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권. 반격의 서막 (150/225)
  • ┃반격의 서막

    ‘변한 게 있을까?’

    전에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

    현성이 재빨리 용병창을 소환했다.

    [준신화 등급 용병 최현성]

    -모든 스텟이 고르게 발전한 용병입니다.

    -준신화 등급 용병 최현성은 탱커,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 소환사, 힐러의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습니다.

    -힐러의 역할보다는 탱커,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 소환사로서의 역량이 뛰어납니다.

    -지구력이 뛰어나 장기전에 강합니다.

    ‘달라진 게 별로 없잖아.’

    그저 세부 설명만 몇 개 달라졌을 뿐 전체적인 내용은 전과 대동소이했다.

    현성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단순히 등급만 오른 모양이었다.

    현성이 용병창을 닫고 상태창을 열었다.

    도대체 어느 포인트 때문에 용병 등급이 올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어라?’

    그런 현성의 눈에 이상한 스킬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유 스킬 : [판매] [구매]

    용병 전용 스킬 : [차원 게이트]

    직업 전용 스킬 : [세력 현황 - 직업 전용 스킬] [승전 대군주의 깃발 - 직업 전용 스킬] [등용 - 직업 전용 스킬] [철회 - 직업 전용 스킬] [승전 대군주의 외침 - 직업 전용 스킬] [영역 선포 - 직업 전용 스킬] [승전 대군주의 부름 - 직업 전용 스킬] [승전 대군주의 축복 - 직업 전용 스킬] [승전 대군주의 자비 - 직업 전용 스킬]

    ‘이게 뭐야?’

    고유 스킬과 직업 전용 스킬 사이에 용병 전용 스킬이라는 게 생겼다.

    거기다 스킬 이름이 범상치가 않았다.

    ‘차원 게이트라. 어디 한번 보자.’

    현성이 용병 전용 스킬 차원 게이트를 눌러 봤다.

    [차원 게이트 – 용병 전용 스킬]

    -포인트를 소모해 좌표가 확인된 차원을 대상으로 차원 게이트를 열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그것도 엄청나게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

    ‘차원 게이트를 열 수 있어.’

    용병 고용이 아니라 자체적인 힘으로 강제로 차원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이제 가드 올리고 수비만 할 필요는 없어.’

    먼저 선빵을 날릴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반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하지만 처음 생긴 스킬이다 보니 사용 방법을 알기가 힘들었다.

    ‘한번 제대로 파악해 보자.’

    현성은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는 감각으로 차원 게이트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가장 먼저 지구의 좌표가 떠올랐다.

    ‘이게 지구의 좌표구나.’

    현성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모 포인트를 계산해 봤다.

    “헉!”

    현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예상 소모 포인트가 무려 3백경을 넘어섰다.

    무려 단위가 ‘경’이다.

    경.

    ‘미친.’

    게스피트가 호언장담을 한 이유가 있었다.

    저 포인트를 스킬 습득이나 아이템 구매가 아니라 단순한 차원 게이트 오픈에 사용한다는 건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현성이 아는 사람 중에는 그 미친 짓을 실행에 옮긴 인물이 있었다.

    ‘제나.’

    그녀는 현성을 따라 파르티샤의 차원에서 지구로 넘어왔다.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

    그게 아니면 포인트가 썩어 날 정도로 남아돌거나 말이다.

    아니, 포인트가 썩어 날 정도로 남아돌아도 저렇게 낭비하는 건 아니었다.

    ‘방법이 생겼어도 쉽게 시도할 수는 없겠네.’

    현성은 차원 게이트를 열고 침략자의 차원으로 넘어가 역공을 가할 생각이었다.

    한데 그 계획에 심대한 차질이 생겼다.

    ‘일단 가능한지부터 확인하자.’

    현성이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좌표라는 건 확정된 게 아니야.’

    일종의 이정표 같은 것이었다.

    현성이 가 본 적이 있는 곳, 현성과 연관된 이가 있는 곳.

    게스피트를 비롯해 현성이 용병 활동을 하며 갔던 차원의 좌표가 각인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모되는 포인트를 계산해 봤다.

    ‘이건 불가능하네.’

    파르티샤의 차원에서 지구로 가는 것과는 비교도 하기 힘든 수준의 막대한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현성은 계속해서 좌표 늘리기 작업을 이어 나갔다.

    목적은 단 하나.

    카렌이 있던 차원의 좌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열중을 했을까.

    드디어 실마리를 잡았다.

    ‘확실히 느껴진다.’

    의식을 더욱 집중했다.

