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권. 지구의 제왕 (129/225)

┃지구의 제왕

레비아탄의 숨통이 끊어졌다.

그 순간 현성의 눈앞에 두 가지 메시지가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초월 등급]

-단독으로 10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상위 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레벨 파괴자 - 초월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초월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초월 등급 네임드 몬스터 레비아탄 킹투스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레비아탄 킹투스를 쓰러트린 자 - 초월 등급]

‘미친.’

현성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초월 등급이었어?’

현성이 생각해도 너무 강했던 몬스터다.

아무리 바다라는 상성이 있다고 해도 처음 상대했던 거대한 레비아탄과는 그 격이 달라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월 등급이라니?

‘이건 반칙 아니야?’

이제 겨우 전 세계의 상위 플레이어들이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럼 규격 외 몬스터가 나와도 신화 등급까지가 적정선 아니겠는가?

‘도대체 왜 갑자기 초월 등급 몬스터가 튀어나와?’

신화 등급 몬스터만 해도 엄청난 재앙이다.

하지만 현성의 도움이 없어도 인류가 힘을 합치면 어찌어찌 무찌를 수도 있다.

물론 엄청난 피해를 입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초월 등급은 다르다.

현성이 놈을 쓰러트리지 못했다면?

인류는 그대로 멸망해 버렸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놈이 육지를 탐하지 않고 바다에 얌전히 있었다고 가정해도 인류는 영원히 바다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루시아나 파르티샤의 차원에 비해 대격변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것도 모자라 몬스터 수준도 너무 높았다.

‘지구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신은 지구에게만 유독 더 혹독한 것 같았다.

‘일단 전리품부터 챙기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외모를 하고 있던 현성의 모습이 다시금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레비아탄은 초월 등급 몬스터였다.

그렇기에 현성에게 엄청나게 많은 포인트를 선물해 줬다.

사아아아악!

레비아탄의 몸에서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망자의 부활.’

현성이 망자의 부활 스킬을 사용해 레비아탄을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려고 했다.

무려 초월 등급이다.

언제 또 초월 등급 언데드 몬스터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드드드득!

남은 마력이 순식간에 빨려 나갔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액티브 스킬 망자의 부활 – 준신화 등급보다 월등히 격이 높은 개체의 영혼입니다. 언데드 몬스터의 온전한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온전한 통제를 원하신다면, 격에 맞는 스킬을 습득하셔야 합니다.

‘상위 등급은 안 된다는 거냐?’

망자의 부활 스킬이 가진 등급은 준신화다.

하지만 신화 등급 몬스터까지는 무리 없이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고 통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격이 높은 초월 등급 언데드 몬스터의 경우는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듯했다.

‘만들 수는 있지만 온전히 사용하지는 못한다라.’

그렇다면 꽤 신중하게 사용해야 했다.

아무리 강한 무력을 가졌어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병기는 주인에게 독이 될 뿐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지.’

현성은 일단 망자의 부활 스킬을 통해 레비아탄을 언데드로 만들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저 기초만 다졌을 뿐이다.

등급이 등급인 만큼 완성을 시키려면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초월 등급 한 마리에 신화 등급 한 마리라.’

삼두룡과 현무를 비롯한 다수의 전설 등급 언데드 몬스터를 잃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얻었다.

‘나머지도 회수해야지.’

초월 등급 레비아탄과 신화 등급 레비아탄이 남긴 전리품을 얻을 때였다.

사아아아악!

레비아탄의 잔존 마력이 뭉쳐 하나의 덩어리로 화했다.

‘고작 한 개?’

초월 등급 레비아탄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템은 단 하나였다.

‘초월 등급 몬스터가 원래 아이템을 적게 주는 건가? 아니면 용혈검이 너무 많은 피를 빨아 먹어서 적게 주는 건가?’

사례가 단 한 번뿐이니 현성으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제발 도움이 되는 녀석이었으면 좋겠는데.’

현성은 초월 등급 스킬도 없고 아이템도 없다.

당연히 어떤 물품을 주든 업적을 획득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존의 스킬이나 아이템 세팅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잔존 마력이 밝은 빛을 내뿜으며 스킬북으로 화했다.

‘스킬북이냐?’

살짝 아쉬웠다.

