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권. 호루스의 눈 (110/225)

┃호루스의 눈

까망이는 본연의 임무를 훌륭하게 해냈다.

수풀에 숨어 있거나 미드호 곳곳으로 흩어진 작은 어류형 몬스터들을 귀신같이 찾아내 먹어 치웠다.

‘광역 탐색 장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몬스터의 마력을 탐지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강대국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는 있지만 아직 개발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한번 찾아보자.’

현성은 시스템 상점에 들어갔다.

‘일단 스킬부터.’

탐지 스킬은 많았다.

하지만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었다.

현성이 익힌 육감 스킬처럼 플레이어의 역량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킬에는 없네.’

그럼 아이템이었다.

현성이 열심히 상점창을 뒤졌다.

그러다 드디어 원하는 아이템 하나를 발견했다.

[호루스의 눈 – 신화 등급]

-직경 1,200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의 마력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판매자 : 호루스

-판매가 : 39,999,999,999,999,999포인트

-호루스의 눈 – 신화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뭐가 이렇게 비싸.’

웬만한 신화 등급 스킬보다 무려 4배나 비쌌다.

거기다 가지고 있는 기능은 단 하나.

광범위한 지역의 마력 흐름 감지였다.

‘어떻게 하지?’

가격이 싸면 모르겠는데 너무 비쌌다.

‘이거 사려면 혈신의 액세서리 세트 사려고 모아 놓은 포인트를 대부분 털어 넣어야 하는데.’

잠시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사자.’

사람 목숨이 우선이다.

현성과 까망이가 놓친 어류형 몬스터가 자체 번식해서 알이라도 놓는다면?

어류 특유의 번식력으로 순식간에 미국의 강가를 뒤덮을 수도 있다.

강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바다까지 순식간에 몬스터 천국이 될 수도 있다.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야지.’

현성이 예를 눌렀다.

-호루스의 눈 – 신화 등급을 구매하셨습니다.

환한 빛무리와 함께 외눈 안경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네.’

현성이 외눈 안경을 집어 들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외눈 안경같이 생겼으니 일단 눈에 가져다 대 봤다.

그 순간 어마어마한 정보량이 현성의 뇌리로 쏟아져 들어왔다.

‘큭!’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정신력 스텟이 1천을 넘긴 후로 난생처음 느껴 보는 두통이었다.

‘이게 신의 눈인가?’

마력의 흐름이 온전하게 느껴졌다.

까망이의 마력부터 까망이를 피해 도주하는 어류형 몬스터들의 마력까지 3차원 입체 영상처럼 느껴졌다.

‘이건 윤아 씨 마력이고 이건 죠셉과 미국 랭커들인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던전에서 흘러나오는 마력과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마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무나도 방대한 정보의 홍수에 뇌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집중하자.’

현성은 의도적으로 미드호의 내부로만 의식을 집중시켰다.

호수 깊숙이 몸을 숨기고 있는 어류형 몬스터부터 해서 육지 근처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는 어류형 몬스터까지 모든 게 낱낱이 파악되었다.

‘안 샀으면 큰일 날 뻔했어.’

벌써 1백 킬로미터도 넘게 도주한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

현성이 외눈 안경을 벗었다.

그 순간 실시간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정보의 홍수가 말끔하게 끊겼다.

‘하하하.’

진한 허탈감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까지 직경 1,200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의 마력 흐름을 받아들였다.

그러다 지금은 고작해야 몇백 미터 수준의 마력 흐름밖에 읽어 내지 못했다.

마치 장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지전능한 존재에서 비루한 피조물로 격하된 느낌이었다.

‘이게 신들이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말이지?’

호루스의 눈.

이건 신이 자신의 권능 중 일부를 부여해 만든 아이템에 불과했다.

아마 진짜 신의 눈은 이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

어쩌면 지구 전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많이 따라갔다고 생각했는데.’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던 게스피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 멀었어.’

자신이 과연 게스피트 같은 위치에 설 수 있을까?

‘굴레라.’

일단 그 굴레라는 것을 벗어던져야 게스피트와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을 듯했다.

‘일단 이번 일부터 처리하자.’

까망이가 차원 게이트 주변에 모여 있던 몬스터들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현성은 그동안 차원 게이트 앞을 막아 놓은 빙벽에 계속해서 마력을 부여했다.

-까망아.

현성이 까망이를 불렀다.

-삐이익!

까망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현성에게 다가와 얼굴을 부볐다.

-아직도 더 먹을 수 있어?

-삐익!