    ‘성공이다.’

    좌표가 각인되었다.

    문제는 차원 게이트를 열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였다.

    “헐…….”

    대략 5백경 포인트.

    너무도 어마어마한 포인트가 나왔다.

    ‘지구로 가서 확인해 보자.’

    현성이 용병 고용을 취소하고 지구로 돌아갔다.

    그 후 다시금 차원 게이트를 열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를 계산해 봤다.

    ‘비슷하네.’

    조금 줄기는 했다.

    하지만 대략 4백경에 달하는 포인트가 필요했다.

    ‘진짜 너무하네.’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는데 사용하기에는 포인트가 너무 많이 들었다.

    ‘왕복하려면 최소한 8백경 포인트는 있어야 해.’

    현재 현성에게는 8백경 포인트는커녕 1경 포인트도 없었다.

    그간 포인트가 들어오는 족족 스킬북을 구입해 기존 스킬들을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포인트 사용처는 그곳만이 아니었다.

    현성 키즈라고 할 수 있는 척살대 멤버들이 있다.

    현성은 그들 중 특출 난 실력을 가진 이들에게 비약을 먹여 실력을 증진시켜 줬다.

    그들은 현재 중레벨에서 고레벨 사이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현재의 강자들을 몰아내고 지구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밑바탕이 튼튼하게 깔려 있었다.

    현성이 저레벨일 때부터 비약을 통해 모든 스텟을 500으로 만들어 줬으니까 말이다.

    ‘일단 생각을 좀 해 보자.’

    포인트를 모을지 지금처럼 계속해서 스킬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포인트를 사용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위이이잉!

    그때 현성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지?’

    파르티샤였다.

    현성이 스마트폰을 받았다.

    “네, 접니다.”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가 나타났습니다.

    ‘왜 하필 내가 간 다음에 온 거야.’

    어차피 나타날 거 좀 미리 나타나면 좋았을 것을 차원 게이트 스킬을 테스트한다고 지구로 귀환한 직후 나타나서 일을 두 번 시켰다.

    “바로 절 고용해 주세요.”

    -예, 주군.

    현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파르티샤가 용병 고용을 신청했다.

    -고용주 파르티샤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누르고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꽈아아아앙!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오자마자 커다란 폭음과 함께 마력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저놈인가?’

    현성의 눈에 인간과 용을 반쯤 합쳐 놓은 듯한 반인반룡의 모습이 들어왔다.

    ‘전에 잡았던 놈이랑 같은 용종이네.’

    일전에 생포했던 반인반룡을 통해 파르티샤의 차원을 침공하는 일에 주력하는 일족이 용종이라는 사실은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또 반인반룡이 등장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잡자.’

    과거 현성이 사냥했던 반인반룡보다 조금 더 강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현성은 그간의 꾸준한 사냥과 침략자 퇴치로 과거 반인반룡을 잡았을 때보다 월등히 강해졌다.

    ‘생포하는 게 낫겠지.’

    그럼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는 게 좋았다.

    슈욱!

    공간 이동을 통해 적에게 접근한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일제히 발동시켰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반인반룡의 몸에 정통으로 작렬했다.

    -크아아아앙!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한 반인반룡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트렸다.

    현성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뚱이, 덕구.’

    두 정령을 소환해 연속적인 공격을 지시했고 그와 함께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로 휩싸인 용혈검을 휘둘렀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반인반룡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

    반인반룡의 두 눈이 붉게 물들고 전신이 붉은빛 오라로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반인반룡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패시브 스킬을 총동원한 것 같은데.’

    반인반룡의 몸에 난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힘과 속도가 급상승했고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도 증폭되었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반인반룡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현성과 반인반룡이 난타전을 벌였다.

    뚱이와 덕구가 현성의 마력과 체력을 쭉쭉 뽑아 먹었다.

    현성도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최대치로 사용했다.

    당연히 현성의 체력과 마력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었다.

    ‘이걸 기다렸지.’

    현성의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광폭화 - 전설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40% 증가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했습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신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3배 상승합니다.

    ‘확실히 하자. 영역 선포.’

    -군주의 영역을 선포합니다.

    -선포된 영역 안에서 군주와 휘하 신하들의 스텟이 10% 상승합니다.

    ‘용인화.’

    우득! 우득!

    현성의 몸이 적과 같은 용인의 형태로 변했다.

    콰콰콰콰콰콰!

    용인으로 변신한 현성이 화염 브레스를 뿜어냈다.

    -캬아아아앙!

