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권. 불멸자 (146/225)

┃불멸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해야지.’

현성이 고개를 푹 하고 숙였다.

“뭐, 저도 현실적으로 그게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도 함께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 수도 있잖아요. 일단은 골드부터 다시 도전하자고요.”

제나의 말에 현성은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제 실력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20시간 가까이 게임을 한 것도 미친 짓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현성 씨 본계정 등급이 플래티넘이라고 하셨죠? 뭐, 그럴 만도 하네요.”

실버 등급 찍었다고 플래티넘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

‘당신은 나 아니었으면 아직도 심해에서 놀고 있었을 거거든.’

마음 같아서는 면전에다 저렇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제가 제나 님의 실력을 올려 줄 교사들을 초청해 드리겠습니다.”

“교사요?”

“예, 프로 게이머가 뭔지는 알고 있으시죠?”

“아! 알아요! 당연히 알고 있죠!”

“제가 꽤 실력 있는 프로 게이머를 교사로 소개…….”

“페X커 선수로 해 주세요!”

“네?”

“제 교사를 페X커 선수로 해 달라고요.”

그건 돈을 떠나 국가적인 재능 낭비였다.

또 게이머이자 팬으로서 페X커 선수에게 할 짓이 아니었다.

“페X커 선수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왜요?”

제나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게임을 잘한다고 잘 가르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다 제나 님과는 포지션도 다릅니다.”

“페X커 선수는 못하는 포지션이 없다고 하던데?”

“제가 정말 잘 가르치는 프로 게이머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니면 아예 팀을 꾸리는 것도…….”

현성이 열심히 열변을 토했다.

“알겠어요. 그럼 일단 최현성 씨가 소개해 주시는 인물들로 만족할게요.”

제나의 말에 현성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들어가세요!”

제나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현성을 배웅했다.

“휴!”

제나의 집에서 빠져나온 현성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사주를 한 거야!’

대충 짐작은 갔다.

하지만 확인은 해 봐야 했다.

* * *

“카렌 플레이어를 따르는 광신도로 보입니다.”

강선영 길드장의 말에 현성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 레벨 자체도 꽤 높았지만, 전원이 페널티가 큰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한 상태였습니다.”

웨어 울프 킹의 심장이나 오우거의 진혈 같은 아이템을 썼다는 소리였다.

“완전히 자살 특공대였군요.”

“그런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 슬슬 처리를 해야겠네요.”

카렌이 통솔력을 모두 소모했다면?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필요가 없었다.

“저 그리고…….”

“뭔가요?”

“제나 님이 마력을 분출하시는 모습을 타국의 정보원들이 목격한 듯합니다.”

강선영 길드장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긴 못 보는 게 바보지.’

일반인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잘된 일일 수도 있다고요?”

“예, 윌슨 대통령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다면, 두 번 다시 제나 님을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사실 제나를 건드리는 일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번 일을 계기로 타국의 정보원들도 그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했을 것이다.

문제는 카렌이었다.

‘자기도 죽고 싶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제나가 난동을 피우면 현성만 피를 보는 게 아니다.

카렌도 피를 보게 된다.

‘하지만 기왕이면 말끔하게 끝내는 게 좋겠지.’

이제 카렌을 제거해야 할 때였다.

* * *

백악관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도대체 그 괴물은 뭐야?”

윌슨 대통령은 정보 요원들이 수집해 온 정보를 보고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최현성 플레이어 하나만 해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한데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제나라는 인물의 무력이 측정 불가 수준이었다.

타인이 날린 스킬을 방어하거나 피하는 게 아니라 아예 소멸시켜 버렸다.

또 일개 개인의 마력 분출이 구름을 뚫고 위성 카메라에 찍힐 정도로 강력했다.

그 결과 최상위 플레이어들은 싸워 보지도 못하고 전의를 상실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정보 분석 결과 제나 플레이어가 최현성 플레이어를 능가하는 수준의 강자일 확률이 98% 이상이라고 합니다.”

보좌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보좌관의 보고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제나 플레이어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알겠으니 그만하게.”

윌슨 대통령이 질끈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아직까지 잠잠한가?”