까망이가 당연하다 듯 외쳤다.

까망이의 입장에서는 오래간만에 찾아온 폭렙을 할 기회다.

그동안 사냥감은 육상 몬스터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까망이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수중이었고 몬스터가 가득했다.

그리고 육지에서 사냥해 잡아먹던 몬스터들보다 더 맛이 있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

현성은 자신이 만든 빙벽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삐이이이익!

까망이가 잔뜩 흥분했다.

빙벽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잔뜩 났기 때문이다.

까망이가 재빨리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현성은 까망이가 사라지자 빙벽의 구멍을 막아 버렸다.

-이 빙벽이 무너지지 않게 막아. 알았지?

-삐이이익!

현성의 말에 화답하듯 빙벽 안에서 까망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당분간 빙벽은 안전할 거야.’

몬스터들의 지속적인 공격을 훌륭하게 방어해 낸 빙벽이다.

거기다 현성이 계속 마력을 불어 넣으며 보수 공사까지 했다.

어디 그뿐인가?

어류형 몬스터들의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 까망이까지 투입했다.

아마 현성이 떠나가도 몇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현성이 아공간을 열었다.

‘나와라.’

좌아아악!

-콰콰콰콰콰!

아공간 속에서 삼두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계속 냉기 브레스를 발사해.

현성의 명령을 들은 삼두룡이 차원 게이트를 봉인하고 있는 빙벽을 향해 냉기 브레스를 발사했다.

‘이제 차원 게이트는 완벽하게 봉인했어. 남은 놈들만 처리하면 끝이야.’

현성이 다시 호루스의 눈을 꺼내 들었다.

‘큭!’

방대한 정보량이 밀려들었다.

현성은 어류형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한 뒤 호루스의 눈을 해제했다.

‘단 한 마리도 남겨 놓지 않는다.’

현성이 매서운 속도로 물속을 누비며 미드호에 몸을 숨긴 어류형 몬스터들을 박멸하기 시작했다.

* * *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나?”

윌슨 대통령이 초조한 표정으로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에게 물었다.

“예, 대통령님.”

“으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드호와 콜로라도강의 접경 지역은 플레이어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셔야 합니다.”

“그래야겠지.”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아무런 연락도 없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

차원 게이트를 임시로라도 봉인하는 데 성공한 걸까?

아니면 실패한 걸까?

‘좋게 생각하자.’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의 말대로 무소식을 희소식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만약 문제가 생겼다면 자신에게 벌써 연락이 왔을 테니까 말이다.

띠리리리!

그때 윌슨 대통령의 직통전화기가 울렸다.

지금 이 전화로 연락을 줄 사람은 미드호 사건 현장에 나가 있는 현지 책임자뿐이었다.

윌슨 대통령이 다급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어떻게 됐나?”

-윌슨 대통령님, 저 최현성 플레이어입니다.

수화기에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윌슨 대통령이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그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통역이 바로 투입되었다.

-제 말 들리십니까?

“들립니다. 미드호에 생긴 차원 게이트 봉인은 성공했습니까?”

윌슨 대통령의 말이 바로 통역을 통해 현성에게 전달되었다.

-일단 임시로 봉인해 놨고,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온 어류형 몬스터들을 모두 박멸했습니다.

“예? 그게 무슨?”

차원 게이트 임시 봉인은 예상했다.

한데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온 어류형 몬스터들을 모두 박멸했다니?

윌슨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어류형 몬스터를 박멸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드호 자체를 봉쇄하고 호수의 물을 다 빼 버릴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미드호에 숨어 있을 게 확실한 어류형 몬스터들을 완전히 박멸하고 차원 게이트를 봉인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온 어류형 몬스터들은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두 제거했습니다. 이건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현성 플레이어!”

윌슨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일단 차원 게이트 안에 있는 몬스터는 모두 처리하고 입구를 봉인해 뒀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최대한 빨리 던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당장 공사 인력을 투입하겠습니다.”

-수중 던전을 만드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수중 던전을 만들 계획은 없습니다.”

-예? 그게 무슨?

현성의 당황스러워하는 목소리에 윌슨 대통령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차원 게이트 주변을 거대한 섬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입니다.”

-섬요?

“기대하셔도 좋으실 겁니다.”

윌슨 대통령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플랜 C의 가동을 명령했다.

* * *

“섬을 만들겠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섬이라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현성 씨?”

신윤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윌슨 대통령이 호수 한가운데 있는 차원 게이트를 섬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해서요.”

“섬요?”

