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권. 뒷정리 (148/225)
  • ┃뒷정리

    미국은 이번 작전에 사활을 걸었다.

    그런 만큼 온갖 최첨단 통신 장비를 총동원해 최현성 플레이어와 몬스터의 전투를 관찰했다.

    “카렌 플레이어가 저 몬스터를 이길 수 있을까?”

    윌슨 대통령은 최현성 플레이어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밀리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았다.

    그래서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기존 작전을 폐기하고 최현성 플레이어를 도와야 할 것 같네.”

    몬스터가 승리하면 지구는 끝장이다.

    그렇기에 카렌 플레이어와 최현성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몬스터를 쓰러트려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하지만 문제는 카렌 플레이어였다.

    “카렌 플레이어와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워드 상원 의원의 말에 윌슨 대통령은 가슴이 답답했다.

    파지지지직!

    그때 하늘을 꿰뚫은 칠흑빛 뇌전과 함께 모든 통신 장비가 마비되었다.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윌슨 대통령이 당황했다.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참모들이 몸으로 뛰었다.

    그 후 속속 후속 보고가 이어졌다.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그 몬스터를 몰아붙이고 있다고 합니다!”

    잠시간 육성으로 보고가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통신망이 복구되었다.

    “카, 카렌 플레이어가 최현성 플레이어를 이길 수 있을까?”

    윌슨 대통령의 얼굴이 절망감으로 물들었다.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 것이다.

    “괜찮을 겁니다. 우리가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적대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윌슨 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는 카렌의 명령에 따라 휘하 플레이어들이 마력 역장을 펼쳤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그렇겠지?”

    윌슨 대통령이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기존 작전을 폐기하고 뒤처리에 대해 논의하세.”

    곧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의 목적은 단 하나.

    최현성 플레이어의 질책을 피하는 것이었다.

    “카렌 플레이어가 합류하지 않은 것은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야 합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바로 카렌 플레이어를 투입하려고 했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세.”

    윌슨 대통령과 수뇌부는 카렌 플레이어가 최현성 플레이어를 돕지 않은 일을 개인의 탓으로 미뤄 버렸다.

    물론 그렇게 하면 카렌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입지가 줄어들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건 중앙정부로서도 손해가 아니었다.

    이번 일을 빌미로 카렌을 통제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수뇌부가 한창 회의에 열중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어? 왜 저래?”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플레이어들 중 일부가 최현성 플레이어와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작전은 분명히 취소했는데?”

    “카렌 플레이어 휘하에 있는 이들입니다! 카렌 플레이어가 작전을 강행하려는 것 같습니다!”

    “뭐?”

    미국 수뇌부는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카렌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몬스터가 죽고 갑자기 플레이어들이 최현성 플레이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것이다.

    거기다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카렌 플레이어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수뇌부가 혼란에 빠져 있을 무렵.

    털썩!

    카렌과 연락을 해 보겠다며 회의실 밖에 나가 있던 하워드 상원 의원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회의실 내부에 있던 이들은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 * *

    ‘이놈들을 어떻게 박살을 내야 잘 박살 냈다고 소문이 날까?’

    카렌을 쓰러트리고 전리품을 챙긴 현성이 이를 빡빡 갈며 백악관으로 향했다.

    ‘마력 역장도 펼쳤고 포위망도 펼쳤어.’

    그건 현성을 돕거나 몬스터의 이동을 방해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명백하게 현성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준비였다.

    “어서 오십시오, 최현성 플레이어.”

    윌슨 대통령이 버선발로 현성을 마중 나왔다.

    윌슨 대통령과 미국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자신들이 그렇게 믿었던 카렌 플레이어가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였다.

    그 사실을 접한 미국은 멘붕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간 미국은 카렌에게 막대한 투자를 했다.

    돈도 주고, 스킬북도 주고, 사냥터도 줬다.

    그것도 모자라 자국과 타국의 플레이어들을 카렌의 휘하에 배치시켰다.

    한데 그렇게 막대한 투자를 한 카렌이 적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대죄를 저지른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거기다 미국은 그 적인 카렌을 믿고 현성과 대립각을 세웠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인류의 반역자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안으로 드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윌슨 대통령이 허리까지 숙여 가며 현성에게 굽신거렸다.

