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아이템 쟁탈전 (90/225)

┃아이템 쟁탈전

현성이 장난처럼 올린 글은 광신도들 사이에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광신도들 입장에서는 섬기는 신이 그간 자신들이 해 왔던 행동이 옳다고 직접 응답해 준 격이었다.

당연히 광분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재미 삼아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에 가입해 활동했던 이들에게도 꽤 파급력이 컸다.

현성은 그간 뇌신, 천조 원의 플레이어, 일본의 수호신, 인류의 수호신 등등의 명칭으로 불렸다.

현성이 자신의 신상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꽤 많았다.

그런 현성이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를 통해 최초로 대중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를 통해 풀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 것이다.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는 현성의 글을 계기로 더욱더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한편 현성은 자신의 글이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아아아아아!”

현성이 광역 도발 스킬을 시전했다.

-크르르르르!

-크아아아앙!

잔뜩 흥분한 몬스터들이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며 현성을 향해 몰려들었다.

‘테스트나 한번 해 보자.’

원래 새로 얻은 스킬은 직접 써 봐야 제맛이었다.

“하압!”

현성이 힘찬 기합성과 함께 군신의 노성 스킬을 시전했다.

-크륵!

-캬앙!

그 순간 현성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몸을 비틀거렸다.

어떤 놈의 경우에는 달려오던 자기 속도를 못 이겨 바닥을 나뒹굴기도 했다.

‘역시 엄청 좋네.’

현성은 일부러 몬스터들을 공격하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렸다.

몬스터들이 어느 정도 몸을 회복했다.

하지만 현성에게 달려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착하지. 이리 온.”

현성이 광역 도발 스킬을 시전했다.

-크르르릉!

-캬우우웅!

흉성이 폭발한 몬스터들이 다시금 기운을 차리고 현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

“좋아! 어서 와라!”

워크라이 스킬과 군신의 노성 스킬이 중복으로 적용되었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몬스터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진짜 좋구나.’

홀로 다수를 상대할 때나 다수 대 다수의 전투 시 참 좋은 스킬이었다.

‘그런데 어째 다 이런 스킬들만 들어오냐?’

이것도 어떻게 보면 양민학살 전용 스킬이었다.

물론 그 양민의 범위가 상당히 넓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남들이 들었으면 욕을 한 사발 내뱉어도 부족할 망언이었다.

군신의 노성은 광역 공격기면서도 단일 공격기였다.

군신의 노성과 함께 얻은 군신의 분노 스킬은 아군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이 강해지는 스킬이다.

유일 신화 등급 스킬로 성장한 천뢰신의 갑옷 역시 현성의 능력만 상승시켜 주는 스킬이었다.

일 대 다수의 전투가 아니라 일대일의 전투에서 엄청나게 강해진 것이다.

이런 좋은 스킬을 무더기로 얻어 놓고 투정을 부리다니?

전설 등급 스킬북 하나하나가 소중한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 소속의 랭커들이 들었으면 피를 토할 일이었다.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지경인 현성이기에 할 수 있는 투정이었다.

현성이 몬스터들을 상대로 간단한 스킬 테스트를 끝냈다.

‘뭐, 다 쓸 만하네.’

신화 등급 스킬과 준신화 등급 스킬이니 쓸 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현성은 사냥을 통해 스킬 테스트를 마친 뒤 집으로 귀환했다.

그 후 부족한 물품들을 판매창에 채워 넣고 게임 서버들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했다.

‘얼른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랑 강화 주문서를 넣어야 하는데.’

그 두 개가 들어가면 강화 시 아이템을 보호해 주는 보호 주문서를 비롯해서 팔아먹을 캐시 템이 무궁무진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아직 서버를 오픈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을 끈 후 두 가지 요소를 집어넣어야 했다.

‘아이템이랑 골드 거래소는 슬슬 가동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현실에서는 현질을 하는 거래소와 게임 운영사가 다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현성이 모든 걸 다 해 먹을 생각이었다.

‘게임으로 포인트를 벌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어.’

근근이 게임을 즐기던 빈곤한 플레이어가 아이템 하나로 대박을 쳐서 현실에서 부자가 되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지속적으로 나가는 통신료와 월마다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 요금이 부담스러워 등을 돌렸던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다 해 먹는다.’

