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권. 새로운 무기 강화 주문서 (114/225)
  • ┃새로운 무기 강화 주문서

    스킬북 가격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존버를 외치며 끝까지 스킬북을 쥐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거품이 꺼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일제히 보유하고 있던 스킬북을 시장에 던졌다.

    스킬북 가격이 원래 시세보다도 아래로 떨어졌다.

    2천만 원에서 1억까지 가격이 올랐던 단단한 몸 스킬북의 가격이 1천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십 배 이상 가격이 뻥튀기 되었던 스킬북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많은 물량이 풀려 스킬북 가격이 기존 시세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60% 이상 빠져 버렸다.

    하지만 시세가 그 이상으로 바닥을 치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막대한 돈을 풀어 시세가 바닥으로 떨어진 스킬북들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제대로 꿀 빨았네.’

    현성의 포인트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하지만 통장 잔고는 두둑해졌고 보유하고 있는 스킬북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적당히 시장을 유지시키려면 내가 뿌린 건 회수를 해야지.’

    현성이 대량으로 뿌린 스킬북을 그대로 시장에 방치하면?

    스킬북 시장은 꽤 오랜 시간 불경기를 보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는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다시 시스템 상점에 팔아야겠다.’

    수수료 20%를 감안해도 포인트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지구에서는 스킬북 가격이 폭락했지만 시스템 상점의 스킬북 가격은 상승했다.

    현성이 시스템 상점에서 일반, 희귀, 영웅 등급 스킬북을 싹쓸이한 덕분이었다.

    ‘그래도 이윤은 거의 없겠어.’

    시스템 상점의 스킬북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 폭은 20% 남짓이었다.

    손해를 보는 것도 있었고 이득을 보는 것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본전이었다.

    ‘한 30% 정도 올랐으면 장기적인 시장 장악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아마 그랬으면 진작 게스피트급의 절대 강자들이 시스템 상점을 장악했을 것이다.

    ‘아마 불가능하겠지.’

    중저레벨 몬스터를 사냥해도 마석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1레벨 플레이어의 특성상 품귀 현상은 그리 오래갈 수가 없었다.

    ‘뭐, 돈은 많이 벌었으니까.’

    포인트는 본전이지만 돈은 갈퀴로 쓸어 담는 수준이 아니라 굴삭기와 불도저를 동원해 쓸어 담아도 부족할 정도로 많이 벌었다.

    ‘그래도 이벤트 시작 전에 복잡한 일이 마무리돼서 다행이네.’

    현성은 전 차원에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들에 대대적인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었다.

    당연히 ‘가챠’였다.

    랜덤 박스의 열풍은 살짝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초기에 비해서 그럴 뿐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종류가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랜덤 박스 덕분에 집판검 같은 고가의 아이템이 꽤 많이 풀렸어.’

    수량이 많이 풀린 만큼 덩달아 강화 열풍이 불었다.

    전에는 집판검을 고강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물량이 워낙 없었고 집판검 자체가 워낙 고가의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랜덤 박스를 엄청나게 까서 집판검을 여러 자루 손에 넣은 유저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여러 자루의 집판검을 손에 넣은 유저들은 강화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깨지기도 많이 깨졌고 4강이나 5강 정도 되는 집판검도 꽤 많이 풀렸다.

    ‘이 열기를 이어 가야지.’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와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

    ‘이제 포인트만 바르면 5강 기본 세팅이 가능해진다.’

    일반적인 무기 강화 주문서는 3강이 한계다.

    4강부터는 강화에 실패하면 무기가 사라진다.

    하지만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는 다르다.

    2강을 한 집판검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바르면?

    추가로 1강, 2강, 3강이 랜덤으로 결정된다.

    쉽게 말해 2강에서 잘만 띄우면 5강 무기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3강이 되거나 4강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바르면 된다.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는 강화된 무기를 1강 떨어트려준다.

    쉽게 말해 3강이나 4강인 집판검에 발라 2강으로 만들고 다시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로 5강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지금 전 서버 최고가 집판검이 6강이었지?’

    그런 만큼 4강이나 5강만 해도 웬만한 서버에서는 최고 무기 대접을 받았다.

    ‘슬슬 시작해 볼까?’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와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는 별도의 주문서 랜덤 박스를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었다.

    ‘잡주문서도 많이 나오겠지만, 일반 무기 강화 주문서도 좀 많이 풀어야지.’

    본래 강화 주문서를 보면 지르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 법이다.

    강화 열풍이 불면?

