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
가챠 시스템이 제대로 대박을 쳤다.
그것도 과거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풀었을 때와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의 대박을 말이다.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은 현성이 서비스한 가챠 시스템을 욕했다.
물론 욕하면서도 가챠를 돌리기는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반응은…….
-이 돈독 오른 새끼!
-내가 가진 아이템값 폭락했다! 내 아이템값 물어내!
-진짜 작작 좀 해라!
-이 자식 진짜 이름은 최현성이 아니라 돈현성일 거임.
-당첨 확률이 왜 이렇게 낮아?
-조작 아님?
-가챠 돌릴 필요가 없음. 어차피 돌려도 패치되면 더 좋은 아이템 나옴.
온갖 욕이라는 욕은 다 들어 먹었다.
한데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은 반응이 달랐다.
-더 좋은 아이템은 없냐? 이게 최선이야?
-돈 더 줄 테니까 얼른 더 높은 등급 무기 풀어! 내가 얼마든지 사 준다!
-어이, 아이템 XX 주인장 양반? 이거보다 더 비싼 무기는 없나?
-랜덤 박스 종류가 너무 적어. 좀 더 많이 풀어 봐.
-무기 강화 주문서 그냥 유료로 팔면 안 됨? 랜덤 박스까기 지겨워서 그래.
분위기가 돈은 원하는 대로 줄 테니 닥치고 빨리 팔라는 식이었다.
‘뭐, 원한다면 얼마든지 팔아 주지.’
현성은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더 많은 유료템과 랜덤 박스를 흩뿌렸다.
패치 속도도 조금 더 올렸다.
다들 잠도 안 자고 24시간 레벨 업을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현성이 푼 유료템과 랜덤 박스는 풀기 무섭게 팔려 나갔다.
패치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다.
‘이거 서버 통합까지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어.’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과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의 수준 차이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었다.
교류의 보석 1은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다.
그 덕분일까?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도 무척 빨랐다.
예상보다 빠르게 교류의 보석 2를 풀게 생긴 것이다.
‘싹 다 긁어모아 주마.’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서 벌어들이는 포인트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 어마어마한 포인트 덕분에 현성은 더욱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 * *
시즈너는 1레벨 플레이어다.
물론 단순한 1레벨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그는 굴레를 벗어난 자였고 자신이 속한 차원을 제외하고도 총 1백여 개에 달하는 차원을 지배하는 절대자다.
한 차원도 아니고 1백여 개가 넘는 차원들을 지배하는 왕.
시즈너는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금은보화로 이루어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매끼를 온갖 진수성찬으로 차리는 것도 가능했다.
어디 그뿐인가?
각 차원을 돌아다니며 유희를 즐길 수도 있었고, 원하기만 한다면 수백 수천의 미녀와 미남 들로 이루어진 하렘을 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시즈너의 흥미를 끌 수는 없었다.
영원불멸의 삶을 즐기는 동안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해 봤다.
지겨웠다.
무료했다.
오죽하면 그냥 죽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즈너가 가장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협약이 깨지고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었다.
하나 시즈너 본인에게 걸린 제약 때문에 먼저 협약을 깰 수가 없었다.
협약을 깨트렸다가는 그렇게 하고 싶은 전쟁을 영원히 즐길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시즈너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발발하기를 기다렸다.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전장에서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이를 굴복시키고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시즈너에게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전장이 찾아왔다.
“다들 뭘 하는 거냐! 모두 죽여 버려!”
시즈너의 외침에 수하들이 전력을 다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했다.
모니터 안에서 각기 다른 문장을 가진 두 개의 길드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패배는 용납하지 않는다!”
시즈너의 서슬 퍼런 외침에 수하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모니터 속 캐릭터들이 물약을 미친 듯이 먹었다.
캐릭터가 누우면 축복받은 부활 주문서로 바로 부활했다.
축복받은 부활 주문서가 떨어지면, 마을에서 부활해 전장으로 달려왔다.
소모되는 물약과 떨어지는 경험치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전력을 다해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그건 상대편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두 길드는 치열하게 싸우고 또 싸웠다.
