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등급 스킬
“으흠.”
현성이 정신을 차렸다.
‘여기가 어디지?’
현성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다행히 중국에서 눈을 떴을 때처럼 시궁창은 아니었다.
새하얀 벽지와 의료 기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
병원이 확실했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양팔이 묵직했다.
‘윤아 씨?’
신윤아가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대로 현성의 오른팔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엄마?’
현성의 어머니 박미숙 여사가 왼팔에 기대 잠들어 있었고 그 뒤에는 루시아가 담담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루시아, 어떻게 된 거예요?”
현성의 물음에 루시아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 정신을 잃으신 걸 아시고 어머님께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오셨습니다. 병실 밖에서는 주군의 아버님과 누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괜한 걱정을 끼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냐앙!
그때 뚱이가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현성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네가 다 챙겼구나. 잘했다.”
현성이 뚱이의 비대한 몸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랑 윤아 씨가 많이 피곤하신 것 같은데.’
깨울까? 깨우지 말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일단 깨우기로 했다.
이렇게 불편한 모습으로 자는 것보다는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자는 게 피로 회복에도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엄마, 윤아 씨.”
현성이 조심스럽게 어머니와 신윤아를 불렀다.
“아!”
신윤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성 씨, 괜찮으세요?”
“전 멀쩡합니다.”
신윤아의 물음에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신윤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제 걱정은 마시고 윤아 씨도 편하게 쉬세요.”
현성의 말을 들은 신윤아는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아, 그래야겠네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동료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요, 뭐.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신윤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사했습니다. 푹 쉬세요, 윤아 씨.”
“고생하셨습니다.”
현성과 루시아가 차례로 신윤아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닙니다. 그럼 이만.”
신윤아가 황급히 병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정말 많이 피곤하셨나?’
현성이 다급하게 나간 신윤아가 신경 쓰여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성의 병실을 나간 신윤아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꼴이 이게 뭐야? 완전 미친년 같잖아. 거기다 몸에서 냄새도 잔뜩 나고.’
중간에 잠깐 씻고 왔어도 되는데 왜 이런 몰골로 계속 있었는지,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현성의 어머니가 있으셨다.
동거녀인 우시아도 있었다.
그 두 사람이 이런 자신의 몰골을 다 봤다는 이야기였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거기다 동료로서는 왜 붙인 거야? 굳이 안 붙였어도 되잖아?’
그냥 ‘현성 씨가 걱정이 돼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라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은근슬쩍 돌려서 표현해도 되지 않았겠는가?
우시아도 있었는데!
‘바보, 멍청이.’
신윤아가 스스로를 원망하며 빠르게 병원을 벗어났다.
한편 병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성의 아버지와 누나는 신윤아의 원맨쇼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윤아 부길드장님은 갑자기 왜 저러시는 거냐? 고맙다고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그냥 가 버리셨네.”
“아버지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현성이가 알아서 하겠죠.”
아들의 직장 생활을 걱정하는 아버지 최형규와 동생 사생활에 1도 관심이 없는 누나 최현지였다.
“그보다 현성이가 일어난 것 같으니까 같이 들어가 봐요.”
“그러자꾸나.”
최형규와 최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들어갔다.
“몸은 괜찮으냐?”
“멀쩡해요.”
아버지의 물음에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엄마, 이제 일어나세요.”
“여보, 이제 일어나.”
현성과 아버지의 부름에 잠들어 있던 어머니가 깨어나셨다.
“너 정신 차린 거니?”
“예, 그냥 단순히 잠들어 있었던 것뿐이에요. 이렇게 기다 실 필요도 없었는데.”
“네가 쓰러져 있는데 어떻게 내가 가만히 있니? 제발 몸조심 좀 해라. 그리고…….”
어머니의 설교가 이어졌다.
현성은 묵묵히 어머니의 설교를 들었다.
아버지는 딴청을 피우셨고 누나는 관심 없다는 표정을 하고선 묵묵히 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의 설교가 끝났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누나였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몸조리 잘해.”
“알았어.”
“나도 이만 가 보마.”
누나의 말에 눈치를 보던 아버지가 합류하셨다.
“엄마랑 같이 가세요.”
현성의 말에 어머니가 발끈하셨다.
“난 여기 계속 있을 거다.”
“저도 금방 집에 갈 거예요. 아픈 데도 없는데 왜 병원에 있어요?”
현성의 말에 그제야 어머니가 진정하셨다.
“그럼 지금 같이 가자. 엄마가 밥해 줄게. 너 배고플 거 아니야.”
살짝 허기가 지기는 했다.
“그렇게 해요.”
결국 다 같이 집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뭐냐?”
어머니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뚱이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아, 정령이에요.”
현성이 뚱이의 몸속에 있던 물품들을 일단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고양이 요괴처럼 보이던 뚱이의 몸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뚱뚱한 고양이.
“뚱이랑 똑같이 생겼네.”
어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도셨다.
“그러게 정말 똑같네.”
“진짜 뚱이랑 똑같아요.”
아버지와 누나 역시 관심을 보였다.
“소환한 후에 저도 놀랐어요.”
현성이 뚱이를 가족들에게 건네주었다.
-냐앙!
뚱이가 강하게 항의했다.
‘내가 얼마나 대활약을 했는데, 감히 일반 고양이 취급을 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뚱이는 어머니의 품에 안긴 상태였다.
‘너 당분간 반려묘 역할도 수행해라.’
-냐아아앙!
절대 싫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전해져 왔지만 현성은 가볍게 무시했다.
* * *
집에 와서 한창 야단법석을 떨고 난 후에야 현성은 자유의 몸이 될 수가 있었다.
‘이제 전리품을 확인해 볼까?’
오크 로드를 잡은 후 어떤 전리품이 나왔을지 잔뜩 기대가 됐다.
