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권. 광신도 (102/225)
  • ┃광신도

    일본의 신임 총리 타카히시.

    그에게는 비공식적인 직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인류의 수호신교 교주다.

    인류의 수호신교는 장난삼아 만들어졌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더 단단하게 뭉쳤고 체계화되었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바로 교주였다.

    교주는 인류의 수호신이라는 홈페이지를 본격적으로 종교화시킨 인물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는 집회 역시 교주인 타카히시가 주도했다.

    현성의 신격화에도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일본 내에 있는 인류의 수호신교의 교세는 크게 확장되었다.

    더 이상 장난이라고 치부하기 힘들 정도로 세력이 커진 것이다.

    주 세력권은 규슈섬과 시코쿠섬이었다.

    인류의 수호신교는 규슈섬과 시코쿠섬에 난립했던 수많은 종교를 제치고 최대 규모의 교단으로 발돋움했다.

    규슈섬 주민들의 경우는 현성 덕분에 잃었던 고향을 찾게 된 격이라 광신도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시코쿠섬의 주민들 역시 자신들에게 많은 걸 베풀어 주는 현성을 기꺼이 신으로 모셨다.

    애초에 종교를 갖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어려울 때 의지할 기둥이 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수호신교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교주 타카히시는 인류의 수호신교 영향력을 혼슈섬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인류의 수호신교가 일본을 대표하는 종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런 그에게 있어 이번 일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타카히시는 교도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서 주동자와 바람잡이 역할을 했던 이들은 모두 인류의 수호신교를 열성적으로 믿는 광신도들이었다.

    타카히시는 그 후 민자당에 눌려 허수아비 역할을 하고 있던 야당 의원들을 끌어모아 현민당을 창당했다.

    그 뒤 교도들의 열성적인 선거운동과 지지를 바탕으로 현민당을 일본의 제1당으로 만들었다.

    제1당인 현민당의 당수 타카히시는 자연스럽게 일본의 총리가 될 수 있었다.

    인류의 수호신교 광신도들로 구성된 타카히시 정권에게 있어 현성은 살아 있는 신 그 자체였다.

    현성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였다.

    ‘이런 놈들일 줄은 몰랐는데.’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통해 교주와 교인들의 과거 행적과 어투를 살펴본 결과, 이놈들은 진심으로 현성을 자신들의 구원자이자 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 나라를 카미사마 앞에 바치겠습니다!”

    “카미사마 앞에 바치겠습니다!”

    총리인 타카히시를 포함한 내각 각료들이 일본을 현성에게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현성으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네.’

    차라리 농담이면 좋겠지만, 이들의 발언은 순도 100% 진심이었다.

    ‘위험해.’

    광신도는 위험하다.

    어떤 돌출 행동을 할지 모른다.

    ‘이놈들이 잘못하면 내가 욕먹을 게 뻔한데.’

    지금 일본 국민들의 여론은 현성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하지만 이 광신도들이 살짝만 삐끗하는 순간, 현성에게 완전히 적대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대놓고 현성에게 일본을 바치겠다는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

    ‘이놈들이면 하고도 남아.’

    정말 그런 짓을 하면 큰일이다.

    인류의 수호신교 광신도들이 바람몰이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현민당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일본 국민들이 현민당을 밀어준 건 민자당의 실책과 현성에 대한 우호 여론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대안이 없었다.

    민자당 아니면 현민당인 상황이다.

    설상가상 민자당 의원들은 후보 등록은커녕 가지고 있던 의원직에서도 자진 사퇴 했다.

    현민당이 제1당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현민당이 대놓고 국부를 빼돌려 현성에게 넘긴다?

    일본을 현성에게 바치겠다는 소리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다?

    국제적인 비난 여론은 물론 일본 국민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다.

    ‘이놈들 중 하나만 입을 잘못 놀려도 난리가 날 거야.’

    문제는 이 광신도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성이 그러지 말라고 해도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대다수인 만큼 과잉 충성을 하다 사고 치는 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누쿠소 이놈은 참.’

    이누쿠소는 무척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성에게 칭찬받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도 동의하기는 했지만, 이건 문제가 심각하잖아.’

    교주와 인류의 수호신교의 존재는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현성도 이들의 존재가 자신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광신도들일 줄은 몰랐다.

