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신마공
‘그런데 이름이 바뀌었네.’
스킬의 이름이 흑뢰신의 숨결에서 흑뢰신마공으로 바뀌었다.
‘흡수한 초월 등급 스킬들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현성이 새롭게 탄생한 흑뢰신마공의 정보를 확인했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추가된 내용도 많았다.
새롭게 흡수한 초월 등급 스킬들의 옵션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이다.
몸이 근질거렸다.
창조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된 흑뢰신마공의 위력을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구보다는 침략자 차원이 더 낫겠지.’
몬스터의 숫자도 많고 질도 더 높았다.
현성은 바로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향했다.
‘초월 등급 몬스터가 있으려나?’
현성은 업적 획득을 위해 자신의 영토에 초월 등급 몬스터가 나타나는 족족 찾아내서 사냥해 왔다.
또 수하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초월 등급 몬스터를 추적했다.
현성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있네.’
스마트폰을 주고 사방으로 흩뿌린 신하들 덕분에 손쉽게 몬스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슈욱! 슈욱!
현성은 연속적으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초월 등급 몬스터가 있는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초월 등급 몬스터는 용종이었다.
머리의 숫자는 총 12개였고 덩치는 수백 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이런 놈을 왜 이제 발견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놈은 태연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자신을 공격할 상위 포식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슈우우욱!
현성이 허공을 가르며 초월 등급 용종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크르르릉!
현성의 접근을 알아차린 초월 등급 용종 몬스터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거대한 동체에서 마력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곧이어 12개의 머리가 동시에 입을 쩍 하고 벌리고 강대한 마력을 응축시켰다.
브레스를 사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현성은 조용히 흑뢰신마공을 사용했다.
파지지직!
현성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칠흑빛 뇌전이 초월 등급 용종 몬스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콰콰콰!
그 순간 12개의 초월 등급 용종의 머리들이 일제히 브레스를 뿜어냈다.
꽈아아아앙!
현성이 쏘아 낸 칠흑빛 뇌전과 초월 등급 용종이 뿜어낸 브레스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을 만들어 냈다.
‘효율이 올라갔어.’
소비한 체력과 마력에 비해 위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건 익히 예상했던 결과였다.
파지지직!
현성이 계속해서 흑뢰신마공을 사용했다.
-콰콰콰콰콰!
초월 등급 용종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브레스를 뿜어냈다.
칠흑빛 뇌전과 브레스가 충돌하며 연속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파지지직!
그러는 와중에 한 줄기 칠흑빛 뇌전이 브레스를 역류해 초월 등급 용종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창조 등급으로 성장하기 위해 흡수했던 초월 등급 스킬들의 옵션 중 하나였다.
꽈아아아앙!
브레스를 역류해 간 칠흑빛 뇌전이 12개의 머리 중 하나를 산산조각 냈다.
‘좋네.’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용혈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파지지직!
현성의 전신이 칠흑빛 뇌전에 휩싸였다.
꽈앙! 꽈앙! 꽈앙!
현성이 브레스를 정면으로 뚫고 전진했다.
-크아아아앙!
용종 몬스터의 머리들이 일제히 현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좌악!
칠흑빛 뇌전에 휩싸인 용혈검이 머리 하나를 베어 냈다.
그리고 탐욕스럽게 용혈을 빨아 먹었다.
‘용의 혈조.’
현성이 용의 혈조 스킬을 시전했다.
흑뢰신마공이 용의 혈조에 파고들었다.
좌아아악!
검붉은 뇌전에 휩싸인 용의 혈조가 초월 등급 용종 몬스터의 몸을 헤집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전투는 없었다.
현성은 창조 등급 스킬인 흑뢰신마공을 얻기 전에도 홀로 초월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위력 테스트가 쉽지는 않네.’
흑뢰신마공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확인은 필요했다.
문제는 그 위력을 온전히 발휘할 만한 대상이 없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이번에 만난 몬스터는 보기 드문 초월 등급 용종 몬스터였다.
그런 만큼 용혈검의 성장을 위해 용혈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흑뢰신마공을 용의 혈조와 조합해 사용하는 선에서 위력 테스트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초월 등급이 아닌 몬스터들은 과거에도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 만큼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지 않다면 위력 테스트가 쉽지 않았다.
‘몬스터 숫자가 너무 적어.’
초월 등급 몬스터는 더 이상 감지되지 않았고 그 아래 등급 몬스터는 숫자가 부족했다.
‘모두 내 탓이지.’