“예, 범인들에 대한 조사가 끝났을 텐데도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이번 사건을 벌인 범인은 타국의 플레이어들이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들 모두가 카렌의 휘하에 들어간 플레이어들이라는 점이었다.

그 덕분에 비밀리에 플레이어 동맹 관계를 맺었던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이용해 먹을 생각으로 플레이어들을 보내라고 했냐며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애써 맺은 동맹이 파투가 나게 생긴 것이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이번 일에 대해 해당 플레이어들의 국가에 항의를 한다면?

동맹을 맺었던 국가들은 미국에게 모든 책임을 미룰 것이다.

“카렌 플레이어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윌슨 대통령이 괜히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냈다.

윌슨 대통령은 사고가 벌어진 즉시 카렌을 소환했다.

하지만 카렌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카렌 양이 도착했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드디어 문제의 시발점인 카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카렌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벌인 건가?”

윌슨 대통령이 물었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마세요. 그냥 가볍게 찔러봤을 뿐이니까요.”

카렌의 말에 윌슨 대통령은 기가 막혔다.

“그걸 왜 자네 혼자 결정하나? 이번 일 때문에 타국과의 동맹이 산산조각 나게 생겼어! 또 최현성 플레이어가 진실을 알게 되면, 우리를 가만히 둘 성싶은가?”

“그럼 타국의 플레이어들을 미국으로 모두 끌어모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최현성 플레이어와 저는 대척점에 서야 해요. 그런 상황에서 굳이 적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카렌의 태연자약한 대답에 윌슨 대통령이 할 말을 잃었다.

지금의 카렌은 그간 윌슨 대통령이 알던 카렌이 아니었다.

말투, 행동, 태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최현성 플레이어를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요.”

“제나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어.”

“음, 그건 솔직히 의외의 변수기는 하네요. 하지만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뭐?”

“그냥 제 말을 믿으세요. 그럼 전 이만.”

슈욱!

할 말을 끝낸 카렌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털썩!

잔뜩 흥분해 자리에서 일어났던 윌슨 대통령이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내가 실수를 한 건가?’

카렌을 통해 최현성 플레이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팍스 아메리카를 실현하고 과거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싶었다.

한데 오히려 상황이 더 이상하게 흘러갔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제어는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인물이었다.

윌슨 대통령과 미국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카렌을 선택했다.

최현성 플레이어와 동등한 무력을 가진 인물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었다.

한데 카렌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났다.

미국이 카렌을 끌고 가기는커녕 반대로 끌려가고 있는 판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카렌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간 너무 많은 것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카렌은 공동 운명체였다.

미국은 좋든 싫든 카렌과 끝까지 함께해야 했다.

* * *

‘지들이 뭘 어쩌겠어.’

카렌은 당당했다.

미국에서 얻고 싶은 것은 다 얻었다.

통솔력 수치가 한계까지 차올랐다.

지구에서 레벨 업이 불가능한 카렌은 이제 더 이상 휘하의 신하를 늘릴 수가 없다.

쉽게 말해 미국에 잘 보일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동맹국들도 쉽게 등을 돌리지는 못할 거야.’

카렌에게 투자한 이들은 미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동맹국들 역시 막대한 투자를 했다.

‘돈이 아니고 사람을 투자한 일이야.’

돈은 새로 벌면 되고 물건도 새로 만들거나 사면 된다.

하지만 자국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은 다시 사거나 만들 수가 없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카렌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내가 주도권을 잡는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앞으로 최현성 플레이어와 원수 사이가 될 것이다.

카렌의 목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다시 최현성 플레이어의 편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에는 가족들을 건드려 볼까?’

최현성 플레이어는 자신의 가족을 상당히 아낀다고 했다.

그렇게 아끼는 가족을 건드린다면?

과연 최현성 플레이어가 미국과 동맹국들을 용서할까?

‘완전히 원수지간으로 만든다.’

카렌이 휘하 플레이어들에게 다시금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푸욱!

그때 날카로운 칼날이 카렌의 심장을 관통했다.

“어?”

카렌이 황당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최현성 플레이어?’

카렌을 검으로 찌른 인물은 다름 아닌 최현성 플레이어였다.

