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권. 용암 거인 (99/225)

┃용암 거인

화르르륵!

용암이 분출되는 화산 분화구에 현성의 분신이 서서히 진입했다.

‘뜨겁지 않아.’

덕구가 열기를 잘 차단해 주고 있는지 전혀 뜨겁지 않았다.

‘일단 1차는 합격이다.’

덕구가 화산 분화구의 열기를 차단해 줄 수 있느냐?

그게 1차 과제였다.

-그오오오오!

현성의 눈에 용암으로 이루어진 골렘들의 모습이 보였다.

2차 과제는 바로 이놈들이었다.

덕구가 화산 분화구에 이어 용암 골렘들의 공격까지 막아 줄 수 있느냐는 점.

파지지직!

현성의 분신이 흑뢰신의 숨결로 전신을 감쌌다.

열기와 웬만한 공격은 덕구가 차단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현성의 분신이 최고의 공격기이자 방어기인 흑뢰신의 숨결을 두르고 용암 골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흑뢰신의 숨결로 뒤덮인, 분신 전용 전설 등급 아이템 뇌전검이 용암 골렘의 몸을 두 동강 냈다.

하지만 몸이 두 동강 나기 무섭게 용암 골렘의 몸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몸이 용암이라 그런가 뇌전 흡수를 잘하네.’

흑뢰신의 숨결은 영웅 등급 몬스터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한 줌의 재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용암이 흑뢰신의 숨결이 뿜어내는 뇌전을 분산시킨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몸이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재로 변하지도 않았다.

몸이 소실되어도 사방에 넘쳐 나는 게 용암이니 금방 복구해 버렸다.

핵만 무사하면 불사신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럼 핵만 파괴하면 되지.’

콰직!

뇌전검이 용암 골렘의 핵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그어어어어!

용암 골렘의 몸이 그대로 흩어져 바닥에 흩뿌려졌다.

‘꽤 쓸 만하네.’

야생의 본능 스킬에 한계를 느껴 추가로 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준신화 등급 스킬을 하나 구입했다.

전체적인 성능은 야생의 본능 스킬과 비슷했다.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는 패시브 스킬.

하지만 성능 자체는 영웅 등급인 야생의 본능과 천양지차였다.

마력으로 뒤덮여 있는 용암 골렘의 몸속에 있는 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아, 물론 그냥은 안 된다.

용암 골렘 역시 바보가 아니라 평상시에는 전신에 균일하게 마력을 배분해 자신의 핵을 숨긴다.

서걱!

하지만 육체에 손상을 입는다면?

좌르르르륵!

손상된 육체를 복원하기 위해 핵에서 마력을 뿜어낸다.

콰직!

현성의 분신은 그 틈을 노려 용암 골렘의 핵을 파괴했다.

‘생각보다 쉽게 마무리가 되겠어.’

현성의 분신이 거침없이 용암 골렘들을 쓸어버렸다.

영웅 등급 정도로 보이는 용암 골렘들이었지만, 아무리 환경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온갖 스킬로 무장한 현성의 분신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본신에 비해 약하다 할 뿐이지 현성의 분신 역시 엄청나게 강했다.

고작 본신 능력치의 30%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만 가지고도 능히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을 수준이니까 말이다.

용암 골렘 처리가 힘들면 고의적으로 분신의 체력을 떨어트려 광폭화 스킬과 천뢰신의 갑옷 스킬을 발동시키려고 했다.

한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영역 선포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네.’

본신의 30%의 능력을 가진 분신이 전설 등급 장비로 무장한 것만으로 충분히 진압이 가능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화산 분화구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덕구를 보냈었는데, 괜히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역시 직접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고 온갖 스킬 사용이 가능한 분신이 최고였다.

현성은 분신을 조종하며 거침없이 용암 골렘들을 처리했다.

전리품도 나름 짭짤했다.

마석도 잘 나왔고 아이템도 잘 나왔다.

화르르륵!

그때 거대한 용암 줄기가 현성의 분신을 향해 날아왔다.

휘익!

