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흑뢰신의 숨결 (94/225)

┃흑뢰신의 숨결

결승전 경기가 해설가와 캐스터의 손을 통해 방송되었다.

결승전은 엄청나게 많은 광고가 붙었다.

판매도 엄청나게 많이 되었다.

그 결과 현성은 엄청나게 많은 욕을 먹었다.

-양심도 없지 4연벙이 뭐냐?

-그나마 공진호가 네 번째는 막아서 다행임.

-4연벙으로 우승자 결정 났으면 엄청 허무했을 듯.

-아무리 봐도 실력으로는 공진호가 한 수 위인 것 같다.

-벙X 너프해야 한다.

-역시 테사기.

-이건 누가 봐도 종족빨로 이긴 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현성의 팬덤도 꽤 많이 늘어났다는 거다.

-종족빨은 무슨? 그게 다 실력이다!

-맞다. 이건 실력으로 승부하는 게임이다.

-결국 실력 차이임.

-저징징들은 정말 답이 없음.

게시판이 정말 개판으로 변했다.

‘뭐, 이슈 생기면 좋지.’

현성의 입장에서는 딱히 손해 볼 게 없는 일이었다.

욕은 많이 먹었지만 결국 우승했으니까 말이다.

‘제2차 스X 크XX트 대회에서는 공진호가 우승하겠네.’

실력이 정말 뛰어났다.

거기다 준우승도 결코 나쁜 게 아니었다.

준우승 상금이 무려 1500조 포인트나 됐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가장 불쌍한 건 게스피트였다.

4등을 해서 상금을 한 푼도 못 받았으니까 말이다.

‘뭐, 게스피트 님은 상금보다 진 거에 더 열 받으신 것 같지만.’

결승전에서 현성의 콧대를 꺾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런데 결승전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그것도 모자라 3~4위 결정전에서 패배했다.

게스피트 게이머 인생 최대의 굴욕이었다.

대회를 개최하며 투자한 5,000조 포인트는 결승전 영상의 판매가 시작되면서 모두 회수된 상태였다.

‘스X 크XX트 대회는 아예 시즌제로 가야겠어.’

열기가 뜨거운 만큼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개최하면 좋을 것 같았다.

현성이 스X 크XX트 대회를 개최해 제대로 이득을 보고 있을 무렵…….

‘다음에는 꼭 우승한다.’

공진호가 이를 빠득빠득 갈며 스X 크XX트 연습에 매진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종족빨이니 벙X를 너프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결국 자신이 패배한 것을.

‘두 번 다시 벙X링에 당하지 않겠다. 테X이란 종족 자체를 철저하게 분석해 주마.’

최초로 등장한 벙X링 플레이에 3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랐다.

이미 한번 사용한 전략은 두 번 써먹기 힘든 법.

당황해서 세 번이나 당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공진호는 제2차 스X 크XX트 대회 우승을 노리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 바람이 정말 이루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었다.

* * *

UN 긴급 특별 총회가 끝난 후.

세계 각국은 최현성의 스킬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아직도 허순자와 허명자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나?”

윌슨 대통령이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CIA 국장이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미치겠군.”

랭커급 실력자가 갑자기 뚝 하고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건 절대 말이 되지 않는다.

랭커급 실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

이 두 가지가 합쳐져야만 탄생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랭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두 사람이 서류상 생활했던 장소를 답사했다.

고향을 수소문하고 다녔다는 학교의 졸업생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허순자와 허명자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는 단 1명도 없었다.

그건 그 두 사람의 과거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조작된 서류였다.

“그 두 사람은 여전히 가사 도우미와 비서로 지내고 있나?”

“예, 그날 이후 허순자는 평범한 가사 도우미로, 허명자는 비서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정말 플레이어가 맞을까?”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CIA 국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현성의 곁에 고양이의 외형을 가진 괴생명체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순자와 허명자가 블랙캣과 같은 존재일 거라는 가정을 하고 있으신 겁니까?”