“바로 버프 걸어!”
“기사는 뭘 하고 있는 건가!”
“궁수들은 적 힐러들을 집중 공격해라!”
시즈너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이번 싸움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이겼다!”
“와아아아!”
시즈너의 수하들이 승리의 함성을 터트렸다.
이번 전투를 진두지휘한 시즈너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승리의 기쁨이 뇌리를 점령했다.
전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자신의 존재 의의를 이 순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재정비를 해야지.’
현재 전쟁 중인 길드는 한두 곳이 아니었다.
다음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떨어진 물약과 주문서를 보충해야 했다.
이번 전투로 레벨이 하락한 길드원들의 레벨도 복구해야 했다.
* * *
‘진짜 박 터지게 싸우네.’
현성이 로그 기록을 읽으며 혀를 찼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의 서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길드전이 선포되었다.
그 후 박이 터지게 싸웠다.
‘또라이들이 잔뜩 모여 있으니 싸움이 안 터질 수가 없지.’
그냥 자신에게 말을 건방지게 했다.
자신이 잡던 몹도 아니고 잡으려고 했던 몹을 스틸했다.
내가 사냥 중인 사냥터에 얼쩡거렸다.
이런 별 시답잖은 이유로 길드전이 터졌다.
여러 차원의 절대자들이 한곳에 모였다.
허리 숙일 일도 없고 자존심을 굽힐 일도 없던 놈들이 한곳에 모였으니 오죽하겠는가?
‘거기다 싸움도 엄청 좋아하고 말이야.’
완전 전투 민족이었다.
‘뭐, 나한테는 좋지만.’
현성이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들이 미친 듯이 판매되었다.
아이템 XX에 올려놓은 물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물자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는 바로 전쟁이 벌어질 때다.
그건 현실이나 게임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열심히 싸워라.’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더 치열하게 싸우면 싸울수록 현성의 주머니는 두둑해질 수밖에 없었다.
‘타 왕국과의 싸움이 쉬워지겠어.’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현성에게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포인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현성이 서버 총책임자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영상 선별은 끝났습니까?”
“아직입니다.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선별이 끝난 영상의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8천만 개 정도입니다.”
“그래도 꽤 많이 모였군요.”
현성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그간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서비스하는 게임을 관리하는 서버의 관리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현성은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작업을 더 추진했다.
바로 유X브 영상 선별이었다.
지구에 대한 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영상은 제거하고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영상들로만 선별했다.
주로 게임 스트리밍과 리뷰 영상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리뷰 영상이었다.
물론 스트리밍과 리뷰 영상이라고 막 풀 수는 없었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을 비롯한 문화 상품들의 수준에 맞게 엄선을 해야 했다.
‘8천만 개 정도면 서비스를 개시할 만해.’
현재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의 95% 이상이 교류의 보석 2.5를 사용했다.
‘서비스를 시작할 환경이 갖춰졌고 컨텐츠도 완성됐어.’
이 정도면 충분했다.
“서버에 업로드하고 바로 서비스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현성이 지시를 내리자마자 서버 관리자가 곧바로 움직였다.
‘성공할 수 있을까?’
유X브는 지구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하나 다른 차원에서도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뭐, 참여도 시켜 줄 생각이니까.’
현성은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이 유X버가 되는 걸 막을 생각은 없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유X버가 될 수 있도록 해 줄 생각이었다.
‘과금 방식이 문제이기는 한데.’
현성은 현재 광고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시스템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광고를 붙여 유X브 영상을 무료로 보게 하는 건 무리라는 뜻이었다.
‘결국 월 정액제밖에 없어.’
유X브는 중간중간 광고를 보면서 영상을 보든가 그게 아니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 광고 없이 영상을 봐야 한다.
현성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후자밖에 없었다.
‘애매하네. 시스템 상점의 광고 사업의 규모가 컸다면 문제 될 게 없었을 텐데.’
유X브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한 이유는 광고만 보면 무료로 고퀄리티의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데 현성은 그 점을 포기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무료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지고 간다.’
