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투
‘최대한 빨리 이놈을 제거해야 해.’
현성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한 번에 두 마리의 신화 등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현성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다른 한 마리가 도착하기 전에 지금 사냥 중인 레비아탄의 숨통을 끊는 것이다.
좌르르르륵!
용의 혈조가 난폭하게 거대한 레비아탄의 몸을 헤집었다.
현성은 용혈검을 거대한 레비아탄의 눈에 찔러 넣고 흑뢰신의 숨결을 전력으로 사용했다.
파지지지직!
흑뢰신의 숨결이 가진 뇌전이 바다로 퍼져 나가지 않고 거대한 레비아탄의 체내로 흘러들어 갔다.
치이이이익!
-캬아아아앙!
거대한 레비아탄이 거칠게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다.
‘분신술.’
현성은 분신술까지 사용했다.
‘들어가라.’
현성의 명령을 받은 분신이 거대한 레비아탄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가 전력으로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뿜어냈다.
-끼이이잉!
거대한 레비아탄이 포효가 아니라 다 죽어 가는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빨강이를 비롯한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전신을 난자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용의 혈조와 흑뢰신의 숨결이 내부를 진탕시켰다.
결정타는 거대한 레비아탄의 몸속으로 들어간 현성의 분신이었다.
현성의 분신은 스스로의 몸을 사리지 않고 마구 날뛰며 내부 장기를 헤집고 다녔다.
인간으로 치면 몸속에 강력한 독성을 지닌 벌레가 파고든 꼴이었다.
‘이제 거의 다 잡았어.’
콰콰콰콰콰콰!
그때 강력한 마력을 품은 워터 브레스가 빨강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꽈아아아아앙!
워터 브레스에 직격당한 빨강이의 몸통이 커다란 폭음과 함께 반파되어 버렸다.
‘이런 미친.’
빨강이는 현성이 가장 공을 들인 언데드 몬스터였다.
그만큼 흡수한 마력도 엄청났다.
막대한 마력을 흡수한 빨강이의 방어력은 언데드 몬스터가 아니었을 때와 비교해 크게 손색이 없었다.
한데 그런 빨강이가 브레스 한 방에 전투 불능이 되어 버렸다.
‘들어가라.’
현성이 아공간을 열어 빨강이를 수납했다.
급하게 마력을 퍼부어 복구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나중에 제대로 날을 잡고 사냥해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마력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손상이 심각했다.
-캬아아아앙!
그 순간 방금 전까지 현성이 상대한 거대한 레비아탄이 애교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가진 레비아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익! 콰지지지직!
새롭게 등장한 레비아탄의 꼬리 치기 한 방에 전설 등급 몬스터들이 일거에 쓸려 버렸다.
삼두룡과 언데드 레비아탄들을 포함해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현무까지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이건 회생 불가능인데.’
전설 등급 언데드 몬스터들이 일격에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어 버렸다.
-크르르르릉!
새롭게 등장한 레비아탄이 상처투성이가 된 레비아탄에게 다가갔다.
‘죽어라.’
그때 현성이 분신을 이용해 상처투성이가 된 레비아탄의 뇌를 헤집었다.
-캬아앙!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업적이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신화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신화 등급 네임드 몬스터 레비아탄 퀸투스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레비아탄 퀸투스를 쓰러트린 자 - 신화 등급]
‘잡았다.’
업적이 떴으니 100% 죽은 게 맞았다.
‘망자의 부활.’
드드드득!
현성은 일단 죽은 레비아탄을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었다.
하지만 당장 전력으로 사용할 정도로 마력을 퍼부을 여력은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아공간에 죽은 레비아탄으로 만든 언데드 몬스터를 수납했다.
-캬아아아아앙!
새롭게 등장한 레비아탄은 동족의 죽음에 분노 어린 포효를 터트렸다.
좌아아아악!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며 강대한 마력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이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현성은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마력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피했다.
하지만 강대한 마력을 머금은 바닷물은 현성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큭!’
마력을 가득 머금은 물줄기가 연신 현성을 공격했다.
사방이 바닷물로 뒤덮여 있었기에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현성은 방어에 최대한 힘을 쏟으며 버티고 또 버텼다.
그때 레비아탄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그와 동시에…….
콰콰콰콰콰콰!
레비아탄의 입에서 강력한 워터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망할.’
주변에서 현성을 압박하는 바닷물 때문에 몸을 피할 수가 없다.
한데 정면에서 빨강이를 일격에 반파시켜 버렸던 강력한 위력의 워터 브레스가 날아온다.
피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고신의 방패를 형태 변환시켜 정면을 감쌌다.