신윤아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바다 한가운데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넓은 미드호에 무슨 섬을 만들겠다는 말인가?

두두두두!

좌아아악!

현성과 신윤아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수송 헬기와 수송선 들이 미드호에 투입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멀리서부터 수송차들이 끝도 없이 미드호로 밀려들었다.

“최현성 플레이어님.”

죠셉이 다급하게 현성을 불렀다.

“예, 무슨 일이시죠?”

“차원 게이트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건 딱히 어려울 게 없었다.

현성은 수중 탐사단을 포함한 미국 랭커들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 빙벽에 막혀 있는 차원 게이트를 확인시켜 주었다.

그게 끝이었다.

미국은 현성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성을 워싱턴 D.C로 초대했다.

현성은 일단 워싱턴 D.C의 초대를 뒤로 미뤘다.

미국이 수중에 열린 차원 게이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었다.

인력은 모두 플레이어였고 장비와 재료는 마석과 몬스터 사체로 만들어진 특수한 것들이었다.

수심 150미터에 달하는 호수 중심부에 거대한 기둥이 박혔다.

그 후 원형으로 이루어진 1차, 2차, 3차, 4차 방벽이 만들어졌다.

‘이게 뭐야?’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호수 한가운데 콜로세움 형태의 건축물이 4개나 지어졌다.

차원 게이트 주변은 더 이상 물속이 아니었다.

배수장치가 완벽하게 갖춰진 지상 건축물의 중심에 차원 게이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차원 게이트 입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던전이 만들어졌다.

‘수도꼭지야 뭐야?’

수도꼭지에서 물이 줄줄 흘러나오듯 오픈된 던전 입구에서 물과 어류형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어류형 몬스터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차원 게이트를 넘는 순간 함께 넘어온 물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으니까 말이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차원 게이트로 향하는 수도꼭지가 이미 잠겨 버렸으니까 말이다.

미국의 플레이어들이 손쉽게 어류형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아무리 포악한 몬스터라도 이놈들의 본질은 물고기다.

당연히 뭍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현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이거 완전히 거저먹을 수 있는 사냥터잖아?’

미국은 확실히 대단했다.

세계 최초로 등장한 수중 차원 게이트와 어류형 몬스터라는 위협을 제대로 꿀 빨 수 있는 사냥터로 바꿔 놓았으니까 말이다.

* * *

현성과 신윤아는 미국 워싱턴 D.C로 향했다.

‘뭘 달라고 해야 하나?’

현성은 열심히 보상 목록을 떠올려 봤다.

‘파르티샤 쪽에 지속적으로 식량을 공급해야 하니 토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영농 회사에서 식량을 사서 공급하는 것보다는 자체 생산해서 공급하는 게 더 편하기는 했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메리트지만 구매한 식량의 출처를 의심받는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킬북이랑 던전도 괜찮지.’

스킬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던전의 경우 현대사회에 있어서 유전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몬스터 사체와 마석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니까 말이다.

‘어떤 게 좋으려나?’

잠시 고민하던 현성이 결정을 내렸다.

‘그냥 다 달라고 하자.’

생각해 보니 굳이 하나만 받을 필요가 없었다.

영농 회사를 운영할 만한 땅도 달라고 하고, 스킬북도 달라고 하고, 던전 소유권도 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 * *

“어서 오십시오, 최현성 플레이어, 신윤아 플레이어.”

윌슨 대통령이 직접 현성과 신윤아를 마중 나왔다.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윌슨 대통령님.”

신윤아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별말씀을.”

윌슨 대통령과 신윤아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그다음은 현성 차례였다.

“반갑습니다, 윌슨 대통령님.”

현성이 윌슨 대통령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

윌슨 대통령이 현성에게 다가가 가벼운 포옹을 했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우리 미합중국의 영웅입니다.”

윌슨 대통령이 처음부터 현성을 영웅이라며 치켜세웠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없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전 오히려 미국의 빠른 대처에 놀랐습니다. 호수 한가운데 생긴 차원 게이트를 뭍으로 만들어 버리다니요? 직접 공사 진행 상황을 봤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더군요. 미국의 저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현성과 윌슨 대통령이 웃는 얼굴로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최현성 플레이어를 대접하기 위해 백악관 요리사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했습니다.”

“하하하, 그거 기대되는군요.”

현성과 윌슨 대통령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백악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뭐야?’

신윤아는 졸지에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버렸다.

“신윤아 플레이어도 안으로 드시지요.”

부통령이 다가와 신윤아를 백악관 안으로 안내했다.

