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권. 수중전 (109/225)
  • ┃수중전

    현성은 지구의 던전과 파르티샤의 차원을 오가며 사냥을 이어 나갔다.

    업적과 탐식의 서로 인해 스텟이 쌓이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인류의 수호신교 광신도들을 만나 휘하에 들였다.

    까망이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덩치는 약간 커진 정도에 불과했지만 빠른 속도로 레벨이 올라 품고 있는 마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신체도 더 강건해졌다.

    언데드 몬스터로 다시 태어난 삼두룡은 무시무시한 위용을 선보이며 사냥터를 휩쓸었다.

    마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평상시에는 미리 충전해 놓은 마력을 사용하다 보니 큰 문제가 없었다.

    ‘마력 자동 충전기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실제 시도도 해 봤다.

    마석은 마력을 품고 있으니 혹시 마석을 동력원 삼아 삼두룡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계획은 성공했다.

    삼두룡은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움직일 수 있었다.

    문제는 소비량이 무지막지하다는 점이었다.

    삼두룡을 제대로 날뛰게 하려면,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 하나가 통째로 소모되었다.

    영웅 등급 마석을 사용하면?

    족히 수백 개가 필요했다.

    영웅 등급 몬스터의 마석은 대략 수백억.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은 수천억에서 조 단위였다.

    그런 마석을 삼두룡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소모형 말고 충전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대기의 마력을 흡수해 자동 충전까지 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물품은 현대에서도 없었고 시스템 상점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긴 그런 걸 누가 개발했으면 떼돈을 벌었겠지.’

    또 자동 충전이 가능해진다면 마석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그건 현성 같은 플레이어들에게는 결코 득이 되는 소식이 아니었다.

    ‘평화롭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여름이다.

    그동안 지구는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로웠다.

    그 말은 현성 역시도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대로 큰 사고 없이 평화가 쭉 이어졌으면 좋겠네.’

    그게 현성의 소망이었다.

    무난하게 시간이 흐르고 게스피트가 말한 굴레라는 것에서 벗어난다면?

    더 이상 몬스터의 습격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처럼 말이다.

    * * *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의 경계에는 미드호가 있다.

    미드호는 후버댐이 건설되며 탄생한 인공 호수다.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니언, 후버댐과 미드호.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3대 명소를 찾아 몰려든다.

    주변에는 던전도 없었기에 몬스터 웨이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미드호에서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겼다.

    수상 스키, 보트, 낚시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콰콰콰콰콰!

    미드호 중심부에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하지만 수상 스포츠를 즐기던 이들은 차원 게이트가 열린 줄도 몰랐다.

    호수 중심부에 수심이 가장 깊은 곳에 차원 게이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열린 차원 게이트들을 따라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육상에서 생활하던 몬스터들이었다면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순간 질식사하거나 물에서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차원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몬스터들은 육상이 아닌 수중에서 생활하는 몬스터들이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손바닥 크기의 어류형 몬스터들이었다.

    일반 물고기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그 뒤를 이어 조금씩 더 큰 덩치를 가진 어류형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호수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온 몬스터들도 아직까지는 멀리 퍼져 나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슈우우욱!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거대한 개체의 어류형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어 정도 크기의 어류형 몬스터부터 범고래 크기의 어류형 몬스터까지…….

    미드호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던 이들은 아직까지 차원 게이트와 몬스터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하늘이나 지상에서 차원 게이트가 열린 적은 많았지만, 호수, 강, 바다 같은 물속에 차원 게이트가 열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호수 중심부에 있던 어류형 몬스터들이 호수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아아악!”

    “사람 살려!”

    아름답고 평화롭던 미드호가 사람들의 비명과 붉은 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 * *

    현성은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사냥을 하고 서버를 관리하고 휴식을 취한다.

    현성은 일상적인 루틴을 유지하며 꾸준히 강해지고 있었다.

    위이이잉!

    오래간만에 웹소설 검마왕을 정주행하고 있던 현성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뭐지?’

    현성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현성 씨, 저예요! 큰일 났어요!

    신윤아의 전화였다.

    “큰일요?”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또 무슨 사고가 터진 모양이다.

    -그게 미국 서부에 있는 미드호 내부에서 차원 게이트가 열렸어요!

    “호수 내부에서요?”

    -예, 그래서 발견이 늦었나 봐요. 미국 정부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이모탈 길드 본사에 도움을 요청해 왔어요.