게임으로 뽑을 수 있는 수익이란 수익은 다 빨아먹을 계획이었다.

* * *

오크 로드 레이드 이후 전 세계가 현성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현성은 그쪽 일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지냈다.

현성이 이렇게 무심하게 자기 할 일만 하자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타국의 정부였다.

-분명히 전설 등급 이상의 상위 아이템을 얻었을 거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과연 상위 아이템을 경매로 판매할까?

-현재 최현성 플레이어는 오크 로드가 사용하던 도끼 대신 검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크 로드가 사용하던 도끼를 쓸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경매를 통해 상위 아이템을 판매할 확률이 높다.

-상위 등급 아이템 중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판매할지 가지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상위 등급 아이템은커녕 전설 등급 경매도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른다.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 준 소환 스킬의 정체를 하루빨리 알아내야 한다.

-다른 플레이어도 소환수를 얻을 수 있다면 전력이 엄청나게 성장할 거다.

모든 정보를 다 현성이 쥐고 있었다.

결국 각국 정부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환심을 사야 한다.

-기왕이면 경매보다 단독 거래를 추진한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얻은 전설 등급보다 상위 등급의 아이템을 쟁탈하기 위한 각국의 첩보 작전이 시작되었다.

전처럼 윌슨 대통령이나 표트르 대통령이 갑자기 전용기를 타고 날아간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현성에게 그런 무례를 함부로 저지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괜히 갑자기 찾아가서 현성이 불쾌해하기라도 하면 손해도 그런 손해가 없었다.

각국 대사들이 이모탈 길드를 통해 조심스럽게 현성과의 접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중간에 차단되었다.

저번에 한번 피를 본 경험이 있는 강선영 길드장이 중간에서 다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전설 등급의 상위 아이템은 무조건 우리 윤아 거다.

-한국 플레이어들을 우선적으로 무장시킨 후에 타국으로 물량을 돌려야 한다.

강선영 길드장은 신윤아와 한국 플레이어들의 몫을 미리 챙겨 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애국심이 철철 넘치는 강선영 길드장 때문에 세계 각국의 회담 시도는 모두 무참히 무산되어 버렸다.

* * *

이모탈 길드의 본사.

현성과 강선영 길드장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요즘 한창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현성이 먼저 물었다.

“하하하, 아닙니다!”

강선영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에이, 저도 대충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강선영 길드장님을 들들 볶고 있다면서요. 오늘 저를 보자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이시죠?”

강선영 길드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자 대충 이유를 조사해 본 현성이었다.

“절대 아닙니다! 그건 제가 중간에서 알아서 잘 조율할 수 있습니다! 최현성 자문위원장님이 신경 쓰실 일은 티끌만큼도 없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이 펄쩍 뛰며 격렬하게 부인했다.

자신의 몸을 갈아 넣더라도 혼자 해결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뭐, 그러시면 제가 앞으로도 크게 신경 쓸 일은 없겠네요.”

“믿고 맡겨 주십시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럼 저는 왜 부르신 건지?”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징징거리는 일이 아니면 굳이 강선영 길드장과 현성이 만날 필요가 없었다.

“부르다니요! 제가 직접 찾아간다고 하니까 직접 움직이는 게 편하다고 하셔서 여기로 오신 거 아닙니까? 남들이 들으면 크게 오해합니다!”

강선영 길드장은 경기라도 들린 사람처럼 강하게 현성의 말을 부인했다.

‘원래 이랬던 양반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요즘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는지 마음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았다.

“그럼 저는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현성이 말을 바꿔 물었다.

“그 이번에 획득하신 아이템 중에 최현성 자문위원장님에게는 별다른 쓸모가 없는 아이템이 있지 않았습니까?”

“다 쓸모가 있기는 한데요.”

판매창에 올려 팔아먹을까 하던 참이었다.

준신화 등급 아이템이니 얼마나 비싸겠는가?

최소 개당 몇백조 포인트는 벌 수 있었다.

“호, 혹시 타국에 판매하실 생각이십니까?”

강선영 길드장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타국은 아닙니다.”

현성의 대답에 강선영 길드장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현성의 고유 스킬인 구매와 판매를 모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가 직접 쓰지 않을 아이템이 몇 개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현성의 물음에 강선영 길드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이모탈 길드 본사 소속 랭커들에게 판매하실 수는 없나 하는 마음에 여쭤본 겁니다.”

