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챠 시스템
‘9%까지는 무리네.’
인류의 수호신교의 일본 광신도들을 모두 휘하에 거뒀다.
하지만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9%로 만들기는 무리였다.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엄청나네.’
고작 6%였다.
그러다 7%가 되었고 지금은 8%다.
‘언제 한번 세계 순회공연을 해야겠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광신도들을 다 휘하에 들이면 아마 가능할 것 같았다.
‘일단 한국으로 가자.’
너무 오래 일본에 있었다.
한국으로 가서 부모님도 뵙고 서버 관리도 해야 했다.
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냥에도 열중할 필요성이 있었다.
만 명 단위의 비각성자들을 휘하에 두기 위해서는 업적 쌓기와 탐식의 서를 통해 부지런히 스텟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현성이 한국에 도착했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현성은 바로 서버 관리에 들어갔다.
‘불만 사항은 금방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고.’
게임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다른 게임 대회도 열어야겠어.’
스× 크××트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그런 만큼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도 즐길 수 있는 대회를 열어 줘야 했다.
‘게임을 PC와 콘솔로 나눠야겠어.’
다른 게임은 현성이 직접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만큼 굳이 스× 크××트 대회처럼 상금을 많이 걸 필요가 없었다.
스× 크××트 대회도 2회 차부터는 상금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었다.
‘축소한다고는 하지만 유저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을 거야.’
상금 규모는 인기 게임을 기준으로 최소 1,000조 포인트 정도는 유지할 계획이었다.
‘우승 상금 500조 포인트 정도면 되겠지.’
500조 포인트면 준신화 등급 아이템 하나를 구입할 수 있는 엄청난 포인트다.
상금은 적어졌지만 운영해야 할 대회가 늘어난 만큼 나가는 지출은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스× 크××트 대회를 통해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플레이어들이 대거 스폰서로 나설 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상금 규모는 게임의 인기도에 따라 차등을 두면 그만이다.
‘일단 시작해 보자.’
현성은 본격적으로 E-스포츠 대회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현성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대회 공지를 올리자마자 스폰서 게시판이 미어터졌다.
또 게임을 즐기던 플레이어들 역시 난리가 났다.
-또 대회를 한다고?
-이번에는 스× 크××트가 아니라는데?
-그러게 리×지도 대회가 있네? 이건 어떤 대회지?
-스×리× 파×터 대회도 있어.
-우와, 대박! 스× 크××트만 대회를 여는 게 아니었구나!
-그런데 상금 규모가 좀 작다.
-대신 많이 하잖아.
-그런데 왜 대회마다 상금이 다 다른 건가요?
-그거 게임 인기도 따라 상금이 달라지는 겁니다. 스폰서 신청란에 나와 있어요.
-오, 스폰받는 금액이 많으면 상금이 많고 적으면 적네요.
-게임 인기에 따라 상금 규모가 갈리는 거네.
스폰서와 게이머 모두 잔뜩 흥분해 달려들었다.
당연히 이어지는 대회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수많은 대회가 진행되었고 수많은 우승자들이 탄생했다.
“큭큭큭.”
그리고 현성의 지갑도 두둑해졌다.
광고 수익과 토토 사이트 운영 수익 덕분에 현성이 보유한 포인트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회가 열리며 현질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 ×× 운영에도 불이 붙었다.
현성은 레벨링이 가능한 RPG 게임 격투 대회도 열었다.
각 레벨대별로 최강자를 가려 상금을 주는 식이었다.
RPG 게임도 컨트롤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장비빨 아니겠는가?
장비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유저들은 대규모 현질을 벌였다.
현성은 게임 아이템도 팔아먹고 중계 수수료도 받으면서 제대로 꿀을 빨았다.
E-스포츠 대회는 현성에게 많은 포인트를 주면서도 게임의 인기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접속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루 종일 게임에 접속해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도 엄청나게 늘었다.
‘이제 가챠 시스템을 도입할 때야.’
확률형 아이템.
