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권. 카렌 (137/225)

┃카렌

“고유 스킬이라.”

사실 그게 아니면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파악된 최현성 플레이어의 고유 스킬은 20레벨의 법칙 무효화였다.

그렇기에 무한대로 성장이 가능했다.

카렌이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최현성 플레이어와 유사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최현성 플레이어에 대항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윌슨 대통령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그간 미국은 최현성 플레이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플레이어를 양성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특히 고유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집중 투자를 했다.

그 결과 미국의 플레이어 수준은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최현성 플레이어를 능가할 만한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를 양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판단 미스로 애써 키운 플레이어들을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넘겨주는 실책까지 저지르게 된다.

전설 등급 직업 군주.

휘하로 들어와 신하가 된 플레이어는 기본 스텟이 상승하는 대신 군주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을 가지게 된다.

‘그걸 너무 늦게 파악했어.’

약간 의심은 했다.

하지만 타국에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수용했다.

자국 플레이어에게 전설 등급 아이템을 주기 위해서는 최현성 플레이어의 휘하에 속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을 고스란히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헌납해 버렸다.

미국 랭킹 1위의 플레이어 죠셉은 이미 충실한 인류의 수호신교의 교인이었다.

타국의 랭커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내가 직접 카렌 양을 만나 봐야겠네.”

“대통령님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차원 게이트 장관의 물음에 윌슨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할 것 같네. 그리고 정보 통제는 확실하게 하고 있겠지?”

“철저하게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카렌 양에 대한 정보가 최현성 플레이어의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좀 더 신경을 쓰게. 그리고 앞으로도 카렌 양에 대한 정보는 특급 기밀로 분류하겠네.”

윌슨 대통령의 지시에 차원 게이트 장관도 굳은 표정을 고개를 끄덕였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카렌의 존재를 알게 되면 제거하거나 자신의 휘하로 넣으라고 압박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

카렌은 뉴욕에서 워싱턴 D.C로 이동했다.

그리고 비밀리에 윌슨 대통령을 만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카렌 양.”

윌슨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윌슨 대통령님.”

카렌과 윌슨 대통령이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와 동시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자가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왕인가?’

카렌이 윌슨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탐색을 시작했다.

‘반쪽짜리 왕이니 제거한다고 해도 큰 실익은 없겠지.’

마음만 먹으면 눈앞의 인간을 죽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런 실익이 없었다.

차라리 왕이나 황제였다면 제거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었을 것이다.

왕이나 황제가 죽으면 후계 다툼이 벌어지기 마련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차원의 통치 체계는 무척이나 특이했다.

대통령, 부통령, 선거, 연방 등등.

카렌의 입장에서는 눈앞의 대통령이라는 존재를 죽여도 작은 혼란만 얻을 수 있을 뿐 큰 실익이 없었다.

‘일단 미국이라는 나라부터 손에 넣는다.’

카렌이 1차적인 목표를 세웠다.

“제가 어떻게 800레벨을 달성했는지 궁금한 게 많으신 것 같습니다.”

카렌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궁금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가 없어서 참고 있었다.

가장 궁금한 점은 ‘고유 스킬의 힘이냐, 아니면 아이템의 힘이냐’였다.

카렌은 고레벨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랭커급의 실력자는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갑자기 최상위 랭커를 뛰어넘는 레벨을 가지게 됐을까?

그게 궁금했다.

“알려 드릴까요?”

카렌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굳이 카렌 양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미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럼 알려 드릴게요.”

카렌의 말에 윌슨 대통령의 심장이 요동쳤다.

사실 이렇게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직접 확인해 보세요.”

카렌이 그 말과 함께 자신의 상태창 일부를 윌슨 대통령에게 공개했다.

[착취 – 고유 스킬]

-사용자가 직접 사냥에 성공한 플레이어나 몬스터의 레벨과 스텟의 일부를 흡수합니다.

윌슨 대통령이 눈을 부릅떴다.

“이, 이런 스킬이…….”

“이게 제가 80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카렌의 말에 윌슨 대통령은 환호했다.

‘이런 고유 스킬이라면 충분히 최현성 플레이어를 능가할 수 있어.’

