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권. 호루스의 눈 사용 설명서 (116/225)

┃호루스의 눈 사용 설명서

‘이쯤하자.’

현성이 사냥을 멈췄다.

마력과 체력은 아직도 충만했다.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몰려왔다.

무려 3일 밤낮으로 사냥에 열중했다.

현성이 파르티샤가 있는 방어벽 안쪽으로 귀환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파르티샤가 군례를 올리며 현성을 반겼다.

“사냥은 잘 마치셨습니까?”

파르티샤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곧바로 아공간을 열어 현무의 등껍질을 꺼냈다.

쿠우웅!

현성이 육중한 크기의 등껍질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걸로 방어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현성의 물음에 파르티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혹시 전설 등급 몬스터의 사체입니까?”

“맞아요.”

현성의 말에 파르티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영웅 등급 아이템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설 등급 아이템은 불가능한가요?”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설 등급 몬스터의 등껍질이다.

그럼 전설 등급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충만한 마력이 보충되어야 합니다.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이 있다면 전설 등급 아이템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는 합니다.”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이라.”

현성이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졌다.

당장 수중에 있는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이 없었다.

물론 시스템 상점에는 있다.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과 전설 등급 몬스터의 사체 부산물을 이용해 전설 등급 아이템을 만드는 건 가성비가 안 좋았다.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과 사체 부산물을 구입할 비용이 전설 등급 아이템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영웅 등급으로 만족해야겠네.’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영웅 등급 아이템으로 만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주군.”

“식량은 부족하지 않죠?”

“예, 하지만 석 달 이상 버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추수기가 오기 전에 식량이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석 달 안에 다시 대량의 식량을 구해 오겠습니다.”

적당한 영농 기업 하나를 인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현성이 그 말과 함께 지구로 귀환을 선택했다.

슈욱!

현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르티샤는 현성이 사라진 자리를 향해 공손하게 군례를 올렸다.

* * *

‘영농 기업이라.’

국내에서 찾아도 되고 국외에서 찾아도 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하려면 역시 땅덩어리 넓은 나라가 좋겠지.’

현성이 이모탈 길드 본사로 향했다.

이런 일을 맡아 줄 사람으로는 강선영 길드장이 제격이었다.

“영농 기업을 인수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강선영 길드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주식 구입 후에는 상장폐지를 해서 개인 사기업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과반수 이상의 주식을 매매하면 그만인데 굳이 상장폐지를 할 필요까지 있을까요?”

“생산 및 판매 내역을 주주들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요.”

괜히 꼬투리 잡힐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상장폐지를 하면 소유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다.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상장폐지를 할 때 주식 처분 안 한 사람들에게 원래 가격대로 보상해 주면 그만입니다.”

돈지랄이었다.

굳이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주는 꼴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래야 잡음이 없다.

인류의 수호신이라는 이미지는 현성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손해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뭐, 스킬북 광풍 이후 빵빵해진 현성의 지갑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푼돈에 불과하기도 했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의 말에 현성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강선영 길드장이 일은 정말 잘한다.

바지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한다.

‘연봉 좀 올려 드려야겠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 했다.

현성은 강선영 길드장에게 일을 떠맡긴 뒤 집으로 향했다.

그 후 오래간만에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 * *

‘한번 해 볼까?’

며칠간 휴식을 취한 현성이 아공간에서 호루스의 눈을 꺼내 착용했다.

“큭!”

방대한 양의 정보가 밀려들어 오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참아 냈다.

호루스의 눈이 주는 정보는 실로 방대하다.

장시간 호루스의 눈을 사용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현성은 주기적으로 호루스의 눈을 착용했다.

‘점점 적응이 되는 것 같다는 말이지.’

정신력 스텟과는 별개로 정신력이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루스의 눈을 착용하면 착용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뿐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시간도 빨라졌다.

‘이것도 숙련도가 있는 거야.’

스킬을 익히는 것과 별개로 잘 사용하기 위해 올려야 하는 보이지 않는 숙련도.