    현성이 뿜어낸 화염 브레스에 적중당한 반인반룡의 상반신이 절반 가까이 소멸했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은 총력을 다해 맹공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승패가 결정 났다.

    반인반룡은 패시브 스킬 발동에 영역 선포와 용인화까지 사용한 현성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나름 브레스를 뿜고 스킬을 난사하며 최후의 발악을 하긴 했지만, 현성을 비롯한 뚱이와 덕구의 콤비 플레이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뚱이랑 덕구를 전투에 동원할 수 있으니까 좋네.’

    전에는 뚱이와 덕구를 마력과 체력 공급에 투입해야 했다.

    그런데 이젠 카렌이 선물해 준 흡성마공과 결합한 불사의 서 덕분에 체력과 마력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수천에 달하는 휘하 신하들이 전달해 주는 체력과 마력 덕분이었다.

    ‘테스트도 되고 좋네.’

    반인반룡 덕분에 현성은 자신이 가진 힘을 제대로 점검해 볼 기회를 얻었다.

    -캬아아앙!

    반인반룡이 구슬픈 비명과 함께 넝마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인반룡의 몸은 전신이 화염의 서로 뒤덮여 있었다.

    화염의 서는 반인반룡의 숨통을 끊는 대신 체력과 마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었다.

    ‘진짜 금방 끝났네.’

    이번 반인반룡은 엄청나게 강한 플레이어였다.

    한데 정말 손쉽게 잡았다.

    ‘내가 진짜 강해지기는 했구나.’

    현성은 포획한 반인반룡을 심문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전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충분히 심문이 가능할 것 같았다.

    * * *

    ‘지금쯤이면 대충 끝났을 것 같은데.’

    현성은 반인반룡을 생포한 후 다시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물론 심문관들의 활약 덕분에 그사이 반인반룡의 정신은 상당히 피폐해져 있었다.

    ‘가 보자.’

    아마 지금쯤이면 혼돈의 결계를 사용하기에 적합한 정신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현성이 감옥으로 향했다.

    감옥에 도착한 현성이 혼돈의 결계를 사용했다.

    -크르르릉, 바트로 님.

    ‘저번에 그놈도 바트로를 찾더니 이놈도 바트로를 찾네.’

    반인반룡 일족의 족장쯤 되는 모양이었다.

    “이곳의 인간들이 역공을 들어올 확률은?”

    현성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가능성이 너무 낮습니다. 이 차원의 인간들은 자격이 없습니다.

    “너를 쓰러트린 인간도 말이냐?”

    현성의 물음에 반인반룡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라면 차원 게이트를 열 수도 있겠지.”

    -차원 게이트를 열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반인반룡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는 건가?’

    현성이 생각할 때 차원 게이트를 여는 것은 1레벨 플레이어들의 특권이었다.

    1레벨 플레이어만이 포인트를 사용해 차원 게이트를 열 수 있다.

    이놈은 1레벨 플레이어와 포인트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

    “차원 게이트를 열지 않으면 어떻게 그들이 역공을 하겠느냐?”

    현성의 물음에 반인반룡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차원 게이트는 이미 열려 있지 않습니까?

    반인반룡의 말을 들은 현성의 표정이 멍하게 변했다.

    “여, 열려 있다?”

    -예, 인간들이 역공을 취하려면 그냥 우리가 들어왔던 차원 게이트를 통해 넘어오면 되지 않습니까?

    현성의 물음에 반인반룡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침략당한 차원의 플레이어들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갈 수 있다고?”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인류는 차원 게이트가 생긴 이후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차원 게이트를 통해 침략해 온 차원으로의 반격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불가능했다.

    인류는 차원 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었다.

    플레이어고 일반인이고 절대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자격이 있는 이라면 당연히 가능하지 않습니까?

    반인반룡의 말에서 현성은 힌트를 얻었다.

    “자격이 있는 이?”

    -예, 자격이…….

    반인반룡이 한참 설명을 이어 나갔다.

    -크아아아앙! 넌 누구나! 바트로 님이 내게 이런 것을 물어보실 리 없다!

    그러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

    뒤늦게 지금 상황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나중에 다시 심문해야겠군.’

    현성은 일단 물러났다.

    하지만 차원 게이트를 넘을 수 있는 자격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굳이 내가 차원 게이트를 열 필요는 없어.’

    왜?

    차원 게이트는 이미 열려 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지속적으로 반인반룡을 심문했다.

    그 결과 꽤 많은 정보를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놈 역시 전에 있었던 녀석과 마찬가지로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정신이 붕괴되어 버린 것이다.