    당연히 사라지는 무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무기가 사라지면?

    ‘무기 랜덤 박스 사서 다시 차판검하고 집판검 뽑아야지.’

    현성이 전 서버에 서버 점검 메시지를 띄웠다.

    그 후 대규모 이벤트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포인트만 지불하면 최강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1차 랜덤 박스는 현성에게 엄청난 수익을 벌어다 주었다.

    2차 랜덤 박스는 어떨까?

    단순히 대박이 나는 것을 넘어서 살짝 수그러든 1차 랜덤 박스의 판매량 역시 끌어올려 주지 않을까?

    ‘역시 한국은 대단해.’

    현성은 과거 전 세계에 판매되었던 게임들을 다시 서비스하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역시 포인트 벌이로는 한국 게임만 한 게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악마 같은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심리를 귀신같이 꿰뚫고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

    ‘교류의 보석 개선품이 대중화되면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이 더 많아지는데.’

    지금은 2D RPG 게임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교류의 보석 개선품이 저렴한 가격에 대거 풀리면?

    리X지 2를 시작으로 와X, 아X온 같은 3D RPG 게임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뭐, 알아서 잘하시겠지.’

    게임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게스피트는 할 일은 하는 마왕이었다.

    * * *

    “떠, 떴다! 우워어어어억!”

    각투브크의 입에서 기이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4강 집판검이 내 손에 들어왔어!”

    각투브크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각투브크는 아이템 XX에서 집판검을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랜덤 박스 열 개를 구입해서 깠다.

    그런데 거기서 집판검이 떠 버렸다.

    각투브크는 그간 날린 포인트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환희에 가득 찼다.

    -2서버 플레이어 달까기 님이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획득하셨습니다.

    이 메시지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각투브크는 곧바로 무기 강화 주문서를 사서 3강을 했다.

    하지만 각투브크는 얼마 가지 않아 3강 집판검에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각투브크가 있는 2서버에서 최상위 랭커들이 모두 3강 집판검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집판검을 손에 넣었는데…….’

    각투브크의 눈에는 개나 소나 다 집판검을 들고 다니는 걸로 보였다.

    그래서 오랜 고심 끝에 눈 딱 감고 미친 짓을 했다.

    3강 집판검에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바른 것이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두 눈을 감았다.

    집판검이 사라졌을까 봐 한동안 모니터를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겨우 용기를 내서 고개를 들었을 때.

    각투브크의 캐릭터 달까기는 4강 집판검을 들고 있었다.

    ‘그래, 4강 정도는 들어 줘야지.’

    마음 같아서는 5강까지 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각투브크는 그게 욕심임을 알고 있었다.

    4강 집판검은 2서버에 단 세 개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2서버 최고의 무기는 5강 집판검이다.

    1서버에 6강 집판검이 있기는 했지만, 서버가 다르니 상관없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서버에서 두 번째는 된다.’

    각투브크는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때였다.

    컴퓨터 모니터에 업데이트 공지가 떴다.

    ‘음, 대규모 이벤트가 있다고 하던데 뭘까?’

    살짝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저 신규 던전 오픈 정도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업데이트 끝나면 바로 접속해야지.’

    자신의 4강 집판검의 위용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보여 줄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각투브크는 오래간만에 사냥을 나갔다.

    ‘오늘은 운이 좋네.’

    초월 등급 몬스터를 발견해서 업적도 쌓고 초월 등급 아이템도 얻었다.

    각투브크가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업데이트는 끝나 있었고 새로운 이벤트에 대한 공지가 떠있었다.

    “어?”

    각투브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추,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 한 방에 2강에서 5강이 가능하다고?”

    집판검이 사라질 위험 따위는 없다.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만 있으면 안전하게 5강이 가능하다.

    “이런 미친!”

    각투브크가 욕설을 내뱉었다.

    방금 전에 무기가 사라질 위험을 감수하고 집판검 4강을 질러서 성공했다.

    한데 이게 뭔가?

    ‘이러면 집판검 5강이 넘쳐흐를 거 아니야?’

    각투브크가 서둘러 게임에 접속했다.

    상점에 유저들이 넘쳐흘렀다.

    아마 모두 주문서 랜덤 박스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럴 수는 없어.’

    너무 잔인했다.

    어떻게 자신의 캐릭터 달까기가 들고 있는 4강 집판검을 자랑할 찰나의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때였다.

    -1서버 플레이어 김신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강화 성공 메시지가 떴다.

    그게 시작이었다.

