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권. 몬스터 군단 (136/225)

┃몬스터 군단

-크아아앙!

-캬아아앙!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물고 뜯고 할퀴고.

현성은 무심한 표정으로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콰직!

검은색 비늘을 가진 바실리스크가 푸른색 비늘을 가진 바실리스크의 목덜미를 물었다.

-캬아아앙!

목덜미를 물린 푸른색 비늘을 가진 바실리스크가 거칠게 반항했다.

하지만 한번 기울어진 승부의 추를 다시 뒤집을 수는 없었다.

“으흠, 떨어져.”

싸움의 승패가 결정되자 현성이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를 떼어 냈다.

“그레이트 힐.”

그 후 치료 스킬을 사용해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를 말끔하게 치료해 주었다.

“이리 와.”

현성의 명령에 푸른색 비늘을 가진 바실리스크가 다가왔다.

“더 먹어라.”

현성이 자신의 피를 푸른색 비늘을 가진 바실리스크에게 더 먹였다.

“다시 싸워.”

-크아아앙!

-캬아아앙!

현성의 지시에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다시 흉성을 드러내며 싸움에 돌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콰직!

검은색 비늘을 가진 바실리스크가 다시금 승기를 잡고 푸른색 비늘을 가진 바실리스크의 목덜미를 물었다.

“그만.”

현성이 싸움을 중지시켰다.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네.’

현성은 동일한 종에 동일한 레벨과 스텟을 가진 몬스터들을 선별했다.

그 후 동일한 양의 피를 먹이고 권속으로 만들어 싸움을 붙였다.

이번 테스트의 목적은 간단했다.

바로 권속의 강화 여부.

줄어든 레벨과 스텟이 없으니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는 했다.

하지만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피 한 방울을 먹든 열 방울을 먹든 변하는 건 없었다.

권속을 강화시키는 스킬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은 것이다.

‘뭐, 어쩔 수 없나?’

권속을 강화시키는 스킬 효과의 원천은 사용자의 피 속에 담겨 있는 레벨과 스텟이다.

현성이 레벨과 스텟을 잃지 않으니 권속도 강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깔끔하게 포기하자.’

현성의 입장에서는 권속 강화 효과를 잃고 스텟을 지키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테스트를 끝낸 현성이 지구로 귀환했다.

* * *

지구로 귀환한 현성은 까망이를 만나기 위해 던전으로 향했다.

까망이는 해양 몬스터의 최고봉인 레비아탄이지만 군주인 현성에게 속한 신하이기도 했다.

-캬아아아악!

현성이 나타나자 거대한 체구의 까망이가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부렸다.

‘못 보던 사이에 엄청나게 컸네.’

까망이의 덩치는 그간 현성이 바다에서 사냥했던 성체 레비아탄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완벽한 성체가 된 것이다.

‘알에서 나오자마자 길들여서 다행이지.’

현성은 까망이를 휘하로 거둔 이후 여러 몬스터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 봤다.

까망이를 휘하에 거둔 것처럼 다른 몬스터도 휘하에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간의 테스트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몬스터들은 플레이어인 현성의 휘하로 들어와 복종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칠게 반항했다.

그건 하위 등급의 몬스터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바다의 제왕 스킬을 얻게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운이 좋았어.’

플레이어인 현성이 몬스터인 까망이를 휘하로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알에서 나온 까망이가 현성을 적이나 먹잇감이 아니라 어미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까망아 먹어.”

현성이 손에 작은 상처를 냈다.

불사의 서가 가진 효과로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하지만 현성의 손바닥 위에는 한 줌의 핏물이 맺혀 있었다.

-키이이익!

까망이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인간이 먹잇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괜찮아.”

현성이 까망이의 콧잔등을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까망이가 권속이 되기만 하면 바로 바다에 투입시킬 수 있어.’

전 세계 바다는 거대한 던전이 되어 버렸다.

바다를 평정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까망이를 투입하는 것이었다.

까망이는 평범한 레비아탄이 아니다.

현성에 의해 비약을 먹고 1레벨부터 총스텟 2,500을 달성한 사기 캐릭터다.

‘아직은 전설 등급이지만 신화 등급까지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

신화 등급 레비아탄이 등장하지 않는 한 까망이는 바다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다.

“어서 먹어.”

계속되는 권유에 결국 까망이가 현성의 피를 핥아 먹었다.