    “백악관 안에 함정이라도 준비해 놓으셨습니까?”

    현성의 말에 윌슨 대통령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절 죽이려고 했던 나라가 바로 미국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어떻게 미국을 믿겠습니까?”

    현성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맹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국이 최현성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했다니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럼 포위망은 왜 갖춘 겁니까?”

    “포위망이 아니라 최현성 플레이어를 돕기 위한 지원부대였습니다.”

    “왜 그 지원부대를 이모탈 길드원이 아니라 카렌 휘하의 플레이어들로만 배치했습니까?”

    “그, 그게…….”

    “거기다 마력 역장까지 치셨더군요?”

    “그건 모두가 카렌이 한 일입니다!”

    “그래서요?”

    현성의 물음에 윌슨 대통령의 얼굴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미국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이겁니까?”

    “잘못했습니다!”

    윌슨 대통령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 모든 게 어리석은 제 잘못입니다. 절대 미국 전체의 뜻이 아닙니다.”

    “백악관의 결정이 미국 전체의 뜻이 아니다?”

    “제 독단이었습니다. 제가 어리석어 카렌의 꼬임에 넘어갔을 뿐입니다.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은 최현성 플레이어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 같지 않던데?”

    “아닙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네! 알겠습니다!”

    윌슨 대통령이 재빨리 현성을 안내했다.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기는 했지만, 이곳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미국의 치부가 외부에 밝혀지는 것을 피하려면 최대한 빨리 백악관 내부로 들어가야 했다.

    현성은 윌슨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백악관 내부로 들어갔다.

    사실 현성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현성 스스로는 나름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한데 미국이 제대로 뒤통수를 쳤다.

    단순히 카렌에게 속았다고 넘어가 주기에는 저지른 잘못이 너무 많았다.

    무려 현성을 죽이려고 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윌슨 대통령을 따르는 장관과 참모 들을 한 번씩 쓱 훑어봤다.

    장관과 참모 들은 현성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식겁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딱 한 명 그러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어?’

    현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 신하잖아?’

    상대는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인류의 수호신교 광신도도 아니었다.

    한데 놀랍게도 현성의 휘하에 있는 신하였다.

    ‘카렌의 짓인가?’

    카렌이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없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얼굴이 낯이 익었다.

    ‘유력한 대선 후보.’

    드디어 기억이 났다.

    카렌에게 무언가 수작을 당하고 있었던 현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하워드 상원 의원이었다.

    ‘그 수작이 정신에 관련된 거였나?’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인 하워드 상원 의원이 군주의 휘하에 들어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당연히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카렌의 휘하에 들어갔을 리가 없었다.

    아마 일종의 세뇌를 당했을 것이다.

    휘하에 들어간 후에는 게임 끝이다.

    절대 군주의 의지에 반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미래의 일까지 대비를 해 놨다는 말이지.’

    차기 미국 대통령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만약 현성이 빠르게 사건을 종결짓지 않았다면, 일이 정말 커졌을 수도 있었다.

    카렌이 미국 대통령을 조종해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를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빨리 때려잡기를 잘했네. 다음부터는 무조건 조기 진압이다.’

    카렌의 경우 현성도 꽤 욕심을 부렸다.

    통솔력을 소모하지 않고 신하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이득도 있었다.

    갑자기 휘하 신하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가 증가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

    자칫 잘못했으면 상상도 하기 힘든 대참사 발생할 뻔했다.

    현성은 앞으로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를 발견하는 즉시 때려잡을 것을 결심했다.

    “앉으시지요.”

    윌슨 대통령의 말에 현성이 자리에 앉았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

    윌슨 대통령이 열심히 입을 털었다.

    요점은 간단했다.

    우리도 속았다.

    현성과 대립각을 세울 생각은 있었지만, 절대 인류를 배신하고 침략자들의 편에 붙은 것은 아니다.

    마력 역장을 비롯한 플레이어 배치는 모두 카렌의 짓이다.