쿨럭!

카렌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터져 나왔다.

“어, 어떻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자신보다 강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끗 차이였다.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카렌이 익힌 수많은 감지 스킬과 방어 스킬 들이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냥 말끔하게 죽어라.”

좌악!

현성이 카렌의 심장에 박힌 용혈검을 휘둘렀다.

카렌의 몸이 둘로 분리되었다.

서걱!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까지 베어 냈다.

화르르륵!

그 후 남은 사체에 화염의 서로 불까지 붙였다.

‘끝난 건가?’

심장이 꿰뚫리고 몸이 두 조각 나고 목이 날아갔으며 몸이 불에 타고 있다.

이 정도면 즉사가 확실했다.

그런데…….

‘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지?’

카렌은 반인반룡보다 월등히 강한 이계의 침략자 플레이어였다.

당연히 업적 획득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야 했다.

한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촤르르르륵!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염에 불타고 있던 카렌의 사체가 시간을 거꾸로 돌리듯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몸에 붙은 불이 꺼지고 세 토막으로 잘려 나갔던 육체가 다시금 하나로 합쳐졌다.

‘뭐야?’

당황한 현성이 마력을 가득 담아 용혈검을 휘둘렀다.

서걱!

이번에는 세 토막이 아니라 수십 토막을 냈다.

파지지지직!

그 후 흑뢰신의 숨결을 사용했다.

절대 부활할 수 없도록 한 조각의 살점조차 남기지 않았다.

사아아아악!

그 순간 허공에서 피어오른 마력들이 하나로 뭉치더니, 순식간에 악어 인간의 형상으로 변했다.

‘크로커다일맨? 그게 카렌의 정체였나?’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현성은 이미 카렌이 용종의 침략자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중요한 건 완벽히 죽였다고 생각한 카렌이 두 번이나 연속으로 부활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되살아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죽여 주마.’

현성이 다시금 카렌을 향해 용혈검을 휘둘렀다.

파강!

하지만 이번에는 막혀 버렸다.

크로커다일맨이 손톱을 이용해 현성의 공격을 방어한 것이다.

파지지지직!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을 퍼부었다.

하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

확실히 인간의 형상일 때와는 방어력이 달랐다.

-크르르르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렌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두 번이나 죽었다.

그러는 와중에 변신 아이템이 파괴되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원하는 목적은 모두 이뤘다.

‘죽인다.’

카렌의 두 눈이 진한 핏빛으로 물들었다.

-크아아아앙!

카렌이 커다란 포효와 함께 현성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파강! 파강!

현성은 카렌의 공격을 피하면서 용혈검을 휘둘러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카렌의 자가 회복력은 전에 리자드맨의 모습으로 충돌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올라간 상태였다.

‘힘, 속도, 마력은 본래 모습을 되찾은 것치고 엄청나게 큰 차이는 없어.’

문제는 부활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자가 회복력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현성도 불사의 서로 인한 부활의 권능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불사의 서 등급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한데 카렌은 달랐다.

아무런 페널티가 없어 보였다.

카렌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작은 부상은 무시했고 설사 목숨을 잃을 것같이 큰 부상을 입을 상황에서도 방어보다 공격을 우선시했다.

‘계속 죽여 주마.’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난다면?

되살아나지 못할 때까지 죽이면 그만이다.

* * *

백악관은 난리가 났다.

도심 한가운데서 벌어진 몬스터와 플레이어 간의 혈투 때문이었다.

“플레이어의 정체는 밝혀졌나?”

“아직입니다.”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CIA 국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카렌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몬스터와 플레이어의 전투가 벌어졌다.

그럼 당장 최상위 랭커들과 함께 출동해 쓰러트려야 했다.

한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카렌은 백악관의 연락을 아예 받지 않았다.

덜컹!

그때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플레이어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입니다!”

정보원의 외침에 모두의 표정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최현성 플레이어와 그에 근접한 전투력을 가진 몬스터.

둘의 전투 여파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카렌은 아직도 연락이 없나?”

윌슨 대통령이 하워드 상원 의원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카렌 휘하의 플레이어들은?”

