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권. 교류의 보석 3 (163/225)
  • ┃교류의 보석 3

    아크사 대영주의 직영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었다.

    하지만 직영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된 만큼 당연히 본대의 전력이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코디기 대영주가 느끼는 압박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은 해볼 만해.’

    현성이 차가운 눈빛으로 아크사 대영주의 직영지를 바라보았다.

    단 한 번의 습격으로 현성은 엄청나게 많은 이득을 얻었다.

    마석, 스킬북을 비롯한 아이템, 식량 등등.

    하나 이것은 아크사 대영주의 직영지에 있는 재물의 일부를 턴 것에 불과했다.

    거기다 높은 등급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희귀 등급이나 영웅 등급에 불과했다.

    ‘아마 진짜 보물은 내성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겠지.’

    하지만 내성을 공격하는 건 너무 위험했다.

    적진의 심장부인 만큼 빠져나가기 쉽지 않았다.

    ‘일단 기다려 보자.’

    현성은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

    ‘인내심이 그렇게 깊지는 않군.’

    보름.

    지난 보름간 아크사 대영주는 대대적인 공격 대신 소소한 국지전을 펼치며 소모전만 벌였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자 아크사 대영주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아크사 대영주가 전 병력을 이끌고 코디기 대영주의 병력을 급습했습니다.

    현성이 방금 전 입수한 정보를 다시금 확인했다.

    ‘기다리자.’

    마음 같아서는 바로 공격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무려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한 달 동안 아크사 대영주와 코디기 대영주는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아크사 대영주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축복을 내린 신하를 전장에 내보내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코디기 대영주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니, 한숨을 돌리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코디기 대영주가 먼저 영역 선포나 대군주의 축복 같은 직업 전용 스킬을 사용하며 강하게 반격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크사 대영주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아크사 대영주가 대군주의 축복을 사용했습니다. 양군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휘하 신하의 보고를 확인한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현성이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해 적진 깊숙이 이동했다.

    -공격하라.

    그 후 현성이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신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현성은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한 상태로 조용히 전황을 지켜보았다.

    얼마 가지 않아 큰 소란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직영지에 있던 병력이 일제히 소란이 일어난 곳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쉽지는 않을 거다.’

    현성은 이번 작전에서 빠졌다.

    대신 다른 한 명을 투입했다.

    사몬.

    그는 루시아나 타무그와 같은 강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순간 그렇게 변할 수는 있었다.

    현성이 승전 대군주의 축복을 내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현성의 축복을 받은 사몬을 비롯해 루시아, 파르티샤, 타무그가 날뛰고 있다.

    당연히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빼기도 쉽지 않을 거다.’

    아크사 대영주에게도 분명 습격 소식이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대군주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신하는 한 명에 불과하다.

    그건 대영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 두 명에게 가능했다면 전쟁의 승패는 벌써 결정이 났겠지.’

    대군주의 축복을 받은 신하들끼리 치고받고 있는 상태.

    지금 이미 건 축복을 회수하고 직영지에 있는 신하에게 축복을 건다면 직영지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디기 대영주와 싸우고 있는 본대가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코디기 대영주에게만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번 습격은 현성에게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적습이다!”

    “적들을 막아라!”

    소란이 진압되지 않자 결국 내성을 지키던 병력까지 움직였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성의 병력이 움직였다. 철수하도록.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지시를 내린 현성이 신혈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는 아크사 대영주의 보물 창고를 털 차례였다.

    ‘아무리 꽁꽁 숨겨도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이지.’

    지난 한 달 반 동안 현성은 사냥을 통해 스텟을 늘렸다.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아크사 대영주의 내성을 정탐했다.

    차원의 이면 스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아크사 대영주가 내성에 있었다면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했더라도 걸렸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아크사 대영주는 전장에 나가 있었다.

    ‘다른 곳의 병력은 다 빠져도 이곳의 병력까지 빠지지는 않았네.’

    보물 창고를 지키는 병력은 외부의 소란과 무관하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아.’

    수하들에게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아마 내성을 지키던 병력이 금방 복귀할 것이다.

    서걱!

