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의 축복(?)
‘이렇게 잘 팔릴 줄이야.’
현성은 경악했다.
일부러 교류의 보석 3의 가격을 올렸다.
어차피 극소수의 VVIP들만 구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잔뜩 프리미엄을 붙였다.
본래 이런 상품은 많이 판매되지 않기 마련이다.
한데 판매 속도가 엄청났다.
사실 현성이 한 가지 착각한 게 있었다.
바로 현성이 판매한 현대 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엄청난 거부라는 점이었다.
거기다 현성은 게임에 엄청난 중독성을 가진 갸차 요소를 있는 힘껏 때려 박았다.
그걸 버티며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포인트에 여유가 없을 리가 없었다.
물론 전체적인 숫자는 적당한 수준에서 현질을 하며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훨씬 많다.
하지만 비율 자체가 일반적인 게임과는 달랐다.
적당한 수준에서 현질을 하는 99.99%의 일반 유저와 포인트는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현질을 하는 0.01% 게임광들이 공존하는 게 아니었다.
90% 일반 유저와 10%의 게임광들이 공존했다.
포인트에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현질을 하는 게임광들의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고가를 자랑하는 교류의 보석 3를 구매했다.
막대한 사용료 또한 큰 부담 없이 납부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지 포인트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또 교류의 보석 3를 구매해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에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부자가 많았나.’
현성은 허탈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계속해서 강해졌고 사냥과 장사를 통해 꾸준히 포인트를 모았다.
현성은 현재 초월 등급 스킬북과 아이템을 구매할 수 없다.
그렇기에 훗날을 위해 포인트를 꾸준히 세이브해 놓고 있었다.
현성이 가진 성장형 스킬들은 초월 등급이다.
신화 등급 스킬북을 잔뜩 구입해 먹이로 주어 봤자 별다른 효과도 없고 효율도 떨어졌다.
이에 현성을 훗날 기약했다.
제약이 풀리면 초월 등급 스킬북을 구매하기 위해 포인트를 꾸준히 모은 것이다.
현성에게 포인트는 아직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었다.
한데 그렇게 중요한 포인트를 취미 생활에 펑펑 써 버리는 부자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난 아직 멀었어.’
현성은 그렇게 자책했다.
하지만 그건 현성의 착각이었다.
사실 현성도 거부였다.
교류의 보석 3 구입 비용과 사용료 정도는 큰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거부 말이다.
또 현성이 장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포인트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 모든 걸 이룩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10년도 되지 않는다.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이 몇백 년에서 길게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룩한 것을 고작 1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룩한 것이다.
아마 이 사실을 알면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이 현성을 보고 경악할 것이다.
같은 1레벨 플레이어라고는 하지만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 속도를 보여 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뭐, 어쨌든 나쁠 게 없겠어. 슬슬 추가로 게임을 풀자.’
현성은 통신 속도 때문에 풀지 못했던…….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고사양 게임을 대거 풀기로 결정했다.
교류의 보석 3를 구입한 이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유저풀이 완성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파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교류의 보석 2.5를 꼭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교류의 보석 2.5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풀자.’
파이가 작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유저풀이 완성되었다.
그럼 새로운 게임을 푸는 게 맞았다.
현성이 지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휘하 신하들에게 지시를 내려 그동안 봉인해 왔던 고사양 게임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 * *
각투브크는 열심히 게임을 했다.
“어?”
그런 그의 눈에 새로운 게임이 업데이트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호기심에 다운 버튼을 눌렀다.
“역시 빨라.”
새로운 게임은 상당히 큰 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교류의 보석 2를 사용했을 때라면 설치 파일을 다운받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고작 몇 분이면 설치 파일 다운이 끝난다.
각투브크가 다운받은 설치 파일을 실행시켜 게임을 깔았다.
설치가 완료되자 각투브크가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앞에 투박한 2D가 아닌 화려한 영상미와 그래픽으로 무장한 3D의 세계가 펼쳐졌다.
“오! 마치 진짜 현실 같잖아?”
전에 했던 게임은 딱 봐도 게임 캐릭터라는 느낌이 났다.
그런데 지금 하는 게임은 얼핏 보면 진짜 사람과 몬스터가 모니터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방어구와 무기 역시 훨씬 더 화려하고 실감 나게 표현되었다.
각투브크는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 속 세계로 들어갔다.
“오! 오!”
각투브크의 입에서 절로 탄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화려한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에 빠져들었던 것도 잠시…….