현성의 영토에 상위 등급 몬스터의 씨가 마른 이유는 간단했다.
스텟을 늘리기 위해 현성이 지속적으로 상위 등급 몬스터를 사냥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토 자체가 워낙 드넓고 살아가는 몬스터의 숫자가 많기에 그동안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영토에서 흘러들어 오는 몬스터가 있기는 하겠지만…….’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렇다고 다른 대영주의 영토에서 사냥을 할 수도 없었다.
흑뢰신의 숨결을 흑뢰신마공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는 했지만, 대영주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정도는 아닌 탓이었다.
‘어쩔 수 없네.’
아무래도 흑뢰신마공의 테스트는 잠시 후로 밀어 둬야 할 것 같았다.
* * *
현성은 다시금 사냥을 이어 나갔다.
침략자들의 차원에서 고위 몬스터들의 씨를 말렸기에 현성은 지구로 향했다.
지구에는 많은 몬스터들이 넘쳐 났다.
던전에 갇혀 있는 녀석들도 있었고 바다에 풀려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현성이 주 사냥터로 점찍은 곳은 바다였다.
던전 안에 갇혀 있는 몬스터들의 경우는 업적을 클리어하지 못한 종들만 싹 쓸어버렸다.
던전 안에 다시 몬스터들이 가득 채워지기 전까지는 바다에서 사냥을 할 생각이었다.
좌아아아악!
현성이 드넓은 바다를 가로질렀다.
호루스의 눈이 알려 주는 길을 따라 몸을 움직이며 광역 도발 스킬을 시전했다.
수천, 수만, 수십만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현성에게 몰려들었다.
‘많네.’
잘만 하면 수백만도 끌어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수준이 낮았다.
초월 등급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신화 등급이나 준신화 등급 몬스터의 숫자도 고작해야 수백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정리를 해 볼까?’
현성이 자신의 뒤를 따라 달려오는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을 향해 흑뢰신마공을 쏘아 보냈다.
파지지직!
현성의 손끝에서 날아간 작은 칠흑빛 뇌전이 순식간에 거대한 바다 전체를 뒤덮었다.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두두두둑!
수십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우수수 마석과 아이템으로 변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석과 아이템으로 변하지 않은 몬스터들의 사체는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현성은 아공간을 열었다.
사아아아악!
거대한 아공간이 몬스터들의 몸에서 나온 마석과 아이템 들을 먹어 치웠다.
‘저것들도 처리를 해야지.’
현성이 탐식의 서 스킬을 사용했다.
탐식의 서가 몬스터들의 사체를 한입에 삼켰다.
그간 수많은 몬스터들의 사체를 잡아먹은 탐식의 서는 어느덧 신화 등급으로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초월 등급 몬스터들이 사체를 남기지 않은 탓이었다.
‘꽤 늘었네.’
수많은 업적을 클리어했다.
탐식의 서로 늘어난 스텟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성은 그 정도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바다는 넓었고 아직 잡아야 할 몬스터는 많았으니까 말이다.
* * *
현성은 계속해서 사냥에 열중했다.
그러는 동안 침략자 차원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다행히도 전쟁의 향방은 현성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길고 지루한 소모전.
세키라 대영주와 마로저니 대영주의 전쟁은 아직까지 그 승패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았다.
아크사 대영주와 코디기 대영주의 전쟁은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다.
하지만 코디기 대영주가 처절하게 버티고 있기에 쉽게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인근에 있는 대영주들은 현성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 결과 현성은 편안하게 사냥을 계속하며 힘을 키울 수가 있었다.
‘지금의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몬스터의 씨가 말랐어.’
침략자 차원과 지구의 몬스터가 씨가 말랐다.
그건 파르티샤의 차원도 마찬가지였다.
현성은 미친 사람처럼 사냥에 열중했다.
아무리 많은 몬스터가 모여도 현성의 손끝에서 뻗어 나가는 칠흑빛 뇌전 앞에서는 모두 공평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 결과 지구와 파르티샤 차원의 던전이 황량해졌다.
수많은 몬스터로 가득했던 바다가 고요해졌다.
침략자 차원 역시 몬스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고레벨 플레이어는 자신의 레벨에 맞는 몬스터만 사냥한다.
그러지 않으면 레벨을 올릴 수 없고 업적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예외였다.
그렇기에 현성은 자신의 영향력이 닿는 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모조리 사냥했다.
