샤, 카이로가 그간 응축시켜 놓았던 마력을 일제히 뿜어냈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성 내부에 뭉쳐 있던 적 병력이 말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자신들의 상황을 다른 누군가에게 알릴 틈도 없이 말이다.

* * *

-휘하 신하 피다리마가 사망했습니다.

-휘하 신하 가브루가 사망했습니다.

-휘하 신하 체르디가 사망했습니다.

……후략……

‘미친.’

황제의 표정이 엉망진창으로 굳어졌다.

정보를 얻기 위해 온갖 대비를 해 놓았다.

한데 그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제후와 정찰병 들에게 나눠 준 스마트폰에서 오던 정보가 끊어졌다.

황제는 제후들의 신하들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제후들이 대군주의 외침으로 상황을 알려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대군주의 외침으로 상황을 알려 오기도 전에 휘하에 있던 제후들이 전멸해 버렸다.

그것도 불과 1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황제가 초조한 표정으로 손톱을 깨물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버티자.’

황제는 곧바로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수비 태세를 명령했다.

저들이 왜 자신의 차원으로 통하는 차원 게이트를 넘어오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 이상 가지지 않기로 했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다른 곳과 전쟁 중이라거나 식민지를 안정화시키느라 여유가 없다거나 등등.

생각해 보면 이유는 차고 넘쳤다.

‘식민지 따위는 줘 버려도 괜찮아.’

어차피 거저 얻은 식민지였다.

진짜 중요한 건 바로 자신의 차원이었다.

* * *

‘안 넘어오네.’

현성은 거인족들의 추가 도발을 경계했다.

자력 결계의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 적들이 추가 병력을 파병하면?

현성은 루시아의 차원을 포기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성은 거인족들로 구성된 정찰병을 파견했다.

“하하하하!”

정찰병들의 보고를 들은 현성이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무려 1백 명의 제후와 30만의 대병이 전멸했다.

그게 황제에게 상당히 큰 공포를 준 모양이었다.

‘완전히 겁먹었네.’

황제는 모든 병력을 수비에 동원한 상태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당분간 추가 도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거인족들의 차원을 토벌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거인족들의 지배하에 노예의 삶을 살아가던 이들을 구원할 수 있었다.

‘한번 해 보자.’

거인족들과의 전투로 현성은 자신감을 얻었다.

게스피트나 제나처럼 굴레를 벗은 자나 반인반룡처럼 그에 거의 근접한 자들은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거인족들의 황제같이 자력 결계와 전략의 힘으로 비벼 볼 만한 상대가 더 많았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뿐이야.’

현성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굴레를 벗어난 자가 될 때까지 말이다.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었다.

바로 뉴비를 섭외하는 일이었다.

‘대규모 공간 이동 스킬의 보유자는 꼭 확보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레노엘의 군주인 로카드를 현성의 휘하에 넣어야 했다.

‘루시아에게 맡겨 볼까?’

루시아는 자신의 후손인 로카드를 적당히 챙겨 주기만 할 뿐 직접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았다.

현성도 루시아의 선택을 존중해 모르는 척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러는 게 좋겠어.’

현성이 루시아를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예, 제가 직접 설득하겠습니다. 주군의 휘하에 있는 것이 로카드와 그 휘하 플레이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루시아가 선선히 현성의 제의를 승낙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로카드를 설득했다.

아니, 설득이라는 표현도 웃겼다.

로카드 역시 현성의 휘하에 들어가는 걸 원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자신들의 차원과 동족을 구원해 준 구원자다.

또한 타 차원의 강자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강자다.

차원을 빼앗기고 동족들이 노예의 삶을 살았던 경험을 한 로카드는 강자인 현성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신 로카드는 최현성 님을 주군으로 모시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저의 검은 주군의 적을 베는 칼날이 될 것이고 저의 몸은 주군을 지키는 방패가 될 것입니다. 이는 죽음으로도 끊을 수 없는 기사의 명예를 건 맹세입니다.”

로카드가 기사의 예를 갖추며 현성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 말을 들은 현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로카드가 과거 루시아가 현성에게 충성 맹세를 했을 때와 토시 하나 다르지 않은 충성 맹세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로카드를 휘하로 받아들였다.