그 후에는 유료로 넘어가지 않으면 영상을 볼 수 없도록 막아 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유료 요금은 나름대로 저렴하게 책정할 생각이었다.
‘일단은 끌어모으는 게 우선이야.’
유X브의 유료 이용자가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었다.
유료 요금은 나중에 언제라도 수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 * *
프레우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게임 아이콘을 클릭했다.
뭐, 솔직히 말해서 게임을 제외하면 프레우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
‘응?’
게임을 시작한 프레우드의 눈에 새로운 서비스 상품에 대한 광고가 떴다.
‘영상을 공짜로 볼 수 있다고?’
프레우드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영상이라는 건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밖에 없었다.
‘당장 확인해 보자.’
프레우드는 부자였다.
현질을 하다가 포인트가 부족해지면?
당장 사냥을 나갔다.
나가서 몇 시간 정도만 사냥을 해도 꽤 현질하기에 충분한 포인트를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공짜라는 말에는 눈이 뒤집혔다.
‘터미XX터나 트랜XX머 같은 걸 공짜로 볼 수 있나?’
포인트에 미친 최현성과 게스피트가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프레우드가 광고에 나온 사이트로 들어갔다.
수많은 사이트들이 프레우드를 반겼다.
프레우드는 일단 검색부터 했다.
‘뭐야?’
터미XX터를 검색했더니 꽤 많은 영상이 떠올랐다.
그런데 영화 영상이 아니었다.
‘리뷰?’
이건 완전 신개념이었다.
프레우드가 일단 터미XX터 리뷰를 클릭했다.
일단 뭔지 확인이라도 해 볼 생각이었다.
프레우드는 차분하게 영상을 확인했다.
“오호!”
그러다 탄성을 터트렸다.
‘저런 뒷배경이 있었어?’
프레우드도 이제 영화가 뭔지 안다.
저게 다 진짜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지는 몰랐다.
프레우드가 유X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응?”
한창 영상 속을 유영하던 프레우드의 눈에 게임 영상이 들어왔다.
마침 프레우드가 하던 게임에 관한 영상이었다.
‘이건 뭐지?’
영화 리뷰가 뭔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게임 리뷰는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썸네일과 문구가 프레우드를 유혹했다.
‘일단 한번 보자.’
어차피 무료 기간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뽕을 뽑으려면 최대한 많은 영상을 보는 게 이득이었다.
프레우드는 영상을 감상했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저 몹을 혼자 잡을 수 있지?’
컨트롤이 엄청났다.
영상을 찍은 사람은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고수였다.
‘호오, 저런 방법이 있었군.’
프레우드는 PK 영상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프레우드는 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게임 속 숨겨진 아이템을 얻는 방법, 손쉽게 사냥하는 방법, 꼼수로 보스 몹을 잡는 방법 등이 담긴 영상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게임 속에 이렇게 많은 재미 요소들이 숨어 있었다니…….’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 *
유X브의 인기가 폭발했다.
‘먹혔어.’
영화와 게임 리뷰가 제대로 먹혔다.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
유료화로 넘어가는 인원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다리자.’
현성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남은 건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여유가 생겼으니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지.’
현성은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서 벌어들인 포인트를 대거 소비했다.
그 후 지구를 떠나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침략자들의 차원에 도착한 현성은 그라도 왕국의 왕에게 사신을 보냈다.
‘어떻게 나오려나?’
그간 그라도 왕국의 왕이 보여 온 행태를 보면 순순히 항복하고 현성의 휘하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현성은 사신을 보낸 직후, 곧바로 병력을 소집해 그라도 왕국의 왕성으로 향했다.
만약 항복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진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이었다면 이렇게 과격하게 그라도 왕국의 왕을 압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년간 힘을 쌓았다고 해도 그라도 왕국의 왕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건 득보다 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장사를 해서 얻은 포인트 덕분이었다.
‘전쟁이 벌어져도 순식간에 제압이 가능해.’
현성은 강해졌다.
대영주 하나가 아니라 셋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제압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높아진 스텟, 늘어난 스킬.
거기다 전직 퀘스트를 깨고 얻은 여러 직업 전용 스킬들까지…….