    ‘아니, 이것들은 스스로 해결해 볼 생각도 안 하고 SOS를 쳐.’

    휴식을 방해받은 현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자체 해결 여력이 없는 건가요?”

    -그, 그게, 일반적인 플레이어들로서는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일단 현장을 항공촬영한 영상을 보내 드릴게요.

    “네, 그럼 영상 확인한 후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윤아가 보낸 동영상이 도착했다.

    “헐…….”

    영상을 확인한 현성은 할 말을 잃었다.

    ‘저게 다 몇 마리야?’

    미드호의 수면 위로 몬스터들이 뛰어올라 인간들을 학살하며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문제는 몬스터의 숫자가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는 점이었다.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후 바로 이모탈 길드의 본사로 향했다.

    * * *

    현성이 이모탈 길드 본사에 도착했다.

    “현성 씨!”

    “최현성 플레이어!”

    신윤아가 반갑게 현성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다급하게 현성을 부른 인물이 있었다.

    바로 미국 정부 소속 플레이어인 사라였다.

    그녀의 주력 스킬은 바로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

    미국은 미드호의 사태가 발발하자마자 사라를 한국 이모탈 길드 본사로 보냈다.

    그 후 이모탈 길드 본사에 전화를 걸어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이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제발 미국을 도와주세요!”

    사라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은 인류의 수호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이 별칭은 현성이 지구에서 활동하는 데 있어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준다.

    수호신 노릇을 계속하려면 현성이 이런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뭐, 애초에 현성이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방치해 사람들이 죽어 가는 걸 즐기는 미친놈도 아니었고 말이다.

    ‘협상은 나중에 하면 돼.’

    사태를 마무리한 후 일본 정부와 출장비(?) 협상을 했던 것처럼 미국과도 선처리 후청구를 하면 된다.

    “감사합니다.”

    환한 미소를 지은 사라가 현성을 와락 껴안았다.

    “이, 이봐요!”

    그 모습에 놀란 신윤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슈욱!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아니, 꼭 그렇게 꽉 껴안아야 장거리 공간 이동이 가능한가? 그냥 손만 잡으면 되는 거 아니야?’

    신윤아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도 같이 간다고 했는데.’

    현성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 이번 미국 출장을 함께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몬스터 처리에 손도 보태고 현성 얼굴도 보고 완전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미리 사라에게 자신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한 손 보태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라도 좋다고 했다.

    신윤아는 현성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레이어다.

    미국이 신윤아의 도움을 마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라가 약속을 어기고 현성만 데리고 미국으로 훅 하고 가 버렸다.

    신윤아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다.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신윤아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사라를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만약 안 된다고 하면?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슈욱!

    그때 신윤아의 눈앞에 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당황한 신윤아를 사라가 꽉 껴안았다.

    슈욱!

    그 후 두 사람의 모습이 이모탈 길드 본부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현성이 미드호에 도착한 순간부터 사람들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단 사람들부터 구하자!’

    현성은 공간 이동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물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을 구했다.

    하지만 현성이 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류형 몬스터들에게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만 갔다.

    ‘망할.’

    현성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아무리 보호 스킬을 사용하고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도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었다.

    “아아아아아아!”

    현성이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슈슈슉!

    사람들을 공격하던 어류형 몬스터들이 현성에게 몰렸다.

    ‘됐어.’

    도발 스킬이 효과가 있었다.

    현성은 도발 스킬로 어류형 몬스터들이 모이자 곧바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악!”

    하지만 현성이 구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물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망할!”

    현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드호는 깊다.

    무려 수심이 150미터나 된다.

    호수 표면에 있던 어류형 몬스터들은 현성의 도발 스킬에 걸려든다.

    하지만 물속 깊은 곳에 있던 녀석은 도발 스킬에 걸려들지 않았다.

    ‘지상형이나 공중형이면 편했을 텐데.’

    그럼 도발 스킬로 끌어모아 흑뢰신의 숨결이나 화염의 서로 쓸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물속에 있는 녀석들이라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 모두 전파력이 강해 육지나 하늘에서 사용할 때도 조심해야 했다.

    흑뢰신의 숨결을 물이 가득한 호수에서 사용한다면?

    몬스터보다 사람들이 먼저 죽을 것이다.

