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권. 4차 대격변 (166/225)

┃4차 대격변

현성은 지구로 돌아온 뒤 이번에는 유럽 지역에 있는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화악!

침략자들의 차원에 도착한 현성의 눈에 넓게 펼쳐진 숲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조용하네.’

신안을 통해 본 결과, 몬스터는 있었지만 플레이어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확실히 해야지.’

현성이 호루스의 눈을 사용했다.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플레이어들의 기척이 다수 느껴졌다.

하지만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급 영지 수준에 불과하군.’

이번에는 크게 문제 될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보 수집은 필요했다.

현성이 가까운 마을로 이동했다.

그 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하급 영지였다.

‘어떻게 할까?’

선택지는 두 개였다.

첫 번째는 사자 인간들의 영지를 접수했을 때처럼 주변 하급 영지를 닥치는 대로 점령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하급 영주와 플레이어들을 무시하고 몬스터들만 사냥하는 것이다.

‘굳이 점령할 필요는 없겠지.’

현성의 선택은 두 번째였다.

대영주 간의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하급 영주의 목을 날릴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승승장구하겠지만 나중에 가면 대영주가 직접 행차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방금 전의 접전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했다.

대영주의 축복을 받은 신하까지는 상대가 가능하지만, 대영주는 무리였다.

‘일단 아크사 대영주와 코디기 대영주의 싸움이 끝나기 전까지는 잠자코 있자.’

현성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하급 영주를 제거해 하급 영지를 얻었다.

대영주를 제거한다면?

대영지를 얻을 수 있다.

왕을 제거한다면?

왕국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힘을 키우는 거야.’

현재 침략자 차원에 있는 영지도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또 현성에게 있어서 하급 영지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현성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하급 영지를 늘리는 게 아니었다.

몬스터를 사냥해 스텟을 늘리는 것이었다.

하급 영지 하나에 포함되어 있는 몬스터의 숫자는 꽤 많았다.

하지만 현성이 직접 나서면 몇 시간 안에 사냥이 가능했다.

몬스터가 사라진 하급 영지가 다시 몬스터로 가득 차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굳이 하급 영주를 잡아 영지를 손에 넣을 필요가 없다.

몬스터들의 씨를 말린 후 빠지는 게 최선이었다.

‘몬스터만 잡고 빠지자.’

결정을 내린 현성이 호루스의 눈에 감지된 몬스터의 마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후 몬스터를 사냥했다.

중간중간 마력의 파장을 느낀 하급 영지의 플레이어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하급 영지의 플레이어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동해 사냥터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제 그만 가자.’

몬스터를 싹 쓸어버린 현성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 지구로 돌아왔다.

그 후 다른 차원 게이트로 이동해 똑같은 일을 벌였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사냥할수록 현성의 스텟이 늘어나고 포인트가 쌓였다.

‘아무래도 좀 기다려야겠지?’

교류의 보석 2.5가 나오면 포인트를 폭발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현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처럼 사냥을 통해 스텟을 늘리는 것뿐이었다.

* * *

현성은 계속해서 지구와 침략자 차원을 오가며 사냥을 이어 나갔다.

중간중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때는 대영주의 직영지 주변으로 가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리는 사냥터 한가운데로 가기도 했다.

현성은 싸우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면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그 결과 현성의 존재로 인해 침략자 차원의 각 왕국에 적지 않은 혼란이 생겼다.

하지만 현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스텟이 꽤 많이 올랐어.’

업적도 업적이지만 신화 등급으로 성장한 탐식의 서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아마 탐식의 서가 아니었다면 현성은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가 볼까?’

적당히 휴식을 취한 현성이 다시금 사냥을 준비했다.

“뭐지?”

갑자기 신안에 기이한 마력이 감지되었다.

낯설지 않았다.

어딘가 익숙한 파동의 마력이었다.

“설마?”

현성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런 현성의 눈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차원 게이트가 들어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신안에 감지되는 것만 열 개가 넘었다.

현성이 호루스의 눈을 사용했다.

그러자 일일이 그 숫자를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의 수많은 차원 게이트들이 감지되었다.

“이럴 수가?”

이런 반응이 일어날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4차 대격변이었다.

‘대격변은 3차로 끝이 아니었나?’