호루스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호루스의 눈을 좀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호루스의 눈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차원 게이트 내부는 탐색이 안 되네.’

호루스의 눈도 차원 게이트 내부의 마력을 탐색하지는 못했다.

그저 지구에서 움직이는 마력만 감지할 뿐이었다.

‘어?’

현성이 호루스의 눈 적응 훈련을 하고 있을 때 난생처음 느껴 보는 기이한 마력이 감지되었다.

강대하고 특이한 마력의 파장.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었던 마력이었다.

‘뭐지? 플레이어나 몬스터는 아닌 것 같은데?’

호기심이 피어난 현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리는 3백 킬로미터 정도로 꽤 멀었다.

‘한번 가 보자.’

호기심이 동한 현성이 몸을 일으켰다.

그 후 공간 이동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하며 허공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향했다.

* * *

대구 시내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콰지지직!

학교 건물 일부가 우그러졌다.

사아아아아악!

그와 함께 마치 블랙홀처럼 생긴 칠흑빛 공간이 생겨났다.

차원 게이트였다.

“히이이익!”

차원 게이트를 발견한 교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차원 게이트다! 당장 신고하고 학생들 대피시켜!”

교사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쿠웅!

그때 차원 게이트 내부에서 희귀 등급 몬스터 웨어 울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웨어 울프는 무리 생활을 하는 몬스터다.

-아우우우우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웨어 울프가 긴 하울링을 터트렸다.

-아우우우우!

그와 동시에 차원 게이트 내부에서 화답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쿵! 쿵! 쿵!

그리고 차원 게이트 내부에서 족히 1백여 마리는 넘어 보이는 웨어 울프들이 무더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악!”

“몬스터다!”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학생들을 통솔해야 할 교사들 역시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크아아아아앙!

우두머리로 보이는 웨어 울프가 성난 포효를 터트렸다.

-크르르르릉!

-캬오오오!

그게 시작이었다.

굶주린 웨어 울프들이 초등학교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학생과 교사 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학생과 교사 들이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지르거나 몸을 웅크리고 두 눈을 질끈 감는 것뿐이었다.

그때였다.

파지지지지직!

허공에서 쏟아진 칠흑빛 뇌전의 비가 웨어 울프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캬아아아앙!

웨어 울프 무리는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숯덩이로 변해 버렸다.

사아아아악!

숯덩이로 변한 웨어 울프의 사체에서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아이템과 마석으로 화했다.

“어?”

교사와 학생 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 어리둥절했다.

탁!

그때 한 청년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현성이었다.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현성의 물음에 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현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기를 잘했어.’

호루스의 눈을 사용하고 나서 처음 느껴 보는 마력이기에 황급히 이동했다.

그리고 그 결과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차원 게이트는 돌발적으로 생겨난다.

그 누구도 차원 게이트의 생성을 사전에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차원 게이트 열리면 피해는 필연적이었다.

텅 빈 공터나 야산에 차원 게이트가 열리는 게 아닌 이상 아무리 초동 대처를 잘해도 희생자는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설마 이런 기능이 있을 줄이야.’

호루스의 눈은 차원 게이트가 생성될 때 발생하는 마력을 탐지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성과였다.

강대국들이 과학자들과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아 수십 년을 갈아 넣었다.

하지만 차원 게이트 생성을 사전에 알아내는 기계나 아이템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한데 호루스의 눈은 너무도 손쉽게 차원 게이트의 탄생을 사전에 파악해 냈다.

‘호루스의 눈을 연구해 봐야겠어.’

어쩌면 호루스의 눈이 인류가 차원 게이트 사전 탐지 장치를 만들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해 줄지도 몰랐다.

-크르르릉!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현성의 귀에 웨어 울프의 으르렁거리는 울림이 들려왔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새로운 웨어 울프가 넘어온 것이다.

‘귀찮네.’

현성이 손을 뻗어 화염의 서 스킬을 사용했다.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웨어 울프들이 타 죽었다.