“음.”
뭔가 리X지 특유의 맛이 없었다.
게임 시스템과 성장 방식도 리X지와는 달랐다.
각투브크의 머릿속에 투박한 2D 화면이 떠올랐다.
“나중에 해 보자.”
각투브크가 새롭게 설치한 3D 게임을 끄고 다시금 리X지를 눌렀다.
각투브크는 진성 리X지 유저였다.
게이머들 중 일부는 새로운 3D 게임보다 기존에 하던 2D 게임을 선택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 쩔어!”
신천검은 정교한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입체감이 있는 3D 게임에 푹 빠져들었다.
‘리X지랑은 차원이 다르구만.’
투박한 디자인의 캐릭터만 보다가 정교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캐릭터를 보자 느낌이 확 달랐다.
‘외모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
신천검은 무려 6시간을 외모 변형에 투자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게임 캐릭터는 신천검의 진짜 모습과 똑같았다.
얼굴, 헤어스타일, 키는 물론 팔과 다리의 길이까지 모든 게 동일했다.
“하하하! 이래야 현실감이 있지.”
신천검이 캐릭터 생성을 눌렀다.
신천검과 똑같은 외형의 캐릭터가 게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복장이 너무 초라했다.
셔츠에 반바지 그리고 초라한 목검.
그게 다였다.
어딜 봐도 무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다려라, 내 금방 너를 나처럼 최고로 만들어 주겠다.’
신천검은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마우스를 조작해 사냥터로 나갔다.
“응?”
사냥터로 나가던 신천검의 눈에 초보자 상점이 들어왔다.
상점 간판에는 초보자 아이템 판매 이벤트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신천검이 무엇에 홀린 듯 마우스를 조작해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상점 주인을 눌러 판매 목록을 보자 직업별 초보자 아이템 세트가 나왔다.
초보자 아이템이기에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달칵!
신천검은 망설이지 않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소량의 포인트가 빠져나가고 그 결과 신천검의 캐릭터는 초보자 아이템 세트를 손에 넣었다.
‘아까보다는 낫군.’
하지만 여전히 초라했다.
높게 봐줘야 무림 초출 정도의 차림새랄까?
‘레벨을 올려서 바꾸면 그만이야.’
초보자 아이템 세트 말고 더 화려한 아이템들은 많았다.
레벨 제한에 걸려 구매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사냥을 해 볼까.’
신천검이 신이 나서 사냥터로 향했다.
신천검의 캐릭터가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여우와 늑대를 손쉽게 때려잡았다.
초보자 아이템 세트의 힘이었다.
얼마나 사냥에 열중했을까?
아이템이 나왔다.
날카롭게 벼려진 롱 소드였다.
“좋아!”
신천검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초보자 세트 아이템보다 공격력도 높고 공격 속도도 더 빨랐다.
사실 초보자 세트 아이템은 필드에서 나오는 아이템보다 성능이 구렸다.
신천검은 무기를 바꿨다.
그 후 다시 사냥에 열중했다.
신천검은 사냥터를 옮겼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사냥 속도가 느려졌다.
‘이게 다 아이템이 구린 탓이야.’
신천검의 게임 캐릭터가 걸치고 있던 초보자 아이템 세트 중 상당수는 이미 파쇄해 버렸다.
필드에서 나온 더 좋은 아이템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냥터를 바꾸자 더 좋은 아이템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레벨이 올라 경험치가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런데 아이템의 성능이 달려 사냥 속도가 느려졌다.
신천검이 캐릭터창을 열었다.
‘떨어졌잖아?’
서버 랭킹이 떨어졌다.
‘귀환하자.’
신천검은 상점으로 갔다.
그리고 레벨 제한이 풀린 상위 등급의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장신구를 구입했다.
어차피 이것도 오래 못 쓸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푼 하지도 않는 포인트를 아끼는 것보다는 더 빨리 몬스터를 사냥해 레벨을 올리는 게 중요했다.
현재 신천검의 캐릭터는 서버 랭킹 5위였다.
‘무조건 1위를 찍어야지.’
신천검이 다시금 사냥터로 향했다.
가말로우는 새로운 FPS 게임에 푹 빠졌다.
원래부터 가말로우는 총과 수류탄이라는 난생처음 보는 무기를 사용해 다른 유저들과 편을 갈라 승패를 가리는 FPS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이거 진짜 재미있네.’
배X 그XX드.
