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참사
‘그런데 도대체 이놈은 어떻게 던전을 빠져나온 거지?’
던전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몬스터가 감시자 몰래 빠져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 순간 현성의 머릿속에 놈이 발견된 근원지가 떠올랐다.
‘망할…….’
한국은 던전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말리아 같은 빈국은 사정이 달랐다.
먹고살기도 바쁜 곳이다 보니 관리는커녕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당장 전 세계 던전 출입구의 보안을 강화해야 해.’
그와 더불어 비행기 탑승구에도 감시 장치를 설치해야 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큰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곧바로 국제연합 수호 기구를 통해 새로운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세계 각국에 알리고 대응책을 지시했다.
그 후 곧바로 소말리아로 향했다.
현성을 소말리아로 이동시켜 주는 역할은 당연히 사라가 맡았다.
“어서 오십시오!”
“최현성 플레이어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소말리아 정부 인사들이 환한 표정으로 현성을 반겼다.
“국정 운영은 잘하고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현재 우리 소말리아는…….”
소말리아 정부 인사들은 현성에게 자신의 실적을 자랑하기 바빴다. 마치 그 모습이 부모님에게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네.’
소말리아 정부 핵심 인사들은 모두 플레이어였고 현성의 신하였다.
쉽게 말해 광신도들과 정신 상태가 똑같았다.
현성을 살아 있는 신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소말리아 정부 인사들은 신이 내린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신이 알아주기 원했다.
“훌륭합니다. 앞으로도 소말리아의 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 주세요.”
“제 목숨을 다 바쳐서라도 소말리아의 번영을 이뤄 내겠습니다!”
“부정부패가 발도 못 붙이게 만들겠습니다!”
현성의 말 한마디에 난리가 났다.
‘골치 아프네.’
현성은 그 후 적당히 소말리아 정부 인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들의 틈에서 빠져나왔다.
‘없네.’
현성은 소말리아에 도착하기 전부터 호루스의 눈을 착용하고 있었다.
새로운 몬스터의 출원지가 소말리아였기에 비슷한 놈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데 없었다.
‘일단 세이나부의 자택부터 수색해 보자.’
현성이 세이나부의 집으로 향했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감과 동시에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으흠.’
현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사이코 메트리 스킬은 마력이 머문 물체의 기억을 읽어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반 사물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런데…….
‘정보가 없어.’
아예 정보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현성이 원하는 정보가 없었다.
사이코 메트리 스킬에 읽힌 기억들은 모두가 사건 발생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조사원들이 들어오고 조사가 시작되는 장면.
그 이전의 정보는…….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마치 누가 지우개로 지워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파괴의 흔적은 없는데.’
강한 마력이 집 전체를 휩쓸었다면 사이코 메트리 스킬로도 사물이 기억하고 있는 정보를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집 안은 말끔했다.
‘골치가 아프네.’
직접 소말리아까지 날아온 이유는 스킬의 도움을 받으면 무언가 얻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없었다.
‘뭔가 있기는 있는데.’
수사 시작 이전의 정보가 말끔하게 지워진 게 더 수상했다.
현성이 세이나부의 집을 빠져나왔다.
그 후 집 주변을 사이코 메트리 스킬로 꼼꼼하게 수색했다.
하지만 특별히 얻은 정보는 없었다.
그때 갑자기 호루스의 눈에 몬스터의 존재가 감지되었다.
‘왜 갑자기?’
현성이 그대로 호루스의 눈이 파악한 위치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슈욱!
공간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낸 현성의 눈에 비친 것은 평범한 영웅 등급 몬스터들이었다.
현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쓰려고 했다.
그때 소말리아 플레이어들이 허겁지겁 뛰어와 영웅 등급 몬스터를 사냥했다.
‘던전에서 빠져나온 건가?’
영웅 등급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던전 근처였고 던전의 입구는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단순한 던전 출입구 관리 소홀인 것 같았다.
‘이러니 사고가 터지지.’
