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권. 최초의 침략자 (151/225)
  • ┃최초의 침략자

    ‘레벨은 생각보다 낮아.’

    대략 400레벨 수준이었다.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30~40명 남짓이었다.

    ‘파티? 아니면 길드인가?’

    직접 확인한 게 아니기에 정확한 정보는 알 수가 없었다.

    ‘일단 가 보자.’

    멀리서 호루스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다.

    슈우우우욱!

    현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호루스의 눈이 알려 주는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얼마나 날아갔을까?

    드디어 호루스의 눈으로 감지했던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냥 중이네?’

    총 네 개 파티가 열심히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었다.

    ‘확실히 종이 달라.’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지구의 인류와는 확연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웨어 라이온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로 오해할 확률이 높겠어.’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카렌도 그렇고 반인반룡도 그렇고 지금까지 차원 게이트를 넘어 침공해 온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외형은 다 대부분 몬스터와 비슷했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하지? 지금 당장 잡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공격을 가해 저들을 생포한 후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다.

    ‘일단 기다려 보자.’

    현성은 혼자다.

    최대한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게 중요했다.

    현성은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한 상태로 사냥 중인 파티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변신을 했던 건가?’

    사냥을 끝마친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변했다.

    웨어 라이온과 비슷한 외형이었던 이들의 외모가 보다 인간적으로 변했다.

    ‘수인족 같네.’

    인간이 사자의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것 같았다.

    현성은 조용히 플레이어들의 뒤를 따랐다.

    플레이어들은 사냥과 이동을 반복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플레이어들이 이동하는 방향을 호루스의 눈으로 살펴봤다.

    ‘동료들이 있었어.’

    플레이어들이 이동하는 방향에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가 감지되었다.

    레벨은 이들보다 높은 이들도 있었고 낮은 이들도 있었다.

    높은 레벨의 경우 거의 1000레벨을 넘어선 최고 레벨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도시인가?’

    잘된 일이었다.

    이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문명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잠시 후.

    현성이 발견한 플레이어들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중세 영지 같은 느낌인데.’

    플레이어들이 도착한 도시는 거대한 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몬스터의 침입을 막기 위한 대비는 상당히 잘되어 있었다.

    경계병들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었고 탐지 스킬 역시 사방에 쫙 깔려 있었다.

    결정적으로 주변에 비슷한 규모를 가진 성들이 여럿 존재했다.

    ‘일단 들어가자.’

    현성은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해 삼엄한 경계망을 손쉽게 뚫고 성 내부로 잠입했다.

    성 내부는 의외로 평범했다.

    식당도 있었고, 잡화점도 있고, 무기점도 있었다.

    판타지 세상에 등장하는 영지 같은 느낌이 났다.

    ‘여기도 다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구와 같은 인류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나름대로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적은 적이야.’

    그것도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침공을 가해 오는 적이다.

    ‘일단 정보부터 모으자.’

    공격을 가하는 것은 그 후에 해도 충분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존재를 들키지 않는 거야.’

    현성의 존재가 알려지면 앞으로 활동하기가 까다로워진다.

    ‘지구처럼 촘촘하지는 않겠지만 이곳도 스킬을 이용한 통신 체계가 있을 거야.’

    오랜 시간 활약하기 위해서는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또 그에 대한 준비도 어느 정도 해 온 상태였다.

    현성이 인적이 드문 뒷골목으로 이동했다.

    뒷골목에는 많은 군상들이 있었다.

    거지도 있었고 고아도 있었고 건달도 있었다.

    ‘정말 다를 게 하나도 없네.’

    현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건달로 추정되는 이에게 다가갔다.

    그 후 조용히 스킬을 사용했다.

    ‘메모리 스틸.’

    스킬을 사용하자 건달이 가지고 있던 지난 한 달간의 기억이 현성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현성은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넘어오기 전 많은 준비를 했다.

    그중에는 당연히 정보 수집이나 외형 변화 같은 스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진짜 쓰레기네.’

    현성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건달은 정말 말 그대로 건달이었다.

    폭행, 협박, 살인 등의 중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질렀다.

    또 상인들을 협박해 돈을 뜯고 고아들에게 앵벌이를 시키기도 했다.

    ‘정보가 너무 적어.’

    문제는 건달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

    ‘더 파악해 보자.’

    현성은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연속적으로 메모리 스틸 스킬을 사용하여 정보를 모았다.

    덕분에 질은 낮지만 상당히 다양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신분제가 아주 극심한 세계야.’

    이곳에서 최상위 지배 계층은 플레이어와 그 혈족이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무조건 피지배 계층이 된다.

    피지배 계층은 전적으로 지배 계층을 위한 삶을 산다.

    ‘전국시대 일본 수준인데.’

    플레이어가 귀족이라면 일반인은 거의 노예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 하면 플레이어가 아무 죄 없는 일반인을 살해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중간 계층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네.’

    상인과 관리 들이 중간 고리 역할을 해 주기는 하지만, 상당히 빈약했다.

    ‘힘의 차이가 너무 절대적이니까.’

    일반인들은 반란을 일으킬 엄두도 내지 못했다.

    플레이어의 힘이 너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주변이 몬스터로 둘러싸여 있으니, 일반인들의 경우 플레이어의 보호가 없으면 아예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너무하네.’

    일반인은 누구나 플레이어로 각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다.

    그런 존재를 이렇게 홀대한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이들의 희망은 단 하나.

    각성이다.

