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프리 서버 오픈 (84/225)

┃프리 서버 오픈

교류의 보석을 판매해 용돈 벌이를 하려고 했던 게스피트는 결국 현성의 설득에 넘어갔다.

교류의 보석을 10억 포인트라는 헐값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뒤에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본적인 성능 테스트였다.

현성이 교류의 보석을 가지고 본래 세계로 귀환했다.

‘한번 사용해 볼까?’

현성이 프리 서버에 교류의 보석 공급자용을 발랐다.

화악!

평범한 기계장치에 불과했던 프리 서버가 아이템으로 화했다.

프리 서버 – 전설 등급

-리X지 사설 프리 서버입니다.

-교류의 보석을 통해 포인트를 소모해 정보를 교류할 수 있습니다.

-소모되는 포인트를 지불하는 대상이 게스피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벌어들이는 포인트가 최현성에게 70%, 게스피트에게 30% 분배됩니다.

리X지 프리 서버가 전설 등급 아이템이 되었다.

현성은 다른 게임의 프리 서버에도 교류의 보석 공급자용을 발라 모두 전설 등급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한번 테스트를 해 보자.’

현성이 접속을 시작했다.

‘인터넷이라기보다는 근거리 통신망이네.’

게스피트가 만든 교류의 보석 자체가 근거리 통신망을 모델로 삼아서 그런지 전체적인 틀도 비슷했다.

현성이 마스터 컴퓨터를 통해 게스피트가 미리 세팅해 놓은 컴퓨터에 접촉했다.

‘일단 시험 삼아 1차 패치를 해 보자.’

제대로 패치가 되는지 확인해 봐야 했다.

현성은 지구와 게스피트의 세계를 왕복하며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이어 나갔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ADSL 정도 속도는 나오는 것 같은데.’

현대사회의 6G에 비하면 굼벵이만도 못한 느려 터진 속도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걸로도 충분해.’

리X지, 디XX로, 바X의 X라, 스X 크XX트 같은 고전 게임을 돌리기에는 충분한 속도였다.

물론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광랜 수준으로 속도를 올려야 했다.

이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게스피트 님과 마계 장인들을 갈아 넣기만 하면 될 것도 같은데.’

그들은 이미 훌륭한 시제품을 만들어 냈다.

그걸 바탕으로 개선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어떠냐? 괜찮은 것이냐?”

게스피트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지금 당장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정보 교류 속도를 더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개선품을 만들어 주시죠.”

현성의 당당한 요구에 게스피트가 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싫다. 지금도 서비스는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굳이 개선품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

“게스피트 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속도만 빨라지면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종류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서X 어X, 스XX 포X, 와X, 리X지 2, 아X온…….”

현성의 입에서 각종 게임들의 이름이 쉬지 않고 줄줄이 흘러나왔다.

“으흠, 알겠다. 한번 노력해 보마.”

결국 게스피트가 백기를 들었다.

진성 게이머인 게스피트가 신작의 유혹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천천히 진행하셔도 됩니다. 뭐, 신작 게임이 조금 더 늦게 서비스될 뿐이니까요. 전 그럼 제 세계로 넘어가서 서비스 준비를 하겠습니다.”

현성이 게스피트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남기고 본래의 세계로 돌아갔다.

게스피트가 만든 전설 등급 아이템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이 구매 목록에 올라왔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인지 빠르게 판매되기 시작했다.

소모형이라고는 하지만 무려 전설 등급 아이템이다.

한데 전설 등급 아이템이 단돈 10억 포인트다.

이 정도면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컴퓨터를 구매했던 고객들은 호기심 어린 마음에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을 구매했다.

그 후 구매한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을 컴퓨터에 발랐다.

그와 함께 신세계가 펼쳐졌다.

* * *

각투브크는 오락실 게임과 컴퓨터 게임을 아주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현성이 제안한 근거리 통신망 설치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지.’

감정에 치우쳐 거절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쉬웠다.

