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권. 용인 (119/225)
  • ┃용인

    파지지지직!

    현성의 몸에서 쏘아져 나간 칠흑빛 뇌전이 레드 드래곤을 강타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앙!

    하지만 레드 드래곤은 건재했다.

    오히려 성난 포효를 터트리며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성이 재빨리 몸을 피하며 용혈검을 레드 드래곤의 몸에 박아 넣었다.

    콰직!

    용혈검이 레드 드래곤의 몸을 파고들었다.

    몸에 상처가 나자 붉은 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의 혈조.’

    현성이 용혈검에 내장되어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좌아아아악!

    레드 드래곤의 피가 핏빛 칼날로 변해 주인의 몸을 공격했다.

    -캬아아아아앙!

    레드 드래곤이 비명을 토해 내며 강대한 마력을 뿜어냈다.

    레드 드래곤이 뿜어낸 마력에 의해 용의 혈조가 소멸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레드 드래곤의 몸이 붉은 화염에 휩싸였고 몸에 난 상처 역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현성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전설 등급 몬스터가 뿜어낼 수 있는 마력이 아니었다.

    최소 준신화 등급.

    어쩌면 인류 최초로 등장한 신화 등급 몬스터일지도 몰랐다.

    거기다 골치 아프게도 자가 회복력도 상당히 뛰어났다.

    ‘오길 잘했네.’

    현성이 직접 오지 않았다면 소말리아가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지옥으로 변했을지도 몰랐다.

    꽈아아아앙!

    현성이 뿜어내는 흑뢰신의 숨결과 레드 드래곤이 뿜어내는 붉은 화염이 연달아 충돌했다.

    두 규격 외의 존재가 충돌하자 그 여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드레이크나 와이번 같은 영웅 등급 몬스터들도 서둘러 몸을 피했다.

    ‘몬스터들을 잡아.’

    현성이 뚱이와 덕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번 전투는 꽤 장기전이 될 것 같았다.

    그럼 지속적인 마력 수급이 필요했다.

    사방에 널려 있는 몬스터들이 현성의 마력 수급 창고가 되어 줄 것이다.

    파지지지직!

    현성이 전력을 다해 흑뢰신의 숨결을 사용하며 용혈검을 휘둘렀다.

    레드 드래곤은 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 화염 브레스를 뿜어냈고 거대한 꼬리를 휘두르며 현성을 공격했다.

    유효타는 쉽게 터지지 않았다.

    용혈검에 의해 한번 혼쭐이 난 레드 드래곤은 마력으로 전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현성으로서도 레드 드래곤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원거리 공격은 레드 드래곤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붉은 화염을 뚫지 못했다.

    근접 공격도 쉽지가 않았다.

    레드 드래곤은 상당히 민첩했다.

    또 붉은 화염으로 휩싸인 몸은 그 자체로 상당히 강력한 무기이자 방패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염의 서를 사용해 보기도 했다.

    화르르륵!

    하지만 화염의 서는 레드 드래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화염에 그대로 흡수되어 버렸다.

    ‘전에 상대했던 레드 드래곤만큼 까다로운 놈이야.’

    미국에서 등장했던 레드 드래곤이 방어력만 높은 개체라면 이놈은 공수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었고 또 그만큼 강력했다.

    -콰콰콰콰콰콰!

    현성이 화염 브레스를 피해 레드 드래곤의 배 부분에 접근했다.

    용혈검에 강대한 마력을 담았다.

    그것도 모자라 온갖 스킬도 덕지덕지 발랐다.

    푸욱!

    현성의 마력과 스킬이 듬뿍 담긴 용혈검을 레드 드래곤의 배에 찔러 넣었다.

    좌아아아악!

    현성이 용혈검을 휘두르자 뱃가죽이 길게 갈라지며 붉은 선혈이 튀어나왔다.

    -캬아아아앙!

    레드 드래곤의 몸을 뒤덮고 있던 붉은 화염이 일제히 현성을 향해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이 현성의 몸을 뭉개 버릴 듯 휘둘러졌다.