블랙캣은 뚱이를 지칭하는 코드명이었다.

“완전히 같은 존재는 아니겠지만 비슷한 존재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랭커가 가사 도우미와 비서의 삶에 만족한다?

이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와 명예를 둘 다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인간이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최현성 플레이어가 허순자와 허명자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급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허순자와 허명자는 가사 도우미와 비서의 평균 월급을 받았다.

“전설 등급 아이템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야.”

위장이라면 모를까 허순자와 허명자는 정말 가사 도우미와 비서로서의 임무를 소화했고 지금도 소화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UN 긴급 특별 총회와 시날로 길드의 멸망도 미심쩍었다.

“시날로 길드를 무너트린 범인이 최현성 플레이어가 아닐 확률이 얼마나 되나?”

“제로에 가깝습니다.”

미국은 멕시코와 한국에 자국 최고 실력의 플레이어 추적 전문가를 파견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멕시코의 시날로 길드를 무너트린 뇌전 계열 스킬과 화염 계열 스킬이 남긴 흔적과 한국에서 현성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뇌전 계열 스킬과 화염 계열 스킬이 남긴 흔적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건 멕시코의 시날로 길드를 무너트린 장본인이 현성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 시간 현성이 UN 긴급 특별 총회에 참석해 있었다는 점이다.

“정말 미치겠군.”

머리가 지끈거렸다.

최현성 플레이어.

그 이름이 이렇게 자신을 괴롭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거지?’

20레벨의 법칙 파괴.

빠른 성장.

그게 다가 아니었다.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우시아, 최형규, 백우신의 급격한 성장.

여기에 허순자와 허명자의 등장까지.

‘허순자와 허명자 같은 존재들을 계속 찍어 낼 수 있다면…….’

자신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랭커 군단을 만드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거기다 최현성 플레이어 본인이 두 군데에서 동시에 활약하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세 군데 네 군데서 활동할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하나만 존재해도 감당하기 힘든 괴물이었으니까 말이다.

“근심을 거두시지요. 미합중국은 최현성 플레이어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아닙니까?”

CIA 국장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쓴웃음을 지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라…….”

러시아 그리고 중국.

러시아는 알아서 꼬리를 흔드는 거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눈치를 보는 것치고는 너무 설설 기는 것 같았는데.’

허순자와 허명자의 과거를 조작해 준 당사자가 중국 정부라는 것도 살짝 마음에 걸렸다.

‘그날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웠어.’

중국의 국가 부주석 마분석이 공식 석상에서 마력을 사용해 최현성 플레이어를 압박했다.

그동안 중국은 최현성 플레이어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최대한 삼가 왔다.

사이비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인류의 수호신 광신도들의 집회를 눈감아 주기까지 했으니 말 다 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중국의 국가 부주석이 공식 석상에서 마력을 뿜어내며 최현성 플레이어를 압박했다.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상했다.

그럴 거라면 국가 부주석인 마분석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지 않은가?

경호원으로 대동한 랭커를 통해 시험해도 충분했다.

나중에 뒷수습을 하기도 편했고 말이다.

‘최현성 플레이어도 별달리 불편해하지 않았어.’

중국은 과거 최현성 플레이어의 가족 납치를 시도했던 전적이 있다.

중국에 안 좋은 감정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례를 저지른 중국 국가 부주석 마분석을 압박하지 않았단 말이지.’

마치 마분석이 현성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나선 것 같았다.

‘분명히 뭔가 있어.’

중국과 최현성.

둘 사이에 분명 무슨 밀약이 있었다.

“중국과 최현성 플레이어 사이를 조사해 보게.”

“예?”

윌슨 대통령의 지시에 CIA 국장이 당황했는지 반문을 했다.

“둘 사이가 심상치 않아.”

“알겠습니다.”