물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직업 전용 스킬들도 강화되었다.
‘대군주의 깃발이 아주 효자 중에 효자지.’
현성이 보유하고 있는 직업 전용 스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스킬이 바로 대군주의 깃발이었다.
[전승 대군주의 깃발 - 직업 전용 스킬]
-휘하에 거둔 신하들의 숫자에 따라 대군주와 신하의 스텟이 증가합니다.
-휘하에 거둔 신하의 신하도 숫자에 포함됩니다.
-휘하 신하의 수 – 337,521명
-모든 스텟이 16% 증가합니다.
현성이 승전 대군주에서 전승 대군주로 전직한 이후 대군주의 깃발이 업그레이드되었다.
그 덕분에 현성이 휘하에 둔 군주들의 신하까지 통계에 포함되었다.
전승 대군주의 깃발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현성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휘하 신하들도 강해진다는 점이었다.
지구에 있는 신하들.
파르티샤 차원에 있는 신하들.
침략자 차원에 있는 신하들.
총 337,521명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다 공평하게 강해졌다.
그렇게 늘어난 휘하 신하들의 스텟 중 체력과 마력은 현성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지금도 효과가 크지만 그라도 왕국의 왕을 휘하에 들이면 효과가 더 클 거야.’
어쩌면 단번에 휘하 신하 숫자가 두 배 이상 불어나 버프가 1% 높아질 수도 있었다.
사실 그라도 왕국의 왕이 항복해 현성의 신하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럼 통솔력 스텟을 소모해 그라도 왕국의 왕을 휘하 신하로 받아들이는 대신 목을 베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라도 왕국의 왕이 순순히 항복하건 저항을 하건 어차피 그라도 왕국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현성의 휘하에 속하게 된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좋기는 한데.’
전쟁이 벌어지면 희생이 생긴다.
또 힘으로 제압하면 그에 반발해 현성의 휘하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생길 수도 있다.
현성은 최소한의 피해로 그라도 왕국을 점령하고 싶었다.
그래야 타 왕국들과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현성의 목표는 단 하나.
침략자 차원의 모든 국가를 점령하는 것이었다.
‘목적을 이루기만 하면 안전 결계의 유무와 상관없이 지구를 지킬 수 있어.’
그것도 지구에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말이다.
현성의 눈에 그라도 왕국의 왕성이 보였다.
‘항복인가?’
왕성은 고요했다.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기는 했지만 투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플레이어들 앞에 그라도 왕국의 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서 있었다.
‘보고가 없었는데.’
그라도 왕국의 왕이 현성의 휘하에 들기로 했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연락이 와야 했다.
한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승낙인가? 아니면 거절인가?”
현성의 물음에 그라도 왕국의 왕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만만하군.”
그라도 왕국의 왕이 현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뭐, 그럴 만도 하군. 고작 몇 년 사이에 나를 능가하는 세력을 일구었으니.”
계속되는 전쟁의 승리로 현성이 거느린 신하들의 숫자는 그라도 왕국의 왕을 능가했다.
“거절인가 보군.”
현성의 몸에서 강대한 마력이 피어올랐다.
“진정하게, 나도 전면전을 벌일 생각은 없으니.”
“그럼?”
“일대일로 승부를 겨뤄 보지. 내가 패배한다면 자네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네. 대신 내가 이긴다면 자네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그라도 왕국의 왕이 일대일 승부를 제안했다.
사실 이 방법이 가장 깔끔하기는 했다.
수하들의 피해 없이 군주들끼리 승부를 본다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큭!”
현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넘어와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일대일 대결이 성사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군주만큼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존재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대부분은 최후에 최후까지 저항했다.
휘하 수하들이 죽든 말든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일대일 대결을 요구하는 대영주들이 많아졌다.
바로 현성의 세력이 대영주들을 압도하는 수준이 되었을 때였다.
전면전으로는 승산이 없으니 일대일 대결을 통해 일발 역전을 노린 것이다.
그라도 왕국의 왕이 일대일 대결을 제안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성과 그라도 왕국의 왕이 가진 세력 차이는 명백했다.