    미국 중앙정부는 절대 현성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윌슨 대통령은 모든 죄를 카렌에게 뒤집어씌웠다.

    ‘인류의 배신자가 되는 건 막고 싶다 이거지?’

    그간의 실책은 모두 인정하고 100% 사죄하지만, 인류를 배신하거나 현성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게 윌슨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인류를 배신할 생각은 없었겠지. 하지만 날 죽일 생각이었던 건 맞아.’

    현성의 눈에 은은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당장 미국 중앙정부가 현성을 죽이려고 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증거 없이 심판할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완벽한 증거로 미국을 몰아붙이는 편이 더 나았다.

    “카렌의 정체뿐만 아니라 미국이 저지른 실책에 대한 모든 사실을 직접 밝히세요.”

    현성의 말에 윌슨 대통령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가 직접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알겠습니다.”

    윌슨 대통령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과 윌슨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온갖 욕을 들어 먹을 것이다.

    또 그간의 행보에 대한 물질적인 배상도 해야 했다.

    당연히 가장 많은 배상금을 받을 사람은 현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역적이 되겠군.’

    윌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한 대통령이 되는 불명예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런 사고를 치고도 대통령 자리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윌슨 대통령과 미국의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처사였다.

    하지만 그걸로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면, 무조건 막아야 했다.

    “나머지 일은 발표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현성이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윌슨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외쳤다.

    현성의 말이 이 정도에서 끝내 주겠다는 뜻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미국 중앙정부가 나를 죽이려고 한 증거를 수집해서 나에게 보내라.

    현성이 군주의 외침으로 하워드 상원 의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하워드 상원 의원이 알아들었다는 듯 현성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모두 인정하고 벌을 청하는 게 더 나았을 거다.’

    윌슨 대통령이 발표를 마치면?

    하워드 상원 의원이 준 증거를 바탕으로 윌슨 대통령의 발표를 거짓으로 만든 후 미국을 잘근잘근 짓밟을 계획이었다.

    * * *

    미국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카렌과 현성의 대결은 미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미국 중앙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타국의 경우는 흔하디흔한 몬스터의 난동으로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차원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등장하는 일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은 워싱턴 D.C에서 일어난 몬스터 난동 사태도 금방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하루를 넘기지 않고 정리되었다.

    거기다 플레이어들의 활약으로 일반인들의 피해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정도 피해를 입은 사건은 뉴스 말미에 잠깐 등장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한데 갑자기 이 소소한 사건에 대해 윌슨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생방송으로 대국민 사과 방송을 한다는 소식이 퍼졌다.

    미국인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정부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무슨 대국민 사과 방송을 한다는 거야?

    -그러게? 이게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할 일인가?

    -카렌 플레이어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이번에 몬스터를 쓰러트린 게 카렌 플레이어가 아니라 최현성 플레이어라고 하던데?

    -맞아. 사건 터졌을 때 카렌 플레이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그럼 윌슨 대통령이 아니라 카렌 플레이어가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연히 카렌 플레이어가 사과를 해야지. 윌슨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닌 듯.

    인터넷에서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정답을 맞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윌슨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방송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가 경악했다.

    -미국의 카렌 플레이어가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였다고?

    -워싱턴 D.C에서 난동을 부린 몬스터가 카렌 플레이어였대.

    -최현성 플레이어가 카렌 플레이어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조기에 처리했다니.

    -최현성 플레이어 아니었으면 미국이 망할 뻔했네.

    -헛소리! 카렌 플레이어가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일 리가 없다!

    -헛소리는 무슨……. 윌슨 대통령이 직접 인정했잖아.

    -미국 놈들 꼴좋다. 카렌 플레이어 믿고 목에 힘주더니.

    -최현성 플레이어님은 미국의 구원자다!

    윌슨 대통령의 발표에 난리가 났다.

    카렌은 미국에서 상당히 인기가 높았다.

    중국인들이 최현성 플레이어와 한국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인들 역시 최현성 플레이어와 한국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열등감을 해소해 준 존재가 바로 카렌이었다.

    거기다 미국 중앙정부에서 대놓고 밀어줬다.

