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탄의 가호
‘다른 곳으로 퍼지는 걸 막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바다는 넓고도 깊다.
지구에 현존하는 플레이어들을 다 동원해도 바닷길을 봉쇄하는 건 불가능했다.
‘큰일이네.’
바다가 봉쇄되면?
식량, 에너지, 수출입 운송에 큰 지장이 생긴다.
전 세계 경제가 폭망하고 아사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냐?’
아무리 현성이라고 해도 이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으로 역행하는 걸 막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
바다 전역으로 해양 몬스터가 퍼지는 것도 문제지만 강을 타고 내륙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도 문제다.
댐을 무너트리거나 육지로 올라오거나 하는 식으로 해양 몬스터들이 설치게 되면 지구 전역이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일단 큰 놈들이라도 우선적으로 처리하자.’
전설 등급으로 예상되는 몬스터의 마력만 해도 수십 마리에 달했다.
일단 이놈들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처리를 해야 했다.
첨벙!
현성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설 등급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
전설 등급 몬스터로 추정되는 개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어째 생김새가 익숙했다.
‘까망이?’
저건 아무리 봐도 까망이와 똑같이 생겼다.
다른 점이라면 월등히 커다란 덩치밖에 없었다.
‘까망이 동족인 건가?’
아무래도 그럴 확률이 높아 보였다.
좌아아아아악!
몬스터에게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주위 바닷물을 잠식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흉기로 변해 현성을 공격했다.
꽈아아아앙!
현성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돌파하며 달려들어 용혈검을 찔러 넣었다.
콰직!
용혈검이 몬스터의 몸통에 제대로 틀어박혔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역시 용종이구나.’
현성이 용의 혈조와 용의 혈갑 스킬을 사용했다.
좌아아아악!
용의 혈조가 몬스터의 몸에 커다란 상처를 냈다.
그와 동시에 더 많은 피가 뿜어져 나왔고 그 피는 다시금 용의 혈조로 변해 몬스터를 공격했다.
-캬아아아아악!
몬스터의 비명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화염 속성을 가지는 용혈검의 옵션은 물속이라는 환경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정도 녀석은 용의 혈조만으로도 충분히 요리가 가능했다.
콰직!
기다란 낫 형태의 용의 혈조가 몬스터의 머리통를 꿰뚫었다.
‘끝났네.’
용혈검 덕분에 손쉽게 사냥에 성공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전설 등급 네임드 몬스터 레비아탄 포이세드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레비아탄 포이세드를 쓰러트린 자 - 전설 등급]
‘레비아탄이었구나.’
그 말은 현성이 키우고 있는 까망이도 레비아탄이라는 뜻이다.
사아아아악!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몇 개의 아이템들이 나왔다.
현성이 아이템을 아공간에 넣었다.
‘망자의 부활.’
현성이 망자의 부활 스킬을 사용해 레비아탄을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켰다.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죽여.’
-캬아아아악!
현성의 명령을 받은 언데드 레비아탄이 닥치는 대로 몬스터 사냥을 시작했다.
‘그럼 다음 목표물을 찾아볼까?’
현성이 호루스의 눈을 통해 다음 목표물을 탐색한 뒤 연속적으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그 결과 현성은 하루 만에 24마리나 되는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었다.
전설 등급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가 하루 만에 24마리나 늘어난 것이다.
‘뭐, 한 마리를 빼고 모두 레비아탄인 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레비아탄이 해양 몬스터의 최고봉인 건지 전설 등급 몬스터는 단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레비아탄만 있었다.
‘영웅 등급 몬스터도 많이 사냥했지만 부족해.’
언데드 몬스터를 완성하기 위해 이동하는 와중에 영웅 등급 몬스터를 수만 마리는 잡은 것 같았다.
그 녀석들도 모조리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현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 바다에 있는 몬스터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언데드 군단의 숫자가 수만 마리로 늘어나자 아무리 현성이라도 계속 제어하기는 힘들었다.
‘이놈들이 머리만 좀 똑똑했어도.’
몬스터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언데드 몬스터들은 그 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현성이 제어하지 않았으면 선박이건 인간이건 몬스터가 아닌 해양 생물이건 닥치는 대로 공격했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한다?’
전설 등급 몬스터는 모두 소탕했다.
하지만 영웅 등급 몬스터는 물론이고 희귀 및 일반 등급 몬스터들은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았다.
차원 게이트가 계속해서 몬스터를 쏟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급한 대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수중 차원 게이트 주변에 배치하기는 했지만, 이건 임시방편일 뿐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현성이 계속해서 마력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언데드 몬스터들은 며칠 이내로 소멸할 것이다.
