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권. 바그토크의 악몽 (108/225)
  • ┃바그토크의 악몽

    다음 날 아침.

    -고용주 파르티샤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파르티샤가 현성에게 고용 메시지를 보냈다.

    현성이 예를 눌렀다.

    화악!

    밝은 빛에 휩싸인 현성이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이동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파르티샤가 현성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진군 준비는 끝난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주군.”

    전투준비를 모두 마친 후 현성을 부른 모양이었다.

    ‘밤사이 별일 없었나 보네.’

    현성의 눈에 비친 파르티샤군의 주둔지는 깨끗했다.

    전투의 흔적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밤사이 몬스터의 습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긴 워낙 깨끗이 쓸어버렸으니까.’

    파르티샤군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이 자리 잡은 장소는 반도의 끝자락이었다.

    파르티샤의 계획은 군을 몰고 북진하면서 몬스터들의 씨를 말리는 것.

    그 후 점령한 지역의 차원 게이트를 봉인해 던전으로 만든다.

    그 던전은 차후 파르티샤군의 사냥터가 되어 줄 것이다.

    1차 목표는 반도 지역 전체를 수복하는 것이었다.

    그 이상은 파르티샤군도 욕심내지 않았다.

    현재의 전력으로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무리 현성의 도움이 있더라도 토벌 후에 차원 게이트를 봉인하고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 내는 것은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전군 진군하라!”

    현성이 도착함과 동시에 파르티샤의 진군 명령이 떨어졌다.

    둥! 둥! 둥!

    어제처럼 북소리가 울렸고 그와 동시에 병사들의 진군이 시작되었다.

    현성은 최선두로 향했다.

    그 후 아공간을 열고 어제 만들어 놓은 언데드 몬스터들을 꺼냈다.

    ‘오늘은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현성이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두두두두두!

    멀리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북소리에 이끌린 몬스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언데드 몬스터들의 몸이 칠흑빛 뇌전과 화염에 휩싸였다.

    ‘가라.’

    -우워어어어!

    현성의 지시를 받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포효를 터트리며 전방의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로 마주 보고 달리던 두 무리의 몬스터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몬스터들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확실히 투자한 마력값은 한다는 말이지.’

    현성이 마력을 한계치까지 부여한 덕분에 언데드 몬스터들의 전투력이 대폭 상승했다.

    어디 그뿐인가?

    전신에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두르고 있다.

    언데드 몬스터들을 휘감고 있던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며 몬스터들의 숫자를 줄였다.

    ‘망자의 부활.’

    현성이 다시금 스킬을 사용해 언데드의 숫자를 늘렸다.

    살아 있는 몬스터는 현성의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켜 주는 포션 역할을 한다.

    죽은 몬스터는 현성의 명령을 따르는 언데드 병사로 되살아난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킬들과 궁합이 좋아.’

    공격한 대상의 체력과 마력을 흡수하는 옵션 덕분에 빠르게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를 늘릴 수 있었다.

    현성은 언데드 대군을 이끌며 진군하며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파르티샤가 이끄는 군은 사실상 차원 게이트를 찾아내고 봉인하는 역할만을 수행했다.

    높이 떠올랐던 해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오늘도 꽝인가?’

    현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오늘도 전설 등급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필요 없을 때는 기를 쓰고 나타나서 엄청난 피해를 입히더니, 막상 필요해서 찾으려니까 코빼기도 안 보이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결국 해가 졌다.

    병사들은 야영을 준비했고 현성은 새롭게 소환했던 언데드 몬스터들을 모두 무로 돌려보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

    -크아아아앙!

    현성이 파르티샤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하려는 찰나 커다란 포효 소리가 평원 전역에 울려 퍼졌다.

    파르티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땡땡땡땡!

    그와 동시에 긴급 상황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막사 내에서 휴식을 취하던 병사들이 황급히 무장을 갖추고 뛰쳐나왔다.

    ‘드디어 나왔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슈욱!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포효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 * *

    휘이이이잉!

    몸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도마뱀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파르티샤군의 주둔지로 향했다.

    도마뱀의 등에는 박쥐의 그것처럼 생긴 3쌍의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머리 역시 하나가 아니라 3개였다.

    마치 전설 속에 등장하는 포악한 괴물 같은 생김새였다.

    ‘럭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용이네.’

    저건 딱 봐도 용종 몬스터였다.

    ‘삼두룡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머리가 셋이나 달린 용.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마력으로 보아 전설 등급의 끝자락에 다다른 몬스터로 보였다.