현성은 소말리아 정부에 던전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할 것을 지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성은 일주일가량을 더 소말리아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번처럼 던전 밖으로 몬스터가 빠져나오는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결국 현성은 별다른 소득 없이 한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 * *
‘드디어 떠났군.’
이계인이 사라지는 현성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계인은 현성이 등장한 순간부터 철저하게 본인의 모습을 숨겼다.
하지만 단순히 웅크리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몇 가지 실험을 통해 현성의 탐지 능력을 테스트했다.
바로 던전 출입구 파괴.
몬스터를 던전 밖으로 끌어낸 장본인이 바로 이계인이었다.
사실 관리가 워낙 허술해서 몬스터 몇 마리의 심령을 제압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던전 출입구를 파괴할 수 있었다.
‘호루스의 눈이라는 아이템의 성능이 꽤 뛰어나군.’
호루스의 눈에 대한 정보는 꽤 널리 알려져 있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각국의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게 이계인에게는 상당히 큰 방해물로 작용했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다니…….’
이계인은 플레이어다.
하지만 이계인이 자신의 피와 살을 섞어 만든 권속은 몬스터로 분류된다.
그 말인즉 인간으로 아무리 잘 위장시켜도 호루스의 눈을 만나는 순간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내 정체를 숨기는 건 가능하지만, 권속들까지 숨길 수는 없다.’
이계인은 엄청난 고레벨 플레이어다.
당연히 호루스의 눈에도 감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계인은 자신의 마력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은신하는 스킬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은신 스킬은 이계인이 호루스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해 줬다.
문제는 권속들이다.
권속들까지 그런 스킬을 익히게 할 수는 없었다.
또 각국의 권력자들을 죽인 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어 꼭두각시처럼 부린다는 선택지 역시 사라졌다.
‘골치가 아프군.’
이계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장기가 봉인당한 셈이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
이계인이 지구 점령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 * *
현성은 소말리아에서 별 소득 없이 돌아온 뒤 바로 연구실을 찾았다.
-크르르르!
포획한 몬스터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하지만 연구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 봤습니다. 이 녀석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몬스터입니다.”
연구실 책임자의 말에 현성이 혀를 찼다.
“더 이상 연구를 지속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씀이시죠?”
현성의 말에 연구실 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르릉.
현성이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업적이 뜰까?’
전설 등급이라도 다 업적이 뜨는 게 아니다.
하지만 네임드 몬스터의 경우에는 100% 업적이 뜬다.
푸욱!
현성이 생포된 몬스터의 숨통을 끊었다.
하지만 아무런 업적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체는 아이템으로 변하지 않고 본래의 모습 그대로의 원형을 유지했다.
현성이 표정을 구기고 탐식의 서를 사용했다.
하지만…….
‘뭐야?’
탐식의 서가 죽은 몬스터의 사체를 모두 먹어 치웠다.
한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탐식의 서가 성장하지도 않았고 스텟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이게 마지막이다.’
현성이 망자의 부활 스킬을 시전했다.
하지만…….
‘없어.’
놀랍게도 몬스터의 영혼이 보이지 않았다.
‘절대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야.’
일반적인 몬스터에게서 나타나야 할 특징들이 단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업적과 탐식의 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망자의 부활 스킬이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분신 같은 건가?’
본체를 사냥했다면 업적이나 탐식의 서는 몰라도 망자의 부활 스킬은 반응을 해야 했다.
한데 망자의 부활 스킬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이건 이 몬스터의 본체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전 세계를 다 뒤질 수도 없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 * *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호루스의 눈 다운그레이드판이 대거 보급되었다.
3차 대격변은 인류에게 있어서 커다란 위기였다.
하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니 그에 합당한 대가가 돌아왔다.
현성은 초기 3차 대격변 당시 수많은 전설 등급 해양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 후에도 꾸준히 전설 등급 해양 몬스터가 출몰했다.
현성이 직접 나서서 처리한 적도 있었고 각국의 랭커들이 처리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전설 등급 아이템과 마석은 인류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각국의 수도에는 모두 호루스의 눈 다운그레이드판이 깔렸어.’