이건 일종의 합법적인 도박이다.
복권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박이나 복권보다 심리적 저항감이 월등히 약하다.
게임 유료 아이템을 1조 포인트에 판다면?
플레이어들은 현성과 게스피트를 욕할 것이다.
돈독이 제대로 올랐다면서 비난할 것이다.
아무리 골수 게임 유저라도 1조 포인트를 내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그건 정가에 파는 경우고.’
여기에 가챠 시스템을 섞으면?
유료 아이템 하나를 1조 포인트에 파는 게 가능하다.
랜덤 박스라는 이름의 유료 아이템을 판매한다.
여기에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 100개를 넣는다.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십만 개, 아니 수백만 개의 랜덤 박스를 판매한다.
물론 대다수의 랜덤 박스는 쓰레기다.
랜덤 박스 구입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아이템의 수량도 얼마 되지 않는다.
랜덤 박스를 모두 판매하면?
100개의 아이템을 개당 1조 포인트에 판매하는 꼴이 된다.
아니, 1조 포인트가 아니라 2조, 3조, 4조 포인트에 파는 것도 가능하다.
‘랜덤 박스가 잘 팔리면 100개 풀 걸 1,000개 풀면 되는 거고.’
현성의 입장에서 1조 포인트짜리 유료 아이템 100개를 팔아 100조 포인트를 버나, 랜덤 박스 수십만 개를 팔아 100조 포인트를 버나 똑같다.
똑같이 100조 포인트를 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지.’
1조 포인트에 유료 아이템을 사라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듣겠지만, 1조 포인트짜리 아이템이 나올 수 있는 저렴한 랜덤 박스를 사라고 하면 절대 욕을 먹지 않는다.
오히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기심에라도 구매를 한다.
‘채팅 알림 시스템도 도입해야지.’
현성이 서비스하는 게임은 채팅이 아니라 보이스톡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래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게임 상단에 대문짝만 하게 ‘플레이어 땡땡땡 님이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획득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우면 되니까 말이다.
‘그럼 한번 사고를 쳐 볼까?’
가챠 시스템.
이건 현성에게 스킨이나 주문서 따위의 유료 아이템보다 월등히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 * *
각투브크는 하루 대부분을 게임에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랭커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제1회 투기 대회에 진출했지만 본선인 32강에 올라가기는커녕 예선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기기 위해 현질을 하고 아이템을 새로 맞췄지만, 그건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랭커들의 경우 각투브크보다 월등히 더 좋은 아이템을 두르고 있었다.
‘도대체 차판검 9강이 왜 그렇게 많은 거야.’
각투브크도 차판검 9강을 손에 넣기 위해 수많은 차판검들을 날려 먹었다.
강화 성공 확률을 올려 준다는 축복받은 무기 강화 주문서를 구입해 조심스럽게 발랐다.
하지만 계속 실패했다.
마지막에 겨우 건진 게 차판검 6강이었다.
‘또 발라야 하나?’
하지만 또 깨질 것 같아 두려웠다.
‘그냥 게임이나 하자.’
각투브크는 차판검 6강에 만족하기로 하고 게임을 켰다.
‘또 유료 아이템 파네.’
자동으로 유료 아이템 광고가 나왔다.
가볍게 X 표시를 눌러 광고창을 끄려는 순간.
“어?”
각투브크의 눈이 번뜩 뜨였다.
“지, 집판검이 나온다고!”
집판검.
9강을 한 차판검보다 월등히 좋은 성능을 자랑하는 무기다.
하지만 당연히 얻기가 어마어마하게 힘들다.
집판검은 전 서버에 단 10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4강 집판검의 경우 전 서버에 단 1자루밖에 없다.
“대, 대박이다!”
집판검이 나오는 랜덤 박스의 가격은 엄청나게 저렴했다.
100개, 아니 1,000개를 구매하더라도 집판검이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다.
각투브크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랜덤 박스 1,000개를 구매했다.