20레벨의 법칙 무효화보다 더 월등한 효과를 가진 고유 스킬이었다.

“이제 납득이 가시죠?”

카렌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의문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그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말인가?

“카렌 양,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왜 갑자기 레벨이 높아졌는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고유 스킬을 숨긴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고유 스킬을 가지고도 얼마 전까지 500레벨에 머무르셨는지 의문입니다.”

“최근에 제 고유 스킬이 성장했거든요.”

“성장요?”

“예, 얼마 전까지 제 고유 스킬은 사용자가 직접 사냥에 성공한 플레이어의 레벨과 스텟의 일부를 흡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스킬을 사용하려면 다른 플레이어를 죽여야 했었죠. 그러니 사실 없는 스킬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500레벨을 달성하니 사정이 달라지더군요.”

“고유 스킬이 성장한 겁니까?”

윌슨 대통령의 말에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몬스터에게도 적용이 되더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으셨음에도 일부러 사용하지 않으셨다니!”

윌슨 대통령은 카렌이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정말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고 여겼다.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저레벨 플레이어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레벨과 스텟을 올렸을 것이다.

어쩌면 희대의 플레이어 살인마가 등장했을지도 몰랐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적인 몬스터라면 몰라도 동료인 플레이어들을 죽이면서까지 강해질 수는 없었으니까요.”

“정말 훌륭하십니다. 이런 고유 스킬이 있으셨기에 20레벨의 법칙을 피해 고레벨 플레이어로 성장하신 거군요.”

윌슨 대통령의 말에 카렌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카렌이 다시금 자신의 상태창을 공개했다.

[군주의 깃발 - 직업 전용 스킬]

-휘하에 거둔 신하들의 숫자에 따라 군주와 신하의 스텟이 증가합니다.

“이, 이건!”

“최현성 플레이어가 전설 등급 직업 군주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오오!”

윌슨 대통령은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간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끌려다닌 이유가 바로 저 군주의 깃발이라는 직업 전용 스킬 때문이었다.

한데 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카렌 양을 100% 믿을 수 있을까?’

수많은 휘하 플레이어들을 거느리게 된 카렌이 다른 생각을 가진다면?

그건 또 한 명의 최현성 플레이어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카렌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이다.

또 악용될 여지가 있었던 스스로의 고유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심성이 착했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최현성 플레이어를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군주의 등장.

사실 미국이 손해 볼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카렌 양에게 비밀 사냥터를 제공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설 등급 아이템과 스킬 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윌슨 대통령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감사합니다.”

카렌이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카렌은 윌슨 대통령에게 세 가지 거짓말을 했다.

첫 번째.

카렌이 가진 고유 스킬은 성장하지 않았다.

각성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고유 스킬의 효과는 고정되어 있었다.

두 번째.

고유 스킬 착취 역시 20레벨의 법칙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즉, 2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몬스터나 플레이어에게는 착취 스킬을 사용해도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세 번째.

카렌의 레벨은 800이 아니다.

그저 레벨을 낮게 보여 주는 효과를 가진 아이템을 사용했을 뿐이다.

카렌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이계의 플레이어는 교묘한 거짓말과 위장 아이템으로 윌슨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플레이어들을 농락했다.

하지만 카렌이 군주라는 직업을 가진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몇 번의 전직을 통해 직업 군주를 철혈의 군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통솔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미국의 최상위 랭커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내 수하로 만든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인류가 아니라 침략자인 자신을 위해 싸우는 병사가 될 것이다.

* * *

‘제대로 대박을 쳤네.’

현성은 자동차 장사로 제대로 한몫 잡았다.

‘포인트가 꽤 많이 모였네.’

사냥, 가챠 게임, 복권, 자동차, 전자 제품, 각종 문화 상품까지…….

그간 꾸준히 장사를 해 온 보람이 있는지 꽤 많은 포인트가 모였다.

‘그럼 투자를 해야지.’

현성이 고유 스킬을 이용해 시스템 상점창을 열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신화 등급 스킬들을 구매하고 곧바로 익혔다.

-액티브 스킬 뇌신의 분노 – 신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신화 등급이 액티브 스킬 뇌신의 분노 – 신화 등급과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흑뢰신의 숨결이 연달아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현성이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한 목표는 흑뢰신의 숨결을 초월 등급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었다.