싸우기도 전에 패배한 상황이다.
승리할 확률이 약간이라도 있었다면 그라도 왕국의 왕은 전쟁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으니 일대일 대결을 제안한 것이다.
현성과 일대일 대결을 벌여서 이기면?
단 한 번의 승부로 그간 현성이 쌓아 온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패배하면?
그저 현성에게 고개를 숙이고 충성 맹세를 하면 그만이었다.
“내가 그 제안을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나?”
현성의 물음에 그라도 왕국의 왕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거절한다면 승산이 낮더라도 한번 저항해 볼 참이오.”
그라도 왕국 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플레이어들의 투기가 치솟았다.
‘미친놈.’
나름 생각이 있는 놈인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그라도 왕국의 왕 역시 침략자 차원의 일원다웠다.
‘네놈이 다스리던 왕국의 백성들이 얼마나 죽어 나가든 상관없이 네 자리만 지키면 된다 이거지.’
그간 그라도 왕국의 왕이 섣불리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다른 대영주들 같은 겁쟁이에 이기주의자였기 때문이었다.
“좋아, 받아들이지.”
현성이 그라도 왕국 왕의 제안을 승낙했다.
‘후회하게 될 거다.’
그라도 왕국의 왕이 잔머리를 굴렸다.
그래서 현성도 생각을 바꿨다.
‘저런 놈한테 아까운 통솔력을 써서 뭐 해.’
그라도 왕국의 왕이 진정한 왕이었다면…….
거절하면 순순히 항복하겠지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다면…….
현성은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그런 이라면 통솔력을 소모해서라도 휘하로 들일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저놈은 자신밖에 모르는 놈이었다.
‘저런 놈들이 꼭 나중에 뒤통수를 치지.’
현성은 후환을 남겨 두는 성격이 아니었다.
저벅저벅.
현성이 앞으로 나섰다.
그라도 왕국의 왕도 앞으로 나섰다.
두 사람이 막대한 마력을 뿜어냈다.
하나 격의 차이가 명확했다.
현성이 뿜어내는 마력이 그라도 왕국의 왕이 뿜어내는 마력을 압도했다.
‘후회되나 보군.’
그라도 왕국의 왕이 표정을 굳혔다.
현성이 가진 힘이 그라도 왕국의 왕의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아마 현성이 가진 힘이 전과 같았다면?
그라도 왕국의 왕에게 승산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전자 제품과 문화 상품을 팔아먹어 막대한 포인트를 얻었다.
그리고 그 포인트로 초월 등급 패시브 스킬을 대거 익혔다.
‘영웅 등급 패시브 스킬은 증폭 한계치가 낮지만 초월 등급 패시브 스킬은 아니거든.’
영웅 등급 패시브 스킬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론상 현성의 마력 스텟이 5천이고 영웅 등급 패시브 스킬들의 마력 스텟 증가치가 300%라면?
현성의 마력 스텟은 2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늘어난 마력 스텟은 고작해야 몇천 정도였다.
마력 스텟을 늘려 주는 다른 영웅 등급 패시브 스킬을 익혀 봐야 마찬가지였다.
‘전설, 준신화, 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도 다 한계치가 있지.’
그래서 초월 등급 패시브 스킬을 대거 익혔다.
현성은 아직 초월 등급 패시브 스킬들의 증폭 한계치를 느껴 보지 못했다.
그 말은 현성이 익힌 초월 등급 패시브 스킬들이 자신이 가진 힘을 온전히 뿜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패시브 스킬의 발동 조건은 대군주의 자비 스킬을 사용해 미리 맞춰 놓았다.
타악!
현성이 빛과 같은 속도로 몸을 날렸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수많은 초월 등급 스킬북과 창조 등급 스킬북을 흡수해 창조 등급 스킬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가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어어?”
그라도 왕국의 왕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칠흑빛 뇌전와 화염이 뿜어내는 파괴적인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전의를 상실했다.
이 정도로 힘의 차이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신하들의 희생을 미끼로 일대일 승부를 강요하는 대신 곧바로 항복했을 터였다.