싱글 플레이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여러 명이 함께하는 멀티 플레이에 대한 유혹을 이겨 내기 힘들었다.

차라리 모르면 모르겠는데 VVIP 게시판에 근거리 통신망을 이용한 멀티 플레이 후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왔다.

근거리 통신망 설치받으신 분?

-게시자 : 비파르

용병 고용 목록에서 우연히 최현성 플레이어를 봤습니다.

항의 목적으로 고용했다가 반대로 설득당해서 근거리 통신망 설치했는데 이거 정말 최곱니다.

우리가 즐기고 있던 리X지, 디XX로, 바X의 X라, 스X 크XX트 같은 게임들은 혼자 즐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여러 명이서 다 같이 즐기는 게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최현성 플레이어의 말발에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때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속아 넘어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브로우 – 인정합니다.

↳ 다샤트 – 동의합니다.

↳ 안드로비트 – 근거리 통신망 구입은 완전 신세계임! 꼭 구매하세요!

↳ 테르친 – 맞습니다. 절대 후회 안 합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돈 많이 투자하세요. 같이하는 사람 숫자가 많을수록 더 재미있습니다.

↳ 오카바이엘 – 틀린 말은 아닌데, 전 이제 좀 물린 듯. 인원 너무 적어요. 적어도 수천 명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푸베크투 – 그럼 컴퓨터 수천 대 사서 돌려라. 아, 너는 거지라서 그렇게 못 하지?

↳ 오카바이엘 – 컴퓨터를 수천 대 사려면 포인트가 얼마나 드는데 그딴 소리를 하냐? 네가 그렇게 하고 있으면 인증 영상 올려라. 아니면 안 믿는다.

……후략……

VVIP 게시판은 난리가 나 있었다.

주로 최현성이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판매하는 근거리 통신망에 대한 내용이었다.

각투브크는 그때 최현성 플레이어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거절해 버린 게 너무 아쉬웠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용병 고용 신청을 넣었지만 단 한 번도 수락된 적이 없었다.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다른 플레이어들은 다 즐기는 멀티 플레이를 혼자만 즐기지 못하고 있다.

아쉬웠다.

그간 재미있게 즐겼던 싱글 플레이로는 더 이상 만족이 되지 않았다.

‘어?’

그때 각투브크의 눈에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이 들어왔다.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 – 전설 등급

-컴퓨터 하나를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교류의 보석이 사용된 컴퓨터끼리는 서로 정보를 전달하고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할 때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대상의 숫자에 따라 포인트의 소모도가 늘어납니다.

-소모형 아이템입니다.

-소모되는 포인트를 지불하는 대상이 구매자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판매자 : 게스피트

-판매가 : 999,999,999포인트

‘싸다!’

전설 등급 아이템이 고작 10억 포인트다.

성능 또한 엄청났다.

컴퓨터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각투브크가 그간 간절히 소망하던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각투브크가 망설이지 않고 교류의 보석을 구매했다.

가격이 비쌌다면 잠시 고민을 했겠지만 10억 포인트라는 저렴한 가격에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각투브크는 교류의 보석을 자신의 컴퓨터에 발랐다.

그 후 각투브크는 멀티 플레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 * *

‘이거 장난이 아니네.’

접속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처음에는 몇백 명이 접속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몇천 명이 접속했고, 지금은 동시 접속자 숫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차원이 있는 거야?’

현성은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컴퓨터와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 그리고 교류의 보석만 있으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말해 100억 포인트만 있어도 이 정도 세팅은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포인트가 아니라 여유였다.

생존이 아닌 취미에 포인트를 쓸 정도의 여유.

그런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무려 1만 명이 넘었다.

이건 시스템을 통해 접속해 있는 차원의 숫자가 현성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는 의미였다.

접속자는 1만 명을 돌파한 후에도 계속해서 늘었다.

‘이거 서버를 나눠야겠는데.’

서버 하나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서버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현성이 재빨리 서버를 추가했다.

그리고 제1서버의 경우에는 캐릭터 생성 불가 판정을 내렸다.

