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권. 크라우드 펀딩 (117/225)

┃크라우드 펀딩

사건의 발단은 인터넷이었다.

-차원 게이트 탐지 장비가 양산되면 어디부터 배치되는 거임?

-당연히 미국이지.

-왜 미국임? 한국에서 만든 거니까 가까운 우방국인 우리 일본이 되어야 함.

-일본이 언제부터 한국 우방국임?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은 미국임.

-아니다. 중국이다. 우리 한국이랑 엄청 친하다.

-러시아다.

-유럽이다.

-베트남이다.

-중동이다.

-아프리카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설전을 이어 나갔다.

그것도 모자라 실제 오프라인 행동에 들어갔다.

자국의 정부를 쪼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들의 압박을 느낀 각국의 정부는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어떻게 하면 현성에게 잘 보일 수 있을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하지만 현성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설사 만나더라도 직접 청탁을 하기는 현성의 위상이 너무 올라갔다.

결국 각국의 정부가 선택한 로비 대상은 총 셋이었다.

첫 번째는 아라의 사장 최현지였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나는 혈연, 학연, 지연이라고 했다.

그중 가장 으뜸이 바로 혈연 아니겠는가?

두 번째는 이모탈 길드였다.

이모탈 길드는 현성의 수족 같은 존재다.

특히 길드장 강선영의 경우는 현성의 최측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대한민국 정부였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현성에게 영향을 끼친다기보다는 그 반대일 확률이 더 높았으니까 말이다.

어찌 되었든 차원 게이트 사전 탐지기의 우선권을 놓고 세계 각국이 로비를 시작했다.

최현지의 사무실에 온갖 선물들이 수북이 쌓였다.

아라의 세계 진출은 아무런 장애물 없이 너무나 손쉽게 이루어졌다.

최현지가 이사로 있는 한호 그룹과 TS 그룹 역시 해외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 와중에 최현지의 사무실에 선물이 또 도착했다.

“이번에는 누가 보낸 거죠?”

최현지가 비서에게 물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입니다.”

“내용물이 뭐죠?”

“한국 문화재들입니다.”

최현지의 얼굴이 확 하고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선물이에요, 강탈해 간 거 반납한 거지!”

최현지의 말에 비서는 기가 팍 죽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나가 보세요.”

최현지의 말에 비서가 조용히 사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선물을 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대사들을 갈궜다.

“최현지 사장님께서 매우 불쾌해하셨습니다. 당연히 반납해야 할 물건들을 선물이라고 표현하셔서요.”

“…….”

각국의 대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중국, 러시아, 일본 좀 본받으세요. 그 삼국은 이번 일이 있기 전에 알아서 한국 문화재 모두 반납했습니다. 거기다 추가로 그간 무단으로 빌려 가서 죄송하다고 대여료까지 지불했어요.”

“당장 문화재 대여료를 지불하겠습니다!”

미국 대사가 외쳤다.

그걸 시작으로 다른 나라 대사들도 일제히 대여료 지불을 외쳤다.

“최현지 사장님 심기가 불편하시니 다음에 다시 오십시오.”

하지만 비서의 축객령에 힘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해외 한국 문화재들이 단 한 점도 빠짐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성은 그 문화재들을 한국 문화재청에 넘겼다.

그리고 강하게 경고했다.

문화재들을 분실하거나 훼손될 경우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이다.

현성의 말에 문화재청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보다 더 무서운 인물에게 내려온 지시였다.

대통령은 임기가 있지만 현성은 임기가 없다.

당연히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미세먼지가 요즘 자꾸 넘어오는 것 같던데?

현성의 한마디에 중국은 자국 공장의 굴뚝에 유해 물질을 걸러 내는 특수 필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전 세계가 현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현성의 누나인 최현지, 현성의 최측근인 강선영 길드장, 한국 정부까지도 덩달아 이득을 보았다.