    각성하는 순간 지배 계급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플레이어도 하나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아무나 잡을 수는 없다.

    첫 이계의 침략자가 현성에게 존재를 들킨 이유는 단 하나.

    현성 휘하의 플레이어를 살해했기 때문이다.

    현성은 그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생각이 없었다.

    ‘일단 아까처럼 사냥 나갔을 때를 노리자.’

    아까는 본거지를 파악하기 위해 살려 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일단 모습부터 바꾸자.’

    현재 현성의 외모는 너무 눈에 띄었다.

    ‘거울의 양면.’

    현성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현성의 외모가 아까 전 봤던 건달처럼 변했다.

    ‘약간 어색하기는 하네.’

    꼬리와 귀가 살짝 거슬렸다.

    하지만 스킬과 변신 주문서로 타 종족으로 변신한 적이 있었기에 오래지 않아 적응이 되었다.

    ‘기다려 보자.’

    현성은 일반인들의 지식을 훔치며 차분히 기다렸다.

    플레이어는 마력을 가지고 있기에 일반인들처럼 몰래 지식을 훔칠 수가 없었다.

    일단 제압하거나 죽인 후 지식을 흡수해야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호루스의 눈에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이동하는 게 감지되었다.

    ‘두 개 파티다.’

    이 정도면 큰 부담 없이 전멸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성이 플레이어들을 따라 성 밖으로 이동했다.

    ‘근방은 거의 안정화가 되어 있어.’

    플레이어들은 꽤 멀리 이동했다.

    성 근처에는 몬스터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던전이 없어.’

    지구와는 달리 이곳은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차원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침략자 차원에서는 차원 게이트를 통해 몬스터들을 지구로 내보냈으니까 말이다.

    “가자!”

    “와아아아아!”

    플레이어들이 함성과 함께 사냥을 시작했다.

    -캬아아아앙!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퍼엉!

    “파이어 스톰!”

    플레이어들은 능숙하게 사냥을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현성은 호루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현성이 재빨리 마력 역장을 펼쳤다.

    마력 역장은 공간 이동 스킬과 통신 스킬을 마비시킨다.

    ‘그럼 시작해 볼까.’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을 사용했다.

    “어?”

    “뭐야?”

    당황한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플레이어들과 몬스터들이 동시에 몰살당했다.

    ‘굳이 마력 역장을 펼칠 필요도 없었네.’

    너무 약해서 순식간에 정리가 끝나 버렸다.

    그때였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초월 등급]

    -최초로 적 차원의 플레이어를 제거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반격 – 초월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일반 등급]

    -최초로 1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적 차원의 플레이어를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침략자 - 일반 등급]

    ……중략……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최초로 4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적 차원의 플레이어를 쓰러트리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침략자 - 전설 등급]

    ‘대박.’

    순식간에 업적 메시지가 줄줄이 떠올랐다.

    ‘중복으로 업적을 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현성은 이미 지구에서 침략자 차원의 플레이어를 쓰러트리고 최초의 진압자 업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추가 보상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뿔 토끼의 경우 침략자 차원에서 처음으로 사냥한 몬스터였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때는 진압자였고 지금은 침략자야.’

    지구에서 잡았을 때는 방어적인 향기가 물씬 나는 업적인 진압자가 나왔다.

    반면 침략자들의 차원에서 잡았을 때는 공격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업적인 침략자가 나왔다.

    ‘지금은 내가 침략자라는 말이지.’

    차원 게이트를 넘은 순간, 현성은 방어하는 입장이 아닌 공격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 덕분인지 업적도 전혀 새롭게 떠올랐다.

    ‘좋아.’

    이제 겨우 전설 등급 업적을 얻었을 뿐이다.

    좀 더 상위의 플레이어들을 사냥한다면?

    준신화, 신화, 초월 등급을 모조리 싹쓸이할 수 있었다.

    사실 침략자 플레이어들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차원 게이트를 넘어오는 이유가 바로 이 최초 업적 때문이었다.

    최초 업적은 단 한 번밖에 획득할 수 없다.

    최초 업적을 꾸준히 모은다면?

    자신의 레벨보다 월등히 강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공을 인정받아 자신의 입지를 올리는 것 역시 훌륭한 보상이었다.

    ‘그럼 수거해 보자.’

    현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전리품을 챙겼다.

    죽은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과 사체에서 뿜어져 나온 잔존 마력으로 만들어진 아이템 모두가 현성의 전리품이었다.

    ‘정보도 모아야지. 메모리 스틸.’

    현성이 스킬을 사용해 사체들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끌어모았다.

    ‘오호.’

    지배 계층인 플레이어들의 정보를 습득하자, 그제야 현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성을 지배하는 플레이어는 현성과 같은 군주였다.

    그리고 성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플레이어는 군주의 휘하에 있는 신하였다.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를 잘했어.’

    성 내부에서 플레이어를 죽였다면 바로 발각되었을 것이다.

    현성은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의 지식을 흡수했다.

    ‘이런 방법을 사용했기에 반란 걱정이 없었구나.’

    군주 휘하에 있는 신하들은 플레이어들만이 아니었다.

    상인이나 관리 같은 일반인 중간 계층 역시 모두 군주의 휘하에 속해 있었다.

    ‘통솔력을 거의 한계치까지 사용한 모양이네.’

    이 거대한 성의 지배 계층은 모두 군주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였다.

    통솔력의 한계 때문에 전 영지민을 신하로 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배 계층만 모두 신하로 삼아도 충분히 영지의 통치가 가능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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