    현성이 재빨리 몸을 피했다.

    ‘아깝네.’

    레드 드래곤의 몸에 3미터 정도 길이의 제법 큰 검상이 생겼다.

    하지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체구를 가지고 있는 레드 드래곤에게 있어서 3미터 길이의 검상은 결코 큰 상처가 아니었다.

    스르르륵.

    결정적으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온갖 역경을 피해 몸에 상처를 내더라도 그 크기 자체가 상당히 작았다.

    또 순식간에 상처가 회복되어 버리니 머리, 목, 심장 같은 주요 급소가 아니면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아주 잠깐 레드 드래곤의 피를 흡수했을 뿐이다.

    한데 유일 신화 등급인 불사의 서와 유일 전설 등급인 용혈검이 동시에 성장했다.

    ‘장기전으로 가 보자.’

    장기전은 현성의 장기였다.

    레드 드래곤의 마력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성에게 마력을 수급해 줄 몬스터는 사방에 널려 있었다.

    지금도 뚱이와 덕구가 부지런히 현성의 체력과 마력을 수급해 주고 있었다.

    단기전이라면 모르지만 장기전이라면 충분히 레드 드래곤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불사의 서랑 용혈검도 성장하니까 일석이조야.’

    현성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싸움이었다.

    파지지직!

    뚱이가 칠흑빛 뇌전을 날리며 몬스터들을 쓰러트렸다.

    화르르륵!

    덕구 역시 화염의 서를 사방으로 날리며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크르르릉!

    몬스터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몬스터는 아직도 많았다.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로 인해 차원 게이트를 막고 있던 임시 봉인이 소멸해 버렸다.

    다시 차원 게이트를 봉인할 UN군 소속 플레이어들도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상황을 파악한 UN에서 다시 지원군을 보내긴 하겠지만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된다.

    하지만 이는 뚱이와 덕구에게 전혀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그 둘의 입장에서는 계약자인 현성에게 체력과 마력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마력 제공원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꼴이었으니까 말이다.

    -크아아아앙!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미치기라도 한 것인지 레드 드레이크들이 서로를 공격한 것이다.

    와이번들도 마찬가지였다.

    레드 드레이크와 와이번 들은 서로가 서로를 공격해 동족 포식을 했다.

    또 몇몇 개체는 주변에 있는 다른 몬스터들을 공격해 잡아먹거나 플레이어들이 죽으면서 남긴 마석과 아이템을 주워 먹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현성도 적지 않게 당황했다.

    서로 힘을 합치던 레드 드레이크들이 서로를 공격했다.

    무리 생활을 하는 몬스터인 와이번이 동족을 잡아먹었다.

    ‘설마?’

    현성의 눈이 레드 드래곤에게 쏠렸다.

    드레이크와 와이번 들의 비정상적인 행동.

    그 원인이 될 만한 대상은 레드 드래곤뿐이었다.

    ‘이놈이 지배하고 있는 건가?’

    상위종이 하위종을 지배하는 경우는 상당히 흔한 일이다.

    하지만 동족상잔을 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지배라기보다는 광기에 휩싸이게 한 수준이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몬스터들의 숫자를 줄여 현성의 체력과 마력 회복을 막는다.

    이게 가장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하지만 차원 게이트는 봉인되지 않았고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큰 의미가 없는 행동인 것이다.

    -크아아아앙!

    레드 드레이크 한 마리가 커다란 포효를 터트렸다.

    포효에 실린 마력이 대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우득우득!

    레드 드레이크의 덩치가 점점 더 커졌다.

    기존의 비늘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 후 더 크고 단단한 새 비늘이 돋아났다.

    ‘미친.’

    현성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레드 드레이크가 현성의 눈앞에서 성장했다.

    영웅 등급 몬스터 레드 드레이크가 동족을 포함한 다른 몬스터들을 먹어 치우고 전설 등급으로 승급한 것이다.

    ‘블링크.’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한 장소입니다. 액티브 스킬 블링크 – 영웅 등급의 발동이 캔슬되었습니다.

    레드 드래곤의 마력 때문에 실패했다.