‘권속.’

현성이 권속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어라?’

까망이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피가 너무 적었나?’

영웅 등급 몬스터까지는 한 줌 정도의 피로 권속 스킬을 거는 게 가능했다.

한데 전설 등급은 더 많은 양의 피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몬스터의 등급과 레벨이 높으면 더 많는 양을 먹여야 한다고 했지?’

현성이 다시금 손에 작은 상처를 냈다.

그 후 까망이에게 피를 먹이며 계속해서 권속 스킬을 시전했다.

‘됐다.’

꽤 많은 양의 피를 먹인 후에야 까망이가 현성의 신하이자 권속으로 거듭났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간 바다에 까망이를 바다에 투입시키지 못한 이유는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속이 되면 그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된다.

“까망아, 바다로 가자.”

현성이 까망이를 아공간에 넣었다.

당장 바다로 가서 풀어 줄 생각이었다.

까망이의 완벽한 통제가 가능해진다면 굳이 개인 소유의 던전에서 까망이를 키울 필요가 없었다.

슈욱!

공간 이동 스킬을 이용해 근처 바다로 이동한 현성이 까망이를 풀어 줬다.

-크아아아아앙!

처음으로 드넓은 대해를 본 까망이가 기쁨의 포효를 터트렸다.

그리고 신나게 바다를 누비며 해양 몬스터들을 포식했다.

‘앞으로 바다에 등장하는 레비아탄들도 모조리 권속으로 삼는다.’

까망이를 시작으로 수십 수백 마리로 이루어진 레비아탄 군단을 만들어 바닷길을 완벽하게 통제할 생각이었다.

* * *

현성은 육지로 나간 뒤 강선영 길드장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일단 까망이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려야 했다.

괜히 아군 플레이어들이 까망이를 레이드하겠다고 달려들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예, 자문위원장님.

“각국 정부에 전달해 주실 내용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일단 까망이를…….”

현성의 입에서 까망이의 바다 투입과 레비아탄 군단 양성 계획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는 레베아탄들을 모두 권속으로 삼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권속의 범위를 꼭 레비아탄으로 제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거 좋은 계획이십니다.

현성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인류는 적이었던 몬스터를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저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자문위원장님의 계획이 실현되면 불안해하는 국가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현성의 무력은 이미 어느 정도 각국 수뇌부들에게 공개가 되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모탈 길드의 플레이어 전력도 그리 만만치가 않다.

현성과 이모탈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치면?

웬만한 강대국의 군사력을 가볍게 능가한다.

이에 불안감을 가지는 국가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성과 이모탈 길드의 도움이 없으면 규격 외 몬스터를 퇴치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하는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성이 대규모 몬스터 군단을 휘하에 거느린다면?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볼 국가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더욱 자문위원장님을 경계할 겁니다.

“하하하!”

강선영 길드장의 말에 현성이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인류의 전력을 스스로 축소시킬 수는 없습니다.”

내부의 분란을 걱정해 더욱 안전하게 인류를 수호할 수 있는 스킬을 스스로 봉인해 버린다?

현성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강선영 길드장님이 잘 다독여 주세요. 결국 그들도 납득 할 겁니다.”

또 대안도 없었다.

현성이 하겠다고 한 일이다.

그것도 합당한 명분까지 있다.

각국의 수장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럴 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결국 강선영 길드장도 수긍했다.

애초에 강선영 길드장 역시 현성의 뜻을 꺾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노파심에 했던 말일 뿐이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바다에 레비아탄 등장하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선영 길드장과의 통화를 마친 현성이 곧바로 던전 순례를 시작했다.

1차 목표는 지구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모두 1만 마리 이상 잡아 업적을 모두 완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 다 끝날지는 현성으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3차 대격변으로 인해 해양 몬스터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 * *

‘정말 놀랍구나.’

아이템의 힘으로 인간으로 위장한 이계의 플레이어는 조용히 지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또 자신보다 먼저 왔던 아군이 죽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정보의 전달 속도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계의 플레이어는 지구로 온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수많은 정보를 습득했다.

타 차원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세계 지도, 던전의 위치, 각국 플레이어들의 수준, 각국 플레이어의 숫자 등등.

상당히 많은 정보들을 인터넷이라는 손쉬운 수단을 통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핵심 정보를 구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정보만으로 엄청나게 방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놈이 죽었기 때문에 내가 올 수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죽은 아군의 전투력이 얼마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나랑 비슷한 수준일 수도 있어.’