또 제아무리 현성이라도 24시간 북대서양에 머물며 사냥에만 열중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더 이상 전설 등급 해양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미 풀려난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이 많은 차원 게이트를 다 던전화시킬 수도 없고.’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그간 수중 레이드와 던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생겨난 수천 개의 차원 게이트는 그런 노력을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단 전리품부터 확인하자.’
현성은 전설 등급 및 영웅 등급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얻어 낸 전리품을 확인했다.
‘좋은 게 많네.’
전설 등급 몬스터를 총 24마리나 잡았다.
영웅 등급 몬스터는?
족히 수만 마리는 잡았다.
당연히 전리품은 엄청나게 많았다.
‘어?’
전리품을 확인하던 현성의 눈에 난생처음 보는 아이템이 등장했다.
[레비아탄의 가호 – 전설 등급]
-레비아탄보다 하위종의 몬스터들이 직경 10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못함.
-레비아탄을 만날 경우 100%의 확률로 공격당합니다.
‘이거라면?’
이번 사태를 해결할 방책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총 몇 개나 되지?’
수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덟 개라.’
세 마리당 하나씩 준 꼴이다.
‘시스템 상점에도 있을까?’
이게 가장 중요했다.
현성이 시스템 상점을 열었다.
‘레비아탄의 가호.’
현성이 열심히 시스템 상점을 뒤졌다.
‘있다.’
레비아탄의 가호는 현재 판매 중인 물품이었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더럽게 비싸네.’
일반적인 전설 등급 아이템보다 세 배 정도는 더 비쌌다.
‘대량 구매가 가능하긴 할 것 같은데.’
현성의 포인트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그간 마신의 갑주 세트 구입을 비롯해 여러 신화 등급 스킬북을 구매하느라 살짝 홀쭉해지긴 했지만, 어느새 다시 빵빵하게 차올랐다.
‘일단 적정 수량을 파악하고 구매하자.’
이건 세계 평화를 위해서다.
바닷길이 막혀도 부유한 이들에게는 단순히 불편 정도에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있어서는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다.
‘주기적으로 순찰해서 전설 등급 몬스터만 솎아 내 주면 해결될 문제야.’
또 장기적으로 보면 육지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다.
레비아탄의 가호는 레비아탄보다 하위종의 몬스터를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해양 몬스터라거나 바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제약이 없는 것이다.
‘대가는 다른 걸로 받아 내면 그만이야.’
안 그래도 안정적인 판매를 위해 세계적인 규모의 게임 회사, 영화사, 드라마 제작사, 전자 제품 생산 기업들을 대거 인수할 계획이었다.
평소라면 독과점이니 뭐니 해서 안 좋은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레비아탄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라면 국가건 기업이건 현성에게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선투자한 셈 치자.’
레비아탄의 가호를 구매하느라 소모한 포인트는 문화 상품과 전자 제품을 판매해서 채우면 그만이다.
시스템 상점을 통해 자유롭게 포인트와 현금을 교환할 수 있는 현성이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 * *
미국 워싱턴 D.C에 자리한 백악관.
이곳은 완전히 혼돈의 도가니였다.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이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고 공포에 질린 국민들이 연일 해결책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일단 북대서양 횡단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급한 대로 멀리 돌아가더라도 태평양을 통해 선박을 운행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될 리가 없었다.
거기다 이동 거리가 멀어지면 판매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벌써부터 물가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이들은 벌써부터 경제 위기에 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로 인해 물가 폭등이 더 빨라진다는 점이었다.
“자본가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본가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재고 물자를 선점하고 있다.
아직 바닷길이 완전히 막힌 건 아니다.
그런데 완전히 막힌 것보다 더 큰 혼란이 찾아오고 있었다.
“골치가 아프군.”
자본가들은 북대서양 항로가 막힘으로 인해 볼 손해를 다른 곳에서 메우려 하고 있었다.
“최현성 플레이어에게서는 연락이 없나?”
“예, 현재 전설 등급 몬스터 사냥에 열중인 것 같습니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유일한 희망이던 최현성 플레이어조차 북대서양에 생겨난 수중 차원 게이트 봉인을 포기했다.
북대서양에 풀려난 전설 등급 몬스터의 씨를 말려도 월등히 많은 숫자의 일반, 희귀, 영웅 등급 몬스터는 도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바닷길을 영원히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겠군.’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같은 대륙 내라도 육상 운송 수단을 통해 물자를 운반해야 한다.