    그렇다 보니 카렌을 미국의 자랑이라고 믿으며 국뽕에 취해 있던 미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한데 그 카렌이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였다고 한다.

    당연히 국뽕에 취해 있던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미국인들이 충격받는 선에서 문제가 끝날 리가 없었다.

    -미국 중앙정부는 혹시 카렌 플레이어가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미국 중앙정부가 인류를 배신하고 이계의 침략자들 편에 선 걸 수도 있다.

    타국을 중심으로 이런 여론이 들끓었다.

    당연히 미국인들은 펄쩍 뛰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미국 중앙정부도 카렌 플레이어에게 속은 거다!

    -무능한 미국 중앙정부의 실책일 뿐 미국은 아무런 죄가 없다!

    -과연 그럴까?

    -미국 중앙정부가 모르고 그랬는지 알고 그랬는지 제대로 검증을 해 봐야 한다.

    -맞다! 미국 중앙정부를 조사해야 한다!

    미국인들과 타국인들이 정면으로 대립하며 으르렁거렸다.

    문제는 미국에 이의를 제기한 타국이 바로 우방국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건 당연했다.

    미국이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우방국들 역시 거기에 숟가락을 올렸다.

    자칫 잘못하면 불똥이 자신들에게까지 튈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우방국들 입장에서는 미국에게 속아 플레이어들을 카렌의 휘하에 넣기까지 했으니,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게 당연했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입장을 생각해 미국 중앙정부는 군주의 휘하에 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또 타국의 플레이어들을 카렌의 휘하에 넣었다는 사실도 비밀에 부쳤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타국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국을 증오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때문에 자신들의 나라가 망할 뻔했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카렌 플레이어 휘하의 플레이어들이 최현성 플레이어의 휘하로 배속되었다.

    자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모두 최현성 플레이어의 수족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건 국가가 차원 게이트 생성이나 몬스터 웨이브에 대응할 능력을 아예 상실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쉽게 말해서 최현성 플레이어가 독한 마음을 먹고 휘하 플레이어들을 철수시켜 버리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최현성 플레이어가 바보가 아니라면 우방국들이 미국과 손잡은 이유가 자신과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미국과 함께 최현성 플레이어의 진노를 받을 수도 있는 위치인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에 협력했던 우방국 입장에서 살기 위해서는…….

    -미국이 나쁜 놈이에요!

    -우리는 단지 미국에게 속았을 뿐입니다!

    -미국이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와 손을 잡고 우리를 농락한 겁니다!

    -미국이 악의 축입니다!

    모든 죄를 미국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당연히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잘 보이려고 충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왕실은 인류를 위해 공헌한 최현성 플레이어의 뜻을 기려 1등급 대십자 기사 훈장을…….

    -프랑스는 인류를 위해 공헌한 최현성 플레이어의 뜻을 기려 레지옹 도뇌르 그랑크루아 훈장을…….

    -케나다는…….

    이번 일에 참여했던 미국의 우방국들이 줄줄이 현성을 인류의 영웅으로 추켜세우며 각국의 최고 훈장을 주겠다고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각국의 언론을 총동원해 최현성 플레이어 띄우기에 나섰다.

    쉽게 말해 최현성 플레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발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중앙정부는 완전히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여 버렸다.

    자국민들이 중앙정부를 욕했다.

    우방국들이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미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이 모든 게 스스로 진 업보인 것을…….

    당연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특히 당사자인 윌슨 대통령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사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그때 새로운 폭탄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 *

    윌슨 대통령은 원래 대국민 사과 직후 사임 선언을 하려고 했다.

    한데 그걸 최현성 플레이어가 막았다.

    사고 친 건 다 수습하고 떠나라는 전언이었다.

    결국 윌슨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만 했고 엄청나게 많은 욕을 먹었다.

    ‘최대한 빨리 사건을 마무리해야 해.’

    윌슨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윌슨 대통령이 사임을 결정한 것은 스스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사임 발표로 조금이라도 시선을 분산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당연히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미국 대통령이 사임까지 했으니 그 대가를 충분히 치렀다는 여론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윌슨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임 발표를 통해 적당히 물타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데 그 계획이 현성의 사고를 수습하고 사임하라는 말에 막혀 버렸다.