“전에 윤아 씨 경우처럼요?”

“그렇습니다.”

“음…….”

현성이 낮게 침음을 토해 냈다.

신윤아의 경우는 전설 등급 스킬북을 주고서라도 확실히 붙잡아 놔야 할 실력자였다.

하지만 다른 한국 플레이어들 역시 그럴까?

그건 약간 의문이었다.

한국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높은 건 사실이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모탈 길드 지부의 지부장들보다는 수준이 낮았다.

각국의 이모탈 길드 지부장들은 그 나라의 랭킹 1위 플레이어였으니까 말이다.

“강선영 길드장님.”

“예, 최현성 자문위원장님.”

“굳이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그런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차라리 미국의 죠셉이나 러시아의 푸티나 같은 플레이어들에게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요?”

죠셉은 미국 랭킹 1위고 푸티나는 러시아 랭킹 1위다.

중국은 마분석이 있기에 굳이 투자할 가치가 없었고, 유럽연합은 아직 마땅한 인재가 없었다.

“한국의 플레이어 전력 강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는데 한국 플레이어 전력 강화가 굳이 필요한가요? 저는 전설 등급도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보셨지 않습니까? 조금 늦기는 했지만 결국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던 지부 소속 랭커들이 모두 한국을 돕기 위해 찾아왔어요.”

현성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강선영 길드장은 조금 늦었다는 게 신경 쓰였다.

막말로 언제든 한국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일단 윤아 씨에 대해서는 추가로 투자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랭커들은 곤란합니다.”

현성이 생각할 때 한국에서 준신화 등급 아이템을 받을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신윤아뿐이었다.

다른 랭커들은?

솔직히 말해 전설 등급이면 충분했다.

아니, 그것도 현성의 입장에서는 많은 배려해 준 결과였다.

“각국 지부 소속 랭커들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강선영 길드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들을 믿지 말고 저를 믿으십시오.”

현성의 말에 고심하던 강선영 길드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선영 길드장 입장에서는 답이 정해진 결과였다.

아이템의 주인인 현성이 주고 싶지 않다는 걸 강선영 길드장이 어찌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강선영 길드장은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바지 사장.

길드장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현성의 아랫사람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윤아 씨에게 쓸 만한 아이템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신윤아는 신성 속성의 스킬 트리를 타고 있었다.

아이템 역시 마찬가지다.

현성이 암흑 속성인 것과는 정반대였다.

그 덕에 아이템을 나눠 먹기는 편했지만 오크 로드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특별히 정해진 속성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건 윤아에게 직접 골라 보게 하시죠.”

강선영 길드장의 말에 현성도 동의했다.

준신화 등급 아이템들은 현성이 쓸 만한 게 없었다.

도끼는 당연했고 목걸이 역시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를 다 모은 현성에게 있어서는 효율이 떨어졌다.

준신화 등급 목걸이의 성능이 좋긴 했지만 전설 등급 세트 효과를 넘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아, 그런데 남는 아이템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계획이신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돈은 충분하다.

지금 계획으로는 준신화 등급 아이템을 판매창에 팔고, 그렇게 얻은 포인트로 기존 유일 성장형 스킬들의 먹잇감을 구매할 생각이었다.

“그럼 일단 윤아를 불러오겠습니다.”

강선영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윤아 씨라면 자격이 충분하지.’

현성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부동의 한국 랭킹 1위.

전 세계에서도 얼마 없는 고유 스킬 보유자.

한국을 대표하는 플레이어.

그게 바로 신윤아였다.

‘뭐, 알맹이는 내가 다 빼먹기는 했지만.’

이미 최초 업적은 현성이 모두 독식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추가적인 이득을 보기는 힘들었다.

잠시 후, 신윤아가 도착했다.

“그때 감사했습니다, 윤아 씨.”

현성이 병원에 데려다준 일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그보다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강선영 길드장님의 성화에 못 이겨 오기는 했지만, 저는 더 상위 등급의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아요. 제 마력 속성에 맞춘 아이템 세팅이 이미 끝난 상태라서요.”

스킬과 아이템은 다르다.

스킬은 익히면 무조건 좋다.

효율의 문제가 있을 뿐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스킬이다.