수상 운송보다 육상 운송은 더 많은 경비가 든다.
타 대륙으로 물자를 운반해야 할 경우라면?
막대한 경비가 소모되는 항공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물자의 이동에 더 많은 경비가 소모되면 당연히 물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었다.
띠리리리리!
그때 최현성 플레이어와의 직통전화기가 울렸다.
윌슨 대통령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재빨리 수화기를 들었다.
“윌슨 대통령입니다.”
-일단 북대서양에 있는 전설 등급 해양 몬스터는 모두 소탕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엇입니까?”
-레비아탄의 가호라는 아이템입니다. 정확한 기능은…….
최현성 플레이어의 입에서 레비아탄의 가호라는 아이템이 가진 효과가 흘러나왔다.
윌슨 대통령의 얼굴이 환해졌다.
레비아탄의 가호만 있으면 당장 선박 운행을 시작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주요 도시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었다.
“전량 미국에게 넘겨주십시오. 개당 1백억 달러에 매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설 등급 아이템의 가격은 10억 달러 남짓.
1백억 달러라면 거의 열 배가 넘는 가격을 부른 셈이었다.
-그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게, 이미 다른 국가에도 이 사실을 알려 준 상태라서요. 아마 전량 경매를 통해 판매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대답을 들은 윌슨 대통령의 표정이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거래 장소는 서울이고, 경매는 3시간 후에 바로 시작될 겁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전처럼 단독으로 거래를 하는 건 불가능하겠군.’
윌슨 대통령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강자 책임론 어쩌고 하며 최현성 플레이어의 눈 밖에 났던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
경매는 돈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돈으로 하는 싸움이라면 다른 나라에 패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당장 미국 대사에게 전화하게.”
이번 경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리해야 했다.
* * *
서울에서 급하게 전설 등급 아이템 경매가 열렸다.
판매될 아이템은 단 하나.
레비아탄의 가호였다.
‘절반 이상은 구매에 해야 한다.’
‘최소한 한 개 이상은 무조건 구매해야 해.’
‘당장은 필요 없지만 훗날을 위해서라도 꼭 손에 넣어야 한다.’
온갖 각오를 다진 각국의 대사들이 경매장으로 입장했다.
당장 해양 몬스터와 충돌해야 하는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지역부터, 당장 필요는 없지만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국가들까지…….
무조건 레비아탄의 가호를 손에 넣겠다는 각오로 경매장을 찾아왔다.
‘도대체 수량이 얼마나 되는 거지?’
‘왜 사전에 수량을 알려 주지 않는 거야?’
‘마음 같아서는 최현성 플레이어를 잡아다 놓고 심문이라도 하고 싶군.’
각국 대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레비아탄의 가호가 몇 개나 있냐 하는 것이었다.
수량이 한 자리 숫자라면?
1백억 달러가 아니라 1천억 달러를 투자해서라도 무조건 손에 넣어야 한다.
그런데 수량이 세 자리 숫자라면?
몇십억 달러 수준에서 여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아마 레비아탄의 가호를 보유한 인물이 현성만 아니었다면 협박을 해서라도 수량을 알아냈을 것이다.
결국 각국의 대사들은 대충 수량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대략 열 개 남짓이겠지.’
‘많아 봐야 20개 내외다.’
무려 전설 등급 아이템이다.
수량이 많으려야 많을 수가 없었다.
* * *
‘많이도 오네.’
한편 현성은 느긋하게 각국 대사들을 바라봤다.
현성이 오늘 판매할 레비아탄의 가호 수량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보다 많이 풀 생각이거든.’
처음부터 수량을 말해 주면 가격이 폭락할 확률이 높다.
어쩌면 각국이 서로 담합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현성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레비아탄의 가호는 꽤 비싸다.
당연히 현성도 많은 포인트를 썼다.
인류 전체를 위해 적정가에 판매할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볼 생각은 없었다.
‘준비한 물량이면 충분하겠지.’
직경 10킬로미터는 상당히 넓은 범위다.
최소 한 번에 수십 대의 선박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할 거야.’
수중 차원 게이트가 열리기 전과 다름없이 바다를 누빌 수는 없다.
현성으로서는 그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3백억 달러!
-350억 달러!
백억 달러부터 시작한 경매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
하지만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760억 달러!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제대로 돈지랄을 했다.
700~800억 달러를 부르며 벌써 다섯 개가 넘는 물량을 독점했다.
타국의 대사들도 제대로 독이 올랐다.