    ‘지금은 바짝 엎드릴 때다.’

    윌슨 대통령은 당장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고 사임하고자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비난 여론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미국의 인류의 배반자설이 큰 힘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마 미국이 그렇게까지 했겠어? 미국이 뭐가 아쉬워서? 미국도 속은 거야.’ 라는 여론이 힘을 받은 덕분이었다.

    덜컹!

    그때 대통령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대통령님, 큰일입니다!”

    보좌관의 외침에 윌슨 대통령의 심장이 털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모탈 길드가 긴급 발표를 했는데, 그 내용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데?”

    “우, 우리 미국이 카렌 플레이어와 힘을 합쳐 최현성 플레이어를 제거하려고 했던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뭐?”

    보좌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 * *

    “윌슨 대통령과 미국은 카렌 플레이어와 힘을 합쳐 최현성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의 발표에 기자회견장에는 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시는 겁니까?”

    미국인 기자가 침묵을 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

    “증거를 원하시는 겁니까?”

    강선영 길드장의 질문에 미국인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증거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강선영 길드장의 말과 함께 빔 프로젝터에 이미 파쇄되었어야 할 미국 기밀 서류가 모습을 드러냈다.

    털썩!

    미국인 기자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 보시면…….”

    강선영 길드장이 빔 프로젝터를 보며 차분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참고로 이 방송은 전 세계에 생중계 중이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최현성 플레이어님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설명을 마친 강선영 길드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현성이 앞으로 나섰다.

    파파파팍!

    연속적으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눈이 부실 만도 하건만 현성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 이번에 미국이 벌인 일을 실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수가 아닌 계획된 일이더군요. 인류를 배신하고 적의 편에 선 미국에 대해 그에 합당한 죄를 묻겠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현성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미국은 이번 일에 대해 무제한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현성이 자리를 떠났다.

    * * *

    계획된 일.

    인류를 배신하고 적의 편에 선 미국.

    합당한 죄.

    무제한적인 책임.

    현성이 한 말이 비수처럼 미국인들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윌슨 대통령을 끌어내라!”

    “무능한 중앙정부를 끌어내고 미국을 구원하자!”

    미국인들이 대대적으로 들고일어났다.

    이러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당장 윌슨 대통령의 탄핵을 준비하게.”

    여당과 야당이 손을 잡았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제출되었고 통과했다.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을 열었다.

    상원 의원의 전원이 탄핵에 찬성했다.

    윌슨 대통령은 스스로 사임할 기회를 잃고 탄핵당했다.

    “이번 일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부통령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이번 일에 연관되어 있던 이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갔다.

    윌슨 전 대통령, CIA 국장, 장관, 참모 등등.

    이번 일에 눈곱만큼이라도 연관이 있는 이들은 모두 구속되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하워드 상원 의원이 최현성 플레이어를 만나러 갔다고 했나?”

    불과 얼마 전까지는 미국의 부통령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의 대통령이 된 필모어가 물었다.

    “예.”

    “하워드 상원 의원이 정보를 넘겼겠군.”

    필모어 대통령이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원래는 하워드 상원 의원도 구속하려고 했다.

    그 역시 이번 일의 핵심 인사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워드 상원 의원이 최현성 플레이어의 부름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하워드 상원 의원을 내란죄로 체포할까요?”

    “그만두게. 그는 이미 최현성 플레이어와 한배를 탔어.”

    거기다가 하워드 상원 의원은 원래는 유력 대선 후보였다.

    “이제 미국이 최현성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가겠군.”

    앞으로 일은 안 봐도 뻔했다.

    다음 대선 때 하워드 상원 의원은 최현성 플레이어의 뒷배를 바탕으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것이다.

    국민들은 정보 제공자가 하워드 상원 의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최현성 플레이어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최현성 플레이어의 지지를 받는 하워드 상원이 대선에 도전한다면?

    국민들이 하워드 상원 의원을 뽑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군.”

    임기가 끝나면 부통령이었던 필모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최현성 플레이어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하워드 상원 의원이 자연스럽게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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