    직접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콰콰콰콰콰!

    그때 레드 드래곤의 화염 브레스가 현성을 향해 쏟아졌다.

    현성은 연속적으로 방어 스킬을 시전했다.

    그 후 레드 드래곤의 화염 브레스를 뚫고 전진했다.

    위이이이잉!

    그 순간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꼬리가 현성을 후려쳤다.

    꽈아아앙!

    강한 충격과 함께 현성의 몸이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슈우우우웅!

    레드 드래곤이 세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현성을 향해 달려들며 연속적으로 브레스를 뿜어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현성은 이를 악물고 레드 드래곤의 공격을 견뎠다.

    ‘방해하지 말라 이거냐.’

    레드 드래곤의 목적은 분명했다.

    영웅, 희귀, 일반 등급 몬스터의 숫자를 줄여 현성의 체력과 마력 수급을 막는다.

    그 후 탄생한 전설 등급 몬스터들을 자신의 수족으로 부린다.

    현성이 고의적으로 방어 스킬을 해제했다.

    순식간에 현성의 체력이 고갈되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광폭화 - 전설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40% 증가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했습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신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3배 상승합니다.

    광폭화 스킬과 천뢰신의 갑옷이 발동했다.

    ‘분신술.’

    스킬 발동과 동시에 분신술을 사용하고 분신에게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 그리고 영웅 등급 검과 갑주 세트 하나를 넘겼다.

    ‘저놈을 죽여.’

    현성의 명령에 아이템을 착용한 분신이 전설 등급으로 승급한 레드 드레이크에게 달려들었다.

    ‘뚱아, 덕구야, 전설 등급 몬스터가 늘어나는 걸 막아.’

    현성이 뚱이와 덕구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현성이 직접 움직이는 걸 레드 드래곤이 방해한다면?

    분신과 정령을 통해 제거하면 된다.

    현성의 분신과 버프 효과를 고스란히 전달받은 뚱이와 덕구가 전설 등급 몬스터와 전설 등급 몬스터로 승급하려는 몬스터들을 향해 매서운 공격을 퍼부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그러는 와중에 현성도 레드 드래곤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서걱!

    용혈검이 레드 드래곤의 날개 뼈 하나를 반쯤 베어 냈다.

    좌아아아아악!

    레드 드래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현성의 몸을 뒤덮으며 용의 혈갑으로 화했다.

    ‘한번 제대로 싸워 보자.’

    버프 스킬을 발동시킨 현성이 맹렬한 기세로 레드 드래곤을 공격했다.

    서걱!

    용혈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레드 드래곤의 비늘이 갈라지고 붉은 선혈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흘러나온 선혈은 현성의 몸을 지키는 용의 혈갑이 되거나 레드 드래곤의 몸을 공격하는 용의 혈조가 되었다.

    레드 드래곤의 몸에 빠르게 상처가 늘어났다.

    레드 드래곤의 자가 회복력이 뛰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상처 하나가 회복될 동안 용혈검과 용의 혈조가 상처의 숫자를 둘셋으로 늘려 버리니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몸뚱이가 크니 공격할 곳도 많네.’

    버프 스킬로 인해 공격력이 크게 상승하자 방금 전까지 잘 먹히지 않던 칼질이 제대로 박혀 들어갔다.

    -크아아아아앙!

    부상을 입은 레드 드래곤이 커다란 포효를 터트렸다.

    그와 동시에 레드 드래곤의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광폭화에 들어간 것이다.

    화르르르륵!

    레드 드래곤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화염이 순식간에 용의 혈갑을 증발시켜 버렸다.

    “큭!”

    현성도 일시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레드 드래곤의 몸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수십 미터의 거체를 가지고 있던 레드 드래곤의 덩치가 순식간에 4미터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형태도 조금 달라졌다.

    레드 드래곤의 체형은 목과 꼬리가 긴 유선형이었다.

    한데 지금은 달랐다.

    레드 드래곤의 모습은 마치 용과 인간을 반쯤 섞어 놓은 것처럼 변해 있었다.