    현성은 교주를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정치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현성은 교주를 이용해 일본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던전을 얻는다.

    교주는 현성을 이용해 비주류 정치인에서 총리가 된다.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현성과 교주가 서로 상부상조하는 공생 관계가 되는 것이다.

    교주의 권력욕은 이누쿠소를 이용해 적당히 컨트롤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교주는 진심으로 현성을 살아 있는 신이라고 생각하는 또라이였다.

    ‘이걸 어떻게 한다?’

    자신을 신으로 믿고 있는 광신도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그냥 말로는 약빨이 떨어지는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잊어버리거나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기억을 왜곡해 버린다.

    현존하는 수많은 성서들이 사랑과 자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광신도들에 의해 왜곡되고 변형된다.

    ‘이놈들을 버리거나 수중에 품고 가야 하는데.’

    버리기는 아깝다.

    수중에 품고 가기는 위험하다.

    ‘음, 혹시 이게 되려나?’

    잠시 고민하던 현성이 직업 스킬을 발동시켜 봤다.

    -비각성자 타카히시에게 등용을 제의하셨습니다.

    ‘어라? 이게 되네?’

    일반인에게는 안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먹혔다.

    “오오오! 카미사마시여! 미천한 종이 축복의 은총을 받아들이겠나이다.”

    -비각성자 타카히시가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통솔력 0이 소모됩니다.

    현성이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타카히시가 환호성과 함께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다.

    반면 현성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놀랐다.

    ‘통솔력 0이 소모되었다고?’

    좋기는 한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그럼 ‘통솔력이 소모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와야 하지 않나?’

    현성이 시스템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타카히시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오! 몸에서 힘이 넘쳐흐릅니다! 카미사마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힘이 넘쳐흘러?’

    광신도인 교주가 플라세보효과를 느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군주의 깃발. 이게 비각성자인 교주에게도 적용될 수도 있어.’

    현성이 비각성자인 교주의 상태창을 눌러 봤다.

    [이름 : 타카히시]

    비각성자 레벨 : 0

    스텟 : [힘 3] [민첩 2] [체력 5] [마력 0] [정신력 7]

    비각성자인 만큼 상태창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나왔다.

    ‘미친.’

    레벨도 0이고 스킬도 없다.

    하지만 스텟은 확실하게 표시가 되었다.

    현성이 구매창을 열었다.

    ‘찾았다.’

    목표로 했던 물품을 눌렀다.

    -최하급 마력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바로 구매했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최하급 마력 스텟 증가 비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먹어라.”

    현성이 타카히시에게 최하급 마력 스텟 증가 비약을 내밀었다.

    “오오오! 카미사마시여! 감사하옵니다!”

    타카히시가 비약을 받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입에 넣었다.

    “아아아!”

    타카히시의 눈이 반쯤 풀렸다.

    현성은 타카히시의 상태창을 주시했다.

    [이름 : 타카히시]

    비각성자 레벨 : 0

    스텟 : [힘 3] [민첩 2] [체력 5] [마력 1] [정신력 7]

    ‘마력이 올랐어.’

    비약을 먹은 만큼 마력이 올라갔다.

    ‘이, 이게 무슨…….’

    현성은 스스로가 가진 능력에 경악했다.

    비각성자인 일반인도 스킬북은 자유롭게 익힐 수 있다.

    단지 액티브 스킬북의 경우 익혀도 마력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기에 일반인들은 패시브 스킬북만 구입해 익힌다.

    하지만 현성이 마력을 늘려 준다면?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을 자유롭게 익힐 수 있다.

    ‘플레이어를 찍어 낼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비약으로 스텟을 올려 주고 스킬북을 줘서 스킬을 익히게 한다.

    그럼 일반인들도 플레이어와 다를 바가 없는 능력을 얻게 된다.

    레벨 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불가능하다고 해도 실로 엄청난 가치가 있다.

    ‘이건 너무 위험해.’

    플레이어는 한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런 플레이어와 동일한 힘을 가진 존재를 포인트의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괜찮지만 가족들이 위험해.’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다면?

    시날로 같은 범죄 조직이 아니라 각국의 비밀 부서가 현성의 가족을 노릴 것이다.