    ‘딱 좋아.’

    준신화 등급이 아니라 부담도 없고 전설 등급 끝자락에 다다랐으니 언데드로 만들면 다른 전설 등급 몬스터를 압도하는 스펙을 보여 줄 것이다.

    파지지직!

    현성의 몸이 칠흑빛 뇌전에 휩싸였다.

    스르릉!

    현성이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이번 기회에 용혈검을 제대로 포식시켜 줄 생각이었다.

    휘익!

    현성이 삼두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앙!

    현성의 존재를 인식한 삼두룡이 포효와 함께 왼쪽 머리의 아가리를 벌렸다,

    사아아아악!

    삼두룡의 왼쪽 머리에서 차가운 냉기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현성이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운데 머리에서 시커먼 독연을 뿜어냈다.

    다시 몸을 피했다.

    화르르륵!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쪽 머리가 아가리를 벌리며 화염을 쏘아 냈다.

    ‘머리가 3개라고 브레스도 3개나 쓰냐?’

    현성은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스킬이 실패해 버렸다.

    삼두룡의 마력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 해보자 이거지.’

    역시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사냥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파지지직!

    현성은 흑뢰신의 숨결을 최대치로 사용하며 냉기, 독연, 화염의 정면을 뚫고 돌진했다.

    콰직!

    현성의 용혈검이 삼두룡의 가운데 머리에 틀어박혔다.

    파지지지직!

    칠흑빛 뇌전이 용혈검을 따라 삼두룡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캬아아아앙!

    삼두룡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냄과 동시에 양옆에 위치한 머리들이 일제히 현성을 공격해 왔다.

    현성은 용혈검을 뽑고 허공으로 몸을 날린 뒤 양옆의 머리들을 향해 흑뢰신의 숨결을 뿌렸다.

    꽈아아아아앙!

    흑뢰신의 숨결과 삼두룡의 마력이 충돌하며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앙!

    삼두룡이 성난 포효를 터트리며 전신에서 강렬한 마력을 뿜어냈다.

    마력이 냉기, 화염, 독연으로 화해 삼두룡의 전신을 휘감았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현성과 삼두룡이 연속적으로 부딪쳤다.

    몇 번의 부딪침 끝에 현성은 삼두룡의 포지션을 알아차렸다.

    ‘너 이 자식, 양민 학살용 캐릭터였구나.’

    삼두룡의 공격 하나하나가 상당히 강력하고 광범위했다.

    하지만 힘이 한 점에 집중되기보다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다루는 속성인 냉기, 화염, 독연도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 효율적인 형태였다.

    물론 힘을 응집시켜 냉기, 화염, 독연을 뿜어내면 상당히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냉기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했고, 화염은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듯했으며, 독연의 경우 중독되기도 전에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삼두룡보다 약한 상대에게 통하는 공격이었다.

    대등하거나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슈우우욱!

    현성이 냉기, 화염, 독연을 뚫고 일직선으로 전진했다.

    삼두룡이 뿜어내는 온갖 속성의 공격들은 현성의 몸을 휘감고 있는 흑뢰신의 숨결을 뚫지 못했다.

    좌아아악!

    용혈검이 삼두룡의 목에 긴 상처를 내며 게걸스럽게 용혈을 먹어 치웠다.

    좌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몸 밖으로 빠져나와 유실된 용혈이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용혈검의 스킬, 용의 혈갑이 발동한 것이다.

    ‘용의 혈조.’

    현성이 용혈검의 스킬 하나를 더 사용했다.

    좌아아아악!

    삼두룡의 오른쪽 목에 거대한 발톱에 긁힌 것 같은 상처가 생겨났다.

    ‘용의 혈조, 용의 혈조.’

    현성이 연속적으로 용의 혈조 스킬을 사용했다.

    용혈검에 의해 시작된 작은 상처는 삼두룡의 덩치에 비하면 작은 생채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작은 생채기에서 시작된 용의 혈조는 삼두룡의 몸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삼두룡의 몸에서 점점 더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용혈검이 삼두룡의 피를 흡수해 성장했다.

    현성의 몸을 뒤덮고 있는 용의 혈갑도 점점 더 덩치를 키워 나갔다.

    용의 혈조는 연속적으로 발동해 목이 아니라 삼두룡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용종 몬스터한테는 역시 용혈검이 최고야.’

    다른 몬스터를 대상으로는 발동 자체가 불가능한 용의 혈조와 용의 혈갑 사용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현성의 방어는 더욱 견고해졌고, 현성의 공격은 더욱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콰콰콰콰콰!