‘일단 시스템 메시지부터.’
현성이 미처 읽지 못한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준신화 등급
-단독으로 6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상위 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레벨 파괴자 - 준신화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준신화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준신화 등급 네임드 몬스터 오크 로드 자락쿠트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오크 로드 자락쿠트를 쓰러트린 자 - 준신화 등급]
최초 준신화 등급 업적 달성 – 준신화 등급
-최초로 준신화 등급의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준신화 등급 업적 달성자 - 준신화 등급]
‘역시 화끈하구나.’
보상이 한둘이 아니었다.
역시 준신화 등급 몬스터라고 할 만했다.
결정적으로…….
‘보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지.’
현성이 오크 로드가 사용하던 도끼를 움켜쥐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최초로 준신화 등급 무기를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준신화 등급 무기를 손에 넣은 자 - 전설 등급]
‘하나 더 있었지.’
이번에는 오크 로드가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였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최초로 준신화 등급 액세서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준신화 등급 액세서리를 손에 넣은 자 - 전설 등급]
‘완전 풍년이구나.’
한동안 정체 상태였던 스텟이 팍팍 늘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준신화 등급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는 업적을 모두 획득했다.
‘유일 등급이 없는 게 아쉽네.’
유일 등급 아이템이 있었다면 업적을 추가로 더 얻을 수 있었을 터였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이제 스킬북을 확인해 볼까?’
오크 로드는 총 3개의 스킬북을 남겼다.
모두 준신화 등급이었다.
‘잡기는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그런 만큼 보상이 풍성하구나.’
군신의 분노 – 준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북
-아군이나 휘하 수하가 사망하면 모든 스텟이 상승합니다.
-최대 100%까지만 상승합니다.
-패시브 스킬북 군신의 분노 – 준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이 스킬이었구나.’
오크 로드가 갑자기 파워 업을 한 비결 중 하나였다.
‘당연히 예지.’
현성이 바로 군신의 분노 스킬을 습득했다.
군신의 노성 – 준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아군의 사기가 치솟고 스텟이 1% 증가합니다.
-적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몸속에 마력을 침투시켜 내상을 입힙니다.
-패시브 스킬북 군신의 노성 – 준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워크라이랑 같이 쓰면 효율이 좋겠어.’
워크라이의 상위 호환이라고 할 만했다.
현성은 군신의 노성 스킬 역시 바로 익혀 버렸다.
‘마지막 하나는 뭐냐?’
군신의 갑옷 – 준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마력을 소모해 군주의 갑옷을 걸칩니다.
-물리 공격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스킬 공격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패시브 스킬북 군신의 갑옷 – 준신화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오, 이건…….’
천뢰신의 갑옷과 겹치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현성이 곧바로 예를 눌렀다.
-패시브 스킬 군신의 갑옷 - 준신화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군신의 갑옷 - 준신화 등급과 패시브 스킬북 천뢰신의 갑옷 – 유일 준신화 등급이 융합됩니다.
-패시브 스킬 군신의 갑옷 - 준신화 등급과 패시브 스킬북 천뢰신의 갑옷 – 유일 준신화 등급이 융합 중입니다.
……후략……
‘뭐지?’
평소와 다르게 약간 버퍼링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유일 신화 등급이 생성되었습니다.
“어?”
현성은 반쯤 얼이 빠졌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준신화 등급
-최초로 유일 신화 등급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로 유일 신화 등급 스킬을 손에 넣은 자 - 준신화 등급]
하지만 이어서 터져 나온 최초 메시지가 현성이 현실을 자각하게 해 주었다.
‘대박!’
설마설마했지만 신화 등급으로 성장할 줄은 몰랐다.
준신화 등급과 신화 등급 사이에는 까마득한 격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거의 한계까지 성장한 스킬이었구나.’
오크 로드가 가지고 있던 군신의 갑옷 스킬은 준신화 등급 중에서도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던 녀석 같았다.
군신의 갑옷이 천뢰신의 갑옷이 신화 등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질 좋은 영양제가 되어 준 것이다.
아니, 이건 영양제 수준이 아니라 영약 그 자체였다.
현성의 입이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 * *
최현성이 깨어났다.
이 소식은 각국의 정보 요원들을 통해 본국에 전달되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특별한 외상은 없어 보입니다. 아주 멀쩡합니다.
-정밀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아마 내상도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고양이를 닮은 강력한 개체에 대한 정보는 아직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모습이 자유자재로 변하고 물리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아 몬스터가 아닌 마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환 스킬의 결과물 같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보부는 이번에 벌어진 현성과 오크 로드의 전투를 보면서 자신들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오크 로드는 단신으로 일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 중에 괴물이었다.
몬스터 감별사들이 등급 파악에 실패한 미스터리한 존재.
이번 전투에서 보여 준 전투력과 위용을 평가해 볼 때 전설 등급의 상위 개체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데 현성이 그 상위 개체를 단독으로 때려잡아 버렸다.
당연히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정부는 현성의 무력이 두렵기는 하지만, 랭커와 군이 똘똘 뭉쳐 대항하면 충분히 제압 가능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아무리 강해도 일개 개인이 보여 줄 수 있는 무력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단한 전설 등급 몬스터조차 이제는 속속 사냥당하고 있지 않은가?
한데 아니었다.
이번 전투로 그간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음이 드러났다.
-최현성 플레이어라면 홀로 전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작정하고 나서면 누가 최현성 플레이어를 막겠는가?
-최현성 플레이어가 악한 마음을 먹으면 세계는 그의 발아래 놓일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현성에 대한 경계심을 있는 대로 곤두세웠다.
하지만 그건 세계 각국 정부의 생각일 뿐이었다.
현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각국의 정부와 전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