그간 침략자들의 차원에서 수많은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4차 대격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 이유는 3차 대격변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차원이 멸망했기 때문이다.

‘3차 대격변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1차 대격변과 2차 대격변은 정상적인 순리에 따라 일어났다.

하지만 3차 대격변은 상당히 빨랐다.

그런데 4차 대격변까지 일어났다.

‘나 때문인가?’

지구에 갑자기 대격변이 벌어질 이유는 현성의 존재밖에 없었다.

‘막아야 해.’

마음이 초조해졌다.

4차 대격변을 통해 새롭게 생성된 차원 게이트에서 어떤 등급의 괴물이 등장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쩌면 초월 등급 몬스터나 신화 등급 몬스터가 무더기로 등장할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새롭게 생겨난 차원 게이트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현성이 강해도 몸은 하나에 불과하다.

이 많은 차원 게이트를 홀로 막는 건 불가능했다.

-차원 게이트가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 모두 대비하도록.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휘하 신하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또 강선영 길드장에게 따로 대군주의 외침으로 지시를 내려 세계 각국이 이에 대비하도록 했다.

그와 동시에 아공간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을 꺼냈고, 심령을 제압해 놓았던 몬스터들에게 다른 몬스터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대군주의 부름.’

현성은 파르티샤와 타무그를 소환했다.

타무그는 자신의 수하들을 소환했다.

일반인들의 소란을 막기 위해 타무그와 수하들은 변신 아이템을 사용한 상태였다.

‘이 정도로 다 막아 낼 수 있을까?’

현성이 긴장된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사아아악!

차원 게이트가 완전히 열렸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들이 차원 게이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아!”

현성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차원 게이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은 고작해야 희귀 등급에 불과했다.

다른 차원 게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반, 희귀, 영웅 등급 정도의 저레벨 몬스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모든 차원 게이트가 그런 건 아니었다.

-크아아아앙!

커다란 포효와 함께 거대한 동체를 가진 털북숭이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설 등급이다.’

현성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이 털북숭이 괴인의 몸을 강타했다.

부스스스!

털북숭이 괴인은 등장과 동시에 한 줌의 재로 변해 사라졌다.

‘드물기는 하지만 전설 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대부분은 일반, 희귀, 영웅 등급이었다.

아주 가끔 전설 등급이나 더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현성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인지했다.

슈욱!

그때 현성의 눈앞에 미국 소속 장거리 공간 이동 고유 스킬 보유자 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등급을 측정할 수 없는 규격 외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사라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모두 몇 마리지?”

“현재 파악된 것만 다섯 마리가 넘습니다.”

“가자.”

현성이 그 말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예.”

사라가 공손한 태도로 현성이 내민 손을 부여잡았다.

그와 동시에 사라의 고유 스킬인 장거리 공간 이동이 발동되었다.

슈욱!

현성의 눈앞에 초월 등급 몬스터의 모습이 들어왔다.

거대한 날개를 쫙 펼치고 하늘을 활공하며 지상에 불벼락을 내리고 있는 불새.

타악!

현성이 불새를 향해 달려들었다.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뒤섞인 신혈검이 불새의 브레스를 가르며 날아갔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불새의 머리가 피투성이로 변했다.

-캬아아아악!

불새가 성난 포효를 터트리며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뇌전과 화염이 하나로 뒤섞였다.

현성은 마음이 급했다.

‘용인화. 뚱이, 덕구.’

우득! 우득!

용의 비늘이 현성의 피부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뚱이와 덕구가 모습을 드러내는 즉시 불새를 향해 달려들었다.

현성은 용인화 스킬을 시전한 상태로 더 강한 맹공을 퍼부었다.

불새의 전신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서걱!

접전 끝에 현성의 손에 들려 있던 신혈검이 불새의 목을 베어 냈다.

사아아아악!

불새의 몸에서 뿜어진 잔존 마력이 스킬북으로 변했다.

‘망자의 부활.’

현성은 망자의 부활 스킬을 사용해 불새를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고, 스킬북을 아공간으로 회수한 후 사라를 바라보았다.

슈욱!

사라와 함께 다시금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는 세 쌍의 날개를 가진 드래곤이었다.

현성은 신혈검을 용혈검을 바꿔 들고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하늘이 부서지는 것 같은 굉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현성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해 드래곤을 공격했다.