    -3서버 플레이어 이한성 님이 집판검 4강에 성공하셨습니다.

    -3서버 플레이어 이르스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집판검 5강이랑 4강을 이렇게 순식간에 얻다니?’

    너무나 허탈했다.

    3강 집판검에 무기 강화 주문서를 지르기 전 자신이 얼마나 고심하고 또 고심했는가?

    한데 고심한 의미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손이 덜덜 떨려 왔다.

    ‘또 랜덤 박스를 사야 하나?’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와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얻으려면 랜덤 박스를 까는 수밖에 없었다.

    -3서버 플레이어 이한성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또다시 메시지가 떴다.

    집판검 4강을 손에 넣었던 이한성이라는 유저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집판검 5강을 띄운 것이다.

    “이런 젠장!”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최현성! 게스피트! 이 포인트에 미친 연놈들!”

    어떻게 업데이트 한 번으로 자신의 집판검 4강의 가치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3강 집판검에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발랐는데?

    집판검 4강에 성공하고 나서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때였다.

    -2서버 플레이어 연암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각투브크와 같은 서버에 속해 있는 연암이 집판검 5강에 성공했다.

    으드득!

    각투브크가 이를 악물었다.

    연암은 운 좋게 처음으로 구매한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얻은 유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판검 5강도 손쉽게 성공해 버렸다.

    ‘내 집판검 4강으로 썰어 주려고 했는데.’

    PK를 통해 밟아 주려고 했다.

    한데 이제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자신이 밟히게 생겼다.

    ‘어쩔 수 없나.’

    각투브크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주문서 랜덤 박스 1천 개를 구매해 까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잡주문서였다.

    하지만 중간중간 일반 무기 강화 주문서가 나왔다.

    그리고 1천 개를 다 깐 각투브크의 캐릭터 달까기의 아이템 창에는 세 개의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와 한 개의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가 있었다.

    ‘망할, 왜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가 한 개밖에 안 나온 거야?’

    만약 각투브크가 집판검을 4강까지 지르지 않았다면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 한 개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4강까지 지른 덕에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가 두 개나 필요했다.

    ‘어쩔 수 없다.’

    각투브크가 주문서 랜덤 박스를 1천 개 더 구매했다.

    역시 대부분은 잡주문서였지만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 네 개와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 두 개가 나왔다.

    ‘빌어먹을.’

    각투브크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조작해 4강 집판검에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발랐다.

    4강 집판검이 3강 집판검이 되었고 그 후에는 2강 집판검이 되었다.

    ‘제발 한 번에 5강 떠라.’

    각투브크가 간절한 마음으로 2강 집판검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발랐다.

    만약 3강이나 4강이 뜨면 저주받은 강화 주문서로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2서버 플레이어 달까기 님이 집판검 4강에 성공하셨습니다.

    행운의 여신은 각투브크에게 웃어 주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각투브크가 욕설을 내뱉었다.

    랜덤 박스를 다시 구입해서 깠다.

    그 후 나온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로 4강 집판검을 다시 2강 집판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발랐다.

    하지만 5강은 쉽게 뜨지 않았다.

    계속해서 3강 집판검이 뜨거나 4강 집판검이 뜨기 일쑤였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나?’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뽑기까지의 노고가 떠올랐다.

    차라리 나중에 아이템 XX에서 5강 집판검을 사는 게 더 쌀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포인트가 너무 아까웠다.

    그때였다.

    -3서버 플레이어 왕십리글쟁이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또다시 집판검 5강이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개나 소나 다 성공하는데 왜 난 안 뜨는 거야?’

    오기가 생긴 각투브크가 다시 랜덤 박스를 구입했다.

    다른 유저의 성공 메시지를 본 순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은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각투브크는 계속해서 랜덤 박스를 구매했다.

    그리고 자신의 집판검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와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번갈아 사용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2서버 플레이어 달까기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각투브크는 결국 집판검 5강에 성공했다.

    “하하하하!”

    입에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각부브크의 게임 캐릭터 달까기의 손에 들려 있는 5강 집판검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내 무기가 2서버 최강이야. 전 서버를 뒤져도 5강 집판검보다 좋은 건 6강 집판검밖에 없어.’

    -2서버 플레이어 포텐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같은 2서버에 포텐이라는 유저가 집판검 5강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자신과 동급 무기를 가진 유저가 한 명 더 늘어났다는 사실에 살짝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었다.

    어쨌든 동급이니까.

    그때였다.

    -2서버 플레이어 포텐 님이 집판검 8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뭐야?”