‘게임 하나에서 이 정도야.’

현성이 다른 게임에도 미리 서버를 늘려 놨다.

동시 접속자가 너무 많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만큼 나중에 서버를 합치더라도 일단 지금 당장은 나눠 놓을 필요가 있었다.

현성은 정신없이 서버 관리에 매달렸다.

미리 전문가들을 고용해 완벽한 세팅을 했다.

현성은 적절히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혼자서 게임 서버 운영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현성의 착각이었다.

‘전문적인 팀을 만들어야겠어.’

문제는 보안이었다.

‘한번 해 보자.’

사람은 뽑으면 된다.

그 후에는 영혼의 계약서든 뭐든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일에 지원하는 프로그래머에게 상상하기도 힘든 거액의 보수를 약속할 생각이었다.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고.’

과거에 만들어졌던 수많은 명작 게임들을 모두 서비스해야 한다.

게임은 지금도 나오고 있으니 후속작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회사를 하나 더 차려야겠어.’

전문 인력들을 고용해 제대로 게임 회사를 운영해 볼 작정이었다.

고임금을 약속하자 숙련된 전문 인력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걸 보며 많은 걸 느꼈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 처우가 많이 열악하구나.’

실력 있는 전문 인력들을 고용하자 산재했던 문제들이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당분간은 투자다.’

현재 여러 게임 서버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은 하나도 없었다.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와 디젤 발전기의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긴 했지만 그건 부수적인 이득에 불과했다.

게스피트의 경우에는 오히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교류의 보석 때문에 이득은커녕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공짜로 막 퍼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얼마 남지 않았어.’

교류의 보석이 다 팔리고,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러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깊게 빠져들었을 때쯤.

‘전면 월 정액제에 들어간다.’

유료화에 들어가면 아마 꽤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떨어져 나가는 이들보다 요금을 지불하고 계속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월정액 요금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할 계획이었으니까 말이다.

‘캐시 아이템을 팔아먹으려면 최대한 많은 유저가 있어야 해.’

월 정액제는 단순한 시작일 뿐이다.

현성의 머릿속에는 플레이어들의 포인트를 긁어모을 수 있는 판매 상품들이 무궁무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 게임이 가지고 있는 온갖 과금 요소들을 모조리 풀어 주겠어.’

현성도 당했던 기억이 있는 만큼, 게이머에게 있어서 과금과 현질의 유혹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 * *

RPG 게임의 등장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 실로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거기다 게임에서 만난 상대가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라는 사실에 강한 경쟁심이 피어올랐다.

현성은 RPG 게임에 채팅 기능과 함께 보이스 톡 기능을 넣어 놓았다.

플레이어는 언어와 문자를 자유롭게 알아듣고 읽을 수 있지만, 한글과 영문 자판으로 되어 있는 키보드가 문제였다.

그래서 고전 RPG 게임에 개인 설정이 가능한 보이스 톡 기능을 넣어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은 개인 사냥, 파티 사냥 등으로 게임을 즐기더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길드까지 만들었다.

말 그대로 RPG 게임의 세계에 완벽하게 빠져든 것이다.

‘이제 슬슬 출시해도 되겠어.’

유료화 전환율이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었다.

‘20% 정도만 나와 줘도 좋을 것 같은데.’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도 10%는 넘을 것 같았다.

그 정도만 해도 서버 유지가 충분히 가능했다.

현성이 서버 점검 공지를 띄웠다.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은 알아서 캐릭터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접속을 종료했다.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은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프리 서버를 운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낫을 들고 그간의 성과를 수확할 때였다.

* * *

각투브크는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몰랐다니.’

레벨을 올리고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파밍하는 재미가 이렇게 쏠쏠할 줄은 몰랐다.

각투브크는 자신도 모르게 현실의 자신보다 게임 속의 자신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현실에도 스킬이 있고 아이템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미 최강자의 반열에 오른 각투브크에게는 별다른 자극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게임은 달랐다.