    화염의 서 역시 화 속성 스킬인 만큼 호수라는 환경에서는 스킬 위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화염의 서라면 물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화염의 서의 불길이 번지기가 힘들었다.

    ‘진짜 미치겠네. 물놀이하는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아.’

    호수도 더럽게 컸다.

    미드호는 길이 185킬로미터에 넓이가 588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호수다.

    현성 혼자서 그 넓은 지역을 모두 커버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아직은 어류형 몬스터들이 호수 전역으로 퍼지지 않았다.

    하지만 활동 영역을 넓힌다면?

    미국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미드호는 강과 연결되어 있는 호수이니까 말이다.

    “현성 씨!”

    현성이 한참 고분고투하고 있을 때 신윤아가 도착했다.

    “바로 움직여 주세요.”

    현성의 말에 신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날렸다.

    그녀는 물 위를 육지처럼 달리며 어류형 몬스터들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구했다.

    ‘미국 놈들은 언제 오는 거야?’

    호수 속에 몬스터가 가득한 상황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인명 구조 활동을 하는데 중저 레벨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동이나 비행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거나 고레벨 수준은 되어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한데 미국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언제 올 생각인지 계속 감감무소식이었다.

    ‘땅덩어리가 넓다고 좋은 게 아니야.’

    너무 넓어서 수비하기가 힘들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현성은 정신없이 스킬을 사용하며 사람들을 구했다.

    그때였다.

    좌아아아악!

    물줄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한 거대한 입이 그대로 현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덥썩!

    사람들을 구조하던 현성의 몸이 순식간에 거대 어류형 몬스터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현성 씨!”

    신윤아가 다급하게 현성의 이름을 불렀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물속에서 커다란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호수의 물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솨아아악!

    피로 물든 물속에서 현성이 하늘로 솟구쳤다.

    ‘까다롭네.’

    은신에 특화된 놈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물속이라는 환경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육감 스킬이 너무 늦게 발동했다.

    ‘하나하나는 별거 아닌데.’

    숫자가 너무 많고 넓게 퍼져 있었다.

    두두두두두!

    멀리서 수송 헬기의 로터 소리가 들려왔다.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현성과 신윤아가 어류형 몬스터들을 처리하며 사람들을 구조했다.

    미국 랭커들도 사건 현장에 투입되어 현성과 신윤아를 도왔다.

    그 덕분일까?

    수상 스포츠를 즐기던 이들의 구조는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었다.

    ‘빌어먹을.’

    구조가 끝났지만 입맛이 썼다.

    구조가 일찍 끝난 것은 현성과 플레이어들이 많은 사람들을 구했기 때문이 아니다.

    더 이상 구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성과 플레이어들의 구조 속도보다 어류형 몬스터들의 사냥 속도가 더 빨랐다.

    호수가 붉게 물들었고, 수상 스포츠를 즐기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류형 몬스터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최현성 플레이어님, 미국 정부에서 미드호에 있는 어류형 몬스터들의 멸절과 차원 게이트 던전화를 요청해 왔습니다.”

    미국 랭킹 1위의 플레이어 죠셉이 조심스럽게 현성에게 미국 정부의 뜻을 전달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차원 게이트는 물속에 있다.

    물속에 던전을 만든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막아 달라는 뜻을 전달해 왔습니다. 지금은 미드호에 머물고 있지만, 이놈들이 강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미드호는 콜로라도 강과 연결되어 있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애초에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다.

    몬스터들이 콜로라도 강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퍼지면?

    초거대 어류형 몬스터들이 날뛰다가 후버댐을 무너트리기라도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하아!”

    현성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막긴 막아야 한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일단 뭐라도 해 보자.’

    파지지직!

    현성의 몸이 칠흑빛 뇌전으로 물들었다.

    사람도 다 구조했으니 호수 속에는 몬스터와 수중 생물들 밖에 없을 것이다.

    휘익!

    현성이 호수를 향해 흑뢰신의 숨결을 전력으로 사용했다.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어류형 몬스터들이 죽어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현성은 연속적으로 흑뢰신의 숨결을 사용해 어류형 몬스터를 잡았다.

    전기 충격기로 물고기를 잡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문제가 있다면…….

    ‘포인트가 너무 적게 들어와.’

    이건, 즉 자잘한 하급 어류형 몬스터들만 잡히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부분 일반 등급이었고 희귀 등급조차도 많이 잡히지 않았다.

    아까 현성을 집어삼켰던 놈은 영웅 등급이었다.