    모습을 드러낸 현성이 적장의 목을 날려 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계를 서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마력을 끌어 올리며 전투를 준비했다.

    쩌저저저적!

    차가운 냉기가 그들의 몸을 덮쳤다.

    스킬을 써 방어하려 했지만…….

    ‘마력 필드.’

    현성이 마력 필드를 펼치자 스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열심히 사냥한 보람이 있네.’

    현성의 스텟은 그간 꾸준히 상승했다.

    거기다 세키라 대영주의 병력 1만을 상대했을 때와 아크사 대영주의 영지를 기습했을 때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을 베었다.

    그 결과 현성은 적 플레이어 포식자 업적과 적 플레이어 살해자 업적을 얻을 수 있었다.

    사냥과 업적 획득을 통해 늘어난 마력이 마력 필드의 기반이 되어 아크사 대영주의 보물 창고를 지키는 플레이어들의 몸을 짓눌렀다.

    쩌저저적!

    보물 창고를 지키던 플레이어들의 몸이 얼음 조각으로 변했다.

    휘익! 꽈아아아앙!

    보물 창고를 지키고 있던 방어 아이템들이 산산조각 났다.

    저벅저벅.

    현성은 아크사 대영주의 보물 창고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석과 아이템 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외성에 있는 창고를 털었을 때처럼 실속이 없지도 않았다.

    ‘죄다 전설 아니면 준신화 등급이네.’

    이렇게 높은 등급의 마석과 아이템이 널려 있다는 게 놀라웠다.

    현성이 아공간을 열어 마석과 아이템 들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화 등급이나 초월 등급 마석이나 아이템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보물은 대영주가 직접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는 건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았다.

    현성이라도 그랬을 테니까 말이다.

    ‘아공간에 보관해 놓지 않고 따로 모아 놓은 보물이 이 정도라니.’

    침략자들의 차원에 금과 은 또는 보석과 같은 것들은 그리 큰 보물이 아니다.

    화폐로서의 가치를 하기는 하지만 하급 영주만 되어도 금과 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영주들에게 진짜 화폐의 가치를 하는 건 바로 마석과 아이템이었다.

    그렇기에 하급 영지의 영주들의 경우도 마석과 아이템을 잔뜩 비축해 놓았다.

    물론 대부분이 희귀나 영웅 등급이었다.

    하급 영주들의 경우는 전설 등급부터는 직접 익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아공간이 보관했다.

    하지만 확실히 대영주는 격이 달랐다.

    ‘영지 운영을 위해 비축해 놓은 게 이 정도라니.’

    대영주의 아공간 속에 얼마나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사아아악!

    현성의 아공간이 보물 창고에 있던 마석과 아이템 들을 모두 쓸어 담았다.

    신안 스킬에 멀리서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이제 가야지.’

    현성은 차원의 이면 스킬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감춘 뒤 재빨리 내성을 벗어났다.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한 현성과 황급히 달려오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교차해서 지나갔다.

    ‘고맙다.’

    보물을 얻은 현성이 감사의 인사를 하며 아크사 대영주의 직영지를 빠져나갔다.

    * * *

    아크사 대영주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휘하 신하들은 그런 아크사 대영주의 눈치를 살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아크사 대영주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직영지가 공격당했다.

    보물 창고가 털렸다.

    손상된 직영지는 보수하면 그만이다.

    텅 빈 보물 창고는 다시 채우면 그만이다.

    어차피 진짜 보물은 아크사 대영주의 아공간 안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손상된 체면은 그 무엇으로도 복구할 수 없었다.

    단순히 외성이 공격당한 게 아니었다.

    내성이 뚫렸다.

    으드득!

    아크사 대영주가 이를 악물었다.

    “내 반드시 오늘의 수모를 갚아 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코디기 대영주의 세력부터 끝장을 내야 했다.

    그것도 직영지를 지키면서 말이다.

    “추가로 병력을 보내 직영지를 철저하게 방비하라.”

    대다수의 하급 영지를 잃은 상황이다.

    직영지까지 잃으면 군량과 전투 물자 보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은 네놈들의 장단에 어울려 주마.’