수송선을 타고 이동하다 낙하산을 가지고 지상으로 뛰어내린다.
그 후부터 철저한 배틀 로얄이 시작된다.
광활한 전장에서 수없이 많은 유저들과 생존을 위해 싸운다.
버그도 없고 렉도 없었다.
가장 재미있는 건 다른 FPS게임처럼 단순히 총과 수류탄만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차도 있고 장갑차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고 보트도 있고…….’
다양한 종류의 무기와 방어구를 획득하는 등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았다.
가말로우는 무서운 속도로 배X 그XX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장편영화야.”
공진호는 게임 속에서 펼쳐진 장엄한 스토리에 할 말을 잃었다.
공진호는 원래 스X 크XX트을 즐겼다.
아니, 솔직히 말해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미쳐 있었다.
공진호는 제1회와 스X 크XX트 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꾸준히 스X 크XX트 대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제2회 스X 크XX트 대회에서도 준우승에 그쳤고, 그다음 제3회 스X 크XX트 대회와 제4회 스X 크XX트 대회에서는 4강에서 떨어졌다.
그저 두 번의 준우승과 두 번의 4강 진출.
공진호는 다음에 열리는 제5회 스X 크XX트 대회의 우승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했다.
하지만 새롭게 출시된 스X 크XX트 2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얼마나 바뀐 게 있나 하는 마음에 스X 크XX트 2를 구매해 플레이해 봤다.
한데 게임을 진행하는 순간, 게임의 스토리와 퀄리티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나오는 시네마틱은 영화나 나름이 없었다.
공진호는 스X 크XX트 2에 열중했다.
그리고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
“다음 확장팩은 언제 나오는 거야?”
공진호가 눈을 번뜩이며 다음에 등장할 스X 크XX트 2의 두 번째 시리즈인 군X의 심X를 기다렸다.
게임의 재미는 스X 크XX트 2보다 스X 크XX트 1의 두 번째 확장팩인 브XX워가 좋았다.
하지만 스X 크XX트 1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스X 크XX트 2의 두 번째 시리즈인 군X의 심X 스토리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프레우엘은 워X래X트 3를 즐기던 유저였다.
하지만 본게임보다는 유즈맵에 더 열중해서 플레이를 했다.
프레우엘에게 있어 유즈맵은 사랑이었다.
스X 크XX트를 할 때도 본게임보다는 유즈맵에 더 빠져 살았다.
한데 놀랍게도!
“워X래X트 3 유즈맵이 게임이 됐잖아?”
스X 크XX트에서 유즈맵이 시작되고, 워X래X트 3의 유즈맵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예 유즈맵이 독립적인 게임이 되어 등장했다.
종류도 많았다.
X타, 카X스, 리X 오X 레X드, 히X로X 오X 더 스X 등등.
프레우엘의 안면 가득 환한 미소가 번졌다.
유즈맵광이던 그에게 유즈맵을 바탕으로 새롭게 탄생한 AOS 계열 게임들은 신(?)의 축복이나 다름이 없었다.
* * *
‘대박이네.’
포인트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현성은 게임을 판매할 때 지구와 전혀 다른 포지션을 취했다.
월 정액제를 도입한 것이다.
지구에서는 스X 크XX트 2 같은 게임은 패지지로, X타, 리X 오X 레X드 같은 게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반면 현성은 그냥 모든 게임을 월 정액제로 통일했다.
물론 부분 유료화로 아이템을 팔아먹는 것도 그대로 유지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이중으로 포인트를 벌어들이는 폭리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폭리를 취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실로 엄청난 포인트가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현성은 한 달 결제가 아니라 석 달이나 반년 또는 1년 단위의 정액제 요금을 만들었다.
거부들은 자신의 마음에 든 게임을 한 달 단위로 결제하지 않았다.
보통 반년에서 1년으로 결제했다.
수백, 수천 년을 살아가는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반년이나 1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거기다 장기 결제를 하면 아주 약간이지만 요금을 깎아 준다.
요금 할인은 거부들의 마음을 장기 결제로 이끌었다.
취미 생활을 위해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
하지만 한 달이나 석 달 단위로 결제를 하면 뭔가 포인트를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투자는 투자고 손해는 손해다.
1백억대 자산가라고 해도 요X레 뚜껑을 핥아먹지 않고 버리거나 쭈쭈바 꽁다리를 먹지 않고 버리지는 않는다.