현성의 분신이 재빨리 용암 줄기를 피했다.

-크오오오오!

덩치가 5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용암 골렘이 현성의 분신을 향해 포효를 토해 냈다.

‘이놈이 최종 보스인가?’

덩치 자체가 영웅 등급 골렘들보다 월등히 컸다.

뿜어져 나오는 마력도 심상치가 않았다.

‘어쩐지 너무 쉽게 쉽게 풀린다 했더니만.’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이 확실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는다.’

타악!

현성의 분신이 용암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분신을 이용한 사냥이 실패하면, 그때는 현성이 직접 화산 분화구로 진입해야 했다.

현성으로서는 그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어어어!

화르르륵!

용암 골렘이 입을 벌려 열화를 뿜어냈다.

현성의 분신이 가까스로 용암 골렘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신이 뜨거운 용암으로 이루어진 용암 골렘이 현성의 분신이 피할 공간조차 주지 않고 뜨거운 열화를 뿜어냈다.

‘덕구야, 너만 믿는다.’

파지지직!

현성의 분신이 흑뢰신의 숨결을 전력으로 전개했다.

덕구 역시 현성의 마력을 최대치로 빨아들이며 현성의 분신을 보호했다.

꽈아아앙!

마력이 가득 담긴 열화가 현성의 분신을 강타했다.

흑뢰신의 숨결을 최대치로 사용하고 덕구가 최선을 다했지만…….

치이이익!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이 뿜어낸 열화를 막아 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분신 전용으로 장만한 전설 등급 방어구가 녹아내리며 빠른 속도로 분신의 체력을 깎아 먹었다.

‘망할, 한번 피해를 받으니까 정말 장난이 아니네.’

덕구의 보호를 받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데 덕구의 보호가 깨진 순간, 화산 분화구의 열기가 현성의 분신을 사방에서 공격했다.

전설 등급 갑옷이 녹아내렸고 뜨거운 열기가 현성의 분신을 불태웠다.

순식간에 분신의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까랑은 다를 거다.’

현성의 분신이 광폭화 스킬과 천뢰신의 갑옷 스킬을 제대로 발동시켰다.

그뿐 아니라 직업 전용 스킬인 영역 선포도 발동시켰다.

파지지직!

꽈아아앙!

칠흑빛 뇌전과 붉은빛 염화가 충돌하며 막대한 충격파를 토해 냈다.

꽈앙! 꽈앙! 꽈앙!

현성의 분신과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의 충돌에 화산 분화구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강해졌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

분신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

용암 골렘을 상대로는 적의 체력과 마력을 흡수하는 스킬 옵션들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

도시락도 없는 상황이니 분신의 체력과 마력은 더욱 빠르게 소모되었다.

현성이 분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재생하고 핵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의 방어를 뚫을 수가 없었다.

화르르륵!

현성의 분신이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 타들어 갔다.

‘망할.’

또 실패했다.

‘괜히 화산 분화구만 더 자극했네.’

일이 정말 제대로 꼬여 버렸다.

이제 남은 방법은 현성이 직접 화산 분화구로 들어가는 것밖에 없었다.

‘직접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일본을 버릴 게 아닌 이상에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직접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한번 해 보자. 위험해지면 바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면 되겠지.’

현성이 화산 분화구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덕구가 현성의 몸을 휘감아 열기를 차단시켜 줬다.

거기에 더해 마왕의 갑주 세트의 형태를 변환해 잠수복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까망이를 놓고 오기를 잘했네.’

루시아에게 맡겨 놨으니 알아서 잘 성장하고 있을 터였다.

현성이 용암이 들끓고 있는 화산 분화구로 진입했다.

‘떨거지들은 무시하자.’

전설 등급 용암 골렘.

그놈만 제거하면 이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된다.

-그오오오오!

현성은 얼마 가지 않아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을 발견했다.

파지지지직!

현성은 흑뢰신의 숨결을 전력으로 사용하며 전설 등급 용암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그오?

현성의 재등장에 놈은 약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화르르륵!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성을 향해 전처럼 열화를 뿜어냈다.

