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권. 통일 전쟁 (174/225)

┃통일 전쟁

‘준비는 끝났어.’

이제 남은 것은 전쟁뿐이었다.

현성의 첫 번째 목표는 자신의 왕국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프로드 왕국이었다.

프로드 왕국은 이제는 멸망한 그라도 왕국과 오랜 시간 앙숙이었다.

그리고 아직 내전이 마무리되지 않은 나라이기도 했다.

-전군 출정한다.

현성이 대군주의 외침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총 3만이 넘는 대군이 진군을 시작했다.

현성의 휘하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정예 중에 정예만을 뽑아 3만 대군을 구성했다.

마음만 먹으면 3만 대군이 아니라 30만 대군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아닌 플레이어들끼리의 싸움에서는 머릿수보다 병력의 질이 더 중요했다.

‘나머지 인원들은 체력과 마력 배터리 역할만 해 줘도 충분해.’

대군주의 자비와 흡성마공의 옵션을 흡수한 불사의 서 덕분에 현성은 비전투 인원들의 체력과 마력을 전투 인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었다.

3만 대군이 프로드 왕국의 국경을 넘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바로 그 지역을 다스리고 있던 프로드 왕국의 대영주였다.

프로드 왕국의 대영주는 곧바로 왕에게 침공 사실을 보고했다.

그리고 즉시 다른 대영주와의 대립을 멈추고 힘을 합쳤다.

서로 으르렁거리기 바쁜 대영주들이지만 외적의 침입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건 서로 소 닭 보듯 했던 왕과 대영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프로드 왕국이라는 울타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타국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3만 대군을 이끌고 침공을 시작했다는 보고가 프로드 왕국의 왕에게 전달된 순간.

프로드 왕국의 왕이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현 상황을 알렸다.

프로드 왕국에서 벌어지던 영지전이 전면 중단되었다.

그와 동시에 대영주들은 병력을 모아 국경 지대로 이동했다.

‘빠르네.’

현성은 프로드 왕국 전역에 흩뿌려 놓은 첩자들을 통해 병력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었다.

‘괜히 시간 끌 필요가 없지.’

현성은 이번 전쟁을 길게 끌 필요가 없었다.

3만의 정예군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그들을 이용해 전면전을 벌일 생각도 없었다.

‘가자.’

현성이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한 후, 프로드 왕국의 왕성을 향해 이동했다.

전쟁을 빠르게 종결지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프로드 왕국의 왕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대영주들이 반항할 수도 있지만 구심점을 제거하는 게 가장 중요해.’

왕이 죽으면 대영주들은 자유를 얻는다.

또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왕의 지시를 받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도 없고 서로 힘을 합칠 수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성이 홀로 프로드 왕국의 왕을 제거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얼마 전이었다면 자살행위에 불과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프로드 왕국 왕의 무력 수준이 현성의 손에 죽은 그라도 왕국의 왕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휘하 신하들을 이용해 인의 장막을 쳐 놓았다고 해도 충분히 홀로 제거할 자신이 있었다.

* * *

“서둘러라!”

“대영주들의 병력과 합류해야 한다!”

프로드 왕국 왕의 직속 병력들이 행군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행군은 아니었다.

병사들은 모두가 일반인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은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런 만큼 행군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3일 후면 국경 지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휘하 신하의 보고에 프로드 왕국의 왕이 얼굴을 찌푸렸다.

“메디날 대영주가 우리가 갈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메디날 대영주도 끝까지 싸울 생각은 없을 겁니다. 아마 적당한 때가 되면 최정예 병력을 이끌고 탈출할 겁니다.”

휘하 신하의 말에 프로드 왕국의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그라도 왕국의 왕이 부랑자 출신에게 죽었다.

그 후 부랑자 출신이 왕의 자리에 올라 그라도 왕국 전역을 장악했다.

이건 대위기였다.

‘무조건 버틴다.’