“현재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전투에 끼어들지는 못하고 국민 대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윌슨 대통령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이모탈 길드는?”

“역시 국민들을 대피시키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카렌은 도대체 어디 간 거야!”

규격 외의 강자 둘이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는 마찬가지로 규격 외의 힘을 가지고 있는 강자였다.

“카렌 양이 일부러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인가?”

“최현성 플레이어가 몬스터와 싸우다 죽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카렌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그리고 어쩌면 최현성 플레이어와 몬스터의 싸움이 끝나면 승자를 죽이려 할지도 몰랐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이건 크로커다일맨의 정체가 카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미국의 착각이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최현성 플레이어를 제거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때 하워드 상원 의원이 입을 열었다.

“뭐라고?”

“어차피 카렌 플레이어라는 대책이 있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 만신창이가 된 최현성 플레이어를 제거하기만 한다면…….”

하워드 상원 의원의 말에 백악관에 모여 있던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차피 카렌 플레이어가 나서면 우리는 그녀와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하워드 상원 의원의 말에 윌슨 대통령은 그도 자신과 같은 추측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렌 양이 최현성 플레이어를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카렌 양은 최근 이상할 정도로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락도 없고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있습니다. 카렌 양의 최근 행보를 볼 때, 최현성 플레이어를 노리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워드 상원 의원의 말에 윌슨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들이 고심에 들어갔다.

“전 찬성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찬성표를 던졌다.

“카렌 양이 일을 그르치면 미국이 흔들릴 겁니다.”

“완벽을 기해야 한다 이건가?”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흠.”

윌슨 대통령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애초에 그가 그렸던 그림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카렌을 통해 미국의 주권과 몬스터 방어 능력을 회복하고 팍스 아메리카를 꿈꿨던 것은 맞았다.

하지만 최현성 플레이어 제거 같은 극단적인 선택지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 최현성 플레이어를 끌고 가기를 원했다.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하워드 상원 의원이 윌슨 대통령을 다그쳤다.

“엄청난 비난을 받을 거네.”

“자칫 잘못하면 비난도 받고 최현성 플레이어도 살아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하워드 상원 의원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카렌 양을 도울 준비를 하게.”

윌슨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말이 카렌을 도우라는 거지 최현성 플레이어 제거 작전을 시작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겠습니다.”

하워드 상원 의원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리고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 * *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등장과 전투에 워싱턴 D.C는 난리가 났다.

미국 국적의 플레이어들은 국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국 중앙정부는 이모탈 길드 소속 미국 플레이어들을 던전에 투입했다.

이 상황에서 몬스터 웨이브까지 일어나면 최악 중에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이모탈 길드 소속 미국 플레이어들은 순순히 그 지시에 따랐다.

이모탈 길드 소속이 아닌 미국 플레이어들은 사건 현장을 포위했다.

미군 역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로 대기했다.

‘준비가 끝났군.’

카렌이 자신과 최현성 플레이어를 포위한 주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넌 날 절대 이길 수 없어.’

하워드 상원 의원을 동원해 미국을 움직였다.

저들은 일종의 보험이자 장벽이었다.

카렌은 굳이 저들을 최현성 플레이어와의 전투에 동원할 생각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저들의 가세가 득이 아니라 실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카렌은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으로 최현성 플레이어를 쓰러트릴 생각이었고 그럴 만한 자신도 있었다.

카렌은 철저하게 최현성 플레이어의 전투 패턴을 분석했다.

‘주변에 몬스터는 없다. 어디서 체력과 마력을 수급할 생각이냐?’

최현성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통해 체력과 마력을 수급한다.

하지만 이곳엔 플레이어는 있어도 몬스터는 없었다.

저들이 먼저 최현성 플레이어를 공격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현성 플레이어는 절대 먼저 저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설사 카렌 휘하의 플레이어라고 해도 말이다.

콰직!

치열한 전투를 이어 나가던 중 카렌의 검이 최현성 플레이어의 어깨를 관통했다.

서걱!

하지만 그 순간 최현성 플레이어의 검이 카렌의 목을 날려 버렸다.

사아아아악!

