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권. 의외의 보상 (185/225)
  • ┃의외의 보상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노예 거래소가 박살 났다.

    현성을 비롯한 일행이 노예 거래소 내부로 진입해 갇혀 있던 사람들을 구했다.

    ‘또 한 번 보내야겠네.’

    현성은 구조한 사람의 숫자가 10만 단위로 늘어나면 차원 게이트를 통해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보냈다.

    처음에는 로카드가 반대했다.

    현성 일행이 노예로 구출한 이들을 다시 노예로 삼으려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이 직접 로카드를 차원 게이트 너머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보내 준 후에는 얌전해졌다.

    그곳에서 먼저 구조된 사람들을 만나고 어느 정도 안심을 한 것이다.

    또 로카드는 무작정 반대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현성의 제안을 대신할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로카드가 무슨 재주가 있어 수십만에 달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겠는가?

    식량도 현성이 준 것에 의지해야 했고 의복과 임시 숙소 역시 현성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런 상황이니만큼 로카드는 결국 현성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구조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은 현성이 차원 게이트를 열었다.

    거대한 차원 게이트를 통해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이동했다.

    ‘대충 백만쯤 된 것 같은데.’

    이대로만 가면 이 차원에 있는 원주민들을 전원 구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빨리빨리 넘어가라.’

    현성이 줄줄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는 원주민들을 바라보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차원 게이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포인트가 들어가는 만큼 최대한 짧게 여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마력 총량이 좀 더 늘어나야 하는데.’

    현성은 두 개의 차원 게이트 스킬이 있다.

    하나는 포인트를 소모하고 하나는 마력을 소모한다.

    문제는 마력을 소모하는 차원 게이트가 거의 봉인 상태라는 점이었다.

    현성이 점령한 차원 중 루시아의 고향 차원과 가장 가까운 차원이 바로 파르티샤의 차원이었다.

    마력을 소모해 오픈하는 차원 게이트 스킬은 발동 자체가 되지 않았다.

    차원 게이트를 오픈하는 데 필요한 마력 총량이 현성의 마력 총량을 뛰어넘을 정도로 막대했기 때문이다.

    전에 각투브크가 포인트를 소모하는 차원 게이트를 장거리용, 마력을 소모하는 차원 게이트를 단거리용이라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업적이나 늘려야지.’

    업적과 탐식의 서를 열심히 활용하다 보면 분명 마력 스텟을 더 늘릴 수 있으리라.

    ‘다 넘어갔네.’

    현성이 재빨리 차원 게이트를 닫았다.

    ‘어?’

    차원 게이트를 닫은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이게 뭐야?’

    현성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일반 등급]

    -최초로 1백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1백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한 자 - 일반 등급]

    ‘왜 업적이?’

    현성은 그저 거인족들의 지배하에 가축과도 같은 삶을 사는 일반인들을 구해 주고 싶어서 움직였을 뿐이다.

    눈을 감고 무시하기에는 그들의 삶이 너무도 처참했기 때문이다.

    투견이나 투계 취급을 넘어서 식용과 애완용으로까지 길러지는 인간들의 모습.

    같은 인간인 이상 그 모습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성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결실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현성이 이득을 본 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거인족 플레이어들을 쓰러트리며 업적을 쌓았고, 그와 동시에 거인족 플레이어들의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것만 해도 이번 구조 작전은 현성에게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한데 설마 일반인들을 구조한 것 자체가 업적으로 인정될 줄은 몰랐다.

    ‘숫자가 일반적이지 않기는 하네.’

    백 명이나 천 명 수준으로는 업적 획득이 불가능했다.

    일반 업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치가 무려 백만이었으니까 말이다.

    ‘한번 확인해 보자.’

    현성이 칭호, ‘최초로 1백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한 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최초로 1백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한 자 - 일반 등급]

    -모든 스텟 5 증가.

    “하하하!”

    현성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계형 업적이라는 사실은 보는 순간 알아차렸다.

    ‘하지만 설마 중복형이었을 줄은…….’

    단순한 연계형 업적이었다면 최초로 1백만 명 이상의 아군을 구원한 자 아래 성장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 업적의 등급이 상승할 때 일반 등급 업적이 희귀 등급 업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하나 이런 중복형 업적은 기존 일반 등급 업적이 그대로 유지되고 희귀 등급 업적이 새롭게 생겨난다.

    ‘개꿀이네.’

    그저 좋은 일을 했을 뿐인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전부 구조한다.’

    원래 그럴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보상을 준다고 하니 더 의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혹시 나만 받은 건가?’

    현성은 그 점이 의문이었다.

    구조 작전에 참여한 이들이 전원 현성의 휘하에 있는 신하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루시아와 파르티샤의 경우 현성의 휘하에 있는 신하이면서도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였다.

    쉽게 말해 현성이 얻은 업적을 루시아와 파르티샤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루시아, 파르티샤.”

    “예, 주군,”

    “부르셨습니다.”

    “혹시 업적 얻었어요?”

    “업적요?”

    “그게 무슨?”

    현성의 말에 루시아와 파르티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나만 업적을 얻은 건가? 도대체 왜?’

    고민하던 현성은 얼마 가지 않아 정답을 알아냈다.

    ‘차원 게이트.’

    현성이 업적을 받은 건 차원 게이트를 닫은 직후였다.

    ‘차원 게이트를 열어서 점령당한 차원의 원주민들을 구조한다. 그게 업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어.’

    루시아와 파르티샤가 업적을 받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이 차원 게이트를 오픈해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시아와 파르티샤도 업적을 받을 수 있어.’