그 후 마신의 갑주 역시 형태를 변환시켜 정면을 방어했다.
그 뒤에는 최대한 마력을 끌어올려 연달아 방어 스킬을 시전했다.
‘영역 선포.’
-군주의 영역을 선포합니다.
-선포된 영역 안에서 군주와 휘하 신하들의 스텟이 10% 상승합니다.
직업 버프 스킬도 사용했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꽈아아아아앙!
현성과 워터 브레스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방어 스킬이 연달아 박살 났고 고신의 방패와 마신의 갑주가 형편없이 우그러졌다.
모든 방어 체계가 박살 났다.
워터 브레스가 현성의 몸을 강타했다.
‘으으으윽!’
현성이 이를 악물었다.
전신이 갈가리 찢겨지는 것 같았다.
강력한 관통력을 지닌 워터 브레스가 현성의 살을 찢고 뼈를 부러트렸다.
현성의 몸이 순식간에 만신창이로 변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광폭화 - 전설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40% 증가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했습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신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3배 상승합니다.
패시브 스킬인 광폭화 스킬과 천뢰신의 갑옷이 발동했다.
그 결과 현성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워터 브레스의 위력은 직접 겪어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휘이이이익!
워터 브레스 공격이 끝나기 무섭게 레비아탄이 현성을 향해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다.
꽈아앙!
레비아탄의 꼬리가 현성의 몸에 적중했다.
현성의 몸이 포탄처럼 날아갔다.
‘으윽.’
전신의 뼈가 다 으스러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레비아탄이 공격을 가해 오는 순간 현성이 용혈검을 찔러 넣었다는 점이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현성의 귓가에 용혈검이 성장했다는 메시지가 연속적으로 들렸다.
그와 동시에 용혈검이 흡수한 레비아탄의 피가 체력과 마력으로 변해 현성의 몸에 스며들었다.
-캬아아아앙!
레비아탄이 커다란 포효와 함께 현성에게 달려들었다.
현성이 아공간에서 신혈검을 뽑아 들었다.
휘익!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해 신혈검을 레비아탄의 몸통에 찔러 넣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신혈검을 통해 뿜어져 나간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가 레비아탄의 내부 장기를 공격했다.
-크아아아앙!
레비아탄이 거칠게 몸부림을 쳤다.
그와 동시에 강력한 마력을 머금은 바닷물들이 연달아 현성을 공격했다.
현성은 악착같이 버텼다.
그리고 목표물을 쓰러트린 분신을 조종해 레비아탄의 후방을 공격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콰지지직!
마력이 가득 실린 물의 소용돌이가 단번에 분신을 으깨 버렸다.
-크르르르!
레비아탄은 더욱 거칠게 날뛰며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현성을 공격했다.
‘좀 죽어라.’
현성은 전신을 으깰 듯이 압박해 오는 레비아탄의 공격을 견디며 계속해서 신혈검을 통해 마력을 불어 넣었다.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한데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웬만한 생명체라면 내부 장기가 잿더미로 변했을 것이다.
그런데 레비아탄은 멀쩡하게 움직이고 계속해서 마력을 뿜어냈다.
뚱이와 덕구 그리고 용혈검과 신혈검, 마지막으로 스킬 옵션 효과로 인해 체력과 마력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었다.
그 덕분에 현성은 계속해서 방어 스킬을 시전하고,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유지하고, 불사의 서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현성을 으깰 듯이 압박하는 레비아탄의 공격과 몸을 다시 회복시키려는 불사의 서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문제는 그 줄다리기의 결과가 현성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어.’
현성의 몸이 점점 더 만신창이로 변해 갔다.
신체가 회복되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내부로 파고들어 갈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레비아탄의 몸속으로 들어가 분탕질을 치고 싶었다.
한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레비아탄의 비늘은 너무 단단했다.
내부로 파고들어 가기는커녕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어.’
쉬지 않고 계속해서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반면 현성의 몸은 서서히 생기를 잃어 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내가 먼저 죽는다.’
이번 싸움에서는 현성의 장기인 장기전이 승리를 가져다줄 수 없었다.
‘그럼 모험을 해야지.’
현성이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스킬을 발동시켰다.
‘용인화.’
우득! 우득!
뼈가 뒤틀리고 살이 찢어졌다.
찢어진 살 틈에서 붉은 비늘이 튀어나왔다.
손가락에서는 인간의 뭉툭한 손톱이 사라지고 갈고리 형태의 칼날 같은 손톱이 돋아났다.
-크르르르.
현성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날카로운 손톱을 레비아탄의 비늘에 박아 넣었다.