휘하 플레이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해도 무조건 버텨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대영주들의 생존이었다.

대영주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으면?

그 대영주의 휘하에 있는 전력이 고스란히 적에게 넘어가 버린다.

대영주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몸을 사릴 것이다.

아마 저레벨 플레이어들을 대거 먹이로 던져 주는 한이 있더라도 대영주들은 최정예 병력들과 함께 전장을 벗어날 것이다.

‘전 병력이 모이기만 하면 해볼 만하다.’

부랑자 출신이 왕위에 오르면서 그라도 왕국의 왕을 포함해 꽤 많은 수의 대영주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에 반해 프로드 왕국은 왕인 자신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

또 대영주들의 숫자도 적들에 비해 많았다.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군.’

자국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타국을 침공한다.

프로드 왕국의 왕이 하고 싶었던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공격받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꽤 강한 놈인 건 확실하니 대영주들이 합공을 하는 수밖에 없어.’

프로드 국왕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번 전쟁을 통해 대영주들의 힘을 줄이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뭐지?’

강대한 마력을 품은 존재의 기척이 느껴졌다.

‘암살?’

프로드 왕국의 왕은 기가 찼다.

‘헛수고를 하는군.’

적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그 때문에 아까운 전력 잃어버리게 되었다.

사아아악!

프로드 왕국 왕의 몸에서 초록빛 독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슈우우욱!

프로드 왕국의 왕이 날린 초록빛 독기가 암살자를 향해 날아갔다.

‘끝이다.’

대영주급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프로드 왕국의 왕이 날린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꽈아아앙!

“어?”

프로드 왕국 왕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그와 동시에 자신을 능가하는 강대한 마력이 칠흑빛 뇌전과 화염으로 변해 허공을 뒤덮었다.

“저런 미친놈!”

프로드 왕국의 왕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욕설을 토해 냈다.

부랑자 출신의 왕.

그가 칠흑빛 뇌전과 화염을 다룬다는 정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적군의 수장이 홀로 아군의 심장부로 들어왔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리석은 놈.’

프로드 왕국 왕이 얼굴을 찌푸렸다.

애써 짜 놓은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자신이 이기더라도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죽어 나갈 게 분명했다.

-부랑자 출신의 왕이 나를 기습했다! 이 기회에 놈을 제거하자!

프로드 왕국의 왕이 재빨리 대군주의 외침을 날린 후, 대군주의 부름 스킬을 시전했다.

대영주들을 소환해 부랑자 출신의 왕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휘하 신하가 만독 대군주의 부름을 거부했습니다.

-휘하 신하가 만독 대군주의 부름을 거부했습니다.

-휘하 신하가 만독 대군주의 부름을 거부했습니다.

……후략……

휘하 대영주들이 프로드 왕국 왕의 부름을 거부한 것이다.

‘이 망할 놈들이.’

프로드 왕국의 왕이 이를 악물었다.

아마 계속해서 자신의 부름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자신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게 확실했다.

‘나의 힘을 줄이겠다는 거냐?’

어쩔 수가 없었다.

살기 위해서는 손해인 줄 알면서도 적과 싸워야 했다.

-막아라!

프로드 왕국의 왕이 명령을 내리기 무섭게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엄선하여 고르고 고른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전장을 지배했다.

대군주의 축복도 내리고 직접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적을 도저히 막아 낼 수가 없었다.

파지지직!

프로드 왕국 왕의 오른팔이 칠흑빛 뇌전에 타들어 갔다.

화르르륵!

칠흑빛 화염이 프로드 왕국 왕의 몸에 크고 작은 화상을 남겼다.

-제발 나를 도와라! 잠시도 버티기 힘들다!

프로드 왕국의 왕이 처절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며 다시금 대군주의 부름 스킬을 시전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반응이 있었다.

슈슈슈슉!

프로드 왕국 소속 대군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놈들이…….’

프로드 왕국의 왕이 이를 악물었다.