하지만 아이템은 다르다.

착용할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일단 한번 보시죠.”

현성이 아공간에서 오크 로드를 잡고 나온 아이템들을 꺼내 보여 주었다.

“준신화 등급?”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신윤아가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이었다.

“오크 로드가 준신화 등급의 몬스터였습니다.”

현성의 답변에 신윤아와 강선영 길드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준신화 등급 몬스터가 등장했다는 말은…….”

신윤아가 말꼬리를 흐렸다.

“언젠가는 신화 등급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뜻이죠.”

현성이 신윤아의 말을 이어받아 쐐기를 박았다.

“점점 더 강한 몬스터들이 나오는군요.”

불과 얼마 전까지는 영웅 등급 몬스터가 최고였다.

한데 전설 등급 몬스터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더니 이제는 준신화 등급 몬스터까지 나타났다.

신윤아와 강선영 길드장 입장에서는 실로 암울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우리가 이기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부지런히 사냥을 해서 레벨을 올리고 강해지는 것뿐입니다.”

현성이 담담한 어조로 정론을 이야기했다.

“맞는 말씀이네요.”

신윤아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피어올랐다.

“감사하지만 제가 쓸 만한 아이템은 없는 듯해요.”

목걸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신성 계열 마력 위주로 세팅해 놓은 균형을 깨트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알겠습니다.”

현성이 모든 전리품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 후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갔다.

이모탈 길드의 운영 문제, 타국의 반응, 준신화 등급 몬스터가 언제 또 등장할지에 대한 걱정 등.

현성은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너무 주제넘은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강선영 길드장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결정은 어차피 제가 내립니다. 의견 개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그러니 다음에도 지금처럼 거리낌 없이 말씀해 주세요.”

의견을 말하는 것은 너무 황당한 것이 아닌 이상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현성이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강선영 길드장이 짚어 줄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다.

어차피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성이지 강선영 길드장이 아니다.

필요 없는 의견은 잘라 내고 필요한 것만 수용하면 된다.

마치 오늘처럼 말이다.

* * *

현성은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주군.”

루시아가 가장 먼저 현성을 반겼다.

루시아는 앞치마를 입고 부엌칼을 들고 있었다.

“어머니는요?”

루시아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어머니의 호위였다.

“아버님과 함께 데이트를 한다고 나가셨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어쩐지 집 안이 조용하다 싶었다.

“요리가 끝나면 백우신네 가족들을 부를 생각이었습니다. 거실에서 잠시 쉬고 계시죠.”

“아니에요. 저도 같이하죠. 아, 그보다 이것 좀 잠깐 볼래요?”

현성이 아공간에 오크 로드에게서 나온 전리품을 꺼내 들었다.

“저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물건 같군요.”

기사인 루시아는 도끼도 다룰 줄 알았다.

하지만 주력이 아니었고, 무기 때문에 평생 익혀 온 검을 버릴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보여 주지 않았는데 혹시나 했던 점이 하나 생각나서요. 일단 도끼를 한번 들어 보세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크 로드가 사용하던 준신화 등급 도끼를 잡았다.

“어?”

그 순간 루시아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혹시 최초 업적이 떴나요?”

현성이 재빨리 물었다.

오크 로드를 잡기 전 현성은 게스피트의 차원으로 넘어가 준신화 등급 방어구로 거듭난 마왕의 갑주 세트를 받았다.

그때 분명히 최초 업적이 떴다.

현성은 분명 자신의 차원이 아닌 게스피트의 차원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때 현성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플레이어에게는 자신이 본래 소속된 차원의 최초 업적만 인정된다.

현성은 준신화 등급 최초 업적 따위는 모조리 획득했을 게스피트가 있는 차원에서 최초 업적 획득에 성공했다.

그 말은 현성의 차원에 있는 루시아 역시 최초 업적 획득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마, 맞습니다, 주군. 최초 준신화 등급 무기 획득 업적을 얻었습니다.”

“그거 잘됐네요.”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루시아에게도 업적 대잔치를 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성은 루시아에게 마왕의 갑주를 넘겨주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최초 준신화 등급 방어구 획득 업적이 떴다.

현성은 액세서리까지 주었다.

당연히 또 업적이 떴다.

“하하하, 이렇게 손쉽게 최초 업적을 얻을 줄은…….”