    현성은 말끔하게 반인반룡의 숨통을 끊어 주었다.

    ‘수확이 꽤 많아.’

    현성은 반인반룡을 통해 꽤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인류가 차원 게이트를 넘을 수 없는 이유였다.

    ‘그게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니.’

    침략당한 인류가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지 못하게 막은 것은 적이 아닌 아군이었다.

    아군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인류의 보호를 위해서였다.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면?

    월등히 강한 무력을 가진 몬스터와 플레이어 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이 펼쳐진다.

    넘어가서 생존할 가능성이 제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군들의 입장에서는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봐야 아까운 아군 전력만 날아가니 아예 봉쇄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자격을 갖춘 이에게는 다르다고 했다.

    ‘난 안전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침략자 플레이어들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오기 위해서는 안전 결계를 통과해야 한다.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차원에는?

    애초에 안전 결계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현성은 아무런 방해 없이 적들이 뚫어 놓은 차원 게이트를 통한 침투가 가능했다.

    반대로 지구로 귀환하는 경우.

    현성은 애초에 지구인이다.

    당연히 지구의 안전 결계에 저항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안전 결계를 통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냐 하는 건데.’

    만약 현성이 자격을 갖춘 존재로 인정된다면?

    ‘제대로 깽판 칠 수 있어.’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 온갖 테러를 다 저지른 뒤 차원 게이트를 통해 원래의 세계로 쏙 하고 복귀하면 그만이다.

    ‘한번 해 보자.’

    위험하기는 하지만 항상 당하고만 있던 인류가 얻은 첫 반격의 기회였다.

    그 기회를 위험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분명히 업적을 줄 거야.’

    처음으로 차원 게이트를 넘어서 침략자의 차원에 침입한다.

    이건 무조건 업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 위험하면 넘어갔다가 바로 돌아오면 그만이야.’

    마음의 결정을 내린 현성이 테스트를 위해 지구로 향했다.

    * * *

    “너무 위험합니다, 주군.”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그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루시아는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의 표정이 침통하게 변했다.

    루시아의 용병 등급은 전설이다.

    용병 전용 스킬 역시 생성되지 않았다.

    “아공간을 통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그 방법이 가능했다면 지구를 침략한 플레이어들이 사용하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공간 같은 꼼수가 통했다면, 지구는 이미 멸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루시아는 지구를 지켜야 하잖아요.”

    현성이 침략자들의 차원에 잠입하면 지구는 루시아가 지켜야 한다.

    “걱정하지 말아요. 여차하면 포인트를 소모해 직접 차원 게이트를 여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현성은 차원 게이트 스킬을 얻은 이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꾸준히 포인트를 모으고 있었다.

    포인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성은 사냥을 하며 꾸준히 기다렸고, 어느새 차원 게이트를 한 번 정도 열 수 있는 포인트를 모았다.

    현성도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만약을 대비한 탈출구 정도는 준비해 놓았다.

    ‘뭐, 차원의 이면 스킬이 있으면 최악의 상황에 처해도 탈출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지만.’

    제나가 준 차원의 이면은 무려 초월 등급이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차원의 이면 스킬을 사용한 현성을 발견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 루시아가 꾸준히 강해지는 게 중요해요. 업적을 쌓고 스텟을 늘려서 준신화 등급 용병이 되세요.”

    그럼 아마 루시아도 용병 전용 스킬인 차원 게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포인트를 소모해 차원 게이트를 연 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제가 고향으로 돌아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루시아가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루시아아 혼자만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예?”

    “전에 약속했잖아요. 루시아의 차원을 수복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요. 그때가 되면 함께 가요. 그래서 파르티샤의 차원에서 몬스터를 몰아내고 인간의 영역을 넓혀 가는 것처럼, 루시아의 차원에서도 몬스터를 몰아내고 인간의 영역을 넓혀 가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주군.”

    “뭐가 감사해요. 당연한 건데.”

    현성이 옅은 미소로 화답하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대로 복수해 주고 올 테니까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아직 테스트를 해 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성 역시 자신이 차원 게이트를 넘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 * *

    현성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차원 게이트 앞에 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레벨 던전에는 가지 않았다.

    현재 현성이 와 있는 던전은 과거 첫 사냥터였던 뿔 토끼 던전이었다.

    지구에 존재하는 최하급 레벨의 던전 중 하나.

    그런 만큼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더라도 위험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준비는 다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대 병기들을 아공간에 담아 놓았다.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과 전투 물자도 넉넉히 챙겨 넣었다.

