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인류의 수호신 (89/225)
  • ┃인류의 수호신

    -뇌신을 찬양하라!

    -뇌신께서는 우리 일본의 수호신이다!

    -일본만이 아니다! 인류의 수호신이다!

    -수호신이 계시는 한 인류의 미래는 밝다!

    -그 어떤 몬스터가 나오더라도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주실 거다!

    현성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는 일본을 중심으로 반쯤 장난처럼 생겨났다.

    인터넷 카페 모임 수준으로 가입자는 많아도 대부분이 반쯤 장난이지 진심으로 현성을 신이라고 믿는 이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기점으로 현성을 신으로 섬기는 카페의 인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니, 아예 카페 수준을 넘어서 독자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인류의 수호신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초월해 하나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입한 사람, 현성에 대한 팬심으로 가입한 사람, 현성이 진짜 신이라고 믿는 광신도들까지.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의 가입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물론 대다수가 호기심과 팬심으로 가입한 이들이었다.

    당연히 진심으로 현성을 신이라고 생각하는 광신도들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소수의 숫자가 전 세계적으로 족히 수십만 명은 될 정도로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현성의 광팬들 역시 광신도들 못지않게 충성도가 높았다.

    온라인으로 시작된 인류의 수호신은 점점 오프라인까지 규모를 늘려 나갔다.

    장난삼아 예배를 드리기도 했고, 같은 사이트 회원들끼리 사적인 모임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류의 수호신이라는 신흥 종교는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정치인들조차 쉽게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성공입니다, 교주님.”

    신도들이 기쁨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자신들의 교주를 바라보았다.

    “이게 다 그분의 은총입니다.”

    40대 초반의 사내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그분의 은총이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분이 아니셨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겁니다!”

    신도들이 흥분해서 난리를 쳤다.

    그때 교주라 불리던 40대 초반의 사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신도들이 조용해졌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인류의 수호신에 가입한 회원들을 하나로 단합시켜야 합니다. 교도들을 진정한 그분의 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수많은 소예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종교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인종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국적이 달라도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간은 다른 인간을 친근하게 대한다.

    이제는 이걸 바탕으로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였다.

    “도움을 원하는 이들의 글은 얼마나 됩니까?”

    “족히 수만 건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대주교님께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교주의 말에 신도들의 눈빛이 밝아졌다.

    대주교는 그들이 지금의 체계를 잡을 수 있게도 도와준 교의 가장 웃어른이나 마찬가지였다.

    결정적으로 대주교는 자신들의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대주교님께서 나서신다면 확실하겠군요.”

    “이걸로 그분의 이름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신도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교주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주교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기도실로 들어간 교주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가 간 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대주교님께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글을 올린 신도들의 신심을 확인해야 합니다.”

    -세계 각국을 모두 조사하기는 힘듭니다. 일단 일본과 중국에서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뚝!

    통화가 끝났다.

    교주가 경건한 자세로 대한민국이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올렸다.

    ‘주인님에 대한 충성심이 나보다 더 깊은 놈은 처음 보는군.’

    이누쿠소는 교주 같은 별종은 처음 보았다.

    아무리 주인님 덕에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구원받았다고 해도 어떻게 저렇게까지 광신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님의 위명을 높이는 일에 있어 꼭 필요한 놈이다.’

    이누쿠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현성의 충실한 노예가 되어 있었다.

    전설 등급 직업 군주가 가지고 있는 숨겨진 효과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진짜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누쿠소가 국제전화를 걸었다.

    -어쩐 일이냐?

    “인류의 수호신이라는 사이트는 알고 있겠지?”

    -그분을 신으로 모시는 정신 나간 놈들이 있는 사이트 말이냐?

    “그래, 그 정신 나간 놈들을 좀 도와줘야겠다. 거기에 도움을 요청한 중국인들의 상황을 파악해서 나에게 보고해라.”

    -내가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또 내가 네 아랫사람도 아닌데 보고를 하라고? 말이 좀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나?

    “거부해도 좋다. 하지만 그 즉시 주인님께 네놈의 방종한 행태를 알려 드릴 거다.”

    -빌어먹을!

    이누쿠소의 말에 상대가 욕설을 토해 냈다.

    -이누쿠소 네놈은 정말 네 이름처럼 개똥 같은 놈이다!

    “마분석 네놈도 네 이름처럼 말똥 같은 놈이다.”

    이누쿠소와 마분석이 서로 으르렁거렸다.

    현성이 둘이 알아서 잘 협력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통화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시키는 대로 하지.

    결국 마분석이 꼬랑지를 내렸다.