그 순간 시간이 거꾸로 흐르듯 둘로 분리되었던 카렌의 머리와 목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몸에 난 상처도 금방 회복되었다.

하지만 체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큭큭큭큭큭!

카렌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도전하는 최현성 플레이어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

* * *

한편 현성도 현재의 상황이 꽤 골치가 아팠다.

‘진짜 불사신인가?’

카렌은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멀쩡하게 되살아났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는데?’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건 플레이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거야?’

어떤 방법을 사용해 되살아나는지 알아내면?

그 고리를 끊어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신안으로도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일단 계속 죽여 보자.’

현성이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었다.

카렌은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심장이 관통당하거나 목이 날아가도 현성의 몸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면 그대로 감수했다.

푸욱!

현성의 검이 카렌의 머리를 관통했다.

하지만 금방 새로운 머리가 생겨났다.

‘어?’

그때 현성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현성과 카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플레이어들 중 하나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뭐지?’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플레이어가 외부적 요인 없이 갑자기 쓰러진다?

그럴 리가 없었다.

현성이 뚱이와 덕구를 소환해 더 강한 맹공을 퍼부으며 카렌과 거리를 벌렸다.

그 후 쓰러진 플레이어 주변 상황에 집중했다.

“이봐, 왜 그래?”

“죽었잖아?”

“도대체 왜 갑자기?”

‘죽었다고?’

방금 전까지 멀쩡히 살아 있던 플레이어가 죽었다고 한다.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인인 플레이어가 심장마비나 기타 질환으로 급사한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었다.

‘혹시?’

현성이 다시금 카렌에게 맹공을 날렸다.

서걱!

그 결과 카렌의 목을 베어 낼 수 있었다.

풀썩!

그때 현성을 포위하고 있던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또 갑자기 쓰러졌다.

“너 이 자식!”

현성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아, 이제 알아차린 건가?

잘린 목을 다시 붙인 카렌이 미소를 지었다.

-플레이어가 죽은 걸 보니 일반인들은 전멸한 모양이군. 확실히 생명력이 너무 약해.

으득!

카렌의 말에 현성이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단순한 직업 스킬일 뿐이야.

카렌의 직업은 철혈의 군주다.

철혈의 군주에게는 희생이라는 패시브 스킬이 있었다.

패시브 스킬인 희생의 효과는 단순하다.

군주가 목숨을 잃으면?

신하 휘하의 생명력을 희생시켜 부활한다.

카렌은 철혈의 군주라는 직업으로 전직한 뒤 엄청나게 절망했다.

군주가 많은 만큼 철혈의 군주가 가진 희생 스킬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카렌은 철혈의 군주로 전직한 이후 휘하 신하의 숫자를 전혀 늘리지 못했다.

한데 지구로 온 후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멍청한 작자들을 이용해 통솔력의 한계치까지 신하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큭큭큭! 나는 불멸자다! 얼마든지 나를 죽여라! 그래도 나는 영원히 되살아날 것이다!

카렌의 외침에 현성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그간 현성은 여러 번 카렌을 죽였다.

하지만 그게 카렌이 아니라 휘하의 일반인들과 플레이어들을 죽인 꼴이 되어 버렸다.

‘빌어먹을…….’

현성은 카렌을 곧바로 처리하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사실 현성이 카렌을 곧바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바로 갑작스럽게 떠오른 6차 전직 퀘스트 때문이었다.

-6차 전직 퀘스트 군주전이 시작됩니다.

-적 군주를 쓰러트려야 합니다.

-군주전은 모든 것을 걸고 치르는 군주들의 결투입니다.

-군주전의 승자는 패자의 휘하에 있던 신하들을 복속시킬 수 있습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군주전이 강제로 시작되었다.

현성은 카렌과 미국의 야욕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잠자코 기다렸다.

카렌이 더 많은 플레이어를 자신의 휘하에 넣기를 말이다.

미국과 카렌이 열심히 발품을 팔아 통솔력을 쏟아부어 휘하 신하를 늘리면?

현성이 카렌의 목을 베어 버림으로써 간단하게 모든 과실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럴 줄은…….’

카렌이 휘하 신하들의 생명력을 희생시켜 부활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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