‘전이랑은 다르다.’

흑뢰신의 숨결이 뿜어내는 출력도 다르고 현성의 스킬 저항력도 달랐다.

거기다 잠수복 형태의 마왕의 갑주가 든든하게 현성의 몸을 지켜 주고 있었다.

열화는 흑뢰신의 숨결과 마왕의 갑주를 뚫지 못했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에 휩싸인 용혈검이 용암 골렘의 몸을 베었다.

그와 동시에 심안으로 핵의 위치가 감지되었다.

‘거기였냐?’

현성이 용암 골렘의 다리를 향해 용혈검을 휘둘렀다.

쑤욱!

하지만 그 순간 용암 골렘의 다리에 있던 핵이 화산 분화구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놈의 자식이 진짜!’

현성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놈을 쫓으려면 아예 용암 속으로 기어들어 가야 하게 생겼다.

‘오냐, 아주 끝을 보자.’

현성이 용암이 펄펄 끓는 화산 분화구 속으로 뛰어들었다.

덕구와 마왕의 갑주 세트를 믿지 못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시도였다.

덕구는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듯 작은 빈틈 하나 없이 꼼꼼하게 현성의 몸을 감쌌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용암들이 거칠게 움직이며 현성의 몸을 공격했다.

현성은 덕구의 힘을 이용해 이에 맞섰다.

덕구도 불의 정령인 만큼 화 속성인 용암의 제어권을 빼앗아 올 수 있었다.

현성은 용암 속을 헤치며 용암 골렘의 핵을 찾아 부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사방이 온통 용암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흑뢰신의 숨결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기도 힘들었다.

‘내가 질까 보냐.’

현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마력을 덕구에게 몰아줬다.

덕구를 온몸에 두른 현성이 빠르게 용암 골렘의 핵과의 거리를 좁혀 갔다.

그렇지만 용암 속에서 용암 골렘을 상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성의 체력과 마력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어 갔다.

체력과 마력이 거의 바닥을 드러낸 순간.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광폭화 - 전설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40% 증가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했습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신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3배 상승합니다.

광폭화와 천뢰신의 갑옷 옵션이 동시에 발동했다.

‘영역 선포.’

여기에 영역 선포를 더했다.

-군주의 영역을 선포합니다.

-선포된 영역 안에서 군주와 휘하 신하들의 스텟이 10% 상승합니다.

그 순간 현성의 모든 능력치가 급증했다.

그와 동시에 증가한 능력치를 고스란히 전달받은 덕구가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며 화산 분화구 속의 용암을 컨트롤 했다.

꽈아아앙!

현성의 손짓 한 번에 용암이 갈라지며 단번에 핵 근처까지 도달했다.

꽈아아아앙!

용암 골렘이 거칠게 저항했다.

하지만 점점 용암 골렘이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었다.

반대로 현성이 컨트롤할 수 있는 용암의 영역은 빠르게 늘어났다.

용암의 지배권 행사력 싸움에서 현성의 버프를 받은 덕구가 승리한 것이다.

‘진작 직접 올걸.’

덕구만 보냈다가 손해를 보고 분신을 보냈다가 또 손해만 봤다.

하지만 현성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또 동일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몬스터를 레이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현성의 안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어어어어!

용암 골렘이 다시금 위로 올라갔다.

용암이 가득 찬 환경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넌 끝났어.’

용암 속에서 벗어나면 현성의 전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결코 용암 골렘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걱정이 되는 건 후지산의 화산 폭발이었다.

분화구 내부에서 전투를 벌여 화산을 너무 많이 자극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좌아아악!

현성이 용암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오오오오!

용암 골렘이 포효를 터트렸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 흩어져 있던 용암 골렘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뭉쳐 주면 나야 좋지.’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

좌르르륵!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우두머리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이 수하들인 영웅 등급 용암 골렘들을 흡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 *

‘이런 미친.’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이 뿜어내는 마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오오오오!

용암 골렘들이 하나로 뭉쳐 순식간에 신장이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용암 거인이 만들어졌다.

