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부활
다음 날 오후.
-고용주 파르티샤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파르티샤가 현성을 고용했다.
현성이 예를 눌렀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드넓은 평원이 현성의 눈앞에 펼쳐졌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군.”
파르티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현성을 반겼다.
“준비가 끝난 모양이군요.”
현성이 드넓은 평원에 도열해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주군.”
파르티샤는 진군 준비를 모두 끝마친 후 현성을 고용했다.
‘병력이 너무 적은 것 같은데?’
현성은 파르티샤가 못해도 30만 이상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의 인구는 7백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민 5명 중에 1명이 플레이어일 정도로 일반인 대비 플레이어의 비율이 높았다.
동원 가능한 총병력은 140만.
수비할 병력을 포함한다고 해도 절반 정도인 70만 정도는 동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평원에 도열해 있는 병사들의 숫자는 많아 봐야 5만 정도였다.
“병사들이 왜 이렇게 적은 거죠?”
현성의 물음에 파르티샤가 자신감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최정예 병력만을 엄선했습니다. 저들 모두가 400레벨을 넘어선 베테랑들입니다.”
파르티샤의 말을 듣자 단번에 납득이 되었다.
‘하긴 쓸데없이 숫자만 많은 것보다는 소수 정예가 낫기는 하지.’
지구를 기준으로 하면 5만의 병력 전부가 랭커라고 불릴 만한 실력자들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전투에서는 이 아이들이 주군의 수발을 들 것입니다.”
파르티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마소처럼 부려 주십시오, 주군.”
“충심으로 주군을 모시겠나이다.”
두 남녀가 오른손을 심장 위에 올리며 기사의 예를 취했다.
둘 다 플레이어로 보였다.
“이자들은 누굽니까?”
“제 아들과 딸입니다.”
“아들과 딸요?”
“예.”
파르티샤의 말에 현성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결혼하셨습니까?”
“예, 했습니다.”
파르티샤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닮았네.’
사내와 여인의 얼굴에서 파르티샤의 모습이 묻어났다.
확실히 혈연이라는 느낌이 났다.
뭐, 외관상으로만 보면 저 두 사람이 파르티샤의 아들, 딸이 아니라 오빠나 언니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제 아이들 중에서 플레이어로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룬 것이 이 둘입니다. 앞으로 주군의 수발을 들 것이니, 시종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부리시면 됩니다.”
“딱히 수발들 사람 같은 건 필요 없는데요.”
정말 필요 없었다.
“이 둘은 제 휘하에 든 기사이기도 합니다. 전령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곁에 두시지요.”
파르티샤의 말에 현성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것도 파르티샤 님이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성의겠지.’
파르티샤의 자식들이라면 이 차원에서는 왕자와 공주라고 해도 무방한 신분이다.
그런 이들을 시종으로 쓰라는 것은 파르티샤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였다.
또 현성이 군주의 외침으로 파르티샤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파르티샤가 이 두 사람에게 군주의 외침으로 의사를 전달하면?
원거리에서도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다른 방법으로도 의사소통은 얼마든지 가능한데.’
현성이 주머니 속에 넣어 놓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꽤 오랜 시간 지구를 떠나 있어야 하기에 특수 제작한 스마트폰이었다.
단가가 너무 비싸서 상용화하기 힘든 교류의 보석 개선품을 바른 스마트폰으로,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당연히 포인트를 사용해 다른 교류의 보석이 발라진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연결이 가능했다.
현성은 자신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과 연락이 가능한 스마트폰 하나를 루시아에게 주었다.
지구에 급한 일이 생기면 루시아가 연락을 줄 것이고, 그때 귀환하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이다.
괜히 타 차원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큰일이니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원래는 파르티샤 님에게도 하나 줄 생각이었는데.’
이 두 사람이 있으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듯했다.
애초에 포인트 소모가 너무 커서 현성은 몰라도 파르티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두 분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현성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이름을 알아야 부려 먹든 말든 할 것 아니겠는가?
“카이라고 하옵니다.”
“리사라고 하옵니다.”
두 사람이 재빨리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카이 님, 리사 님,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충!”
“충!”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대답하며 군례를 올렸다.
‘아이라.’
10대 후반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파르티샤와 20대 중후반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딸과 아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외견상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면 저렇게 되겠지?’
파르티샤 가족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전군 진군하라!”