초월 등급 스킬의 위력은 워터 브레스를 통해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한 흑뢰신의 숨결이 초월 등급 스킬로 거듭난다면?

현성은 강력한 공격 무기를 가짐과 동시에 ‘최초로 유일 초월 등급 스킬을 손에 넣은 자’를 얻을 수 있다.

‘유일 창조 등급 스킬 최초 업적은 손에 넣었지만 유일 초월 등급 스킬 최초 업적은 달성을 못 했으니까.’

이계인이 남긴 아이템 덕분에 업적 습득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이번에도 포인트만 날리고 끝인가?’

현성이 신화 등급 스킬 구입에 많은 포인트를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흑뢰신의 숨결은 점점 더 강해졌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성비가 좋지 못하다 보니 현성의 입장에서는 괜스레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언제 초월 등급 스킬이 되는 거야? 이 정도 흡수했으면 이제 업그레이드될 때도 됐잖아?’

현성이 투덜거리며 신화 등급 스킬 하나를 습득했다.

그때였다.

-액티브 스킬 천뢰신의 징벌 – 신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신화 등급이 액티브 스킬 천뢰신의 징벌 – 신화 등급과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초월 등급이 생성되었습니다.

“헉!”

현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하하하하!”

벌어진 입에서 시원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흑뢰신의 숨결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것이다.

커다란 웃음을 터트리는 현성의 눈앞에 고대하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신화 등급]

-최초로 유일 초월 등급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유일 초월 등급 스킬을 손에 넣은 자 - 신화 등급]

‘드디어 얻었어.’

스킬로 얻을 수 있는 업적을 모두 손에 넣었다.

‘이제는 용혈검인데.’

용혈검은 평범한 신화 등급 아이템이 아니라 유일 신화 등급 아이템이다.

용혈검이 초월 등급이 되면?

현성은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는 업적 두 개를 손에 넣게 된다.

‘이놈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는데.’

레비아탄은 용종의 몬스터다.

그 덕분에 3차 대격변 당시 많은 용종의 피를 흡수했다.

특히 용혈검의 경우 초월 등급 레비아탄을 잡을 때 그 피를 엄청나게 많이 흡수했다.

‘신화 등급 용종의 피는 몇 번 못 줬지만 초월 등급 용종의 피는 잔뜩 먹었잖아. 너도 업그레이드 좀 하자.’

아무래도 업적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파르티샤 차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그곳에서는 전설 등급 용종 몬스터를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또 잘만 하면 신화 등급 용종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도 가능했다.

‘바로 가자.’

현성은 남은 포인트를 킵을 해 놓고 바로 파르티샤에게 연락을 취한 후 지구를 떠났다.

* * *

현성이 유일 초월 등급 스킬을 얻고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떠나 열심히 사냥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카렌 역시 열심히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니, 열심히 사냥에 열중하는 척을 했다.

-캬아아아악!

-크아아아앙!

미국 중앙 정부가 비밀리에 제공해 준 사냥터는 상당히 훌륭했다.

몬스터의 숫자도 많았고 홀로 사냥터를 독점하다 보니 경쟁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던전 한 곳의 청소를 완료하면 곧바로 다른 곳으로 카렌을 안내해 줬다.

휘익! 서걱!

카렌이 일 검에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무료하군.’

미국 중앙정부는 카렌이 열심히 몬스터들을 죽이고 레벨과 스텟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이런 저레벨 몬스터들은 아무리 잡아 죽여도 착취 스킬을 통해 레벨과 스텟을 흡수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마석과 아이템 그리고 플레이어를 양성시킬 수 있는 던전들을 버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미국 중앙정부는 크게 기뻐했다.

카렌이 매일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카렌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거짓으로 보여 준 레벨을 조금 올려서 보여 주는 것뿐이다.

그 거짓된 모습을 본 미국 중앙정부는 자신들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에 카렌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오늘은 몇 명이나 올지 모르겠군. 되도록 많이 왔으면 좋겠는데.’

카렌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곳에서 사냥에 열중하는 척을 하는 이유는 미국 중앙정부의 신뢰를 얻어 더 많은 최상위 랭커들을 휘하에 거두기 위해서였다.