“자, 잠깐 항…….”
퍼엉!
그라도 왕국의 왕은 하려던 말을 마저 끝마치지도 못했다.
현성이 날린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그라도 왕국 왕의 몸을 그대로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그라도 왕국의 왕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존재 자체가 소멸해 버렸다.
“음? 나에게 도전할 정도의 배짱이라면 이 정도 공격은 가뿐히 막아 낼 줄 알았는데?”
현성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제는 자신의 휘하에 속하게 된 그라도 왕국 왕의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대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현성의 물음에 그라도 왕국 왕의 신하였던 이들이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현성은 그사이 그라도 왕국이라고 불리었던 왕국을 완벽하게 점령했다.
휘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동을 하는 대영주들에게는 직접 날아가 본때를 보여 주었다.
순순히 충성을 맹세한 대영주들 역시 직접 찾아가 힘의 격차를 보여 주고 감히 반항할 생각을 품지 못하게 만들어 주었다.
‘준비가 끝났어.’
드디어 영지전으로 난장판이 된 타 왕국들을 점령할 때가 왔다.
‘그 전에 확인을 해 봐야지.’
유X브 무료 서비스 기간이 끝났다.
물론 신규 가입자는 새롭게 무료 서비스 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거의 99%가 넘는 인원이 무료 기간에 유X브를 이용했다.
사실상 100%나 마찬가지였다.
현성이 차원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넘어갔다.
* * *
“음.”
프레우드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모니터 위에 떠오른 유료 결제 버튼을 주시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제까지 잘 보고 있던 영상을 하루아침에 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짜로 봤던 영상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포인트를 지불해야 했다.
“지르자!”
프레우드가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영화 한 편이 얼마고 드라마가 얼만데.’
유X브는 영화나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재미를 보장해 준다.
특히 게임 스트리밍과 리뷰는 절대 끊을 수가 없었다.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나 하고 놀랄 때도 있었다.
‘편당 결제도 아니고 월 정액제인 만큼 많이 보면 많이 볼수록 이득이야.’
거기다 월 정액제 요금은 그간 최현성이라는 악덕 상인이 팔아먹은 물건들의 가격에 비하면 나름 저렴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X브 유료 결제가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결정을 내린 프레우드가 유료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프레우드를 제외한 수많은 1레벨 플레이어들도 유X브 월 정액제 서비스에 가입했다.
* * *
“헐!”
현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네.’
현성은 유X브 월 정액제 서비스의 가입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격이 비싼 건 아니지만, 현대의 기준으로 봐도 유X브를 월 정액제로 보는 사람보다 광고를 보고 무료로 즐기는 사람의 비율이 월등히 더 높았다.
‘물론 여기는 광고 자체가 없기는 하지만.’
유X브 유료 서비스 가입자의 비율이 무려 50%를 넘겼다.
현성은 솔직히 말해서 10% 정도 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90% 이상이 나오는 기적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성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성과이기는 했다.
‘대박이네.’
게임의 경우 하는 사람이 있고 안 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의 경우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숫자가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보다 적었다.
하지만 유X브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사실상 현성이 판매하는 전자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대부분이 유X브 무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무려 그중 절반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것이다.
‘좋은 캐시카우가 생겼어.’
유X브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월 정액제로 서비스한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포인트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게임처럼 중간에 접는 인원이 나올 확률도 적고.’
게임은 중간중간 접는 사람이 나온다.
하지만 유X브는 그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의외의 성과도 있고.’
유X브 리뷰 덕분일까?
영화, 드라마, 게임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리뷰를 보고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고 게임을 하는 인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완전 꿩 먹고 알 먹고네.’
유X브 영상 선별을 위해 꽤 오랜 시간 노력했다.
한데 이번 일을 통해 그간의 노력을 단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좋아, 그럼 다시 돌아가 볼까.’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향했다.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고객.
그로 인해 현성에게 들어오는 포인트는 줄어들기는커녕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 덕분에 현성의 성장은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다.
* * *
프레우드는 유X브에 푹 빠졌다.