    3개의 머리가 동시에 브레스를 뿜어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쉽게 쓰러지지는 않는다 이거지.’

    덩치가 커서 그런지 맷집이 좋았다.

    ‘그래 봤자, 너만 괴로워지는 거야.’

    현성이 맹공을 퍼부었고 삼두룡의 몸이 점점 붉은 피로 물들어 갔다.

    * * *

    “바그토크의 악몽이 저렇게 손쉽게 사냥당하다니…….”

    카이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건 파르티샤군에 속한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두룡.

    이곳의 인류에게는 바그토크의 악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저 악룡은 대륙 3강 중 하나이자 여러 제후국을 거느리고 있던 바그토크 제국을 홀로 멸망시킨 괴물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형 몬스터라는 특수성.

    냉기, 화염, 독연을 분사해 수천, 수만에 달하는 플레이어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리는 강력함.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 최고의 실력을 가진 기사와 마법사 들이 힘을 합쳐 달려들었다.

    하지만 하늘을 유유히 유영하는 삼두룡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삼두룡 레이드에 동원되었던 기사와 마법사 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인류는 삼두룡을 바그토크의 악몽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삼두룡은 대적하기보다는 기피해야 하는 몬스터였다.

    자신들에게도 바그토크에서 일어났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데…….

    “바그토크의 악몽이 저렇게 약했나?”

    “그, 그러게?”

    “혹시 다른 몬스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저놈은 분명히 바그토크의 악몽이다.”

    병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저놈은 바그토크의 악몽이 맞다. 그냥 저분이 강하신 거다. 홀로 놈을 사냥하실 수 있을 만큼.”

    한 병사의 말에 장병들의 눈빛이 변했다.

    감탄, 존경, 부러움, 경외 등등.

    수많은 감정을 담은 병사들의 눈빛이 현성에게로 쏟아졌다.

    “저분은 우리의 구원자시다.”

    “저분과 함께라면 우리는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을 수 있다.”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현성은 그간 장병들과 그들의 가족이 몬스터에 의해 죽어 갈 때마다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또 굶주린 자신들과 가족들에게 먹을 식량을 마련해 주었다.

    인류 멸망의 위기에 몰리며 자연스럽게 강자를 숭상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파르티샤군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대적 불가의 존재였던 바그토크의 악몽을 홀로 사냥하는 현성의 모습은 살아 있는 전신 그 자체나 마찬가지였다.

    * * *

    ‘꽤 끈질기네.’

    삼두룡의 머리 중 둘이 날아갔다.

    남은 머리는 하나.

    하지만 녀석은 끈질기게 저항하며 버티고 있었다.

    ‘나도 나쁠 건 없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삼두룡 레이드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용혈검의 성장 메시지가 울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뽕을 뽑아야지.’

    용혈검이 전설 등급 용종 몬스터의 피를 잔뜩 흡수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크오오오오!

    삼두룡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브레스를 뿜어냈다.

    하지만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눈에 띄게 약해져 있었고 움직임도 둔하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말해 거대한 육신을 하늘에 띄우고 있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푸욱!

    현성은 그러거나 말거나 삼두룡의 몸에 용혈검을 찔러 넣으며 용혈을 탐했다.

    삼두룡의 육신이 점점 만신창이로 변해 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약간 통통한 체형을 하고 있던 삼두룡의 몸이 비쩍 말라 버렸다.

    뼈에 가죽만 걸쳐 놓은 수준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언데드 몬스터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이제 피도 잘 안 나오네.’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았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현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칠흑빛 뇌전에 휘감긴 용혈검을 하나 남은 삼두룡의 머리에 꽂아 넣었다.

    삼두룡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전설 등급 네임드 몬스터 삼두룡 카메아바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삼두룡 카메아바를 쓰러트린 자 - 전설 등급]

    네임드 몬스터 사냥 업적이 삼두룡의 죽음을 인식시켜 주었다.

    휘이이이잉!

    하늘을 유영하던 삼두룡의 거체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쿠우웅!

    머리에 용혈검이 꽂힌 삼두룡의 사체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음?”

    현성의 표정이 묘해졌다.

    여러 전리품을 주어야 할 삼두룡의 사체에 변화가 없었다.

    ‘하긴 용혈검이 많이 빨아 먹긴 했지.’

    용혈과 그 속에 담긴 마력을 용혈검이 쪽쪽 다 빨아 먹어서 설사 아이템이 나왔다고 해도 그 등급이 낮았을 확률이 높았다.