‘분명히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윌슨 대통령은 UN 긴급 특별 총회에서 보여 준 마분석 부주석의 돌발 행동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 * *

‘인식 방해 스킬이 효과가 좋네.’

UN 긴급 특별 총회에 참석하며 현성은 전 세계에 신상을 오픈했다.

하지만 현성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인식 방해 스킬 덕분이었다.

UN 긴급 특별 총회 방송을 통해 현성의 얼굴을 봤던 사람이 실제로 현성을 만난다면?

아마 그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현성과 방송에서 봤던 현성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스킬의 힘이었다.

‘랭커들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같지만.’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에게는 제대로 먹히는 것 같은데 랭커급의 실력자들에게는 안 통하는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니 현성으로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써 볼까?’

현성이 1경을 가볍게 넘겨 버린 포인트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준신화 등급에 머무르고 있던 불사의 서, 화염의 서, 흑뢰룡의 숨결을 업그레이드시킬 시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3개는 간당간당할 것 같은데.’

2개는 확실히 업그레이드가 될 것 같은데 1개가 좀 애매하다는 점이었다.

‘불사의 서랑 흑뢰룡의 숨결로 가자.’

불사의 서는 현성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

흑뢰룡의 숨결은 현성의 주력 스킬이다.

반면 화염의 서는 저레벨 몬스터 학살용인데 당분간은 지금 정도의 위력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어디 보자.’

판매 창을 열고 쇼핑을 시작했다.

뇌신 – 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뇌신의 힘을 일부 빌려 올 수 있습니다.

-판매자 : 뇌신

-판매가 : 9,999,999,999,999,999포인트

-액티브 스킬북 뇌신 – 신화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전부터 궁금했어.’

뇌신의 힘 일부 빌려 올 수 있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현성이 망설이지 않고 예를 눌렀다.

밝은 빛무리와 함께 신화 등급 스킬북 뇌신이 현성의 손에 떨어졌다.

-액티브 스킬북 뇌신 - 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당연하지.’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액티브 스킬 뇌신 - 신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 뇌신 - 신화 등급과 액티브 스킬북 흑뢰룡의 숨결 – 유일 준신화 등급이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뇌신 - 신화 등급과 액티브 스킬북 흑뢰룡의 숨결 – 유일 준신화 등급이 융합 중입니다.

……후략……

‘어라?’

천뢰신의 갑옷 스킬을 얻었을 때처럼 버퍼링이 걸렸다.

‘기다리면 되겠지.’

한번 경험이 있다 보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잠시 후.

-액티브 스킬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신화 등급이 생성되었습니다.

현성의 예상대로 유일 신화 등급 스킬이 생성되었다.

‘어떻게 변했을까?’

현성이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흑뢰신의 숨결을 눌렀다.

흑뢰신의 숨결 - 유일 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흑뢰신의 힘을 일부 빌려 올 수 있습니다.

-마력의 성질을 암흑 속성으로 변화시킵니다.

-공격 계열 스킬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치유 계열 스킬의 위력이 소폭 떨어집니다.

-시전자의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소모해 발동합니다.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흑뢰를 부립니다.

-모든 스킬과 행동이 뇌전의 힘을 부여받습니다.

-흑뢰신의 숨결에 적중당한 적들의 신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킵니다.

-몬스터나 타 플레이어가 사용한 뇌전 계열 스킬의 지배권을 빼앗아 올 수 있습니다.

-쿨타임이 존재하지 않는 스킬입니다.

-뇌전 계열 스킬과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옵션이 바뀌어 버렸네?’

원래대로라면 ‘뇌신의 힘을 빌려 올 수 있습니다.’가 추가되어야 했다.

한데 ‘흑뢰신의 힘을 빌려 올 수 있습니다.’로 옵션이 바뀌어 버렸다.

스킬 이름도 뇌신의 숨결이 아니라 흑뢰신의 숨결로 바뀌었다.

‘한번 테스트해 보자.’

몸이 근질거렸다.