그뿐 아니라 공항과 던전 출입구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되었다.
자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나라는 국제연합 수호 기구 차원에서 지원을 해 주었다.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는 거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성은 안심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바짝 긴장해 있었다.
인간으로 위장했던 몬스터의 본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기는 한데.’
묘하게 불안했다.
위이이잉!
그때 현성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강선영 길드장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큰일 났습니다!
현성이 전화기를 받기 무섭게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죠?”
-중동에서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자력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중동요?”
현성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중동은 석유로 인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리고 그 부는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마석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석유는 여전히 인류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자원이니까 말이다.
‘관리는 철저하게 했을 텐데.’
많은 도움을 줬지만 아프리카 대륙은 아직도 던전 관리가 부실하다. 하지만 중동은 예전부터 던전을 철저하게 관리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중동에서 난리가 나면 전 세계 유가가 폭등한다.
* * *
중동. 사막과 모래가 가득한 땅.
하지만 중동은 석유를 팔아 번 부를 이용해 사막 한가운데 엄청난 대도시를 건설했다.
꽈아아아앙!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한복판에서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캬아아아악!
공중형 몬스터의 한 종인 와이번 무리가 하늘을 누비며 지상을 화염 바다로 만들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플레이어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도인 리야드에만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게 아니었다.
석유 추출 시설, 사막지대, 대도시, 소도시 등등…….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다.
이건 사우디아라비아 플레이어들이 자력으로 막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은 절망했다.
1차 대격변을 힘겹게 극복했다.
2차 대격변은 만반의 대비를 한 덕에 무난히 넘겼다.
3차 대격변도 역시 큰 피해 없이 넘겼다.
한데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멸망할 판이었다.
콰콰콰콰콰.
그때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을 비행하고 있던 와이번 무리를 일거에 쓸어버렸다.
파지지지직!
칠흑빛 뇌전은 지상에서 설치고 있던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왔습니다!”
신하의 말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원자가 등장했으니 다행히도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 * *
‘완전 개판이네.’
현성이 이마를 찡그렸다.
나라 전체가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한 꼴이었다.
호루스의 눈으로 파악한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급한 대로 워터 브레스와 흑뢰신의 숨결을 이용해 1차적으로 정리를 했다.
‘잔챙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플레이어들에게 맡기자.’
현성이 연속적으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을 누볐다.
워터 브레스를 난사하고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흩뿌렸다.
뚱이와 덕구 역시 정신없이 움직이며 몬스터를 소탕했다.
현성이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움직인 결과 겨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를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쉴 여유가 없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중동의 부자 국가로 유명한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포함해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등 수많은 나라들이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난리가 났다.
‘그나마 혼자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지.’
현성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그다음은 루시아가 왔다.
그 후에는 중동 전역에 이모탈 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들을 투입시켰다.
한국에서만 온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국가의 랭커들이 총동원되었다.
당연히 그들의 수송은 사라가 맡았다.
수백 번이 넘는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을 시전한 사라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수백 명의 랭커들이 투입된 덕분에 중동에서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는 빠르게 진압되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석유값 폭등하겠네.’
중동의 석유 추출 시설이 대부분 박살 났다.
마치 몬스터들이 일부러 석유 추출 시설을 노리고 공격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 * *
‘빠르다.’
이계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그간 들인 자신의 노고가 아까울 정도로 너무도 손쉽게 몬스터 웨이브를 진압해 버렸다.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발발하자마자 플레이어들이 튀어나왔다.
그 후에는 전 세계에서 최현성 플레이어를 필두로 각국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투입되어 순식간에 몬스터 웨이브를 진압해 버렸다.
‘정보 전달력과 이동속도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군.’
그간 멸망시켰던 차원들과는 대응 속도가 천양지차였다.
각국의 알력 같은 게 없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플레이어들이 하나로 뭉쳐 움직였다.