‘다른 차원 게이트를 넘어야 하나? 아니면 세키라 대영주의 하급 영지를 노려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양쪽 모두 위험이 너무 컸다.
현성이 처음 침략자 차원으로 넘어가 분탕질을 치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대영주들의 힘을 실감한 지금은 그런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차원 게이트를 넘어갔는데 그곳이 대영주의 직영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세키라 대영주를 공격하면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 위험이 있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현성의 마음이 다른 지역의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하급 영지로 가기만 한다면?
전처럼 제대로 분탕질을 칠 수 있고 새로운 사냥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설사 하급 영지가 아닌 대영주의 직영지로 간다고 해도 대영주를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이상 상대가 누구든 무사히 돌아올 자신이 있었다.
‘한번 가 보자.’
현성이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에 있는 던전을 통해 침략자 차원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슈욱!
미국에 도착한 현성이 망설임 없이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젠장.’
현성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차원 게이트를 넘는 순간, 신안을 통해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존재가 느껴졌다.
플레이어들 역시 현성의 존재를 느꼈는지 빠르게 거리가 가까워졌다.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이 되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되돌아가거나 아니면 저들과 싸우거나.
원래 현성은 강자들이 주변에 있으면 싸우지 않고 차원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갈등이 생겼다.
신안으로 느껴지는 적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대영주급 마력을 가진 존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 한번 해볼 만한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저들 중 누군가가 대영주의 축복을 받는 경우였다.
‘한번 해보자.’
망설이던 현성이 마음을 굳혔다.
세키라 대영주의 축복을 받은 존재를 만난 이후 현성은 많이 강해졌다.
그 힘을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결정적으로…….
‘언젠가는 직접 대영주를 쓰러트려야 한다. 계속해서 대영주의 축복을 받은 존재를 두려워해 피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결정을 내린 현성이 차분히 이어질 전투를 기다렸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마력 역장을 펼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슈슈슉!
잠시 후 어두운 밤공기를 가르며 30여 명의 플레이어들이 현성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성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플레이어들은 박쥐의 날개와 외형을 가진 박쥐 인간들이었다.
하나하나가 과거 상대했던 무드크나 뱀 인간 또는 트베레오 같은 대영주 직속의 강자들 수준이었다.
“수상한 놈이구나?”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전신에 덕지덕지 바른 박쥐 인간이 현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혹 샤크베루 대영주의 수하냐?”
박쥐 인간이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성은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니면 부랑자냐?”
박쥐 인간이 다시금 물었다.
현성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답이 없는 걸 보니 샤크베루 대영주의 수하가 맞는 모양이구나?”
박쥐 인간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저놈을 생포해라. 알아낼 정보가 무척 많을 것이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머지 박쥐 인간들이 현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현성에게 질문을 했던 박쥐 인간은 저 무리의 리더였다.
뿜어내는 마력도 가장 강력했다.
“흐으으읍.”
현성이 숨을 들이쉬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파지지지직!
그와 함께 흑뢰신마공이 현성의 전신을 뒤덮었다.
‘역시 호전적이군.’
보자마자 멋대로 짐작하고 생포해 정보를 캐려고 한다.
아마 현성이 샤크베루 대영주의 수하가 아니라 부랑자라고 말했어도 저들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상대가 적의 수하면 정보를 캐낸 뒤 죽이고, 부랑자면 그냥 죽이면 그만이다.
저들에게 있어 갑자기 마주친 정체불명의 플레이어는 그저 사냥해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타악!
칠흑빛 뇌전에 휩싸인 현성이 앞으로 달려 나가며 신혈검을 뽑아 들었다.
“보통 놈이 아니다!”
“죽여라!”
현성을 가볍게 보고 명령대로 생포할 생각이었던 박쥐 인간들이 마음을 바꿔 먹었다.
파강!
흑뢰신마공에 휩싸인 신혈검이 정면에서 달려오는 박쥐 인간의 대도와 충돌했다.
대도를 쥐고 있는 박쥐 인간의 방어는 실로 탄탄했다.
파지지직!
하지만 작은 칠흑빛 뇌전이 스킬을 시전하고 있던 그의 마력을 타고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까지는 막아 내지 못했다.
퍼엉!
대도를 쥔 박쥐 인간의 몸속으로 파고든 칠흑빛 뇌전이 폭발했다.
“커억!”
대도를 쥔 박쥐 인간이 검붉은 피를 토해 내며 휘청거렸다. 단숨에 목을 베어 버릴 기회였다.