그럴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가 죽고 자신이 지구에 들어왔으니까 말이다.

‘최현성 플레이어라는 자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신화 등급 몬스터를 상당히 힘들게 잡았다.

설사 초월 등급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힘들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잡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마 지구에 초월 등급의 몬스터가 등장했더라도 최하위 등급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말이다.

‘일단 협력자를 만든다.’

현재 이계의 플레이어에게는 아군이 없다.

당연히 현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군을 포섭하는 것이었다.

먼저 온 녀석은 몬스터를 휘하로 둘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몬스터 웨이브를 이용해 게릴라를 펼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온 이계 플레이어의 장기는 그런 게 아니었다.

‘권력자를 찾는다.’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류.

그들을 분열시키고 그들 중 일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게 새로운 차원을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국가나 차원 전체의 이득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 매국노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었으니까 말이다.

* *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이곳에서는 갑작스러운 강선영 길드장의 통보에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몬스터까지 지배하다니?”

윌슨 대통령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몬스터는 인류의 적이다.

대격변 이후 인류는 몬스터의 사체에서 나오는 마석을 이용해 많은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피해가 더 컸다.

대격변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몬스터의 이빨과 발톱에 목숨을 잃었다.

“플레이어의 도움 없이 군부의 군사력만으로 전설 등급 몬스터를 완벽하게 격퇴할 수 있습니까?”

윌슨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타격 지역의 피해를 감안하지 않고 핵까지 사용한다면 가능합니다.”

“그 이상은요?”

“불가능합니다.”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미국 국방부 장관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아.”

윌슨 대통령이 고개를 푹 하고 숙였다.

불과 얼마 전에 현성이 부리는 언데드 몬스터로 인해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한데 이제는 언데드 몬스터도 아니고 살아 있는 몬스터를 부리겠다고 한다.

“최현성 플레이어와 우리 미합중국이 전면전을 벌인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됩니까?”

윌슨 대통령의 말에 장관과 참모 들의 표정이 일제히 돌처럼 굳어졌다.

“어서 말해 보세요.”

“그게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전면전을 벌인다면 미국과 한국 모두 불바다가 될 겁니다.”

“한국은 논외로 하고 최현성 플레이어와 이모탈 길드만 전력으로 판단해 보세요.”

“최현성 플레이어가 한국을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니, 오히려 우리가 더 불리합니다.”

“하!”

국방부 장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할 말을 잃었다.

‘우리 미합중국이 일개 개인과 싸워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인가?’

아니,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패배를 걱정하고 있었다.

“대통령님, 최현성 플레이어와는 무조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와 적대해서 미합중국에 좋을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와의 관계 악화는 본국에 득은 없고 실만 있는 일이 될 겁니다.”

장관과 참모 들이 한목소리로 최현성 플레이어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건 나도 알고 있습니다.”

윌슨 대통령도 최현성 플레이어와 적대해서 좋을 게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단순히 무력과 재력만을 걱정하는 건 아니다.

정치적으로 봐도 미국 내에 최현성 플레이어의 지지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괜한 말실수를 해서 최현성 플레이어를 적으로 돌린다면?

현 여당이 다음 선거에서 대패할 수도 있었다.

“오늘 내가 했던 말은 철저히 비밀로 부쳐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결국 백악관에서 벌어진 회의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났다.

쉽게 말해 최현성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권속으로 삼아 부리는 것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결정한 것이다.

‘걱정이군.’

윌슨 대통령은 최현성 플레이어가 두려웠다.

처음에는 그저 뛰어난 플레이어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한데 지금은 아니다.

일개 개인이 미국의 안위를 위협할 정도까지 그 세력이 강해졌다.

‘앞으로는 더 강해지겠지.’

어쩌면 최현성 플레이어가 지구를 지배하는 절대왕정의 군주가 될지도 몰랐다.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라야겠군.’

안타깝게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 * *

현성은 열심히 던전 업적을 클리어하고 있었다.

위이이잉!

그때 강선영 길드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문위원장님, 저 강선영입니다.

“잘 해결된 겁니까?”

현성의 물음에 강선영 길드장이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자문위원장님의 몬스터 군단 보유를 묵인할 걸로 판단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요.

강선영 길드장의 겸연쩍은 목소리에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 잡음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접어 놔도 될 것 같았다.