꽈아아아앙!

현성이 전력을 다해 용암 거인을 후려쳤다.

용암 거인이 뒷걸음질 치며 분화구에서 밀려 났다.

‘망할.’

용암 골렘들이 하나로 뭉쳐 용암 거인이 되면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영웅 등급 용암 골렘의 핵과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의 핵이 뒤섞여 심안 스킬로도 구분이 가지 않게 된 것이다.

동일한 속성의 마력을 뿜어내는 핵 수십, 수백 개가 모였다.

그중에서 전설 등급 골렘의 핵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현성은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지. 하나하나 다 부숴 주마.’

핵을 모조리 부숴 버리면?

결국 전설 등급 골렘의 핵도 부서질 것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콰콰콰콰콰콰!

입에서 용암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강력한 마력과 화기를 뿜어 대는 용암 거인의 핵을 부수기가 절대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 *

“시청자 여러분 보이십니까? 후지산의 화산을 폭발시킨 범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인류의 수호신께서 놈에게 천벌을 내리려고 하십니다!”

“형님들, 저 모습이 보이십니까? 저놈이 바로 일본 후지산의 화산을 폭발시킨 놈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 최현성 플레이어가 단독으로 놈을 레이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용암 거인 때문이었다.

용암 거인은 산 아래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고성능을 자랑하는 카메라 렌즈에는 당연히 그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화산재를 뚫고 위용을 드러낸 용암 거인과 그에 맞서는 현성의 모습이 수많은 스트리머들의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다양한 국적의 스트리머들이 있었기에 한국인은 한국어로 일본인은 일본어로 현 상황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었다.

그 시각 일본 정부는 난리가 났다.

“승부가 어떻게 날 것 같나?”

아쿠나베 총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정확한 판단이 힘듭니다. 하지만 최현성 플레이어가 승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좋겠는데.”

최현성 플레이어가 패배하면 난리가 난다.

책임을 회피할 준비는 해 놨지만, 기왕이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최상이었다.

일본이 멸망하는 것보다는 일본에서 현성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는 게 나았다.

물론 그 이후의 일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었다.

공용 방송들이 지금까지 벌어진 피해를 바탕으로 이 모두가 현성이 뭉그적거려서 생긴 일이라는 식의 보도를 계속 내보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의 영향력을 더 이상 키워 주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 최후의 발악이었다.

물론 현성이 화산 폭발을 막지 못하면 모든 책임을 떠넘길 준비 역시 되어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현성 플레이어의 일본 내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해.’

이건 아쿠나베 총리의 신념이었다.

이번 일이 별다른 피해 없이 마무리되든 큰 피해를 입고 마무리되든 일본에서 현성이 가지는 영향력 축소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혼슈섬의 던전까지 빼앗길 수는 없다.’

현성은 아직 일본 정부와 이번 일에 대한 출동 보수를 협의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현성이 보수로 원하는 물건은 던전이나 스킬북일 게 뻔했다.

‘최대한 줄여야 해.’

규슈섬과 시코쿠섬에 이어 혼슈섬의 던전까지 넘길 수는 없었다.

아니, 그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 * *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전투 상황을 지켜보고 아쿠나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한참 잔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현성은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화르르르륵!

꽈아아아앙!

‘이 자식은 왜 이렇게 강해?’

전설 등급 몬스터 하나와 다수로 이루어진 영웅 등급 몬스터들의 융합.

현성에게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 하나로 뭉치니 상대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전투를 벌이는 장소가 후지산 분화구라는 점도 문제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화산이 2차 폭발한다.

현성은 용암 거인을 화산 분화구에서 밀어 내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전신이 화염과 뇌전에 휩싸인 현성이 용혈검을 휘둘렀다.

서걱!

용암 거인의 몸을 이루고 있던 핵 중에 하나가 파괴되었다.

하지만 용암 거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강력한 염화를 연달아 뿜어냈다.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로 강력한 뇌전 공격을 날렸다.

-그오오오오!