스킬의 경우 신화 등급 스킬들을 성장시켜 초월 등급으로 만드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어차피 방어구나 액세서리의 경우는 세트 아이템이라 초월 등급이 나와도 바꾸기가 애매했다.

현성이 스킬북을 집어 들었다.

[워터 브레스 - 초월 등급]

-액티브 스킬북

-레비아탄 로드의 워터 브레스 스킬을 사용하게 해 줍니다.

-액티브 스킬북 워터 브레스 - 초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끄응.’

현성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공격력이 엄청나기는 했지만…….’

기존 현성의 스킬과는 그리 상성이 좋지 않았다.

‘마력 소모도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기왕이면 방어력이나 공격력을 올려 주는 패시브 스킬북을 원했다.

액티브 스킬북이 나오더라도 피어나 위엄 같은 정신계 압박 스킬이 나왔으면 했다.

한데 수 계열 공격 스킬북이 나와 버렸다.

‘하필 나와도 이렇게 융통성 없는 스킬이 나오냐?’

어차피 수 계열 공격 스킬북을 줄 거라면 흑뢰신의 숨결이나 화염의 서처럼 자유자재로 변형 및 제어할 수 있는 종류의 스킬북이 더 좋았다.

‘어쩔 수 없지.’

어찌 되었든 초월 등급은 초월 등급이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익힐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신화 등급]

-최초로 초월 등급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초월 등급 스킬을 손에 넣은 자 - 신화 등급]

당연히 업적이 떴다.

현성은 업적보다 최초로 습득한 초월 등급 스킬이 전달해 주는 정보에 집중했다.

‘이건 딱히 제약은 없는 것 같은데.’

흑뢰신의 숨결과 같은 특별한 제약은 없어 보였다.

일반적인 스킬처럼 마력을 소모해 발현하는 단순한 구조였다.

물론 효율과 위력 자체는 신화 등급 스킬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패시브 스킬을 발동시키지 않고 더 간절히 원했다면 변하는 게 있었을까?’

흑뢰신의 숨결이 가진 온전한 힘.

현성은 그것을 끌어내고 싶었다.

‘끌어내도 쉽지 않았을 거야.’

바닷속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흑뢰신의 숨결이 가진 공격력이 줄어들었다.

온전한 힘을 끌어냈더라도 그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 기회를 노려 보자.’

흑뢰신의 숨결이 가진 온전한 힘을 끌어낼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신화 등급 레비아탄의 전리품도 확인해야지.’

현성이 아까 신화 등급 레비아탄을 사냥했던 자리로 향했다.

‘세 개.’

용혈검에 의해 꽤 많은 피를 빨렸지만 그래도 세 개의 아이템을 남겼다.

현성이 세 개의 아이템을 회수했다.

[레비아탄의 비늘 - 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북

-물리 공격 저항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스킬 공격 저항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수 계열 공격에 대한 내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바다의 제왕 – 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북

-낮은 등급의 몬스터들이 습득자를 두려워합니다.

-물속에서 체력 회복 속도와 마력 회복 속도가 40% 증가합니다.

-물속에서 물리 공격 저항력과 스킬 공격 저항력이 40% 증가합니다.

[레비아탄의 심장 – 신화 등급]

-체력 스텟이 500 증가합니다.

-마력 스텟이 500 증가합니다.

-복용 방법 : 섭취

‘스킬북 두 개 소모성 아이템 하나라.’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레비아탄의 비늘은 천뢰신의 갑옷이 흡수할 것 같고…….’

바다의 제왕은 수중전 한정으로 현성의 회복력과 방어력을 올려 준다.

‘레비아탄의 심장이라.’

신화 등급 아이템의 힘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무런 제약도 없이 체력 스텟과 마력 스텟을 500씩 올려 줬다.

섭취하기만 하면 무려 스텟 1,000이 늘어나는 것이다.

‘모두 취한다.’

-패시브 스킬북 레비아탄의 비늘- 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눌렀다.

-패시브 스킬 레비아탄의 비늘- 신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레비아탄의 비늘 - 신화 등급과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유일 신화 등급이 융합됩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천뢰신의 갑옷이 레비아탄의 비늘을 흡수했다.

-패시브 스킬북 바다의 제왕 - 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이번에도 예를 눌렀다.

그 후에는 레비아탄의 심장을 섭취했다.

‘위기 후에는 항상 기회가 오네.’