용의 혈갑과 용의 혈조가 모습을 드러냈고,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가 무시무시한 위력을 뿜어내며 드래곤의 비늘을 부수고 피와 살을 불태웠다.

-캬아아아앙!

드래곤의 숨통이 끊어졌다.

현성은 전과 동일하게 망자의 부활 스킬을 사용하고 아이템을 회수했다.

“다음!”

현성의 말에 사라가 재빨리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비슷한 일이 연속적으로 반복되었다.

현성은 사라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초월 등급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휴우!”

현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 힘든 초월 등급 몬스터들을 모두 막아 냈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신화 등급과 준신화 등급 몬스터가 너무 많이 빠져나왔다.

그 숫자가 너무 많아 지구의 플레이어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현성이 풀어놓은 언데드 몬스터와 심령을 제압한 몬스터 들 역시 꽤 많은 숫자가 상했다.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았던 탓이다.

‘쉴 시간이 없어.’

현성이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라와 함께 공간을 갈랐다.

* * *

갑작스러운 상황에 각국의 국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1차 대격변, 2차 대격변, 3차 대격변.

4차 대격변이 오기 전까지 총 세 번의 대격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격변은 단 한 번뿐이었다.

바로 1차 대격변.

최초의 대격변 당시만큼이나 수많은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또 플레이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플레이어 전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였다.

현성이 있었고 그 휘하에 기라성 같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또 현성이 비약까지 먹여 가며 육성한 척살대원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로서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차원 게이트들을 모두 봉쇄하는 건 불가능했다.

당연히 한국은 몬스터들로 뒤덮였다.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30대 후반의 여인이 어린아이를 품에 꼭 안고 간절히 빌었다.

-크르르르릉!

하지만 여인의 앞에 있는 몬스터가 그 말을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여인이 자신의 몸으로 아이를 감쌌다.

그리고 간절히 바랐다. 몬스터가 자신의 품에 있는 아이 만큼은 해하지 않기를 말이다.

-캬아아앙!

굶주린 몬스터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여인과 아이를 단숨에 삼켜 버릴 심산인 것 같았다.

파지지직!

그 순간 하늘에서 내려온 칠흑빛 뇌전이 몬스터의 강인한 육신을 한 줌의 재로 변화시켰다.

여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아이를 안은 채 두 눈을 굳게 감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이 전해져 오지 않자 여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몬스터의 누린내와 거친 숨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인이 두 눈을 떴다.

“아아아아!”

여인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푸른 하늘이 칠흑빛 뇌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뒤덮고 있는 칠흑빛 뇌전이 지상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비처럼 쏟아져 내린 칠흑빛 뇌전들이 지상을 뒤덮고 있던 몬스터들의 몸을 불태웠다.

마치 신이 악으로 뒤덮인 지상을 정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 * *

현성은 하늘 위에 뜬 채로 두 눈을 감았다.

신안 스킬을 통해 몬스터의 마력을 감지한다.

그렇게 감지된 몬스터의 마력을 향해 흑뢰신마공을 흩뿌린다.

처음에는 수백 개도 버거웠다.

하지만 익숙해지자 수백 개가 아니라 수천 개의 칠흑빛 뇌전을 자유자재로 흩뿌릴 수 있었다.

“휴우!”

현성이 긴 한숨을 토해 냈다.

겨우 한 지역을 정리했을 뿐이다.

아직 가야 할 곳이 많았다.

현성이 손을 내밀었다.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사라가 잔뜩 지친 얼굴로 현성의 손을 잡았다.

슈욱!

다시금 새로운 도시로 이동했다.

도시 전체가 몬스터로 뒤덮여 있었다.

군대와 경찰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하나로 뒤섞여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마공을 끌어 올렸다.

흑뢰신마공에 화염의 서를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시금 눈을 감고 신안에 집중한다.

신안에 의해 거의 1만 마리에 가까운 몬스터들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가라!’

현성이 마음속으로 지시를 내렸다.

파지지지지직!

그 순간 하늘에서 1만 개에 가까운 칠흑빛 뇌전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며 정확히 몬스터의 몸을 강타했다.

파삭!

한 줌의 재로 변한 몬스터의 사체가 바람에 휘날렸다.

“다음.”

현성의 짧은 한마디에 사라가 다시금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을 시전했다.