파르티샤의 진군 명령이 떨어졌다.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병사들의 진군이 시작되었다.
‘초장부터 제대로 할 생각인가 보네.’
병사들의 진군을 알린 북은 일반 북이 아니었다.
도발 스킬을 북소리 형태로 발동시킬 수 있는 일종의 아이템이었다.
북소리에 담긴 마력이 평원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캬오오오오!
-크아아아앙!
멀리서 몬스터들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
대지가 떨려 왔다.
‘오는군.’
평원 끝에서부터 먼지구름이 치솟았다.
먼지구름을 만들어 낸 존재는 수만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 무리였다.
‘미리미리 정리를 한 모양이네.’
북소리가 퍼져 나간 거리에 비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많지 않다고는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정면으로 부딪치면 아군의 피해가 클 것이 자명했다.
‘먼저 마중을 나가 볼까.’
슈욱!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앞으로 나아갔다.
순식간에 현성과 몬스터들의 거리가 좁혀졌다.
-헥헥헥헥!
몬스터들의 거친 숨소리가 코앞에서 들려왔다.
진한 누린내가 코끝을 자극했다.
몬스터들은 현성을 그대로 짓밟아 버리겠다는 듯 계속해서 돌진했다.
파지지지직! 화르르르륵!
현성의 몸이 칠흑빛 뇌전과 화염으로 뒤덮였다.
꽈아아아아앙!
현성의 몸에서 퍼져 나간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파도처럼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캬아아아앙!
-키이이이익!
몬스터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내며 떼죽음을 당했다.
칠흑빛 뇌전이 몬스터들의 몸을 재로 만들며 빠르게 퍼져 나갔다.
화염 역시 칠흑빛 뇌전과 함께 퍼져 나가며 몬스터들의 육신과 마력을 불태웠다.
현성의 체력과 마력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채워지기를 반복했다.
현성을 중심으로 시작된 칠흑빛 뇌전과 화염의 파도가 수만에 달하는 몬스터들을 휩쓸었다.
그 결과.
평원을 가득 메우며 달려들던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한 줌의 재로 화해 버렸다.
현성이 잡지 않았던 몬스터들이 섞여 있었는지 업적 획득 메시지가 몇 개 떠올랐다.
‘전설 등급 몬스터는 없었던 모양이네.’
확장성에만 신경을 쓰고 파괴력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전설 등급 몬스터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위력이었는데 모두 전멸한 것을 보면, 이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은 일반, 희귀, 영웅 등급으로만 이루어진 듯싶었다.
사아아아악!
잔존 마력들이 하나로 뭉쳤다.
워낙 많은 수를 잡다 보니 마력 뭉침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좋네.’
영웅 등급 아이템보다는 전설 등급 아이템이 더 좋았다.
‘어라?’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몬스터들의 몸에서 나온 잔존 마력들이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뭉쳤다.
‘이게 뭐야?’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뿜어낸 잔존 마력이 온전히 하나로 뭉쳐졌다.
툭!
그리고 한 권의 스킬북이 떨어졌다.
현성이 스킬북을 움켜쥐었다.
[망자의 부활 – 준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암흑 계열 마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망자에게 마력을 부여해 언데드로 부활시킵니다.
-엑티브 스킬북 망자의 부활 – 준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허!”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설마 준신화 등급이 나올 줄이야.”
그간 수많은 일반, 희귀, 영웅 등급 몬스터를 떼로 잡았다.
하지만 두 등급 위의 아이템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한 등급 위의 아이템이 한계라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준신화 등급 스킬북이 나온 걸 보면 말이다.
‘전에 봤던 사자의 부활 상위 호환 같은데.’
전설 등급 스킬북 사자의 부활.
구매 목록에 있기는 했지만 현대사회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파장이 클 것 같아서 구입하지 않은 스킬북이다.
한데 전설 등급 스킬북 사자의 부활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는 망자의 부활이 나왔다.
‘한번 사용해 볼까?’
이곳은 현대사회가 아니다.
언데드 부활 스킬을 사용했다고 파장이 일어날 리가 없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어차피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파르티샤의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병력이 필요했다.
‘익히자.’
현성은 예를 선택했다.
망자의 부활 스킬을 익히자마자 사용법이 자동으로 각인되었다.
‘자율성이 높네.’