콰직!
강철보다 단단한 레비아탄의 비늘이 으깨지고 부서졌다.
강한 파괴 본능이 현성의 몸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간 많은 정신계 방어 스킬을 익힌 덕분에 이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
용인화 스킬의 대가는 포인트다.
현성은 최근 많은 포인트를 소모했다. 그 결과 남은 포인트는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그간 레비아탄을 포함한 해양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많은 포인트를 모았다.
전자 제품을 포함한 물품들도 꾸준히 팔려 나갔다.
하지만 그래 봤자 단기간에 모은 포인트일 뿐이다.
용인화 스킬은 신화 등급이다.
그만큼 스킬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도 컸다.
‘포인트를 물 붓듯이 써야 유지가 가능하지.’
포인트가 바닥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우적!
현성이 입으로 레비아탄의 몸통을 물어뜯었다.
-콰콰콰콰콰콰!
그와 동시에 현성의 입에서 화염 브레스가 뿜어져 나갔다.
화염 브레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화 등급 공격 스킬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한데 현성은 그런 화염 브레스에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섞었다.
치이이이익!
현성의 입에서 뿜어져 나간 화염 브레스가 레비아탄의 살을 태우고 비늘을 녹여 버렸다.
-캬아아아앙!
레비아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가열하게 브레스를 내뿜으며 손톱과 발톱 그리고 꼬리까지 총동원해 레비아탄의 몸을 헤집었다.
레비아탄의 마력이 듬뿍 담긴 물의 창과 칼날이 연달아 현성의 몸을 공격했다.
‘그 정도는 안 통해.’
연약한 피부로 뒤덮여 있는 인간의 몸과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로 뒤덮여 있는 용인의 몸은 방어력과 내구도 자체가 달랐다.
현성은 마치 굴을 파듯 점점 레비아탄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
강력한 관통력을 지닌 워터 브레스가 현성을 강타했다.
꽈아아아아앙!
‘큭!’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퍼어엉!
현성의 몸이 워터 브레스에 휩쓸려 뒤로 밀려 났다.
다행히 단단한 용인의 몸 덕분에 전처럼 심각한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이 자식이!’
현성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레비아탄을 노려보았다.
레비아탄 역시 현성을 향해 강력한 살기를 뿜어냈다.
레비아탄의 몸에는 포탄에 뚫린 듯한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현성이 낸 상처가 아니었다.
레비아탄이 현성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 내기 위해 쏘아 낸 워터 브레스로 인해 입은 상처였다.
레비아탄 역시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현성을 떼어 내기 일정 이상의 피해를 감수한 것이다.
현성과 레비아탄이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리고…….
-캬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아!
두 마리의 괴수가 성난 포효를 터트리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 * *
좌아아아아악!
미국 서부 해안가에 바닷물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리고 거대한 쓰나미가 해안가를 덮쳤다.
꽈아아아앙!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쓸려 나갔다.
도로는 이미 물에 잠긴 지 오래였다.
하지만 쓰나미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미국 서부 해안가가 지옥으로 변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해양 몬스터의 등장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해안가 인근에 소개령을 내렸다는 점이었다.
그 덕분에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기반 시설들이 무너지고 물에 잠겼다.
쓰나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그 결과 미국은 서부 해안가 내륙에도 대피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의 주민 대피 상황은?”
윌슨 대통령이 다급하게 물었다.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시애틀도 주민 대피가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애써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갑작스러운 쓰나미에 미국 서부는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건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이었다.
“도대체 왜 거기서 싸움이 벌어져서…….”
윌슨 대통령이 원망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루시아가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 중이던 지역은 북태평양이었다.
그중에서도 미국 서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전설 등급 몬스터를 소탕하고 있었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규격 외 등급의 레비아탄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말이다.
한 마리는 처치했다.
하지만 그 뒤에 나타난 녀석이 더욱 미국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아직도 소탕될 기미가 보이지 않나?”
“예, 바닷속에서 최현성 플레이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승부가 쉽게 결정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대답하던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이 말끝을 흐렸다.
“으흠.”
윌슨 대통령도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이 하려던 말이 뭔지 짐작이 갔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큰일이다.
단 두 존재의 격돌만으로 쓰나미가 일어났다.
위성 촬영을 통해 살펴본 최현성 플레이어와 규격 외 레비아탄의 전투는 말 그대로 하늘을 가르고 바다를 찢어발겼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핵폭탄보다 더 강한 위력의 폭발을 연달아 만들어 내고 있다.