미국 중앙정부는 카렌과 이런저런 계약을 했다.

그 후 미국의 최상위 랭커들을 카렌의 휘하에 배치시켰다.

카렌의 입장에서는 무료한 행동을 하며 신뢰를 쌓고 휘하에 플레이어들을 늘려 전력을 키우는 셈이었다.

‘그런 종잇조각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거늘…….’

카렌이 미국 중앙정부와 맺은 계약서는 얼핏 보면 공평해 보이지만 미국 중앙정부에 유리한 면이 많았다.

현성에게 씌우지 못한 족쇄를 카렌에게 씌우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렌의 입장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카렌이 믿는 것은 스스로의 강함이었고 자신의 휘하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의 숫자였으니까 말이다.

‘이곳은 정말 편하군. 경쟁이 없어.’

카렌.

아니, 이계의 플레이어가 살던 세상에는 군주라는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 결과 직업 군주의 장단점이 상당히 잘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다른 군주 플레이어의 휘하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은 진정으로 충성을 맹세할 주군을 만났을 때만 휘하에 들어갔다.

군주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자신이 속한 일족에서 높은 직위에 있거나 원래 거느리고 있던 가신들이 많지 않다면, 신하를 늘리기가 힘들었다.

그 결과 이계의 플레이어 역시 휘하에 거둔 신하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았다.

‘통솔력 수치가 남아돌던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본래의 세계에서 휘하에 거둔 신하가 그리 많지 않으니 당연히 통솔력 수치도 남아돌았다.

‘통솔력을 모두 소모할 때까지 휘하 신하들을 받는다.’

그 후 그 신하들을 이용해 미국이라는 국가를 장악할 계획이었다.

‘일반인들도 큰 도움이 될 것인데.’

스텟이 바닥이나 마찬가지인 일반인들은 휘하에 드는 순간부터 군주의 충실한 종으로 변모한다.

통솔력 수치 소모 역시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다.

‘차차 기회를 노려 봐야겠어.’

물론 신하들만 믿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결국 정치라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지.’

이계 플레이어의 힘과 영향력이 필요한 정치인들.

그들과 손을 잡을 계획이었다.

‘대략 1000레벨이 넘어가면 내 존재를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인 것 같은데.’

미국 중앙정부는 이계 플레이어의 존재를 철저하게 감췄다.

하지만 영원히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도 목적이 있기에 이계의 플레이어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때가 되면 제대로 판을 뒤흔든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이모탈 길드와 인류의 수호신교라는 종교 단체를 만들어 세력을 늘린 것처럼 이계의 플레이어 역시 미국을 등에 업고 단체를 만들어 세력을 늘릴 계획이었다.

이 차원에 살아가는 인류의 탈을 뒤집어쓰고 최현성 플레이어라는 이 별 최강의 플레이어와 대립각을 세운다.

아니, 대립각을 넘어서서 전면전을 치러도 좋았다.

‘차근차근 영향력을 늘려 나간다면…….’

이 지구라는 이름을 가진 별의 보호 기간이 종료되고 본대가 차원 게이트를 넘는 순간!

‘내가 지구 정복의 일등 공신이 된다.’

지금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그분께서 지구를 나의 영지로 하사해 주실 수도 있어.’

한 차원의 주인.

이건 이계의 플레이어가 원래 살던 차원에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박이었다.

* * *

푸욱!

전설 등급 용종 몬스터 한 마리의 심장에 용혈검이 틀어박혔다.

-캬아아악!

전설 등급 용종 몬스터가 가냘픈 괴성을 토해 냈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전설 등급 용종 몬스터의 숨통이 끊어졌다.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현성이 용혈검이 최대한 많은 양의 피를 흡수할 수 있도록 조절했기 때문이다.

‘탐식의 서.’

현성이 탐식의 서를 사용해 몬스터의 사체를 먹어 치웠다.

-액티브 스킬 탐식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탐식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탐식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도대체 언제, 언제 업그레이드가 되는 거냐?’

현성은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와 열심히 용종 몬스터를 족치고 다녔다.

한데 용혈검은 도무지 성장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액티브 스킬 탐식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이 유일 전설 등급으로 성장했습니다.