마력을 사방으로 흩뿌려 전투력이 떨어지는 다수의 언데드 군단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반대로 1마리의 언데드에 마력을 대거 집중시켜 강력한 개체 하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소모되는 마력과는 별개로 살아생전에 얼마나 강력한 개체였는지에 따라 최종 전투력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똑같은 마력을 주입해도 영웅 등급 몬스터의 영혼보다 전설 등급 몬스터의 영혼이 더 효율이 좋다는 거지.’
현성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결정적으로 사체가 아니라 망자의 영혼을 기반으로 마력을 부여해 물리적인 육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체가 있어야 한다면 제약이 많다.
하지만 사체가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없다면?
전리품을 챙기고 영혼까지 노예로 부릴 수 있게 된다.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거지.’
현성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한번 써 보자.’
현성이 망자의 부활 스킬을 발동시켰다.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몬스터들의 영혼이 눈에 보였다.
현성이 몬스터들의 영혼에 마력을 부여했다.
사아아악!
몬스터들의 영혼에 스며든 마력이 빠른 속도로 유형화되기 시작했다.
허공에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몬스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쿠우우웅!
순식간에 1만에 달하는 언데드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마력 소모가 엄청 크네.’
원래는 현성이 사냥한 몬스터들의 영혼을 모두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키려고 했다.
한데 고작 1만 마리 정도 부활시키자 마력이 바닥나 버렸다.
‘유지 보수도 해야 하는데.’
언데드 몬스터들은 마력으로 구성된 육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타격을 받았을 때 다시 복구하려면 마력을 공급해 줘야 했다.
‘일단 한번 써 보자.’
스킬을 익혔으니 일단 사용은 해 본다.
효율이 좋으면?
계속 사용하면 그만이다.
효율이 나쁘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면 그만이다.
현성에게는 아직 강력한 개체 1마리에게 대량의 마력을 투여하는 방법이 남아 있었다.
‘가라.’
현성이 자신의 마력으로 부활한 망자의 군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어어어어!
쿵! 쿵! 쿵!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몬스터 군단이 현성의 명령에 따라 진군을 시작했다.
* * *
“보았느냐?”
파르티샤의 물음에 카이와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간 두 사람은 현성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홀로 수많은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도 했고 전설 등급 몬스터 여러 마리를 동시에 사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볼 때마다 경이로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현성이 자신들과 같은 플레이어라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전보다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카이의 말에 파르티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전보다 더 강해지신 것 같구나.”
현성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엄청나게 강했다.
한데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방금 전 전투에서는 무려 수만 마리의 몬스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쓸어버렸다.
전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몬스터를 정리했다.
그 뒤 전리품을 챙겼고, 그 결과 더 강해졌다.
1만여 마리의 몬스터를 언데드로 부활시켜 자신의 수족으로 부릴 정도로 말이다.
홀로 ‘일인군단’이라고 할 만한 무력을 가진 이에게 진짜 군단이 생긴 것이다.
“아마 저분은 앞으로도 더 빠르게 강해지실 것이다. 내가 저분을 따라잡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구나.”
사실 따라잡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파르티샤는 독립적인 세력을 형성한 군주가 아니라 현성의 휘하에 속한 신하가 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아, 물론 파르티샤가 강해지면 군주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신하가 될 수는 있다.
그게 파르티샤의 초기 목표 중 하나였다.
현성과 대등한 관계를 설정해 서로 상생하는 것.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하나 불행 중 다행으로 파르티샤가 충성을 맹세한 군주인 현성은 폭군이 아니라 성군이었다.
현성의 배려 덕분에 파르티샤의 백성들은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성의 도움으로 별다른 피해 없이 영토를 확장하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던 파르티샤의 입장에서 이런 현성의 도움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진심으로 충성을 다해 저분의 신뢰를 받는 심복이 되어라. 그게 우리 일족이 살고 백성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파르티샤의 말에 남매가 굳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남매의 다짐에 파르티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현성은 언데드 군단과 함께 최전방에서 진군했다.
북소리에 이끌린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꽈아아아앙!
언데드 군단과 몬스터 군단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어어어어!
언데드 몬스터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살아 숨 쉬는 몬스터의 동작이 더 민첩했다.
꽈아앙!
몬스터가 앞발을 휘두르자 뼈로 이루어진 언데드 몬스터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언데드 군단의 전투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백이면 백 살아 있는 몬스터들에게 유린당했다.
‘나쁘지 않아.’