로카드를 품은 결과 현성은 대규모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레노엘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좀 키우자.’

레노엘은 마력에 모든 스텟을 몰빵한 상태였다.

현성은 비약을 통해 레노엘의 부족한 스텟을 채워 주고 사냥을 시켰다.

레노엘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 투자를 한 것이다.

* * *

휘하 세력을 정비하고 키운 현성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현성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용병 고용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가 않았다.

‘최저로 해도 내 몸값이 너무 높네.’

현성의 용병 등급이 너무 높아져 버려서 일단 고용주를 찾기가 힘들었다.

설사 용병 고용이 된다고 해도 현성이 절대적인 우위를 장담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상황을 바꾸자.’

이에 현성이 택한 방법은 파르티샤였다.

파르티샤는 현성이나 루시아보다 용병 등급이 낮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차원 게이트를 열 수 없다는 점이었다.

‘차원 게이트는 내가 열면 그만이야.’

이에 현성이 선택한 방법은 파르티샤를 통해 고용주와 협상을 한 후 자신을 고용하게 하는 것이었다.

‘루시아나 파르티샤와 맺었던 계약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수수료를 제외한 용병 고용 비용을 모두 돌려준다.

그럼 고용주는 용병 고용 비용을 아껴서 좋고, 현성은 타 차원으로 갈 수 있는 좌표를 손쉽게 알아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일단 고용주를 설득하는 게 일이었다.

용병 계약은 고용주에게 절대적인 안전이 보장된다.

하나 차원 게이트를 오픈해 넘어오는 경우는 막말로 현성이 자신을 용병 고용했던 고용주를 죽여도 무방했다.

이런 리스크가 있었기에 여간 간절한 상황이 아닌 이상은 현성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시도 끝에 결국 현성의 제안을 받아들인 차원이 등장했다.

당연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으로 현성과의 거래에 응한 경우였다.

현성은 최선을 다해 싸웠다.

그 과정에서 사령술사 시즈라와 오래전 키워 놓았던 척살대 그리고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레노엘은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치열한 전쟁 끝에 현성은 결국 루시아의 차원에 이어 다른 차원 하나를 구원하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현성은 새롭게 구원한 차원에서도 파르티샤와 루시아의 차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충성 맹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제 시작이야.’

고작 하나의 차원을 더 손에 넣었을 뿐이다.

현성은 이 정도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현성이 계속해서 차원 게이트를 열고 아군 차원을 구조하고 적군 차원을 점령했다.

그럴 때마다 현성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등등의 업적 등을 얻을 수 있었다.

현성은 빠르게 강해졌다.

그리고 현성의 지배를 받는 차원 역시 빠르게 늘어났다.

물론 아예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적군 차원을 점령할 엄두도 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아군 차원을 구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군 차원의 플레이어와 일반인만 구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성은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상관없어.’

아군 차원의 플레이어와 일반인만 구조해도 업적은 늘어난다.

또 부족한 파르티샤 차원의 인구를 늘릴 수 있었다.

사실 구조로 인한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현성 휘하에 있는 1레벨 플레이어가 하나둘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용병 고용을 했다는 것은 상대가 1레벨 플레이어라는 뜻이었다.

현성은 위기에 처한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주며 그들의 충성 맹세를 받았다.

현성이 구원하는 차원이 늘어날수록 충성을 맹세하는 1레벨 플레이어들도 늘어났다.

그러는 와중에 현성의 용병 등급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시스템 상점의 등급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올려야 등급이 올라가는 거야?’

현성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또 하나 있었다.

‘아군 시스템 상점의 매출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현성이 판매하는 상품들의 매출은 그간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듯 현성이 판매하던 상품들 역시 매출이 상승하기는커녕 역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첫 번째 이유는 현성이 시스템 상점에 판매하는 전자 제품과 지구에서 출시되는 전자 제품의 수준이 비슷해졌다는 점이었다.

현성은 구형 제품을 팔아먹은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신형인 제품을 팔았다.

1레벨 플레이어들의 과소비를 조장하고 빠른 포인트 수급을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느새 더 이상 팔아먹을 신제품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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