“예, 감사합니다.”

신윤아가 부통령의 안내를 받아 백악관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오고 부통령의 안내를 받는 것 자체가 이미 국빈 대접이었다.

하지만 신윤아는 왠지 의도적으로 자신과 현성을 떨어트리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백악관에서의 만찬이 끝난 뒤 현성은 대통령과 독대를 했고, 신윤아는 부통령과 독대를 했으니까 말이다.

* * *

“미합중국을 대표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최현성 플레이어.”

윌슨 대통령이 웃는 얼굴로 현성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 번이 아니잖아, 이 양반아.’

현성은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감사 인사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얼굴에 금칠을 해도 출장비는 꼭 받아 낸다.’

직접 미국까지 와서 사건을 해결해 낸 만큼 보수는 두둑이 받아 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현성 플레이어게 한 가지 선물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선물이라? 그게 뭔가요?”

현성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중앙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기업의 주식이 있습니다. 그 주식의 일부를 양도해 드리겠습니다.”

“일부요?”

현성이 얼굴을 찡그렸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가치가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으니까요.”

“그래서 저에게 넘겨주신다는 주식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 겁니까?”

“총 1%로 1천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수중 던전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50%를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음…….”

현성은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1천억 달러.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수중 차원 게이트 역시 현성의 활약이 있기는 했지만 미국의 신속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던전화하기 힘들었다.

현성과 미국이 협업을 했다고 치면 수익금 50%는 결코 나쁜 비율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이 자식들, 아무리 봐도 주식이랑 수익금 50%로 퉁 치려는 것 같은데.’

현금도 아니고 주식으로 입 싹 닦고 토지, 스킬북, 던전 소유권 같은 현물 자산은 일절 넘겨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성도 과한 요구를 하기는 힘들었다.

이미 투자금 명목으로 1조 달러어치의 스킬북을 받아먹었다.

또 경매 선금으로 3천억 달러어치의 스킬북을 받았다.

미국에서 받아먹은 게 무려 1조 3천억 달러어치다.

한국의 원으로 환산하면 무려 1,300조 원이다.

사실 이 정도로 받아먹었으면 이번 일 정도는 무상으로 처리해 줘도 무방했다.

애초에 투자금을 받을 때 약속했던 게 미국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겠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한데 미국은 1천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주고 그것도 모자라 던전 수익금의 50%까지 준다고 약속했다.

‘사실 내가 요구하려는 것들을 다 합쳐도 1천억 달러어치는 안 되지.’

이건 미국이 알아서 기어 준 셈이다.

현성이 토지, 스킬북, 던전을 요구했어도 그 가치가 1천억 달러에는 못 미쳤을 것이다.

‘그래도 좀 아까운데.’

세계 최초의 수중 차원 게이트다.

현성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미국은 완전 꿀 빠는 사냥터를 얻었다.

하지만 더 달라고 하기도 뭐했다.

미국이 먼저 1천억 달러와 함께 수중 던전 수익금의 50% 분배 카드를 내밀었으니까 말이다.

이건 미국 입장에서 엄청 선심 쓴 거였다.

아마 별거 아닌 일이었으면 전에 준 투자금 1천조 원으로 퉁 치려고 했을 게 분명했다.

“혹시 미국의 선물이 만족스럽지 못하십니까?”

윌슨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그런 윌슨 대통령의 조심스러운 어조가 오히려 강한 압박으로 느껴졌다.

-설마 더 달라고 하지는 않을 거지? 너 그런 쌩양아치는 아니잖아?

윌슨 대통령이 외치는 마음의 소리가 현성의 귓가를 울렸다.

‘그냥 영농 기업은 내 돈으로 사자.’

현성도 돈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성의 소유로 되어 있는 던전과 세계 각국의 이모탈 길드 지부가 열심히 일을 해서 현성의 통장을 두둑하게 채워 주고 있었다.

필요한 회사들은 직접 돈 주고 사도 된다.

사실 뭣하면 미국이 준 1천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아서 사도 된다.

‘적당한 영농 기업 하나 골라서 적대적 인수 합병을 한 다음 상장폐지 해 버리지, 뭐.’

던전도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으니 일단은 덮어 둬도 된다.

‘이번 일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자.’

현성도 양심이 있지 총 1,400조 원을 받아먹고 더 달라고 하기에는 양심이 찔렸다.

문제가 있다면…….

‘이런 것도 한두 번이지 형평성 문제도 있고 골치 아파.’

현성이 미국만 상대하는 게 아니다.