초월 등급과 신화 등급 몬스터를 처리한 보상을 아주 톡톡히 받아 냈다.

‘그런데 어째 초월 등급보다 신화 등급이 더 많은 걸 준 것 같단 말이지.’

초월 등급 레비아탄이 남긴 유일한 전리품이 워터 브레스가 아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 *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끝난 건가?”

윌슨 대통령이 물었다.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이 대답했다.

미국은 온갖 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전투 상황을 주시했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미친 듯이 요동치던 바다가 다시 잠잠해졌다.

하늘을 둘로 갈라놓을 듯한 충격음도 사라졌다.

이건 싸움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누가 이겼을까?”

윌슨 대통령이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승리했기를 바라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이 말꼬리를 흐렸다.

‘공멸했으면 하고 바라야겠지.’

최현성 플레이어의 입지가 너무 커졌다.

돈이나 플레이어로서의 능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번 전투를 통해 최현성 플레이어는 홀로 미국…….

아니, 인류 전체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무력을 선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런 무력을 가지고 있는 최현성 플레이어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설사 그 무력이 자신들을 향해 투사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이미 지구의 제왕이다.’

봉건주의로의 회귀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전엔 미국이 막강한 경제력과 무력으로 전 세계의 왕 노릇을 했다.

한데 그 왕좌를 강제로 일개 개인에게 빼앗겨 버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최현성 플레이어의 도움이 필요하다.’

왕좌를 빼앗겼다고 해서 최현성 플레이어의 죽음을 바랄 수는 없다.

차원 게이트에서 점점 더 강한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최현성 플레이어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게.”

윌슨 대통령의 말에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미국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할 수도 없는…….

최현성 플레이어의 눈치를 살피며 말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윌슨 대통령이 초조하게 추가 보고를 기다렸다.

위이이이잉!

그때 최현성 플레이어와 연결된 직통전화기가 울렸다.

“휴우!”

윌슨 대통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전화기가 울렸다는 것은 최현성 플레이어가 레이드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인류를 멸망시킬 재앙은 퇴치했다.’

하지만 인류를 지배할 새로운 제왕이 즉위했다.

윌슨 대통령이 전화를 받았다.

“최현성 플레이어, 무사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윌슨 대통령의 귀에 쾌활한 제왕의 음성이 들려왔다.

* * *

레비아탄 레이드에 성공한 현성은 가장 먼저 강선영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알렸다.

그 후에는 미국의 윌슨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선영 길드장에게서 미국 서부 해안가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해안가에 쓰나미가 밀려들어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사전에 소개령을 내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습니다.

윌슨 대통령의 대답에 현성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지만 재산 피해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미합중국은 오히려 이 정도 피해로 끝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세계의 바다가 봉쇄되거나 미 서부 지역이 초토화되었을 겁니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세계와 미국을 구원한 영웅이십니다.

윌슨 대통령이 아부라도 하듯 말했다.

‘상황 판단이 빠르네.’

윌슨 대통령이 바짝 엎드렸다.

현성과 레비아탄의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미국 서부 해안가의 피해를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또 현성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는 현성의 공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과는 축소하거나 없던 일로 치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게 미합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까?”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함께 피해를 입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잘 다독여 주십시오.”

현성이 당연하다는 듯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윌슨 대통령은 아무런 반감 없이 대답했다.

미국이 피해 사실을 축소하고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면, 캐나다와 멕시코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모탈 길드를 통해 복구 자금과 물자를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자비에 미국의 국민들도 크게 감격할 것입니다.

윌슨 대통령이 황제의 하사품을 받은 신하처럼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럼 이만.”

현성이 통화를 종료했다.

‘추가 성과를 얻은 셈인가?’

현성이 가진 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지구에 루시아밖에 없었다.

한데 이번 레비아탄 레이드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지구에서의 활동이 더 수월해지겠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저런 저자세를 보였다.

그건 다른 나라의 수장들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 * *

초월 등급 레비아탄을 정리했지만 현성은 쉴 수가 없었다.

‘도대체 바다는 왜 이렇게 넓은 거야?’

현성은 전 세계 바다에 넘쳐 나는 해양 몬스터들을 소탕해야 했다.

루시아 역시 몸을 회복하는 대로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사냥에 복귀할 것이다.

‘수백, 수천 명이 해야 할 일을 둘이서만 해결하고 있으니.’