    본대에서 병력이 빠지면 코디기 대영주와의 전쟁이 조금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런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결국 코디기 대영주는 자신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

    현성은 다시금 사냥에 열중하며 침략자 차원의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았다.

    그러던 와중에 전혀 기대하지 않던 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교류의 보석 3를 완성했다.

    짧은 문자와 함께…….

    -고용주 게스피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오랜만에 보는 용병 고용 메시지가 현성의 눈앞에 떠올랐다.

    현성은 망설이지 않고 예를 선택했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의 모습이 침략자 차원에서 사라졌다.

    눈을 뜨자 익숙한 외형의 공방이 눈에 들어왔다.

    게스피트가 피로한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보다가 눈을 번뜩였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게스피트가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현성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구나.’

    현성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게스피트의 눈에는 자신의 성장이 훤히 보이는 모양이었다.

    한데 현성은 게스피트가 가진 힘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이는 게스피트와 현성 사이에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대영주들도 게스피트 님 앞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하겠지.’

    게스피트가 강림하는 순간 침략자들의 차원은 그대로 멸망해 버릴 것이 확실했다.

    게스피트는 굴레를 벗어난 절대자였으니까 말이다.

    “침략자들의 차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제법이구나.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너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한데 교류의 보석 3를 완성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양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만들기는 했다. 성능을 확인해 보겠느냐?”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스피트가 현성에게 두 개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현성이 두 개의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여기 교류의 보석 3가 사용되었단 말이지?’

    현성이 두 개의 스마트폰을 통해 속도를 테스트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엄청나게 빨랐다.

    2기가에 달하는 용량을 옮기는 데 드는 시간이 채 10초를 넘지 않았다.

    “엄청나군요.”

    지구의 통신 속도보다는 느리다.

    계속해서 발전한 지구의 통신 속도라면 1초면 족했다.

    하지만 교류의 보석이 차원과 차원을 넘나들며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엄청난 속도였다.

    거기다 1분과 10분도 아니고 1초와 10초 차이다.

    1분과 10분은 체감이 크지만, 1초와 10초는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게스피트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표정이 피어올랐다.

    “생산 단가와 사용료는 어떻게 됩니까?”

    현성이 납품받은 물건의 상품성을 기대하는 상인의 심정으로 게스피트에게 물었다.

    하지만 답을 듣지 않아도 정답을 알 것 같았다.

    자신만만하던 게스피트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엄청나네요.”

    현성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생산 단가가 교류의 보석 2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올랐다.

    꽤 비싸기는 했지만 교류의 보석 2와 교류의 보석 3의 성능 차이를 감안했을 때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었다.

    아니, 사실상 헐값이었다.

    문제는 교류의 보석 3의 사용료였다.

    무려 교류의 보석 2에 비해 30배나 많은 사용료가 나왔다.

    “생산 단가는 그렇다고 쳐도 사용료가 문제네요. 이걸 상용화할 수 있을까요?”

    현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게스피트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용료를 낮추는 건 무리다.”

    “음…….”

    현성이 잠시 고민했다.

    현성은 교류의 보석을 판매할 때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에 처음 출시한 교류의 보석 1의 경우 판매를 하면 할수록 이득이 아니라 적자를 보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성은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교류의 보석 1을 판매해 포인트를 벌어들이기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많은 유저풀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성의 과감성은 제대로 빛을 발했다.

    게임을 비롯한 문화 상품 판매가 교류의 보석 1을 판매하며 생긴 적자를 메우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적자를 보며 팔 생각이냐?”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아닙니다. 이건 싸게 팔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하면?”

    “최대한 프리미엄을 붙이죠. 가격은 3백조 포인트 어떻습니까?”

    “뭐라고?”

    게스피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교류의 보석 3는 교류의 보석 2의 개량품이다.

    교류의 보석 2는 교류의 보석 1의 개량품이었다.

    그렇다 보니 교류의 보석 3의 경우도 생산 원가가 고작 10조 포인트 남짓이었다.

    “30배의 이문을 붙여서 30배의 포인트를 소모하는 물건을 팔겠다는 말이냐?”