‘문제 될 건 없지만 괜히 귀찮아지니까.’

현성도 굳이 타국 정부를 압박해 얼굴 붉힐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전설 등급이나 그 이상의 몬스터가 발견되면, 곧바로 자문위원장님께 연락이 갈 겁니다.

“제가 다 권속으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꽤 큰 도움이 되겠군요.”

대도시에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현성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퇴치하지 않을 수는 없다.

또 세계 각국의 정부는 전설 등급 마석과 아이템이 필요했다.

현성이 전설 등급 몬스터를 모두 권속으로 만들어 버리면, 각국의 정부는 원하는 전설 등급 마석과 아이템을 얻을 수가 없었다.

-아마 자신들이 잡을 수 있는 건 잡고 아닌 건 양보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렇게 되겠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현성은 그 뒤로 강선영 길드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이제부터 몬스터 군단을 만든다.’

전설 등급과 준신화 등급 그리고 신화 등급으로 이루어진 몬스터 군단이 완성된다면?

‘초월 등급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인류는 완벽하게 안전해진다.’

가능하다면 초월 등급 몬스터도 한번 권속으로 삼아 볼 생각이었다.

‘잘하면 가능할 수도 있어.’

권속 스킬은 초월 등급이다.

아마 신화 등급 몬스터까지는 안정권일 것이다.

하지만 초월 등급 몬스터에게까지 권속 스킬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인류는 더욱더 안전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초월 등급 몬스터로 이루어진 군단을 꾸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뭐, 안 될 확률이 더 높기는 하지만…….’

아마 신화 등급 몬스터까지가 권속 스킬의 한계로 짐작되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신화 등급 몬스터가 가진 무력 역시 엄청나게 강하니까 말이다.

‘그럼 다시 사냥을 나가 볼까?’

현성이 던전으로 들어가기 전 게임 서버와 게시판을 훑어봤다.

‘어?’

그러던 도중 현성의 눈에 특이한 게시글이 들어왔다.

[배X카 산다!]

마진평 - 최현성 플레이어 배X맨 영화에 나오는 배X카를 구매하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배X카는 판매 품목에 없는 겁니까? 전 피규어나 RC카가 아닌 진짜 배X카를 구하고 싶습니다. 가격이 비싸서 그런 겁니까? 무조건 구해 주십시오. 나는 다른 슈퍼카의 열 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 브루스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발 팔아만 주십시오!

↳ 진소운 – 이하동문.

↳ 바키라오 – 이 정도로 요구하면 좀 팔아 줘라!

↳ 펜드리루 – 바키라오 넌 말 좀 곱게 해라. 그러다 안 팔면 네가 책임질 거냐?

↳ 바키라오 – 넌 왜 나한테 시비야? 나도 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 펜드리루 – 그럼 공손히 부탁을 해야지.

↳ 바키라오 – 남의 일에 신경 꺼라.

……후략……

“하하하!”

설마 배X카 판매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잘만 하면 큰 포인트가 되겠어.’

현실에서도 배X카는 존재한다.

애초에 영화에 등장한 배X카부터가 영화 촬영을 위해 실제 특별 주문 제작한 차량이다.

또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 보면 배X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영상들이 등장한다.

영화 촬영 장면이 아니다.

부호들이 특별 주문 제작한 배X카를 타고 다니는 것이다.

‘특별 주문 제작을 하자.’

특별 주문 제작을 하려면 일반 차량을 구매하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포인트를 떠올리면 푼돈이나 다름없다.

‘비싸 봐야 몇십억 단위겠지.’

현성은 이미 그런 차량을 취미 삼아 모을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있었다.

‘어, 이건 또 뭐야?’

배X카가 아니라 다른 걸 팔아 달라는 글도 올라와 있었다.

[범X비랑 트X스만 팔지 말고 다른 오X봇 대원들도 좀 팔아!]

스피터 – 왜 범X비랑 트X스만 파냐? 다른 오X봇 대원들 좀 팔아 줘라. 특히 대장인 옵XX스 프X임 좀 팔아 줘! 변신 안 해도 된다니까! 그냥 차량 형태만 좀 팔아 줘! 내가 당장 산다!

↳ 브루스 – 저도 삽니다.

↳ 바키라오 – 아까는 배X카 산다더니?

↳ 브루스 – 둘 다 살 거거든. 남의 일에 신경 꺼라.