‘이제 당분간은 수익이 없겠네.’
대부분의 고객들이 장기 결제를 하고 있다.
그 말은 반년이나 1년 동안은 새로운 게임으로 인한 수입을 늘릴 수 없다는 뜻과 동일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저풀을 늘려야 해.’
교류의 보석 3가 엄청나게 팔려 나간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교류의 보석 3를 구매해 사용료를 지불할 여력이 없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
‘어서 빨리 교류의 보석 2.5가 개발되어야 할 텐데.’
그래야 새로운 게임에 더 많은 유저가 유입되고, 더 많은 포인트를 긁어모을 수 있다.
현성의 머릿속은 온통 포인트 욕심뿐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등급은 언제 상승하는 거야?’
전설 등급이 된 이후 엄청난 포인트를 모았다.
그런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전처럼 다음 등급으로 오르기 위해서 포인트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설명도 없었다.
‘뭐, 언젠가는 오르겠지.’
현성은 속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였다.
-등급이 상승합니다.
-신화 등급이 되셨습니다.
-초월 등급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구매할 수 있는 목록이 늘어납니다.
-판매창이 1,000,000개 증가합니다.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등급이 갑자기 올랐다.
그것도 전설 등급에서 바로 신화 등급으로 말이다.
‘구매 등급에는 준신화 등급이 없는 건가?’
의문이 치솟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분명히 구매할 수 있는 목록이 늘어났다고 했지?’
현성이 시스템 상점을 열었다.
“하하하하!”
현성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스템 상점에는 구매 제한이 풀린 초월 등급 아이템이 밝은 빛을 발하며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구입이 가능해.’
인고의 세월이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구매 등급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이 현성의 말을 들었다면 황당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창세 이래로 현성만큼 빠르게 신화 등급에 오른 1레벨 플레이어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스킬북을 살펴봤다.
초월 등급 아이템 중 가장 먼저 구매해야 할 것이 바로 스킬북이었다.
“어?”
그런데 스킬북의 가격을 목격한 현성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미친.”
스킬북의 가격 단위가 조와 경을 넘어 해를 가리키고 있었다.
설마 초월 등급 스킬북의 가격이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불현듯 현성의 머릿속에 제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현성이 현재 잘 써먹고 있는 초월 등급 스킬 차원의 이면은 제나와의 거래로 얻은 것이었다.
‘이렇게 비싼 걸 단지 현대의 돈과 바꿨단 말이야?’
현성은 제나에게 엄청나게 막대한 자산을 넘겼다.
물론 초월 등급 스킬북의 가치에 비하면 아무리 막대한 자산도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초월 등급 스킬북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기를 잘했네.’
현재의 현성에게 돈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성은 지구라는 차원의 지배자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협약은 왜 그대로 유지된 거지?’
현성이 생각할 때 초월 등급 스킬북의 가치는 물질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가 없었다.
현성이 어마어마한 자산을 넘겼다고 해도 조와 경을 넘어 해를 가리키고 있는 초월 등급 스킬북의 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데 협약은 깨지지 않았다.
현성과 제나의 거래를 정상적인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뭐,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그때 협약이 깨지지 않았으니 이제 와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런데 왜 정당한 거래로 인정한 건지 궁금하기는 하네.’
의문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사실 현성과 제나의 거래로 인해 협약이 깨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협약을 관장하는 것이 시스템이었고, 시스템이 지구에 있는 자본의 가치를 엄청나게 부풀려서 측정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시스템 상점에 판매되는 아이템들의 시세였다.
지구에서 생산된 전자 제품을 비롯한 게임, 영화, 웹 소설 같은 문화 상품 콘텐츠는 모두 엄청난 고가에 팔려 나간다.
당연히 시스템은 그걸 바탕으로 지구의 자본을 엄청나게 높게 측정했다.
만약 현성이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마석과 아이템을 주력으로 판매해 시스템 상점에서 포인트를 벌어들였다면 절대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시스템 상점에 마석과 아이템을 팔기는커녕 사들였다.
그 결과 시스템이 커다란 오판을 하고 말았고 협약도 깨지지 않았다.
물론 오판할 만한 상황이기는 했다.
시스템이 판단할 수 있는 가치가 비틀어진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시스템 상점에 판매한 지구의 물품들은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거나 높은 등급을 가지고 있기에 고가에 거래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지구에서 생산되는 전자 제품과 문화 상품의 특별함 그리고 독점의 힘이 빛을 발한 것뿐이었다.