현성은 사라와 함께 전 세계를 순회공연하듯 돌아다녔다.

오늘도 수백 번의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한 사라는 완전히 진이 빠졌다.

원래 사라의 마력 스텟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카렌 사태 이후 현성의 휘하로 들어왔기에 대군주의 자비 스킬을 통해 계속해서 마력을 보충해 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사라는 이전에 있었던 사건, 사고 들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만큼 혹독하게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현성은 잠도 자지 않고 수천 개가 넘는 도시를 순회하며 몬스터들을 소탕했다.

당연히 사라도 잠을 잘 시간이 없었다.

“다음.”

사라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현성의 명령을 거역하지는 못하고 계속해서 공간 이동 스킬을 시전했다.

느긋하게 쉴 시간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수십, 수백, 수천만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

당연히 사라의 사정을 봐줄 수가 없었다.

현성은 마른걸레를 쥐어짜듯이 사라의 공간 이동 스킬을 활용해 전 세계를 누볐다.

* * *

아무런 전조도 없이 찾아온 갑작스러운 4차 대격변에 전 세계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새롭게 생겨난 차원 게이트의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엄청나게 적었다는 점이다.

이는 각국이 사전에 차원 게이트의 징조를 알아차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그에 따른 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완벽하게 대비하기에는 몬스터를 상대할 만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4차 대격변은 단 3일 만에 완벽하게 진압되었다.

전 세계를 순회하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린 칠흑빛 뇌전 덕분이었다.

-최현성 플레이어 덕분에 살았다.

-맞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아니었다면, 나와 우리 가족은 모두 죽었을 거야.

-칠흑빛 뇌전을 몰고 다니며 혼자 수백만 마리의, 아니 수천만 마리의 몬스터를 쓸어버렸다.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늘부터 인류의 수호신교 가입한다.

-나도 가입함. 사이비에 가입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음.

-한국으로 이민 가야겠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이민 가기 힘듦.

-그럼 일본이나 중국으로라도 가야겠음.

-최현성 플레이어가 있는 아시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다.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현성이 흑뢰신마공과 신안 스킬을 조합해 사용한 뇌전의 비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또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목격되었다.

단순히 눈으로만 본 게 아니라 수많은 동영상을 통해 인터넷 자체를 점령했다.

인터넷만이 아니라 TV와 신문도 현성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에 대해서 쉼 없이 떠들었다.

대중은 그날 현성이 벌인 일에 대한 정보를 원했다.

각국의 정부와 언론사 들 역시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성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류의 수호신교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광신도의 숫자가 미친 듯이 늘어났다.

현성이 뿌린 뇌전의 비는 그들의 목숨을 구했고, 감동과 전율을 주었으며, 지상의 악을 쓸어버리는 신의 징표였다.

하지만 현성은 그런 전 세계인들의 칭송을 웃는 얼굴로 지켜볼 수가 없었다.

‘내 탓이다.’

갑작스럽게 4차 대격변이 발생한 원인은 단 하나.

현성이 침략자 차원에서 한 활동 때문이다.

수많은 침략자 차원의 플레이어들을 휘하에 들였다.

그 후 현성은 창조 등급 스킬을 획득하고 업적 획득과 탐식의 서를 이용해 빠르게 스텟을 늘렸다.

현성이 빠르게 강해지는 만큼 지구를 보호하고 있는 안전 결계는 더욱더 약해졌다.

거기다 지구의 플레이어들 역시 빠르게 강해졌다.

전체적으로 성장하기도 했지만, 특히 현성이 직접 비약을 먹여 키운 척살대원들의 성장 속도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성장을 막을 수는 없어.’

안전 결계만 믿고 무작정 버틴다?

강제로 성장을 억제한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발악을 해도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안전 결계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준비 없이 위기를 맞이하느니…….

위기를 앞당기더라도 스스로 힘을 키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맞춰 적당히 힘을 키워 나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현성은 운명의 흐름에 맞춰 가는 것보다는 스스로 힘을 키워 운명을 주도해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또 그게 옳은 길이라고 믿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런 현성의 선택에 어쩔 수 없이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단 것이다.

‘훗날의 더 큰 희생을 막았다고 해서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현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병원에는 수많은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었다.

현성은 병원들을 순회하며 회복 계열 스킬을 사용했다.