게임을 하는 건 즐겁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특히 다른 게이머들의 게임 장면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진짜 저 양반은 생각이 기발하군.’
하X스X이라는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저런 덱을 만들어 적을 이길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저 유X버를 상대하는 게이머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른 유X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스X 크XX트를 하는데 상상도 하기 힘든 전술과 전략으로 승리를 따냈다.
리X 오X 레X드를 하는데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인 쓰레기 캐릭터로 게임을 캐리하며 승리를 따냈다.
이건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는 것과는 달랐다.
프로게이머들은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한다.
그러다 명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스트리머들은 보는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게임을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터져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철저한 계획하에 게임을 해 재미를 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상대의 멘탈을 터트리기 위한 전략들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영상을 보고 유X버들의 전략과 전술을 사용해 게임을 해 봤는데, 상당히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단순히 승리만을 위해 게임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저런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경우가 생긴다.
압도적으로 캐리하는 경우도 있었고, 운이 따라 줘서 기적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게임 영상들은 프레우드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었다.
프레우드는 자신이 하는 모든 게임 영상을 저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대활약을 하거나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이 나온 게임 영상들을 모두 따로 모아 저장해 놓았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활약상이 사라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또 가끔 생각날 때마다 자신이 예전에 했던 게임 영상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나도 한번 올려 볼까?’
유X브는 자신이 찍은 영상을 올릴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다른 사람이 영상을 보면 월 정액제 요금의 일부를 떼어 주기도 한다고 했다.
자신의 지리는 플레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한번 해 보자.’
자신의 플레이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혼자 보기 아까운 영상들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고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었다.
뭐,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게임 플레이를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프레우드는 타고난 관종이었다.
며칠 후, 프레우드가 자신의 게임 영상을 유X브에 올렸다.
영상을 올리기 위해 특별히 영상 편집용 프로그램과 책을 구입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편집된 영상은 상당히 어설펐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 펼쳐지는 게임 플레이는 절대 어설프지 않았다.
-대박이다! 어떻게 저기서 저런 생각을 했지?
-기발하네, 기발해.
-팀원들 사고 친 걸 혼자서 다 캐리하네.
-바로 구독한다. 다음 영상 내놔라.
-어, 근데 이거 나랑 같이했던 게임 영상인데?
↳ 구라 치지 마라. 그러다 손목 날아간다.
↳ 진짜임. 내 닉네임도 있음.
↳ 너 닉네임이 뭔데.
↳ ‘형이캐리한다’ 이건데?
↳ 풉! 계속 트롤 짓 하던 놈이 너였냐? ‘형이캐리한다’는 무슨 큭큭큭. 너 닉네임을 ‘형이트롤한다’로 바꿔라. 솔직히 말해서 나였으면 쪽팔려서 말도 안 꺼냈다.
-이 영상은 최현성 플레이어가 올린 게 아니고 다른 플레이어가 올린 거임. 그런데 진짜 잘하네. 저 정도면 프로게이머 해도 될 거 같음.
↳ 프로게이머는 무슨. 프로 수준은 안 됨.
↳ 내가 봤을 때는 가능할 거 같은데.
……후략……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악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플이 많았다.
“하하하!”
프레우드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게임을 할 때만 느낄 수 있었던 성취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프레우드가 영상 편집에 몰두했다.
프레우드는 할 일이 없는 돈 많은 백수였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의욕도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게임이 찾아와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그 게임을 이용해 영상을 만드는 재미가 찾아왔다.
프레우드는 영상 제작에 몰두했다.
구독자 숫자가 늘어나고 영상 조회 수가 올라갈수록 덩달아 심장이 두근거렸다.
게임을 할 때의 태도와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전에는 단순히 즐기기 위해 게임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게임을 했다.
전처럼 재미만을 위해 게임을 하는 게 아닌데도 게임을 하는 게 더 즐거워졌다.
심지어 게임을 하다가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 혹시 겜돌이 채널 운영하시는 분 아니세요?
-네, 맞습니다.
-와! 영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아, 영상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겜돌이 님이 있으시니까 이번 판 우리가 이기겠네!