    ‘이놈들의 입을 막아야 해.’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등용밖에 없었다.

    현성이 머리를 조아린 일본 각료들에게 등용 스킬을 시전했다.

    “카미사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카미사마의 은총을 받게 되니!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광신도들이 미쳐 날뛰며 좋아했다.

    물론 이 중에서 광신도가 아닌 이들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현성의 휘하에 들어온 이상 배신은 꿈도 꿀 수 없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으니까 말이다.

    “최선을 다해 일본을 위해 일해라. 다른 이들에게 인류의 수호신교의 열성적인 신도임을 드러내지 마라. 마지막으로 오늘 일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

    현성의 말이 광신도들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군주의 명령이 강한 족쇄가 되어 광신도들의 심신을 사로잡았다.

    “명심하겠나이다! 카미사마시여!”

    광신도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일제히 대답했다.

    ‘통솔력 포인트가 1이 줄었다.’

    교주 타카히시를 등용할 때 분명 0이 소모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1이 줄었다.

    그 후 비각성자인 교도들에게 등용 스킬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그때는 통솔력이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소수점 단위로 소모가 된다는 건가?’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잠깐, 그런데 비각성자도 군주의 깃발 버프를 늘리는 카운트에 들어가나?’

    만약 포함이 된다면?

    사실상 정체 상태나 다름없는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빠르게 늘릴 수 있게 된다.

    거기다 앞으로 1차 전직을 하지 못한 플레이어들을 대거 휘하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진다.

    ‘되기만 하면 대박인데.’

    테스트를 하려면 수십 명 수준이 아니라 수천 명의 비각성자를 휘하에 등용해야 한다.

    ‘광신도들을 싹 다 모아야겠어.’

    현성이 머리를 조아린 광신도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혹,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열성 신도가 있는가?”

    “있사옵니다.”

    교주이자 일본의 총리인 타카히시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들을 비밀리에 나에게 데리고 오라. 단 한 사람도 빠져서는 안 된다.”

    “오오오! 카미사마시여! 미천한 종들에게 이리 큰 은총을 베풀어 주지니, 감사 또 감사드리옵나이다!

    ”감사드리옵나이다! 카미사마시여!”

    “오! 카미사마시여!”

    현성의 말 한마디에 교주 타카히시를 위시한 광신도들이 미친 듯이 환호했다.

    광신도 통제도 하고 테스트도 할 겸 한 말 한마디에 아주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미친놈들이 더 미친놈들이 됐네.’

    하지만 이편이 더 나았다.

    통제할 수 없는 미친 광신도보다는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광신도가 나으니까 말이다.

    * * *

    일본의 정권 교체.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이번 일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곧바로 회의가 소집되었고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이번 일은 최현성 플레이어가 사실상 일본을 점령한 것이나 마찬가지네. 너무 위험해.”

    윌슨 대통령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습니다.”

    CIA 국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막을 수 없는 흐름.

    그게 정답이었다.

    일본의 후지산에 등장한 차원 게이트.

    최현성 플레이어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

    시기적절하게 활동에 나선 인류의 수호신교까지.

    “동북아시아 CIA 지부 요원들이 보낸 보고서를 종합해 봤을 때, 일본 정부가 괜한 욕심만 부리지 않았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겠지.”

    사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규슈섬에서 일어난 조인족 몬스터 웨이브였다.

    그에 대한 여파가 계속 커져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 정부 입장도 이해가 갔다.

    현성의 요구대로 이끌려 갔더라면 자국 던전의 절반 가까운 수를 잃게 될 판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나라가 일본처럼 될 확률은 얼마나 되겠나?”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는 게 현재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CIA 국장이 확신 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장담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일본처럼 여러 번의 악재가 중첩되지 않는 한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악재가 계속해서 겹치면 또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거군?”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광신도들에게 점령당한 신정권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 같나?”

    “스스로 자멸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으흠.”

    윌슨 대통령의 이마에 골이 깊어졌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런 나라가 한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일단 이번 일에 대한 개입은 포기하도록 하지.”

    일본에서 벌어진 정권 교체는 꼬투리를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무너질 확률이 높다면 괜히 관여할 필요는 없다.

    최현성 플레이어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일본 국민들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였다.