당연히 국민들에 대한 현성의 지지도가 끝 모를 정도로 상승했다.

한편 그 시각.

현성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곤욕스러워하고 있었다.

‘아니, 예전에 망한 작품 후속 편을 어떻게 만들어?’

컴플레인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원인은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 게임 같은 문화 콘텐츠였다.

현성은 많은 상품들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중에는 성공한 작품도 있지만 망한 작품들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받지 못해 후속 편이 나오지 못하거나 그게 아니면 제작사의 부도 등으로 중간에 절판된 작품들도 꽤 있었다.

문제는 거기에 꽂힌 고객들이 계속해서 컴플레인을 넣으며 후속 편이나 절판된 책의 뒤 권을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그냥 무시해 버릴 수도 있었다.

소수의 의견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넘기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잘만 하면 쏠쏠하게 포인트를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구에도 비슷한 경우는 많다.

제작사가 망했거나 인기가 없거나 시기를 잘못 맞췄다거나 그 외 등등의 이유로 중간에 중단된 작품들이 구매자들의 힘으로 부활한 경우.

크라우드 펀딩.

잘되는 경우도 있고 잘못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돈이 모인다는 거였다.

‘한번 해 보자.’

현성이 서버에 접속해 공지를 올렸다.

그와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만들었다.

첫 타자는 모금 규모가 작은 소설, 만화 같은 원작 작품들이었다.

‘일단 작가부터 섭외하자.’

현성이 사람을 풀어 원작자들을 수소문했다.

원작자들은 다양한 삶을 살고 있었다.

차기작을 내서 계속 소설이나 만화를 그리며 연명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완전히 다른 계통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현성은 원작자들을 섭외했다.

섭외 방법은 간단했다.

-권당 고료 1억을 보장하겠습니다.

-당장 직장 때려치우고 소설가로 전업하겠습니다.

꿈을 접고 직장에 다니던 작가가 전업 선언을 했고…….

-지금 집필 중인 작품과 동시 집필을 하겠습니다.

연재 및 출간 중인 작가는 동시 집필을 선언했다.

원작자들을 섭외한 현성은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출판사 부도로 절판된 드래곤 하트 후속 권 제작 비용.

-목표 모금액 : 1,000,000,000포인트

-현재 모금액 : 0포인트

-모금 기간 150일.

-모금액이 모두 모이면 제작에 들어갑니다.

-1,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종이책을 완결권까지 무상으로 선물해 드립니다.

-10,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작가 사인본이 담긴 종이책을 완결권까지 무상으로 선물해 드립니다.

-판매 부진으로 조기 종결된 마도병기 2부 제작 비용.

-목표 모금액 : 1,000,000,000포인트

-현재 모금액 : 0포인트

-모금 기간 150일.

-모금액이 모두 모이면 제작에 들어갑니다.

-1,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종이책을 완결권까지 무상으로 선물해 드립니다.

-10,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작가 사인본이 담긴 종이책을 완결권까지 무상으로 선물해 드립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모금 금액 자체는 상당히 소소했다.

고작 10억 포인트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게 성공하면?

판을 키워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그리고 영화 쪽에도 충분히 도전을 해 볼 수가 있었다.

* * *

백화는 요즘 들어 살맛이 났다.

그동안은 꽤 지루했다.

요괴들을 사냥해도 별 재미가 없었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것도 별 재미가 없었다.

사실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몇백 년을 반복하다 보면 질릴 수밖에 없었다.

백화는 그래서 심산유곡에 은거해 쇼핑이나 하는 재미로 살았다.

그러다 최현성이라는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백화는 잃어버렸던 삶의 재미를 찾았다.

게임은 백화의 취향과 그리 맞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등.

백화가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들이 수도 없이 널려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

그런 백화의 눈에 난생처음 보는 모금 시스템이 눈에 들어왔다.

‘드래곤 하트 후속 권을 만든다고?’

백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표 모금액은?