대군주들이 동시에 자신의 부름에 반응했다.

그건 자신 몰래 연락망을 갖춰 놓았다는 뜻이었다.

프로드 왕국의 왕은 이번 전쟁을 통해 대군주들의 힘을 줄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건 대군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전쟁을 빌미로 왕의 힘을 줄여 완벽한 허수아비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힘겨루기의 승자는 프로드 왕국의 왕이 아니라 대영주들이었다.

* * *

“으흠.”

현성이 자신을 포위한 대영주들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대영주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끈 보람이 있었다.

그라도 왕국의 왕을 처리한 뒤, 대영주들을 제압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일일이 대영주들을 찾아다니면서 힘을 보여 주는 행위가 상당히 번거롭다는 점이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단순한 번거로움을 넘어서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라도 왕국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신하들도 현성의 힘을 본 뒤에는 바로 굴복했다.

한데 현성의 힘을 목격하지 못한 대영주들은 계속 반항을 했다.

대영주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기 위해서는 한자리에 모아 놓고 힘을 보여 주는 게 제격이었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해라. 그럼 목숨을 보존해 주마.”

현성이 프로드 왕국의 왕에게 말했다.

“웃기지 마라! 이제 네놈은 죽은 목숨이다!”

“저들을 믿고 있는 건가?”

현성이 프로드 왕국의 대영주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신하들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는데?”

현성도 대영주의 부름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휘하 대영주들을 이곳에 소집할 수도 있었다.

“얼마든지 해 보아라! 그럼 네놈만이 아니라 네놈의 수하들도 모두 죽을 것이다!”

프로드 왕국의 왕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외쳤다.

대영주들의 숫자는 프로드 왕국이 더 많다.

부랑자 출신 왕의 힘이 막강하기는 하지만 그래 봤자 대영주 둘이 나서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을 후회하게 해 주마.”

프로드 왕국의 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영주들이 강대한 마력을 넘실넘실 뿜어냈다.

“음? 설마 방금 전에 내가 전력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현성의 물음에 프로드 왕국 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설마 힘을 감추고 싸웠다는 말이냐?”

프로드 왕국의 왕이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왜 너 같은 놈을 상대하면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었겠어.”

현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프로드 왕국의 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대영주들이 프로드 왕국의 왕을 돕기 위해 움직였지만…….

슈슈슈슉!

현성이 소환한 루시아와 파르티샤를 포함한 전 그라도 왕국의 대영주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순식간에 현성과 프로드 왕국 왕의 일대일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이익!”

프로드 왕국 왕이 현성에게 전력을 다해 초록빛 독기를 날렸다.

그러면서 다른 대영주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피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어.’

프로드 왕국의 왕 자리는 허투루 따낸 것이 아니다.

부랑자 출신 왕의 힘이 강하기는 했다.

하지만 방어에만 전념한다면 얼마든지 버틸 자신이 있었다.

오래 버틸 필요도 없다.

대영주들의 곁으로 이동할 찰나의 시간만 버텨 내면 그만이다.

타다닥!

‘어?’

기이한 소리와 함께 프로드 왕국 왕의 몸을 뒤덮고 있던 초록빛 독기가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피해야 해!’

프로드 왕국의 왕이 모든 마력을 쥐어짜서 방어를 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프로드 왕국 왕의 시야를 가득 채웠고…….

퍼석!

육신이 한 줌의 재로 변해 바람에 휘날렸다.

프로드 왕국의 왕이 순식간에 죽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이 자리에 모여 있던 프로드 왕국의 대영주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충성 맹세 철회하고 싶은 사람?”

현성이 이제는 자신의 신하가 되어 버린 프로드 왕국의 대영주들에게 물었다.

“추,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던 대영주 하나가 잽싸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아군에게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새로운 주군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프로드 왕국의 대영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일국의 왕을 일격에 죽여 버린 현성에게 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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