루시아가 허탈한 미소를 터트렸다.

순식간에 최초 업적을 무려 3개나 얻었다.

최초 전설 업적 하나가 모든 스텟을 40이나 증가시켜 주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성과였다.

총스텟이 600이나 증가한 것이다.

“루시아, 혹시 필요한 준신화 등급 스킬 있나요?”

“예?”

“준신화 등급 스킬을 하나 습득하면 바로 업적 하나를 또 얻을 수 있잖아요.”

“아닙니다. 지금까지 주군께 받은 은혜만 해도 평생을 다 갚기 힘들 정도인데 또 주시겠다니요?”

“괜찮아요. 신화 등급 스킬은 무리지만 준신화 등급 스킬 정도는 충분히 하나 정도 선물해 줄 수 있어요.”

전리품으로 얻은 준신화 등급 아이템만 팔아도 충분하다 못해 남았다.

“그럼 방패 계열 스킬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루시아가 가진 성장형 스킬이 방패 계열이었죠.”

현성은 자신도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른 나라에서 스킬북 상납받을 때 방패 계열도 내놓으라고 할걸.’

다음부터는 방패 계열 스킬북도 상납하라고 꼭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이 구매창을 켜고 쇼핑을 시작했다.

‘뭐가 좋으려나?’

루시아는 직업이 기사였다.

그런 만큼 기사 계열 스킬북과 상성이 좋을 것 같았다.

이거다.

현성의 눈에 딱 알맞은 스킬이 들어왔다.

실드 리플렉터 – 준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

-방패를 착용하면 물리 저항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방패를 착용하면 스킬 저항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20%의 확률로 방패로 방어한 물리 공격과 스킬 공격을 시전자에게 튕겨 냅니다.

-판매자 : 무신

-판매가 : 499,999,999,999,999포인트

-패시브 스킬북 실드 리플렉터 – 준신화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 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준신화 등급 스킬북답게 옵션이 상당히 단출했다.

하지만 설명에 들어 있는 내용은 절대 단출하지 않았다.

무려 20%의 확률로 방패로 방어한 물리 공격과 스킬 공격을 시전자에게 튕겨 낸다니?

현성이 가지고 있는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은 받은 피해의 10%를 적에게 되돌려준다.

그런데 실드 리플렉터는 무려 20%였다.

물론 방패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붙기는 하지만 실로 놀라운 스킬 효과였다.

뭐, 단점이 하나 있다면 가격 정도였다.

‘500조 포인트라…….’

현성으로서도 상당히 큰 지출이었다.

‘어차피 아이템 정리하면 1,000조 포인트도 넘게 벌 수 있어.’

현성이 과감하게 구매를 선택했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준신화 등급 스킬 실드 리플렉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받아요.”

현성이 루시아에게 실드 리플렉터 스킬북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주군.”

루시아가 감격한 눈빛으로 현성에게서 실드 리플렉터 스킬북을 받아 들었다.

잠시 후 루시아의 손에 들린 스킬북이 사라졌다.

그리고 루시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업적을 제대로 얻은 것 같네.’

현성이 루시아의 상태창을 열어 정보를 확인했다.

업적이 늘어났고 준신화 등급 스킬이 생성되어 있었다.

‘실드 리플렉터를 잘 흡수했나 보네.’

현성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전설 등급 직업 군주를 현성에게 선물해 준 장본인이자 첫 번째 수하인 루시아다.

루시아에게 이 정도 선물을 주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주군.”

루시아가 신념 어린 눈빛으로 다시금 공손히 현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직업 스킬 중에 충성심 게이지 같은 게 있었다면 맥스를 찍고도 남았을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때였다.

-휘하 기사의 수준이 상승했습니다.

-직업 전용 스킬 – 영역 선포

‘어라?’

루시아에게 준신화 등급 스킬북을 선물해 주니 직업 전용 스킬이 생성되어 버렸다.

현성이 재빨리 직업 전용 스킬 영역 선포의 옵션을 확인했다.

직업 전용 스킬 – 영역 선포

-군주의 영역을 선포합니다.

-선포된 영역 안에서 군주와 휘하 신하들의 스텟이 10% 상승합니다.

-지속 시간 : 70분

-쿨타임 : 7일

“대박!”

현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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