    ‘아닌가? 그냥 짜리몽땅해진 건가?’

    -크아아아아앙!

    커다란 포효를 터트린 용인이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용인의 손에 돋아난 날카로운 손톱이 현성을 연달아 공격했다.

    전신을 뒤덮고 있는 붉은 화염도 현성에게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입혔다.

    현성은 흑뢰신의 숨결로 전신을 휘감고 용혈검과 고신의 방패로 열심히 방어했다.

    콰직!

    간간이 반격을 날려 봤지만 용인으로 변한 레드 드래곤의 방어력이 더 올라간 상태라 치명타를 먹이기는 힘들었다.

    꽈아아앙!

    그때 용인의 꼬리가 현성을 후려쳤다.

    현성이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밀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용인이 맹공을 가했다.

    거대한 레드 드래곤에서 용인으로 변신한 덕분인지 상당히 민첩해졌다.

    힘도 더 강해졌다.

    그럼 방어력이라도 약해져야 할 텐데 방어력도 올라갔다.

    거대한 드래곤이 용인으로 변신을 하더니 모든 능력치가 대폭 증가했다.

    ‘지가 무슨 초X이어인 4야? 왜 변신을 해?’

    현성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이없어할 때가 아니었다.

    현성은 맹렬히 용혈검을 휘두르며 용인을 공격했다.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한 것은 용인으로 변한 레드 드래곤만이 아니다.

    현성 역시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

    또 덩치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용인은 키가 무려 4미터에 달했고 꼬리 길이까지 합치면 6미터에 육박한다.

    현성은 날렵하게 움직이며 용인의 몸 이곳저곳을 공격했다.

    콰직! 콰직!

    하지만 도무지 깊게 상처를 낼 수가 없었다.

    몸이 작아지면서 비늘과 뼈가 압축된 건지 방어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상승해 버렸다.

    -콰콰콰콰콰콰!

    용인의 입에서 화염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덩치는 작아졌지만 화염 브레스가 뿜어내는 열기와 파괴력은 더 강해졌다.

    ‘골치 아프네.’

    현성이 용인과 맞붙고 있을 때 분신, 뚱이, 덕구도 치열한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분신, 뚱이, 덕구가 지속적으로 강해지려는 영웅 등급 몬스터를 제거했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벌써 두 마리의 영웅 등급 몬스터가 전설 등급 몬스터로 승급해 버렸다.

    ‘전설 등급으로 성장하는 게 저렇게 쉬운 거였나?’

    무슨 놈의 영웅 등급 몬스터가 동족 포식 조금했다고 파워 업을 한다는 말인가?

    ‘뭔가 이상해.’

    모든 일이 비상식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비상식적인 현상의 원인은 현성의 눈앞에 있는 용인이 분명했다.

    콰직!

    용인의 손톱이 현성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마왕의 갑주가 용인의 공격을 막아 줬다.

    현성과 용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치명타를 입히지 못했다.

    작은 부상은?

    둘 모두 빠르게 회복해 버렸다.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분신, 뚱이, 덕구가 나름 훌륭하게 전설 등급으로 승급한 몬스터 두 마리를 상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뭔가 좀 어설퍼.’

    동족 포식을 통해 승급한 전설 등급 몬스터 두 마리는 정상적인 상태의 전설 등급 몬스터보다 전투력이 떨어졌다.

    푸욱!

    현성이 용혈검을 용인의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최대한 힘을 줘서 밀어 넣었음에도 검날이 그리 깊게 박히지 않았다.

    하지만 용인의 몸에 피가 날 정도는 되었다.

    -크아아아앙!

    용인이 성난 포효와 함께 현성을 공격했다.

    현성은 용인의 허벅지에 어설프게 박힌 용혈검을 뽑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피하면서 발로 더 깊게 찔러 넣었다.

    푸우욱!

    이번에는 제법 효과가 있었다.

    용혈을 흡수하면 공격력이 증폭되는 용혈검의 옵션이 발동한 덕분에 검날이 전부 레드 드래곤의 허벅지에 박혀 들었다.

    -크르르릉!