* * *

현성은 불사의 서 업그레이드도 뒤로 미루고 서둘러 던전을 찾았다.

‘흑뢰신의 힘을 빌려 올 수 있습니다.’라는 두루뭉술한 옵션의 위력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찾은 던전은 블루 드레이크 던전이었다.

“어쩐 일이냐?”

현성의 아버지 최형규가 물었다.

“형, 왔어?”

백우신은 반갑게 현성을 반겼다.

“하나 테스트할 게 있어서요.”

현성이 블루 드레이크 던전을 둘러봤다.

이 블루 드레이크 던전은 현성에게 소유권이 있다.

다른 던전은 입장료를 받고 개방했다.

하지만 블루 드레이크 던전은 최형규와 백우신의 사냥터로 제공한 상태였다.

두 사람이 2인 사냥을 하기에 딱 알맞은 던전이기도 했고 지금처럼 현성이 스킬 테스트를 하기에도 적합했다.

“그럼 우리는 잠시 쉬마.”

최형규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백우신 역시 쪼르르 그 옆에 달라붙었다.

‘사이가 정말 좋단 말이지.’

아버지는 백우신을 거의 막내아들처럼 여기고 있었다.

‘테스트나 해 보자.’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을 사용했다.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현성이 느끼기에는 흑뢰신의 힘 같은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크르르릉.

그때 블루 드레이크 1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모습을 드러냈다.

현성이 가볍게 흑뢰신의 숨결을 날렸다.

정말 가볍게 날렸다.

일격에 블루 드레이크가 죽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캬아아악!

블루 드레이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음.”

현성이 블루 드레이크를 관찰하며 다시금 흑뢰신의 숨결을 날렸다.

파지지직!

-캬아아악!

블루 드레이크가 괴로움이 비명을 질렀고, 현성은 그걸 관찰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최형규와 백우신은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은데?’

스킬 위력이 엄청나게 강해지긴 했지만 그건 그럴 만했다.

어찌 되었든 스킬 자체도 준신화 등급에서 신화 등급으로 성장했고 3개의 업적 덕분에 현성의 스텟도 엄청나게 늘어났으니까 말이다.

‘뭔가 특별한 걸 찾아야 하는데?’

보통 스킬을 익히면 바로 사용법이 각인된다.

그런데 이건 좀 달랐다.

‘감이 안 잡힌단 말이야.’

흑뢰신의 힘이라는 게 뭔지 한 방에 딱 각인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패턴과는 상당히 다른 경우였다.

천뢰신의 갑옷이야 패시브 스킬이니 굳이 현성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액티브 스킬인 흑뢰신의 숨결은 현성이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

‘신의 힘을 얻는 거라고 했단 말이지.’

게스피트는 분명히 현성에게 그렇게 말했다, 신화 등급 스킬은 신의 힘의 일부를 얻는 것이라고.

게스피트가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아래 등급 스킬보다 숙련도 올리기가 까다롭다는 말인데. 어디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오랜 수련을 통해 패시브 스킬조차도 인위적으로 발동시키는 게 가능하게 만든 현성이다.

그런 현성이 액티브 스킬을 자유자재로 발동시키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한번 해 보자.’

현성은 던전에 있는 블루 드레이크의 씨를 말리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흑뢰신의 힘이라는 걸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캬아아앙!

-끼이이잉!

그날 블루 드레이크 던전에서는 도마뱀 족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하지만…….

‘모르겠네.’

현성은 흑뢰신의 숨결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와야겠다.’

현성은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불사의 서 업그레이드부터 하자.’

집에 도착한 현성이 판매창을 살폈다.

‘불사의 서는 패시브 스킬이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적당한 신화 등급 스킬을 하나 구입해 합쳐 주기만 하면 끝난다.

‘이걸로 하자.’

현성이 구입할 신화 등급 스킬을 선택했다.

피닉스의 가호 – 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

-부활의 권능을 가진다.