‘단일 제국을 이뤘던 차원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늘…….’
단일 제국도 영주들의 알력과 정보 전달력의 부족으로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힘을 합치지 못했다.
한데 지구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이모탈 길드가 문제로군.’
세계 각국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모두 이모탈 길드 소속이었다.
단순히 소속만 그렇게 둔 게 아니라 최현성 플레이어의 신하였다.
‘군주 플레이어의 휘하에 있는 신하들의 충성심은 실로 엄청나지.’
사실상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최현성 플레이어의 깃발 아래 통합되어 있는 꼴이었다.
‘그래도 최초의 목적은 달성했다.’
석유 추출 시설의 파괴.
1차적인 목표는 이뤘다.
‘다음은 유럽이다.’
아랍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이동하며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킬 계획이었다.
국가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전 세계의 경제를 마비시킨다.
그게 현재 이계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 방법이었다.
* * *
현성은 몬스터 웨이브를 진압한 뒤 호루스의 눈을 통해 중동 전역을 꼼꼼하게 수색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을 전혀 찾아낼 수가 없었다.
‘분명히 뭔가 있기는 있는데.’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수상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것부터가 이상했다.
또 몬스터들이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석유 추출 시설을 파괴한 것도 이상했다.
‘이성이 없는 몬스터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야.’
현성이 과거 목격했던 말하던 몬스터를 떠올렸다.
‘확실히 연관이 있어.’
그때 사냥했던 몬스터는 분명 지능이 있었다.
지금 몬스터들의 움직임 역시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몬스터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무언가 수상한 점이 있었다.
‘호루스의 눈에는 감지되지 않는다 이거지.’
그럼 직접 발품을 팔아 가며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 * *
세계 각국의 수장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중동에서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자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이 들었고 던전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던전 출입구를 지켰다.
플레이어들 역시 경계 근무에 동참했다.
중동 국가들은 이번 몬스터 웨이브 사태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주요 도시가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원유를 생산하는 석유 추출 시설 역시 박살이 났다.
중동 국가들은 천문학적인 인적, 물적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직접적인 문제는 중동에서 일어난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사태가 원유 가격의 폭등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타국의 석유 재벌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루머까지 돌 지경이었다.
‘경계심이 올라갔군.’
이계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터키부터 시작해 그리스와 불가리아까지…….
이계인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마다 경계가 엄청나게 강화되어 있었다.
국경의 경계도 강화되었다.
하지만 그런 경계는 이계인의 능력 앞에서는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었다.
비플레이어로 구성된 군대.
고작해야 300레벨 정도 수준의 플레이어들까지.
던전 출입구에 마력 식별 장치를 달아 놓기는 했지만 그걸로 이계인을 감지할 수는 없었다.
이계인은 신화 등급 아이템인 호루스의 눈까지 피할 수 있는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고작해야 희귀 등급에 불과한 마력 식별 장치로 이계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야겠군.’
이계인이 터키의 던전들로 숨어들었다.
그 후 몬스터 한 마리를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몬스터들의 심령을 제압해 권속의 명령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계속해서 움직이며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이계인의 레벨과 스텟이 지속적으로 손실되었다.
하지만 이계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레벨과 스텟은 나중에 복구하면 그만이야.’
어차피 정면 대결로 최현성 플레이어를 이기는 건 무리였다.
거기다 지구에는 루시아 플레이어라는 실력자도 존재했다.
정면 대결로 이기기 힘들다면?
꼼수를 쓰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이계인은 혼자다.
선발대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는 것만으로도 그 공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계획이 성공하면 좋겠군.’
계획대로만 된다면?
혼자 힘으로 지구라는 이름의 별을 점령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 * *
현성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했던 중동 지역을 수색하며 작은 단서라도 얻을 수 있을까 수색을 계속했다.
‘걸리기만 해 봐라.’
현성은 신화 등급 감지 스킬을 하나 구입했다.
과거 구입했던 준신화 등급 감지 스킬 심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스킬의 이름은 신안.