    갑자기 포텐이라는 유저가 집판검 8강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집판검 8강이라니?

    어떻게 그런 무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와, 대박! 집판검 5강 뜨자마자 바로 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발랐나 봐!

    -완전 강심장이네!

    -운도 좋은 것 같음.

    다른 유저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놈.’

    5강 집판검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개고생을 했다.

    그런데 그걸 또 지르다니?

    자칫 잘못하면 5강 집판검이 그대로 날아갈 수도 있다.

    ‘괜히 미친놈 짓거리에 흔들리지 말자.’

    각투브크가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부여잡았다.

    그때였다.

    -3서버 플레이어 왕십리글쟁이 님이 집판검 7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뭐야?’

    왕십리글쟁이라는 유저도 5강 집판검을 질렀다.

    8강 집판검이 뜬 건 아니지만 무려 7강 집판검이 떴다.

    각투브크의 눈에 자신의 게임 캐릭터 달까기의 5강 집판검이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8강 집판검과 7강 집판검의 존재를 알고 나니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눈 딱 감고 질러 봐?’

    3강 집판검을 4강 집판검으로 띄웠던 각투브크였다.

    5강 집판검이 8강 집판검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2서버 플레이어 연암 님이 집판검 6강에 성공하셨습니다.

    같은 서버의 유저 연암이 집판검 6강에 성공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잘 뜨는 거야?’

    각투브크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때였다.

    -2서버 플레이어 연암 님이 집판검 9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미친.’

    유저 연암이 세 번 연속으로 집판검 강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9강 집판검을 얻었다.

    9강 집판검이라니?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강화 수치였다.

    -우와! 연암 님, 대단하십니다!

    -세 번 연속으로 지르는 용기에 감명받았습니다!

    -아, 나도 지를까?

    유저들이 웅성거렸다.

    그때였다.

    -저, 연암입니다. 제가 봤을 때는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가 최곱니다. 1~3까지 랜덤으로 뜨는 것도 뜨는 거지만 일반 무기 강화 주문서보다 강화 성공 확률 자체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런 거 같기는 해요.

    -저도 그런 거 같아요!

    -그럼 나도 도전!

    -나도 지른다!

    강화에 성공한 유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와 함께 연속적으로 성공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2서버 플레이어 칼튼90 님이 집판검 6강에 성공하셨습니다.

    -3서버 플레이어 침략자 님이 집판검 8강에 성공하셨습니다.

    -1서버 플레이어 티타펠꼬망 님이 집판검 7강에 성공하셨습니다.

    ‘성공 확률이 높다고?’

    정말 그런 것 같았다.

    1, 2, 3서버에서 연속적으로 5강 이상의 집판검들이 뜨고 있었다.

    6강 집판검, 7강 집판검, 8강 집판검.

    -2서버 플레이어 산천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2서버 플레이어 산천 님이 집판검 8강에 성공하셨습니다.

    -우와! 산천 님 대박!

    -한 번에 지르셨는데 성공하셨어!

    -감사합니다! 정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가 성공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일반 무기 강화 주문서 바를 때는 두 번 연속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바르니까 연속으로 떠 버리네요!

    -산천 님, 한 번 더 지르시죠!

    -하하하, 그럴까요? 그럼 3연속 강화에 도전하겠습니다.

    산천이라는 유저의 말에 각투브크가 코웃음을 쳤다.

    ‘8강 집판검을 지른다고? 그게 말이 되나?’

    자신은 5강 집판검을 지르는 것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질러 봐라. 깨지기만 할 거다.’

    그때였다.

    -2서버 플레이어 산천 님이 집판검 9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미친!”

    이건 정말 미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정말 8강 집판검을 질렀다.

    그리고 9강 집판검을 손에 넣었다.

    -와! 진짜 대박이다!

    -산천 님 완전 강심장이시네요!

    -순식간에 9강 집판검이 떴어!

    -음, 10강이나 11강을 원했는데, 9강이 떠 버렸네요. 살짝 아쉬운데요?

    -산천 님, 그럼 한 번 더 지르시죠?

    -3연속 강화는 몰라도 4연속 강화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9강 집판검이면 서버 최강 아닙니까? 전 여기서 만족하겠습니다.

    9강 집판검.

    서버 최강.

    이 두 단어가 각투브크의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도전이다.’

    현재 각투브크는 반쯤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마우스로 달까기 캐릭터를 조작해 5강 집판검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발랐다.

    ‘제발!’

