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권. 로또 복권 (104/225)
  • ┃로또 복권

    ‘이야, 역시 대박이네!’

    매출이 폭발했다.

    특히 리×지 같은 RPG 게임의 랜덤 박스 판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뭐, 이게 말이 랜덤 박스지 메커니즘은 도박이나 복권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사실상 합법적인 사기였다.

    ‘포인트 복권도 슬슬 오픈할 때가 됐어.’

    복권도 가챠 시스템의 일부였다.

    로또 같은 형식부터 즉석 복권까지 여러 종류를 만들어 유통시켜 볼 계획이었다.

    당연히 판매와 지급은 전원 교류의 보석으로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진행해야 했다.

    ‘일단 복권 붐을 일으키려면 당첨금이 커야 해.’

    일확천금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어야 참가자가 많아진다.

    ‘세금을 뗄 필요도 없으니까 운영 수수료로 20%만 먹자.’

    그럼 현성의 몫은 14%가 되고 게스피트의 몫은 6%가 된다.

    나머지 80%는?

    모두 당첨자의 몫이다.

    ‘80%면 충분해.’

    한국 로또의 경우 판매금의 50%를 당첨금으로 지급한다.

    거기서 당첨금이 고액일 경우 33%의 세금을 부과한다.

    판매금의 80%를 당첨금으로 지급하는 건 말 그대로 엄청 ‘혜자’스러운 복권이라는 뜻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판매 금액인데.’

    1레벨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 봤자 만 명 단위다.

    수천만 명이 복권을 사고 수억 명이 복권을 사면 당첨금이 커진다.

    하지만 고작 만 명 단위의 인원이 복권을 사면?

    장당 판매 가격을 높이고 1명이 여러 장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도 당첨금이 소액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최대한 어렵게 해야지.’

    이월.

    이월이라는 최강의 무기를 꺼내 들면 이 문제는 가볍게 해결된다.

    * * *

    각투브크는 큰 실의에 빠져 있었다.

    ‘포인트를 너무 많이 썼어.’

    멀티 플레이를 위한 통신 비용과 게임 월정액 요금은 그리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 랜덤 박스에 날린 포인트가 너무 뼈아팠다.

    ‘내가 미쳤지. 고작 게임에 그렇게 큰 포인트를 쓰다니…….’

    집판검을 가질 수 있다는 욕심에 눈이 멀었다.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이 나오기라도 했으면 이런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집판검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중간에라도 빠져나왔어야 했는데.’

    계속해서 뜨는 집판검 획득 메시지에 눈이 돌아갔다.

    그간 랜덤 박스에 투자한 돈이 아까워 중간에 포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이 샀다.

    ‘랜덤 박스라는 건 내가 수만 개를 깠다고 원하는 물품이 꼭 나오는 건 아니야.’

    흔한 확률의 착각에 빠져 버렸다.

    랜덤 박스는 100개를 까건 1,000개를 까건 10,000개를 까건 그때마다 희박한 확률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다.

    랜덤 박스 9,999개를 깠다고 마지막 1개의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 당연한 진리를 너무 늦게 깨쳤다.

    ‘중간에 멈췄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집판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각투브크는 포인트를 날린 것도 날린 거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다니는 집판검이 자신의 손에 없다는 사실이 더 비참했다.

    랜덤 박스를 통해 집판검이 대거 풀렸다.

    그러면서 포인트가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다는 집판검이 아이템 ××에 등장했다.

    집판검의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하지만…….

    ‘랜덤 박스를 지르지만 않았어도 집판검을 사고도 남았을 텐데.’

    랜덤 박스를 너무 많이 지른 덕분에 집판검을 살 수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차판검을 아이템 ××에 판매해 만회해 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랜덤 박스에서 차판검이 너무 많이 풀려 가격이 대폭락했다.

    ‘내 다시는 이런 상술에 놀아나지 않으리라.’

    각투브크가 굳게 다짐했다.

    또다시 이런 이벤트가 열려도 다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분하게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랜덤 박스를 구입할 포인트를 모아 아이템 ××에서 구매하는 게 이득이야.’

    조금만 인내하면 더 적은 가격으로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각투브크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이 진리를 터득했다고 생각했다.

    ‘가볍게 게임이나 한판 하자.’

    각투브크가 컴퓨터를 켰다.

    각투브크는 게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려고 하고 있었다.

    각투브크는 이미 한 사람의 훌륭한 게임광으로 거듭나 있었다.

    “어?”

    게임을 시작하려던 각투브크의 눈에 복권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로또?”

    로또라는 이름의 복권.