    ‘미치겠네.’

    아무리 현성이라도 호수 전체를 뒤덮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할 수는 없다.

    ‘일단 차원 게이트부터 틀어막자.’

    첨벙!

    현성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호흡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속에서 호흡이 가능한 아이템을 사용했으니까 말이다.

    슈슈슈슈슉!

    현성이 물속으로 뛰어들자 사방에서 어류형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현성은 흑뢰신의 숨결을 사용했다.

    ‘약해.’

    흑뢰신의 숨결이 물을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갔다.

    하지만 위력이 생각보다 떨어졌다.

    근방에 있는 녀석들만 잡았을 뿐 멀리 있는 녀석들은 멀쩡하게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슈우우욱!

    현성은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이번 사건의 진원지를 향해 나아갔다.

    진원지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손쉬웠다.

    차원 게이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어류형 몬스터들을 토해 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슬슬 적응이 되네.’

    물속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육감 스킬이 제대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류형 몬스터들이 내뿜는 마력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아까 그놈이 좀 특별한 케이스였나 보네.’

    현성을 집어삼킨 놈이 은신에 특화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적응이 끝나자 물속에서 움직이는 어류형 몬스터들의 마력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현성이 빠르게 물속을 가로지르며 차원 게이트를 향해 다가갔다.

    차원 게이트는 거대했다.

    또 계속해서 대량의 어류형 몬스터들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일단 더 이상 퍼지는 건 막아야 해.’

    빠지지직!

    현성은 냉기 계열 스킬을 사용해 차원 게이트 입구를 틀어막았다.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오려는 어류형 몬스터들이 냉기 스킬에 의해 빠르게 얼어붙었다.

    ‘다행히 등급은 낮아.’

    전설 등급은커녕 영웅 등급도 얼마 되지 않았다.

    문제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일반 등급과 희귀 등급 몬스터였다.

    ‘어류형 몬스터라서 그런가? 왜 이렇게 나오는 몬스터 레벨이 제각각이야.’

    일반적인 차원 게이트라면 튀어나오는 몬스터의 레벨이 일정하다.

    특별하다고 해 봐야 던전에 주로 서식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상위 종이 몇 마리 등장하는 정도다.

    하지만 수중 차원 게이트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피라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저레벨 일반 등급 몬스터부터 300레벨은 넘어 보이는 영웅 등급 몬스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뒤처리를 해야지.’

    현성이 뚱이와 덕구를 소환했다.

    뇌전의 정령인 뚱이와 불의 정령인 덕구는 물과 상성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마력을 품고 있는 어류형 몬스터들을 잡아.’

    현성이 뚱이와 덕구에게 지시를 내렸다.

    뚱이와 덕구가 물을 가로지르며 움직였다.

    물속이라는 환경 때문에 공력력이 다운그레이드되기는 했지만, 전설 등급 몬스터가 아닌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한 마력과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영웅 등급 어류형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박멸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도대체 몇 마리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일반 등급과 희귀 등급 어류형 몬스터들이었다.

    ‘이놈들을 일일이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육안으로 보면 일반 물고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품고 있는 마력도 너무 소량이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숫자는 엄청나게 많았다.

    ‘강으로 빠져나가면 난리가 나는데.’

    현성이나 고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일반 및 희귀 등급 몬스터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들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큰일이네.’

    뚱이와 덕구가 대활약을 하고 있지만, 수백 킬로미터가 넘는 호수를 그 둘이 모두 커버할 수는 없었다.

    -삐익!

    그때 현성의 귀에 짧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까망이었다.

    현성의 손목에 착 감겨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가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삐이익! 삐이익!

    까망이가 현성의 손목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다 잔뜩 신이 나서 물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간 까망이가 물놀이를 하던 곳은 작은 욕조였다.

    까망이는 태어나서 이렇게 물이 많은 곳은 처음 와 봤다.

    당연히 잔뜩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물이 많아서 신이 난 게 아니었다.

    콰직!

    까망이가 자신의 몸집에 몇 배나 되는 어류형 몬스터를 물어뜯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먹어 치워 버렸다.

    -삐이이익!

    까망이가 만족스러운 울음을 터트리며 호수 내부를 누비며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먹잇감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물도 많고 먹잇감도 많다.

    까망이 입장에서는 잔뜩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어?’

    그런 까망이의 모습을 본 현성의 눈이 번뜩였다.