    현성은 곧바로 루시아와 파르티샤에게 자신이 받은 업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단 주군께서 먼저 완료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는 포인트도 부족합니다.”

    루시아의 답변이었다.

    “전 아직 차원 게이트 스킬을 습득하지 못해서…….”

    파르티샤의 답변이었다.

    “루시아는 포인트를 모아요. 파르티샤는 스텟을 올리고요.”

    루시아 차원에 살고 있는 이들의 숫자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못해도 몇억 명은 될 것이다.

    어쩌면 몇십억 명일 수도 있다.

    ‘업적은 보통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럼 창조 등급 업적까지 가는데 필요한 숫자가…….’

    1억 2,800만 명.

    ‘꽤 많기는 하네.’

    무려 1억 명이 넘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

    고작 몇 주 사이에 1백만 명을 구했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 한 달에 5백만 명을 구한다고 가정하고, 산술적으로 계산을 하면?

    ‘2년이면 충분해.’

    어쩌면 2년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었다.

    현성 일행 전체가 이곳으로 건너와 거인족 플레이어들과 전투를 치르며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좋네.’

    어차피 업적 보상이 없었어도 이 차원의 원주민들을 모두 구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업적이 생기니 더 동기부여가 되는 느낌이었다.

    ‘윈윈이지.’

    현성은 업적을 얻어서 좋고 이 차원의 원주민들은 자유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이 차원의 원주민들을 구조하는 게 절대 손해가 아니었다.

    ‘그들 중에서 분명 각성한 플레이어가 나올 테니까.’

    플레이어의 숫자는 각 차원의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플레이어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아야 한다.

    현성이 지배하고 있는 차원은 총 세 개.

    그중에서 파르티샤의 차원은 완벽한 지배라고 하기도 뭐했고 인구도 적다.

    하지만 이 차원의 원주민들을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이주시킨다면?

    ‘지구처럼 다수의 플레이어를 보유할 수 있어.’

    이건 현성과 이 차원의 원주민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뭐, 사실상 세 개 차원의 주인인 현성이 얻는 이득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말이다.

    ‘빨리빨리 움직이자.’

    계산상으로는 2년이 걸린다.

    하지만 현성이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얼마든지 기한을 줄일 수 있었다.

    현성이 수하들과 함께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 * *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제드로스는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식민지는 모든 것이 열악했다.

    거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체로 은신 스킬까지 사용해 몸을 감추고 있었다.

    ‘곧 올 것 같기는 한데.’

    얼마 전 근처에 있는 노예 경매소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이동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포기했다.

    이동하는 와중에 놈들이 도주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공간 이동 스킬이라.’

    현재 적들이 도주 시 사용하는 스킬의 종류였다.

    일반인에 불과한 노예들을 옮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스킬이기도 했다.

    ‘모든 습격 예상 장소에 24시간 마력 역장을 펼칠 수도 없고.’

    제드로스는 확실한 사냥을 위해 기다림을 선택했다.

    ‘오기만 해 봐라.’

    고레벨 플레이어 30명을 동원해 언제든 마력 역장을 발동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해 놓았다.

    놈들이 이곳으로 온다면? 확실한 일망타진이 가능했다.

    ‘분명히 올 거다.’

    비밀리에 타 지역에 있던 노예들을 이곳으로 옮겼다.

    노예 구조가 목적이라면 절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제드로스는 친위대와 함께 차분하게 기다렸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제드로스와 친위대는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꽈아아아앙!

    “습격이다!”

    “원주민 플레이어 놈들이 쳐들어왔다!”

    드디어 쥐새끼들이 미끼를 물었다.

    제드로스가 몸을 일으켰다.

    “가자.”

    “예, 주군.”

    제드로스가 친위대를 이끌고 사건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 * *

    ‘순조롭네.’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용혈검을 휘둘렀다.

    거인족 플레이어들의 수준은 전에 습격했던 노예 경매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로는 무리지.’

    나름 대비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현성이 직접 나선 이상 이 정도로는 무리였다.

    ‘어?’

    그때 현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력 역장.’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사방에서 마력 역장이 펼쳐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일단의 거인족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까지는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 말은 적들이 현성이 익힌 창조 등급 탐지 스킬의 감시를 회피했다는 뜻이었다.

    현성의 얼굴에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창조 등급 스킬을 회피할 수 있는 건 오직 창조 등급 스킬뿐이다.

    ‘선빵필승.’

    현성이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그와 동시에 모든 힘을 다 동원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적들을 공격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자신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적들의 진영이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끝났나? 아니군.’

    꽤 많은 기척이 일순간 소멸했다.

    하지만 소수이나마 살아남은 자들이 있었다.

    특히 그중 하나는 현성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성난 고함과 함께 거인족 플레이어 하나가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선빵의 힘이 컸다.

    거인족 플레이어는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빠르게 자가 회복이 되고 있기는 했지만, 체력 소모가 꽤 클 게 확실했다.

    타악!

    현성이 그 거인족 플레이어를 향해 마주 달려 나갔다.

    저놈은 현성이 아니면 막을 수가 없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현성과 거인족 플레이어가 서로의 검을 부딪치며 연달아 충돌했다.

    ‘한가락 한다 이거지.’

    현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실력 자체는 확실히 현성이 점령한 차원의 왕과 대영주 들보다 뛰어났다.

    격이 한 단계 올라간 느낌이랄까?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지.’

    꽈아아아앙!

    현성은 이 차원에 방문해 사람들을 구하면서 거인족들과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그리고 그렇게 치른 전투는 고스란히 업적과 포인트가 되어 현성에게 되돌아왔다.

    뭐, 사실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애초에 눈앞의 상대는 현성의 적수가 아니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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