일단 이번 사태를 해결하면 그 후부터는 각국의 최상위 랭커들도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에 동원할 계획이었다.

‘익숙해져야지.’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할 때마다 현성과 루시아가 출동할 수는 없었다.

급한 불을 끄고 안전이 확보되면, 지상 및 공중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를 각국 상위 랭커들에게 맡겼던 것처럼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도 각국 상위 랭커에게 맡겨야 했다.

‘일단 부지런히 움직이자.’

이번 사태를 최대한 조기에 종결해야 했다.

바닷길이 막혀 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의 물가가 서서히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조기에 종결하면 다행이지만 장기화되면 물가가 폭등하고 세계경제가 엉망진창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시작하죠?”

슈욱!

현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움직이시는 건가요?”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사라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도 쉬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바다를 정리해서 해상무역을 재개해야 하지 않습니까?”

현성도 사람이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라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현성의 손을 잡았다.

슈욱!

그리고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그럼 저는 이만.”

슈욱!

그 말을 끝으로 사라가 사라졌다.

첨벙!

사라가 모습을 감추자 현성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근처에서 강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저놈인가?’

물속으로 들어간 현성의 눈에 레비아탄 한 마리 포착되었다.

‘일단 이놈을 잡고 레비아탄 몰이에 사용한다.’

빨강이는 반파 상태다.

언데드 레비아탄 두 마리는 아직 미완성이라 동원할 수가 없었다.

남은 방법은 몬스터를 잡아 다시 언데드 군단을 재구성하는 것뿐이었다.

‘일단 테스트나 한번 해 볼까?’

눈앞의 레비아탄은 어차피 사냥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현성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가서 새롭게 얻은 스킬을 테스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일단 육탄전부터.’

현성이 장거리 공격 스킬을 배제하고 근접전을 할 계획으로 레비아탄에게 접근했다.

-크르르르르.

현성을 발견한 레비아탄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용혈검을 뽑아 든 현성이 레비아탄의 공격을 기다렸다.

현성은 레비아탄의 가호를 지니고 있었다.

굳이 도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그로가 끌리는 것이다.

한데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레비아탄이 잠시 현성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뭐야?’

몬스터는 흉포하다. 그렇기에 선공을 한다.

한데 몬스터인 레비아탄이 선공을 하기는커녕 도망을 쳤다.

그것도 현성이 레비아탄의 가호를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

현성이 속으로 탄식을 터트렸다.

‘바다의 제왕 때문이구나.’

낮은 등급의 몬스터가 습득자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스킬.

피어나 워크라이처럼 정신계 공격 스킬이 패시브 형태로 발현된다고 보면 되었다.

한데 그 효과가 너무 뛰어났다.

‘전설 등급 몬스터 레비아탄이 잠시 망설이다가 도망칠 정도면…….’

그 이하의 영웅, 희귀, 일반 등급 몬스터들은 현성을 보기만 해도 꼬리를 말고 줄행랑을 칠 것이다.

‘이건 조금 곤란한데.’

현성이 얼굴을 찌푸리고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도주하는 레비아탄의 앞으로 가로막았다.

그 후 곧바로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다행히 도발 스킬은 제대로 먹혔다.

-캬아아아아앙!

현성을 보고 도망쳤던 레비아탄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을 시작했다.

‘다행이네.’

도발 스킬마저 먹히지 않았다면 앞으로의 사냥이 상당히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한데 다행히 도발 스킬로 몬스터의 투지를 이끌어 낼 수는 있었다.

휘익!

현성이 레비아탄의 공격을 피해 용혈검을 찔러 넣었다.

-캬아아아악!

레비아탄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한데 뭔가 좀 소극적이었다.

‘효과가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네.’

레비아탄은 도발 스킬에 걸려 현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바다의 제왕 스킬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는지 은연중에 현성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몬스터 특유의 흉성을 드러내며 맹목적으로 공격한다기보다는 상위 포식자를 만난 하위 포식자가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저항한다는 느낌이었다.

‘나쁠 건 없지.’

몬스터가 흉악한 본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공격을 가한다면?

플레이어인 현성의 입장에서는 몬스터 사냥이 더 쉬워질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라는 종이 가진 가장 날카로운 이빨이 바로 공격성이다.

