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권. 최초의 침략자 2 (152/225)
  • ┃최초의 침략자 2

    가끔 군주의 휘하에 들지 않은 일반인이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경우가 있다.

    ‘잔인하네.’

    이 영지의 군주만 그런 건지 이 차원의 군주 모두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경우는 상당히 냉혹한 선택을 했다.

    일반인이 플레이어로 각성하면?

    바로 끌고 와서 자신의 휘하에 넣어 버린다.

    휘하에 들어가는 걸 거절한다면?

    그대로 죽여 버린다.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고레벨 플레이어 입장에서 갓 각성한 저레벨 플레이어를 죽이는 건 성인이 어린아이 손목을 꺾는 것보다 손쉬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갓 각성한 플레이어는 스텟이 상당히 낮아. 그러니까 당연히 군주의 말에 심령을 지배당할 수밖에 없어.’

    왜 반란이 일어날 수 없는지 확실하게 이해했다.

    ‘곧바로 조사단이 올 거야.’

    휘하 플레이어가 죽었으니 군주가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문제는 휘하 플레이어들이 몬스터에게 죽었는지 다른 플레이어에게 죽었는지 군주가 알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의문을 해결하려면 조사단을 파견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올까?’

    일반적으로 조사단의 구성은 군주가 결정한다.

    또 드물지만 군주가 직접 조사를 나오는 경우도 있다.

    ‘군주가 직접 나오면 조사단과 함께 제거한다.’

    만약 군주가 조사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성으로 잠입해 군주를 제거해 버리면 된다.

    현성은 군주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군주와 군주가 전투를 벌이면 군주전이 시작된다.

    군주전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갖고 패자가 모든 것을 잃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게임이다.

    ‘아까는 군주가 누군지 몰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

    일반인들은 군주의 얼굴을 제대로 올려다볼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군주를 자주 접하기에 얼굴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군주를 제거하기만 하면?

    현성은 상당히 손쉽게 이 성을 통째로 점령할 수 있다.

    현성이 빠른 속도로 성문 근처로 이동했다.

    그 후 현성은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숨겼다.

    ‘기다리자.’

    현성은 차분한 마음으로 조사단을 기다렸다.

    * * *

    “크아아아앙!”

    검붉은 빛의 갈기를 가지고 있는 사자 인간이 거친 포효를 터트렸다.

    사냥을 나갔던 휘하 신하들이 갑자기 몰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도대체 어떤 놈들이!”

    사자 인간이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몬스터에게 당했을 확률은 상당히 낮았다.

    이 근방에 자신의 신하들을 한 번에 쓸어버릴 정도의 무력을 가진 몬스터는 없었다.

    “프로드 왕국 놈들인가?”

    가장 먼저 생각난 적은 사자 인간이 속해 있는 왕국과 적대 관계인 프로드 왕국이었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같은 왕국 소속의 군주가 자신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도마뱀 자식들일 수도 있고, 개 자식들일 수도 있어.’

    적이 너무 많아서 누가 자신의 휘하 신하들을 공격했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선공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는다?

    그건 스스로의 약함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친위대를 준비시켜라! 내가 직접 가겠다!”

    사자 인간의 외침에 플레이어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위대는 영지 내에 존재하는 최고 레벨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크르르릉! 모조리 씹어 먹어 주마!”

    사자 인간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친위대와 함께 성 밖으로 나갔다.

    * * *

    ‘군주가 나왔어.’

    현성이 검붉은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인간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전체적으로 레벨이 높다.’

    검붉은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인간은 거의 카렌급의 강자였다.

    함께 나온 40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은 1000레벨에 근접했거나 넘어선 강자들이었다.

    아무리 현성이라고 해도 정면 대결로 저들을 모두 쓸어버릴 수는 없었다.

    ‘차원의 이면 스킬을 감지하지 못하는 건 확실한데.’

    제대로 된 기습 한 방으로 군주를 제거하면?

    군주의 휘하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현성에게 편입된다.

    하지만 그들이 현성에게 그대로 충성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였다.

    카렌 휘하의 플레이어들 역시 현성의 호출을 거부하지 않았는가?

    침략자 차원으로 넘어와서 곧바로 휘하 신하들을 찾아가지 않은 것 역시 그들이 현성을 배신할 가능성이 있어서였다.

    ‘카렌 휘하의 신하들처럼 그대로 남아 있을 확률도 있지만…….’

    반대로 휘하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었다.

    또 그게 아니라면 카렌의 신하들처럼 이탈은 하지 않지만 현성의 명령은 거부할 수도 있다.

    ‘복잡하네.’

    현성은 지구에서 침략자 플레이어들을 쓰러트리면서 많은 업적을 손에 넣었다.

    그 후 차원 게이트를 넘어 침략자가 되면서 더 많은 업적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1000레벨에 근접했거나 넘어선 플레이어 40여 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속박의 서에 내장된 자력 결계를 쓰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해.’

    현성은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너무 부족하네.’

    현성이 좀 더 압도적으로 강했다면?

    저들의 반항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반항하는 자들은 그대로 쓸어버리면 되니까 말이다.

    ‘한번 해 보자.’

    정 상황이 급하면 언데드 몬스터를 동원하고 직업 스킬인 승전 대군주의 부름을 사용해 루시아, 파르티샤, 백우신 등의 아군을 소환하면 된다.

    혼자 힘으로 저들 모두를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휘하 신하들을 총동원하면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마력 역장을 설치한 현성이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해 조용히 검붉은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인간 뒤로 접근했다.

    휘익!

    그 후 있는 힘을 다해 신혈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신혈검이 말끔하게 검붉은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인간의 심장을 관통했다.

    파지지직!