    ‘숫자만 맞히면 된다 이거지?’

    호기심이 들었다.

    하지만 방금 전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갖지 않았는가?

    각투브크는 억지로 복권 광고를 무시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응? 이게 뭐야?’

    물약을 사려고 상점에 들렀다.

    그런데 거기서도 복권을 팔았다.

    게임 안에서도 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은 것이다.

    복권 판매는 상당히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누적 판매금이 계속 실시간으로 늘어났다.

    “음…….”

    살짝 호기심이 일었다.

    ‘랜덤 박스처럼 대량 구매하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소액을 투자해 큰 행운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랜덤 박스처럼 대량으로 포인트를 쏟아붓지 않는 한 손해도 크지 않다.

    잠시 고민하던 각투브크가 가볍게 복권 10장을 구매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설사 복권이 꽝이 된다고 해도 각투브크에게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밖에 나가서 영웅 등급 몬스터 1마리만 잡아도 복구가 가능한 수준의 푼돈을 날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흠흠.”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1등에 당첨되면 그걸로 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1등이 되도 인생을 역전할 정도로 큰돈은 아니지.’

    하지만 얼마 전 랜덤 박스를 구매하느라 날린 손해 정도는 가볍게 복구하고도 남았다.

    생방송으로 당첨 번호 발표가 시작되었다.

    여마왕 게스피트가 나와 당첨 기계를 돌렸다.

    각투브크는 별다른 기대 없이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자신의 로또 번호를 바라봤다.

    -첫 번째 당첨 번호는 25군요.

    첫 번째 당첨 번호가 나왔다.

    ‘어?’

    번호 하나가 맞았다.

    여마왕 게스피트가 담담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당첨 번호를 불렀다.

    -두 번째 당첨 번호는 5입니다.

    또 맞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세 번째 당첨 번호는 1입니다.

    ‘이거 뭐야?’

    계속해서 4번째 5번째까지 번호가 맞아떨어졌다.

    꿀꺽!

    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마지막 하나만 맞으면?’

    1등이다.

    -마지막 여섯 번째 당첨 번호는 31입니다.

    “아아아!”

    절로 탄식이 나왔다.

    각투브크의 당첨 번호는 안타깝게도 32번이었다.

    번호 하나 차이로 1등을 놓친 것이다.

    -보너스 번호는 33입니다.

    2등도 놓쳤다.

    역시 번호 하나 차이였다.

    “이게 뭐야?”

    각투브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였다.

    -플레이어 각투브크 님의 3등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컴퓨터에서 축하 메시지와 함께 3등 상금을 지급해 주었다.

    복권 열 장을 사서 3등에 당첨되었다.

    복권을 구입하는 데 투자한 금액의 30배가 넘는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번호 하나만 더 맞았으면.’

    1등이었다.

    ‘어떻게 1등이랑 2등이랑 번호 하나 차이로 3등이 될 수가 있어.’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때였다.

    -아쉽게도 이번 1회 차에는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마왕 게스피트가 1회 차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약관에 따라 1회 차 당첨금은 2회 차로 이월됩니다. 다음 주에 발표되는 2회 차 1등 당첨자가 1회 차와 2회 차 1등 당첨금을 모두 독식하게 됩니다.

    각투브크의 눈에 돌아갔다.

    눈앞에서 거액이 날아갔다.

    그것도 고작 번호 하나 차이로 말이다.

    -2회 차 때 두 배의 행운을 누려 보세요.

    게스피트의 마지막 말과 함께 생방송 발표가 종료되었다.

    ‘그때 복권을 10장이 아니라 11장만 샀어도.’

    그랬으면 분명히 1등에 당첨되었을 것 같았다.

    ‘내가 산 복권으로 번호를 조합해서 더 샀으면.’

    무조건 1등이었을 것 같았다.

    각투브크는 복권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온갖 숫자의 조합을 생각해 신중하게 샀다.

    마치 그러면 1등에 당첨될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말이다.

    각트부크는 여전히 확률의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 * *

    ‘그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현성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다.

    로또 복권.

    그 시작은 미미했다.

    당첨금도 로또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었고 구매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6번이나 이월이 되면서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6번 이월되었다고 1+1+1+1+1+1이 되는 게 아니다.

    1회 차에서는 1이었을지 몰라도 2회 차는 4가 되었고 3회 차는 20이 되었다.

    당첨금이 올라가면서 복권을 중복 구매 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복권을 구입하지 않았던 이들도 당첨금이 올라가자 호기심에 몇 장씩 구매를 했다.

    신규 고객이 대거 늘어난 것이다.