    “현 일본 정권이 무너지는 걸 전제로 계획을 세우도록 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바로 우리 미국이 개입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미국은 결국 일본의 정권 교체를 묵인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강대국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처럼 일본의 신정권이 스스로 무너질지는 두고 봐야 하는 일이었다.

    * * *

    ‘음, 잘하네.’

    현성은 빠르게 수습되어 가는 일본 정국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대거 교체되었다.

    당연히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임 총리와 각료들은 일본 내에 산재한 문제들을 빠른 속도로 해결해 나갔다.

    스스로 야근을 자처했고 직접 발로 뛰며 업무를 처리했다.

    부서 간의 갈등도 없었고 파벌도 없었다.

    신임 총리와 각료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일본을 위해 일했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 전설 등급 직업 군주의 힘에 의해 현실이 되었다.

    타카히키 정부가 공무에 매진하는 동안 현성은 꾸준히 광신도들을 만나 등용 스킬을 시전했다.

    현성의 휘하에 들어온 비각성자의 숫자가 100명에 도달한 순간.

    ‘통솔력이 또 1이 줄었어.’

    처음 교주를 등용할 때 1이 줄었던 통솔력 포인트가 또 1 줄어들었다.

    ‘100명당 통솔력 1이 차감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나쁘지 않네.’

    아니,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효율이 엄청나게 좋았다.

    1차 각성도 하지 못한 플레이어 1명을 등용하는 데 드는 통솔력이 10이다.

    통솔력 10이면?

    비각성자 1,000명을 휘하에 둘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광신도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 왜 계속 몰려와?’

    광신도들의 숫자가 현성의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았다.

    ‘백이나 천 단위가 아니라 만 단위네.’

    아마 모르고 넘어갔거나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대형 사고가 터져도 수십 번은 터졌을 것이다.

    차라리 진작 알게 된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비각성자는 군주의 깃발 버프 증폭에 카운트가 안 되는 모양이네.’

    현성이 지금까지 등용 스킬을 시전한 사람의 숫자는 800명이 넘었다.

    정상적으로 카운트가 되었다면, 지금쯤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가 8%로 상향되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는 여전히 7%였다.

    등용은 가능하지만 플레이어랑 비각성자를 동급으로 취급해 주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아쉽네.’

    손쉽게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렸던 모양이다.

    ‘그냥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고뭉치들을 조기에 단속한 걸로 만족하자.’

    현성은 자신을 찾아오는 광신도들에게 부지런히 등용 스킬을 시전했다.

    현성의 휘하에 들어온 비각성자의 숫자가 계속 늘어났다.

    그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등용한 비각성자가 각성을 해서 플레이어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1차 전직을 한 플레이어가 2차 전직을 했다고 해서 추가로 통솔력이 소모되지는 않는다.

    그럼 아마 비각성자가 각성을 해서 플레이어가 된다고 해도 추가 통솔력 소모는 없을 것이다.

    ‘수천만이나 억 단위로 비각성자들을 휘하로 거두면 장난이 아니겠네.’

    현성의 입장에서는 통솔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고 플레이어를 휘하에 거둘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비각성자인 일반인들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일단 현성의 휘하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스텟이 7%나 상승한다.

    마력은 제로이니 증폭될 것도 없겠지만, 힘, 민첩, 체력, 정신력 모두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받는다.

    ‘뭐, 그래 봤자지.’

    현성의 입장에서는 그리 큰 이득은 아니었다.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최고 수준의 자질을 가진 저레벨 플레이어들을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

    굳이 비각성자들을 대거 거두는 것보다는 각성한 플레이어 중에 재능 있는 이들을 휘하에 거두는 게 통솔력을 더 아낄 수 있었다.

    일반인 대비 플레이어의 비중은 1 대 500이다.

    확률상으로 본다면 현성은 10의 통솔력으로 2명의 플레이어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나온 플레이어 2명의 재능이 평범하거나 별 볼 일 없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어쩌면 플레이어임에도 일반인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비각성자를 대량으로 휘하에 거두는 건 숫자로 보면 이득이지만 효율을 따지자면 오히려 손해였다.

    또 비각성자를 거두는 건 단순한 통솔력 낭비가 되지만 플레이어들을 거두면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괜히 구설수에 오르기도 싫고.’