    용인이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용혈검을 뽑아내려고 했다.

    파지지지직!

    그 순간 현성이 아공간에서 신혈검을 뽑아 들고 전력을 다해 용인을 공격했다.

    서걱!

    현성이 휘두른 신혈검이 용혈검을 뽑으려는 용인의 오른팔을 베고 지나갔다.

    신혈검의 검날이 용인의 비늘과 근육을 반쯤 잘라 놨다.

    퍼억!

    현성이 발 차기로 용인의 턱을 차서 날려 버렸다.

    -크아아아앙!

    광분한 용인이 현성에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꼬리를 휘두르며 현성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현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신혈검을 휘두르며 용인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용인은 중간중간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용혈검을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현성이 아니었다.

    현성은 부상을 감수하고서라도 용인의 허벅지에 박힌 용혈검을 뽑지 못하게 막았다.

    콰직!

    날카로운 용인의 발톱이 마왕의 갑주를 꿰뚫고 현성의 몸에 틀어박혔다.

    용인의 몸을 휘감고 있는 붉은 화염이 현성의 피와 살을 지글지글 태웠다.

    ‘크윽.’

    현성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신혈검을 휘둘러 반격했다.

    -콰콰콰콰콰콰!

    용인이 화염 브레스를 내뿜었다.

    현성은 고신의 방패를 변형해 형태를 키우고 화염 브레스를 뚫으며 전진했다.

    흑뢰신의 숨결도 전력으로 사용해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고신의 방패와 마왕의 갑주 그리고 흑뢰신의 숨결로도 용인이 뿜어내는 화염 브레스의 열기를 다 막아 낼 수는 없었다.

    현성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불타고 피부가 녹아내렸다.

    하지만 현성은 계속해서 전진해 용인에게 칠흑빛 뇌전으로 휩싸인 신혈검을 휘둘렀다.

    현성은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현성이 육체의 손상을 감수하고 지속적인 공격을 이어 나가자, 용인은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용혈검을 뽑을 틈이 없었다.

    현성의 몸은 녹아내리고 회복되기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고통이 뇌리를 마비시킬 것만 같았지만,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좋아, 충분히 잡을 수 있어.’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불사의 서와 용혈검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옵션 효과로 인해 현성의 체력과 마력이 지속적으로 회복되었다.

    반면 용인은 회복은커녕 끊임없이 체력과 마력을 소모하기만 했다.

    -크르르릉!

    용인의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졌다.

    화염 브레스를 뿜어내는 주기도 점점 벌어졌고, 위력도 줄어들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분신, 뚱이, 덕구가 상대하던 전설 등급 몬스터 두 마리와 영웅 등급 몬스터들이었다.

    전설 등급 몬스터 두 마리는 잘 막고 있었다.

    문제는 영웅 등급 몬스터들이었다.

    이놈들이 동족 포식은 물론 죽은 플레이어들의 몸과 그들이 지니고 있던 마석, 아이템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그러더니 또 전설 등급 몬스터로 승급했다.

    그 결과 전설 등급 몬스터의 숫자가 세 마리로 늘어났다.

    ‘더 늘어나면 골치 아픈데.’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지금 써야 하나?’

    현성이 아직 뽑지 않은 카드 한 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지원군이 도착했다.

    UN군 소속 플레이어들이 도착한 것이다.

    그중에는 신윤아를 포함한 현성 휘하의 랭커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전원 공격!”

    신윤아의 외침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랭커가 포함된 플레이어 무리라고 해도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딱 좋아.’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드디어 아껴 왔던 비장의 카드를 사용할 때가 왔다.

    ‘영역 선포.’

    현성이 직업 전용 스킬인 영역 선포를 사용했다.

    -군주의 영역을 선포합니다.

    -선포된 영역 안에서 군주와 휘하 신하들의 스텟이 10% 상승합니다.

    현성을 포함해 현성의 휘하에 든 랭커들의 스텟이 10%나 증가했다.

    “와아아아아!”

    “다 쓸어버려!”