하지만 현성의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정면을 제외한 양옆, 머리 위, 등 뒤에서 적들이 일제히 공격을 날렸다.
파지지직!
현성이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흑뢰신마공을 뿜어냈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적들의 몸이 한 줌의 재로 변해 흩어졌다.
동료들의 죽음에 공격을 이어 가려던 적들이 멈칫했다.
“뭘 하느냐! 어서 저놈을 죽여라!”
리더로 보이는 박쥐 인간의 외침에 멈칫했던 다른 박쥐 인간들이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성이 몸을 날리며 신혈검을 휘둘렀다.
좌악! 푸욱!
적을 베고 찌른다.
이 간단한 동작에 박쥐 인간들의 목숨이 하나둘 꺼져 갔다.
파지지직!
흑뢰신마공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적 박쥐 인간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신혈검이 춤을 췄고 흑뢰신마공이 쉼 없이 뿜어져 나갔다.
박쥐 인간들의 숫자가 순식간에 열 명 아래로 줄어들어 버렸다.
“도망쳐!”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쥐 인간들은 공격 대신 도주를 선택했다.
박쥐 인간들이 일제히 날개를 펼치고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그렇게 된 원인은 박쥐 인간들의 리더였다.
놈은 수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기 무섭게 날개를 펼쳐 도주했다.
리더가 도주한 상황이니 수하들이 도망가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현성은 박쥐 인간들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흑뢰신마공을 날렸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이 날개를 펼치고 도주하던 박쥐 인간들의 몸을 한 줌의 재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전투가 끝났다.
‘허무하네.’
현성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적들은 상당히 강했다.
이전의 현성이었다면 쉽게 승부를 가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조 등급 스킬 흑뢰신마공의 위력은 실로 가공했다.
높은 레벨과 스텟 그리고 강력한 스킬로 무장한 적들을 순식간에 분쇄해 버렸다.
‘천뢰신의 갑옷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광폭화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용인화 스킬을 쓴 것도 아니었다.
한데 순식간에 싸움의 승패가 결정되어 버렸다.
총 31명으로 이루어져 있던 적들 중 살아남은 이는 박쥐 인간들의 리더뿐이었다.
‘놓칠 수는 없지.’
현성이 허탈한 마음을 다잡고 몸을 날렸다.
적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화근은 뿌리를 뽑는 게 좋았다.
현성은 전력을 다해 가장 먼저 도망친 박쥐 인간들의 리더를 추격했다.
놈이 마력 역장을 벗어나기 전까지 추격을 완료해야 했다.
멀리 박쥐 인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휘익!
현성이 신혈검을 휘둘렀다.
파지지직!
신혈검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흑뢰신마공의 칠흑빛 뇌전이 박쥐 인간들의 리더를 향해 날았다.
그 순간.
꽈아아아아앙!
박쥐 인간의 몸에서 강력한 돌풍이 뿜어져 나왔다.
돌풍에 휩싸인 박쥐 인간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휘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강력한 흡입력을 지닌 토네이도가 만들어졌다.
‘대군주의 축복.’
현성은 박쥐 인간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똑똑히 인지했다.
박쥐 인간이 모시는 대영주가 자신의 힘을 빌려준 것이다.
현성은 다시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대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대군주의 축복을 받은 박쥐 인간과 싸울 것인지.
현성이 몸을 돌렸다.
“이놈! 어디를 도망가느냐!”
박쥐 인간이 진노한 표정으로 현성의 뒤를 추격했다.
빠르게 이동한 현성의 눈앞에 방금 전 통과했던 차원 게이트가 들어왔다.
현성은 차원 게이트로 들어가는 대신 몸을 돌렸다.
우득! 우득!
현성의 몸이 인간이 아닌 용인의 형상으로 변했다.
-크르르르!
용인화 스킬의 발동을 마친 현성이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처음부터 싸우지도 않고 도망칠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넘치는 혈기에 자신과 지구의 운명을 걸 생각도 없었다.
‘배수진은 무슨.’
그건 자신이 가진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이들에게나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아니,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을 강제로 전장에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잔인한 전술이다.
현성의 목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지구의 운명이 현성의 어깨에 달려 있다.
그런 만큼 혈기에 이끌려 무모한 도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
모든 힘을 다해 싸운다.
하지만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다면?
지구로 돌아가 훗날을 기약할 것이다.
“미천한 놈이 감히 나에게 덤벼!”
방금 전까지 겁에 질려 도주하던 박쥐 인간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아앙!