    ‘생방송을 하는 데 소비되는 포인트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어.’

    현성의 닦달로 게스피트가 시제품을 만들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생방송으로 영상을 송출하는 데 소모되는 포인트의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심했다.

    그 때문에 장기간 진행되는 E-스포츠 생중계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로또 복권 번호 생중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신뢰를 얻으려면 무조건 생중계를 해야지.’

    로또 복권 당첨까지 녹화방송을 하면 조작이네 어쩌네 하며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1등 당첨자한테 인터뷰를 해야 당첨금 준다는 약관을 넣길 잘했어.’

    최초의 1등 당첨자는 로또 복권이 사기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켜 줘야 했다.

    현실이었으면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각 차원에 독립되게 존재하는 1레벨 플레이어들이다.

    설사 거액에 당첨되었다고 해도 해코지를 하거나 기부 요청을 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슬슬 당첨자가 나오기는 해야 하는데.’

    불이 붙기는 제대로 붙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도 곤란했다.

    애초에 당첨자가 나올 수 없는 사기가 아니냐는 여론이 슬금슬금 힘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과격한 플레이어들은 만약 복권이 사기로 밝혀지면 단체로 포인트를 모아 강제로 차원 게이트를 개방하고 현성의 차원으로 넘어가 쑥대밭을 만들어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게스피트에게 물어봤는데, 격이 높은 플레이어가 막대한 포인트를 소모하면 아군끼리도 차원 게이트 개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성으로서는 끔찍한 일이었다.

    자신보다 더한 괴물들이 지구를 침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뭐, 페널티가 워낙 커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듣기는 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제7회 차 로또 당첨 번호 발표 당일.

    현성이 긴장된 표정으로 게스피트를 바라보았다.

    “제7회 차 로또 당첨 번호를 뽑도록 하겠습니다.”

    게스피트는 담담했다.

    게스피트가 당첨 기계를 돌렸다.

    “첫 번째 번호는 9입니다. 두 번째 번호는 29군요.”

    게스피트가 담담하게 기계를 돌리며 로또 당첨 번호를 발표했다.

    현성은 초조한 표정으로 당첨자 목록을 바라봤다.

    컴퓨터로 진행하는 복권이라 실시간으로 당첨자 확인이 가능했다.

    “마지막 여섯 번호는 11입니다. 보너스 번호는 17이군요.”

    게스피트의 말을 끝으로 로또 당첨 번호가 모두 나왔다.

    ‘나왔다.’

    현성의 눈이 번뜩 뜨였다.

    드디어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왔다.

    현성이 게스피트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 드디어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갈드 님, 로또 복권의 첫 번째 1등 당첨자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게스피트의 발표에 현성이 곧바로 인터뷰 요청을 보냈다.

    플레이어 갈드는 다행히도 곧바로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다.

    인터뷰를 안 하면 당첨금을 안 준다고 했으니, 무조건 할 수밖에 없었다.

    -크흑! 나한테 이런 행운이 오다니! 게스피트 님, 감사합니다! 최현성 님, 감사합니다!

    로또 복권의 첫 당첨자 갈드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갈드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당첨자 갈드는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제가 정말 힘들게 살았습니다. 제가 있는 차원은 다른 차원으로 팔아먹을 특산품이 딱히 없었거든요. 로또 복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힘겹게 버텼는데, 저에게 이런 행운이 찾아오게 될 줄은 꿈에도…….

    당첨자 갈드에게 긍정적인 내용의 인터뷰 유도를 할 필요도 없었다.

    갈드는 구구절절하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이름이 자신의 차원에서 돈을 뜻하는 거라는 의미에서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에 고생한 이야기까지…….

    누가 들어도 고생길을 걸었다가 로또 복권으로 대박 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게스피트 님.’

    현성이 슬슬 인터뷰를 끊자는 신호를 보냈다.

    인터뷰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생방송 시간이 길어진다.

    그럼 통신료가 너무 많이 나온다.

    지금은 필요한 마무리 멘트를 끝으로 생방송을 종료해야 할 때였다.

    “아, 갈드 님, 당첨 소감 잘 들었습니다. 이번에 전 차원 최초로 로또 1등 당첨자가 되셨는데, 당첨금을 받으시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신가요?”

    “신화 등급 비약과 스킬 들을 살 겁니다! 아, 그리고 신화 등급 무기와 방어구도 살 겁니다. 어? 다 구입하기에는 포인트가 부족한…….”

    “네,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럼 여기서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게스피트가 갈드의 말을 끊으며 인터뷰 종료를 선언했다.