그 결과 레비아탄의 가호는 평균 낙찰가 8백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판매되는 수량이 20개를 넘어가기 시작하자 조금씩 상황이 달라졌다.
‘뭐야? 왜 계속 나와?’
‘아직도 풀 물량이 남아 있나?’
서서히 가격이 떨어졌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2백억 달러 정도에 낙찰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1/4이나 하락한 것이다.
‘딱 맞네.’
수량이 바닥날 때쯤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상으로 레비아탄의 가호 경매를 종료하겠습니다!”
경매인의 말에 각국의 대사들이 나름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물론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은 그다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예상보다 많은 물량이 풀렸기 때문이다.
‘초반에 너무 질렀어.’
‘손해를 너무 크게 봤어.’
느긋하게 기다렸으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는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과한 가격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
그렇지만 판매자에게 항의할 수도 없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은 얼마 전 강자 책임론이니 뭐니 해서 현성에게 밉보였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 * *
‘일단 급한 불은 껐네.’
경매가 끝나자 현성이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몇 날 며칠을 바다 위에서 보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성의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성과가 꽤 좋기는 했어.’
탐식의 서와 새로운 업적 달성을 통해서 꽤 많은 스텟을 늘릴 수 있었다.
거기다 구하기 힘든 전설 등급 아이템과 마석을 대량으로 확보했다.
‘완전히 병 주고 약 주고네.’
갑자기 생겨난 수중 차원 게이트는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극복할 방법을 주기도 했고 플레이어들이 강해질 발판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잠깐만 쉬자.’
현성이 그대로 수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현성이 잠들어 있는 그 시각.
남대서양, 북태평양, 남태평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 아라비아해, 필리핀해 등등.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바다에서 일제히 수중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 * *
루시아는 현성의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였다.
홀로 레비아탄을 때려잡던 모습이 꽤 큰 이슈가 되었지만 루시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위이이이잉!
그때 루시아가 보관하고 있던 현성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강선영 길드장님이 무슨 일이시지?’
루시아가 전화를 받았다.
-자문위원장님, 큰일 났습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강선영 길드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저 루시아입니다. 현성 씨는 지금 자고 있습니다.”
-아, 그럼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자문위원장님을 깨워 주십시오. 전 세계가 난리가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시죠?”
-북대서양뿐 아니라 다른 바다에서도 대량의 차원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의 말에 루시아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역시 시발점에 불과했나?’
미드호 이후 잠잠했기에 나름 기대를 했다.
북대서양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본격적인 3차 대격변이 시작되었다.
“곧바로 현성 씨한테 알리겠습니다.”
그간 수중 레이드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일반 플레이어들의 실력으로는 강과 바다의 접경 지역을 틀어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상에서는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정도로 성장한 지구의 플레이어들이었지만, 물속에서 치르는 수중전은 상황이 달랐다.
고작해야 영웅 등급.
그 정도가 물속에서 지구 플레이어들이 해양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한계였다.
단독으로 물속에서 전설 등급 해양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사람은 현성과 루시아뿐이었다.
뚝!
전화를 끊은 루시아가 현성의 방으로 갔다.
“주군, 일어나셔야 합니다.”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힘겹게 눈꺼풀을 올렸다.
“무슨 일이죠?”
“다수의 수중 차원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후 곧바로 강선영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접니다. 수중 차원 게이트가 생겨난 지점을 모두 말씀해 주세요. 네, 네…….”
뚝!
현성이 통화를 끝냈다.
“끄응.”
현성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이거 혼자서 해결하기는 좀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 봐야 했다.
현성이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어 사라의 도움을 요청했다.
슈욱!
“부르셨나요?”
전화가 끝나기 무섭게 사라가 도착했다.
백악관도 이번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단 몬스터 개체 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사라가 현성을 데리고 전 세계 곳곳의 바다를 돌아다녔다.
현성은 호루스의 눈을 통해 몬스터의 개체 수를 확인했다.
‘진짜 난리 났네.’
북대서양과 비슷한 규모였다.
전설 등급 몬스터는 모두 합쳐 수백 마리에 달했고 그 이하 등급 몬스터의 숫자는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이건 혼자 해결하기 힘들 것 같은데.’
수비 범위가 너무 넓었다.
‘루시아의 도움이 필수적이야.’
둘이서 해도 족히 일주일은 고생해야 할 것 같았다.
전설 등급 해양 몬스터가 계속 등장한다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전설 등급 몬스터만이라도 싹 다 청소를 해야 했다.
그래야만 레비아탄의 가호를 사용해 정상적인 선박 운행이 가능했다.