신안 스킬은 마력을 감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력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까지 가능했다.
‘이놈이 맞는 것 같은데.’
현성은 신안 스킬을 통해 특이한 파장의 마력 하나를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몬스터 웨이브가 벌어졌던 장소와 세이나부의 자택에서도 동일한 파장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문제는 마력의 파장이 중간중간 끊겨 있다는 점이었다.
현성은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 특이한 파장의 마력의 흔적을 추적했다. 그리고 그 결과 마력의 주인이 터키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안 스킬은 아주 고분고분하단 말이지.’
흑뢰신의 숨결과 다르게 신안은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능력을 모두 현성에게 제공했다.
문제는 터키에 들어서면서 발생했다.
‘다 느껴지잖아.’
던전 곳곳에서 특이한 파장의 마력이 감지되었다.
이는 이미 적이 준비를 끝냈다는 뜻이었다.
현성이 강선영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현성입니다.”
-네, 자문위원장님?
“당장 각국의 최상위 랭커들을 터키로 파견해 주세요.”
-무슨 일입니까?
“중동에서 있었던 일이 터키에서 재현될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강선영 길드장이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예, 중동 던전에서 감지했던 마력이 터키의 던전에서도 동일하게 느껴집니다.”
-당장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현성은 추적을 계속했다.
‘점점 진해지고 있어.’
중동에 남아 있던 마력의 파장은 아주 미약해서 그 존재조차 잡아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터키는 달랐다.
남아 있는 마력의 파장이 아주 짙었다.
마력의 파장을 따라 추적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 * *
‘어떻게 된 거지?’
이계인이 현성의 존재를 감지했다.
‘나를 추적한 건가? 도대체 어떻게?’
이계인의 눈에 현성은 상당히 기이한 존재였다.
군주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강했다.
보통 군주 직업의 경우 전직 보상으로 모든 스텟이 동일하게 오른다.
그 말은 모든 방면에 다재다능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정점에 오르기 어렵다는 말과 같았다.
한데 현성은 달랐다. 육탄전과 원거리 전투 모두에서 정점에 달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그분을 보는 것 같군.’
자신이 사는 차원의 모든 일족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왕 중의 왕.
그는 대군주였고 모든 방면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계인이 고개를 휘휘 가로저었다.
그분은 저급한 3급 차원의 생명체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고귀한 존재였다.
그분이 직접 이 지구라는 차원에 강림했다면?
‘이미 지구 점령이 완료된 상태였겠지.’
협약에 의해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원통할 뿐이었다.
‘일단 몸을 피하자.’
이계인이 연달아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심령으로 지배하고 있는 권속들에게 일제히 공격 명령을 내렸다.
꽈아아아앙!
던전 출입구가 박살 나고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아쉽군.’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던전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시간은 벌어 주겠지.’
이계인이 도주하는 동안 터키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다.
-크아아아앙!
도심 한가운데 몬스터가 등장해 날뛰기 시작했다.
“바로 제압해!”
“단 한 놈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하지만 현성의 소집령을 듣고 몰려든 랭커들 덕분에 중동에서처럼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푸욱!
-캬앙!
화르르륵!
-캬아아아!
몬스터들은 던전 출입구를 빠져나오는 순간, 랭커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그대로 산화했다.
한편 그 시각.
현성과 이계인은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를 이어 가고 있었다.
‘이 자식이 진짜 끈질기네.’
현성은 연속적으로 그리고 변칙적으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는 적 때문에 짜증이 솟구쳤다.
놈은 같은 장소로 되돌아와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교묘하게 현성의 추적을 따돌렸다.
문제는 그 장소가 바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지점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마력의 파장과 새롭게 만들어진 마력의 파장이 하나로 뒤섞였다. 현성으로서는 추적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했나?’
이계인은 현성의 존재를 사전에 파악하고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켰다.
그리고 몸을 피했다.
‘포인트도 얼마 없는데.’
아무래도 신화 등급 은신 스킬을 하나 더 구입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