    현성도 재빨리 갈드와의 연결을 끊어 버렸다.

    “이걸로 로또 당첨 발표 생중계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8회 차 로또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게스피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성이 방송을 종료했다.

    “휴우!”

    현성이 길게 한숨을 토해 냈다.

    1등 당첨자가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정말 이번에도 안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말이다.

    ‘후기 제작 요청은 해야지.’

    가능하다면 당첨금으로 구입한 아이템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 달라고 할 계획이었다.

    “이제야 안심이 되느냐?”

    능숙한 진행자의 모습을 선보였던 게스피트가 웃으며 현성에게 말을 걸었다.

    “예, 게스피트 님. 정말 이번에도 당첨자가 안 나왔으면 제가 사는 차원이 멸망할 뻔했습니다.”

    “말로만 내뱉을 뿐이지 실행할 용기도, 포인트도 없는 자들이다. 신경 쓰지 말거라.”

    게스피트가 쿨하게 말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요.”

    “진짜 넘어오면 때려잡으면 그만이지.”

    “제가 어떻게 그런 플레이어들을 때려잡아요.”

    “이번에 포인트를 많이 벌지 않았느냐?”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할 말을 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챠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수입.

    로또 판매 금액으로 인한 수입.

    그 결과 현성은 엄청나게 많은 포인트를 벌어들였다.

    “쌓아 놓은 포인트를 쓰기만 한다면, 넌 지금보다 월등히 더 강해질 거다.”

    “포인트를 사용할 계획은 있는데, 그게 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신의 힘을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네.”

    최근에 싸웠던 용암 거인이 꽤 까다로운 상대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용암 거인이 강했다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이 컸다.

    몸을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긴 그랬으면 그거대로 큰일이지.’

    신의 힘을 빼앗아 오려다 익히고 있던 패시브 스킬들이 발동하면 그것도 문제였다.

    지속적으로 정신계 방어 스킬을 구입해서 익히고는 있지만 버프 스킬들이 발동할 때 오는 부작용을 완벽하게 막아 주지는 못했다.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다. 넌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그런가요?”

    “물론이다. 내가 수천 년을 살아왔지만, 너처럼 빠르게 강해진 플레이어는 본 적이 없다.”

    수천 년…….

    게스피트의 입에서 나온 압도적인 숫자 앞에 숨이 턱 하니 막혔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긴 포인트만 있으면 늙어 죽을 일이 없기는 하지.’

    지속적으로 포인트를 벌어들인다면 현성은 계속해서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현성의 나이는 서른이 넘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가족들과 느껴지는 괴리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10년, 20년, 30년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괴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게스피트 님, 혹시 플레이어의 수명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아시나요?”

    현성의 물음에 게스피트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플레이어라고 해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신체가 노화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다.”

    “저와 게스피트 님은 그 세상의 이치를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만큼 짊어진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짊어진 사명요?”

    “그것까지는 아직 알려 줄 수가 없구나.”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현성과 게스피트의 사이는 엄청나게 좋아졌다.

    게스피트가 애초에 현성을 마음에 들어 하기도 했고 두 사람의 동업이 게임 월정액 요금제, 가챠 시스템, 로또 판매까지 이어지며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우리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작해야 몇백 년도 못 사는 게 당연한 거지.”

    ‘어?’

    뭔가 방금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몇백 년요?”

    “그래, 종족에 따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종의 경우 아무리 플레이어가 되었다고 해도 고작 그 정도밖에 살지 못한단다.”

    ‘몇백 년이면 엄청 오래 사는 것 아닌가?’

    마석을 이용한 신약의 개발로 100세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의 수명은 대부분 70~80세에 불과했다.

    “몇백 년이면 일단 100년은 넘게 산다는 거네요?”

    “그건 스텟과 익힌 스킬에 따라 다르단다. 100레벨 정도라면 일반인과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대충 600레벨 정도 된다면 못해도 300년 정도는 살 수 있겠지.”

    현성의 눈이 번뜩였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정보였다.

    현성이 사는 세상은 아직 플레이어의 수명에 대한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일반인보다 오래 살 거라는 예측이 우세하기는 했지만, 시간에 따라 신체가 노화하기에 정확한 파악이 힘들었다.

    “인간들 중에는 주변 지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는 경우가 많지. 너도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도록 해라.”

    게스피트가 금방이라도 수백 년이 훅하고 지나갈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아니었다.

    100년만 해도 쉽게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수백 년이라면?

    ‘아직 엄청 많이 남았어.’

    아버지와 백우신은 둘 다 플레이어니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루시아는 현성과 함께 영생을 누릴 것이다.