하지만 용암 거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산 분화구와 연결된 몸체 덕분에 뇌전 공격의 피해가 분산된 것이다.

‘뇌전 계열은 이게 안 좋아.’

파괴력도 좋고 전도율도 좋다.

문제는 그 전도율 때문에 이렇게 동체가 거대하고 공격을 분산시킬 수 있는 몬스터에게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현성은 화염의 서와 함께 덕구를 최대한 활용해 접전을 이어 나갔다.

‘흑뢰신의 숨결에 있는 옵션이 화염의 서에서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몬스터가 쏘아 낸 뇌전을 조종하는 능력.

화염의 서에 동일한 옵션이 있었다면, 아마 용암 거인을 순식간에 때려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염의 서에는 그런 옵션이 없었다.

현성의 버프를 받고 강화된 덕구 역시 수백 개의 핵이 모여 강력해진 용암 거인의 용암 지배력을 빼앗아 오지 못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서걱!

용헐검이 용암 거인의 핵 중 하나를 파괴했다.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다 보면 잡을 수 있겠지.’

수백 개가 넘는 핵이 있다면?

수백 개를 다 부숴 버리면 된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체력과 마력을 수급할 몬스터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체력의 경우 정말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었다.

‘뚱아.’

현성이 뚱이를 소환했다.

화르르륵!

화염의 서를 뚱이에게 발랐다.

‘산 아래에 있는 던전으로 가.’

그 후 지시를 내렸다.

슈욱!

뚱이가 뚱뚱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번개 같은 속도로 후지산 아래쪽으로 향했다.

후지산 아래쪽에 영웅 등급 던전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뚱이를 던전을 보냈다.

당연히 던전과 후지산 분화구까지의 거리는 1킬로미터가 넘었다.

최소로 잡아도 3킬로미터는 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성은 마력 손실을 감수하더라고 당장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뚱이가 몬스터 사냥에 필요한 마력을 현성에게서 빼앗아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여유가 있을 때 미리미리 뚱이와 덕구의 마력을 축적해 놓은 보람이 있었다.

꽈앙!

현성이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소모하는 흑뢰신의 숨결을 거둬들이고 덕구의 힘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전투를 치렀다.

‘그나마 느려서 다행이네.’

안 그래도 높던 현성의 스텟이 광폭화를 통해 더 높아진 상태다.

수십 미터의 덩치를 자랑하는 용암 거인은 현성의 힘과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서걱! 서걱!

현성이 연신 공격을 퍼부으며 골렘의 핵을 하나하나 처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리품은 단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인가? 이제 한계인데?’

용암 거인의 공격에 직격당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체력이 더욱 빨리 고갈되었다.

사아아아악!

그때 현성에게 대량의 체력과 마력이 흘러들어 왔다.

뚱이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낙 거리가 멀어 뚱이의 소환을 유지하는 데 소모되는 마력이 만만치 않았다.

회복되는 마력보다 소모도는 마력이 더 많았다.

하지만 체력은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있었다.

‘속도로 승부를 본다.’

마력은 뚱이와 덕구의 소환을 유지하는 데만 사용했다.

그 후부터는 검술에 모든 걸 걸었다.

덕구가 뿜어내는 불길로 전신을 휘감은 현성이 용암 거인을 맹렬히 공격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작은 불길과 큰 불길의 대결처럼 보일 정도였다.

“헉! 헉! 헉!”

거친 숨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수중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산소를 공급하는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데도 숨이 찼다.

‘거의 다 줄였는데.’

수백 개에 달하던 핵들이 20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문제가 있다면 용암 거인의 전투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체력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력이 간당간당했다.

마력이 고갈되면 퇴각하는 수밖에 없다.

덕구가 소환 해제되면 현성은 화산 분화구의 열기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끝까지 가 보자.’

핵들이 모두 용암 거인의 몸 깊숙한 곳으로 숨어 버렸다.

그 말인즉.

좌아아악!

현성이 직접 용암 거인의 몸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용암 거인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마력이 가득 실린 용암이 덕구가 지배하는 용암의 지배력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놈도 많이 약해졌어.’