다른 차원에서 지구와 비슷한 과학 문명을 발전시켰다면?
그래서 지구에서 생산되는 전자 제품과 문화 상품의 가격이 폭락했다면?
아마 제나와의 거래는 협약을 깬 것으로 인정되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현성의 급격한 성장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고 말이다.
‘당장 구입할 수 있는 수량이 얼마나 되려나?’
현성이 열심히 시스템 상점을 살폈다.
‘많지 않네.’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포인트를 세이브해 놓았다.
또 교류의 보석 3와 고사양 게임 판매로 인해 대량의 포인트가 한 번에 들어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겨우 아홉 개가 한계인 건가?’
그것도 최대한 포인트를 맞춰 쥐어짠 결과였다.
‘뭘 업그레이드시켜야 할까?’
흑뢰신의 숨결? 화염의 서? 불사의 서? 천뢰신의 갑옷?
현성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성장형 유일 초월 등급 스킬들을 떠올렸다.
신화 등급에 머물고 있는 마신의 갑주 세트나 혈신의 액세서리 세트 같은 방어구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일단 방어구는 뒤로 미루자.’
현성은 창조 등급 스킬인 자력 결계의 위력을 똑똑히 목격했다.
‘내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창조 등급 스킬이 필요해.’
현성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 스킬은 흑뢰신의 숨결이다.
마음 같아서는 뇌전 계열 초월 등급 스킬 아홉 개를 구입해 흑뢰신의 숨결에 투자하고 싶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고작 아홉 개로 성장할 수 있을까?’
현성은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렀고 수많은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 결과 그에 대한 전리품으로 엄청난 양의 스킬북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현성은 그 스킬북들을 수하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남은 수량은 아공간에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뇌전 계열, 화염 계열, 회복 계열, 방어 계열 스킬북은 단 하나도 모아 놓지 않았다.
등급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모두 보유하고 있는 성장형 유일 초월 등급 스킬들의 먹이로 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먹이로 줬던 스킬들이 도움이 될까?’
신화 등급 스킬북 수십 개를 먹이로 줬다.
준신화 등급 스킬북은 수백 개, 전설 등급이나 영웅 등급 같은 경우는 그 수량을 일일이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을 먹였다.
하지만 초월 등급 스킬 중에서 독보적인 위력을 지니게 되었을 뿐 창조 등급으로 승급하지는 못했다.
‘으흠.’
현성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해 보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현성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성장형 유일 초월 등급 스킬들을 모두 창조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생각이었다.
초월 등급 스킬북 아홉 개를 먹어 치우고도 창조 등급 스킬이 되지 못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저 창조 등급 스킬을 얻기 위한 투자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넘겨야 한다.
‘설사 창조 등급 스킬로 성장하지 못해도 스킬의 위력이 엄청나게 강해질 거야.’
아홉 개나 되는 초월 등급 스킬을 흡수했으니, 일반적인 초월 등급 스킬의 위력을 월등히 뛰어넘을 게 뻔했다.
결정을 내린 현성이 시스템 상점에서 뇌전 계열 초월 등급 스킬북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액티브 스킬북 뇌마정 - 초월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액티브 스킬북 흑뢰공 - 초월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성이 계속해서 예를 선택했다.
잠시 후.
현성의 손에 아홉 개의 초월 등급 스킬북이 들어왔다.
-액티브 스킬북 뇌마정 - 초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액티브 스킬북 뇌마정 - 초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초월 등급이 액티브 스킬북 뇌마정 - 초월 등급 액티브 스킬과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초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현성이 두 번째 초월 등급 스킬북을 꺼내 들자 다시금 선택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성은 계속해서 예를 선택했다.
융합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흑뢰신의 숨결이 성장했다는 메시지만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게 마지막인데.’
현성이 긴장한 눈빛으로 마지막 남은 뇌전 계열 초월 등급 스킬북 뇌신체를 들어 올렸다.
-액티브 스킬북 뇌신체 - 초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제발.’
현성이 긴장한 표정으로 예를 선택했다.
창조 등급 스킬북 습득에 실패해도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기왕이면 초월 등급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창조 등급으로 성장하는 게 좋았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액티브 스킬 뇌신체 – 초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초월 등급이 액티브 스킬 뇌신체 – 초월 등급과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마공 – 유일 창조 등급이 생성되었습니다.
“와아아아!”
현성의 입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창조 등급 스킬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