    -까망아, 여기 있는 몬스터들 다 잡아먹어.

    군주의 외침을 통해 현성의 명령이 까망이에게 전달되었다.

    까망이는 아직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하나는 제대로 알아들었다.

    다 먹어.

    -삐이이이익!

    신이 난 까망이는 힘찬 외침과 함께 어류형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저 작은 몸집에 배도 부르지 않은지 자신보다 몇 배나 더 덩치가 큰 어류형 몬스터들을 연속적으로 먹어 치웠다.

    까망이가 자신의 덩치의 몇 배나 되는 몬스터를 먹어 치우는 건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까망이는 몬스터다.

    까망이의 먹잇감이 되는 놈들도 몬스터다.

    몬스터는 마력으로 구성된 생명체다.

    그렇기에 죽으면 사체가 아이템이 되거나 마석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까망이는 몬스터의 피와 살을 마력으로 전환시켜 흡수했다.

    그러니 당연히 배가 부를 리가 없었다.

    그저 까망이의 경험치가 쌓여 레벨과 스텟이 오를 뿐이다.

    까망이는 일반, 희귀, 영웅 등급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사냥했다.

    까망이의 외형은 특이하게 생긴 실뱀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무려 전설 등급 몬스터다.

    거기다 현성이 비약까지 먹였다.

    동급의 전설 등급 몬스터라면 모르겠지만, 일반, 희귀, 영웅 등급의 몬스터들은 까망이에게 있어서 한 끼 식삿거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오오오.’

    까망이의 대활약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포식자의 본능인지 까망이는 일반 어류와 어류형 몬스터를 귀신같이 구분해 잡아먹었다.

    육체적인 힘만 사용해 한 마리 한 마리 사냥했다면 많이 잡아먹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까망이는 전설 등급 몬스터답게 막대한 마력을 사용해 주변에 있는 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물속에서 사는 어류형 몬스터들은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까망이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수백, 수천, 수만 마리에 달하는 어류형 몬스터들이 까망이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잘한다, 까망아.’

    까망이의 분투로 인해 어류형 몬스터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죠셉, 미국 랭커들을 동원해 미드호와 콜로라도강이 이어지는 부분을 집중 단속해 주세요. 어류형 몬스터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요.

    현성이 죠셉에게 군주의 외침으로 지시를 내렸다.

    미국 랭커들이 어류형 몬스터들이 빠져나갈 길을 막는다.

    현성이 차원 게이트 입구를 막고 까망이가 미드호에 흩어져 있는 어류형 몬스터를 사냥한다.

    이게 지금 현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 *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이곳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일단 인명 구조는 모두 끝난 상황입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물속으로 들어가 몬스터들을 퇴치하고 있는 중이라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하아!”

    윌슨 대통령의 입에서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육지형 몬스터와 공중형 몬스터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한데 수중형 몬스터가 등장했다.

    이건 정말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였다.

    지금은 호수에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강이나 바다에 차원 게이트가 열릴 수도 있다.

    강과 바다가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한다면?

    인간은 강과 바다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 게이트를 던전화하는 것은 가능하겠나?”

    “일단 차원 게이트를 봉인하는 데 성공만 하면 가능합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해 놓은 플랜 C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미드호의 몬스터를 모두 소탕해야 던전화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물속에 흩어져 번식을 시작하기라도 하면, 수중 차원 게이트 던전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플레이어들은 육지에서 전투를 치르는 데 특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조인족 무리가 난립했을 때 상당히 큰 곤란을 겪었다.

    한데 이번에는 물속이었다.

    차라리 하늘이 낫다.

    바다는 더 최악이었다.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이 생존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호흡 자체가 문제가 되니까 말이다.

    군을 동원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육군과 공군을 포기하고 해군만으로 몬스터를 토벌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테니까 말이다.

    그때 급보가 들어왔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아국 플레이어들에게 미드호와 콜로라도강의 접경 지역 차단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럼 미드호에 있는 몬스터들은?”

    “최현성 플레이어가 홀로 사냥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혼자서 미드호에 풀려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차원 게이트를 봉인할 수 있을까?”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아무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현성 플레이어를 믿는 것뿐이군.”

    윌슨 대통령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미국은 현성과 깊은 친분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항상 경계했다.

    하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니 의지할 수 있는 이가 현성밖에 없었다.

    윌슨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입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