자신과 같은 고유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그들과 함께 경쟁해 승리해야 했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승부욕이라는 감정이 강하게 솟구쳐 올랐다.

‘어?’

그때 갑자기 공지가 올라왔다.

-서버 정기 점검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안전한 지대로 캐릭터를 이동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기대감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이번 서버 정기 점검에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각투브크는 캐릭터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게임을 종료했다.

그 후 미리 홈페이지에 들어가 업데이트가 될 내용을 살펴봤다.

홈페이지에는 만렙 제한 해제, 새로운 아이템과 신규 보스몹 추가 등등 대규모 업데이트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 이래야 게임할 맛이 나지! 좋아, 아주 좋아.’

각투브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어?’

환한 얼굴로 업데이트 공지를 읽어 내려가던 각투브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맨 마지막에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리X지 전면 유료화 선언!

-30일 정액제 : 2,999,999,999포인트

-90일 정액제 : 7,999,999,999포인트

-365일 정액제 : 29,999,999,999포인트

‘이게 뭐야?’

전면 유료화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냥 공짜로 하는 거 아니었어? 접속할 때마다 포인트도 지불하잖아.’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포인트를 지불해야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이미 포인트를 지불하고 있는데 더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한창 게임에 빠져 있던 각투브크에게 전면 유료화 선언은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유료화 공지 뒤에는 왜 유료화를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 쭉 나와 있었다.

‘내가 내는 포인트가 단순한 정보 사용료라는 거구먼.’

게임 서버를 운영하는 플레이어는 그간 자신의 포인트를 소모해 가며 게임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하긴 괜히 남 좋은 일 시켜 줄 플레이어는 없지.’

다행히 유료화 가격은 무척이나 저렴했다.

30일에 30억 포인트.

하루에 1억 포인트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영웅 등급 아이템 하나 가격이면 1년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네.’

각투브크는 별다른 부담 없이 365일 치 정액권 결제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각투브크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한 달이든 석 달이든 1년이든 큰 부담 없이 결제를 선택했다.

정액제 요금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 * *

‘엄청나다.’

실로 어마어마한 포인트가 들어왔다.

플레이어 개개인에게 300억 포인트 정도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수백 수천수만이 되어 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깝네.’

아쉽게도 이 포인트는 현성의 것이 아니다.

현성에게 들어오긴 했지만 게스피트에게 돌려줘야 한다.

초기 투자 비용을 보존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현성이 초기 투자 비용을 온전히 게스피트에게 전담시키고 7 대 3의 비율을 달라고 요구할 정도의 양아치는 아니었다.

게스피트 역시 그 정도로 호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문제야.’

유료 전환률이 현성의 예상보다 월등히 높았다.

현성은 대략 20%만 넘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유료 전환률이 무려 80%를 넘어섰다.

현성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초대박이 터졌다.

‘여러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까 완전 개이득이야.’

1명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게임만 하는 건 아니었다.

여러 게임을 동시에 즐겼다.

리X지도 하고 스X 크XX트도 즐길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이제 시작이다.’

정액제로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천천히 유저들의 돈을 빨아먹는 노하우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의 확률형 과금 시스템을 적용해야 했다.

‘아이템 XX 오픈도 준비해야지.’

포인트를 통해 아이템과 게임 머니를 구입할 수 있는 현질 시스템 구축은 이미 끝났다.

적절한 시점에 오픈하기만 하면 게임 머니를 포인트로 바꾸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네.’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다른 게임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현성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꿀을 빨 수가 있었다.

-고용주 게스피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게스피트에게서 호출이 왔다.

현성이 곧바로 예를 눌렀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이 게스피트의 차원으로 이동했다.

“네 말이 맞았다!”

게스피트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현성을 반겼다.

성공을 확신하기는 했지만 아마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한데 정말 현성의 말대로 대박이 터졌다.

이번 일에 많은 투자를 한 게스피트 입장에서는 당연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받으시죠.”

현성이 게스피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게스피트가 현성의 손을 맞잡았다.