-판매자 : 남방신

-판매가 : 9,999,999,999,999,999포인트

-패시브 스킬북 피닉스의 가호 – 신화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신화 등급 스킬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옵션 설명은 부활의 권능을 가진다가 끝이었다.

‘무조건 구입해야지.’

피닉스의 가호는 불사의 서가 가진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줄 수 있는 스킬북이다.

아니, 그걸 제외한다고 해도 부활의 권능을 가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었다.

현성이 예를 눌렀다.

밝은 빛무리와 함께 신화 등급 스킬북 피닉스의 가호가 현성의 손에 떨어졌다.

-패시브 스킬북 피닉스의 가호 - 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눌렀다.

-패시브 스킬 피닉스의 가호 - 신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피닉스의 가호 - 신화 등급과 패시브 스킬북 불사의 서 – 유일 준신화 등급이 융합됩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이 생성되었습니다.

‘어라?’

이번 건 버퍼링이 없었다.

‘신화 등급 스킬은 다 있을 줄 알았는데.’

불사의 서는 없었다.

거기다 스킬 이름도 바뀌지 않았다.

현성이 신화 등급으로 다시 태어난 불사의 서를 눌렀다.

불사의 서 - 유일 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북

-신체가 완벽하게 소멸되지 않는 한 죽지 않습니다.

-모든 상처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신체가 완벽하게 소멸하면 부활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성장형 스킬입니다.

‘이건 감이 바로 오네.’

불사의 서가 가진 부활의 권능.

이건 신의 권능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성이 완벽하게 소멸하더라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불사의 서가 가진 힘을 소모하네.’

스킬을 익힌 순간 알 수 있었다.

부활의 권능이 발휘되면 불사의 서는 그 격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그리고 그 손상이 누적되면 아예 부활의 권능을 잃어버린다.

‘어차피 죽을 일이 없긴 하겠지만 보험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불사의 서를 미리미리 성장시키면 격이 떨어져 부활의 권능을 잃어버릴 일도 없었다.

‘이제 흑뢰신의 숨결만 해결하면 되겠다.’

현성은 다음 날부터 던전에서 살다시피 하며 흑뢰신의 숨결 연구에 매달렸다.

* * *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오네.’

현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봤는데도 흑뢰신의 힘이라는 게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분명히 1경 포인트를 써서 흑뢰룡의 숨결을 흑뢰신의 숨결로 만들었는데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다.

-고용주 파르티샤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그때 파르티샤에게서 호출이 왔다.

현성이 곧바로 예를 눌렀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또 난리가 났구나.’

역시나 몬스터들이 쳐들어왔다.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을 뿜어냈다.

‘뚱아.’

그리고 뚱이를 소환해 몬스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데 몬스터들의 질이 꽤 높았다.

‘전설 등급 몬스터가 2마리나 되네.’

전이었다면 현성도 꽤 골치를 썩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슈욱!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전설 등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의 코앞까지 이동했다.

파지지직!

현성의 전신이 칠흑빛 뇌전에 휩싸였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전설 등급 몬스터의 몸이 힘없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크아아아앙!

하지만 전설 등급 몬스터답게 곧바로 튀어나와 현성에게 달려들었다.

‘맷집이 좋네.’

현성의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밖에 없었다.

꽈아아아앙!

현성이 용혈검을 사용하지 않고 원거리에서 흑뢰신의 숨결만 연달아 사용해 전설 등급 몬스터를 몰아붙였다.

슈욱! 슈육!

그런데 놈이 연속적으로 순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더니 순식간에 현성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어라?’

현성이 재빨리 용혈검을 휘둘렀다.

좌악!

-캬아아앙!

현성에게 기습을 시도했지만 당한 것은 오히려 놈이었다.

‘내 민첩 스텟이 얼만데.’

현성이 그대로 놈의 숨통을 끊으려고 했다.

슈욱!

그때 다시금 놈이 사라져 버렸다.

-크르르릉!