현성은 화염의 서를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차원 게이트 입구를 화염의 서를 사용해 완벽하게 봉인해 버린 것이다.

“와, 플레이어다!”

“손에서 막 불이 나가!”

초등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현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어서 가자.”

“선생님 따라오세요!”

그때 선생님들이 서둘러 아이들을 인솔해서 대피했다.

‘진짜 다행이네.’

호루스의 눈 때문에 오늘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뒤늦게 대구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

“뭐야?”

“임시 봉인이 되어 있잖아?”

“초등학교라서 피해가 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누가 임시 봉인을 한 거지?”

플레이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현성을 발견했다.

“당신이 차원 게이트를 임시 봉인한 겁니까?”

대표로 보이는 이가 현성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하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큰일을 하셨습니다.”

플레이어의 대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현성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대구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아니신가요? 못 보던 얼굴인데?”

플레이어 대표가 의아한 표정으로 현성에게 물었다.

“우연히 대구에 왔다가 차원 게이트를 막게 되었습니다. 전 최현성이라고 합니다.”

“최, 최현성 플레이어!”

현성이 이름을 밝히자 플레이어 대표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고레벨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현성의 인식 방해 스킬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

인식 방해 스킬을 꿰뚫어 보지 못하니 현성의 얼굴을 보고도 현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현성이 이름 밝히자 그제야 알아본 것이다.

“일단 차원 게이트는 제가 임시로 봉인했습니다. 그럼 뒤처리를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플레이어의 대표가 군기가 잔뜩 든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슈욱!

현성은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그대로 현장에서 사라졌다.

그날 저녁.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생긴 차원 게이트를 현성이 막았다는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 * *

현성은 던전 밖에 있을 때 주기적으로 호루스의 눈을 착용했다.

던전에 들어갈 때는 루시아에게 호루스의 눈을 넘겼다.

그렇게 한 달간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호루스의 눈이 차원 게이트의 생성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또 그 사실을 외부에서도 알게 되었다.

차원 게이트가 생성되기도 전에 현성이 와서 처리하거나 루시아가 와서 처리해 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갑작스럽게 열린 차원 게이트로 인한 피해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아차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현성과의 접선을 시도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이곳에선 한창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아직도 아무런 답이 없나?”

“예,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국무부 장관의 대답에 윌슨 대통령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물들었다.

“꼭 알아내야 하는데.”

차원 게이트 생성 조기 감지 기술.

이 기술이 일반화되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수중 차원 게이트의 존재 때문에 불안에 떨 필요가 없었다.

‘양산이 가능한 기술이라면 좋겠는데.’

그러면 미국 전역에 감지기를 깔면 된다.

아니, 가능하다면 미국 전역이 아니라 전 세계에 깔고 싶었다.

그게 가장 안전했다.

전 세계는 바다를 통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자국 영토만 지킨다고 되는 게 아닌 것이다.

위이이잉!

그때 국무부 장관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국무부 장관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그게 정말인가? 알겠네.”

통화는 금방 끝났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각국의 대사들을 이모탈 길드로 초대했다고 합니다.”

국무부 장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번 일에 대한 해답을 주려는 거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이면 좋겠군.”

미국이 독점할 수 없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기술의 주인이 최현성 플레이어인 이상 나눠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했다.

“주한 미국 대사에게 이번 일의 전권을 위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무부 장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지시하게.”

주한 미국 대사는 현성의 등장 이후 그 중요도가 수백 수천 배 증가했다.

미국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동질감을 위해 주한 미국 대사를 한국계 미국인으로 뽑았다.

당연히 애국심이 높은 인물이었고 전권대사를 맡을 만큼 능력도 있는 인물이었다.

“제발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군.”

윌슨 대통령이 두 손을 모으고 중얼거렸다.

‘제발 양산형이어야 할 텐데.’

대량생산이 가능한 양산형 아이템.

그게 현재 인류에게 주어진 유일한 희망이었다.