현성은 일단 자신이 벌어들인 포인트를 게스피트에게 모두 넘겨줬다.

아직은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일주일 안에 초기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만한 시간이 걸린 것도 교류의 보석을 제작하는 데 많은 포인트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서버를 유지하고 정보를 보내 주는 소량의 포인트만 소모하면 된다.

“참으로 고맙구나. 네 덕이 크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게스피트 님 덕을 많이 봤습니다.”

게스피트와 현성은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했다.

현성과 게스피트는 완벽한 파트너였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게임이 수많은 차원의 플레이어들에게 판매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구나.”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손사래를 치며 입에 발린 말을 했다.

누가 봐도 의례적인 거절이자 빈말이었다.

“네가 가진 갑옷을 손봐 주도록 하겠다.”

게스피트의 한마디에 현성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왕의 갑주를 말입니까?”

“그렇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그것도 나와 마계 장인들이 만든 것이다. 성능을 조금 상향시키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마왕의 갑주 세트.

좋은 옵션이 있었기에 큰마음 먹고 구입했다.

지금은 포인트에 많은 여유가 생겼지만 먼 훗날 신화 등급 갑옷이 생기면 교체할 생각으로 계속 입고 있었다.

한데 그 전에 게스피트가 업그레이드를 해 준다면?

현성의 입장에서는 완전 땡큐였다.

“갑옷을 벗어 놓고 돌아가거라. 며칠 후면 너에게 맞춤으로 제작된 마왕의 갑주를 볼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현성이 마왕의 갑주를 벗어 게스피트에게 넘겼다.

수조 포인트짜리 물건을 넘기는 것이었지만 맡기는 현성도 받는 게스피트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이미 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 수조 포인트 정도의 아이템은 푼돈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성은 게스피트와 앞으로의 업데이트 정책과 과금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 * *

‘이제 끝이다.’

현성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몫으로 배당될 포인트를 기다렸다.

그간 들어왔던 포인트는 모두 초기 투자 비용을 갚는 데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앞으로 들어오는 포인트는 온전히 현성의 몫이 된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주군.”

“당연히 좋죠. 드디어 결실을 수확할 때가 왔잖아요. 그동안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는데요.”

루시아의 물음에 현성이 웃으며 대답했다.

‘며칠 기다리지도 않으셨으면서…….’

루시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주군 시스템에 E북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장착하는 건 아직 불가능한가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서요. E북은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저작권 문제가 살짝 걸려서요.”

현성이 E북이나 유료 연재작들을 서비스하게 되면 저작권 문제가 걸린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그동안 판매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모두 정품 DVD를 구매해 판매했던 것이다.

“정식으로 판권 계약을 맺으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책으로 판매를 하거나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였다.

영상 콘텐츠만큼이나 E북 콘텐츠도 상당히 큰 시장이다.

소설이나 만화의 경우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인터넷을 통한 E북 판매와 유료 연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막대한 물량이 준비되어 있다.

“한번 해 보죠.”

헐값에 사 올 생각은 없다.

작가들의 입에 평생 벌어도 다 못 벌 만큼의 거액을 쑤셔 넣어 주고 작품의 판권을 가지고 올 생각이었다.

“제가 직접 접촉해 보겠습니다.”

루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루시아가 직접요? 제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루시아가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어필했다.

‘그러고 보니까 요즘에는 한창 소설에 빠져 계셨지.’

드라마를 탐닉하다 원작 소설의 존재를 알고 그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웹소설과 웹툰에 푹 빠져 있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아마 계약을 해도 출판사 담당자를 만나지, 작가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텐데.”

현성의 말에 루시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큰돈을 투척해 주면 나오지 않을까요? 어차피 저작권은 작가한테 있으니까요.”

루시아의 얼굴에 다시금 화색이 돌았다.

‘공적인 일에는 안 그러면서 사적인 일에는 감정을 못 감춘단 말이야.’

현성의 입가에 악동 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루시아는 확실히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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