    게스피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스피트는 현성이 교류의 보석 3를 판매할 때 교류의 보석 1를 판매했을 때처럼 저가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30배의 포인트를 소모하더라도 빠른 속도를 경험하면 사용자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네.”

    “어째서? 교류의 보석 1의 경우는 적자를 보더라도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느냐?”

    게스피트의 물음에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교류의 보석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을 뿐입니다. 이미 교류의 보석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정 경지 이상 올라선 1레벨 플레이어 중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없는 이는 없을 겁니다.”

    그건 당연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말 그대로 대혁명이었으니까 말이다.

    “포인트에 여유가 없는 1레벨 플레이어들은 어차피 교류의 보석 3를 구매해 봐야 사용료가 부담스러워서 사용하지도 못할 겁니다. 오히려 컴플레인만 잔뜩 걸겠죠.”

    쉽게 말해 저가로 최대한 많이 판매해 봐야 득을 볼 게 없었다.

    교류의 보석 3의 사용료는 취미 생활로 지출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월 1백만 원을 버는 이가 1백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건 가능하다.

    월 10만 원짜리 요금제를 쓰는 것도 무리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수천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구매하거나 월 1백만 원에 가까운 요금제를 쓰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리 편리함으로 어필해도 자기 생명 같은 포인트를 소모해 가면서 취미 생활에 몰두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하면 어쩌자는 말이냐?”

    “어차피 교류의 보석 3를 사용할 만한 계층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3백조 포인트짜리 교류의 보석 3를 대수롭지 않게 구매하고 월 사용료로 1조가 나오든 10조가 나오든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부.

    그런 거부들이 현성의 타깃이었다.

    타깃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면…….

    프리미엄을 붙여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뜯어내는 게 이득이었다.

    “그보다 게스피트 님, 혹시 교류의 보석 4를 만드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뭐?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가진 걸 만들라고?”

    게스피트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교류의 보석 3를 완성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교류의 보석 4를 원한다는 말인가?

    설사 오랜 노력 끝에 교류의 보석 4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사용료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아, 그건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교류의 보석 4가 아니라 교류의 보석 2.5라고 해야겠군요.”

    “교류의 보석 2.5?”

    게스피트가 그게 도대체 뭐냐는 표정으로 현성에게 물었다.

    “속도를 희생하더라도 사용료를 최대한 낮춘 절충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교류의 보석 2보다는 빠르지만 교류의 보석 3보다는 느리고, 교류의 보석 2보다 사용료가 많이 나가지만 교류의 보석 3보다는 적게 나가는 물건 말입니다.”

    “그게 교류의 보석 2.5라는 말이냐?”

    “예.”

    교류의 보석 3는 속도에만 초점을 맞춘 물건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 단가와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쌌다.

    하지만 그런 만큼 속도는 발군이었다.

    ‘꼭 최고 속도를 지향할 필요는 없지.’

    기가 인터넷 상품이 나왔다고 해서 광랜 인터넷 상품이 상품성을 잃는 건 아니다.

    느린 속도는 낮은 사용료로 메우면 그만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최단기간에 다운받을 목적이 아니라면 게임을 즐길 용도라면?

    기가 인터넷이 아닌 광랜 인터넷으로도 충분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충분한 수준을 넘어서 남아돌았다.

    업다운 속도에서는 차이가 날지언정 게임을 할 때는 기가 인터넷이나 광랜 인터넷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게임을 할 때 중요한 건 업다운 속도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게스피트 님이 너무 앞서 나갔어.’

    전화선을 이용하는 ADSL이나 VDSL 다음에는 광랜 인터넷이 나와야 한다.

    한데 갑자기 광랜 인터넷을 뛰어넘어 기가 인터넷이 등장한 꼴이었다.

    절충점을 찾아야 했다.

    적당히 속도와 적당한 사용료를 가진…….

    “더 이상 속도에 집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속도를 희생하더라도 사용료를 낮추는 게 중요합니다.”

    “으흠…….”

    게스피트는 현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구나.”

    게스피트는 그동안 속도에 모든 초점을 맞춰서 개발을 진행했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는 대신 경제성을 잃었다.

    이제는 절충점을 찾아야 할 때였다.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노력해 보마.”