* * *

주한 미국 대사를 시작으로 각국의 전권을 위임받은 대사들이 이모탈 길드의 본사로 몰려들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총리를 보냈다.

각국의 대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현성이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다들 모이셨군요.”

현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각국의 대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한국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앉으시죠.”

현성의 권유에 각국 대사들이 일제히 자리에 착석했다.

한국에 파견된 각국의 대사들은 한국계이거나 한국어에 능통한 이들이었다.

그런 만큼 통역의 도움 없이도 현성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제가 얼마 전에 한 가지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마력을 감지하는 타입이죠.”

현성의 말이 끝났지만 전권대사들 중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현성의 말을 경청할 뿐이었다.

“이 아이템은 직경 1,200킬로미터에 달하는 공간의 마력 흐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지 범위에는 차원 게이트도 포함됩니다.”

현성의 말에 미국 대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미 생성된 차원 게이트 말고 새롭게 생성되는 차원 게이트도 감지가 가능한 것입니까?”

미국 대사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지난 한 달간 한국에서 차원 게이트로 인한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바로 이 아이템 덕분이죠.”

현성이 아공간에서 호루스의 눈을 꺼냈다.

작은 외눈 안경.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저는 이 아이템에서 탐지 기능의 일부를 복제해 낼 수 있는지 연구할 생각입니다. 이번 일은 국가를 떠나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한 발판입니다. 그런 만큼 각국 최고의 과학자들과 장인 플레이어들을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러시아 대사가 동의했다.

“최고의 과학자들과 장인들을 선별해 한국으로 파견하겠습니다.”

러시아 대사의 발언을 시작으로 다른 대사들도 일제히 동의를 표했다.

그때 미국 대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저 아이템을 어떤 몬스터에게서 얻으셨는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미국 대사를 비롯한 타국의 대사들은 호루스의 눈을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었다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럼 이런 생각도 가능했다.

호루스의 눈을 토해 낸 몬스터가 나온 던전에서 계속 사냥을 하다 보면 더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아이템 연구보다 사냥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 더 빠를지도 몰랐다.

“그건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현성의 대답에 각국의 대사들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현성이 사냥터를 독점하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미국 대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아이템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까? 혹시 또 나오게 된다면 미합중국에서 꼭 구입하고 싶습니다.”

미국 대사의 말에 다른 나라 대사들도 일제히 입을 열었다.

“독일도 구입하고 싶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구입 의사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대사들이 일제히 구입 의사를 표명했다.

현성이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이 아이템을 다시 얻게 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현성의 말에 대사들의 표정이 절망감으로 물들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미국 대사가 안타까운 어조로 물었다.

“이 아이템의 이름은 호루스의 눈이라고 합니다. 아이템 등급은 신화 등급이죠.”

현성이 신화 등급 아이템의 존재를 밝혔다.

각국의 대사들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난생처음 들어 본 등급이었다.

‘등급 추정 불가였던 오크 로드를 사냥하고 나온 아이템인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던전에서 신화 등급 몬스터를 사냥한 것일 수도 있어.’

각국의 대사들이 망상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

호루스의 눈은 단 한 개만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미국 대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혹시 차후 개발된 아이템을 어떤 순서로 배정하실 생각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미국 대사의 말에 다른 타국의 대사들 역시 눈을 빛냈다.

아이템을 더 얻을 수 없다면 연구 결과라도 선점해야 한다.

물론 기본적이 권리는 현성에게 있다.

당연히 한국은 최초의 수혜 대상이 될 것이다.

이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호루스의 눈이라는 아이템이 있다.

굳이 먼저 첫 번째 완제품 배정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타국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 미합중국이 가장 먼저 배정받아야 한다.’

‘우리 유럽은 많은 나라들이 똘똘 뭉쳐 있다. 그런 만큼 효율이 좋다.’

완성된 아이템을 가장 먼저 배정받는 나라는 그만큼 더 안전해진다.