고작 10억 포인트였다.

‘당장 제작에 들어가게 해야지.’

백화가 10억 포인트를 후원했다.

그러자 현재 모금액이 10억 포인트로 바뀌었다.

‘다른 건 또 뭐가 있지?’

백화가 눈을 빛내며 크라우드 펀딩 목록을 뒤졌다.

그 후 자신이 원하는 소설이나 만화가 보이면 곧바로 10억 포인트를 후원했다.

* * *

‘순식간이네.’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10억 포인트가 이렇게 일찍 모일 줄은 몰랐다.

‘그냥 100억 포인트로 할 걸 그랬나?’

그랬어도 충분히 모였을 것 같았다.

‘아, 그건 아니네.’

크라우드 펀딩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가 있었다.

바로 백화였다.

‘백화 님 취향에 맞는 것들만 다 찼구나.’

그 외의 작품들은 아직 모금액이 다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150일의 기간 중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모금액이 20% 이상 차 있었다.

150일이 지나면?

아마 무난하게 모금이 완료될 것 같았다.

‘백화 님이 고른 건 포인트가 추가로 모이겠네.’

종이책과 작가 사인본을 원하는 독자들로 인해 10억 포인트를 넘겼음에도 펀딩 금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소설과 만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현성에게 컴플레인으로 후속작을 요구한 분야는 실로 다양하다.

또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경우 펀딩 금액을 대폭 늘릴 수도 있다.

‘한번 해 보자.’

현성이 사람을 풀어 더 많은 원작자와 제작자 들을 찾아냈다.

-불멸자 시즌 3를 제작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이미 시즌 2로 끝났는데요?

-안 풀린 떡밥이 많지 않습니까? 그거 푸시면 됩니다.

-그게, 저도 그러고 싶지만 회사가 부도나서 제작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럼 다시 차리세요.

-돈이 없습니다.

-회사 차리시면 100억 투자하겠습니다. 당장 그때 작업했던 애니메이터들 불러 모으세요.

-아, 알겠습니다.

제작사 부도로 시즌 2로 끝났던 불멸자 시즌 3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영화 해신 2를 제작해 달라고요?

-그렇습니다. 제작비는 전액 투자해 드리겠습니다.

-제대로 만들려면 못해도 100억 정도는 필요할 것 같은데…….

-100억 투자하겠습니다. 계약서 작성하시죠.

-알겠습니다!

제작비 부족으로 후속작 출품이 불투명했던 해신 2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현성은 수많은 작품들의 추가 제작을 의뢰했다.

그 후 대대적으로 크라우드 펀딩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모집 금액도 대폭 늘렸다.

-불멸자 시즌 3 제작 비용.

-목표 모금액 : 100,000,000,000포인트

-현재 모금액 : 0포인트

-모금 기간 150일.

-모금액이 모두 모이면 제작에 들어갑니다.

-100,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불멸자 시즌 3 DVD를 무상으로 선물해 드립니다.

-1,000,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외전 에피소드가 포함된 불멸자 시즌 3 DVD를 무상으로 선물해 드립니다.

-해신 2 제작 비용.

-목표 모금액 : 100,000,000,000포인트

-현재 모금액 : 0포인트

-모금 기간 150일.

-모금액이 모두 모이면 제작에 들어갑니다.

-100,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해신 2 DVD를 무상으로 선물해드립니다.

-1,000,000포인트 이상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메이킹 필름이 포함된 해신 2 DVD를 무상으로 선물해 드립니다.

제작 비용은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그만큼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도 대폭 늘어났다.

물론 모든 크라우드 펀딩이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모집 금액에 미치지 못할 확률이 높은 케이스도 몇 개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순조롭게 모금되고 있는 케이스가 월등히 많았다.

특히 백화와 같은 큰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구로 치자면 1편을 재미있게 본 거부가 개인 사비로 2편 제작비를 대는 셈이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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