    각투브크가 간절한 마음으로 강화가 성공하기를 빌었다.

    -오, 또 떴어!

    -정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가 성공 확률이 높나 봐!

    유저들의 목소리를 들은 각투브크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과연 자신의 성공을 보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다른 이의 성공을 보고 하는 말일까?

    -2서버 플레이어 달까기 님이 집판검 8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모니터에 믿기 힘든 메시지가 떠 있었다.

    “성공했다!”

    한 번에 성공했다.

    각투브크의 캐릭터 달까기가 8강 집판검을 들고 늠름하게 서 있었다.

    “하하하하하!”

    각투브크의 입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은 만족감에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달까기 님 축하드립니다!

    -한 번 더 지르세요!

    -우리에게 11강 집판검을 보여 주세요!

    유저들의 외침에 각투브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8강 집판검이면 충분해. 괜히 욕심낼 필요 없어.’

    각투브크가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강화에 성공한 유저 연암과 산천의 사례가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난 지금 8강 집판검이야. 한 번만 더 성공하면…….’

    1강만 떠도 전 서버 최강의 9강 집판검이 된다.

    2강이나 3강에 성공해서 10강 집판검이나 11강 집판검이 된다면?

    ‘이러면 안 되는데.’

    머릿속에서는 더 이상 지르지 말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손은 이미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향해 가 있었다.

    ‘딱 한 번만 도전해 보자.’

    각투브크가 마우스를 조작해 8강 집판검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발랐다.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오오오! 대박!

    -이거 실화냐!

    -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유저들의 외침이 각투브크의 귓가를 울렸다.

    ‘성공한 건가?’

    각투브크가 눈을 떴다.

    -3서버 플레이어 리콘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3서버 플레이어 리콘 님이 집판검 7강에 성공하셨습니다.

    -3서버 플레이어 리콘 님이 집판검 9강에 성공하셨습니다.

    하지만 모니터에 떠 있는 메시지는 각투브크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강화에 성공한 것은 달까기 캐릭터가 아니었다.

    “하, 하하하!”

    각투브크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8강 집판검을 들고 있던 각투브크의 캐릭터 달까기의 무기 창이 텅 비어 있었다.

    “이런 망할!”

    강화에 실패했다.

    8강 집판검이 날아갔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각투브크의 두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수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목숨을 건 생사투를 벌였을 때도 나지 않던 눈물이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8강 집판검만 해도 사실상 최강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한데 9강, 10강, 11강 집판검에 눈이 멀어 8강 집판검을 날려 먹었다.

    허탈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때였다.

    -1서버 플레이어 방구석김씨 님이 집판검 5강에 성공하셨습니다.

    -1서버 플레이어 방구석김씨 님이 집판검 8강에 성공하셨습니다.

    -1서버 플레이어 방구석김씨 님이 집판검 9강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시금 강화 성공 메시지가 떠올랐다.

    각투브크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최소한 8강 집판검은 다시 손에 넣어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8강까지는 쉬워. 한번 갔던 길이잖아.’

    가챠 게임의 마력이 각투브크를 집어삼켰다.

    각투브크가 아이템 XX에 들어갔다.

    집판검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한데 집판검이 없었다.

    강화 붐에 힘입어 집판검 매물이 바닥난 것이다.

    결국 각투브크는 두 종류의 랜덤 박스를 모두 구매했다.

    그리고 열심히 까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을 떠나간 8강 집판검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 * *

    “하하하하!”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역시 인간은 만족이라는 걸 모른다니까.’

    대규모 서버 업데이트를 통해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와 저주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가 풀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5강 집판검에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지 못했다.

    더 높은 등급의 무기를 원했다.

    계속되는 지름으로 5강 집판검을 넘어서는 6강, 7강, 8강, 9강 집판검이 탄생했다.

    하지만 집판검의 강화 성공 확률은 등급이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수많은 6강, 7강, 8강, 9강 집판검이 탄생했지만, 그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의 집판검이 그대로 소멸했다.

    이미 탄생한 6강, 7강, 8강, 9강 집판검들 역시 빠르게 소멸되고 있었다.

    일반 집판검의 숫자와 강화된 집판검의 숫자가 줄어들자 처음 판매했던 랜덤 박스의 판매량에 불이 붙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쪼가리가 전 차원에 걸쳐 엄청난 포인트를 쓸어 담고 있었다.

    ‘고객님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랜덤 박스를 많이 애용해 주세요.’

    현성이 진심을 다해 호갱…… 아니, 고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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