‘파르티샤 님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파르티샤의 도움을 바라기는 무리였다.
파르티샤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전설 등급 몬스터의 숫자는 고작 한 마리에 불과했다.
그것도 육상 몬스터일 경우다.
바다라는 불리한 환경에서는 한 마리도 버거웠다.
‘어쩔 수 없지.’
현성과 루시아가 고생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
아, 물론 용병 고용을 통해 현성급 실력자를 고용하면 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기는 했다.
문제는 포인트였다.
‘이미 다 써 버렸다고.’
수중 차원 게이트 문제가 불거진 이후 남아 있던 포인트의 대부분을 레비아탄의 가호를 구매하는 데 소모해 버렸다.
전설 등급 몬스터를 손쉽게 때려잡을 수 있는 실력의 용병을 고용하기에는 포인트가 부족했다.
‘어쩔 수 없지.’
현 상황에서는 직접 몸을 때우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일단 세계 각국에 판매했던 레비아탄의 가호 좀 회수해 오세요.”
“네?”
“바다에 퍼진 레비아탄들을 유인하려면 그게 최곱니다.”
레비아탄의 가호에는 한 가지 단점 아닌 단점이 있다.
바로 레비아탄을 만날 경우 100%의 확률로 공격당한다는 점이다.
‘이걸 역이용해야지.’
한 마리씩 잡아서 언제 다 잡겠는가?
자고로 사냥은 몰이사냥이 최고였다.
아, 물론 이건 현성만 가능했다.
아무리 루시아라고 해도 바다에서 전설 등급 해양 몬스터 몰이사냥은 무리였다.
물론 레비아탄이 아닌 전설 등급 몬스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대서양과 마찬가지로 극소수의 몇 마리를 제외한 대다수의 전설 등급 몬스터는 레비아탄이었다.
‘레비아탄 먼저 쓸어버리고 정리하면 되겠지.’
쪽수 많은 놈들부터 정리하는 게 편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슈욱!
그 말과 함께 사라가 사라졌다.
잠시 후.
사라가 다시금 현성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지고 왔습니다.”
사라가 현성에게 레비아탄의 가호를 넘겼다.
“그럼 일단 저는 이곳에 두고 루시아를 다른 곳으로 보내 주세요.”
“우시아 플레이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라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루시아에게는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해 달라고 전해 주세요. 그리고 이건 강선영 길드장님께 넘겨주세요.”
현성이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호루스의 눈을 넘겼다.
“이걸 왜?”
“앞으로 사라 씨와 강선영 길드장님이 협력해서 저와 루시아에게 전설 등급 몬스터의 위치를 알려 주셔야 합니다.”
일종의 분업이다.
호루스의 눈을 사용할 수 있는 강선영 길드장과 장거리 공간 이동이 가능한 사라가 힘을 합쳐 정보를 알려 주면, 현성과 루시아가 가서 처리한다.
이게 가장 효율이 좋았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라 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 주세요.”
“네!”
슈욱!
힘차게 대답한 사라가 모습을 감췄다.
첨벙!
사라가 사라지자 현성이 물속으로 들어간 후 아공간을 열었다.
-크아아아아앙!
아공간이 열리며 현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중전은 빨강이나 삼두룡보다 현무가 제격이지.’
태생이 해양 몬스터이기에 수중전에서는 효율이 가장 좋았다.
현성이 현무에게 레비아탄의 가호를 넘겼다.
‘몰아와라.’
현성의 지시를 받은 현무가 바닷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현무는 현성이 명령한 코스로 바다를 크게 선회할 것이다.
현성이 명령한 코스에는…….
당연히 레비아탄이 있다.
‘정령술이랑 분신술 스킬이 살짝 아쉽네.’
정령술은 거리에 따라 마력 소모량이 늘기 때문에 감당이 안 된다.
분신술은?
쿨타임이 너무 짧다.
그 때문에 몰이사냥에 동원할 수가 없었다.
‘북대서양에 있는 놈들을 불러올 수는 없고.’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놈들은 그냥 버리자.’
언데드 몬스터?
지금부터 새로 만들면 그만이다.
현성이 주변에 있는 해양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했다.
그 후에는?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고 레비아탄의 가호를 넘겨줬다.
그리고 아까 호루스의 눈으로 탐색한 레비아탄의 분포도에 따라 바다를 선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성이 만든 언데드 몬스터들이 레비아탄의 가호를 품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캬아아아아앙!
그때 멀리서 반쯤 너덜너덜해진 현무가 레비아탄 세 마리를 몰고 현성에게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몰이사냥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