    스텟 증가를 느낀 랭커들이 함성을 터트리며 몬스터들을 쓸어 나갔다.

    신화 등급으로 추정되는 용인은 현성이.

    전설 등급 몬스터는 분신과 뚱이 그리고 덕구가.

    영웅 등급 및 그 이하 등급 몬스터들은 플레이어들이 상대하니 손발이 척척 맞았다.

    ‘이제 끝을 보자.’

    현성이 더 강하게 용인을 밀어붙였다.

    영역 선포의 쿨타임은 70분.

    그 안에 승부를 봐야 했다.

    콰직!

    신혈검이 용인의 날개 하나를 잘라 냈다.

    용인의 허벅지에 박힌 용혈검은 계속해서 용혈을 빨아 먹고 있었다.

    현성과의 싸움에서 용인은 명백히 밀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크아아아앙!

    용인이 현성을 무시하고 플레이어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딜.’

    현성이 그런 용인의 등을 향해 신혈검을 휘둘렀다.

    콰직!

    신혈검이 용인의 등에 틀어박혔다.

    -캬아아아앙!

    용인이 비명을 터트리며 다시 몸을 돌렸다.

    ‘절대 못 빠져나간다.’

    -콰콰콰콰콰콰!

    용인이 이번에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화염 브레스를 뿜어냈다.

    꽈아아앙!

    현성이 고신의 방패로 용인의 주둥이를 후려쳤다.

    그러면서 고신의 방패로 용인의 브레스를 막았다.

    ‘덩치가 작아지니까 이건 좋네.’

    브레스의 위력은 증가했지만 반대로 범위가 줄어들었다.

    현성이 자신의 몸으로 브레스를 틀어막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도발 스킬이 안 먹히는 게 아쉽네.’

    용인의 정신계 스킬 방어력이 높은 탓인지 도발 스킬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몸으로라도 막아야 했다.

    ‘좀 죽어라.’

    현성이 용인의 몸을 향해 신혈검을 찔러 넣었다.

    푹! 푹! 푹!

    용인의 몸이 점점 피투성이로 변했다.

    체력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는지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캬아아아앙!

    그때 용인이 커다란 포효를 터트렸다.

    그 순간 전설 등급 몬스터 세 마리가 자신을 막고 있는 분신, 뚱이, 덕구를 무시하고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 주면 고맙지.’

    지금 현성의 전투력이라면 반편이 전설 등급 몬스터 정도는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전설 등급으로 승급한 몬스터들의 마력이 엄청나게 불안정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말이다.

    ‘미친.’

    파지지직!

    현성이 중간에 요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설 등급 몬스터들은 머리가 터지고 몸이 찢겨 나가도 무시하고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칫!”

    현성이 요격을 포기하고 전신을 휘감고 있는 흑뢰신의 숨결에 더 강한 마력을 부여했다.

    방어 스킬도 연달아 발동시켰다.

    그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앙!

    불안정한 마력을 가지고 있던 전설 등급 몬스터들의 몸이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크윽.”

    현성이 이를 악물고 폭발을 견뎠다.

    불안정한 마력의 폭발은 꽤 강력했다.

    현성의 방어 스킬과 마왕의 갑주를 뚫고 피해를 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치명상은 없었다.

    작은 상처들 역시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문제는 그사이 용인이 도주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허벅지에 박혀 있던 용혈검도 어느새 뽑혀 있었다.

    ‘안 놓친다.’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과 비행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용혈검을 소환해 움켜쥐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순식간에 용인을 추격한 현성이 양손에 들린 신혈검과 용혈검을 동시에 용인의 등에 박아 넣었다.

    푸우욱!

    -캬아아아앙!

    용인의 입에서 구슬픈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신혈검과 용혈검이 용인의 용혈을 쭉쭉 빨아 먹었다.

    그런 상황에서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과 용의 혈조를 연달아 발동시키자, 용인의 몸이 순식간에 넝마로 변했다.

    그 후.

    우득! 우득!

    용인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더니 본래 모습이었던 레드 드래곤의 형상으로 변했다.

    휘이이잉!

    그 후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힘없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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