용암의 지배력이 많이 떨어졌다.

휘익!

현성이 용암 속에서 화염에 휩싸인 용혈검을 휘둘렀다.

서걱!

화염 골렘의 핵 하나가 부서졌다.

-그오오오!

용암 거인이 현성이 포함된 자신의 몸 일부분을 포기하며 뒤로 물러났다.

휘익!

현성이 다시금 용암 거인의 몸속으로 뛰어들었다.

용암 거인은 다시금 자신의 몸 일부분을 포기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용암 거인의 몸이 점점 작아졌다.

용암 거인은 용암을 통해 몸을 복구하기도 힘들었다.

현성이 전투를 벌이며 조금씩 용암 거인을 분화구에서 밀어 냈기 때문이다.

서걱! 서걱!

현성이 용헐검을 휘두를 때마다 용암 거인의 사지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그 결과 용암 거인의 크기는 더 이상 거인이라고 칭하기 힘들 정도까지 작아졌다.

‘화산 분화구만 아니었으면 진작 끝났을 놈이.’

용암 거인의 등급은 고작해야 전설 등급 최상급 정도다.

준신화 등급에는 절대 미치지 못했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진작 사냥을 끝마쳐야 하는 놈인 것이다.

그런데 화산 분화구라는 특수한 지형과 수백에 달하는 영웅 등급 화염 골렘과의 융합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몸체가 작아졌다는 건 현성이 핵을 공격하기 편해졌다는 말이기도 했다.

서걱! 서걱!

현성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용암 골렘의 핵이 하나씩 줄어들었다.

파삭!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현성이 전설 등급 용암 골렘의 핵을 파괴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전설 등급 네임드 몬스터 용암 골렘 융합체 이그니스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용암 골렘 융합체 이그니스를 쓰러트린 자 - 전설 등급]

‘뭐야? 꼴랑 이게 끝이야?’

고작 해야 업적을 하나밖에 주지 않았다.

‘잔뜩 합체해서 기대했는데.’

혹시 융합으로 인해 등급이 올라가 준신화 등급 업적을 주지 않을까 했는데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

사아아악!

산산이 부서진 용암 골렘의 핵에서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하나로 뭉친 잔존 마력들이 아이템으로 화했다.

그런데…….

‘어째 좀 많네.’

보통 3~4개 정도 떨어져야 하는데 엄청 많이 쏟아졌다.

대충 봐도 100개는 넘는 것 같았다.

‘영웅 등급 용암 골렘의 핵을 깨도 보상을 안 주더니, 한 번에 몰아서 주는구나.’

현성이 전리품을 살펴봤다.

‘이게 뭐야?’

[화염의 정수 – 영웅 등급]

-화염의 정수입니다.

‘뭐, 이따위야?’

대부분이 화염의 정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아이템들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매창을 열어 화염의 정수를 검색했다.

다행히 매물이 존재하기는 했다.

문제는 이 화염의 정수라는 아이템이 완제품이 아니라 재료 아이템이라는 점이었다.

‘화염 저항력을 높여 주는 아이템을 만들 때 쓴다고?’

구매평을 읽던 현성은 기가 막혔다.

온갖 고생을 다해서 잡았는데 보상이 형편없었다.

-헥헥헥!

전투가 끝나고 다시 개의 형상으로 돌아온 덕구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용암으로 이루어진 침을 질질 흘렸다.

“이거 먹고 싶냐?”

현성의 덕구에게 물었다.

-멍!

덕구가 힘차게 대답했다.

‘정령이 뭘 먹는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는데?’

하지만 못 줄 것도 없었다.

화염의 정수는 어디에 팔아먹기도 애매했고 그 수량이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까 말이다.

“먹어.”

-멍!

현성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힘차게 짖은 덕구가 화염의 정수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흡입했다.

그 순간.

-화염의 정령 덕구가 성장했습니다.

-화염의 정령 덕구가 성장했습니다.

-화염의 정령 덕구가 성장했습니다.

……후략……

강아지 덕구에게 성장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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