자금을 많이 투자한 나라가 우선권을 가질까?

아니면 연구 개발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과학자나 장인 플레이어가 속한 국가가 우선권을 가질까?

그것도 아니라면 차원 게이트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나라가 우선권을 가질까?

현성의 말 한마디에 따라 우선권이 정해지고 자국의 안전도가 달라진다.

각국 대사들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선권을 쟁취해야 했다.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또 연구가 실패할지 성공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아이템 배정 순서에 대해서는 일단 양산화가 가능해진 후에 논의하도록 하죠.”

현성이 논의 자체를 덮어 버렸다.

굳이 먼저 배정 순서를 정해 놓을 필요가 없었다.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어디를 선택하든 후발 주자가 된 이들에게는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늦게 정하는 게 좋아.’

결정권은 현성이 움켜쥐고 있다.

세계 각국은 우선권을 얻기 위해 현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 * *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과학자들과 장인 플레이어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현성은 이번 일을 새롭게 설립할 국제기구의 첫 번째 업적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공사가 진행 중이던 개성에서는 연구 단지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연구 단지가 완성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서울에 자리한 한국 아이템 연구소에서 임시로 연구를 진행했다.

사실 한국 아이템 연구소보다 더 좋은 연구 장비가 있는 곳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 중국, 인도, 중동 역시 아이템 연구 기술이 상당히 뛰어났다.

하지만 연구 장소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연구 대상인 호루스의 눈을 한국이 아닌 타국으로 반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가 시작되었다.

현성은 호루스의 눈을 사용하는 시범을 보여 주었고 장인 플레이어들은 호루스의 눈에서 시작되는 마력 탐지 기능을 복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온갖 스킬과 아이템 그리고 첨단 과학 장비가 총동원되었다.

하지만 신화 등급 아이템인 호루스의 눈을 분석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희망을 가졌다.

호루스의 눈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분석이 불가능한 불가해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루스의 눈은 희귀, 영웅 등급 마력 탐색 아이템과 동일한 패턴을 보여 주었다.

분석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연구진이 매달려야 할 과제는 여러 마력들 중에서 차원 게이트가 생성되기 전에 흘러나오는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을 복제하는 것이었다.

성능이 다운그레이드되어도 상관없다.

일단 만들기만 하면, 양산하기만 하면 인류는 갑작스러운 차원 게이트의 공격을 대비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연구에 대한 소식이 일반인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일반인들은 기뻐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느끼는 기쁨은 상당히 컸다.

-그럼 한국은 차원 게이트를 걱정할 필요가 없네?

-그러게.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이 출동해서 틀어막을 거 아니야.

-부럽다. 미국은 언제 그렇게 되냐?

-지금 연구하고 있으니까 금방 되겠지.

-미국에서 유학 중인데 그냥 한국으로 귀국할까?

안 그래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력과 안전 등급을 유지하던 한국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다.

한국은 현성의 존재 때문에 기존에도 부동산 가격이 높았다.

하지만 두 번의 몬스터 웨이브 이후 현성의 존재로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잠시 주춤했었다.

한데 이번 일로 인해 다시금 제어 장치가 풀려 버렸다.

각국의 부호들은 한국으로의 이주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무리 방공호를 만들고 대비 계획을 잘 세워 놔도 완벽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차원 게이트와 몬스터의 등장에 완벽한 대비책이 세워져 있다.

한국의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토지 가격도 올라갔다.

한국인들은 물론 외국인들조차도 한국에 집과 땅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갑자기 한국에 집과 땅 투기 열풍이 불었다.

북한 지역 토지 불하 경매에도 참가자들이 달라붙었다.

한국과 인접해 있는 중국과 러시아 일부 영토의 가격도 상승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직경 1,200킬로미터 내에 있는 모든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했다.

현성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정부에 연락을 취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토지 구매를 금지했다.

그리고 대여 조건도 상당히 까다롭게 바꿔 버렸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의 조치에 투기 열풍이 일단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때 또 다른 문제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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