    광신도들에게도 철저하게 당부했다.

    현성에게 등용되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말이다.

    인류의 수호신교에 너무 빠지지 말라는 말도 꼭 덧붙였다.

    그 후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광신도들이 엉뚱한 행동을 하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광신도들 단속만 마무리하자.’

    솔직히 광신도들에게 사용하는 통솔력이 상당히 아까웠다.

    광신도들 입장에서는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받아 몸이 건강해지니 나쁠 게 없다.

    하지만 현성의 입장에서는 그냥 통솔력을 내다 버리는 꼴이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현성이 부지런히 광신도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받아들인 광신도의 숫자가 5,000명을 넘어 6,000명에 도달했다.

    그때 변화가 일어났다.

    ‘늘어났어?’

    군주의 깃발이 주는 버프 효과는 7%였다.

    한데 갑자기 8%로 늘어났다.

    ‘비각성자 10명을 각성한 플레이어 1명으로 쳐주는 건가?’

    비각성자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면 절대 버프 효과가 늘어날 리 없었다.

    현성은 최근 플레이어를 휘하로 거둔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거 대박인데.’

    비각성자를 대거 휘하에 거두면?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증폭시키는 데 필요한 인원을 최소한의 통솔력으로 늘릴 수 있었다.

    ‘손해만 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광신도 단속 겸해서 손해를 감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고작 통솔력 60을 소모해서 버프 효과를 1%나 늘렸다.

    1차 각성자를 등용해서 1%를 올리려면 7천에 가까운 통솔력이 소모되었을 것이다.

    ‘이거 완전히 대박이네!’

    군주의 깃발이 가진 버프의 한계가 몇 퍼센트까지인지는 모른다.

    전에는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가 7% 이상 늘려면 현성의 스텟 총합이 1만 4천 정도는 되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현성도 내심 7%가 한계고 8%에 도달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풀로 찍을 수 있겠어.’

    10%가 한계치건 20%가 한계치건 상관없이 풀로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더 오려나? 9%로 늘리려면 1만 3천 명 정도는 더 와야 하는데.’

    광신도들이 제발 그만 와 줬으면 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오히려 전 세계의 광신도들을 다 모아서 등용하고 싶었다.

    군주의 깃발 효과를 한계치까지 올리려면 최하 수만, 최대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비각성자가 필요할지도 몰랐으니까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일본 정리되면 타국 광신도들도 확인해 보자.’

    인류의 수호신교의 뿌리는 일본이다.

    그렇지만 광신도가 일본에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특히 기독교나 이슬람권이 아닌 국가들의 경우 인류의 수호신교는 상당히 빠르게 교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일단 일본부터 끝내자.’

    기왕이면 일본에서 버프 효과를 1% 더 올렸으면 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현성도 알 수가 없었다.

    * * *

    ‘뭐지?’

    미국 랭킹 1위 죠셉은 갑자기 자신의 몸이 변화한 것을 느꼈다.

    ‘더 강해졌어.’

    레벨업을 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한 것도 아니다.

    한데 스텟이 늘어났다.

    ‘군주의 깃발.’

    자신이 갑자기 강해질 수 있는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추가로 1차 전직한 플레이어들을 모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는데?’

    현성이 대대적으로 1차 전직을 한 플레이어들을 모아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를 상승시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또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가 늘어났다.

    ‘백악관에 보고를 해야 하나?’

    최현성 플레이어에 관한 특이 사항은 무조건 백악관에 직통 보고를 해야 했다.

    ‘음.’

    죠셉은 고심에 빠져들었다.

    ‘어쩌면 그때 뽑은 인원 중 일부를 추가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지. 내가 보고하지 않아도 CIA에서 알아서 정보를 파악해 백악관에 보고할 거야.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어.’

    죠셉은 결국 백악관에 보고하는 것을 포기했다.

    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철저한 애국주의자인 죠셉은 모든 일에 있어 조국인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죠셉 본인은 자신의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일은 죠셉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랭킹 1위 푸티나 역시 군주의 깃발 버프 효과가 상향된 걸 인지했지만 크렘린궁에 보고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연합, 인도, 아랍 등등.

    현성의 휘하에 들어간 세계 각국의 랭커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이 알아낸 버프 효과의 변화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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