    마분석은 이번에 보인 현성의 신위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현성이 언제 또 랫맨으로 변신해 중국에서 분탕질을 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밤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마분석은 지금이 바짝 엎드려야 할 때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 주인님을 신으로 모시는 신도들에 대한 처우는 잘하고 있겠지?”

    -알아서 잘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신앙의 자유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신앙의 자유가 없는 나라다.

    교회 안에 십자가 대신 오성홍기와 국가 주석의 초상화를 걸어 놓을 정도였다.

    “잘해야 할 거다. 주인님의 진노를 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알고 있다.

    마분석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뚝!

    이누쿠소가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멍청한 놈.’

    진심으로 주인님을 섬기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

    한데 저 어리석은 말똥이 놈은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개똥 같은 놈!”

    전화를 끊은 마분석이 식식거리며 울화를 토해 냈다.

    누가 이름이 개똥이 아니랄까 봐 정말 개똥 같은 놈이었다.

    * * *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는 운영자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세력을 확산해 나갔다.

    그러던 도중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에서 훈훈한 소식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에 도움을 요청했던 회원 하나가 다른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치료비를 모은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쏟아졌다.

    소소하게는 추운 겨울 난방비를 걱정하던 이가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끼니를 걱정하던 아이가 배불리 음식을 먹게 되었다.

    사이트 회원들끼리 서로를 돕는 훈훈한 미담이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 회원들이 발끈했다.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가 섬기는 신이 누구인가?

    바로 같은 한국인 아닌가.

    -우리도 질 수 없다!

    -모금에 나선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아 도움이 필요하다고 사이트에 글을 올린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한중일이 나서자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대대적인 불우이웃 돕기 행렬을 이어 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역시 발끈했다.

    -아시아에게 질 수는 없다!

    -우리도 한다!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 회원들이 힘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가 단순한 종교 사이트가 아니라 불우한 이웃을 돕는 전 세계인들의 모임장이 되어 버렸다.

    사이트의 이름도 좋다.

    인류의 수호신.

    이름답게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일을 한다.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의 영향력이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자 상황을 파악한 유명 플레이어들과 연예인들까지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를 이용해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대대적인 미담 대작전이 만들어진 것이다.

    * * *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습니다.”

    “절대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는 너무 위험합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입지가 더 커질 겁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모인 장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럼 어쩌잔 말인가?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를 사이비 종교 단체로 몰아서 탄압이라도 하자는 건가?”

    윌슨 대통령의 말에 장관들이 모두 합죽이가 되었다.

    “랭커 파병이 러시아보다 한발 늦은 시점부터 우리 미국은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미운털이 박혔네. 이런 상황에서 최현성 플레이어를 추종하는 사이트를 배척하면 상황이 어떻게 되겠나?”

    “최현성 플레이어가 진노하겠지요.”

    “어쩌면 우리 미국보다 러시아나 중국을 더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자네들 말이 맞네. 지금은 일단 납작 엎드려야 할 때야. 이번처럼 러시아 놈들에게 선수를 빼앗겨서는 절대 안 되네. 또 당장 잠잠하긴 하지만 중국 놈들도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대라네. 이번 일을 보게나.”

    종교를 엄격하게 탄압하던 중국이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 소속 광신도들이 최현성 플레이어를 찬양하는 집회를 열어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공안을 보내 보초를 세워 주고 있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겠군요.”

    “지금은 최현성 플레이어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

    미국 백악관 회의는 결국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납작 엎드리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고 흩어지는 윌슨 대통령과 장관들의 표정은 실로 처참했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대국이다.

    두 번의 대격변으로 인한 위기도 훌륭하게 넘겼다.

    그런 미국이 국가도 아니고 단체도 아니고 일개 개인의 눈치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 * *

    ‘인류의 수호신?’

    현성이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를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가입자가 꽤 많네.’

    반쯤 장난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을 신으로 추앙하는 사이트 가입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참 많네.’

    인터넷 종교 놀이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빠질 줄은 몰랐다.

    ‘좋은 일 많이 한다고 하니까 나쁠 건 없겠지.’

    그것도 현성의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한다지 않는가.

    ‘이누쿠소 말대로 한마디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현성이 이누쿠소에게 받은 신급 아이디로 인류의 수호신 사이트에 로그인을 했다.

    그 후 반쯤 장난삼아 신이 인간들에게 계시를 내리는 것 같은 형태로 간단하게 글을 남겼다.

    내용은 간단했다.

    지금처럼 서로 도우며 살아라.

    그럼 복 받을 거다.

    인류는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다소 유치한 글을 남긴 현성이 스마트폰을 침대맡에 내려놨다.

    ‘잠이나 자야겠다.’

    장난이든 뭐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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