    ‘사체도 나쁠 건 없지.’

    현성은 탐식의 서를 이용해 삼두룡의 사체를 먹어 치웠다.

    -액티브 스킬 탐식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탐식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탐식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수지맞았네.’

    용혈검도 성장하고 탐식의 서도 성장하고 일석이조였다.

    -탐식의 서가 탐식한 사체의 스텟 중 일부를 영구적으로 흡수했습니다.

    -마력 스텟이 15 증가했습니다.

    ‘스텟도 빵빵하게 늘었고.’

    탐식의 서는 정말 최고의 보물이었다.

    업적을 획득하지 않아도 스텟을 지속적으로 늘려 주니까 말이다.

    ‘자, 이제 마지막 작업을 해 볼까.’

    현성이 망자의 부활 스킬을 사용했다.

    휘이이이잉!

    현성의 마력이 급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체구를 가진 삼두룡의 육체가 재구성되었다.

    ‘이거 마력 소모가 너무 극심한데?’

    덩치가 커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전설 등급 몬스터라서 그런 걸까?

    마력이 소모가 너무 컸다.

    ‘일단 저놈들한테 부여한 마력을 회수하자.’

    현성은 영웅 등급 몬스터를 바탕으로 만든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투여했던 마력을 회수했다.

    회수한 마력은 고스란히 삼두룡을 만드는 데 투자되었다.

    ‘작작 좀 빨아 먹어라.’

    마력을 쭉쭉 빨아 먹은 삼두룡의 동체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쿠오오오오!

    삼두룡이 커다란 포효를 토해 내며 현성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아직 부족하다 이거지.’

    막대한 마력을 투자해 삼두룡의 육신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삼두룡은 더 많은 마력을 흡수할 여력을 가지고 있었다.

    휘익!

    현성이 가볍게 몸을 날려 삼두룡의 등에 올라탔다.

    “한번 가 보자.”

    -크아아아앙!

    힘찬 포효를 터트린 삼두룡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거 재미있네.’

    비행기를 타거나 스킬을 이용해 비행을 해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삼두룡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스킬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저기 있네.’

    편안하게 널브러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몬스터 무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느껴지는 마력으로 보아 영웅 등급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실력 발휘 좀 해 봐라.”

    현성의 명령에 뼈만 남은 삼두룡의 3개의 머리에 마력이 급속도로 모여들었다.

    -콰콰콰콰콰!

    삼두룡의 머리 3개가 일제히 브레스를 뿜어냈다.

    생전에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냉기, 화염, 독연 브레스였다.

    몬스터들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고, 불타고, 녹아내렸다.

    “좋네.”

    아직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영웅 등급을 기반으로 만든 언데드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보여 주었다.

    단점이 하나 있다면…….

    ‘마력 소모가 아주 지랄이네.’

    자연 소실되는 마력도 마력이지만 거대한 동체를 움직이고 스킬을 사용하는 데도 실로 어마어마한 마력이 소모되었다.

    영웅 등급을 기반으로 만든 언데드 몬스터 수백 마리를 부리는 것보다 이놈 하나 부리는 게 더 까다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삼두룡의 전투력은 그 정도 마력 소모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좋아, 내가 꼭 완성시키고 만다.’

    사냥감은 사방에 널려 있다.

    ‘일단 오늘은 쉬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 몬스터 사냥에 나서고 싶지만, 하루 종일 전투를 치른 터라 적지 않게 피곤했다.

    또 지구로 돌아가 처리해야 할 일도 있었다.

    ‘내일이 기대되네.’

    파르티샤의 차원에서 벌어지는 몬스터 토벌은 재미도 있었고 얻는 것도 많았다.

    현성은 삼두룡을 아공간에 넣은 후 다시 파르티샤군의 진영으로 복귀했다.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생기면 불러 주세요.”

    “예, 주군. 오늘 하루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편이 쉬시길.”

    파르티샤의 대답을 들은 현성은 그대로 지구로 복귀했다.

    * * *

    다음 날 아침.

    현성은 다시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와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렸다.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웅 등급 몬스터는 많이 나타났다.

    그거면 충분했다.

    현성은 몬스터를 때려잡은 후 생겨난 마력을 모두 삼두룡에게 투자했다.

    삼두룡은 현성의 마력을 먹어 치우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덩치가 더 커졌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육체가 더 강인해지고 보유한 마력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었다.