그때 다른 곳에 있던 전설 등급 몬스터 1마리가 현성에게 달려들었다.

‘지능이 꽤 높네.’

무리 생활을 하는 놈들 같은데 한 놈이 공격을 당했다고 바로 도와주러 온다.

‘동료애가 끈끈하네.’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전설 등급 몬스터 2마리의 사이가 상당히 좋은 것 같았다.

‘생긴 것도 늑대랑 비슷하네.’

이마의 뿔과 고양잇과 동물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빼면 영락없는 늑대의 외형이었다.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신의 숨결을 날렸다.

파지지직!

그때 늑대를 닮은 몬스터의 뿔에서도 푸른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너 실수하는 거다.’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나갔다.

칠흑빛 뇌전이 마주 달려오던 푸른 뇌전과 하나로 뒤엉켰다.

그 후 곧바로 늑대를 닮은 몬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꽈아아아아앙!

-깨애애앵!

현성이 날린 흑뢰신의 숨결과 자신이 날린 푸른 뇌전에 연타로 적중당한 늑대를 닮은 몬스터가 처절한 비명을 터트렸다.

슈욱!

그때 순간 이동 스킬을 사용한 다른 전설 등급 몬스터 1마리가 현성을 공격했다.

파강!

놈의 발톱과 용혈검이 충돌하며 불꽃을 튕겼다.

2마리의 전설 등급 몬스터가 치고 빠지며 현성을 공격했다.

전설 등급 몬스터 2마리의 합공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별다른 부담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소모되는 체력과 마력이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한 현성이다.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뚱이의 활약에 힘입어 늑대를 닮은 몬스터 무리가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2마리의 전설 등급 몬스터가 맹렬하게 현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상성이 너무 좋지 못했다.

순간 이동 스킬은 현성의 순간 이동 스킬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뿔에서 뿜어내는 푸른 뇌전은 사용하는 순간 현성의 것이 되어 버렸다.

주력 스킬이 모두 봉쇄되었으니 현성의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깨애애앵!

-깨갱!

맹렬히 덤벼들던 전설 등급 몬스터 2마리가 꼬리를 말았다.

그리고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우두머리가 도망치자 다른 몬스터들도 도주했다.

“꼭 잡아야 합니다!”

현성의 고용주인 파르티샤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놈들을 놓치면 다음에 또 쳐들어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현성이 짧게 대답하고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슈욱!

현성이 도주하던 몬스터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절대 놓칠 수 없지.’

파르티샤의 말도 말이지만 현성은 전설 등급 몬스터 2마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전설 등급 몬스터 2마리를 사냥해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 얼만데 포기를 하겠는가.

아이템으로 변해도 좋고 사체로 남아도 좋다.

잡기만 하면 무조건 이득이었다.

슈욱!

현성이 연속적으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가장 먼저 목표로 노린 놈은 푸른 번개를 쓰던 놈이었다.

꽈아아아앙!

현성의 공격에 푸른 번개를 쏘아 내던 몬스터가 맥없이 무너졌다.

주력 스킬을 사용하면 그게 현성의 것이 되어 버리니 놈으로서는 현성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푸욱!

-캬아아악!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푸른 번개를 쏘아 내던 몬스터의 숨통이 끊어졌다.

‘어라?’

놈의 사체에서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일단 킵!’

현성은 놈의 사체를 아공간에 넣어 버렸다.

그 후 공간 이동 스킬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놈을 추격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둘의 거리는 점점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공간 이동 스킬이 몇 갠데.’

전체적인 성능은 놈이 더 좋았지만 공간 이동 스킬의 숫자는 현성이 더 많았다.

파지지지직!

현성이 전력을 다해 흑뢰신의 숨결을 날렸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놈의 몸이 시커멓게 변했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이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캬아악!

결국에는 놈도 세상을 하직했다.

사아아아악!

다행히 이번에는 아이템이 나왔다.

현성은 아이템을 회수하고 남은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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