그리고 열심히 까기 시작했다.
꽝! 꽝! 꽝!
꽝의 행진이었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잡템들이 연속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계속 깠다.
1,000개의 랜덤 박스가 700개가 되고 300개가 되고 100개가 되었다가 결국에는 0개가 되었다.
“이런 망할!”
절로 욕설이 나왔다.
지금까지 랜덤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 중 가장 좋은 아이템은 차판검이었다.
‘차판검이 나와서 집판검이 안 나오나?’
오죽하면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거 사기당한 거 아니야?’
집판검이 나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1,000개를 까도 안 나오자 사기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였다.
-3서버 플레이어 뇌섹남 님이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획득하셨습니다.
‘뭐야?’
순간적으로 각투브크의 눈이 돌아갔다.
‘방금 전까지 나도 랜덤 박스까고 있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뇌섹남은 집판검을 얻었다.
‘랜덤 박스를 조금만 더 샀으면…….’
뇌섹남이 얻은 집판검을 자신이 얻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투브크가 이번에는 1,000개가 아니라 2,000개의 랜덤 박스를 구매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까기 시작했다.
꽝! 꽝! 꽝!
역시 이번에도 연달아 꽝이었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잡템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각투브크는 오히려 좋았다.
‘아까는 차판검이 나와서 집판검이 안 나왔던 거야. 이번에는 차판검이 안 나왔으니까 분명히 집판검이 나올 거야.’
각투브크가 미소를 지으며 랜덤 박스를 갔다.
2,000개의 랜덤 박스가 100개 되고 500개가 되었다가 10개가 되었다.
‘이제 분명히 나올 거야.’
아까 구입한 것까지 합치면 무려 2,990개를 깠다.
이 10개 중에는 분명히 집판검이 들어 있을 것이다.
10개를 하나하나 깠다.
9개, 8개, 7개…….
점점 줄어들다 마지막 1개만 남았다.
마지막 랜덤 박스를 까는 순간, 번쩍이는 화려한 임팩트와 함께 아이템이 나왔다.
집판검이 아니라 차판검이었다.
“망할!”
또 차판검이 나왔다.
“차판검 때문에 망했어!”
차판검이 안 나왔어야 집판검이 나왔을 거다.
그런데 차판검이 나와서 집판검이 안 나왔다.
“이, 사기꾼 새끼!”
당장 컴플레인을 걸어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1서버 플레이어 레고밟았어 님이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획득하셨습니다.
“우워어어억!”
각투브크가 노성을 터트렸다.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왜 자신이 랜덤 박스를 다 까는 순간 다른 놈이 집판검을 획득한다는 말인가?
‘아까는 뇌섹남이 얻고 이번에는 레고밟았어가 얻고.’
뇌섹남과 레고밟았어가 자신의 행운을 빼앗아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많이 구입했으면 레고밟았어가 아니라 내가 집판검을 얻을 수도 있었는데.’
머릿속에서 ‘2서버 플레이어 달까기 님이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획득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둥둥 떠다녔다.
달까기는 각투브크의 게임 캐릭터 아이디였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각투브크가 이번에는 랜덤 박스 4,000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까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 꽝이 나왔다.
랜덤 박스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결국 5개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중간에 차판검이 5자루나 나왔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각투브크가 자신의 캐릭터 달까기를 이용해 남은 10개의 랜덤 박스를 연달아서 깠다.
하지만…….
역시나 꽝이었다.
그때였다.
-2서버 플레이어 연암 님이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획득하셨습니다.
-2서버 플레이어 노예가쟤패 님이 랜덤 박스에서 집판검을 획득하셨습니다.
“으아아아아!”
각투브크가 분노의 노성을 터트렸다.
2명 다 자신과 같은 2서버였다.
각투브크가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이번에는 1만 개의 랜덤 박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 달까기를 이용해 1만 개의 랜덤 박스를 까기 시작했다.
하지만…….
1만 개의 랜덤 박스를 다 깔 때까지 집판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