또 휘하 신하들에게도 부상자들의 구조와 치료를 도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4차 대격변은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역시 최현성 플레이어다.

-기업이나 거대 길드 들은 도대체 뭐 하는 거냐?

-최현성 플레이어를 본받아라!

현성은 직접 사람들을 치료하러 다니는 와중에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다.

현성의 개인 재산과 이모탈 길드의 유보금을 이용해 4차 대격변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기업들과 거대 길드들 역시 돈을 풀었다.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현성의 눈치가 더 보였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 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돈을 풀며 도시 재건에 나섰다.

4차 대격변의 여파로 침체되어 있던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복구공사가 일어나다 보니 일거리가 넘쳐 났다.

사람들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이건 인류의 승리다!

-5차 대격변, 6차 대격변이 와도 인류는 승리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최현성 플레이어 만세다!

현성의 이름값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현성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빨리 1차 대격변부터 시작된 길고 긴 전쟁을 종결시키고 싶을 뿐이었다.

하나 현성의 이름값이 높아진 결과, 지구는 더욱더 빠르게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현성은 이미 이번 일이 있기 전부터 지구의 지배자였다.

카렌이 소동을 벌인 후 지구에 있는 모든 국가들이 현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 국민들은 그 사실을 잘 몰랐다.

현성을 인류의 수호자라며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현성의 강한 영향력을 부정적으로 보고 싫어하는 이들도 많았다.

현성의 본토인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등.

세계 각국에서는 현성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들과 맹목적으로 증오하는 이들이 대립하고 있었다.

한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

현성을 인류의 수호자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뇌전의 비를 흩뿌린 결과였다.

현성의 추종자가 대거 늘어났다.

물론 현성을 싫어하는 이들 역시 줄어들었을 뿐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전처럼 그 사실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현성을 싫어하는 이들 역시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현성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현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단 3일 만에 4차 대격변이 마무리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 자명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현재 진행형일 확률이 높았다.

4차 대격변은 현성의 영향력 강화와 인류의 단합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현성에게도 꽤 큰 성과가 있었다.

* * *

‘초월 등급 몬스터를 이렇게 많이 잡을 줄이야.’

현성은 눈앞에 놓여 있는 초월 등급 스킬북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뇌전 계열, 화염 계열, 회복 계열, 방어 계열은 이미 현성이 모두 흡수했다.

하지만 나머지 계열 스킬북들은 현성이 휘하 플레이어들의 특성에 맞게 분배를 해야 했다.

물론 분배해 줄 수 있는 이들도 정해져 있었다.

루시아가 1순위였고 파르티샤가 2순위였다.

또한 초월 등급 스킬북 말고도 엄청난 숫자의 신화, 준신화, 전설, 영웅, 희귀, 일반 스킬북이 현성의 수중에 있었다.

현성이 대대적으로 나서서 활약한 덕분에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마석과 스킬북을 남겼다.

‘한 번에 풀면 스킬북 가격이 폭락할 거야.’

그러니 천천히 풀어야 했다.

또 현성에게 필요한 스킬북들은 그 등급이 낮더라도 직접 취해야 했다.

‘아래 등급의 스킬북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창조 등급 스킬이 된 흑뢰신마공은 뒤로 미뤄 두고, 다른 초월 등급 스킬들의 성장에 전설 이하 스킬북들이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다.

아마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잠시 고민하던 현성이 결국 결정을 내렸다.

억지로 돈이나 포인트를 써서 하위 등급 스킬북들을 구매해 익힐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수중에 들어온 하위 등급 스킬북들을 흡수하지 않을 생각도 없었다.

큰 영향은 없더라도 이렇게 흡수한 스킬북들이 초월 등급 스킬들이 창조 등급으로 거듭나는 데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을 줄 테니까 말이다.

‘일단 분류부터 해야겠다.’

현성의 지시에 따라 모인 스킬북들은 거대한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만큼 분류 작업이 필요했다.

물론 그런 분류 작업을 현성이 직접 할 필요는 없었다.

현성의 휘하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시를 내리면,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현성은 그동안 분류된 스킬북들 중 필요한 건 취하고 루시아와 파르티샤를 포함한 휘하 플레이어들에게 하사할 건 하사했다.

그러던 도중 특별한 스킬북 하나가 현성의 수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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