윌슨 대통령은 사실 최근 현성이 보여 준 모습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강한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현성은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 군단을 거느리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홀로 자연재해에 가까운 재앙을 일으킬 무력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라고 해도 결국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한계가 있다고 믿었다.
한데 그 믿음이 무참히 박살 났다.
자연재해에 가까운 무력과 막대한 재력 그리고 수많은 플레이어와 일반인 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권력자.
그게 바로 현성이다.
현성의 존재는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최현성 플레이어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다.’
미국은, 아니 인류는 최현성 플레이어의 승리를 간절히 기원해야 한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패배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
규격 외 몬스터를 막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은 괴물인 현성의 힘이 꼭 필요했다.
‘거스를 수 없다면 순응하는 수밖에…….’
그게 미국의 생존과 패권 유지를 위한 유일한 방책이었다.
* * *
꽈아아아아아앙!
현성의 마력과 레비아탄의 마력이 거칠게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이 연신 손톱을 휘두르며 레비아탄의 몸체를 공격했다.
하지만 한 번 당한 이후 레비아탄은 방어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현성은 레비아탄의 방어를 단 한 차례도 뚫지 못했다.
물론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레비아탄 역시 현성의 방어를 쉽게 뚫지 못했다.
용인화 스킬로 인해 신체 방어력과 내구력이 늘어났다.
여기에 마신의 갑주와 고신의 방패 그리고 용의 혈갑이 현성을 이중 삼중으로 보호하고 있다.
현성과 레비아탄은 마력을 물 쓰듯 소모하며 소모전을 지속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괴물은 뭐야?’
현성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가진 힘을 총동원했음에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큰일이다.’
평소라면 장기전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성의 장기는 장기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뚱이와 덕구를 포함해 레비아탄의 몸에 꽂힌 용혈검과 신혈검이 계속해서 현성의 체력과 마력을 보충해 주고 있었다.
문제는 포인트였다.
‘시간이 얼마 없어.’
용인화 스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영역 선포의 지속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영역 선포의 지속 시간은 70분.
쿨타임은 7일이다.
‘영역 선포가 끝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기미가 안 보였다.
‘어쩔 수 없나.’
현성이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이제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현성이 애써 억누르고 있던 제약을 풀었다.
그 순간 오랜 시간 동안 봉인되어 있던 패시브 스킬들이 일제히 발동했다.
-패시브 스킬 생존 본능 – 영웅 등급이 발동됩니다.
-패시브 스킬 살인자의 광분 – 영웅 등급이 발동됩니다.
-패시브 스킬 피의 미치광이 – 영웅 등급이 발동됩니다.
-패시브 스킬 살육의 광기 – 영웅 등급이 발동됩니다.
……후략……
현성의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고작 영웅 등급 스킬들이 발동한 것뿐이다.
하지만 중첩되고 중첩된 영웅 등급 스킬들의 위력은 높은 스텟을 가진 현성의 몸과 만나 엄청난 상호작용을 일으켰다.
-크르르르르.
현성이 낮은 으르렁거림과 함께 레비아탄에게 달려들었다.
콰지지지직!
레비아탄의 몸을 보호하던 방어 스킬들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다.
콰직!
그와 함께 용인으로 변한 현성의 칼날 같은 손톱이 레비아탄의 비늘을 부수고 뼈와 살을 헤집었다.
-캬아아아아앙!
레비아틴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하지만 현성은 멈추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현성의 전신을 뒤덮은 용의 혈갑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파지지지직!
그것도 모자라 뇌전의 기운까지 담았다.
현성은 더 이상 체력과 마력 소모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용인화와 동시에 발동된 버프 스킬들이 현성의 이성을 완전히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신계 방어 스킬들이 지속적으로 발동하며 현성의 정신을 보호했기에 초기 목적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콰직! 콰직!
레비아탄의 몸이 누더기로 변해 갔다.
전신을 둘러싼 강대한 마력도,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도 더 이상 레비아탄의 몸을 지켜 주지 못했다.
바다 전체가 레비아탄의 붉은 피로 물들었다.
-크아아아아앙!
부상을 입은 레비아탄의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레비아탄의 광폭화 스킬이 발동한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레비아탄의 워터 브레스가 현성에게 직격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레비아탄의 마력을 부여받은 주변의 바닷물이 날카로운 창과 날이 되어 현성의 몸을 후려쳤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현성의 팔과 다리가 뒤틀리고 날개가 찢겨져 나갔다.
우득! 우득!
하지만 현성의 신체는 파괴되기 무섭게 다시 복구되었다.
-크아아아앙!
현성이 성난 포효와 함께 레비아탄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
레비아탄도 지지 않겠다는 듯 성난 포효와 함께 현성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꽈아아앙!