하지만 현성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맷집이 좋아.’
마력으로 만들어진 언데드 군단은 머리가 부서지건 가슴에 구멍이 나건 아랑곳하지 않고 전투를 이어 나갔다.
부여된 마력이 모두 소멸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적에게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동시에 사용했다.
칠흑빛 뇌전과 화염이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뒤덮었다.
당연히 하나로 뒤엉켜 있던 아군 언데드 몬스터들의 몸도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에 휩싸였다.
하지만 아군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좋아, 아주 좋아.’
언데드 몬스터들 역시 현성의 마력으로 구성된 스킬의 일부분이다.
당연히 현성의 공격은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신경 써서 마력을 부여해 주면?
파지지직! 화르르륵!
전신을 칠흑빛 뇌전과 화염으로 뒤덮은 언데드 몬스터가 탄생한다.
-크워어어어어!
현성이 새롭게 수급된 마력을 전위에 서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집중적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그 결과 칠흑빛 뇌전과 화염에 휩싸인 언데드 몬스터들이 맹렬히 날뛰며 몬스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현성이 집중적으로 마력을 부여해 준 결과 살아 있을 때 보다 전투력이 더 올라간 것이다.
‘이거 재미있네.’
현성은 마력이 수급되는 족족 언데드 몬스터들을 강화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의 숫자가 많았기에 체력이나 마력이 고갈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효율이 떨어지네.’
현성은 생전에 영웅 등급 몬스터였을 녀석에게 막대한 마력을 몰아줬다.
처음에는 쑥쑥 컸다.
하지만 일정 수준에 이른 후에는 성장하는 속도가 극악으로 떨어졌다.
쉽게 말해 처음에는 1의 마력을 주면 1만큼 강해졌다.
하지만 나중에는 100의 마력을 줘도 1 정도밖에 강해지지 않았다.
‘이게 한계인가 보네.’
꾸역꾸역 마력을 밀어 넣어 주면 더 강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손해였다.
그 마력을 다른 영웅 등급 출신 언데드 몬스터를 강화시키는 데 사용하는 게 100배는 더 효율이 좋았으니까 말이다.
영웅 등급 몬스터의 경우 생전에 비해 3배 정도 강해지면 한계치가 오는 것 같았다.
‘전설 등급은 한계치가 어느 정도이려나.’
설사 동일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생전의 3배 정도의 전투력이라면?
웬만한 전설 등급 몬스터를 혼자서 씹어 먹을 수 있는 강력함을 지니게 된다.
‘좋은 점은 마력이 보관된다는 거지.’
몬스터를 언데드로 부활시키는 데 소모된 마력은 현성이 회수하거나 자연스럽게 소실되기 전까지는 그대로 보존된다.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양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
오랜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마력을 공급해 언데드 군단을 만든다면?
급할 때 마력 회수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전투에 동원 할 수도 있다.
‘진작 익힐 걸 그랬네.’
네크로멘서 계열의 스킬북은 현성의 예상보다 더 많은 쓸모가 있었다.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자.’
현성은 사냥을 지속하면서 언데드 몬스터를 강화하고 그 숫자를 계속해서 늘려 나갔다.
마력이 부족할 걱정이나 언데드로 만들 몬스터가 부족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둥! 둥! 둥!
현성의 뒤를 따르는 5만 대군의 북소리가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끌어모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 *
토벌전 첫날.
토벌전에 동원된 파르티샤의 병사들은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사냥하지 못했다.
모든 몬스터를 현성이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토벌전에 동원된 병사들은 전투가 없었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했다.
몬스터와의 전투가 벌어지면 크든 작든 아군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벌전에 동원된 5만의 병력은 살아남은 이 차원의 인류가 끌어모을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이었다.
아낄 수 있다면 무조건 아끼는 게 좋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군.”
파르티샤의 인사에 현성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너무 나섰죠?”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현성이 모든 몬스터를 사냥해 파르티샤와 그녀의 병사들은 레벨업을 하지도 못했고 아이템을 얻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번 토벌전의 목표는 레벨업과 아이템 습득이 아니었다.
인간이 새롭게 정착할 수 있는 영토를 넓히는 것.
그게 바로 이번 토벌전의 목적이었다.
파르티샤의 입장에서는 아군의 피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영토 확보에 성공했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생필품과 전투 물자는 자체 생산이 되고 있고 식량은 현성이 공급해 준다.