    현성이 전력으로 마력을 밀어 넣었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사자 인간의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그 순간 현성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초월 등급]

    -최초로 적 차원의 군주 플레이어를 제거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침략 군주 – 초월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준신화 등급]

    -최초로 6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적 차원의 플레이어를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침략자 - 준신화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신화 등급]

    -최초로 10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적 차원의 플레이어를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침략자 - 신화 등급]

    -7차 전직 퀘스트 정복의 대군주가 시작됩니다.

    [전직 퀘스트 정복의 대군주]

    클리어 조건 – 적 군주 30명을 제거해야 합니다.

    ‘성공했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는 게 성공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카렌 때와 같은 낭패는 없었다.

    단번에 성공했다.

    거기다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몰랐던 7차 전직 퀘스트까지 시작되었다.

    ‘정복의 대군주라.’

    좋기는 한데 문제는 클리어 조건이었다.

    ‘30명이라.’

    카렌까지 쳐준다면 지금까지 고작 두 명을 제거한 게 전부였다.

    ‘어느 세월에 28명을 더 채우냐.’

    어째 전직 퀘스트 조건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것 같았다.

    “크르르릉!”

    “캬아아앙!”

    갑작스러운 군주의 죽음에 사자 인간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현성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꿇어라!”

    현성이 마력을 가득 담아 외쳤다.

    “큭!”

    “이게 무슨?”

    현성의 외침에 절반 정도 되는 사자 인간들이 무릎을 꿇었다.

    대부분이 1000레벨 이하의 플레이어들이었다.

    하지만 1000레벨을 넘어선 플레이어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휘하 신하 아크로무가 등용을 철회했습니다.

    -휘하 신하 라로두가 등용을 철회했습니다.

    -휘하 신하 모쿠샤가 등용을 철회했습니다.

    ……후략……

    ‘빌어먹을.’

    순식간에 아홉 명이나 되는 휘하 플레이어들이 등용을 철회해 버렸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40명 중에 20명이 복종했고 11명은 고민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등용을 철회하고 현성에게 이를 드러낸 사자 인간은 고작 아홉 명.

    40명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적이 아홉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하지.’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의 전신이 칠흑빛 뇌전과 화염으로 물들었다.

    ‘뚱이랑 덕구.’

    정령도 소환했다.

    등용을 철회한 이들을 최단 시간 안에 제거해야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망설이던 이들까지 돌아설지도 몰랐다.

    꽈아아앙!

    현성이 전력을 다해 날린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가 순식간에 두 명의 사자 인간을 그대로 증발시켜 버렸다.

    하지만 나머지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했다.

    “크아아아앙!”

    사자 인간들이 커다란 포효를 터트렸다.

    하지만 현성에게 덤벼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몸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력 역장을 펼쳐 공간 이동 스킬은 봉쇄했다.

    하지만 몸으로 직접 뛰어가는 것까지 막기는 무리였다.

    ‘총 일곱 명.’

    현성의 몸은 하나였다.

    뚱이와 덕구가 하나씩 더 맡아 준다고 해도 일곱 명을 동시에 제압하기는 무리였다.

    사아아아악!

    현성이 아공간을 열었다.

    -캬오오오오!

    아공간이 열리며 언데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워터 브레스.’

    콰콰콰콰콰콰!

    관통력이 뛰어난 워터 브레스를 연속적으로 날려 셋을 잡았다.

    뚱이와 덕구도 각각 한 명씩의 플레이어를 잡았다.

    “크아아악!”

    플레이어 하나는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죽었다.

    남은 건 단 하나.

    동료들의 죽음을 바탕으로 마력 역장이 펼쳐진 장소를 벗어나 공간 이동 스킬을 시전했다.

    ‘네놈이 뛰어봤자 벼룩이지.’

    굳이 신안으로 잔존 마력을 추적할 필요도 없었다.

    현성에게는 호루스의 눈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슈욱! 슈욱!

    공간 이동을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추격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현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서걱!

    현성이 끈질긴 추격 끝에 마지막까지 도망치던 플레이어의 숨통을 끊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다행히 추가로 현성의 휘하에서 이탈한 플레이어는 없었다.

    현성은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갔다.

    사자 인간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현성에게 복종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현성은 일부러 여유롭게 움직이며 전리품을 챙기고 죽은 플레이어들의 기억을 훔쳤다.

    ‘낙후된 영토의 영주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잖아.’

    현성의 손에 죽은 사자 인간 군주는 드넓은 영토를 가진 대군주를 섬기는 휘하 군주 중 하나였다.

    그것도 무척 작은 세력을 가지고 있는 최하급 군주였다.

    ‘도대체 상위 군주들은 어떤 놈들이야?’

    놀랍게도 사자 인간 군주가 섬기는 대군주 역시 따로 섬기는 왕이 있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자 인간은 하급 영주 정도 위치였다.

    그 위에는 하급 영주들을 잔뜩 거느린 대영주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대영주들의 충성 맹세를 받은 왕이 존재했다.

    ‘중세 봉건주의 국가와 같은 체계야.’

    결정적으로 침략자들의 차원은 하나로 일통된 게 아니었다.

    왕국끼리 서로 대립했고 대영주들끼리 서로 대립했으며 하급 영주들끼리도 서로 대립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원래 계획은 사자 인간의 영지를 점령한 뒤 영지민들을 지구로 옮기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같은 일을 반복하면?

    침략자 차원의 힘이 줄어들고 지구의 힘이 커진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

    침략자들의 차원은 오직 힘이 정의인 세상이었다.

    하급 군주라도 해도 상위 군주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하면 상황이 역전되어 버린다.

    ‘군주전이 포인트야.’

    잘만 하면 침략자들의 차원에서 따로 세력을 키우는 게 가능할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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