    현성은 차원 게이트 안으로 진입해 내부 청소까지 도맡아 했다.

    이건 현성에게도 파르티샤군에게도 이득이었다.

    현성은 몬스터를 마음껏 사냥해 삼두룡을 강화시키고 전리품을 얻을 수 있다.

    파르티샤군은 아군의 피해 없이 잃어버린 영토의 상당 부분을 회복할 수 있었다.

    현성은 지구와 파르티샤의 차원을 오가며 사냥에 열중했다.

    그 결과.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주군.”

    파르티샤가 목표로 했던 영토를 순식간에 수복할 수 있었다.

    “이제 장벽을 쌓을 건가요?”

    “예, 일단 장벽을 방패 삼아 몬스터의 침임을 막을 생각입니다.”

    파르티샤의 작전은 간단했다.

    호리병 형태의 반도 지역을 수복해 몬스터를 전멸시키고 차원 게이트를 던전화시킨다.

    그 후 호리병의 마개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에 장벽을 세워 대륙에서 넘어오는 몬스터를 막아 낸다.

    “아쉽네요. 드워프나 엘프를 발견했으면 좋았을 것을.”

    호리병 모양을 가진 반도의 영토를 회복하는 동안 유사 인종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전설 등급 몬스터 역시 삼두룡 외에는 단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았다.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간 현성이 지속적로 사냥한 전설 등급 몬스터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파르티샤가 확보한 반도의 크기는 한국을 예로 들자면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합친 정도에 불과했다.

    나라라고 하기도 힘든 수준으로, 과거 인류의 전성기 시절 백작령 정도의 영토를 확보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파르티샤에게 있어서는 그것조차도 너무나도 소중했다.

    남부 끝에 위치한 거대 요새는 7백만 명의 생존자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비좁았으니까 말이다.

    “제가 사는 차원에 오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명을 내려 주십시오.”

    파르티샤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이 파르티샤를 도운 이유는 비약, 포션, 전투 장비를 얻으려는 것도 있지만, 사냥터를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삼두룡도 완성했으니 다음 목표를 찾아야지.’

    전설 등급 몬스터를 하나하나 사냥해 언데드로 만든다.

    그 후 언데드 군단을 만든다면?

    현성의 전력이 대폭 올라가게 된다.

    ‘지구에 언제 준신화 등급이나 신화 등급 몬스터가 등장할지 몰라.’

    현성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 온다면?

    차곡차곡 쌓아 놓은 언데드 군단이 상당히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아, 그런데 방벽은 어떻게 쌓을 생각이십니까?”

    아무리 반도의 호리병 마개 부분이라고 해도 그 크기는 절대 작지 않다.

    “일단 돌을 쌓아 막은 후 강화 스킬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으흠, 돌이라.”

    돌은 플레이어들이 주워 오면 된다.

    “혹시 새로운 공법을 활용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예? 새로운 공법요?”

    “제가 사는 차원에는 몬스터를 막기 위해 만든 특별한 방벽이 있거든요.”

    몬스터 사체와 마석을 섞어 만든 방벽.

    현대 과학기술의 정수가 들어간 물건으로, 그냥 돌로 쌓은 후 강화 스킬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방어력이 월등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설계도와 재료를 공수해 드리겠습니다. 가격은 최대한 저렴하게 해서 외상으로 처리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주군.”

    “뭘요. 어차피 저에게도 득이 되는 일인데요.”

    방벽이 완성되어야 파르티샤의 세력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파르티샤의 세력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면?

    비약, 포션, 전투 장비의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또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었다.

    외상이기는 했지만 엄연히 대가를 받을 예정이었다.

    ‘설계도와 재료를 넘겨주고 비약, 포션, 전투 장비를 받을 수 있으면 무조건 이득이지.’

    현성과 파르티샤의 거래 기준은 시스템 상점이다.

    당연히 현성이 큰 이득을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비약, 포션, 전투 장비는 현실에서도 비싸고 시스템 상점에서도 비싸다.

    하지만 현성이 건네주는 식량이나 건설 물자 등은 현실에서는 저렴하고 시스템 상점에서는 비싸다.

    파르티샤에게 저렴한 가격에 넘겨도 현성이 자동으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게 바로 윈윈이지.’

    현성은 싼 물건 비싸게 팔아먹어서 좋고, 파르티샤는 비싼 물건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것도 무려 외상으로 말이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불러 주십시오.”

    “예, 주군. 주군께서도 사냥터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 주십시오.”

    현성과 파르티샤는 서로 미소를 지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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