    ‘혼자는 아니야.’

    언데드 몬스터 군단도 아공간에 들어가 있었다.

    ‘가 보자.’

    현성이 차원 게이트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슈욱!

    차원 게이트에 접촉하는 순간, 현성의 몸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화악!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밝은 빛이 현성의 눈을 때렸다.

    ‘정말 넘어온 건가?’

    차원 게이트를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너무나 손쉽게 차원 게이트를 넘어 버렸다.

    그와 함께 현성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초월 등급]

    -최초로 적 차원을 침공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로로 적 차원을 침공한 자 – 초월 등급]

    ‘역시.’

    예상대로 최초 업적이 떴다.

    ‘그것도 무려 초월 등급이야.’

    현성의 입장에서는 땡잡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키이이익!

    그때 긴 포효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뿔 토끼?’

    뿔 토끼였다.

    ‘차원의 이면.’

    현성이 은신 스킬 차원의 이면을 사용했다.

    슈욱!

    뿔 토끼가 그대로 현성의 몸을 관통해 버렸다.

    -키익?

    뿔 토끼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차원의 이면 스킬을 통해 은신한 현성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일단 확인부터하자.’

    현성의 옆에는 방금 빠져나온 차원 게이트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스윽!

    현성이 차원 게이트를 향해 이동했다.

    슈욱!

    기이한 느낌과 함께 현성의 몸이 다시금 지구의 뿔 토끼 던전으로 이동했다.

    ‘좋아.’

    차원 게이트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지구와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다시 가자.’

    현성이 다시 차원 게이트를 통과했다.

    ‘똑같네.’

    현성의 눈에는 뿔 토끼들이 뛰어노는 평화로운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혹시 이것도 업적을 줄까?’

    현성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푸욱!

    그리고 뿔 토끼 한 마리를 죽였다.

    ‘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업적을 주지는 않았다.

    ‘혹시나 했는데.’

    적 차원에 진입한 후 첫 사냥에 성공한 것이니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해 봤다.

    그렇지만 업적을 주지는 않았다.

    ‘하긴 이것까지 주면 너무 사기지.’

    거기다 뿔 토끼는 지구에서 질리도록 잡은 전적이 있었다.

    ‘다시 테스트.’

    현성이 미련을 버리고 다시금 테스트에 들어갔다.

    일단 지구에 있는 루시아를 좌표로 지정한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을 찢었다.

    화악!

    밝은 빛무리가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역시.’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은 같은 차원 안에서의 이동만 가능했다.

    당연하게도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은 불가능했다.

    ‘그럼 다시.’

    현성이 새로운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목적지가 지정되지 않은 스크롤이었다.

    현성은 뿔 토끼 던전과 이어져 있는 차원 게이트 앞을 위치로 지정했다.

    그 후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3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했다.

    찌익!

    현성이 방금 새롭게 위치를 지정한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을 찢었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이 뿔 토끼 던전과 이어져 있는 차원 게이트 앞으로 이동했다.

    ‘좋아.’

    예상대로 새롭게 위치를 지정한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은 사용이 가능했다.

    현성은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을 잔뜩 꺼내 모두 차원 게이트 앞으로 위치 지정을 했다.

    ‘마력 역장이 펼쳐진 환경이 아니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올 수 있어.’

    그럼 바로 지구 복귀가 가능해진다.

    ‘일단 여기를 거점으로 정찰을 시도한다.’

    테스트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정찰을 해 볼 때였다.

    슈욱! 슈욱!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엄청 넓네.’

    높은 하늘로 올라갔지만 인위적인 건축물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직 드넓은 평야만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웬만큼 이동하지 않고서는 플레이어를 만나기도 힘들겠어.’

    현성이 정보를 얻고 제대로 된 반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침략자 차원에 사는 플레이어들을 만나야 했다.

    한데 아무래도 플레이어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찾아보면 나오겠지.’

    현성이 비행 스킬을 사용해 그대로 하늘을 가로질렀다.

    중간중간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기도 했다.

    ‘진짜 드럽게 넓네.’

    중간중간 몬스터 부락을 발견하기는 했다.

    고블린 마을도 있었고 오크 마을도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어 마을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였다.

    ‘호루스의 눈도 반응이 없고.’

    호루스의 눈에 파악되는 정보는 오직 몬스터들뿐이었다.

    플레이어는 정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있기는 있을 텐데.’

    현성이 계속해서 이동하며 호루스의 눈을 사용했다.

    최대한 빨리 플레이어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

    그때 드디어 호루스의 눈에 플레이어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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