현성과 박쥐 인간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커억!”
현성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터져 나왔다.
“큭큭큭!”
박쥐 인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터트렸다.
첫 격돌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버러지 같은 놈! 네 주제를 알게 해 주마!”
박쥐 인간이 목소리를 높이며 현성에게 맹공을 가했다.
“어리석구나, 제 힘도 아닌 것에 취해 날뛰다니.”
현성이 박쥐 인간의 공격을 막아 내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박쥐 인간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네놈이 더 이상 그 건방진 입을 나불거리지 못하게 해 주마!”
박쥐 인간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현성을 향해 더욱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초음파 공격과 바람을 이용한 공격이 연달아 현성의 몸을 강타했다.
현성은 묵묵히 그 공격을 막아 냈다.
피부가 터지고 찢겨졌다.
하지만 현성의 눈빛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이이이!”
박쥐 인간은 그런 현성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박쥐 인간의 공격이 더 강해졌다.
‘진정 어리석구나.’
박쥐 인간은 대영주의 축복이 주는 힘에 취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쓸데없이 과도하게 체력과 마력을 소비했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다.
부족한 체력과 마력은 대영주가 보내 줄 테니까 말이다.
‘다를 게 없어.’
과거 세키라 대영주의 축복을 받았던 이와 똑같았다.
‘그래도 발전한 거겠지.’
전에는 세키라 대영주의 축복을 받았던 이의 손에서 도망치는 것도 버거웠다.
그래서 힘들게 만들어 놓았던 언데드 몬스터들을 모두 소비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싸우고 있음에도 나름 잘 버텼다.
그동안 늘린 스텟과 창조 등급으로 거듭난 흑뢰신마공 덕분이었다.
“죽어라! 어서 죽어라, 이놈!”
박쥐 인간이 광기에 휩싸여 맹공을 퍼부었다.
현성의 체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가득 차 있던 현성의 체력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두 개의 패시브 스킬이 발동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광폭화 - 초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100% 증가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했습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유일 초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배 상승합니다.
현성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동시에 상승했다.
반격의 때가 온 것이다.
현성이 흑뢰신마공으로 뒤덮인 신혈검을 휘둘렀다.
서걱!
방심하고 있던 박쥐 인간의 왼팔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악!”
박쥐 인간이 처절한 비명을 토해 냈다.
그리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현성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좌악! 좌악!
흑뢰신마공으로 뒤덮인 신혈검이 춤을 출 때마다 박쥐 인간의 몸에 상처가 하나둘 늘어났다.
“으아아아아!”
분노한 박쥐 인간의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광폭화였다.
꽈아앙! 꽈아앙!
칠흑빛 뇌전과 폭풍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음을 토해 냈다.
현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치열한 싸움이 이어졌다.
‘결국 동수 정도인가?’
그동안 늘어난 스텟과 창조 등급으로 거듭난 흑뢰신마공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영주의 축복을 받은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없었다.
현성이 정신을 집중했다.
그와 동시에 존재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가 가진 힘이 느껴졌다.
초월 등급 스킬 흑뢰신의 숨결이 창조 등급 스킬 흑뢰신마공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존재의 의지와 이어진 끈이 더욱 굳건해졌음을…….
전에는 존재의 의지가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야만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현성이 먼저 존재의 의지와 이어진 끈을 인지할 수 있었고…….
파지지지직!
강제로 그 힘을 끌어와 사용할 수 있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박쥐 인간의 몸이 뒤로 밀려 났다.
“이, 이럴 수가?”
박쥐 인간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고, 두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다.
대영주의 축복을 받은 자신이 적에게 압도되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한 박쥐 인간을 향해 현성이 신혈검을 휘둘렀다.
서걱!
박쥐 인간의 몸이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깔끔하게 양단되었다.
“휴우!”
현성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존재의 의지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온 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연히 단기전으로 승부를 가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점점 늘어나겠지.’
현성의 의지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존재의 의지에게서 빼앗아 올 수 있는 힘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현성은 용인화 스킬을 해제했다.
그리고 전리품을 모았고 죽은 박쥐 인간들의 기억을 엿보았다.
‘전쟁 중이었군.’
31명의 박쥐 인간들은 적의 후방을 교란하기 위한 별동대였다.
한데 현성이 끼어들어서 일이 꼬인 것이다.
현성을 발견하자마자 다가와 샤크베루 대영주의 수하냐고 묻고 공격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일단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그다지 안전한 사냥터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