스스로의 몸을 사리지 않고 죽을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공격성이 몬스터와 맹수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공격성이 거세된 몬스터는 그저 사나운 맹수에 불과했다.

‘용의 혈조.’

좌아아아악!

레비아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변해 주인의 몸을 찢어발겼다.

레비아탄의 몸이 순식간에 만신창이로 변했다.

‘좋네.’

소모된 마력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있었다.

이 역시 바다의 제왕 스킬이 가진 옵션 중 하나였다.

‘바다에서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가 가진 약점을 이렇게 보완하게 되네.’

바다의 제왕 스킬 덕분에 현성은 물속에서 마력과 체력 회복 속도가 40%나 증가했다.

물리 공격 저항력과 스킬 공격 저항력도 마찬가지였다.

공격력은 그대로지만 회복력과 방어력이 올라간 것이다.

-캬아아아악!

레비아탄이 구슬픈 비명과 함께 숨을 거뒀다.

사아아악!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아이템으로 화했다.

‘망자의 부활.’

현성이 아이템을 챙긴 후 레비아탄을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켰다.

‘일단 완성부터 시켜 볼까?’

녀석을 몰이꾼으로 활용하려면 일단 완성부터 시켜야 했다.

‘빨강이도 복구해야 하고.’

일단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닥치는 대로 사냥해 마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현성이 미완성된 언데드 레비아탄의 머리 올라탔다.

그리고 물속을 누비며 해양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하기 시작했다.

-캬아앙!

-키이익!

몬스터 사냥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광역 도발 스킬을 시전해 몬스터들을 끌어모은다.

그 뒤 뚱이와 덕구를 총동원해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사냥이 쉬워졌어.’

바다의 제왕 스킬 때문인지 몬스터들이 현성 앞에서 기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포식자를 눈앞에 둔 피식자처럼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현성이 지속적인 사냥으로 언데드 레비아탄을 완성시켰다.

그 후 곧바로 레비아탄 몰이사냥이 시작되었다.

-캬아아아악!

레비아탄의 가호를 가지고 있는 언데드 레비아탄이 근방에 있는 레비아탄을 네 마리나 몰고 왔다.

‘그러고 보니까 워터 브레스도 한번 테스트를 해 봐야지.’

처음으로 얻은 초월 등급 스킬이다.

그런 만큼 그 위력을 제대로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워터 브레스.’

현성이 초월 등급 레비아탄에게 얻은 워터 브레스 스킬을 사용했다.

검을 휘두르듯 일자로 그어 레비아탄들을 공격할 계획이었다.

콰콰콰콰콰콰!

워터 브레스 스킬이 사용되었다.

강력한 관통력을 지닌 워터 브레스가 언데드 레비아탄의 뒤를 추격하던 네 마리의 레비아탄들을 휩쓸었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워터 브레스에 적중당한 레비아탄들의 몸이 그대로 두 동강 났다.

꽈아아아앙!

그것도 모자라 레비아탄들의 뒤쪽에 있던 작은 무인도를 그대로 분쇄시켜 버렸다.

-캬악!

-캭!

네 마리 중 머리를 적중당한 두 마리의 숨통이 그대로 끊어졌다.

살아남은 두 마리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힘없이 꿈틀거렸다.

순간적으로 현성이 할 말을 잃었다.

육상에서 현성이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 스킬인 흑뢰신을 숨결을 사용한다고 해도 전설 등급 몬스터 네 마리를 단번에 쓸어버릴 수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까 빨강이도 한 방에 날려 버렸었지.’

워터 브레스는 초월 등급 스킬이다.

당연히 신화 등급 스킬인 흑뢰신의 숨결이나 화염의 서보다 공격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또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는 기본적으로 광역 스킬이다.

현성이 갑옷처럼 두르기도 하고 검에 감싸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광범위한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스킬이다.

반면 워터 브레스는 단일 개체를 타격하는 관통형 스킬이다.

물론 관통 스킬이기는 하지만 공격 범위 자체는 수십 미터에 달하는 공간을 꿰뚫을 정도로 넓었다.

또 방금 전처럼 검을 휘두르듯 사용하면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공간을 완전히 분쇄시켜 버릴 수 있었다.

‘조심해서 사용해야겠어.’

고층 빌딩이 사방에 널려 있는 도심에서 잘못 사용했다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성은 이미 참사 아닌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