파르티샤가 급하게 몬스터를 사냥해 포인트를 수급하거나 아이템을 팔아 포인트를 마련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니 굳이 아군의 피해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그럼 내일도 이런 식으로 토벌전을 진행할까요?”
“주군께 폐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먼저 부탁드리고 싶었던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토벌전도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현성이 파르티샤의 차원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포인트가 소모된다.
그런 만큼 전투가 아닌 상황에서는 본래의 세계에 가 있는 게 좋았다.
쓸데없이 용병 고용 대금의 20%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날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설사 포인트 소모가 없었더라도 현성은 지구로 귀환했을 것이다.
‘쉬는 건 집이 최고지.’
괜히 고생스럽게 야영을 할 필요가 없다.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고용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보다 주군.”
“무슨 일이시죠?”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아이들을 주군이 사는 세계로 보내고 싶습니다.”
“예?”
현성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다.
“주군이 사는 세계에 보내 견문을 넓히고 그곳에서 시중을 들게 하고자 함이옵니다.”
‘이거 그거 아닌가?’
예전 제후국의 왕은 군주국의 황제에게 유학이라는 이름으로 왕자와 공주를 인질로 보냈다.
‘왜 소개해 줬나 했더니.’
아마 인질로 데리고 가라고 소개해 준 모양이다.
‘이러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나?’
충성심을 보인다는 뜻이었지만, 현대인인 현성의 감성으로는 영 마땅치가 않았다.
결정적으로 현대사회에 이들을 데리고 가면, 현성만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건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파르티샤 님을 믿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지구로 귀환했다.
* * *
현성은 지구로 귀환한 직후 밀린 일들을 처리했다.
대부분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들에 대한 문제였다.
“특별한 일은 없었죠?”
급한 일들을 처리한 현성이 루시아에게 물었다.
“인도에서 차원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인도 플레이어 협회에 의해 무사히 진압되었다고 합니다.”
굳이 현성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자잘한 사건이었다.
“다른 건요?”
“없습니다.”
현성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너무 많은 숫자의 언데드들을 유지하는 건 비효율적이야.’
언데드 몬스터도 정령처럼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마력이 소모된다.
물론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1만 마리를 넘어선다면?
그 미미한 손실이 상당히 커진다.
아니, 솔직히 말해 1천 마리 수준이라도 엄청난 마력 손실이 발생한다.
그 때문에 현성은 1만 마리도 넘게 소환했던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부여했던 마력을 회수해 3백 마리의 언데드 몬스터에게 때려 박았다.
전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마력이 수급되지 않으면 자연 손실되는 마력 때문에 1만 마리나 되는 언데드 몬스터를 계속 유지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충 백 마리 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마력의 양이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마력의 양과 엇비슷할 듯했다.
마력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급하면 그때그때 만들어서 써먹어도 되고.’
몬스터가 많으면 넘치는 마력으로 더 많은 숫자를 만든다.
몬스터가 없으면?
1백 마리만 유지한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부담도 없고, 급할 때 전력으로 써먹을 수도 있으며, 마력이 부족할 때는 마력을 회수해 사용할 수도 있다.
‘내일은 제대로 된 놈을 잡아 보자.’
오늘 이루어졌던 토벌전에서는 영웅 등급 몬스터밖에 등장하지 않았다.
‘내일은 제발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했으면 좋겠다.’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하면?
사냥해서 포인트를 벌고 전리품도 얻는다.
그 후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켜 부리면 된다.
‘오크 로드가 아깝네. 이무기랑 히드라도 아깝고.’
그간 그냥 죽여 버린 준신화 등급 몬스터 오크 로드와 전설 등급 몬스터들이 아까워졌다.
그때 망자의 부활 스킬을 익혔다면 당당하게 언데드로 부활시켜 데리고 다녔을 것 아니겠는가?
‘이미 지나간 일이야 잊어버리자.’
앞으로 잘하면 된다.
파르티샤의 차원에는 수많은 전설 등급 몬스터들이 있다.
준신화 등급을 만난 적은 없지만, 아마 있을 확률이 높았다.
‘모두 다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어 주마.’
생전에 준신화 등급이나 전설 등급이었던 몬스터들이 언데드 몬스터가 된다면?
지금까지 현성이 영웅 등급 몬스터를 베이스로 만들었던 언데드 몬스터들보다 월등히 강한 개체가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