-진짜 겜돌이네! 와!
-이번 판은 겜돌이 님만 믿습니다!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프레우드의 멘탈은 강철이었다.
그렇기에 안 좋은 말은 소거해 버리고 좋은 말만 머릿속에 담았다.
아, 물론 안 좋은 말을 한 유저에게 게임 내에서 소소하게 보복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보복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자신에게 안 좋은 말을 하는 인물을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해 낸 것이다.
프레우드의 머릿속이 오직 방송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달 후.
“음?”
영상 수익이 배분되었다.
그리 많은 포인트는 아니었다.
프레우드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푼돈에 불과했다.
하지만 뭔가 기분이 묘했다.
‘사냥해서 번 포인트와는 느낌이 달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게임을 보고 환호해 준 대가라고 생각하자 푼돈에 불과한 포인트가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걸 이대로 넘길 수는 없지.’
프레우드가 곧바로 영상 제작에 들어갔다.
영상의 제목은 ‘유X버 겜돌이의 유X브 수익 최초 공개’였다.
프레우드는 이미 뼛속까지 유X버가 된 상태였다.
* * *
프레우드가 올린 ‘유X버 겜돌이의 유X브 수익 최초 공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프레우드는 굴레를 벗은 자로서 1레벨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상위 0.0001%에 들어가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런 그에게 영상 수입은 푼돈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니었다.
-뭐야? 유X브 영상 공개로 저렇게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다는 말이야?
-와! 쩐다!
-내가 1년 동안 사냥해서 모은 포인트를 한 달 만에 벌었네. 부럽다.
-사냥 안 하고 유X브 영상 제작만 해도 먹고살 듯.
현성으로 인해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신직업이 생겨났다.
바로 프로게이머였다.
현성은 주기적으로 여러 게임 대회를 열었다.
게임 대회에서 승리하면?
막대한 포인트를 상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공진호를 필두로 수많은 프로게이머가 생겨났다.
프로게이머들은 대회 상금만을 노리고 게임을 하지는 않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습득한 게임 머니와 아이템을 판매해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성주의 경우 웬만한 1레벨 플레이어들의 몇 달 치 포인트 수입을 한 달 만에 벌어들이기도 했다.
하나 게임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의 숫자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게임과 사냥을 병행했다.
대회에서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순위권 안에 들어갈 확률은 상당히 낮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대량의 게임 머니와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먹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한데 유X브로 인해 새로운 길이 열렸다.
프로 유X버.
게임 대회에서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해도…….
대량의 게임 머니를 습득하거나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먹지 못해도…….
포인트를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프레우드가 올린 ‘유X버 겜돌이의 유X브 수익 최초 공개’를 보고 수많은 게이머들이 유X버가 되기 위해 뛰어들었다.
단순히 게이머들만 뛰어든 게 아니었다.
영화나 드라마 리뷰를 하는 이들도 생겨났고, 자신의 실전 사냥 노하우나 팁 같은 걸 올리는 사람도 생겨났다.
단순히 취미로 하는 이들도 있었고,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유X브의 유료 가입자가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편집 기술 영상과 책이 대량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유X브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랐다.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생소한 지구의 인간들이 아닌 자신들과 같은 1레벨 플레이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 많은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이 호감을 표했다.
* * *
‘이게 뭔 일이래?’
현성의 눈이 동그래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상 편집에 관련된 상품들을 판매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인기 폭발이 될 줄은 몰랐다.
유X브 유료 가입자가 50%에서 80%로 증가했다.
거기다 영화, 드라마, 게임의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났다.
프레우드라는 이름의 1레벨 플레이어가 유X버가 되면서 생겨난 작은 날갯짓이 커다란 태풍으로 변모한 것이다.
‘겹경사네.’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유X브가 이렇게 커다란 이득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교류의 보석 2를 바로 풀어야겠어.’
교류의 보석 1은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빠르게 보급된 만큼 빠르게 판매 속도가 떨어졌다.
‘게임은 조금 더 기다리자.’
게임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아직 새로운 게임을 풀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적군 1레벨 플레이어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편이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