↳ 진소운 – 저도 꼭 사고 싶습니다!

……후략……

“하하하!”

배X맨에 이어 트랜XX머까지…….

‘다 팔아 주지.’

현성은 주로 세단과 SUV 그리고 스포츠카와 슈퍼카를 팔았다.

한데 특별한 요청이 들어왔다.

‘제대로 한탕 할 수 있겠어.’

포인트를 못 줘서 안달이 나 있으니 팔아 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현성은 즉시 주문이 들어온 차량 구입에 나섰다.

당장 살 수 있는 차량은 한국이 아니라 타국으로 넘어가서라도 바로 구입했다.

운 좋게도 배X카의 경우는 중고 매물로 나온 게 있어서 바로 구입해 판매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성이 생각해도 좀 심할 정도로 바가지를 팍팍 씌운 물품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팔려 나갔다.

[왜 한 대밖에 안 팔아!]

마진평 – 배X카를 한 대밖에 안 팔아서 못 샀잖아! 팔 수 있는 거면 팍팍 좀 팔지 왜 한 대만 판 거야!

↳ 브루스 – 옳소!

↳ 진소운 – 최현성 플레이어는 당장 가지고 있는 물량을 풀어라!

↳ 바키라오 – 바보 같은 놈들 그러니까 재빨리 움직였어야지.

↳ 펜드리루 – 바키라오, 설마 네가 산 거냐?

↳ 바키라오 – 맞다. 인증샷도 같이 올린다.

↳ 펜드리루 – 크윽! 젠장!

↳ 마진평 – 왜 하필 저런 놈한테!

……후략……

‘인기가 좋네.’

현성은 간단하게 특별 주문 차량의 경우 제작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배X카를 포함해 양산형이 아닌 특별 주문 차량들을 대거 주문했다.

현성이 한창 자동차 장사로 재미를 보고 있을 무렵.

이계의 플레이어가 지구 플레이어의 탈을 뒤집어쓰고 본격적으로 인간 사회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 * *

미국 뉴욕 지부 플레이어 협회.

“플레이어 신분증을 갱신하러 왔습니다.”

한 플레이어가 신분증 갱신을 위해 미국 뉴욕 지부 플레이어 협회를 찾았다.

“의무 갱신 기간이 아닌데 오셨군요?”

플레이어 협회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플레이어 신분증 의무 갱신 기간을 귀찮게 생각했다.

그래서 의무 갱신 기간을 넘겨 벌금을 내는 플레이어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의무 갱신 기간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신분증을 갱신하러 오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네. 그런데 의무 갱신 기간 전에 온다고 해서 플레이어 신분증 갱신이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플레이어의 말에 플레이어 협회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벨을 공개해 주시죠.”

플레이어 협회 직원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분증을 갱신하러 온 플레이어는 500레벨을 넘긴 고레벨 플레이어였다.

이 정도 되는 레벨의 플레이어들은 어지간해서는 레벨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플레이어가 태연한 표정으로 레벨을 공개했다.

그리고 공개된 레벨을 확인한 플레이어 협회 직원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플레이어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가치를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플레이어 협회 직원이 열심히 어딘가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플레이어 협회의 뉴욕 지부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카렌 양,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뉴욕 지부장의 말에 이계의 플레이어…… 아니, 카렌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쪽으로,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뉴욕 지부장의 말에 플레이어 카렌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뉴욕 지부 플레이어 협회에서 온 연락에 백악관이 뒤집어졌다.

“저, 정말 800레벨이라는 말인가?”

윌슨 대통령이 긴장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예, 뉴욕 지부장이 다시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카렌 양의 레벨은 800레벨이 확실합니다.”

“최현성 플레이어나 이모탈 길드와의 접점은?”

“전혀 없습니다.”

“타국에 포섭되었을 가능성은?”

“카렌 양은 미합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입니다. 또한 타국을 방문한 경험조차 없습니다.”

“정말 대단하군. 그런데 어떻게 800레벨을 달성했지?”

윌슨 대통령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사냥해야 강해진다.

현재 지구에 등장하는 고레벨 몬스터들의 레벨은 고작해야 500~600대였다.

등급 대비 레벨이 꾸준히 상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규격 외 몬스터가 아닌 이상 800레벨을 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그건 저도 의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마 최현성 플레이어처럼 특별한 고유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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