    교류의 보석 개발은 현성에게도 게스피트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다.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 * *

    현성이 게스피트의 차원을 떠나 다시금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팔릴지 모르겠네.’

    현성과 게스피트는 일단 생산된 교류의 보석 3의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3백조 포인트.

    취미 생활에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거기다 교류의 보석 3는 일회용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노트북, TV 등등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러 개의 교류의 보석 3가 필요했다.

    ‘일단 사냥에나 열중하자.’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상품인 만큼 구매자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

    현성이 사냥터로 이동한 후 광역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크아아아앙!

    도발 스킬에 걸려든 몬스터들이 성난 포효 소리와 함께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등급이 낮은 몬스터들은 바다의 제왕 스킬의 영향을 받아 겁을 집어먹었다.

    하지만 바다의 제왕 스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몬스터들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현성을 공격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사용해 몬스터와의 접전을 이어 나갔다.

    그때였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후략……

    연속적으로 물품 판매 메시지가 떠올랐다.

    ‘누가 대량 구매를 하나?’

    현성은 느긋하게 몬스터 사냥을 계속했다.

    대량 구매는 종종 있는 일이니만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어?’

    한데 대량 구매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뭐지?’

    보통 이런 대량 구매는 신상품을 출시했을 때 흔히 일어난다.

    하지만 최근 출시한 신상품은 교류의 보석 3뿐이었다.

    ‘이게 그렇게 많이 팔릴 물건은 아닌데?’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상태창을 열고 시스템 상점에 접속해 판매된 물품들을 확인했다.

    “하하하!”

    현성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소량으로 판매될 것이라는 현성의 예상이 뒤집혔다.

    교류의 보석 3가 미친 듯이 판매되고 있었다.

    * * *

    각투브크는 게임광이었다.

    게임 속에 있는 가챠 시스템에 엄청난 포인트를 헌납했지만 게임에 대한 그의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아악! 이놈의 렉!”

    각투브크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항상 렉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 발생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가끔이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는 점이다.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고 있는 와중이라거나 상대편 길드와 전쟁을 벌이는 때 같은 중요한 순간에 렉이 발생했다.

    렉 때문에 캐릭터가 누워 버리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건 각투브크의 기분 탓이었다.

    렉은 중간중간 발생했다.

    다만 평소에 발생하는 렉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걸리는 렉은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투브크는 중요한 순간에만 렉이 걸린다고 생각했다.

    렉을 제거하기 위해 온갖 사양을 다 때려 부은 최고가의 컴퓨터는 나오는 대로 질렀다.

    한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각투브크는 왜 렉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문제의 원인은 단 하나였다.

    느린 통신 속도와 가끔씩 끊기는 연결이었다.

    이건 교류의 보석 2가 제공할 수 있는 속도 자체가 느리고 전달해야 할 게임 정보가 늘어나면서 생겨난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통신 속도를 올리는 것뿐이었다.

    “망할.”

    각투브크가 게임을 종료했다.

    게임이 꺼지며 신상품 광고가 등장했다.

    익숙한 장면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

    각투브크가 눈을 부릅떴다.

    “교류의 보석 3?”

    첫 번째 광고 문구는 2기가 파일을 10초 안에 다운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별로 관심이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 문구였다.

    렉 없는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각투브크가 눈을 번쩍였다.

    그리고 바로 시스템 상점을 열어 교류의 보석 3를 검색했다.

    후기 글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이거 정말 좋음! 게임 설치도 금방 끝나고 렉도 없음.

    -렉만 없는 게 아니라 캐릭터 움직임도 엄청 자연스러움.

    -이제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를 다운받을 때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됨.

    호평 일색이었다.

    아, 물론 그 밑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둥, 사용료가 너무 올랐다는 둥 하는 불만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각투브크의 눈에 그런 불만 어린 글들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직 렉 없는 게임이라는 말만 들어왔다.

    각투브크는 바로 교류의 보석 3를 구매했다.

    가격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교류의 보석 3를 사용하고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우와!”

    각투브크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각투브크가 다시금 게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꽤 큰 포인트가 지속적으로 지출되었지만, 각투브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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