    ‘엄마와 누나를 플레이어로 만들어야겠어.’

    등용 스킬과 비약이 일반인에게도 먹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결정을 내렸다.

    어머니와 누나에게 비약을 준다.

    그래서 최대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낼 것이다.

    ‘물론 물어보기는 해야겠지만.’

    아마 어머니와 누나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비약은 무조건 숨겨야겠어.’

    단순히 플레이어와 동일한 힘을 얻는 것뿐 아니라 긴 수명까지 얻을 수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플레이어가 아니면서 돈과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비각성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현성에게서 비약을 얻어 내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인간끼리 죽고 죽이는 참혹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빼앗기지 않을 자신은 있지만, 굳이 노출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다행히 전설 등급 직업 군주가 있기에 안심이 되었다.

    비약을 섭취한 이들 중 지금까지 그 사실을 외부에 노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 * *

    로또 판매 생방송을 마친 현성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무슨 일 있니?”

    현성의 어머니 박미숙 여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성이 가족들을 불러 모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데 그러니?”

    어머니의 물음에 현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플레이어는 일반인보다 오래 산다고 하더라고요. 노화도 상대적으로 느리고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니니?”

    정확한 연구 결과는 없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병에도 강하고요.”

    아예 안 걸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몸속의 마력이 웬만한 질병은 모두 막아 준다.

    “그래서 다 그렇게 각성을 하고 싶어 하는 거 아니니.”

    돈도 많이 벌고 몸도 건강해지고 오래 살고 병에도 안 걸 린다.

    그렇다 보니 모두가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걸 꿈꾼다.

    “어머니도 플레이어가 되고 싶으세요?”

    “물론 되면 좋겠지. 던전에 들어가서 몬스터 잡는 게 무섭기는 하지만.”

    “어허, 당신이 각성을 한다고 해도 던전에 들어가서 사냥할 필요는 없지.”

    아버지가 나서서 외치셨다.

    “그렇지만 레벨업을 안 하면 플레이어도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잖아요.”

    레벨업을 하지 않으면 미분배 스텟을 얻을 수 없다.

    그럼 당연히 신체 능력도 일반인에 비해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험험, 그건…….”

    아버지가 말끝을 흐리며 현성의 눈치를 봤다.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어요.”

    현성이 아버지의 말을 받았다.

    “네가?”

    어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일단 이것부터 수락해 주세요.”

    -비각성자 박미숙에게 등용을 제의하셨습니다.

    “어머? 이게 뭐니?”

    “잠시 후에 설명해 드릴게요. 누나도 수락해.”

    현성이 누나에게도 등용을 스킬을 시전했다.

    -비각성자 최현지에게 등용을 제의하셨습니다.

    -비각성자 박미숙이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비각성자 최현지가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현성의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다.

    “와!”

    “이게 무슨?”

    두 사람은 갑자기 힘이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그때 현성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요. 가족들끼리도 말하지 마세요.”

    현성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두 분을 플레이어와 비슷한 존재로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현성이 그 말과 함께 미리 구매한 비약을 꺼내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이걸 먹으라고?”

    현성의 어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먹어, 그거 엄청 귀한 거야.”

    아버지가 옆에서 거들었다.

    “제가 먼저 먹어 볼게요.”

    현성의 누나 최현지가 먼지 비약을 집어 들고 입에 넣었다.

    “어?”

    최현지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이거 뭐야?”

    최현지가 현성에게 물었다.

    “일단 더 먹어 봐.”

    현성의 말에 최현지가 재빨리 비약을 먹어 치웠다.

    “놀라워!”

    최현지는 자신의 변화된 몸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체형이 변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탄력을 잃었던 피부가 탱탱해졌고 군살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또 전신에 힘이 넘쳐흘렀다.

    “엄마, 이거 엄청 좋은 것 같아요. 얼른 드세요.”

    최현지의 말에 박미숙 여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좋은 거면 엄청 비싼 거 아니니?”

    최현지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엄마 아들인 현성이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거든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드세요.”

    최현지의 말에 박미숙 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비약을 삼켰다.

    “아!”

    절로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더 드세요.”

    현성의 말에 어머니 박미숙 여사가 정신없이 비약을 먹어 치웠다.

    “이거 정말 좋구나. 20년은 젊어진 기분이야.”

    단순한 기분만 그런 게 아니었다.

    겉으로 보이는 외형 역시 2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0년은 젊어 보였다.

    또 항상 무거웠던 몸이 마치 10대 소녀 시절처럼 가벼웠다.

    아니, 그때도 이 정도로 몸이 가볍고 개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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