러시아, 유럽 연합, 아랍, 중국, 인도 등등.

세계 각국의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받아먹은 게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런 주먹구구식으로 보상을 정하면 일이 꼬여 버린다.

‘누구는 덜 받고 누구는 더 받을 수가 없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해.’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스킬북, 던전 소유권, 천연 가스 같은 건 그냥 계약금으로 처리해 버리고 새로운 기준을 정해야 했다.

현성이 잠시 머리를 굴렸다.

‘역시 연회비 받는 게 최고지.’

방위분담금 명목으로 기본 연회비를 받는다.

그 후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건당 추가 수당을 받는다.

‘차원 게이트 1개당 얼마, 전설 등급 몬스터 1마리당 얼마. 이게 가장 깔끔하겠네.’

차원 게이트도 지상형, 공중형, 수중형으로 나누면 그만이다.

“아닙니다. 충분히 만족합니다.”

현성이 웃는 얼굴로 윌슨 대통령에게 말했다.

“하하하, 만족하셨다니 다행이군요.”

윌슨 대통령이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 후 이런저런 잡담이 이어졌다.

윌슨 대통령은 현성이 민감하게 생각할 만한 뚱이, 덕구, 허순자, 허명자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현성도 미국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으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 * *

현성은 윌슨 대통령과 헤어진 뒤 시스템과 연결된 스마트폰을 사용해 게스피트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 내용은 간단했다.

물어볼 게 있으니 자신을 고용해 달라.

그게 전부였다.

-고용주 게스피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바로 고용 메시지가 날아왔다.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화악!

현성의 모습이 빛무리에 휩싸이며 지구에서 사라졌다.

“물어볼 게 뭐냐?”

게스피트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현성에게 물었다.

‘지셨구나.’

컴퓨터에는 스X 크XX트가 켜져 있었다.

현성이 연락한 타이밍에 게임에서 진 모양이었다.

“제가 사는 차원에서 수중 차원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혹시 수중 차원 게이트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는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현성의 물음에 게스피트가 한숨을 푹 하고 쉬었다.

“그건 내가 너에게 알려 줄 수 없는 레벨의 정보다.”

“그렇군요.”

현성이 아까운 표정을 지었다.

“용건은 그게 끝이냐?”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럼 얼른 가 버리거라. 내가 지금 좀 바쁘다.”

그 말과 함께 게스피트는 컴퓨터 모니터로 몸을 돌려 버렸다.

슈욱!

현성은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되돌아가야 했다.

게스피트가 다시 몸을 돌려 현성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도움을 주고 싶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최현성이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꽤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협정을 위반하고 필요 이상의 정보를 줄 수는 없었다.

과거 가챠 게임과 로또 판매 당시 현성은 타 차원 아군 플레이어들의 침공을 걱정했다.

하지만 게스피트는 현성에게 보호 기간의 존재를 알려 줄 수 없었다.

보호 기간이 아군은 물론 적군에게도 동일하게 통용되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게스피트는 차원 게이트를 이용한 침공전에 대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알려 줄 수 없었다.

만약 게스피트가 현성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전달해 협정이 깨진다면?

‘다시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

그건 현성에게는 물론이고 게스피트에게도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 * *

-저 좀 소환해 주세요.

현성은 게스피트에게 정보를 얻는 데 실패한 후 바로 파르티샤에게 군주의 외침을 보냈다.

-고용주 파르티샤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파르티샤가 곧바로 현성을 고용했다.

화악!

현성이 지구에서 파르티샤의 세계로 이동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현성은 파르티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서둘러 용건을 꺼냈다.

“파르티샤 님, 혹시 이 세상에도 어류형 몬스터가 있나요?”

현성의 물음에 파르티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안 알려 주셨습니까?”

“당연히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파르티샤의 말에 현성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 어류형 몬스터들이 없었다면 굳이 반도의 끝자락에서 백성들과 함께 버틸 필요도 없었습니다. 큰 섬으로 가면 그만이니까요.”

“그건 그러네요.”

현성이 허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어류형 몬스터는 언제 처음 등장했습니까?”

“첫 대격변 후 50년 정도가 흘렀던 시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50년요? 확실한가요?”

“예, 그렇습니다. 우리 차원의 인간들은 그걸 3차 대격변이라고 불렀습니다.”

‘뭐지?’

현성의 세계는 1차 대격변이 일어난 지 2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수중 차원 게이트가 열렸고 어류형 몬스터가 등장했다.

파르티샤의 차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빠른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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