두 괴수의 충돌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바닷물이 요동치며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났다.
현성과 레비아탄은 끊임없이 격돌하고 또 격돌했다.
쉽게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승기가 서서히 기울어지는 게 보였다.
레비아탄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몬스터다.
신체의 일부가 결손되었다고 해도 쉽게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
하나 지속되는 출혈에 버틸 수 있는 생명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또 그렇게 흘러나온 피는 현성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
거기다 레비아탄의 몸에 박힌 용혈검과 신혈검이 지속적으로 용혈을 빨아 먹고 있었다.
레비아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를 두 마리나 품고 있는 꼴이었다.
레비아탄의 몸에 점점 상처가 늘어났다.
레비아탄의 자가 회복 능력은 꽤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불사의 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현성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레비아탄의 자가 회복 능력으로 사라지는 상처보다 현성이 새롭게 만들어 내는 상처가 더 많았다.
-크르르르릉!
레비아탄의 마력이 서서히 고갈되기 시작했다.
움직임 역시 점점 더 둔해졌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피는 마력의 원천이자 생명수다.
생명의 원천인 피를 대량으로 잃은 생명체는 점점 죽어 갈 수밖에 없다.
반면 뚱이와 덕구라는 두 정령과 용혈검과 신혈검이라는 두 자루 검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현성은 체력과 마력이 모두 넘쳐흘렀다.
유일한 문제점은 포인트였다.
이성이 날아간 현성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포인트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전투가 더 오래 지속된다면 레비아탄이 과다 출혈로 죽기 전에 현성이 포인트 고갈로 먼저 죽을 수도 있었다.
콰지지직!
현성이 레비아탄의 머리를 후려쳤다.
드래곤의 형상을 하고 있는 레비아탄의 얼굴에 기다란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치명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때 현성의 스킬들 중 일부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패시브 스킬 살인자의 광분 – 영웅 등급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패시브 스킬 피의 미치광이 – 영웅 등급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패시브 스킬 살육의 광기 – 영웅 등급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후략……
발동한 패시브 스킬들의 지속 시간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생존 본능의 경우 60초였지만 그만큼 스텟 증가 폭이 컸다.
반대로 지속 시간이 길고 스텟 증가 폭이 낮은 스킬들도 있었다.
스텟 증가 폭이 크고 지속 시간이 짧은 스킬들이 더 빠르게 종료되었다.
그 결과 현성은 어느 정도 이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어.’
이성이 돌아온 현성이 재빨리 상태창을 열어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망할.’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콰직! 콰직!
현성이 더욱 가열하게 레비아탄을 공격했다.
패시브 스킬의 종료로 현성이 가진 스텟의 증가 폭이 하락했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줄어든 스텟으로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한계다.’
남은 포인트가 10만 단위까지 떨어졌다.
고작 며칠분의 수명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현성이 용인화 스킬을 해제했다.
온몸을 뒤덮고 있던 붉은 비늘이 사라졌다.
꼬리와 날개를 비롯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도 자취를 감췄다.
‘망할.’
인간의 모습을 돌아온 현성은 검버섯이 난 쭈글쭈글한 피부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레비아탄은 만신창이다.
하지만 현성도 용인화 스킬을 해제하면서 많을 것을 잃었다.
발동한 패시브 스킬도 있지만, 지속 시간이 만료되어 사라진 패시브 스킬도 많았다.
‘싸워야 하나, 아니면 물러나야 하나?’
레비아탄도 거의 한계처럼 보였지만 현성도 거의 한계였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후퇴한 후 더 많은 포인트를 쌓고 다시 한번 전투를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피해가 너무 커진다.’
장시간 전투가 가능할 정도의 포인트를 쌓으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눈앞의 레비아탄이 얌전히 있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잡는다.’
결심을 굳힌 현성이 레비아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아아앙!
현성의 마력과 레비아탄의 마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약해.’
현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현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목숨을 걸고 온갖 위험한 스킬을 다 사용했다.
포인트도 박박 긁어 썼다.
그 결과 현성은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레비아탄이 형편없이 약해졌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레비아탄의 몸에 박혀 있던 용혈검을 움켜쥐었다.
타다다다닥!
그리고 레비아탄의 몸을 밟고 달렸다.
좌아아아아악!
현성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레비아탄의 몸에 기다란 검상이 생겼다.
검상에서 흘러나온 피가 용혈검에 들러붙어 용의 혈조로 화했다.
서걱!
용의 혈조에 뒤덮인 용혈검이 레비아탄의 거대한 몸통을 둘로 갈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