“어라?”

용혈검의 성장을 위해서 열심히 전설 등급 용종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런데 탐식의 서가 먼저 성장을 해 버렸다.

‘꿩 대신 닭이네.’

탐식의 서가 성장하는 것도 현성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망자의 부활.’

현성이 탐식의 서가 먹어 치운 몬스터를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켰다.

‘숫자가 꽤 모였네.’

현성은 그간 사냥한 전설 등급 몬스터들을 모조리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어 버렸다.

중간중간 루시아에게 연락이 와서 지구에서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한 적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권속 스킬을 사용해 권속으로 만들었다.

현성의 휘하에 있는 몬스터와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현성이 꿈꾸는 몬스터 군단이 완성될 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뭐, 대부분이 전설 등급이지만…….’

초월 등급과 신화 등급 언데드 몬스터는 3차 대격변 당시 잡았던 레비아탄 한 쌍뿐이었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

육지를 정리하면 바다도 훑어볼 생각이었다.

현성이 다시금 용종 몬스터를 찾기 위해 신안 스킬을 가동했다.

‘어?’

그런데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어의 마력이 포착되었다.

‘플레이어가 이런 곳에?’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슈욱!

현성이 모습을 드러낸 곳에는 가벼운 가죽 갑옷으로 무장을 한 플레이어가 하나 있었다.

“엘프?”

현성이 새롭게 발견한 플레이어를 보고 중얼거렸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토끼처럼 뾰족한 귀.

눈처럼 새하얗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

파르티샤에게 들었던 엘프족의 외모와 동일했다.

“웬 놈이냐!”

엘프 플레이어가 현성을 향해 창을 겨누며 외쳤다.

하지만 엘프 플레이어의 적대적인 태도에도 현성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그동안은 죽어라 찾아도 안 보이더니.’

일부러 수색까지 했다.

그렇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런데 용종 몬스터를 사냥하는 와중에 제대로 얻어걸렸다.

“생존자는 너 혼자냐?”

현성이 엘프 플레이어에게 물었다.

혼자라고 해도 일단 파르티샤의 왕국에 데려다줄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기왕이면 하나보다는 단체인 게 좋았다.

‘군주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엘프 로드가 있으면 더 좋고.’

엘프 로드가 있다면 오랜 시간 답보 상태에 있었던 전직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게 된다.

엘프 플레이어는 현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틈을 노려 현성에게 창을 찔러 넣었다.

휘익!

긴 칼날을 가진 기형 창이 현성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탁!

현성이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창날을 붙잡았다.

“엘프는 살생을 싫어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현성의 얼굴에 살짝 노기가 서렸다.

방금 전 엘프 플레이어가 창으로 한 찌르기는 단순히 견제를 위해 날린 게 아니었다.

전심전력으로 현성을 죽일 각오로 찔러 넣었다.

힘도 충만했고 마력으로 공격 스킬도 발동시켰다.

거기다 레벨도 꽤 높아 보였다.

지구를 기준으로 하든 파르티샤의 차원을 기준으로 하든 이 정도 실력이면 최상위 랭커라고 해도 무방했다.

“이익!”

엘프 플레이어가 현성의 손가락 사이에 잡힌 창날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엘프 플레이어가 아무리 최상위 랭커 수준이라고 해도 현성과 비교하면 기본 스텟 자체가 어른과 갓난아기만큼 큰 차이가 났다.

“모욕을 주지 말고 죽여라! 난 내 일족을 배신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엘프 플레이어가 호기롭게 외쳤다.

그러더니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이놈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너와 네 일족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난 인간족의 군주 파르티샤를 비롯해 드워프족 군주 헤파트와도 친분이 있다.”

현성이 파르티샤와 헤파트의 이름을 팔았다.

파르티샤와 헤파트의 경우 엘프족과 꽤 우호적으로 지냈다고 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현성의 말을 들은 엘프 플레이어가 눈을 번쩍 떴다.

“넌 타 차원에서 넘어온 침략자 플레이어가 아니었나? 들어 본 적 없는 언어라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더니 의심스러운 어조로 현성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현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타 차원에서 넘어온 침략자 플레이어.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단어가 엘프 플레이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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